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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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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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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
글자수 :
316,817

작성
18.05.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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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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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좀비가 손을 물었다(7)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내가 이미 사살된 좀비들과 다른 점은 있을까?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아니, 단지 잠복기가 차이가 날 뿐이지 나도 결국 좀비로 변성되는가?

이에 대한 끝없는 질문들에 대해서 스스로 답하기 위해서,

나는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힐 때 사용됐던 방법을 채택했다.

어떤 여유도 없는 상황이라면 이미 확인된 방법을 쓰는 것이 상수였다.


1918년, 전 세계 사람들이 유럽에 집중해서 모이는 역사상 첫 번째의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1차 세계대전.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까지 거의 전 대륙에서 사람들은 싸우기 위해서 몰려왔다.

적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서 참호를 파는 기술이 보편화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 젖은 흙더미 속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면서 시달려야 했다.

그들에게 유행된 스페인독감은 살아남은 자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도 계속되었다.

결국 5천만 명이 희생되면서 세계 역사상 최대의 전염병이 된 스페인 독감.


후세들은 그 독감의 정체를 밝히고자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숙주와 운명을 함께 하는 법.

이미 매장된 지, 수십 년이 넘어 흙으로 변한 유해에 바이러스가 온전히 남아있을 리 없었다.

결국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전체 마을 사람의 80%가 스페인독감으로 전멸한 곳.

알래스카의 동토에 죽은 모습 그대로 매장된 여인의 시신이 발굴되었고,

그 시신에 보존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로부터 바이러스를 부활시켰다.


오로지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 유전자인 핵산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숙주의 유전자에 끼워 넣어 다시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게 했고,

그 결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H1N1 바이러스가 알려졌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자 구조가 아주 비슷하다는 것도 충격이었음은 물론이다.


이 연구는 내가 일했던 질병통제본부에서 주도했다.

나는 그 과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여건만 된다면 혼자서 그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좀비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중합효소 연쇄반응에 의해서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고,

살아있는 그대로 바이러스를 복원할 수 있다.

내가 제일 먼저 밝혀내고 싶은 것은 그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에 감염될 수 있는지 였다.

그리고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바이러스가 숙주조종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리고...

정말 정말 가능하다면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간이 키트라도 만들어보고 싶고,

하늘이 허락한다면 백신이던지, 항바이러스이던지 간에 그 바이러스와 싸워보고 싶었다.

내 운명이라면...

그 일을 위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나에게 좀비바이러스가 감염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아직 아무 증상도 없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은 있지만,

내 앞에서 두 번째 죽은 좀비처럼 일순간에 눈동자가 충혈되며 자아를 잃을지 모른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좀비에게 물린 지 이틀이 지난 내 혈액에서는

더 이상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물린 그 즉시 채혈했을 때는 전자현미경에서 바이러스를 찾았다.

하지만, 이틀 후인 지금은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감염되지 못한다면 증식이 불가능하고,

면역세포의 밥이 될 뿐이다.


앞서 죽은 두 좀비에게서 채혈된 혈액과 조직에서는 바이러스가 다량 검출되었다.

비록 숙주가 죽어버린 지금은 더 이상 증식이 불가능하지만,

별도의 유전자 증폭 과정 없이도 실험에 사용될 만큼의 충분한 양은 확보되었다.

바이러스를 좀비의 조직과 별도로 접촉시켰을 때에도 감염은 가능했다.

그러나 내 조직세포에는 감염이 성공하지 못했다.


1차 결론은 나는 좀비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만약 차이가 있다면 이것은 인류가 좀비 때문에 멸절하지는 않는다는 희망이 된다.

그리고 거꾸로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연구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한박사와 도노반에게 이 상황은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꼬박 3일이 되도록 잠을 못 이룬 나는 피로 때문에도 눈이 충혈되기 시작했다.

이제 미리엄과 니콜라스에게 무사하다고 연락도 해야 하고,

잠도 좀 자야 한다.

아울러 이 연구를 같이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미안하지만, 그 사람들은 밖에서 나와 함께 잠을 못 이룬 사람들이어야 한다.


내가 좀비가 당장 되지 않았고,

내 혈액과 조직이 중요한 연구재료가 되겠지만,

시간은 그리 없을 것이다.

만약 감염후에 좀비로 변성되기까지 잠복기가 길다면,

이미 바이러스는 처음 좀비가 발견된 운남성의 통제선을 한참 전에 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염려가 이미 사실이 되었음도 5시간의 단잠후에 알게 되었다.


좀비바이러스는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지 못한 93% 이상의 개들 중에는

당연히 주인 없이 떠도는 유기견도 있었고,

그 유기견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간숙주였다.


좀비바이러스는 유기견안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광견병 바이러스인 리사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전에 없던 능력을 하나 가졌다.

바로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광견병 바이러스와 좀비바이러스 둘 다 가진 유기견에 물린 사람들이 첫 번째 희생자들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좀비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직접 감염될 수 없는 바이러스 였던 것이다.

오랜기간 서로간에 적응하지 못한 숙주와 기생체는 부적합한 관계에 놓인다.

뛰어난 면역능력을 가진 숙주에게 기생체는 감염대신 죽음의 길로 가야하고,

반면에 감염이 된 후에 너무 숙주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면 숙주가 남아나지 않는다.


좀비바이러스는 적응력이 무척 뛰어난 바이러스였다.

첫 번째로 적응한 중간숙주인 개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는 며칠 동안 그저 몸살 같은 발열과 근육통만 겪었다.

식은 땀을 흘리며 며칠 식욕을 잃고 체중은 좀 줄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감염되게 되면 완전히 다른 적응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좀비바이러스를 가진 개에게 물리거나,

아니면 좀비에게 직접 물린 사람들이 전부 좀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좀비로 부활하기보다 그냥 생명이 끊어졌다.

그 중에서 비교적 적은 상처를 입고 생명력이 강한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좀비로 변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교적 젊고 튼튼한 사람들이 좀비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화나 소설처럼 아기 좀비가 돌아다니고,

무덤에서 돌아온 할아버지 좀비를 피해 도망 다닐 확률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도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많은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는 숙주를 고르는 편이

생산력 있게 자신들의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달게 자다 말고 무의식적인 의무감에 놀라듯이 풀쩍 일어나기까지의

다섯 시간 동안 인류가 알아낸 것은 이정도로 많았다.

듣기로는 세계보건기구의 역학조사관이 총동원되었다고 했다.


“좀 어떤가?”

내 팔에는 예상대로 영양수액제 링거바늘이 꽂혀 있었다.

질병통제센터의 의무실일 것이다.

연구 도중에 날 밤을 새다 과로나 영양실조로 쓰러지게 되면 올 수 있는 곳.

하지만 평소에는 그럴 정도로 무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의무실이 많이 바빠질 것이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분주해야 할 곳이 여기 일테니.


“온몸을 몽둥이로 맞은 것 같은데, 혹시???”

“이 친구, 아직 농담할 여유가 남았나 본데.”

한박사의 충혈된 눈을 보니, 이제 그가 쉴 때가 되었다.


“어디까지 알아냈나? 바이러스 항체는 찾았고?”

“물론... 찾았지”

“그럼, 감염여부를 알 수 있는 키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

“가능해, 그런데 자네도 잘 알다시피 그렇게 쉽게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시간이 없을 텐데.”

“자네 마음도 급하겠지만, 바깥 상황이 그렇게 쉽진 않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좀비사태가 확산되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우리가 알기 전에 이 사건은 이미 통제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물론 적중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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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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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5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0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2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3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78 48 10쪽
»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0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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