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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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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최근연재일 :
2023.05.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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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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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쪽

63화 - DESTROY_GHOST-AFTER : 끝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DUMMY

"생일 선물로 양산이야? 내가 쓰기에는 너무 고상한데."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위험한 게 오면 그걸 펼치렴."


"햇빛 가리게가 아니야?"


"햇빛도 막지만, 총알도 막아."


"차라리 총으로 대응 사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난 네 손에 피가 묻지 않았으면 해."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그러니 위험한 일이 있으면 그걸 펼쳤으면 좋겠어. 약속해줄 수 있어?"


"뭐. 노력은 해볼게."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그 때 드핀은 탁자위에 있는 종을 치고는. "자자. 다들 이제 잘 시간이에요. 지금 새벽 3시인데, 빨리 자야 내일 일도 가죠."


차임벨이 에코로 퍼져가는 걸, 캐놀라이나는 왜인지 불안하게 들렸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날거라는 알림처럼. 자신의 파멸이 시작되었다는 차임벨처럼.


대부분의 파멸은 예상가능합니다. 특히 인간관계에 의한 파멸은 급작스럽게 다가오지도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그 파멸의 원인은 바로 옆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캐놀라이나 말린은 가족이라고 믿던 관계는 모래사장 위에 있습니다. 카리샤 말린은 복수를 꿈꾸고, 오브미도 복수와 종족의 부흥을 꿈꿉니다. 드핀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죄의 길을 찾으려 하고. 드라파스는 만약 가족과 이 유사 가족 사이에 선택할 일이 있으면 가족을 선택할 것이며. 키아닌은 정상적인 삶을 꿈꿉니다. 자스민 말린만이 순진하게 이 상태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목적은 모두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불투명했고. 명확한 건 이들 모두가 이 관계를 유지하며 꿈을 이룰 방법은 찾을 수 없다는겁니다.


기적적으로, 그 모두의 욕망을 일정부분 채워주는 일이 몇년 간 있었습니다. 마운티아 가문의 일은 모두에게 시간을 빌려줬습니다. 모든 갈등은 유예되었고. 이들은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죠. 만약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아름답게 끝났을지도 모르겠군요.


대부분 파멸이 예상가능한데도 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착각과 오만떄문입니다. 이 시대가 언제까지나 이어진다면 캐놀라이나는 더 많은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캐놀라이나는 문제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들 모두가 무너질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이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줄거라는 시간에 대한 오만함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7년간 이들이 치유된 것은 없었습니다. 오브미는 7년간 마운티아 가문을 엿먹일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카리샤는 캐놀라이나의 은근한 만류에도 복수에 대한 마음이 꺾기지 않았습니다. 드핀은 위험한 거래를 시도합니다.


이들의 상처는 그대로입니다. 바뀐 건 시대뿐이었습니다.


카리샤 말린의 생일 다음날. 한 사람은 이제 시대의 전면에 등장하기 위해 외투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초록색 브로치를 다듬고. 그 사람은 무대 뒷편에서, 빛나는 무대를 바라봅니다. 수많은 성난 군중이 밀집한 광장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숨을 들이쉬고 무대를 나아갑니다. 무대바깥에서는 한번의 환호성이 들린 다음, 수많은 사람들이 말없이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있던 한 팻말을 바라봅니다. 그 팻말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마운티아 마샤가 시대를 바꾼다!*


마운티아 마샤가 말합니다.


"거리에 만연한 피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고 모인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폭력을 정당한 권력이 독점하길 소망하기에 모였습니다."


사람들은 그에 박수를 보내줍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은 그걸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봅니다. 그 중 한 명은 담배를 물고. 검은색 외투에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 분이 우리 차기 당주님이셔. 그리고 지금 당주님이 심여를 기울인 무기지."


그 사람의 옆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은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던 캐놀라이나였습니다. "심여를 기울인 무기."


"그래. 지금까지 캐놀라이나씨들이 해줬던 일들은 모두 마샤님께서 밟게 될만한 돌부리들이었으니까."


"자식을 사랑하는면에서 그런 것 같은데."


"아니. 그분이 사랑하고 관심있는 건 가문의 권력뿐이야. 그 밖에 권력에는 관심이 없으셔. 심지어 본인의 권력도 관심이 없으시지. 그러니 마운티아 마샤님이 사용이 불가능해지면 다른 대안을 준비하실거야."


캐놀라이나가 곰곰히 고민합니다. "미친 가족이구나."


"그래서 마운티아 가문이 늘 이기는거야."


캐놀라이나는 그 말에 사탕을 하나 물어봅니다. "그런 것 치고는 장소 선정이 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뭐. 거기에는 나도 사적인 욕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두 사람은 밟고 있던 동판을 바라봅니다. 이 곳은 마운티아 크로카의 선거구였고, 특히 이 장소는 마운티아 크로카의 선거운동원들이 학살당한 곳이었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상징적이기도 하지."


캐놀라이나는 사탕 막대를 뒤에 집어던지고. "그래서 오늘 일은 언제 도착해?"


그는 뒤를 돌아봅니다. "도착했네."


캐놀라이나도 뒤를 돌아봅니다. 그곳에는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패거리들이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시선은 고정한 체 말합니다. "괜찮겠어? 드핀."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드핀이 말합니다. "어떤 점 말씀이시죠."


"마음이 시끄러울 것 같아서."


"상관없어요. 돈받고 하는 일인데."


드핀은 볼트를 당깁니다.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캐놀라이나는 눈을 감습니다.


세상은 어두워집니다.





메르힌과 카리샤, 그리고 자스민이 눈을 떴을 때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혼란스러움을 가장 먼저 표현한 건 메르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입장 연출이 좀 화려하지 않아요? 마운티아 마샤님도 나오고. 또.."


카리샤가 말합니다. "드핀 언니도 나왔고요."


자스민이 말합니다. "마운티아 마샤.." 자스민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몇번 도리도리합니다. "그 년이 나오고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는데. 그래서 캐놀라이나가 막으려는거야."


"우와. 저도 그런데." 메르힌이 말합니다. "게다가 우리도 그렇죠. 봐요. 아직도 검은 우주속에 있는데다가. 저 앞에는..."


캐놀라이나도 마침 눈을 뜨고 검을 뽑았습니다. 세 명은 일단 뒤로 열심히 뜁니다. 다들 한번씩 겪어본 고통이라 저게 얼마나 끔찍할 지 쉽게 상상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멀리 멀어지자 캐놀라이나는 권총을 꺼내 뿅뿅뿅. 세 발을 쐈습니다. 세 명은 다시 튕겨져나가 하얀색 공허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세 명 모두 머리를 부여잡고 깨어난 다음 몇초간 바둥거리고. 메르힌이 가장 먼저 일어납니다.


