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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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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5.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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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5)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지난 달, 정식으로 SRU대원이 된 크레이그는 지나치게 두근거리는 가슴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마약장이들을 체포하던 일에 신물이 나던 차에,

SRU대원 선발에 합격한 것은 인생의 큰 전환기였다.

그리고 첫 번째 작전이 하필이면 좀비 감염자 체포 작전이었다.


로저스 센터의 게이트 16곳은 모두 봉쇄되었다.

자신이 속한 분견대가 직접 체포를 맡았다.

작전이 시작되자마자 팀에서 가장 노련한 선임 대원들이 감염자가 있는 곳으로 파악된 좌석 쪽으로 달려갔다.

크레이그와 그보다 한 달 먼저 합류한 매튜는 그 뒤를 커버하는 역할을 맡았다.

감염자는 괴력을 가졌다는 것을 출동하는 차량 안에서 거듭 들었고,

첫 번째 기습에서 선임대원들이 체포에 실패하더라도 감염자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선을 지켜야 했다.


SRU대원들은 작전 시작 직전에 맥 빠지는 명령을 받았다.

주무기인 돌격용 소총은 아예 가지고 들어가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그대로 있는 가운데,

여기 저기 뛰어다니는 좀비를 상대로 어떻게 총격을 가할 수 있겠는가?

만약 관중들이 놀라 대피하다 밀치고 겹겹이 쓰러지는 사고라도 나면 아무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대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기껏해야 삼단봉과 단검에다 전기충격기 정도였다.

그리고 정말 위급한 순간에만 써야 하는 권총 정도.

대원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 작전은 근접 격투전으로 끝내야 했다.

그런데 생명활동이 전환된 제2의 생명체라면, 좀비로 변한 사람에게 전기충격기가 효과가 있을까?

신경전달이 극도로 위축되어 감각조차 느끼기 어렵다면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출동이라 가슴이 그렇게 뛰는 것일까?


숀과 엠마 부부에게로 달려간 대원들은 참혹한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좀비로 변한 숀이 자신의 손을 놔주지 않는 엠마의 전신을 물어뜯고 있었던 것이다.

엠마의 생명은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엠마는 결코 숀을 놔주지 않았다.


하지만, SRU 대원들은 달랐다.

현 상황에서 두 명중 한명을 구하라면 엠마를 구해야 했다.

삼단봉으로 숀을 두들기던 대원들은,

결국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으로 숀의 이마를 쏘아야 했다.


주변 자리는 이미 좀비로 각성한 다니엘로 인해

도망치는 사람들로 아우성이 되고 있었다.

다른 분견대가 다니엘을 포위해서 잡으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미 다니엘의 아내를 포함해서 여러 명이 물어뜯긴 상황,

통로 쪽에서 겁에 질려 주저앉은 노부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다니엘을 막기 위해

비교적 멀리 있던 크레이그가 권총을 발사했다.

소음기를 낄 여유도 없었다.


로저스 센터 내에 퍼져 울린 총소리.

선수들이 철수할 때부터 좌불안석이 된 관중들은 연달아 들려온 총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대피하기 시작했다.

작전 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때, 로저스 센터의 돔이 닫히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개폐식 돔인 로저스 센터는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닫기 시작했다.

만약 작전이 벌어지는 도중에 취재헬기가 이 장면을 담기 시작하면,

더 복잡하고 힘든 결과가 찾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의 총격을 받아 왼쪽 어깨가 거의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다시 일어나 희생자를 찾기 시작했다.

오직 바이러스를 넘겨줄 또 다른 감염자를 찾는 무서운 본능.

다니엘은 단 한 번의 점프로 5번 게이트를 막아섰던 SRU대원들의 몸 위로 떨어졌다.


5미터가 넘는 점프거리.

후일 이 기이한 장면은 좀비로의 각성이 일어난 후에

감염자가 원래 갖고 있던 운동능력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운동능력이 출중했던 사람은 좀비가 되어서도 신체적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과,

좀비가 되면 다시 그 능력이 최고조로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니엘은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도 풋볼과 하키 선수를 겸했었다.


다니엘은 대원들을 물어뜯을 생각도 없이 그 위를 타고 넘어갔다.

5번 게이트가 뚫린 상황.

게이트를 나가자마자 좌측에 있던 남자 화장실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뛰어 들어온 다니엘을 보고 거의 혼이 나가 버렸다.


이쯤 되자. 돌격용 소총을 애초에 사용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근접 전투용 무기만으로는 화실하게 좀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겹겹이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녀노소의 사람들이

다니엘의 공격에 무참하게, 무방비로 당했다.

