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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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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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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817

작성
18.04.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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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좀비가 손을 물었다(2)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좀비가 내 손을 물어뜯고 한참이 지나서야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눈이 간 곳은 물어뜯긴 손.

좀비가 물었던 상처는 개나 아니면 쥐 같은 설치류가 문 것과 완전히 달랐다.

늑대나 이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다른 동물을 물어뜯은 것처럼 커다란 상처였다.

사람의 이빨 자국이 맞기는 한 것일까?

근육도 많이 손상된 것 같고, 혈관도 상당부분 노출된 것 같다.

좀비가 바이러스를 옮기기에는 충분한 상처.


탈지면을 찾아 아직 피가 멈추지 않는 손을 지혈했다.

이제 곧 좀비가 될 텐데, 지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2~3분이 족히 지났을 것 같은데도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오히려 의아했다.


분명 예상대로라면 몇 초 지나서 나는 생명의 불꽃이 꺼지고,

눈동자가 마치 헐크가 변신할 때처럼 고양이 눈 비슷하게 홍채가 변하면서

전신에 강직성 경련을 일으키듯 비틀비틀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방탄 유리문 밖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나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연구원들이라는 먹잇감을 향해 비척대는 걸음으로 무작정 돌진해야 했다.

워낙 투명한 유리문이라 문이 없는 것처럼 부딪쳐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마치 지능이 없는 생물처럼 맹목적으로 몸을 던져야 했다.


그런데, 그런데...

내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물린 오른손이 무척 아프다는 신호만 보낼 뿐.

좀비도 아픔을 느끼는가?

좀비가 통증을 느낀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 또한 거짓일 것이다.


용기를 내서 연구실 거울을 쳐다보았을 때에도

얼굴에 좀비의 피와 뇌수가 잔뜩 묻은 불결함 말고는

나는 분명 이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CCTV를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본 연구소 경비대가 달려와서

연구원들을 피신시키는 중에도 나는 참고 기다렸다.

혹시라도 내가 좀비로 변해간다면, 나는 깨끗하게 삶을 마감할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겠지만,

남은 이들을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


그러나 연구실에 단번에 목숨을 끊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총 같은 것은 당연히 없고,

해부용 메스 외에는 칼도 없다.

칼을 써서 단번에 죽을 자신도 물론 없고.

약물은 없을까?

졸레틸 같은 마취제를 한 번에 다량 주사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래 잠자듯이 조용히 떠나자.


하지만... 하지만...


졸레틸을 찾는 도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내 몸에서는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좀비 머리가 터져나갈 때 나한테 튀었던 피.

좀비는 순환계가 정지했을 텐데 왜 벌건 선혈이 있는 거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서 나는 쓰러져 있는 좀비 곁으로 다가갔다.

일부 남아있는 얼굴은 다소 푸른 빛을 띠었지만 손에는 아직 미약하게 체온이 느껴졌다.

피부도 알고 있는 것처럼 부패한 상태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말해 좀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부패한 살, 말라버린 피 같은 것들은 분명 볼 수 없었고,

순환계가 작동하니까 심장은 뛰고 피가 도는 것이었다.

그럼, 호흡계를 확인해야 한다.

폐가 작동하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축 늘어진 좀비의 시체를 다시 베드에 바로 눕힌 뒤,

수술용 톱을 꺼내 가슴뼈를 절개하였다.

이 뜻밖의 광경을 보는 유리문 밖의 경비대원들과 한명식 박사, 도노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장 자신의 동료가 좀비로 변하는 끔찍한 광경을 보는 것은 피했지만,

도대체 이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표정에 역력했다.


그들을 잠시 쳐다본 나는 좀비의 폐 상태를 관찰하고

조금 전까지 좀비는 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좀비는 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태연히 걸어 다니는 줄만 알았던 것이다.


거기다 항문 괄약근이 풀리면서 나왔음직한

대소변이 관찰되었다.

소화기도 작동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드나 영화 속에서 알고 있던 좀비와의 공통점은

오로지 물어뜯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때, 이제까지 알고 있던 좀비에 대한 상식에 결정적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좀비의 순환계가 정지되었다면

바이러스는 혈관을 타고 순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피부를 통한 접촉성 감염만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물어뜯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좀비에게도 피가 흐르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좀비를 조종해서

사람을 물게 만들고, 노출된 혈관을 타고 감염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오로지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본능만 남아 있는지,

아니면 살아있을 때의 의식이 남아있는지 알아야 한다.

만약 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좀비를 일방적으로 죽이는 것은 비인도적인 학살이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좀비가 필요하다.

내가 만약 좀비가 되더라도 그것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연구소에 도착한 좀비는 총 세 마리, 아니 세 명이라고 들었다.

인간처럼 더운 피를 가진 좀비를 짐승 세듯 할 수는 없다.


다른 좀비를 관찰할 필요가 있고, 내가 직접 하겠다는 문자를 한명식 박사에게 보냈다.

왜 그런지도, 지금까지 뭘 알았는지도 간략하게 써서...

문자를 본 한명식 박사의 놀라는 표정,

그리고 순발력 있게 연구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도노반에게 내 얘기를 전달하는 것도 보았다.


나야 어차피 좀비에게 물렸기 때문에 만약 좀비를 관찰하다 또 물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들은 다르다

내가 잘못되더라도 저들은 남아서 이 관찰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좀비의 세상을 막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희생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다른 좀비를 데려오는 일은 두 특전대원 미키와 오닐이 다시 맡았다.

아까의 사고를 봐서 그런지 온몸을 방탄복과 보호장구로 무장한 채,

역시 베드에 단단히 결박된 좀비를 끌고 왔다.


미키는 총구를 겨눈 채로 나에게 연구실 맨 뒤편까지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물론 그렇게 하고 말고.

나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까.

내가 멀찌감치 문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미키와 오닐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졌다.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겠지.


베드를 유리문 안으로 밀어 넣자마자 바로 유리문이 닫혔다.

나는 천천히 누워있는 좀비의 앞으로 다가갔다.

좀비에게도 피가 순환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졸레틸의 마취효과가 있다고 예상되지만,

아까처럼 갑자기 깨어나는 것을 보니 약물의 효과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다행이라면 이번에는 결박장치를 풀 필요는 없다는 것.


“헤이”

“내 말 들리면 눈을 떠봐요”

반응이 없었다.

아무리 좀비에 물렸다고 해도 좀비에게 갑자기 친근감이 느껴질 리는 없다.

좀 더 용기를 내서 손이 닿는 곳까지 다가갔다.


툭툭 치면서 반응을 봤지만, 역시 묵묵부답

이 좀비에게는 졸레틸의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깨워야 한다.

기면증 치료에도 사용된다는 플루마제닐 주사를 꺼냈다.

수면마취제 때문에 호흡마비를 해독할 때, 사용되는 플루마제닐은 좀비를 깨울 수 있을까?


플루마제닐이 주사된 지, 1분

좀비는 서서히 눈을 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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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55 흰색코트
    작성일
    18.05.19 21:40
    No. 1
  • 작성자
    Lv.26 담천우
    작성일
    18.05.25 09:42
    No. 2

    오...좀비가 살아있는 인간이고, 말만 못하고 그저 바이러스에 당해 본능적으로 물어서 세균을 옮기도록 움직이는 거라면...
    공수병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물을 피하게 하도록 사람을 조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치료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을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5.25 10:10
    No. 3

    과학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가지도록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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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적자생존(8) +2 18.05.09 1,05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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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78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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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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