"인생! 이번 전략도 안 통했어요!" 메르힌이 투덜거립니다.


"전략이요?"


"네. 기도하고 도망치기 전략이요. 총이라니. 정정당당하지 못해요."


"뭔가 숨을 만한 곳도 없어." 자스민이 말했습니다. "차라리 세 명 모두 달려들어서 캐놀라이나를 두들겨 패보는 건..." 자스민이 말하다가 심각한 자아 성찰에 빠집니다. "안돼."


"일단 해봐요!"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세 명은 다시 뛰어들었고, 캐놀라이나를 향해 뛰었습니다만 그 결과는 총알 3발로 끝났습니다. 카리샤가 말합니다. "조오오오오오아요. 기억에서 지우죠."


메르힌이 말합니다. "머리가 날아갈 때 자동으로 지워졌어요."


위에서 오브미가 말합니다. "흠. 이건... 비밀번호 같은걸까요."


자스민이 말합니다. "캐놀라이나가 그런 걸 달만한 사람이야?"


오브미가 말합니다. "취소. 존재 자체를 모르게 하거나, 그냥 공개하거나. 둘 중 하나죠. 캐놀라이나님의 일기장도 그랬잖아요."


자스민이 말합니다. "난 일기 쓰는 지도 몰랐어."


메르힌이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손에는 일기가 있는 걸요."


"생일 이후에 적혀있는 게 없는데."


"자스민씨는 생일 이후도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오브미씨도요."


"그렇죠."


"둘 다 말할 생각이 없는 느낌인 건 기분 탓이길 바래요. 진심으로."


오브미가 말합니다. "그 중에 캐놀라이나님의 약점이라고 할만한 건 카리샤씨와 자스민씨 정도였는데. 그 둘의 머리통을 아무런 죄택감도 없이 날려버렸잖아요. 전 이해가 안 돼요."


"이해가 안 될만한 건 아니지 않나요?"


"전 캐놀라이나님의 편집증적인 듯한 보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거에요. 예전에 저 혼자 해봤다고 했잖아요. 그 때는 사근사근 말하면서 내쫒았는데. 이제 총알로 내쫒으시다니."


"자의식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에요?"


"전혀요. 하지만 만들 당시에는 자의식이 있었던 사람이 만들었죠. 유언집치고 참 난해하게 만드셨어요. 굳이 자기와 싸우게 만들다니."


자스민이 말합니다. "참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데, 캐놀라이나를 퇴치하는.. 하아. 캐놀라이나를 퇴치하다니. 싫다. 아무튼 그쪽 방면으로는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잖아. 카리샤."


"네? 아. 네."


"아직 머리 뚫린 게 회복 안 됐나봐?"


"아니랍니다. 캐놀라이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있었답니다."


"살인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스민씨. 여기서 무한 뺑뺑이 돌고 싶어요?전 싫은데!" 메르힌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합니다. 자스민은 한숨을 내쉽니다.


"말해봐."


"일부러 만들었다면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이건 자기 사후에나 볼 걸 알고 있었을테니까.."


"독자들을 위한 거겠지. 우리를 위한거야. 네 생일 이후로... 솔직히. 잘 풀리지는 않았어. 못 먹고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뭐랄까, 경제 위기 같은 느낌으로. 그래도 거의 끝나갔는데... 너가 끝장냈지."


"저는 자스민씨가 캐놀라이나님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물어본거랍니다."


"캐놀라이나는 네가 다시 살인을 겪게 만들고 싶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


"... 타당해요. 하지만 오브미님. 유산은 어떻게 보관되어있죠?"


"사망하시기 몇 달전에 제게서 모든 자산을 인출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망하기 직전에 제게 유언장과 이걸 맡겨주셨죠. 유언장에는 '이 이야기의 끝에, 모두가 원하는 게 있을거야.' 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오브미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캐놀라이나님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모두가 원하지 않은 걸 얻었죠. 카리샤씨를 제외하곤. 그러니 여기에 유산이 보관되었을거라는 추측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자스민이 말합니다. "캐놀라이나다워. 뭔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것도 의도하는 걸겁니다. 그래야 끝까지 볼테니."


"하지만 캐놀라이나가 우리를 막고 있어."


메르힌이 말합니다. "막고 있는게 아니라 검사하는거라면?"


"무엇을?"


"자스민씨는 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걸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지. 카리샤씨는 사랑하는 이를 죽이는 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는지.. 겠죠."


"메르힌씨는 그걸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지. 겠고요." 카리샤가 말합니다. "캐놀라이나라면, 충분한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이야기 해주고 싶었지 않았을거에요."


자스민이 말합니다. "그러면 불공평해서."


카리샤가 말합니다. "심장에 총을 꽃아 넣을 수 있을 때에서야 말해주는 게 공평하다고. 캐놀라이나는 생각했을테니까."


메르힌이 말합니다. "... 그러면 우리는 '왜' 캐놀라이나의 심장에 칼을 꽂아가면서까지 이야기를 봐야하는지 증명해야겠군요. 그러니까... 아주 빡친 캐놀라이나님에게."


두 사람은 침묵으로 그 말에 긍정했습니다. 세 명은 스스로를 되돌아봅니다. 마치 죽기 전처럼(그리고 재수없으면 죽을 것도 하고요) 이 사람들은 왜 자신이 여기에 있고, 그리고 왜 끝을 봐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메르힌은 처음에는 기억을 찾으면 좋겠다는 호의였지만 이제는 자신과 파티원, 더 나아가 카리샤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모험로 바뀌었습니다. 이 모험이 성공이던 실패던 끝나려면 이 이야기의 끝을 봐야했고. 이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조건 중 하나는 이 이야기의 끝을 주도적으로 봐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봐야 할거라면 통제권은 자신에게 있어야 합니다.


특히 바깥과 이야기의 흐름을 맞추려면 말입니다. 당장 카이디, 아르크, 카드레, 알렌이 바깥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때 주지 못한다면. (심지어 아직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데도!) 모두가 위험합니다.


그리고 아크라이트 알렉스. 그 새끼는 도대체 뭐하려고 했는지도 봐야합니다. 메르힌은 준비가 끝났고. 카리샤를 바라봅니다.


카리샤도 처음에는 단순한 궁금증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이야기는 복잡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고통이었지만 지금 쥔 것들은 기쁨입니다. 이 기쁨을 무너지지 않게하려면 다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서는, 그리고 왜 자신이 그랬는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던 사람을 죽여야만 했는지 똑바로 봐야한다고, 카리샤는 생각했습니다.