대원들이 곧바로 뛰어들었지만, 다니엘의 놀라운 운동신경은 다시 그들 사이를 치고 나가

블루제이스 팀 스토어로 뛰어 들어갔다.

기념품을 사던 사람들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파묻고 숨어있던 사이로,

다니엘이 깊숙이 치고 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여러 명의 희생자를 낸 후에야

다리에 쏟아진 집중 권총 총격에 움직임이 둔해졌다.

“밖으로 몰아, 그라운드 쪽으로”

이미 많은 희생이 발생한 상황에서 거의 자포자기 하다시피한 SRU 대장은

이어마이크를 통해 저격이 가능한 그라운드 쪽으로 다니엘을 유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날의 참극은 결국 다니엘이 SRU대원들의 포위공격을 견디다 못해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그라운드로 나오자마자, 쏟아진 저격에 쓰러지면서 끝이 났다.

553미터에 이르는, 로저스 센터를 내려다보는 CN타워 전망대에서

수도 없는 총격을 퍼부은 끝에 어렵게 저격을 성공시키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도대체 그 높은 전망대에 저격수를 자리 잡게 한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가?


그 날의 대 실패는 누구 하나가 책임질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가족은 전혀 다른 생각을 토로했다.

소심하고 어리석은 작전이 수십 명의 관중을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직 의식이 멀쩡한 가족들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과 영원한 생이별을 해야했던 것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숀의 손을 꼭 붙잡았던 엠마의 손은 두 사람의 죽음 이후에도 잘 떼어지지 않았다.

여성에게 이렇게 강인한 힘이 있다는 것도 유명한 후일담으로 남았다.

숀과 엠마의 시신을 후송한 병원에서 두 사람을 간신히 분리했을 정도였다.

만약, 엠마가 끔찍한 고통을 참으면서도 숀의 손을 붙잡고 있지 못했다면,

오랫동안 풋볼선수로 활약했던 건장한 숀의 체구와 완력을 감안할 때,

희생자의 수는 엄청났을 것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내용 중 하나였다.


가장 문제의 소지가 컸던 부분은 늑장대응이었다.

숀과 다니엘 부부의 소재를 바로 파악하고, 각성하기 이전에 그들을 확보했다면 희생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복잡함이 얽혀 있었다.

중국에서 긴급으로 온 연락에 대해서 캐나다의 저스틴 트뢰도 총리가 바로 수긍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에서 1억~2억명의 수련생을 갖고 있다는 파룬궁.

단순히 불교와 도교, 기공을 혼합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할 뿐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른 이념으로 모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사교집단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면서 20여년 가깝게 그들을 탄압했다.


그들의 탄압에 대해 항의하던 중국 출신의 캐나다인 5명이 감옥에 들어갔다.

캐나다의 의회와 의원들은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묵묵부답.

결국 40대의 젊은 총리 트뢰도가 중국으로 건너가 시진핑을 만났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중국 정부는 수감된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강제로 장기적출까지 한다는 소식이 파다했다.

이 비인간적인 처분에 대해서도 트뢰도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역시 중국은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그런 중국에서 자신들의 국민을 잡아 가두라고 연락했으니 트뢰도가 흔쾌히 반응할리 없었다.


결국 중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진상을 파악해보고,

총리 주재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날 때까지,

하루 이상 걸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숀과 다니엘 가족은 집에 있지 않았다.

그들의 신상을 모두 뒤진 후에야 그들이 오래전에 로저스 센터 경기를 예약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에드윈과 에밀리도 숀과 엠마의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던 경찰들에게 인계된 아이들은 숀의 친누나 집으로 보내졌다.

고마운 것은 두 아이들 모두 현실을 잘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엠마가 마지막까지 숀에게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서 감사함 또한 가졌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그리운 부모는 만날 수 없겠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때가 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이며,

혹여 그런 때가 오더라도 이 아이들은 잘 살아갈 것이라고,

모든 사태가 끝났을 때, 그 아이들의 고모인 조안나는 거듭 강조해서 얘기했다.


크레이그는 단 한 번의 출동 이후에 다시 일반경찰로 전보되었다.

물론 본인이 원한 일이었다.

자신의 뛰어난 신체적 능력이 자신의 여린 마음까지 감당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의 비극적 참사에서 크레이그는 여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에게는 차라리 마약장이들이 들끓는 도시에서 잡무에 시달리는 편이 더 편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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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0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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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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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2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3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78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09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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