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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최근연재일 :
2023.05.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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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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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DUMMY

날아간 총탄은 기가 막히게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갔죠. 한번도 총을 안 쏴본 한스 본인도 공갈용으로 쐈던 총이 저렇게 잘 맞을 수 있나 좀 놀랐어요. 어쩜 저렇게 잘 맞을 수가 있죠?


우리 두목님의 다리에 말이에요.


두목님이 말했어요. "으아아아ㅣ아악! 미친놈아! 나를 쏘면 어떡해!" 한스는 좀 뻘줌해진 표정을 짓고선 말했죠. "아니. 두목님. 그.. 어.. 소설같은 데 보면 인질부터 제압하라고 나와있더라고요." 그 말대로, 다리에 저 피가 철철 나는 것 좀 봐요! 당분간은 못 걷을거고. 덕분에 메르힌은 이제 두목님을 끌고 다녀야했었어요.


그러니까 80kg 쯤 되는 힘풀린 살덩어리를 끌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인질극이었으면 아주 효과적인 대처였을거에요. 자기 몸 가누는 것도 실수하는 게 사람인데, 남의 몸. 그것도 힘 풀린 남의 몸을 이끄는 걸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고. 게다가 평소에 해본 적이 없는 일이잖아요? 다리에 총 맞은 사람 끌고다는 걸 자주 하신다고요?


마침 지금 인질을 들고 있는 메르힌도 그걸로 먹고 살았어요. 그래서 한서가 '하. 이제 마음대로 못 움직이겠지' 라는 자만심을 가지는 동안. 메르힌이 말했어요. "아르크씨! 저 비공정 입구 막아요! 카이디씨!" 그 말을 듣자마자 아르크는 곧 바로 발코니 입구에서 비공정 입구으로 뛰쳐나가 방패를 한서에게 들이댔고. 메르힌은 카이디를, 카이디도 메르힌을 보고 "말해!" 라고 말하자. 메르힌은 한 손으로 두목님을 자기 왼쪽 어깨에 올려버린 다음 저택의 복도를 바라보곤 말했어요.


"뚫고 지나가죠."


카이디, 그리고 아르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사람을 20kg 밀포대마냥 가볍게 드는 메르힌을 보며 저게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근육을 혹시 내장시켜놨나. 혹시 눈이 빨간 색이 아닌 블라드라도 존재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카이디와 메르힌은 이미 복도의 중간쯤을 지났죠. 그제서야 친구들이 정신을 차렸어요. 그래서 비공정에 있는 친구들은 입구를 막고 있는 아르크를 총으로 조지려고 하고. 저택에 있는 친구들은 무슨 밀포대 들고 가는 듯 자기 보스를 끌고가는 메르힌과 광속으로 자기 짐을 챙겨서 한 손으로 거대한 가방을 들고 있는 하르델린의 손을 잡고 대려가고 있는 카이디를 습격하려고 했죠.


그럴려고 하자 카이디가 말했어요. "하. 다들 보스가..."


말하던 카이디의 말을 끊고, 메르힌에게 들처 엎힌 보스가 말했어요. "허! 너네가 죽일 수 있겠어? 백마도사 하나에 라라유 한 놈인데!" 복도에 있는 하객들은 그 말에 호흥해서 곧바로 메르힌과 카이디를 조지려고 했죠! 그러자.


"신혼 첫날에 고자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다들 비켜!" 카이디가 말했고. 메르힌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스를 바라봤어요. 그러자 보스는 그 나불거리던 입이 쏙 들어가고 하객들은 아까 메르힌이 차라리 아기를 드는 게 더 힘들어 보일 정도로 성인 용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은 그 완력을 한번 상기 한 후 다들 메르힌과 카이디, 메르힌에게 엎힌 보스와 카이디가 이끌고 있는 하르델린이 편하게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줬어요.


그 때쯤 아직 발코니에 있던 아르크는 방패에 화염 속성이 부여되고 총탄 수십개를 두들겨 맞고 몽둥이로 철판이 좀 휜 상태까지 버티다 슬슬 친구들이 빠져나가자 방패를 집어던지고 튀었어요. 비공정에 있던 분들은 그 화염 속성 방패를 피하느냐 아르크에게 총탄을 먹이는 건 실패했고. 아르크는 도발하고, 처맞고, 도망치는 것. 이 3가지는 그 누구보다 잘 했기에 이미 저 만치 떠나서 1층으로 내려가고 있던 메르힌과 카이디와 합류하는 데 성공했죠.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르크는 궁금증이 하나 생겼고. 다들 미친 듯이 뛰는 와중에도 용캐 말했죠. 하나. "망할. 왜 스페어 퀸이 아니라 한스가 튀어나온건데? 스페어 퀸은 어디있는거야?", 카이디가 말했어요. "나도 몰라!"


