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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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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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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5.0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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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적자생존(1)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스즈키 히로토는 자신의 총을 평소에 절친한 동료처럼 높이 대우해주었다.

항상 잘 닦아 맞춤케이스에 넣은 다음, 깨끗하고 습도가 높지 않은 곳에 보관했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평소 훈련을 같이 해온 총 뿐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히로토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드라구노프(SVD)였다.


이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주어진 조건은 따로 있었다.

첫 번째, 잔 고장이 없을 것,

두 번째, 유효사거리가 길 것,

세 번째, 가급적 가벼울 것,

네 번째, 만일을 위해서 착검이 가능할 것.

이상 네 가지였다.


드라구노프는 이 네 가지 조건에 잘 부합했다.

잔 고장 없기로 유명한 AK소총을 참조해서 만들어져 그런지,

2차 대전 때, 러시아의 수많은 저격병을 무능한 전사자로 만들었던 SVT-40 모델의 단점을 떨쳐버리고,

잦은 발사에도 여전히 정밀한 효능을 보여주었다.


또, 장거리 분대지원 소총이라는 별명답게

600미터밖에 있는 적들의 이마면 이마, 심장이면 심장을

여지없이 명중시켜 주는 능력으로

상대방의 발을 묶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총의 무게 중 상당부분을 감당하는

총열덮개와 개머리판을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대체해서 가볍기 때문에

저격 후, 2차 장소까지 이동하기에도 아주 편리했다.

특히, 이번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적들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쓰고 싶지 않은 기능이지만,

저격용 소총가운데 특이하게 착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만약 예상에 없는 위험한 상황에 몰려 총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NR-2 스카우트 나이프를 착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히로토는 열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학교에서 말없이 자리에만 앉아있던 자신을 만만히 보고,

제법 덩치가 큰 이노우에가 시비를 걸어온 날이었다.


“어이, 히로토 너 말할 줄은 아냐?”

전날 옆 반에서 주먹 좀 쓴다고 항상 으스대던 이시하라와 주먹다짐 끝에,

이시하라의 코피를 터뜨리고, 쓰러진 이시하라를 깔고 앉아

학생답지 않게 무방비 상태의 상대 얼굴에 절구질 하듯이 주먹을 날렸던 이노우에는

며칠 째, 의기양양해 있던 차였다.


늘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자신에게 관심 없어 하던 히로토에게 시비를 걸던 이노우에는

적당한 선에서 끝을 냈어야 했다.

아무리 괴롭힌다고 해도 갑자기 사람의 성향이 바뀔 리도 없지만,

제일 문제는 히로토를 잘 몰랐다는 것이었다.


“왜, 대답이 없어, 너 내 눈을 봐”

역시 아무 감흥 없는 히로토의 눈을 보고 이노우에가 세상에서 마지막 낸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빠가야로, 즉시 즉시 대답을 하게 해주지”

이노우에의 오른쪽 어깨가 주먹을 날리기 위해서 뒤로 돌아간 순간,

히로토의 주먹은 이미 이노우에의 인중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뼈가 부러진 것이 확실한 소리에 다들 심장이 움찔했지만,

이노우에를 따라다니며 급우들을 괴롭히던 몇몇이

숫자를 믿고 히로토를 둘러쌌다.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서 일자로 누운 이노우에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들도 히로토를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히로토는 표정 없는 얼굴로 뚜벅뚜벅 교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 자식이 도망치려나 보다 하고 내심 반기던 이노우에의 단짝들은

히로토가 태연히 교실 문을 안에서 잠그는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해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까.

이제 이노우에의 단짝들이 선택을 해야 하는 순서였다.

히로토에게 일시에 달려들어 뭇매를 때리던지,

아니면 항복하고 모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물론 두 번째 선택은 이제 열여섯 살의 남성호르몬이 가득한 풋내기들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죽어”

작심한 듯, 제일 먼저 주먹을 날린 료스케는

자신의 주먹이 정확히 히로토의 면상에 꽂혔음을 알았다.

순간 손끝부터 전해져오는 쾌감과 함께,

이제 자신이 이노우에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쳐다본 히로토의 얼굴에 표정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 예감도 찰나로 사라졌다.

히로토를 강타한 주먹은 이내 히로토의 강한 손에 붙잡혔고,

히로토는 료스케를 자기 몸쪽으로 잡아당기면서 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이어 료스케의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히로토의 무릎이 연달아 료스케의 턱에 꽂혔다.


쇼타와 요우타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먹 한 번 휘둘러보지 못했다는 것.

