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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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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817

작성
18.05.0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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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적자생존(4)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엠마는 로저스 센터의 높은 좌석에서 구장을 돌고 돌아온 시원한 맞바람을 맞으면 늘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자기와 남편이 가장 잘 맞는 부분이 바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었던 것을 생각할 때마다,

캐나다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남은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는 남편 숀과 자신에게 가장 엔돌핀을 솟게 하는 곳이었다.


오늘은 뉴욕 양키스와의 빅게임이 있는 날이다.

부자구단이라고 할 수 없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얼마 전, 조이 보토를 데려왔다.

신시내티 레즈의 출루 머신이었던 조이 보토는 신시내티와 장기계약을 맺었지만,

선발투수 두 명을 영입하면서 총 연봉이 부담스러워진 신시내티가 토론토에 조이 보토를 넘긴 것이다.


출루율 4할을 보증한다는 조이 보토는 캐나다 국적의 대표적인 선수로서

토론토에게도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없었지만,

그 대가로 더블A에서 2년 연속 방어율 2점대를 찍은 95마일을 던지는 투수 한명과,

타율은 낮아도 출루율과 장타율이 상대적으로 최상위권인 21세의 타자 한명을 넘겨받았으니

신시내티의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토론토는 간판타자 조쉬 도날드슨과 쿠바출신의 켄드리스 모랄레스에만 의지하는 타순이 요즘 부쩍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중심타선을 이끌 또 하나의 리더가 없었다가, 조이 보토가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에 6할 승률을 넘기던 토론토가 개막 한 달이 지나자마자 연패를 자주 당하면서

5할 승률이 위태로웠는데, 보토 합류 이후 다시 동부지구 1위 양키스와 백중지세를 이룬 것이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3연전 결과에 따라 아메리칸 동부지구의 선두가 바뀔 수도 있었다.

엠마는 보토가 합류하기 이전부터 이미 입장권을 예매해준 숀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느꼈다.

보토 트레이드에 관한 소문이 돌 때, 숀은 발빠르게 예매를 한 것이다.

아마 하루 이틀만 더 지났어도 오늘 게임은 TV로 시청했을 것이다.

아들 에드윈과 딸 에밀리도 자신들과 취향이 같다는 것도 덤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오늘 숀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것만 빼면...


바로 옆 자리 테이블석에는 자신들의 오랜 친구인 다니엘 부부가 있었다.

숀 부부와 다니엘 부부는 로저스 센터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아직 아이가 없는 그들이었지만, 취미와 생각이 비슷해서인지

자녀들에 대한 얘기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늘 편하고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학교 문제로 같이 참여하기 어려웠던 두 아이들을 빼고서

이번에 두 부부는 모처럼 중국 여행도 같이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현지의 숨겨진 별미의 음식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가지볶음, 중국식 쌀국수, 곤약야채볶음 같은 전통 중국음식들을

실컷 먹으면서,

관광객으로 북적대지 않는 절경도 여유롭게 즐길 수가 있었다.

특히 엠마가 어릴 적부터 존경해 마지않은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가 되었다는 리장이라는 도시는,

이들에게 운남성을 최종 방문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일상에서 놓여진 여유를 한껏 즐기던 여행이었지만,

옥의 티는 있었다.

고급호텔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줄이고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선택했던 여행자숙소.

호텔이라고는 했지만, 저급 모텔 같았던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숀이 방으로 숨어든 동물에게 자다가 종아리를 물린 것이다.

상처는 꽤 깊었다.


피를 많이 흘린 숀은 근처 병원에서 일곱 바늘이나 봉합을 해야 했다.

다니엘도 팔뚝을 물렸다는데, 일찍 알아챈 다니엘이 저항을 해서인지 경상만 입었다.

다니엘의 얘기로는 어렴풋이 문밖으로 달아나는 동물이 꽤 컸다고 했다.

가장 걱정된 것은 역시 광견병이었다.

늑대가 돌아다닐 리는 없기에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광견병에 대한 걱정이 남았다.


귀국하자마자 평소 방문하던 토론토웨스턴 병원에서 긴급히 검사를 받았다.

혈액과 뇌척수액에서의 특이항체 검사나 바이러스 유전자 검출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한 시름 놓았지만, 숀은 일주일 후에나 실밥을 풀게 될 것이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심이 커서인지 숀과 다니엘은 둘 다 컨디션이 안 좋은 듯 했다.

오늘로 귀국한 지 사흘째인데, 어제부터 둘 다 열과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푹 쉬면 좋겠지만, 숀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야구장에 갈 생각에 병원도 가지 않고,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만 사먹고 로저스 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감기몸살에 걸리게 되면 눈이 간지럽던가?’

