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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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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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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경계(1)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드블라지오는 요즘 심기가 꽤 불편해졌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신문은 보수 쪽이라 자신을 비판해도 그런가 싶었는데, 진보신문의 대표 주자인 뉴욕 타임스에서 정통 민주당원인 자신을 대놓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는 것이 못내 기분을 안 좋게 했다.

재선 뉴욕 시장 드블라지오는 매년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려 3억 6,4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서 뉴욕에 있는 11개의 호텔을 매입한 다음 노숙자 셸터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뉴욕 타임스의 네이선이 1면에 자신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실은 것이다.


물론 네이선이 아무리 열심히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도 1면에 톱기사로 실렸다는 것은 데스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치의 신이 만들더라도 정책이 완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뉴욕 시장이 된 이후, 뉴욕의 노숙자들을 위해 쓴 돈은 존중받아도 될 만큼 큰 것이었다.

홈리스서비국 예산을 무려 9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크게 배정했고, 새로 직원을 200여명이나 신규 채용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바쁜 뉴욕시경의 아웃리치 전담반에도 과감한 충원을 해줌으로써 노숙자들을 거리에서 잠들지 않도록 친절하게 셸터로 데려다주는 일을 대폭 늘렸던 것이다.


하지만 딘 바케이 편집국장은 그의 글 잘 쓰는 베테랑 기자들을 통해 줄곧 자신의 정책이 예산낭비라고 꼬집었던 것이다.

노숙자 셸터를 호텔에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추진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무산되기 일쑤였지만, 이번에 과감히 TV를 통해 정견발표 하듯이 공표를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에 대하여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는 못해줄망정, 네이선을 시켜 자신의 안면에 강스트레이트를 날린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예산을 써도 뉴욕시의 노숙자가 8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다른 도시에 비해 가파르게 늘어나기만 할 뿐이라는 친절하고 상세한 해석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누가 뉴욕에 왜 홈리스가 늘어나는 지 정말 몰라서 방치하는 것인가?

드블라지오의 이번 결정은 측근들의 반대를 강제로 제압하다시피 물리치고 어렵게 내린 것이 맞았다.

호텔구입비도 다른 지역이었으면 1/3만 있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뉴욕 복판에 있는 호텔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 노숙자들이 들락거리면서 거리 분위기를 바꿔 놓으면,

한 달에 월세만 몇 천 달러씩 내면서 비싼 거주비용에 시달리는 시민들도 우린 뭔가 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은 이것 정도이다.


1천억이 넘는 펜트하우스가 분양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 곳이 뉴욕이다.

하지만, 그 반면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한순간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곳도 뉴욕이다.

이 살얼음판 같은 곳에서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지만, 한 번 노숙자의 대열로 들어서면 그 패배감을 이기고 다시 양지로 나오는 것은 더 어렵다.

심지어 어린이 노숙자도 2만 5천명을 넘었고, 공립 고등학교 재학생 중에서 10만 5천명이 돌아갈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자는 노숙자라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놓여있다.


드블라지오도 그런 노숙자들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파격적인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여겼다.

뉴욕의 심각한 빈부격차가 결국 뉴욕을 극단적 양면성을 띤 도시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노숙자들에게 차라리 일자리를 만들어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든다 해도 결국 집세도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집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숙자는 점점 늘어갈 것이다.


딜런은 요즘 들어 눈이 꽤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아마 영양이 불량한 탓일 것이다.

15년이 넘도록 다녔던, 건실한 기업인줄 알았던 엔론이 파산하면서 딜런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미 매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한, 포춘지가 6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회사가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의 장부조작과 이를 믿은 회장 케네스 레이의 문어발 경영으로 무너져 버렸다.


딜런은 지나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꿈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맨하탄의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건강한 루틴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딜런은 꿈을 이뤘다.


딜런은 자신의 탄탄한 보수를 믿고 무려 8십만 달러라는 빚을 내서 방 두 개짜리 집을 마련했다.

딜런은 그날 밤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오전 6시 이전에 딜런은 센트럴 파크 개장시간에 맞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공원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 인생의 가장 기쁜 아침을 맞이했다.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처럼 축복의 대열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로부터 2년 후, 딜런은 모든 것을 잃고 센트럴 파크 주변 벤치에서 잠을 자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노숙자 생활 1년 만에 딜런은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각자의 길로 흩어져버린 가족들과 다시 가정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도 받아들였다.