료스케와 쇼타, 요우타가 히로토한테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가는 동안,

같은 반 급우들은 고개를 처박고 끔찍한 비명에 귀를 막았다.

그 중 몇 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들은 나중에 담임교사에게 히로토가 그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히로토의 담임과 보안요원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히로토는 학교를 떠난 뒤였다.

그 날 히로토에게 초주검이 된 네 명의 학생들은

전혀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불운도 겪어야 했다.


히로토의 친부는 낭인처럼 집을 나가 떠도느라 연락도 되지 않았고,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미 스스로 세상을 떠난 뒤 오래였다.

히로토는 다시는 자신이 살던 곳 근처로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10년 후, 우연히 만난 같은 반 친구로부터

이노우에가 머리에 극심한 충격을 받고 지능이 네 살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20년이나 지나, 일본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이었다.

자신을 내각조사실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내가 불쑥 히로토를 찾아왔다.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휴식 차 잠시 일본으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당신이 돌아와 있는지를 알았는가 하고 국가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같은 말은 다 빼고 얘기 합시다”

“......”

“지금, 그럴 시간도 없고 프로한테 시시껄렁한 얘기 늘어놓고 싶은 생각도 없소”

사내의 이 첫 두 마디가 히로토는 무척 맘에 들었다.


자신을 붙잡고 미주알고주알 국가관을 들먹이며, 귀중한 일본의 자산이네 뭐네 했다가는,

사내는 분명 자신에게 봉변을 겪었을 것이다.

귓바퀴 위로 4~5센티미터는 훤히 드러나도록 짧게 깎은 머리를 보면,

우노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도 분명 군 출신 일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도쿄에 좀비가 침입했소.”

“......”

“좀비가 처음 발견되었다는 중국에서 온 사업가들이 방문했다는데,

우리가 알았을 때는 이미 모리타워에 들어간 뒤였소.“

히로토는 대답 대신 예의 그 초점 없는 눈으로 우노를 보기만 했다.


“물론 좀비에 물린 자들이고, 지금쯤 좀비로 각성했을 시간은 지났을 거요.

아마 몸에 이상이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자기가 좀비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노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듣는 히로토가 우노의 요구가 어디까지일까 열심히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우노의 얘기에 따르면, 중국 운남성에서 프레드에게 피습을 받은 사업가 2명이

각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싱가포르에서 1일간 머문 다음,

일본으로 사업 협의차 건너온 것이다.

일본에서 1박을 하고 난 후, 롯본기힐스의 모리타워에 있는 거래법인 사무실로 간 동선이 확인되었다.


최초 제보는 중국 정보기관인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에서 일본의 최고 정보기관인 내각조사실 핫라인으로 통지가 급히 온 것이었다.

내각조사실의 국내 1, 2부, 국제부, 정보집약센터가 총동원 되어서 그들의 동선을 쫓았다.

다행히 도쿄의 나리따 공항에 도착한 그들이 모리타워로 갈 때까지 아직 각성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하6층, 지상 54층의 모리타워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피습여부를 어떻게 알아 내는가였다.

여기에 꼬박 하루가 걸린 것이 고비가 되었다.

모리타워의 모든 내부 CCTV를 분석한 결과,

그들이 모리타워에 들어간 뒤, 아무도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은 지 18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접촉이 없었던 사람들은 대피시키면 되는데, 사무실 안이 문제였다.


“CCTV가 없습니다. 사무실이 5개로 나뉘어져서 한 층을 다 쓰는데 말이죠.”

사설금융회사라서 오히려 더 필요할 것 같은데도 그 법인의 요구로 CCTV는 설치되지 않았다.

근무하는 직원은 대략 30~40여명 정도.

다른 층의 근무자와 방문객은 모두 일본 경찰특공대가 대피시켰다.


건물 전체를 물샐 틈 없이 자위대 최고의 엘리트인 특수작전군이 포위한 가운데,

총리실과 내각조사실은 해당 사무실이 있는 19층의 인명구조를 포기했다.

이미 사무실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했다.

그 많은 사람이 다 대피하도록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얼굴 한 번 내민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무실 안쪽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살아서 모리타워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해주시면 됩니다.”

‘살아서 나오지 않게 해달라?’

히로토는 이 말을 잠시 곱씹었다.

그리고 우노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18.08.06 11:12
    No. 1

    아.. 같은 대화체 내용을 1줄 단위로 끊어서 엔터 쳐버리면, 모바일로 보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겐 몹시 괴상한 느낌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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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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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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