그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카리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걸 끝까지 봐야만 합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카리샤는 준비가 끝났고, 자스민을 바라봅니다.


자스민은 인생의 대부분이 회색 지대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건 조금 더 밝은 회색 지대에 옮겨간 것이 끝입니다. 그리고 그 회색 지대는 밝은 곳에 있는 지옥이었습니다. 말이 수녀회장이지 산골자기에 처박아 놓은 게 끝이었으니까.


자스민은 카리샤를 증오하고, 카리샤를 가족으로써, 자매로써 사랑합니다. 자스민은 카리샤가 자신과 가족을 버린 10년간의 세월 동안 카리샤를 증오하게 되었지만. 카리샤가 자신과 함께한 세월동안 카리샤는 진심으로 자신을 자매라고 생각해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오브미의 제안은 달콤하기도, 너무나 쓰기도 합니다. 과연 자신은 카리샤를 죽일 생각은 있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카리샤가 멀쩡히 걸어나가는 게 괜찮을까요? 그건 안 괜찮습니다.


자스민은 카리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건 함께 있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카리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스민은 카리샤를 증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스민은 카리샤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증오는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습니다. 그럼 기분은 꽤 나아지겠네요. 사랑은 어쩌면 새로운 걸 얻을 지도 모릅니다.


자스민은 여전히 캐놀라이나를 사랑합니다. 자스민은 여전히 그 시절을 사랑합니다. 모든 걸 불태우면 그 시절은 자스민의 머리 속에 살아나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모든 걸 받아드리려고 애쓴다면.


자스민은 카리샤를 바라봅니다. 10년 전과 변함없는 저 얼굴, 저 취향. 저 표정. 그렇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인 카리샤 말린씨.


모든 걸 받아드리려고 애쓴다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원히 캐놀라이나에게 용서받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죽은 캐놀라이나가 아닙니다. 자기 머리 속에 살아있는 캐놀라이나에게. 모두를 버리고 혼자 빠져나온 이후부터 그림자처럼 붙은 그 유령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준비되셨어요?" 메르힌이 말합니다. "자스민씨."


"응? 아. 어. 그래." 자스민이 말합니다. "해보자."


카리샤는 자스민을 묘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의식은 멀어지다, 눈을 뜨면. 다시 검은 우주에 캐놀라이나 한 사람이 칼을 들곤 서있습니다.


메르힌은 스태프를 다시 잡습니다. 카리샤는 양산을 고쳐잡습니다.


자스민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합니다.


캐놀라이나는 눈을 감은 체 칼을 쥐곤 서 있었습니다.




어느 화창한 수도 마운티아의 오후. 수도 마운티아는 수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밝아졌습니다. 여전히 음침한 안개는 종종 끼지만, 햇빛도 간간히 들어옵니다. 살인 비지니스는 좀 더 체계화되서 관련없는 민간인이 많이 죽진 않았고. 용감한 몇몇 사람들은 무리지어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몇몇은 경찰관이라고 불리는 직업도 가지고 있었고요.


그 살인 비지니스의 일원인 캐놀라이나씨는 오전 근무를 마친 다음 자스민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근무는 아이리스 상원의원의 아끼던 비공정을 폭파시키는 거였는데. 자스민이 집에 놓고온 폭탄을 들고와줘서 일이 쉽게 끝났습니다.


"자스민. 있지."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응. 캐놀라이나."


"혹시 학교를 폭탄으로 터트리고 싶은 그런 취향일까." 캐놀라이나는 폭발하는 격납고를 보며 사탕을 뭅니다.


"저번에 도시락 챙겨줬을 때 기억나?" 자스민도 폭발하는 격납고를 보며 사탕을 뭅니다.


"학교 좋던데. 창문이 방탄이었잖아."


"그래서 도끼로 부수고 들어왔었고."


"안 부숴졌어. 단단하더라고."


"그래서 발차기로 부쉈잖아."


"선생님이 다음부터 정문으로 오라고 했던가. 미안. 부끄러웠어?"


"미치도록 멋있었어."


"미쳤구나. 친구들이 뭐라하진 않데? 아." 캐놀라이나가 손가락을 빙빙 돌리다. "친구들이 뭐라고 해서 나랑 여기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거구나."


"아니야."


"맞아."


"거의 아니야."


"완전 맞겠네."


"그러면 미안함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그... 렇지. 그렇네. 내가 부순 건 창문이 아니라 우리 딸의 학창시절이었구나. 미안하게 됐어."


"그건 아니야." 자스민이 말합니다. "어차피 예전부터 사이도 안 좋았으니까. 그 친구들, 우리 엄마가 현장직이라면서 비웃더라고. 그런 더러운 일이나 하는 사람의 딸이 어쩌다 우리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냐고."


"많이 속상했니?"


"아니. 그냥 화가 났을 뿐이야. 캐놀라이나의 일은 더럽..."


"지." 격납고에 탄약이 폭발해서 근처 항만까지 불탑니다.


"저거 꺼야 하는거 아니야?"


"저기까지 아이리스 상원의원님꺼라서 불 좀 나도 괜찮아. 아무튼." 캐놀라이나는 할말 하라는 표정으로 자스민을 봅니다.


"그렇더라도." 자스민이 말합니다. "그 친구 부모님들은 더 더러운 일 하잖아. 그리고 그 새끼들 마음에도 안 들었어. 나는 몸 쓰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엄마가 도시락을 가져다 준 걸로 비꼬니까 확실히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더라고. 그리고 오늘 등교하면 죽여버린다고 하기도 했고... 캐놀라이나는 출근길에 폭탄도 잃어버린 것 같고 해서. 여기 왔지."


"그런 이유로 오늘은 부모님 직장 방문의 날로 정했구나. 장하네." 캐놀라이나는 자스민의 머리를 대충 쓰담어줍니다. "평점은?"


"5점. 만점이야. 몇달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펑. 퍼퍼퍼펑. 항만도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노동자들은 빨리 뛰쳐나옵니다. "다 풀리네. 정말."


"좋아하면 안되는데."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썩 좋은 일은 아니야. 저기 봐봐. 저 푸른 제복 입은 경찰들. 요즘 모여서 산책도 하는 걸 보면 우리 시대는 곧 끝날 것 같은데." 캐놀라이나는 경찰들을 가르킵니다. 경찰들은 폭발하는 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하얀 정장을 입은 캐놀라이나와 눈을 마주쳤고. 다들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자스민이 말합니다. "곧 끝날 거라고?"


"나 때는 수도 들어오면 몸이랑 머리랑 이별한 다음에 시청앞에 매달렸었어."


"그건 몇십년 전이잖아. 캐놀라이나도 확실히 기성세대가 됐구나. 슬퍼라."