타고난 건강 덕분에 어릴 적부터 감기라고는 거의 걸려본 적이 없는 엠마는,

숀과 다니엘이 어제부터 자꾸 눈 부위가 가렵다며 손으로 문지르는 것에 맘이 쓰였다.

오늘도 두 사람은 중간 중간 눈으로 자꾸 손이 가는 것이 보였다.

결막염 증세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왜 이 상황에서 눈까지 신경 쓰이게 할까?

오늘이 지나면 억지로라도 다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되뇌고 있었다.


그날따라 토론토는 초반부터 꼬박꼬박 점수를 적립했다.

양키스의 선발투수는 에이스인 루이스 세베리노였는데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보토의 출루 이후에 도날드슨과 모랄레스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5회가 끝날 때는 6:0까지 벌어졌다.

6회가 끝나고 잠시 양팀 선수들이 굳어진 몸을 푸는 휴식시간에 엠마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숀은 한 시간 전부터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괴로워했다.

그냥 단순한 감기몸살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커다란 고통이 엄습하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참는 것이 분명했다.

눈에 생긴 충혈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옆 자리의 다니엘도 숀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편이었다.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엠마는 오전에 중국에서 흘러 들어온 좀비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이 방문했던 운남성과 좀비에 대한 연관 검색결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숀과 다니엘에게 생긴 변화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가득한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7회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될 무렵, 숀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숀도 설명할 수 없는 몸의 변화를 겪으면서 이미 좀비에 대한 정보를 가족 몰래 검색하고 있었다.

끝까지 참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가족 앞에서 좀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사력을 다해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조금만 느슨해지면, 몸안의 무언가가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 때, 엠마가 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10년 전, 자신이 전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술에 잔뜩 취해서 차에 올라탔을 때,

그 앞을 막아선 것이 숀이었다.

“잠깐 내려봐요. 아까 바 안에서부터 봤는데, 더 이상 운전하시면 안됩니다.”

“비키지 그래요. 자기와 상관없는 남의 일에 나서는 취미는 다른 데나 가서 알아보시구요”


술에 취한 엠마의 독설은 계속되었지만, 숀은 꿈쩍도 하지 않고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엠마가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기다려만 주었다.

그때처럼 숀은 지금 참을 만큼 참았을 것이다.

나를 지켜준 숀을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떠날 수는 없다.


엠마는 두 아이를 조용히 불렀다.

“에드윈, 에밀리”

옆 자리의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엠마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어려운 부탁이 있어, 들어줄 거지?”

숀의 불안정한 모습에 계속 흘끔거리며 안절부절 하던 두 아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엠마의 얘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과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 둘이 꼭 손잡고 밖으로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엄마는요?”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 채 에밀리는 엠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아빠 옆에 있어야 돼. 아빠가 많이 아프니까.

집에 돌아가 있으면 아빠 병원에 모셔다 놓고 갈게”

에드윈과 에밀리의 어린 생각으로도 엠마의 이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두 아이는 평소의 순한 성품답게 일어서서 짐을 챙겨갖고 좌석을 빠져나갔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당부는 지키지 못한 채, 걷다 말고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숀, 걱정하지 마, 내가 끝까지 옆에 있을게”

엠마는 이미 불처럼 뜨거워진 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그 때, 마침내 마음을 잃어버린 숀이 고개를 돌려 엠마의 팔뚝을 물었다.

고통이 심했을 텐데, 엠마는 이를 악물고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참았다.

옆에서 구경하던 관객들도 야구에 열중하느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 아픈 나머지, 정신이 가물거리는 가운데,

엠마의 두 눈에서는 숀에 대한 연민 때문에 더운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숀을 사랑하는 아내로 남을 수 있어 엠마는 바랄 것이 없었다.


흐릿해진 시야로 건너편 출입구로 진입하는 경찰특공대인 SRU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옆자리의 다니엘이 완전히 변해버린 모습으로 자신의 아내며 옆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도.


원아웃에 주자 1, 3루의 긴박한 상황.

양키스의 타자는 애런 저지였다.

이미 두 점을 만회한 양키스가 저지의 큰 거 한방이면 한 점차로 따라 붙을 수 있는 상황.

그런데, 검은 양복을 입고 이어마이크를 낀 사내 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얘기하자. 주심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고 선수들을 철수시켰다.


영문도 모르는 관중들이 크게 술렁거렸고,

안내방송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관중들이 멍하니 그라운드를 쳐다보는 동안,

각 출입구를 통해 진입한 SRU대원들이 빠르게 숀과 다니엘 부부 쪽으로 돌진해왔다.

로저스 센터의 출입문은 이미 완전히 봉쇄된 뒤였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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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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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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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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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적자생존(9) 18.05.10 957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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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 적자생존(4) +4 18.05.07 1,223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6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4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6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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