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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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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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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817

작성
18.04.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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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좀비가 손을 물었다(1)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좀비가 손을 물었다.


이번이 세 번째.

이제 좀비에게 손을 물렸다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

그것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위해 마지막 미션이 어깨에 걸려있다.

내가 여기서 답을 찾지 않으면 이 세상은 좀비가 주인이 될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핵폭탄 앞에서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연결선을 잘라야 할지 몰라 온 몸의 땀구멍이 다 열린 느낌.


연구소 정문 앞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던 그린베레 병사들은 이미 전멸했을 것이다.

정문을 통과한 강화된 좀비 수천마리가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철판을 긁어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예전에 학습된 기억으로 강철문 하나에 타격을 집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문이 열린다면, 인류는 모든 희망을 잃을 것이다.

내가 먼저 성공한다면, 자신들이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좀비들은 더 거세게 문에 부딪쳐왔다.


문 안쪽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관총을 거치하고 기다리는 병사들의 다문 입속에서 얕은 신음소리가 들린다.

나보다 열배는 더 강인한 그들이 대신 공포를 겪는 동안 나는 무서움 따위는 던져 버린 채, 마지막 실험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 공포에 다소 무디어져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직도 첫 번째 물렸을 때의 충격과 공포는 여전히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과연 내가 살아남는다 해도 평생 그것을 잊을 수나 있을까?



2년 전, 그 날.


“자, 다시 하나 둘 셋에 고리를 채우겠습니다.”

좀비는 특수 결박장치에 의해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채로 실험실에 이송되어 왔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본부에서도 가장 삼엄한 통제구역에 있는 지하 5층의 실험실.

미국내에서 유일하게 생물안전등급 4등급에 해당하는 가장 밀폐된 공간이다.

들어올 때에는 반드시 방역복을 입어야 하고 나갈 때에도 에어샤워를 해야만 하는 곳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천연두 균처럼 가장 위험하고 전파력이 강한 A급 생물학적 무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실험실에 좀비가 사로잡힌 채로 왔다.


이 좀비에게서 최대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

좀비를 만드는 바이러스는 무엇인지, 그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확률이 희박하겠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만들 수는 있는지.

진짜 좀비가 있었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지만, 그 좀비를 연구하는 현장에 발탁되어 온 것도 아직 믿을 수 없는 꿈같다.


이 살아있는 시체를 놓고 도대체 어떤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를 초청한 질병통제센터와 세계보건기구의 대응팀도 아무런 지침을 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이 만화 같은 현실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 말해주었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여기까지 급히 불려왔을 때는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뜻.


이제 부패가 이미 시작된 몸에서 일부를 떼어내 조직검사도 해봐야 되고,

혈액채취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혈청검사도 시도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바이러스를 찾아 유전자 코딩을 통해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을 펼쳐야 한다.

막막하지만, 진짜 뭔가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좀비도 사람의 형태이기 때문에 실험실의 베드에 반듯이 눕혀야 관찰을 할 수 있는 것.

원래의 결박장치를 풀면서 베드의 특수 플라스틱 잠금장치로 다시 결박해야 한다.

좀비에게 채워진 수갑은 강철 제품이라 자기공명영상도 촬영할 수 없고, 다른 검사에 어떤 오작동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좀비를 이송해온 건장한 두 무장특전대원 미키와 오닐이 그 일을 맡았다.

갖은 험지에서 온갖 위험한 상황을 돌파하고 작전을 수행했던 씰6 팀이지만, 좀비를 상대로 싸워본 적은 없을 것이다.

둘 모두 굳은 표정과 팔의 아주 작은 떨림을 볼 때, 바짝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태연하려고 애쓸 수 있는 것은 좀비에게 다량 투여했다는 마취제 졸레틸을 믿기 때문일까?

내가 전에 영화에서 알았던 상식으로는 좀비는 순환계가 정지되어서 졸레틸이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지 못할 텐데...