뉴욕에서 가정을 이뤘고, 뉴욕에서 가정을 잃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가 그 이상의 것을 잃은 딜런이 갈 곳은 다른 도시가 아니었다.


딜런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돈벌이를 하지 않는 노숙자도 풍족하지는 않지만, 굶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구걸이 어려웠지, 막상 그것으로 연명을 하게 되자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숙자들을 위해서 음식을 제공하고 여비를 챙겨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두 발로 뛰어 다녔다.

그런데 오늘 누가 자신의 잠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딜런에게는 이것만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딜런이 처음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의 뒷골목을 안식처로 선택했을 때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정말 목숨까지 걸고 싸워야 했다.

손님이 먹다 남긴 스테이크와 송로버섯, 프랑스산 고급 치즈들과 가끔 발견되는 푸아그라 요리, 적지 않은 양의 주방에서 쓰다 남은 재료까지...

시간만 잘 맞추면 딜런의 위는 금세 풍족해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엔론에서 고객들에게 문화접대를 할 때, 대접하던 음식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감회가 있었다.

딜런의 요리에 대한 관심과 문화에 대한 조예는 고객들에게 단순한 식사이상의 대접이 되었고, 심지어 딜런은 지사의 초청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구장인 체이스필드까지 지원을 나가서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법을 전수해주었다.

그래서 가장 인근 노숙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두 블록 넘어 중국집 뒷골목이었지만, 딜런은 이곳을 꼭 사수했다.


그런데 오늘 후드티를 뒤집어쓴 불청객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미터 전부터 화가 치민 딜런은 쏜살같이 그를 밀어내려고 뛰듯이 다가갔지만, 후드티를 입은 사람은 달려오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어딘가 아파보이는 모습에 열기가 좀 가시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내줄 수는 없었다.

“이봐, 여기 신참인가 본데, 내 자리니까 이제 그만 좀 가지”

대답이 없었다.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혹시 몹쓸 병이라도 걸리지 않았나 하는 마음에 딜런을 주춤대게 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딜런의 결심은 그를 불청객에게로 다시 인도했다.

불청객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가서 딜런은 다시 조용히 얘기했다.

“이봐, 어디 아픈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이제 좀 꺼져줘야겠어. 내가 쉴 시간이거든. 그리고 다시 나타나면 그땐 정말 각오해야 될 거야”

그때서야 고개를 들어 딜런을 흘긋 쳐다본 불청객의 눈동자는 몹시 빨간 색이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딜런이 물러나기도 전에 불청객은 딜런의 목덜미를 물었다.


데릭은 각성기를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끝내지 않았다.

만약 미국 국경을 지나오는 버스에서 데릭이 각성했다면, 분명 국경지역에서 버스는 아비규환에 빠졌을 것이다.

물론 데릭은 얼마 못가서 캐나다 경찰이나 미국 경찰에 사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데릭은 정신을 놓지 않고 끝까지 참았다.

딜런이 데릭에게 가까이 올 때까지도 데릭은 참았다.

그러다 결국 딜런의 목을 물고 말았다.

데릭의 강한 앞니와 송곳니가 딜런의 목줄기를 파고드는 가운데에서도 데릭은 마지막에 극적으로 한 번을 참았다.

그 바람에 데릭의 송곳니가 딜런의 경동맥을 비껴 갈 수 있었다.


딜런은 피투성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데릭은 주춤주춤 일어나 다시 바이러스와 싸워가며 자리를 옮겼다.

만약 그 자리에서 딜런이 절명했다면, 그래서 다음날 새벽에 레스토랑의 보조요리사가 딜런을 발견했고, 뉴욕경찰이 사고를 수습했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데릭의 존재가 빨리 노출이 되었을 것이고, 뉴욕의 비극은 다른 국면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딜런은 죽지 않았고, 새벽 일찍 노숙자들을 돌아보러 나온 에릭 차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노숙자들의 셸터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았다.

에릭 차는 딜런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고, 그저 정성껏 치료만 했다.

분명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딜런을 병원으로 옮기는 것 보다 자신이 군대시절에 배운 솜씨로 봉합하고 치료한 다음 쉬게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에릭 차의 판단은 딜런이 옮겨진 셸터의 노숙자들에게 치명적인 선택이 되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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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경계(1) +8 18.05.18 879 18 10쪽
34 산자와 죽은 자(14) 18.05.18 843 24 11쪽
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0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3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4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5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2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7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2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6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2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3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5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0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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