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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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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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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산자와 죽은 자(13)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메르켈 총리의 손이 조용히 올라갔다.

아마 이 회의의 마지막 질문자가 될 것이다.

처음 예상으로는 7~8시간도 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좀비에 대한 판단이 단순히 퇴치해야 될 괴물이라는 예상에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로 전환되어 가자,

수많은 질문이 수그러든 것 같았다.

아마 푸틴이나 시리아의 바사르 알 아사드는 이 회의에서 공식적인 좀비 퇴치에 대한 면죄부를 기대하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면 문제를 제거한다는 식의 논리가 오히려 꽉 막혀 버린 것이다.

감염되지 않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좀비와 감염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는 구실조차 없어진 것이다.


“감식 키트는 언제쯤 보급될 예정입니까? 그리고 우선적으로 그 키트를 사용해야 할 사람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또, 모든 나라가 인구에 비례하여 키트를 보급 받게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특별한 순위를 판단하는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까?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질문한 메르켈 총리는 나와 첸 총장, 그리고 카를로스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우리 셋과 메르켈 총리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비밀로 삼기로 약속하면서 어제 미리 이 질문에 대해 조율을 끝냈다.

그런데 역시 정치인은 정치인인지 우리가 약속했던 문구의 범위보다 조금 더 촘촘해진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해서 제가 대신 대답해도 되겠습니까?”

첸 총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내가 대답하기로 했지만, 질문의 내용이 좀 바뀌자 첸 총장이 구원투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총장님. 준비하신 답을 들어볼까요?”

활짝 웃으면서 양손을 펴보이는 메르켈 총리의 머릿속에는 어떤 말이 담겨 있을까?

어제 약속한 거하고 다르지 않습니까라는 얘기를 절대 하지 못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지금 말씀드리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저희 WHO가 준비한 모범답안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발표안에 대해서 여기 계신 각국 대표들께서 논의를 통해 수정안을 도출하고 합의까지 해주시는 것이 필수입니다. 일단 1차 보급량은 약 1천만 개 정도입니다. 전 세계 국가가 약 200개 정도 되니, 한 국가 당 5만개씩 나누면 쉽겠지만, 공식인구만 13~14억인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도 있고, 전체 인구가 2~3만에 이르는 팔라우, 모나코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인구밀도로 나눠야 할까요? 그것도 실효성은 떨어질 것입니다.

현재 특별한 통제 장치 없이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되어가는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같은 곳에는 전체 천만 명의 인구에게 다 쓰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천만 개를 만들자마자 한 곳에 쓸 수도 없고, 모가디슈 말고도 시에라리온이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곳도 만들어지는 족족 투입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아마 마다가스카르처럼 섬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 나라로도 피신이 불가능한 나라들은 고립되어 있을수록 확산속도가 빠르다고 봐야 합니다“


첸의 이 섬에 대한 언급은 영국이나 일본, 필리핀에 대한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

아베는 첸의 말을 못들은 척 하고 있었지만, 다리를 떨고 있는 것을 보니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머릿속으로 무엇인가 계속 정리하고 있는 필리핀의 두테르테에게도 역시 그 말은 날아온 돌 만큼이나 아팠을 것이다.

“어차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중국의 운남성은 최초의 좀비 출현지로서 마다가스카르 못지않게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운남성에서도 시시각각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출구를 찾아주지 않으면 5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그 넓은 땅이 다 묘지가 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시진핑은 양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대책을 가진 것도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로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로 빠져나간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 세 나라에는 키트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까요? 이 정보는 알게 모르게 SNS를 타고 모두에게 점점 더 살이 붙은 소문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베트남행 관광객이 예약을 95%나 취소한 것은 사스 때 이후 처음일 것입니다.

또, 여러 사람들이 짐작했지만 운남성은 인도와도 거의 접경지역이라고 봐야 합니다. 인도로 감염이 이어졌을 경우는 정말 끔찍한 결과가 나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첸 총장의 절실한 얘기가 이어지는 중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고개를 들어 시진핑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뜨거운 눈빛을 느낀 시진핑이 고개를 돌려 모디 총리와 눈이 마주쳤지만, 모디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왜 인도에게 위험을 주고도 아무 대책이 없느냐는 무언의 질책일 것이다.