그런데 왜 이 좀비는 아직 혈색이 남아 있는 것일까?


두 덩치가 조금의 틈도 두지 않고, 좀비의 팔을 붙잡고 수갑에서 잠금장치로 옮겨 락 버튼을 누르면서 오른손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이제 왼손이 남았다.


“하나 둘...” 그러나 셋을 미처 말하기 전에 좀비는 눈을 번쩍 떴다.

“어!”

동시에 놀람의 탄성을 지른 연구원들의 반응과 동시에 좀비는 아직 매여 있지 않은 왼손을 휘둘러 두 특전대원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고 고개를 돌려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흰창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검붉어진 충혈된 눈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상반신을 일으켜, 제일 가까이에 있던 내 오른 팔을 잡아당겼다.

그 다음 순식간에 내 손을 물고 말았다.


일순간 모든 것은 정지했고, 그 다음부터 모든 일이 슬로우 모션으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다.

“좀비에게 물리다니...”

아픔도 느낄 수 없었고, 그대로 얼어붙어버린 나는 핏줄기가 솟구치는 손을 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찰나의 순간에 아내와 아들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들 니콜라스는 아버지를 좀비로 기억할까?

아니, 아내 미리엄은 니콜라스에게 아버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내 혈관에 좀비의 바이러스가 밀려들어올 것이고, 나의 신체는 순식간에 의지를 잃고 바이러스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그리고 몇 초 안에 내 원래의 존재를 잊고 그저 좀비가 될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삶을 포기해버렸다. 가족도, 과학자로서의 꿈도...


“퍽”

자신을 디즈니의 미키라고 소개했던 특전대원이 빠른 반사신경을 이용해서 돌격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내 손을 물고 있는 좀비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내 손은 덕분에 풀려났지만, 난 여전히 몸이 굳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멋지게 몸을 움직여 그 순간을 벗어나는 것은 제임스 본드나 가능한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눈앞으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고도 핸들을 순간적으로 꺾기 어렵다.

그리고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지금의 나처럼.


머리를 얻어맞고 허리가 뒤로 반쯤 꺾인 좀비가 활처럼 반동하며 다시 몸을 일으켰고, 뒤이은 미키의 손 빠른 연발사격에 머리가 터져 나갔다.

역시 가까이에 있던 내 얼굴에 좀비의 피와 뇌수가 잔뜩 튄 순간까지도 나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주변에 있던 연구원들.

긴장하고 있던 연구원들의 눈동자가 고글 속에서 점점 커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좀비가 등장한 영화와 드라마를 잔뜩 봤기 때문일까?

그 다음 일들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도망가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물리면서 나도 좀비가 된다’


그 번개 같은 일들이 일어난 지 1~2초 만에 모두 경악한 얼굴로 황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머리가 박살나 위험하지 않게 된 좀비가 아니라 나에게 총구를 겨눈 채,

동료 특전대원 오닐과 뒷걸음으로 빠르게 연구실을 빠져 나가는 미키를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들을 최대한 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선택이었다.


문이 닫히고 밖에서 잠금장치를 작동한 다음에야 연구원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와 국제백신연구소에서 거의 매일 늦은 밤까지 일에 몰두했던 한명식 박사,

특별히 나와 한박사를 지명해서 이 어려운 일에 동참하기를 원했던 질병통제본부의 백신연구책임자 도노반,

그리고 그의 동료이자 베테랑 연구원들인 시저와 맥기.

또, 세계보건기구에서 파견나온 역학조사관이자 기초의학자인 카를로스.


그들은 생존자이고, 나는 인류와 좀비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어이없게 제일 먼저 좀비가 된 첫 번째 희생자였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작가의말

좀비는 과연 죽었다 살아나서, 또는 무덤에서 살아 나와서,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언데드일까요?

대부분의 좀비 관련 작품들은 이 컨셉을 그대로 지향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좀비를 풀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 작품에서 보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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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0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0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2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3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8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8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6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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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5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0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2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3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78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09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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