"기왕 기성세대가 된 거면 조금 더 말해볼까."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따라오지 마렴."


자스민이 말합니다. "싫다면?"


캐놀라이나는 자스민을 내려다보고, 머리를 쓰담어주면서 말합니다. "나부터 꺾어야 할 걸."


자스민이 말합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는데."


"글쎄. 어디 한번 보자고."


자스민은 웃으면서 캐놀라이나를 바라봅니다. 연분홍빛 하늘은 배경이 되었고. 캐놀라이나의 하얀색 머리는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에서는 카리샤가 자스민과 캐놀라이나를 보고 손을 흔듭니다.


자스민은 혼자가 아닙니다. 피칠갑으로 바뀐 가족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예전 이름은 잃어버렸습니다. 이번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가족은 잃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스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습니다.




자스민은 눈을 뜹니다. 코 앞에는 자신에게 칼날을 휘두르고 캐놀라이나가 있습니다.


"자스민씨! 멍 때리지 말고 피해요! 또 죽게 생겼구만!" 메르힌이 말했습니다. 말이 시작할 때쯤 이미 칼날은 자스민의 옷을 찢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자스민은 급하게 몸을 숙입니다. 캐놀라이나의 칼날은 자스민의 눈을 배어나갑니다.


비명이 나옵니다. 카리샤는 양산을 발사해서 캐놀라이나의 머리에 씌워버립니다. "이 쓸모없는 무기는 왜 제 손에 있는걸까요?! 썅!" 메르힌은 그 동안 자스민을 부축해 끌고갑니다.


"뭔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말 아프겠다. 어유."


"캐놀라이나. 캐놀라이나.." 자스민이 말합니다. "난 이길 수 없어."


"눈이 배이면 보통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하기사. 얼마나 아프겠어." 메르힌은 자스민의 눈을 치유합니다. 카리샤는 캐놀라이나의 칼날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습니다. 메르힌은 그걸 보고 자스민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캐놀라이나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기 위해 스윙을 했습니다.


자스민은 여전히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자스민은 또 혼자였으며, 피칠갑으로 바뀐 가족들도 가지고 있었고, 지금 이름도. 예전 이름도 잃어버렸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잡고 있는 건 유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령은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들었습니다.


자스민은 생각합니다. 동기는 있었지만 목적은 없었습니다. 가족을 잃게 만든 카리샤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카리샤도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스민은 그것마저 잃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쩌자고 여기 있는 걸까. 자스민은 생각합니다.


캐놀라이나는 몸을 굽히는 것만으로 메르힌의 스윙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스윙은 카리샤의 얼굴을 구겨버리기 충분했고. 카리샤는 저 멀리 날아갑니다.


"고... 의는 아니에요! 아악!"


캐놀라이나는 칼을 뒤로 밀어넣었고. 메르힌의 배가 관통당합니다.


"메르힌씨! 제 얼굴도 날려버리고 배도 내어드린건가요!?"


"그 말 하는 동안 캐놀라이나 죽빵을 쳤으면 우린 진작 끝났을건데!" 메르힌이 털썩 쓰러집니다. 캐놀라이나는 검을 뽑았습니다, 메르힌의 배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바닥은 붉게 물듭니다. 캐놀라이나는 카리샤에게 걸어갑니다.


카리샤는 쓰러진체 양산을 이리 저리 휘두릅니다. "이제 안 무섭답니다. 슉. 슈슉. 자. 와보세요! 캐놀라이나. 저는 이제... 당신을 똑바로 볼 수 있답니다!


캐놀라이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양산을 이리저리 찌르는 카리샤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빨리 오는거랍니다! 아직 봐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고요."


캐놀라이나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냅니다.


"그건 반칙-"


탕탕탕. 카리샤도 바닥에 쓰러집니다.이제 자스민만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피투성이 하얀 정장인체로 자스민에게 걸어갑니다.


메르힌이 말합니다. "자스민씨. 들려요?"


자스민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캐놀라이나는 더 가까워집니다.


"자스민씨가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캐놀라이나는 더 가까워지지만, 자스민에게 캐놀라이나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자스민씨. 이제 그 누구도 이 시절에 살진 않아요."


캐놀라이나는 자스민의 배를 짓밟고 자스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눕니다.


"심지어 자스민씨조차도."


자스민의 머리 속에는 차임벨이 울립니다. 모두의 머리 속에는 차임벨이 울려댑니다.




10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어느 날과도 다르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경찰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고. 연방수사국이라는 단체는 턱밑까지 쫒아왔고. 개척되지 않던 도시는 이제 개척되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캐놀라이나의 일기장으로 추정되는 게 식탁에 올려놓아진 것만 제외하고는 언제가 되어도 상관없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캐놀라이나가 죽는 날이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일기장을 본 자스민은 캐놀라이나의 꽃집에 달려갔습니다. 캐놀라이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 반겨줬습니다. 그렇지만 오브미의 표정은 평소와 아주 달랐고. 오늘은 카리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카리샤가 당한거야? 어디야? 어떤 놈들이야? 블러드 마켓? 아니면 연방수사국? 마운티아 가문? 아이리스?"


캐놀라이나는 모든 질문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스민은 답답해서 책상을 내려쳤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은 뭐야?농담이야?"


키아닌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답지 않게 아주 긴박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


캐놀라이나는 그만을 기다렸다는 듯 바라봅니다.


"이샤라이나 대사관이 승인했다."


캐놀라이나는 차를 마십니다. "자스민. 잠시 여행 좀 다녀오렴."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이샤라이나로."


"... 여행? 지금 우리를 죽이려고 모든 곳에서 다그치고 있는데, 갈 수 있는거야? 좋아. 간다고 쳐. 누가 가는데?"


"모두 갈거란다. 이샤라이나와 연결되어있는 네가 먼저 가는 걸 이샤라이나가 원했거든." 캐놀라이나가 웃었습니다. "적어도 이샤라이나는 여기보다 조용할 것 같지 않니."


"...그럴 것 같네." 자스민이 말합니다. "이제 마운티아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기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렇지만 정말로.."


"응. 미리 가서 깨끗하게 정리해주렴. 키아닌." 키아닌은 끄덕이고 자스민의 손을 잡습니다.


"...그런데 왜 일기장에는 그렇게 적은거야? 카리샤는 어디있고?"


"내가 일기를 쓸 사람처럼 보이니. 얘."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뭔진 몰라도 카리샤 일기장이겠지. 한참.. 감수성이 풍부하잖니. 그리고 카리샤는 정부랑 해결할 일이 하나 있어서 잠시 이야기하고 있을거야."


자스민은 납득합니다. 키아닌이 자스민의 손을 잡곤. "짐 챙길 시간 없다. 캐놀라이나가 보내줄테니 몸부터 빠져나가지."