이 답변은 제가 대신 해드릴게요. 술먹은 후유증으로 그만 수전증이 걸려 시동을 못 걸고 있어서 소위 완벽한 계획을 망치는 데 크게 한 건 했어요. 다만 오히려 좋은 점은, 그래서 혼란이 가득하던 정원에서 용캐 빠져 나온 카드레가 스페어 퀸의 비공정에 탔고, 무서워서 벌벌 떨린다고 착각한 카드레는 스페어 퀸의 손을 잡아줘서 시동을 걸고 일단 출발할 수는 있었어요.


다음. 아르크의 다음 궁금증은 뭘까요? 둘.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다음은 뭐야?", "뒷문에 신혼여행 비공정이 있어. 그거 타고 여길 뜬거야." 카이디가 말했어요. 그 다음 1층 로비, 복도, 뒷문, 뒷문 승강장을 지나 멈췄고. 그 앞에는 '마운티아 하르델린 부인분과 두목님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라는 간판을 왼쪽, 오른쪽에 붙여놓고 비공정의 모든 색깔을 핑크색으로 한 비공정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메르힌과 카이디, 아르크는 할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보며 '진짜 이걸 우리가 타야하는가' 라는 철학적 고찰을 나누다가. 뒷문에서 들려오는 축가도 안 부르고 맹세도 안하고 결혼식을 대충 마무리 하고 도망치려는 무뢰배같은 3명에 분노한 하객들의 목소리와 술값 겨우 몇 푼 정도나 받고 앞으로 살아갈 때 피같은 피값을 피처럼 철철 내게 생긴 한스군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꼭 필요한 것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메르힌이 생각해요. 하나. 저거 움직일 수 있나? 네.


카이디가 생각해요. 둘. 지금 탈 수 있나? 네.


아르크가 생각해요. 셋. 지금 안 타면 죽는가? 네.


그럼 뭘 더 묻겠어요? 다들 금광을 발견할 것처럼, 그리고 이번에는 터트리지 않겠다라는 일념으로 달려나갑니다! 하객들이 뒤에서 수많은 공갈 협박을 날리지만. 그런 건 통하지 않았고. 곧 바로 조종석으로 다들 뛰쳐나가 앉아서 오후의 햇살을 느끼며 신랑 신부를 경찰서로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던 조종사, 디미트씨에게 메르힌이 말합니다.


"자세한 건 묻지 말고 당장 출발해요!" 메르힌은 그 다음 옆에 들고 있던 밀 포대, 아니. 보스를 바닥에 내려놨고요. 아르크는 방패를 잃은 탱커, 줄이면 백수가 되어서 바닥에 뻗었고. 카이디는 목표인 하르델린을 잘 돌보려고 말을 걸고 있었죠. 디미트씨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암살범이라도 난입한 건지 많은 물음표가 떴지만. 다행히도 메르힌과 친구들이 깨달은 걸 조종사 관측창 앞으로 저택에서 쏟아져오는 총과 창과 횃불과 폭탄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보자 디미트씨도 깨닫게 되어서 바로 악셀을 밟아 비공정을 저택으로부터 탈출시켰어요. 저택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 자기들이 들고 있는 걸 집어 던지면 저걸 조져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닫기 3초전이었죠.


아무튼 사람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바꿔버리고 이 세상에서 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깨닫게 해준 이 비공정에는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어요. 다들 마음의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죠.


메르힌과 아르크, 카이디는 카드레 걱정은 '스페어 퀸이 늦은 이유는 바로 카드레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아아. 동료애여.' 로 결론 짓고서 '이제 모든 의뢰에 대한 조건을 마쳤구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보스는 일단 신혼 여행 비공정에 탔으니까 이거 결혼한 걸로 쳐도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비록 다리에 피가 좀 흘렀고 불청객 3명이 더 탔지만 계획 자체는 해결되었으니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조종사, 디미트씨는 드디어 이 새끼들을 경찰서로 보내서 포상금도 받고 자기 피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은 듯 하여 마음의 안정을 얻었어요.


유일하게 마음의 안정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어요.


그러던 와중 그 사람이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하고 모두가 마음의 안정을 잃기 시작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메르힌이 보스를 대충 소독하고 -"으아아아악!"- 상처를 째서 -"꺛앙랑렂ㄷㅂ갸러거걱" - 총알을 뺀 다음 - "잘못했어! 잘못! 자아아아라라아아아아아악!" - 다시 소독하고 - "살려줘어어어어어어아아아악! 흐어어어아아악ㄱ" - 붕대를 감고선 그 친구를 바라봤는데, 아. 회복을 위해 잠들었군요. 칠칠 맞게 입에 침을 흘리다니. 휴. 뿌듯하게 오늘도 백마도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선 창가를 봤는데요.


