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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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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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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산자와 죽은 자(5)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아프리카에서 문제가 생겼네”

카를로스의 안색은 어두웠다.

아마 장내가 떠들썩한 것도 이 문제 때문에 긴급한 통화를 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회의에서는 무조건 좀비와 감염자들에 대한 윤리적 대처방법에 대해서 결론을 내어야 했다.

이미 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문제는 진행형이었다.

좀비로 각성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감염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거국적 합의를 보기 직전, 하루를 못 넘기고 대형사건이 터진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소말리아였다.

시에라리온의 군벌 메이아가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지고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지도자인 모함메드와 비밀거래를 하려다가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은 확인이 되었다.

그 바람에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거리에 좀비가 돌아다니고 피해자는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가면서 전 세계적인 감염의 불씨가 되어가고 있는 이곳에 기름을 끼얹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모함메드의 부하들.

모함메드는 중상을 입어 누워 있다가 좀비로 각성도 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공짜로 메이아의 다이아몬드 원석 한보따리를 얻은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자신들은 횡재를 한 것이다.

모함메드가 살아 있었다면 이 원석을 처분해서 조직을 위해 썼겠지만,

그 부하들의 판단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도자와 달랐다.


모함메드의 심복들은 다른 조직원들 모르게 원석을 팔아넘길 곳을 찾았다.

모함메드의 피격 사건 이후, 소말리아는 모가디슈를 중심으로 좀비들이 날뛰는 지역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권이고 뭐고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그들 사이에 팽배해진 것이다.

따라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아서 자신들만이라도 멀리 떠날 수 있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이 물건을 넘길 것인가?

내전의 화염에 휩싸여있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나라일수록 비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많은 법이다.

가까운 남수단이나 우간다는 내전상태가 오래되었고 무기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밀무역을 하려는 거래처가 많을 것으로 보여 거래 당사자로 적합해보였다.

하지만, 남수단과 우간다에 보낸 부하들이 모두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다.


모함메드의 심복 중에서 가장 높은 서열에 있던 부커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침착해지기로 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부커는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자신을 포함해서 원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 원석에 대한 비밀은 자신들이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 조직은 유지를 해야 했고, 부하들의 지원 없이 조직을 관리해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모함메드의 사망 이후, 조직에 대한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요즘 종종 실종되는 부하들도 많아지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몸이 불편해 보이는 부하들도 꽤 있었던 것 같아 분위기가 꽤 흉흉했던 것이다.


부커의 판단은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다.

원석에 대해 비밀을 공유한 자신들 몇 명은 확실히 좀비감염이 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때 그들만 모여서 냉정하게 조직원들을 점검해 보았을 때,

대략 20% 정도는 감염이 의심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아마 남수단과 우간다로 떠난 일행 중에 그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말리아 다음으로 남수단과 우간다에서 좀비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곧 들려올 것이다.

그러면 거래처로서 그 두 나라는 마땅히 제외해야 했다.

긍정적인 신호가 온다고 해도 다이아몬드 원석을 싸들고 그 나라들로 갔다가는

전혀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좀비들에게 둘러싸일 확률이 높았다.

결국 부커는 처음부터 자신이 속전속결로 직접 판매자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확실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나라를 찾았다.

부커와 그의 동료들은 최종적으로 마다가스카르를 판매지로 선택했다.


소말리아로부터 배로 2시간쯤 가면 도착하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된 나라.

면적은 한국과 일본을 합친 만큼 크지만, 인구는 2천 5백만 명에 불과하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마다가스카르는 코카콜라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카콜라에 쓰이는 바닐라향 원료를 주로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닐라의 40%를 생산하는 나라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먹고 살수는 없었다.


마다가스카르 인구의 80%는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16년간 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독재정치를 휘둘렀던 디디에 라치라카가 혁명으로 쫓겨났지만,

그 뒤를 이은 알베르 자피도 결국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해 디디에 라치라카가 3년만에 재집권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알베르 자피도 대통령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시금 권좌로 돌아가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고, 무기판매상을 거쳐 들어온 부커의 제안을 솔깃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부커와 동료들은 모든 채비를 차리고 가족과 함께 모가디슈를 한밤중에 떠났다.

마다가스카르의 자피와 거래가 성사된다고 해도 다시 돌아올 이유도 없었고,

돌아온다면 좀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돈을 마련한 후엔 조금 더 외진 곳이라도 좀비의 유행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커가 같이 떠난 동료들에 대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부커와 만난 자피는 그와 동석한 전문가에게 원석샘플을 확인시키고,

값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급품질이라는 것을 듣곤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울렸다.

실제로 만난 부커의 인상과 그의 입지는 자피의 예상과 유사했다.

부커는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여유 있게 흥정을 할 처지도 아닌 것이다.

적당히 값을 쳐주는 액션만 보여준다면, 엄청난 차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협상한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부커는 인상을 구기면서도 흥정을 더 이어나가지 않았다.

협상의 기술에 관해서 어차피 자피와는 상대도 안 되는 하수였고,

원석 거래는 그동안 모함메드가 담당해왔으므로 시장 가격에 대해서도 무지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빨리 거래를 끝마치려는 마음에 부풀어 있었다는 것이다.

거래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틀 후, 원석과 현금을 서로 교환하기로 약속한 뒤, 부커는 숙소로 정한 호텔로 돌아갔다.