"알겠어."


"아. 그리고 자스민.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이샤라이나 대사관으로 뛰렴."


"이샤라이나 대사관? 응. 알겠..."


그 때 문에서 차임벨 소리가 들립니다. 캐놀라이나는 책상을 넘어트립니다. 자스민을 끌어당겨 책상뒤에 숨깁니다. 수천발같은 총성이 동시에 울려퍼지고 꽃집은 꽃의 잔해들로 가득찹니다. 특수 강철로 제작된 책상마저 거의 파괴되려고 합니다. 캐놀라이나는 자스민을 옆으로 밀치곤. "뛰어!"


자스민은 키아닌과 캐놀라이나를 뒤로하고 뜁니다. 뛰고, 또 뛰고. 이름 모를 거리를 수십개를 지나치고. 발이 찢어질 것 같아도 뜁니다. 하늘에서는 비공정이 불타며 추락하다 자스민 근처에 추락하고. 자스민은 그걸 피해 빛이 있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도시 중앙, 시청에서 거대한 차임벨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차임벨 앞에서는 마운티아 마샤. 연방 하원의원이자. 연방수사국 위원회의 위원장이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수백명의 군인들이 지키며 서있었고. 그 앞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환호하며 서있었습니다.


자스민에게 그 소음은 시대가 끝나는 소음이었습니다. 자스민의 볼에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왜인지 뒤를 돌아봅니다. 그 누구도 따라오고 있지 않습니다. 꽃집이 있던 곳에 폭음이 들리며 잔해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마샤의 말이 들립니다.


"10년 전 종전 선언은 수도 마운티아에 거짓된 선언이었습니다. 10년간 수도 마운티아는 전쟁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 마운티아는 전쟁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8년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며 오직 공허뿐인 희생과 피를 흘려야만 했던 시절이라면. 무고한 자들의 피만이 흘러야만 했던 세월이라면. 지난 2년은 그 시절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그 학살극을 끝내고, 수도 마운티아는 흡혈귀같은 자들의 도시가 아닌. 지성과 이성의 도시로 복원하기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환호성이 울려퍼집니다.


"연방수사국을 창설할 때. 저는 기다림의 끝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오늘은 끝의 시작입니다. 수도에는 다시 정당한 권력이 들어섭니다. 그 권력은 피로 이뤄진 권력도 아닌. 사익을 위한 것도 아닌. 여러분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일 것입니다."


자스민은 그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뒤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스민?"


자스민은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자스민의 손에는 머신건이 들립니다. 자스민은 트리거를 당깁니다. 캐놀라이나에게 수천발의 총탄이 날아갑니다. 캐놀라이나는 피덩어리가 될 것처럼 피가 튑니다.


수백발의 탄피가 바닥에 떨어집니다. 자스민은 일어나고. 바닥에 누운 캐놀라이나를 조준한 다음. 다시 방아쇠를 당깁니다. 수백발의 탄피가 배출됩니다.


그러다가 총구가 녹아 총이 폭발할 때까지 쏘다, 총을 집어던집니다.


"알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나한테는 거짓말만 했고."


자스민이 말합니다. "난 언제나 혼자였어. 사랑을 받아주길 원하는 사람은 전부 자기 멋대로 행동하다가 죽어버리거나 실종되버리지. 캐놀라이나. 그게 그렇게 어려웠어?"


자스민은 자신의 검을 꺼냅니다.


이샤라이나와 가장 가까운 산. 그 산은 단 한명씩만 정상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얼음을 마시는 듯한 기온을 가진 그곳의 정상에는 어떤 기온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부숴지지 않는 얼음이 있습니다. 그 얼음은 흔들리지 않은 신앙을 뜻하기도. 혹은 그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 수백년간의 냉혹과 냉대 끝에 완성된 얼음.


그것을 순례자가 직접 수십개를 모으고 순례자가 고독의 기도를 하면 완성되는 검.


자스민의 검입니다.


자스민은 그 검에 분노를 담아냅니다. 그냥 남아서 싸워달라고. 너가 남으면 좋을 것 같다고. 사실 내가 쓴 일기라고. 그 세 마디가 어려워서 나 혼자 살아남게 한거라고. 다시 그 때를 바라보니 분명하게 보이게 되었고. 그 감정은 기름 부은 들판에 불이 붙듯 살아나고. 검에 담겨서.


"정말 싫어."


자스민은 검을 휘두릅니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세상에 푸른빛 얼음이 날카롭게 솓아오르고. 캐놀라이나의 몸을 관통합니다. 자스민이 바라던 건 캐놀라이나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자스민은 생각합니다. 그저 이 상황을 유지되길 바라는 게 아니었는데. 다시 혼자 두질 않길 바랬던 것뿐인데. 캐놀라이나는 영원히 자신의 바램을 착각한체 있을겁니다.


화가 치밀러 오릅니다. 오브미의 말은 거짓투성이입니다. 캐놀라이나는 자신이 어딘가 뒤틀렸다는 걸 인지하는 척만 했을 뿐. 진심으로 그걸 진지하게 받아드린 적은 없을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왜 날 버린거야?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멋대로 떠난건데?"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리가 없었을테니까요.


캐놀라이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스파크가 생기더니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한 줄기 별빛만이 비치는 그곳에 캐놀라이나가 서있었습니다. 여전히 칼을 든 체로, 그렇지만 캐놀라이나의 앞을 가리고 있던 검은 안개는 조금 옅어졌습니다.


메르힌이 말합니다. "좋아요. 이건 제 망상인데요. 카리샤씨. 캐놀라이나씨에게 아쉬웠던 거 없어요? 아니면 캐놀라이나가 단단히 착각했었던거라던가."


카리샤가 말합니다. "갑자기 떠오르라고 말씀하시-"


캐놀라이나는 카리샤의 목을 칼로 찌르려고 합니다. 카리샤는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구른 다음. 말합니다. "정말 그게 중요해요!?"


"적어도 지금 캐놀라이나를 쓰러트리는 건 진짜 무기가 아니에요. 캐놀라이나가 앞을 직시하도록 만들어줘야해요. 저 검은색 안개는 캐놀라이나가, 카리샤씨 생일파티마냥 좋은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기 위한 방어막이고요! 우린 그걸 깨트려야 해요! 캐놀라이나의 착각을 깨부숴야 한다고요! 그러니 카리샤님의 감정이 곧 무기에요! 자스민씨가 그랬잖아요!"


카리샤는 그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숨을 참고. 캐놀라이나의 움직임을 바라봅니다.