이런. 용이랑 눈을 마주친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용이 정황상 계속 자기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휴. 하지만 방금까지 다행히도 메르힌은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사람을 구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안심했어요. 저 친구도 자신의 응급처치에 감동해서 바라본 게 틀림없다고 믿었거든요.


저 친구, 그러니까 우리 보스의 기억속에 침투해서 한껏 비꼬고선 저 철없는 놈이 기어이 마운티아 가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하고 그 딸도 두려움에 못 이겨 그러겠다고 말하자 저 새끼가 손수 자기 인생을 조지는 꼴을 볼 수 없어서 도서관장님의 의심가득한 눈초리와 많은 걸 묻는 눈초리를 이겨내고 긴급 오후 반차를 승인해서 아무도 안 보는 숲속에서 용으로 변신해서 눈에 뛰는 비공정 없나 하나하나 뒤져보고 있던 개명 후 이름 세브린스 엘레란트, 개명 전 이름 복순, 아무튼 보스의 이제 명실상부한 전 부인은.


아무리 미운 자기 전 남편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결혼은 애초에 무효니까 아직도 자기 현 남편이 저런 끔찍한 고문을 받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에 노려보고 있었는데, 저 고문 기술자는 그 분노한 눈을 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에 야마가 돌아버렸어요.


그래서 평화가 깨진거에요. 비공정의 옆 부분은 거의 박살날 듯 덜렁였고 조종사는 모든 게 들킨건가, 저 공적 놈들이 내 계획을 어떻게 눈치챈건지 혼란과 두려움에 휩쌓였고. 메르힌은 저 사악한 용은 왜 내 상냥한 치료를 보고 공격이나 날리는지 분노에 휩쌓였고. 아르크는 이제 좀 쉴려는데 또 깨워서 스트레스에 휩쌓였으며. 카이디는 왜 우리는 편하게 의뢰를 마치는 법이 없을까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유일하게 마음의 안정을 얻은 사람은 단 한 명이었어요.


이 중 가장 먼저 결단을 굳힌 사람은 조종사였죠. 어차피 들킨 거 돌아가지 말고 바로 경찰서로 직행한다는 결단이었어요. 그래서 안 그래도 휘청이는 비공정은 바닥이 꺼질 듯한 느낌까지 추가되어서 안은 더 혼잡해지고. 바깥에 전 부인분께서는 남편을 고문하고 어디론가 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가벼운 브레스를 집어던지셨죠. 덕분에 이제 불도 붙었습니다.


불붙고 추락하고 휘청이는 비공정에서 두 번째로 결단을 굳힌 사람은 메르힌입니다. 이대로 하늘에서 골로 가기에는 앞으로 자기 명의로 줘야 할 백마도사 협회 후원금들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가면 안 됐기에 파티원을 수습하고. 난간을 붙잡고 몇 번 넘어지고 구토를 유발하는 휘청임을 몇 번 견디며 갑판으로 나섰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갑판은 그나마 구르는 데 끝이 보이는 비공정 내부와 다르게 한 번 구르면 저 멀리, 아직 미니어쳐로 보이는 지상까지 끝도 없이 굴러떨어져야 했고. 그 결과도 내부에서는 겨우 좀 까지는 게 전부인 것과 다르게 저기로 구르면 시체라도 온전히 구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게 분명할 정도의 높이였어요. 그래서 다들 쫄아서 갑판과 내부를 가르는 문만 붙잡고 바깥에 날아다니는 용을 바라봤죠.


그 용도 그 친구들을 바라봤어요. 성질 같아서는 그냥 브레스로 죄다 태워죽여버리고 싶지만 마운티아 법원의 중대한 심판과 애초에 재판 대상도 아닌 자기 종족을 한 번 상기하고. 아직 고문만 했지 죽이지는 않았으니 용서해줄법하다고도 상기하고. 이제 힘들어 뒤질 것 같고, 500년 만에 용으로 변신했는데 왜 내가 500년 동안 용으로 변신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은 피곤함과 배고픔의 비명을 슬슬 찾기 힘들었기에. 그 친구들을 바라보곤.


"내 남편을 그렇게 조지다니. 그럴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세브린스 엘레란트, 전 부인이 말했어요.


"조지다니요! 총에 맞은 사람을 구해주는 걸 보고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아주 화가 찰 노릇이었죠. 사람을 구하는 걸 어떻게 사람을 조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메르힌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메르힌을 바라보는 세브린스 엘레란트는 저 당당하고 부끄러움 한 치 없는 표정에 자기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깨달았어요.


