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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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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3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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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817

작성
18.05.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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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적자생존(9)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중국에서의 긴급연락이 한국의 국가정보원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다시 긴급명령이 하달되어 서울소방재난본부로 1차 연락이 가고,

경찰특공대와 707 특임대가 출동하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대응팀이 씽크홀 사고 현장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참사가 벌어지기 시작한 뒤였다.


707 특임대원들이 긴급한 패스트 로핑을 하여 공창섭을 사살하고,

생존자와 감염자 모두를 구조하기까지도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힘든 것이었다.

최초의 조난자는 승객 32명과 버스기사 1명 중에서 추락 시에 목숨을 잃은 2명을 제외하고 31명이었다.

이 중 중상자는 예상보다 적은 3명이었고, 그나마 다리나 팔에 골절상을 입은 정도여서 치료 후에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예상 못한 공창섭의 습격으로 인해 31명의 생존자와 뒤를 이어 내려온 박민철 대장까지 합한 총 32명 중에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8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신체 일부분에 상처를 입어 감염자로 분류된 사람도 10명이나 되었다.

만약, 대응팀이 상부 보고 없이 현장의 판단으로 즉시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문제는 언론 통제였다.

경찰특공대가 사고현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저지선을 넓게 형성한 덕에,

행인들이 이 참혹한 장면을 목격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카메라와 드론을 이용해서 일부라도 사고현장의 영상을 얻어낸 방송사들의 경우는 달랐다.


방송사들도 어떻게 보도를 해야 할지 데스크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갈팡질팡했고,

현장에서 이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관계자도 없었다.

짐작만으로 이 중대한 기사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진실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속보도 몸통을 갖지 못할 것이다.


결국 총리실에서 직접 나서서 방송사들과 긴급하게 조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 영상은 소유권을 인정하되, 인명피해는 씽크홀 사고로 인한 것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원인이 규명되고 대비책이 만들어지면, 그 때가서 엠바고를 풀기로 한 것이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취재를 해왔던 노련한 데스크들조차 무척이나 이 상황에 부담스러워 한 것도 합의를 할 수 있었던 큰 이유가 되었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에 대한 대응도 어려운 난제였다.

말이 없는 사망자들이야 어떻게든 원인을 감출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처만 입어 입원 자체도 필요 없는 감염자들이 문제였다.

“뾰족한 방법이 있겠소? 사실대로 얘기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염자들은 벌써부터 왜 집에 돌려보내주지도 않고, 핸드폰까지 압수하느냐고 난리가 난 모양인데,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둘러대겠습니까?“

윤동일 총리는 평소의 성격대로 정공법을 택했다.

감염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희생자의 가족들을 모아놓고 정부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안 것이 얼마 되지 않아 모두가 더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최소한 진실을 은폐한다는 불신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감염자들은 격리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자유를 억압당할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비밀유지의무를 엄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감염자들은 다시는 사회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발에 불이 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는 더 큰것일 가능성도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만 입을 닫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씽크홀 사고만 아니었으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공창섭은 비록 좀비로 각성은 했겠지만, 그래도 그런 방법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비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감 때문에 현장에 나오지만 않았어도 비참한 운명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30년 이상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사람으로서, 생의 마지막을 총격을 당해 끝내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동료들은 두고두고 가슴아파했다.

박민철은 더 원통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공창섭을 조금이나마 붙들고 지체시킨 덕에

여러 명의 생명을 지켰고, 후일 의사자로 지정되었다.


대응팀은 사실 공창섭이 출동한 씽크홀 현장보다 김병국 대원 쪽으로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였다.

그쪽은 쓰촨성에 들렀던 대원이 네 명이나 있었고, 정확히 감염자가 누구누구이며, 몇 명이나 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공창섭의 사고가 발생한 씽크홀의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김병국을 포함한 네 명은 테헤란로 빌딩공사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있었다.

오전부터 내내 두통과 발열, 그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는 김병국을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김병국은 자신에게 예외를 두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힘든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테헤란로의 사고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뿌리던 비 때문에 공사 중단도 생각했지만, 아침 9시가 넘어가면서 비가 그치는 바람에 다시 공사를 재개한 것이 화근이었다.

