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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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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최근연재일 :
2023.05.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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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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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DUMMY

사랑하는 사람의 피가 튀는 건 무슨 느낌일까요. 이미 죽은 사람의 죽음도 막지 못한다는 무력감은 무엇일까요. 그걸 막으려는 사람은 얼마나 필사적이었을까요. 키아닌은 캐놀라이나를 끌어안아요. 등뒤에 박히는 총탄의 고통이 밀려오지만 참아요.


"치안유지국이다! 손들어 씹새끼들아!" 뒤에서 들리는 건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캐놀라이나를 끌어안아요. 다시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에요.


하지만 캐놀라이나는 침착하게 어깨가 박살난 오른손으로 홀스터의 권총을 잡고. 왼팔로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키아닌의 어깨에 올린 후. 탕. 총탄은 라이플을 들고 겨누고 있던 이의 이마를 해집고. 그는 뒤로 꼬구라지며 피웅덩이를 만들어내요. 하얀색 캐놀라이나 꽃과 죽은 이의 초상화가 가득했던 곳에는 피가 튀죠. 어깨를 고치고, 키아닌을 한 추모비 뒤로 끌고가요.


캐놀라이나는 키아닌을 봐요. 총탄이 꽤 박혔어요. 블라드라가 아니었으면 죽었을거고. 회복에는 시간이 꽤 필요해보여요. 키아닌이 말해요. "캐놀라이나. 계획은?"


"정리해야지." 캐놀라이나는 다리에 매달고 있던 홀스터에서 'G2 마나기생체'라고 라벨이 적힌 용기를 꺼내고, 다른 손엔 칼을 잡아요. "30초?"


"30초." 키아닌이 끄덕였어요. "죽지-" 마라고 말하기 전 캐놀라이나는 추모비를 벗어나요.


이 도시에서 모든 이들을 위한 거대한 추모비 하나와. 그 앞에는 거대한 미완성 흉물이 있었고. 캐놀라이나에게 총을 쐈고, 또 죽은 사람은 흉물과 추모비 사이에 있었어요. 출구는 이 흉물의 반대편에 있는 곳이었죠. 이렇다고 할 관리 주체라는 게 없었던 곳이었기에 그외엔 무질서하게 놓여진 비석이나. 나무나. 창문이 있는 작은 집이 널불어져 있었어요.


몇몇 시민들은 가장자리에 다리를 내밀고 도시를 보고 있고, 화가들 몇명은 자리를 뜨고 있어요. 몇명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군요. 나무 뒤에 숨은 저 사람들은 적일까요? 아니면 추모객일까요. 캐놀라이나가 모습을 들어냈지만 당장 총탄은 어디서 날아오지 않아요. 그저 기분 나쁜 고요속에서 발소리가 들릴 뿐이죠. 이 발소리는 시민의 것이기도 하지만.


캐놀라이나는 뒤를 돌아보고 G2 마나 기생체를 집어던져요. 뒤에는 칼을 휘두루던 사람이 있었는데. 병은 칼에 박살나 보라색 안개를 뿜어대요. 순식간에 그는 안개속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 사람은 보라색 안개 바깥을 벗어나려고 뛰어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자신의 앞에 피로 이뤄진 이빨과 식도만 개걸스럽게 달려있는 괴물을 발견하죠. 그 괴물은 그 사람을 집어삼키고. 빠져나오기 위해서 바깥으로 팔을 뻗지만 이빨은 어깨를 물어 뜯었고, 팔은 떨어져요.


그 소음이 들리자 저 사람의 동료들은 움직여요. 그 중 두 명이 공원으로 들어가죠. 한 사람은 오른쪽, 한 사람은 왼쪽.


그리고 비명이 들린 곳 근처에 도착하자. 흩어지고 있는 보라색 안개와. 그 안에 있는 붉은 색 괴물. 그리고 그것의 꼬리를 따라가다보면 보이는 한 사람, 캐놀라이나.


캐놀라이나의 팔은 붉은색으로 변형되어 괴물과 연결되어 있었었기에 캐놀라이나를 향해 마법을 영창해요. 불길이 손끝에 샘솟고. 손가락을 튕기자 불은 빠르게 타들어갑니다. 어깨쪽으로.


키아닌의 고대 마도서는 붉은 빛으로 빛나고. 키아닌의 눈에는 복잡한 문향이 새겨져들어가죠. 그들의 육체와 마나의 연결점을 바라보고. 마도서에 두 개의 피방울을 떨어트리고 책을 넘기자.


캐놀라이나가 불길에 휩쌓이기 직전 그들의 마나망을 찢겨나가 키아닌의 피가 흘러 들어오고. 몸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요. 그 둘은 코피를 흐르고 맥없이 쓰러지고. 주인을 잃은 불길은 사그라들죠. 캐놀라이나의 괴물은 파편이 되어 사라지고. 그것이 먹었던 사람도 떨어져요.


피부가 뼈에 완전히 붙어버린, 말라버린 무언가로 바뀌었죠. 캐놀라이나의 눈은 붉은 빛으로 빛나다. 키아닌을 보곤. "얼마나 남아있지?" 그렇게 말했어요.