"뭐야. 정보를 알아내려고 고문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르크가 말했어요. 카이디에게 속삭이면서요. "기만 전술이잖아. 아르크. 아군까지 속으면 어떡하냐!" 카이디가 말했어요. 메르힌은 저 두 놈을 언젠간 치료할 수 있는 나날이 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저 둘에게는 운이 좋게도. 메르힌은 일단 저 용부터 설득하는 거에 초점을 맞췄죠.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지금은 편히 잠들었어요. 그... 부인분이신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보실래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 용은 잠시 고민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고, 오히려 자기가 착각해서 감옥에 갈 뻔한 짓에 얼굴이 화끈해지고 현명함의 대명사인 자기 종족의 얼굴에 페인트를 들이부은 것 같은 느낌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잠시 말을 못하다가.


"그래. 좋아. 고마워." 전 부인이 말했어요. 그리고 그 용은 여전히 추락하듯 낙하하고 있는 비공정에 아주 아슬아슬하게 착지한 다음, 곧바로 인간의 모습으로 바꿨어요. 그게 전 부인의 큰 실수였죠. 그 육중한 중량에 비해서는 아주 작디 작은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자 곧바로 빌어먹을 바람과 휘청이는 이 비공정의 바닥이 얼마나 난폭한지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몸이 잠시 날아오르더만 비공정 갑판 난간을 겨우 붙잡고 죽지 않은 게 아니겠어요. 안그래도 배고파죽을 것 같았는데 살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마나란 마나는 죄다 쓰며 자세를 유지했어요. 그렇지만 바람과 관성을 홀로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다행히도 메르힌과 일부 친구들은 그런 난관에 처해있는 사람을 이미 구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했어요. 이제 모험만 하면 될텐데 당장은 표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훌륭한 모험가였고, 부인은 앞부분은 전혀 모르고 계시니 훌륭한 모험가들을 보는 표정으로 감사를 표한 다음, 같이 조종실로 내려갔고 다들 한숨을 돌렸어요. 하지만 아직 위기가 몇가지 더 있었죠.


"좋아요. 이제 불을 끄러..." 메르힌이 말하던 와중.


"아. 불을 안심하세요. 자동 소화 장비가 있어서 꺼졌습니다!" 조종사가 말했어요.


"그럼 그 다음 위기인 어... 휘청이는 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것도 자동 안정 장비가 있어서 이제 고쳐졌어요!" 조종사가 말했어요. 그 다음 새로 온 손님을 본 다음 말하죠. "저 분이 아까 그 용이죠? 그럼 모든 문제가 고쳐졌네요! 빨리 비상 착륙이나 합시다!"


"정말 마법같네." 전 부인분께서 말했어요. 메르힌은 전 부인을 바라보며 어떻게 아까 그 큰 몸뚱아리가 이렇게 압축될 수 있냐고 묻고 싶은 눈으로 바라봤고. 전 부인께서는 메르힌을 바라본 다음 말씀하셨죠. "이건 진짜 마법이에요."


그 다음으로 전 부인께서 하신 일은 그냥 총알이 종아리에 박혀 있는 체였다면 아마 지금보다 상태가 훨씬 좋았을 것 같은, 입에 거품을 물고 얼어버린 꼴을 가진. 자기를 전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남편이었어요. 전 부인께선 스스로 생각하시기에는 냉혹하고 한심한 쓰레기를 보는 표정을 지으셨다고 생각했지만. 메르힌과 카이디, 하르델린과 아르크, 심지어 조종사까지 뒤를 슬쩍 보고 느낀 바로는 칠칠 맞은 아들놈을 키우는 어머니의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죠.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다들 그걸 볼 만큼 다시 평화로워졌다는 거에요. 다행히도 조종사는 자신의 계획을 들키지 않았고. 메르힌과 일부 친구들은 보스는 의도치 않게 기절했고 전 부인은 위기가 아니라 손님이었으며. 하르델린까지 확보한 상황이었죠.


카이디는 거기서 더 나아가 게다가 다들 보스랑 친해보이지도 않고, 조종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전 부인께서는 하르델린이 차라리 사라졌으면 좋을 것 같은 보스에 대한 애정이 약간 남은 저 표정을 종합해본 결과 그냥 우리들의 목표를 완전히 공개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방금도 오해로 위기를 만들었으니, 오해를 미리 다 봉합하면 위기는 없을 거라고요.


그래서 카이디가 말했어요. "아. 어. 저기. 여러분. 사실 저희들은 공적이 아니라 마운티아 마샤 국무장관님께서 사랑하는 마운티아 하르델린이라는 동생분을 조용히 집에 대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온 모험가입니다." 조종사는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뱉었어요. 이런. 조종사는 엄청 뻘줌해져서 바로 말했어요. "저도 말입니다. 이 비적 놈이 제가 돈 벌 구석을 탈탈 털어버려서 이 친구를 경찰에 넘기려고 잠복중이었습니다!"