비계에 올라가있던 인부들이 연달아 미끄러지면서 부실했던 비계가 균형을 잃었고,

비계위에 올려져있던 대리석 일부가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비계가 높은 곳에 있지 않아 바로 밑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두 명이나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병원도 가까운 곳에 많은 편이었고,

들것만 두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앰뷸런스에 환자를 무사히 내려놓으면, 손쉽게 끝날 상황이라 구조대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환자들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앰뷸런스에는 김병국과 함께 양치섭이 동행하기로 했다.

가까운 병원으로 앰뷸런스가 출발한 지, 단 5분 만에 사고현장으로 대응팀이 도착했다.

남아서 사고현장을 수습하던 대원 두 명은 손쉽게 확보했지만,

다른 두 명을 확보하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조금만 빨리 연락을 받았으면 아마 김병국조가 출발하기도 전에 손쉽게 그들 모두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응팀이 탄 검정색 SUV카 2대는 차를 돌려 급히 앰뷸런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앰뷸런스를 몰고 있는 구급대원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사람 모두 받지 않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둘 중 어느 누구라도 반드시 연락이 되었어야 정상이었다.

비상등을 켜고 전속력으로 질주를 시작한 지, 10분도 안되어서 왜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앰뷸런스는 길가에 연기를 피우며 전복되어 있었다.

주행 도중에 차안에서 상당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따라 스키드 마크가 어지럽게 나 있었고,

주변에는 앰뷸런스에 추돌되거나 접촉한 차량들이 테헤란로를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채, 멈춰 있었다.

앰뷸런스도 여기저기 벽에 부딪혔는지 차체가 많이 망가져 있었다.


707 특임대가 하차하여 앰뷸런스를 둘러싸고 작전을 시작할 때쯤,

급히 달려온 패트롤카들이 현장을 에워싸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양쪽 방향 8차선 모두 차량이 정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퇴근시간이 시작될 무렵의 차로는 급격히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이어마이크에서는 되도록 사살은 피하고 체포가 어려우면 다리를 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특임대원들이 서서히 접근하여 뒷문을 열었을 때, 사태가 이미 끝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좀비로 각성한 김병국은 바로 앞에 앉아있던 양치섭을 먼저 물었고, 뒤이어서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 2명을 차례로 공격한 것이 분명했다.

경동맥이 잘려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는 양치섭과 들것에 누운 채로 공격을 받아 신음을 토해내는 환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그 끔찍한 상황이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는 바람에 앞자리에 타고 앰뷸런스를 운전하던 구급대원 2명도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 상황파악이 빨리 되어 차를 급히 갓길로 대고, 탈출했다면 두 명 모두 안전하게 빠져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병국이 급작스럽게 운전석 쪽으로 돌진 해와 운전하던 대원을 물어뜯고 나서야,

조수석의 대원이 위기를 느끼면서 몸을 피해야겠다는 본능이 발동한 것 같았다.


운전을 맡은 대원은 생사가 불분명했고, 조수석의 대원은 차가 심하게 요동을 치는 가운데에서도,

공포심으로 인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피하려다 차가 전복되면서 경추에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은 습격자가 된 김병국이 차체에 몸이 끼이면서 목이 부러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좀비로 각성한 습격자 중에서 타인의 공격 없이 사고만으로 목숨을 잃은 첫 번째 케이스였다.


윤동일 총리는 총리실에 긴급으로 꾸려진 대응본부에서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인명손실이 크다는 것에 커다란 허망함을 느꼈다.

감염자들에 철저한 격리와 출동한 대응팀의 감염여부 확인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다음,

덤덤히 보좌관에게 브리핑 준비를 시켰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분명 급성 전염병으로 인해 감염자가 통제력을 잃고 공격성이 극대화되면서 타인을 공격하고,

다시 그 과정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경로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이러스와 세균에 비전문가인 자신이 보더라도 확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국내에서 벌어진 두 건의 충격적인 사고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비하면,

시작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무거운 예감이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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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0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4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6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 적자생존(9) 18.05.10 958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3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6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3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4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6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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