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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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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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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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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산자와 죽은 자(9)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두 번째 휴식은 30분이나 이어졌다.

참석자들도 지쳤고, 첫 번째 세션이 끝날 때쯤 일어났던 케냐 사태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 확인과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마다가스카르의 위치는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자리였다.

케냐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비록 해외 도피 중이었지만, 마다가스카르의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사망했다.

그리고 좀비감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고한 국민이 200여명이상이나 희생되었다.

무엇보다 민간 항공기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라는 것이 풀기 힘든 매듭을 만들은 것이다.


케냐의 선제공격은 남아프리카 다른 국가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마다가스카르를 마주보고 있는 모잠비크와 탄자니아도 국교 단절과 교역 금지를 선언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한술 더 떠서 소말리아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와의 왕래도 금지시켰다.

더군다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보부는 소말리아인들이 이미 남수단과 우간다에까지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모함메드의 심복이었던 부커가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기 위해서 보냈던 부하들을 통해 감염이 침투한 것이었다.

결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다른 어느 나라와도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통행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모든 항공기, 선박, 차량을 이용한 외국과의 통행수단 모두가 금지되었다.

여기까지는 국민들을 위해서 최고 수준의 방역을 실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이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관광이나 사업상의 목적으로 와있는 선진국의 국민들을 억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국 항공기를 이용한 출국의 경우에만 공항 출입을 허용해주었다.

물론 직항일 경우이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방콕을 경유하는 노선은 사용할 수 없었다.

최초의 좀비출현국인 중국이나 중국과 인접한 나라를 거치는 것은 불안했던 것이다.


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중국 경유노선 금지 조치에 대해 당연히 반발한 나라는 중국이었고,

회의장에 와있던 시진핑 주석의 고함소리가 휴식시간 내 간간이 들려왔다.

중국인들은 직항노선을 이용한다고 해도 자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요하네스버그의 국제공항에는 삿대질을 하며 중국어로 고함을 치면서 항의하는 중국인들로 인해 공항 관계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항경비대 병력이 증원되었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경직시키면서 갈등을 높일 뿐이었다.


시진핑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늘 강조해왔고,

자신이 부주석으로 있었던 2010년에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양국 간의 협조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좀비 바이러스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공포가 이 협력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아니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시키고 있었다.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에게 경계명령을 내리는 것 까지는 사실 위험하다기보다 국가원수로서 당연한 조치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난 시진핑이 통화하는 주요 상대는 심양군구 제2포병대의 51기지 사령관이었다.

핵무기를 보유한 곳이었다.


러일전쟁 때, 제물포해전에서 최후를 맞았던 러시아의 순양함 바랴그를 사들여서 무려 4년 만에 자국 영토로 예인해서 만든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에게 출동명령이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에 반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투력은 세계 30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상위 강대국들 빼고는 다 고만고만한 수준일 뿐이다.

정규군 병력인 3만 5천이 채 안되고, 미사일 고속정 3척에 전투기 110여대 가지고는 중국과 본격적인 전쟁에 들어가면 한나절이나 버틸까 싶었다.

랴오닝함에 싣고 가는 J-20 스텔스기 2개 편대만 떠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수도 케이프타운까지 제공권을 잃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제일 속을 끓이는 나라는 바로 스와질란드였다.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정도로 목가적인 자연을 가진 나라 스와질란드.

위치는 마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문간방 같은 느낌을 정도로 국경 안으로 살짝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몇 개월 전 스와질란드는 에스와티니 왕국으로 국명을 바꾸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아랑곳 하지 않고 스와질란드라고 부른다.

설탕 수출 외에는 주로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이 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녀 모두 60세 미만이다.

성인의 약 40%가 에이즈 환자인 탓이다.

특별히 성적으로 문란한 나라라기보다 대단히 잘못된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스와질란드에서는 기혼, 미혼을 가리지 않고 여성들은 어떠한 남성의 성적 요구도 거절할 수가 없다.

길가다가 처음 만난 남성한테 성관계 요구를 받아도 응해야 한다.

거절하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잘못된 풍습 때문에 에이즈가 활개를 치는 것이다.

원래 에이즈는 감염자인 이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에 감염률이 0.1~1% 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나 오염된 주사기를 돌려가며 마약을 사용하다 걸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워낙 구별 없이 성관계의 틀을 지키지 못하는 스와질란드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엄마의 뱃속에서 에이즈에 감염되는 수직감염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다.


그런데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어려운 살림 때문에라도 스와질란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금지된 영화나 카지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스와질란드로 와서 풀어놓는 것이다.

그래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이번에 내린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금수조치에 스와질란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스와질란드로는 미래를 볼 때도 위험한 결정이었다.

관광이 주 수입원인 나라가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모순인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왕래를 금지한 나라의 명단에 스와질란드를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물론 스와질란드 측에 아무런 상의도 없었음은 물론이고.

처음 예비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스와질란드의 높은 에이즈 감염률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보통 한 가지의 바이러스 감염에 시달리는 감염자들에게는 추가적인 다른 바이러스 감염이 잘 일어나기 어렵지만, 합리적인 판단만을 하는 것이 정치는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제 스와질란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셈이 되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외국인 입국을 불허하면 고립된 경제는 몰락할 것이고,

출입국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의 관계는 그날로 끝이 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약소국의 서러움은 이렇게 출구가 없을 때가 많다.