카이디는 조종사에게 윙크를 한 다음, 말했어요. "우린 저 친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우리는 동지겠군요! 그 다음으로.. 어... 그..." 자기를 보고 용씨라고 말할까 말까, 말하면 종족차별주의자가 되는 건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던 카이디를, 전 부인께서도 카이디를 바라보곤 말하셨어요. "세브린스. 여기 누워있는 하찮은 것의 부인이지요. 그리고 저도 상관없어요. 감옥에 좀 갇혀서 반성하는 편이 좋을 것 같으니." 세브린스, 전 부인씨는 아직 용이 잡히면 마운티아의 사법 정의가 작동될 거라고 믿는 순진무구한 성격이었기에 그냥 감옥에서 가끔 면회나 가주고 감시할 수 있으면 오히려 좋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그렇게 말한 거에요.


그걸 듣고 나서 카이디가 말했어요. "그럼 우리는 다들 동지겠군요! 지상으로 다들 편안히 내려간 다음, 맥주라도 한 잔까서 먹은 다음. 각자 원하는 걸 들고 집에 돌아가는 거에요! 완전 좋죠?" 그 다음 모두의 입과 표정을 한번씩 바라봤고, 그 말에 다른 반박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그 확신마저 얻은 카이디는 말했어요. "좋아요! 그럼 다들 그 때까지 푹 쉬시길!" 다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부인분께서는 여기 냉장고에 음식물이 없나 뒤져보려갔고. 아르크는 새 방패를 자기 용돈에서 사는 걸 용납할 수 없어서 무기고를 뒤지러 갔고. 메르힌은 백마도사 스태프에 조금 묻어있는 피를 닦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조종사는 이제 포상금과 안정적인 수익원 둘 다 얻은, 동화에서 승리한 영웅의 표정을 짓은체 열심히 운전했어요.


그걸 한번 둘러보던 카이디에게 샘솟던 드디어 해냈다라는 자부심은, 결정적으로 메르힌의 이 말로 넘쳐흐르게 되었어요.


"역시 우리 파티의 유일한 아가리 공격 타입이에요, 카이디씨!" 게다가 따봉도 포함되어있었다고요.


아가리 공격 타입. 하. 이제 다음 갈 곳은 마운티아 연방의사당인가. 카이디도 그 말을 듣고는 긴장을 풀고, 이제 모두가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드디어 메르힌과 일부 친구들은 마지막을 폭발이나 너덜거리는 비공정 갑판위. 혹은 바다에 둥둥 떠다닌 체로 마무리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드디어, 여명의 아일란트 최초로! 안정적인 마지막으로 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챕터 4, 그거 말...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저는...


분위기를 바꿔볼까요.


비 오는 거리에 눅눅한 하늘을 상상해보라고 하면. 누군가에는 늘 다른 풍경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사람에게는 늘 같은 풍경에, 늘 같은 장소였어요.


회색빛으로 가득찬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희미한 초록색, 마운티아의 색이 보였어요. 그들은 모두 자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그 사람은 자괴감이 들었다고 해요. 어쩌다가 이런 과대망상 환자가 된거지.


아. 환자는 맞았어요. 여기는 병원이거든요. 회색빛에 가려진 하얀색은 이 사람에게는 딱히 구별할 수 없는 색이었지만 새빨간 십자가로 구별할 수 있었어요. 빨간색. 처음 이 곳에 올 때는 저 색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하긴. 그러니까 병원에 온 거겠죠.


이렇게 주변을 확인하고 나면 앞에 한 사람이 있어요. 늙은 노인이죠. 그 노인은 힘이 없어보였고, 피곤해보였고, 그 사람을 동정하고 있었어요. 입고 있던 빛바랜 초록색을 보면 이 사람은 자기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저 색을 가진 사람 외에는 누구도 자기를 지켜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사람만 지금 앞에 서있는거에요.


이 사람이 그렇게 보는 걸 저 노인은 알고 있을까요. 모르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무지에서 나온 모름이 아니에요. 이 사람을 너무나도 동정하고 갸엾게 여기기 때문에 그런 걸 알려고 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죠. 그 사실을 이 사람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토가 쏠릴 것 같았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왜 나는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마저 이런 쓰래기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걸까.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 때쯤에서야 그 노인이 말했어요.


"이제 이 곳을 떠나면 슬픈 일은 없길 바라마."


계속 이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해요. 다만 머리에 빗방울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있었고. 그게 자기 눈물인지 아니면 빌어먹을 이 세상은 나한테 계속 고개나 처박고 회색빛 세상이나 처보라는 건지 햇갈릴 지경이었어요. 비를 맞고 싶진 않았지만 저 병원 근처에 조금 더 나아가고 싶지 않아요. 노인도 우산은 없었어요. 처음 여기 올 때와 똑같죠.