아마 동료들이 호텔에서 목이 빠져라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제일 많은 지분을 배분받기로 약속했으니, 기대에 찬 가족들에게 빨리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이틀 후, 부커는 자피와의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부커와 같이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동료들 중에 감염자가 둘이나 있었던 것이다.

부커에게 사적인 처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숨겨왔지만,

부커가 자피와 거래를 하는 동안에 그들에게 좀비가 되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가족을 포함해서 20여명 이상 되는 일행들의 신분을 감염자로 바꿔 주었다.

물론 그 중에는 부커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소동이 난 직후에 아무것도 모르는 부커가 의기양양하게 호텔로 돌아왔고, 가족들이 있는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던 것이다.


소말리아인들로부터 시작된 감염은 부커 일행이 머물렀던 호텔을 축으로 하여 마다가스카르를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마다가스카르의 형편은 기존 전염병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매년 400여건의 흑사병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병될 정도였다.

2017년에는 무려 1,200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했고,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흑사병이 아무리 위중한 전염병이라고 해도,

항생제를 집중 투여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병인데도 불구하고 마다가스카르는 불필요한 희생자를 낼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흑사병보다 100배는 흉폭한 좀비 바이러스가 닥치자 그들은 여전히 어떠한 효과적 대처도 하지 못했다.

마다가스카르에 또 다른 위기가 뜻하지 않게 찾아왔던 것이다.


자피는 부하들의 희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커가 가지고 온 가방을 무조건 찾아오게 했다.

그리고 좀비들과 죽음으로 싸운 부하들의 피가 잔뜩 묻은, 원석이 가득한 가방을 가지고 몰래 케냐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밤 10시에 마지막으로 출발하는 케냐행 비행기가 타인의 눈을 피해야 하는 도피에 가장 최선책이었다.

부커가 가지고 온 원석을 팔면, 가족들과 여생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피는 뜻밖에도 퍼스트 클래스석에서 모자를 눌러쓴 디디에 라치라카, 그리고 그 가족들과 마주쳤다.

현직 대통령인 라치라카도 마다가스카르를 버리고 도피하는 것이었다.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출발한 비행기가 케냐에 절반쯤 도착했을 무렵,

기장은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 관제탑으로부터 회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잘못 들었나 싶어 재차 확인했지만, 케냐의 답은 확실했다.

이미 마다가스카르에 좀비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케냐 대통령이 입국 자체를 불허한 것이다.


기장은 라치라카 대통령이 탑승한 것을 보았다는 부기장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판단 범위를 넘는 것을 실행하기보다 현직 대통령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퍼스트 클래스로 가서 라치라카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다.

라치라카의 답은 관제탑의 얘기를 무시하고 공항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이었다.

설마 200명이 넘는 사람이 탄 국적 비행기를 어떻게 하랴 싶었던 것이다.


회항신호를 무시하고 비행기가 공항으로 진입하려 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분 후, 투르카나 호수 인근 찰비 사막에서 대기하던 미사일 발사대에서 이미 조준된 미사일이 불꽃을 뿜어내며 날아올랐다.

다시 1분 후, 자피와 라치라카가 착륙준비를 하느라고 옷을 여미던 비행기 동체 2미터 앞에 도착한 미사일의 근접신관이 폭발하였다.

시에라리온의 메이아가 가져온 원석은 모함메드와 그의 조직 알 샤바브도 가지지 못했고,

부커와 그 동료들에게 돌아가지도 않았다.

끝내 자피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별명인 블러드 다이아몬드답게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린 다이아몬드 원석은 마지막 주인이 된 자피와 함께 바다로 수장되었다.


케냐의 이 도발에 대해서 아웃브레이크룸에 모여 있던 각국의 정상들은 벌써 삼삼오오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트럼프도,

미국 못지않게 정의를 앞세운 전쟁이라면 성의 있게 참전하던 영국의 메이 총리도,

아직 혈기가 왕성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머리를 맞대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눈치가 확실했다.


하지만 당장 뭐라고 입장을 발표하겠는가?

그저 앞으로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고, 남의 다리 긁듯이 영혼이 없는 얘기를 할 수도 없고,

억울한 사람들을 도살한 케냐를 어설프게 비난하고 나섰다가

아차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입장이 될까봐 쉽사리 비난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국의 안위를 위해서 어떠한 눈치도 보지 않고, 단호한 결정을 내린 케냐타 대통령의 입장이 부럽기도 한 것이다.


“조금 서둘러야겠네, 이 회의가 끝나면 여기에 모인 나라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할 지도 모르는데, 이 사건이 여론을 잠식하기 전에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네”

카를로스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려운 일이 자꾸 나에게 맡겨지는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설마 카를로스나 첸 총장이 나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은 아니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술대회 구두발표만으로도 충분히 잠을 설쳤던 나에게 이 브리핑이 부담 없는 일은 아닌 것이다.


하루만 더 있었어도 케냐타 대통령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각국이 축적해 온 군사력을 진정 인류를 위해 같이 사용하는 일에 협조자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백번 되돌아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브리핑을 계속 하기 위해 회의실로 발을 떼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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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산자와 죽은 자(14) 18.05.18 843 24 11쪽
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0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3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7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6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3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5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0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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