캐놀라이나의 피로 이루어진 칼날은 도끼로 변형되고 카리샤의 머리에 내려찍습니다. 카리샤는 캐놀라이나의 다리를 향해 뛰어들어 잡으려고 합니다.


도끼는 카리샤가 있던 곳에 내려꽂히고. 카리샤는 캐놀라이나에게 얼굴이 짓밟혀 뒤로 밀립니다. 밀리면서 카리샤는 도끼를 잡아 손에 든 다음 집어 던지려고 했지만. 캐놀라이나가 손가락을 튀기자 도끼가 폭발하고. 카리샤는 저 멀리 구르며 팔은 아작나고 다리는 연골이 날아갑니다.


너무 퍼티가 보고 싶어집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눈물 대신 피가 떨어집니다. 얼굴에 잔뜩 묻어서 녹아 흘어 내리는 듯 하군요. 카리샤는 바닥을 내리칩니다."봤어요! 그렇지만 전 기억이 온전하진..."


카리샤는 자신의 얼굴에서 피 눈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말을 멈춥니다.


분명 이러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후의 늦은 햇볕은 모두에게 충분한 광량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빛은 있지만 어둠이 더 많아졌으며. 그렇지만 완전한 어둠은 아니기에 오히려 더 불안해집니다. 지금 있는 곳은 노을의 끝일까요? 여명의 시작일까요? 지금 여명의 가장자리에 있는걸까요?


만약 가장자리에 있다면, 그 가장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달리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캐놀라이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가를 봤습니다. 캐놀라이나는 누군가의 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후의 끝이 시작한다는 걸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울립니다.


"캐놀라이나."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듣고 있어?"


"응."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나를 키운거야?"


"이유가 굳이 있어야 할까 싶은데."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사랑하니까."


"거짓말."


"응."


캐놀라이나는 사탕을 뭅니다. 종소리는 에코로 바뀝니다. 주황색 빛은 점점 길어지다가 이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럼, 왜?"


캐놀라이나는 뒤를 바라봅니다. 카리샤의 옆에는 칼을 매고 있습니다. 카리샤에게 처음 무기를 쥐어줬을 때가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칼은 심적으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듯합니다.


캐놀라이나는 웃습니다.


"갸엾어서."


"그래서 살아남은 내 가족들마저 죽인거야?"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네가 다 죽여놨는데."


"숨길 생각은 없었어."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모두 너를 위한 것이였고.."


캐놀라이나는 사탕을 집고 포장지를 벗깁니다. "그러니, 카리샤."


"그냥 캐놀라이나.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캐놀라이나는 눈을 크게 뜨고 카리샤를 바라봅니다. 카리샤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그러는거야? 너를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해도, 나는... 너를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지금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전혀 모르겠어.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카리샤는 머리를 헝크트립니다.


"왜 태연하게 서 있는거야? 왜 화를 내지 않는거야?사람이기는 한거야? 나를 도대체 왜 키운거야? 왜 내가 직접 알아낼 때까지 알려주지 않은거야? 왜 내가 직접 알아내는 걸 알면서도 방치한거야? 나를 미워하는거야? 아니면 나를 사랑하는거야? 그냥 나를 엿먹이고 싶은거야?"


"왜 사람들을 죽인 돈으로 나를 키운거야? 사람들을 죽이고 죄책감은 들지 않아? 지금까지 몇년이나 살인을 저질러 놓고서는 왜 그렇게 태연하게 있는거야? 그러면서 왜 나한테는 아무것도 몰랐던 척을 한거야? 나는 네가 하는 모든 일들이 이제 역겨운데 왜 너는 가만히 있는거야? 그 돈 벌려고 내 가족들을 죽인거야?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러면서 왜 나한테는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안 해준거야? 난 ... 난 널 정말 좋았했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씨발!"


그 많은 질문들은 캐놀라이나를 향했지만 그 무엇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캐놀라이나의 사탕은 다 녹았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사라져가는 노을을 바라봅니다.


여명은 끝났습니다. 어둠은 모두에게 내려앉습니다. 카리샤의 거친 숨소리만이 이 곳에 울려퍼집니다.


"너가 죽인 사람들 덕분에 나도 지금 쫒기고 있어. 좆같은 새끼들이 어딜가던 나를 따라오고 있다고. 네가 주워가서. 난 네덕분에 내 사랑했던 가족들도 잃어버렸고.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정신나간 약쟁이들한테 쫒기다 죽게 생겼어. 게다가 네가 경찰들에게 수배중이라서 얼마나 곤란한 줄 알아? 내 인생은 시작도 하기 전에 닫혔어. 전부 너 때문이야. 그리고 빌어먹을 복수, 그 복수도.. 더러운 도마뱀 새끼들."


캐놀라이나는 카리샤의 옷의 아래 부분을 바라봅니다. 습지에 다녀온 흔적과 피투성이 부츠.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용들하고 싸우고 왔구나."


"그동안 너는 어디 있었어?"


"말해줄 수 없어."


"그러시겠지." 카리샤는 자리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캐놀라이나는 다가갑니다. "부른 건 나야. 카리샤. 오늘 누구하고 있었어?"


"빌어먹을 늪지대에서 도마뱀이랑 칼싸움 놀이 하고 있었는데." 카리샤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리고?" 캐놀라이나는 뒤따라갑니다.


"언제부터 내 행적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연방수사국의 행적에는 관심이 많아."


카리샤가 멈춥니다.


"지금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겼던데."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누구야?"


카리샤가 당혹해합니다. 급히 내려갑니다. "무슨 말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캐놀라이나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그 빨라진 발걸음보다 조금 더 빨라집니다. "그럼 멈춰서 말해."


"네 얼굴 보기 싫어!"


캐놀라이나는 속도를 좀 더 높힙니다. 카리샤의 등이 손에 뻗으면 잡힐 때쯤이 됩니다. 카리샤는 등을 돌리곤, 급하게 홀스터에 손을 뻗습니다. 기계적인 소리가 퍼집니다. 캐놀라이나는 카리샤보다 빠르게 권총에 손이 갔고. 뽑히고. 조준하고. 카리샤 말린의 손에 쏩니다.


살갗이 부숴지고 뼈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카리샤 말린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됩니다. 얼굴에서 피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캐놀라이나가 선물했던 양산과, 그걸 펼치려는 손의 파편입니다.


캐놀라이나는 그 양산을 바라봅니다. 캐놀라이나의 하얀색 정장은 카리샤의 피로 얼룩졌고. 그 손에는 여전히 권총을 놓지 않고 카리샤를 겨누고 있는 권총이 있었습니다.


카리샤 말린의 얼굴에서는 피방울이 한번 더. 떨어집니다. 눈물과 섞여 있는 피가 떨어졌습니다.