하지만 다른 걸 들고 있었고. 그렇기에 계속, 노인은 비를 맞고 있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그리고 만약 슬픈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까지는 너가 사랑하는 걸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떠나보내야 했었지."


이 사람은, 그래서 지금 혼자 있잖아요.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바깥에서는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


이 사람은, 말뿐이라면 지겹도록 들었어. 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위해서 이게."


이 사람은 이번에는 말뿐만인 약속과 사랑이 아니길 바라며 앞을 봤다고 해요. 그리고 그 앞에는 노인이 들고 있는 한 커다란, 사람만한 검은 가방이 보였죠. 그 다음으로 보는 건 노인의 얼굴이었죠.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요.


노인은 그것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다만 손에 쥐어준 다음 말했어요.


"너의 힘이 되길 바란다."


이 사람은 그걸 든체로 지금까지 했던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봤어요. 병원, 회색 하늘, 노인, 그리고...


슬픈 일. 이 사람은 어떤 슬픈 일이 있었을까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초록색 드레스. 좀 바보같고 활발한 아가씨처럼 보이는 옷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죠. 활발히 뛰어노려고 걷기 편하게 조금 뜯었다가 4주간 평행대만 밟았어요.


레이스 달린 초록색 장갑.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하나하나 만져보는 게 아니라 종이나 넘길 때 배지 않게 만든 장갑이죠. 아. 결혼할 때 손잡고 걸을 때도 예뻐보이게 하려고요. 그리고.


저 손목까지 내려오는 하얀색 레이스는 예뻐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숨기려고 만든거에요. 흉한 부분을 어떻게서든 감추려고 했었죠.


목에는 하얀색 레이스와 초록색의 초커. 아래로 내려가면 초록색의 팬던트 목걸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마땅히 불타야 했었을 초록색 눈동자. 그렇지만 지금 이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게 자기가 개같이 끌려다녔다는 명백한 증거물로 남아 있었어요. 초커는 개목리로. 팬던트 목걸이는 목에 걸린 수갑으로. 불타는 듯한 초록색 눈동자는 더 이상은 싸울 의지도, 반항할 의지도 거세당한 개가 가진 눈동자로요.


이 사람은 그렇게 되고서는 지루하고 잔혹하고 끔찍한 나날을 보냈어요. 이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 사람은 단 한번도 자신의 서사를 써내려가지 못했으며. 이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나날을 지나쳐옴으로써.


이렇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날, 이 사람은 가문으로부터 이제 알아서 하라는 통보를 드디어 받았어요. 하지만 이런 꼴로는 다시 자신의 서사를 쓰기는 커녕 누군가의 장신구나 되며 마운티아가와 결혼했다는 증표로써 활용되겠죠. 차라리 체스의 폰은 홀로 움직일 수라도 있겠지만 지금 이 사람은 그럴 힘조차 없어요.


그렇기에 너무나도 힘을 원했어요.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수면 아래에 묻혀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서.


더 이상 사랑하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던 나날로.


그 지루했던 나날로는 더 이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사람은 그 가방의 지퍼를 열고 그 안에 있는 걸 꺼내요. 당장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죠. 그렇지만 이 사람은 늘 꺼낼때마다 놀라워요.


그 노인은 이 사람의 그 표정을 보곤 말했어요. "델린아."


"그걸로 너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게 하거나. 너를 다시금 이 곳으로 떨어트릴 사람을 발견하면."


"쏴버리렴."


이거, 이거. 미리 좀 말할 걸 그랬나요?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분은 바로 마운티아 하르델린입니다! 큰 소리로-


맞아주기 전. 하르델린이 꺼낸 사람 몸만한 샷건이 내뿜은 소리는 큰 소리로, 비공정 그 어디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 평화는 끝났고 여명의 아일란트는 겨우 이런 곳에서 시시하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줍니다.


어찌나 소리가 컸는지 쇼크로 뻗은 보스마저 귀를 틀어막고 일어날 정도였어요. 그 보스가 처음 본 광경은 자기 부인이 사람 몸짓만한 샷건을 들고 있다는 것과, 그 총구가 향한 곳은 바로 조종사였다는 것이었죠! 두 번째로 본 광경은 비공정 바깥의 풍경이 마치 공책을 빠르게 넘길 때처럼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세 번째로 생각한 건 이건 공책이 아니라 현실이고 이 고도에서 이 속도로 추락하면 뒤진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자기 현 부인을 제압하려고 뛰어듭니다!


뛰어드려고 했어요. 하르델린이 총구를 자기에게 겨누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아니. 이성은 계속 뛰어 들라고 외치는 데 본능은 '안대 이 미친넘아' 라고 소리를 쳐서 근육 하나를 못 움직이겠던거에요. 할 수 있는 건 눈을 옆으로 굴려서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자기를 납치한 납치범이 이 사태를 해결해줄거라는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뿐이었죠. 그가 바라본 건 메르힌이었어요. 속으로 더 환호를 했죠! 하! 사람을 포대들 듯 든 저 싸이코 백마도사라면 귀신에 씌인 듯한 자기 현 부인을 퇴마해줄 수 있을거야!