갑자기 좀비국가로 전락해버린 마다가스카르가 생산한 바닐라에 대해서 코카콜라가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이 난국은 더 깊어졌다.

카타르가 석유를 팔 수 없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세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장내는 군데군데 모여서 격론을 펼치는 각국 정상들로 인해 정리가 잘되지 않았다.

이슬람계 이민자들과 멕시코 불법 입국자들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던 트럼프의 반응이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앞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좀비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직접 본 메르켈 총리의 고민은 더 깊고도 남을 것이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책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난민 수용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아 결국 연간 20만 명 이하로 제한했지만,

이번에 발생한 난민촌의 좀비습격 사건은 의회를 한동안 들었다 놨다 할 만큼의 복잡한 과제였다.

여기에 난민들이 미처 데려오지 못한 가족들을 월 1천명의 수준에서 수용하겠다고 한 약속도 당장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세 번째 세션의 첫 번째 질문자는 스페인 보건복지부 신임 장관인 알리씨아였다.

“좀비바이러스에 양성으로 판정된 사람은 어떻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가요? 좀비로 각성할 때까지는 3일이 걸린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언제 각성할지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억류할 수 있나요? 만약 그중에서 먼저 좀비로 각성하는 사람이 발생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감금당한 상태에서 치명적인 공격에 노출될 텐데, 그것을 알면서도 같이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예상했던 질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어젯밤을 뜬눈으로 새도록 만든 가장 난제 중 하나였다.


스페인도 사실 이 감염에 대해 민감할 것이라는 정보를 카를로스가 브리핑 전에 얘기해주었다.

중세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중의 하나였다.

14세기 때 뿐만이 아니라 16세기 말에도 북부를 휩쓴 흑사병으로 50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고, 17세기의 유행 때는 무려 100만 명이 사망했다.

1차 대전에서 적국의 총칼에 죽은 사람보다 독감에 걸려 죽은 병사들이 더 많았는데, 그 독감의 이름도 최초 발생지의 이름을 따서 스페인독감이라고 명명되었다.

그러니 대규모 전염병에 대해 스페인은 항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나라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좀비감염이 스페인에 닥쳐온다면 타격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지금까지는 초기의 출현국 들에서 감염자로 분류된 사람들의 처리에 대해서 그리 난감해 하지는 않을 정도로 소수만의 문제였다.

특히 일본이나 캐나다, 한국은 감염자가 10~40여명이었기 때문에 모두 격리수용을 원칙으로 하여 감염자간의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 운남성의 경우는 예외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모든 유무선 인터넷 회선마저 단절되어 버렸기 때문에 운남성의 시민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는 이 자리에 와있는 가오푸 장관이나 시진핑 주석도 정확히는 모를 것이다.


“예상하셨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인 펜더믹으로 분류되는 전염병이 여러 나라들에 닥쳤을 때에도 이 고민은 분명히 존재했으니까요. 비교적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나라들에서도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음압병실 같은 것도 한 병원에 하나를 운영하기에도 예산이 벅차니까요.

그래서 만약 감염자가 예상보다 많아진다면 그 나라의 경제수준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특별한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병원들은 입원환자를 전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후에 좀비바이러스 감염자만 격리 입원시켜야 할 수도 있고, 나중에는 감염자를 수용하기 위해 교도소를 비워야 되는 최후의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감염자간의 접촉은 엄격히 금지해야겠죠.“


알리씨아는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바로 연결되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 질문은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 아팠다.

“그럼 최고 3일이 지나 감염자가 각성하게 되면 좀비가 될 텐데, 그 때는 어떻게 하나요? 박사님께서는 좀비의 수명이 약 1주일 정도라고 하셨는데 그동안 계속 같은 병실이나 독방에 가둬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강제로 끌어내서 좀비끼리 모아놓아야 할까요?

만약 좀비로 각성하게 되면, 좀비는 서로 공격하거나 하는 일은 없나요? 이런 문제가 사실 우리가 오늘 답을 갖고 가야 하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백 번 옳은 얘기이다. 지금까지는 좀비를 난치성 질환자로 다뤄놓고 정작 치료가 안 되니 모아놓고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는 감염자를 병실에 격리시킨다고 해도 현재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호나 간병 실시는 어림도 없다.

아마 감염자는 각성될 때까지 강력한 억제대에 묶여 있어야 할 것이고, 스스로 음식을 먹게 할 정도로 자유를 줄 수도 없을 것이다.


몸에서 발생하는 고열로 인해 수분공급은 충분히 주어져야 하지만, 누가 그것을 감당하겠는가? 스스로 먹을 수 없다면 정맥을 통해서 고영양수액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각성 후에 하루라도 더 오랫동안 좀비로 남아 있는 것을 면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그것도 허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이 자리에서 증발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가 답을 피한다면, 누가 그 짐을 짊어질 것인가?

나는 알리씨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천천히 입을 떼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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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산자와 죽은 자(14) 18.05.18 843 24 11쪽
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0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4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7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6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3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5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0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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