이 회의에 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모디는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계속 중국에 요구했지만, 시진핑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것이다.

모든 인도인이 사랑하는 총리 모디는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일구고 있었고, 그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인도를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이끌겠다고 발표한 장담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국민들은 신뢰하고 있었다.

13억 국민들이 신뢰하는 나라의 총리를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모디 말고도 시진핑을 노려보는 또 하나의 눈길이 있었다.

아베총리였다. 일본은 인도의 가능성을 믿고 1,300개의 기업을 진출시켰다.

아차하면 중국의 실책으로 인해 투자한 5조원을 날리는 것은 물론, 기업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 사태 종료 후에 중국은 각 나라에 천문학적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평생 집권을 목표로 한 시진핑의 리더십은 갑작스런 위기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데릭의 경우는 예외라면 예외에 속한다고 후일 만들어진 종합보고서에 기록되었다.

보통 좀비에게 물린 지 3일이면 각성하기 마련인데, 그 후에도 상당 시간을 자신의 의식을 갖고 버틴 것이다.

로저스 센터에서 숀과 다니엘 부부의 비극적 참사가 있은 후에 데릭은 자신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상처를 비눗물로 잘 씻은 다음, 직접 자신의 상처를 봉합했다.


데릭의 가장 큰 취미는 새로운 나라로의 여행이었다.

몇 년 전 그 새로운 여행지로 아시아의 요충지에 있다는 한국을 골랐을 때는 신기한 나라를 방문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

일본과 공동이었긴 하지만 월드컵도 개최한 나라.

그리고 아직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경제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나라.

또 유럽 음악 콩쿠르를 휩쓴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의 음악교육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취재를 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2주일간의 여행에서 데릭은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자신이 캐나다에만 있을 때는 영어를 잘 못하는 타국가 사람들을 내심 경멸했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것을 보고 실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 후 2주 동안 데릭은 한국의 문화, 관광지, 그리고 음식에 푹 빠져 살았다.


그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데릭은 젓가락을 쓰는 법을 배웠다.

다른 외국인들은 며칠씩 배워도 서투르다던데, 자신은 몇 번 만에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손재주가 뛰어난 편이라는 것이었다.

데릭은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서 동물을 치료하는 능력도 좋았기에 손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데릭은 스스로 자신의 작지 않은 상처를 봉합하는 것도 자신이 있었고, 다니엘에게 물린 사람을 경찰특공대장이 찾을 때도 앞으로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은 것이다.

이런 것들이 결국 로저스 센터에서 감염이 새어나간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데릭은 로저스 센터에서 돌아온 지 3일째 되던 날, 두 건의 사고를 냈다.

애견을 데리고 온 손님들을 차례로 공격한 것이다.

더욱이 첫 손님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처음 사고를 수습하던 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두 번째 손님은 지역경찰 한나였다.

뭐라고 설명도 하기에 총을 뽑아 든 그녀를 데릭은 또 엉겁결에 물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행동에 도리어 소스라치게 놀란 데릭은 이 일들을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짐을 챙겨 캐나다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 날, 데릭에게 기습을 받은 여경 한나는 죽지 않았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했다.

로저스 센터에서 있었던 사고를 알고 있던 한나는 만일 자신이 데릭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하면, 자신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격리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데릭이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었다고 했고,

그녀의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올리비아도 그녀의 잘못된 진술을 도와주면서 상처까지 말끔히 치료해주면서 의사로서의 윤리를 어겼다.


한나는 3일 후에 각성했고, 그녀의 가족들과 올리비아. 그리고 주변 이웃들을 습격했다.

결국 여러 날이 지나, 습격사건이 늘어나면서 지역에 비상령이 발동되었다.

긴급 출동한 토론토 시경찰이 지역을 통제하고 감염자들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총기발사를 되도록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섞여 있는 습격자들은 총기 외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기마경찰대가 출동했음에도 사태는 진정국면을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으로 정규군이 동원되어서야 사태는 매듭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날 전에 데릭은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뉴욕주로 넘어간 뒤였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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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산자와 죽은 자(14) 18.05.18 844 24 11쪽
»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1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4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6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8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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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3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7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3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4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6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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