메르힌은 온순한 양이 되었어요. 자기는 지금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고, 저 양치기가 하는 말을 충실히 잘 따를 것이라고 믿으며 하르델린에게 나는 완전 관계 없는 인간임이라는 시그널을 보냈어요. 그리고 옆에 있는 눈치없는 저 비적두목의 시그널은 무시했어요. 저 미친 놈은 민주주의의 보급이 총과 마법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잊었나봐요.


두 개의 공통점은 힘을 모두에게, 재한없이, 손 쉽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었고. 연봉 30만 골드짜리 소드 마스터 3명에게 10만 골드짜리 칼을 쥐어주고 고용해서 꿀 빨려는 귀족이, 그 소드 마스터가 연봉 엄마한테 받은 용돈 300골드와 어디서 주운 총을 가진 꼬맹이 3명이 쏜 총알에 비명횡사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력한 가치인지 깨닫고. 비밀 연구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마녀가 연구를 마치고 세상에 튀어나와서 지배하려고 했것만 이미 흑마도사 연맹이라는 괴상한 곳에서 시민들의 후원금과 수많은 흑마도사들의 힘으로 한 100년 전에 연구를 마쳤다는 사실에 우을증이 걸려 최근 정신병동에 입원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얼마나 지혜로운 가치인지 깨닫...


그런 개소리를 길게 생각하던 메르힌의 뒷편에 아르크가 등장합니다. 지 냉장고 아니라고 철제 냉장고 문짝을 뜯어와서 방패랍시고 들고온 파렴치한이었죠. 하지만 그런 파렴치한도 샷건인데 왜 탄창이 있으며 저게 왜 연발이 될 것처럼 생긴거지라는 사기 무기에 쫄아서, 아르크가 말했어요. "아. 나 방패를 놓고온 것 같아." 그러곤 망설임 없이 다시 가던 길로 갔죠. 사실 가던 길은 없었지만. 그게 뭔 대수에요? 만들어야지.


메르힌은 그 말을 듣곤 내심 저 새끼한테 기대한 자기가 잘못이라며 한탄했어요. 다시 한 번 카이디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카이디에게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발소리가 들립니다. 또각. 또각. 또각.


하르델린이 천천히 천천히, 보스에게 다가왔어요. 보스는 힘이 완전히 풀려서 벌벌 떨리는 다리와 팔로 뒤로 기어갔죠. 하지만 하르델린을 안 보면 저 샷건에 맞는 건 나일 것 같아서 계속 하르델린이 있는 앞은 봐야 하는데, 너무 무섭고. 아. 이러면 따라잡히는데. 라는 생각이 지나치자마자 차가운 느낌이 자기 손에 잡힙니다.


하르델린이 손을 잡은 거에요. 손만 바라보다가 두려움에 떨리는 눈으로 하르델린의 표정을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려요. 나를 역겹게 보는 건가? 배신자에 대한 처분인가? 하다 못해 한번에 죽여줬으면. 그런 생각이 지나친 후에야 표정을 볼 수 있었고. 그 표정은.


아주 고혹적이고, 광기에 찬 표정이었죠. 눈동자는 초록빛으로 은은히 빛났고. 그걸 보니 다리에 완전히 힘이 풀렸어요. 그리고 그 입술은 꿀이 흐르듯, 움직일 때마다 시선에 완전히 빼았겼고. 하르델린은 이렇게 말했어요.


"포기하지 않으신거죠?"


결혼말이지? 라고 되물으면 의심하셨군요. 하고 다음 장면은 천국에서 찍을 것 같았기에 뭔진 몰라도 죽어도 포기를 안 할거라는 결의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르델린은 만족한 표정으로 보스를 쓰담어줬고. 보스는 없던 충성심이 만들어져서 샘솟았어요. 아. 하르델린을 위해서는 총폭탄이 되어 맞서 싸우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요? 총폭탄에 맞을 것 같게 생기면 대게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보스에게 사랑을 강제로 주입한 하르델린은 함내를 둘러봐요. 아까의 그 평화로움은 산산조각나서 깨지고 다시 한번 스릴과 긴장감이 역력했으며 모험의 기운이 코끝에서부터 몸의 모든 곳에서 느껴졌어요. 지금까지 즐겨왔던 놈팽이놈들과는 달라요. 이건 정말 사랑의 기운이에요. 매번 놈팽이놈들과 사랑에 빠질때마다 그렇게 생각했긴 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요?