저녁이 시작되었다는 차임벨이 울려퍼집니다. 카리샤는 그 종소리에 맞춰서 바깥으로 달려나갑니다. 쫒아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썅."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다, 권총을 겨누고. 발사합니다.


카리샤는 붉은색 양산을 펼칩니다. 총탄은 양산을 뚫지 못하고 막힙니다. 양산은 붉게 물들어 피로 바뀌고. 그 피는 하늘에 타원형으로 펼쳐집니다. 그 타원은 캐놀라이나를 향해 피의 실을 쏴댔고. 그게 몇개 연결된 이후에는 실들은 캐놀라이나를 찢기 위해 힘을 주었습니다.


카리샤의 수많은 질문들과 의문들처럼, 실들은 수도 없이 뻗어갑니다. 캐놀라이나를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붙잡힙니다.


캐놀라이나는 그 실 중 몇가지를 잘라냈지만 실은 너무나도 많았고. 결국 실들은 캐놀라이나를 찢어버립니다. 그 때까지도 캐놀라이나는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던 그 때의 캐놀라이나처럼. 카리샤는 그걸 보고는 생각했습니다.


메르힌이 말합니다. "마지막이겠네요." 메르힌은 한 쪽을 바라봅니다.


짙은 그늘 속에서 한 사람이 칼을 꽂은 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늘진 얼굴로 서있었습니다. 그 그늘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안개가 없었음에도 지금껏 봤던 검은색 안개보다도 더 짙어보였습니다. 메르힌은 스태프를 고쳐잡습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요. 캐놀라이나씨." 메르힌이 말했습니다.


"난 그 끝을 피하기 위해서 뛰었어."


"그래도 끝은 있어요."


"그걸 피하게 위해서 싸웠는데."


"잘되진 않았네요."


"최악이었지."


잠시 메르힌은 숨을 쉽니다.


"저희는 왜 그랬는지 알기 위해 왔어요."


"왜?"


"유령을 지워버리려고요. 자스민씨에게도 있고. 카리샤씨에게도 있는 악몽을." 메르힌이 말합니다. "왜 캐놀라이나님이 이걸 남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 뭐랑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확신이 없고요. 그렇지만."


"나를 지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겠구나."


메르힌은 그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캐놀라이나를 지우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렇다고 말이 나와야 했는데. 왜인지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답변하지 못한체. 시선은 하얘집니다.



그 메르힌과 카리샤, 그리고 자스민이 고개를 들자.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몸도 바뀌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반투명하게요.


시기는 불분명했지만. 저 멀리, 카리샤와 캐놀라이나가 함께 거리를 손잡고 다니는 걸 보면 카리샤에게 총을 쏘기 전이라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카리샤에게.


"아. 맞다. 카리샤. 미안하지만 집까지는 혼자 가줘야겠는걸."


"응?" 카리샤가 말했습니다.


"볼일이 있거든." 캐놀라이나가 쪽지를 하나 듭니다.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먼저 집에 가있어."


"휴일에도 일하는거야? 정말, 부모로써는 좋은 평을 줄 순 없겠어." 카리샤는 투덜투덜 말했지만. 캐놀라이나는 카리샤의 머리를 쓰담고. "일은 아니야.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거든. 미안. 다음 주에 또 산책하자."


카리샤는 캐놀라이나의 손길에 화가 풀렸는지. 웃습니다. "응. 조심히 갔다와!"


캐놀라이나는 그 표정을 보고서 미소를 지어주곤. 카리샤를 떠나 골목길에 들어갑니다. 카리샤와 메르힌, 자스민은 캐놀라이나의 뒤를 따라갑니다.


캐놀라이나는 편지를 펼쳤습니다. 나머지 셋도 그 내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편지지에는 한 주소가 적혀있었고. 캐놀라이나로 빈민가로 들어갑니다.


그 빈민가에서 더 높은 곳으로 걸어가다가. 언덕의 끝자락 쯤에 있는 곳에 캐놀라이나는 문을 두들깁니다. 잠시 조용했다가 인기척이 들렸고. 한 블라드라 여성이 문을 연 다음, 문을 두들긴 사람을 잠시 바라봅니다.


"캐놀라이나씨."


그 여성이 말했습니다.


"안녕." 캐놀라이나가 말했습니다. "커피, 마시고 싶은데."


"...들어오세요."


그 여성의 집은 누추했습니다. 모든 것이 형편없었고.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느것보다 냄세는, 캐놀라이나가 늘 맡고 있던 끔찍한 냄새가 신선하게 나고 있었습니다.


"언젠간 오실 것 같아서, 몇년 전에 준비하고 있었던 커피에요." 그 여성이 커피잔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캐놀라이나가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안 만난 것 같긴 하네."


"6년쯤이었나요."


"5년쯤이었을걸."


"그렇군요." 그 여성은 커피를 마십니다.


캐놀라이나는 커피를 잠시 보곤. "독은?"


"그런 뻔한 트랩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기사." 캐놀라이나는 커피를 마십니다. 진한 쓴맛이 입 모든 곳에 퍼집니다. "설탕, 있어?"


"없습니다."


"그렇구나." 캐놀라이나가 말합니다. "그럼 됐어. 음. 어... 이름이 뭐더라."


"루에스비."


"성?"


"성은 없습니다."


"그렇구나. 루에스비." 캐놀라이나가 말했습니다. "5년간이나 열심히 내줬는데. 왜 이번 달은 넘어갔는지 궁금해서 왔어.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이젠 돈이 없으니까요."


"그럼 5년 간은 어떻게 냈어?"


"처음에는 인간시절 가족이 살던 집을 팔았습니다. 그러다 인간시절 가족들에게 절연당했죠. 제 남동생은 저를 따라줬습니다. " 그녀는 담배를 물고, 캐놀라이나를 봤고. 캐놀라이나는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그래서 남동생과 함께 돈을 내가면서 원래 하던 일을 해갔죠."


"일이 잘 되진 않았나봐."


"네. 잘 되진 않았습니다. 총을 들 때마다 뭘 잃을지 알고 있으니 몸이 움직여주질 않더군요. 제가 돌아가지 못하면 남동생 얼굴을 못 볼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총을 뽑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범죄 배당금이 아니라 벌금만 내다 쫒겨 났습니다."


"그 다음엔?"


"쫒겨난 다음 여기로 돌아오니 남동생이 저를 안아주며 웃어주더군요. 살아돌아와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좋았는지. 한참 울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일따위는 안하겠다고 다짐했었죠."


그녀는 웃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커피를 마십니다. 전혀 달지 않군요.


"잘 되진 않았네."