아아아. 얼마나 멋진 날인가요? 비공정은 추락하고 있는 와중 사랑을 확인 받고,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들을 납치했다니. 얼마나 로맨틱한가요?


물론 메르힌과 일부 친구들, 그리고 전 부인은 그 질문에 모두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었죠. 앞에 총구만 없었다면 말이에요. 그들에게는 이제 두려움과 혼돈, 그리고 불확실성의 기운이 마구잡이로 샘솟았죠. 그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그 불확실성을 때려잡을 능력도 있었고, 해결할 의지도 있었어요.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왜 메르힌, 아르크, 전 부인은 하르델린을 못 때리고 겁에 질린체로 죽지는 않았고 피도 안 흘렸지만 더럽게 아픈 표정을 짓고 그만 기절해버린 조종사를 보고 있었던 걸까요? 피는 안 튄거 보니 호신용인 것 같은데 그냥 뚫고 지나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우선 우리 부인분께서는 아까는 야마가 돌았고, 게다가 용의 모습이었으니까 신원도 특정되지 않아서 공격해도 체포 될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인간의 모습이기에 여기서 다른 사람을 때리면 신원이 특정되어서 경찰이 자기 자취방의 문을 열 수 있었고. 그러면 기껏 열심히 구한. 비록 뒤가 좀 구린 것 같긴 해도 소중한 직장을 잃고 자기가 수십년 간 연구한 끝에 만든 위조-신분증이 밝혀져서 신분이 발각될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죠.


메르힌과 아르크는 그런 복잡한 이유보단 저게 의뢰 대상인데. 저걸 두들겨 패면 의뢰주가 화낼 것 같았어요. 게다가 국무장관이잖아요? 무슨 해코지를 할 줄 알고 두들겨 패요?


그런 친구들과 달리 카이디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카이디는 반드시 돈을 받아야 했어요. 메르힌과 아르크와 똑같은 이유처럼 보이지만 그들과 달랐던 이유는 카이디는 그게 좀 더 절박했다는 점이었죠. 카이디는 그 돈을 남부 국경 지대에 살고 있는 자기 가족들을 마운티아로 올 수 있는, 초청 이민 비자권을 얻기 위해서 써야 했어요.


왜, 그냥 거기서 계속 살면 안 될까요? 네. 카이디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카이디는 만약 자기 부모를 죽인 놈이 그곳으로 간다고 하면 한번쯤은 말릴 법할 정도로 남부를 싫어했어요. 왜냐고요?


카이디가 어린 아이였던 20년 전, 망할 흑마도사들이 자기 마을에 메테오를 떨어트리고 하늘에는 불의 비가 내릴 때 피할 수 있는 곳은 늪지대 뿐이었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몸밖에 없었고. 그래서 자기 몸을 늪지에 가라앉힌체 모든 게 불타는 걸 바라만 봐야 했던 삶을.


카이디가 마운티아에 살았다면 초등학생쯤이었을, 15년 전 모든 걸 잃었을 때에 사람은 생각보다 잃을 게 많다는 게 깨닫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삶을.


카이디가 마운티아에 살았으면 중학생쯤이었을 10년 전. 손에 가시가 박힌다는 게 얼마나 아픈지. 살기 위해서 설득해야 하는 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모든 걸 버리고 철창을 넘어 희미한 불빛을 따라 걸어야 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게 되는 삶을.


자기 동생들과 가족들에게 더 이상은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무엇이던 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보스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메르힌과 다른 방향으로 보스의 옆에 있던 카이디가 일어났어요. 하르델린을 바라보면서요. 하르델린도 그런 카이디를 바라봤고. 기뻐했어요. 드디어 처음으로 자기를 이야기의 일원으로 바라봐줬다는 것과, 처음으로 자신과 말할 생각이 있어보이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요.


황홀함에 젖어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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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 RESTORE_GHOST - EP-7 행복을 위한 유예 22.07.15 20 0 70쪽
61 61화 - RESTORE_GHOST - EP-6 유령들 22.07.02 18 0 65쪽
60 60화 - RESTORE_GHOST - EP-5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들 22.06.18 21 0 91쪽
59 59화 - RESTORE_GHOST - EP-4 가장자리에서 22.06.02 21 0 79쪽
58 58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4 22.05.17 21 0 89쪽
57 57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3 22.05.02 20 0 71쪽
56 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22.04.14 22 0 108쪽
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2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49 0 113쪽
51 51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29 24 0 75쪽
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19 0 81쪽
49 49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을 잃은 사람 21.12.31 20 0 67쪽
48 48화 - 그거, 당연히 말이 되죠! 21.12.17 23 0 57쪽
47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4 0 75쪽
46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3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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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5 0 35쪽
42 42화 - 그거 말... - 이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 21.10.01 20 0 52쪽
41 41화 - 그거 말... - 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PART2 21.09.15 27 0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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