"그정도면 다행이었죠. 최악이었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그만둘 수 있는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을 보복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왔었죠. 그리고 정상적인 일들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붉은 눈을 가진 사람들은 증오했으니까요. 그 때는 화가 났는데, 이젠 이해가 되네요. 증오할 수 밖에 없죠. 피를 뿌려대면서 햛아먹는 기생충들이니."


"죽음을 생각해본 적도 있었지만 남동생을 볼 때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은 사라졌고 희망도 없었지만. 저만을 믿고 따라준 남동생을 위해서..."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들이켰습니다. 커피잔은 이제 비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가만히 그런 그녀를 바라봅니다.


"마지막엔 도시를 벗어나려고도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봉쇄된 상태더군요. 경비병들은 저희들에게 뇌물을 요구했습니다. 저희는 그럴 돈이 없었죠. 그 날은 당신에게 돈을 줘야 했던 날이었으니까. 그래서 7일을 물도, 식량도, 피도 제대로 받지 못한체 굶줄이고 있었습니다."


"그게 저번 주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캐놀라이나는 커피를 들곤. "커피 잘 마셨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그거 참 다행이네요." 캐놀라이나는 그게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일에 대한 책임은 져야지. 네가 이렇게 된 게 내 탓은 아니야. 네 결정 때문이지." 캐놀라이나가 말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했습니까?"


"굳이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도 이 꼴이었을텐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캐놀라이나가 말했습니다. "이번 달은 주지 않아도 돼. 다음 달, 기다릴게."


"당신은 돈도 충분히 많을텐데."


"돈이 문제가 아니야. 앞으로 나를 엿먹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너처럼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해."


"그렇군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신 김에 제 남동생이라도 보고 가시겠습니까."


"왜?"


"제가 죽은 이후에 갚아줄 지도 모르는 인간이잖습니까. 당신 목적에는 딱 맞을 것 같은데."


캐놀라이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캐놀라이나를 잠시 보곤 걸어갑니다.


그녀가 걸어간 복도는 불이 전혀 켜져 있지 않은. 아주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 끝에는 소중한 듯 장식되어 있는 꽃과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있었습니다. 다른 곳보다도, 이 방 근처는 가장 좋은 소재들로 이뤄져있었고. 가장 세심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건 캐놀라이나에게는 익숙한 악취가 가장 심하게 나는 곳이었습니다. 그 냄세는 빈민가 전역에 퍼져있긴 했기에 캐놀라이나에게 주의를 끌만한 냄세는 아니었습니다만. 이 곳은 유독 더 심하게 났습니다. 그렇지만 문을 열고 있는 그녀는 그 냄세를 전혀 맡지 못한 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잠긴 문을 열었습니다.


방은 복도와 달리 정말 밝았습니다. 집의 구조 상 유일하게 햇볕이 들어올 것 같은 방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비록 낡거나, 쓴 흔적이 많이 보였지만 아이의 장난감도 많았고. 수백번 본 듯 닳아서 없어질 것 같거나 손 때가 탔지만 많은 동화책과 교재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침대에 볼록튀어 나와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몇 살이야?"


"올해로 9살입니다."


"그렇구나. 몸은?"


"예전부터 허약했던 채질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법한데."


"새 가족들과 지내느냐 바쁘셨으니까요. 어머니는. 저희는 늘 거슬리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렇구나."


캐놀라이나는 방을 둘러보며 걷습니다. 방 바닥에는 오래된 피자국과, 끈적거리는 액체가 간간히 있었습니다. 이는 다른 방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침대에 가까이 갑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정말로 저희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했었습니까?"


"아까 말했는데."


"그게 진심이십니까?"


"내가 왜 진심을 안 말하겠어?"


"그렇군요."


그녀는 채념한 듯한 한숨을 내뱉습니다. 캐놀라이나는 이불을 들춰봅니다.


그 안에는 시체가 한 구 있었습니다. 캐놀라이나는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전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당신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죠. 단 한 통도 도착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입니다. 전 감옥에서 빠져나온 다음 날에도 보냈습니다. 그 날 그 아이는 열병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죽기 직전이었는데 돈은 한푼도 없었죠. 당신에게 줄 돈하고 벌금 내느냐 모든 걸 다 뜯겼으니까! 전 돈을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돈을 빌려달라고 했었죠. 그런데 당신은...."


"당신은... 정말 제게 그렇게까지 해야 했었군요. 확인해서 다행입니다. 미련을 가지지 않아도 될테니."


그녀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았습니다. 캐놀라이나는 그것에 반응하지 못했고, 눈을 감았습니다.


총성이 울려퍼졌고. 그 방에서 서있는 사람은 햇볕 아래에 있는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캐놀라이나.


캐놀라이나는 두 구의 시체와 함께. 햇볕 아래에서. 오후의 차임벨이 빈민가에 울려퍼지는 걸 들었습니다.


캐놀라이나의 눈 앞에서, 마루에 흘러내리는 피는 그 어느 때보다 끈적했고.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이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역겨웠습니다.


작가의말

완전 늦었습니다. 완전 죄송합니다. ;ㅁ ; 


변명을 하자면 (네! 이제 작가의 말은 넘기셔도 된답니다.) 이번 화는 정말 쓰기 어려웠거든요. 뭔가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를 제 손으로 몰락시켜야 한다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우울하고요. 아무래도 저는 행복한 글을 쓰는 게 적성에 맞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뭐. 이미 시작했는데요. 이제와 롤백하기에는 글러먹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정말 목요일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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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 DESTROY_GHOST - 평화를 위한 전쟁 22.11.14 17 0 58쪽
» 63화 - DESTROY_GHOST-AFTER : 끝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22.08.16 19 0 50쪽
63 62화 - RESTORE_GHOST-AFTER : 동상N몽 22.07.30 25 0 71쪽
62 62화 - RESTORE_GHOST - EP-7 행복을 위한 유예 22.07.15 20 0 70쪽
61 61화 - RESTORE_GHOST - EP-6 유령들 22.07.02 18 0 65쪽
60 60화 - RESTORE_GHOST - EP-5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들 22.06.18 21 0 91쪽
59 59화 - RESTORE_GHOST - EP-4 가장자리에서 22.06.02 21 0 79쪽
58 58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4 22.05.17 21 0 89쪽
57 57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3 22.05.02 20 0 71쪽
56 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22.04.14 22 0 108쪽
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2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49 0 113쪽
51 51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29 24 0 75쪽
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20 0 81쪽
49 49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을 잃은 사람 21.12.31 20 0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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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4 0 75쪽
46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3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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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5 0 35쪽
42 42화 - 그거 말... - 이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 21.10.01 20 0 52쪽
41 41화 - 그거 말... - 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PART2 21.09.15 27 0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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