키아닌은 마도서에 손을 대고. 주변의 마나를 관찰해요. "살아있는 사람으로 치자면 10명은 더 넘게 있다. 근처에 다가오는 사람은 아직 없는데.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키아닌은 잠시 숨을 돌리고는. "누군가가 숨어있을수도 있다. 적어도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위험요소라고 봐도 되겠군."


"난감하네. 여기 있다고 다 죽일 순 없을테니까."


"못할 이유도 없을텐데."


"원한 관계를 더 복잡하게해서 이런 경우를 자주 만들고 싶어?" 캐놀라이나는 웃었어요. "난 사양이야. 근무시간 끝났는데 일해야한다니." 캐놀라이나는 머리를 긁곤. "왜 쏜거지?"


"원한 관계는 많다."


"치안유지국한테?"


"거짓말일 수도 모르잖나. 반반이겠군."


"그래. 반반. 어떨까? 공무원들은 공무원 티를 내려고 애쓰던데." 완전히 말라버린 시체를 건들며. 소지품을 확인해봐요. 가죽지갑. 그 안에는 가족 초상화. 여기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군요. 안에는 돈 몇 푼.


그리고 붉은색 피 엠플. 캐놀라이나는 시체를 다시 바라봐요. 발끝부터 사라지고 있는 시체를. "블라드라. 블라드라. 블라드라. 동족이네."


"공무원이었으면 블라드라가 아니었겠지. 그 놈들은 우리를 전쟁외엔 고용하고 싶어하지 않아했으니까." 키아닌이 말했어요.


"그럼. 서부놈들이라면? 그 교양없는 친구들이면 여기서도 총을 쏠 수 있을테니. 적어도 교양있는 수도 동업자들은 여기서 나갈 때 총을 쏘니까 말이야."


"이야기가 쉽군. 저번 사건의 보복. 그 이상 생각할 게 있나?"


"어떻게 나라는 걸 알았을까?" 캐놀라이나는 과거 회상을 해요. 생각해보니 한 명 살려뒀었죠. "드라파스한테 잘 살아있다고 전해주러 빨리 나가자."


"... 알겠다." 키아닌은 불안하다는 듯, 캐놀라이나를 바라봤고. 캐놀라이나는 그런 키아닌을 바라보다 웃어줘요. "오늘따라 왜 어리광을 부리는거야?" 키아닌은 한숨을 내쉬곤. "됐다." 마도사를 옆구리에 챙긴 다음. "앞장서라. 캐놀라이나."


몇분 후. "이야. 너무 정직하게 온 거 아니야? 권총이랑 단검으로 무장한 암살부대라고?" 캐놀라이나가 사람의 복부에 꽂힌 칼을 비틀어요. 고통에 가득찬 소리가 들리죠.


"우리를 도대체 뭘로 본건가."


"... 분명 이럴리가 없는데..." 칼에 꽂혀진 그 남성이 말했어요. 무기는 캐놀라이나가 박살냈고. 다른 동료들의 시체는 키아닌의 책이 먹어치운걸 봤기에 공포에 질린체로 말해요. "드핀이라는 작자는 총도 제대로 못 쓰고, 드라파스라는 작자는 돌진밖에 모르고. 키아닌은 불평이나 해대니까. 캐놀라이나만 미리 처리해두면..."


"유언은 거기까지야? 수도의 동업자 규칙. 첫째. 망설임 없이 죽이고, 죽어라." 캐놀라이나는 방아쇠에 손을 올려놔요.


"잠깐! 잠깐! 우린 정부 부탁을 들은거야. 죽이면 너희들에게 복수할거라고. 내가 말해줄게. 그러니 살려줘."


"수도 시민은 확실히 아닌가봐. 동업자 규칙 두번째 근거를 말하고 주장을 말하라인데."


"서부 사람이야. 그러니 제발 봐줘!"


"웨스트 블라디즈?"


"그래. 네가 비공정을 조져놔서 우리가 차출됐지."


"너한테는 그 윗선이 '정부'인가봐. 보스가 아니라 총리님이라고 부르냐? 그, 부서장은 장관님이라고 부르고?"


"아니야. 아니... 우리 클라이언트가 정부야. 정부 사업이라고."


"이야. 그러면 네가 하는 말은 정부가 정부 금고를 털려고 요원들을 잔뜩 보냈는데. 내가 그걸 다 죽여서 화가 나서 수도에 총들고 너희들을 보냈다는 뜻이야? 그 다음에는 또 화나서 '정부 요원'들을 보복으로 보내고? 허."


"정말이야!" 캐놀라이나는 이렇게 대답해요. 탕.


벽에는 피자국이 튀지 않았어요. 피부만 스쳐 벽에 박힌 총알 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박혔죠. 캐놀라이나의 총구는 마지막 순간에 틀어졌어요. 그걸 틀게 만든 건. "키아닌." 캐놀라이나가 한숨을 쉬죠.


"한 가지만 더 묻지. 정부인가? 아니면 정부의 한 사람인가? 애초에 우리가 여기있다는 걸 누구한테 들은건가?"


"그것까지는 난 몰라. 그러니-" 탕. 키아닌이 대답했어요. 이번에는 벽에 피자국이 튀죠.


"....은 역시 똑똑하다니까." 캐놀라이나는 머리를 긁적여요.


"내 스승이 항상 말하던 거다. 얻을 건 다 얻고 버리라고."


"오. 그렇구나." 캐놀라이나는 권총탄을 다시 밀어넣으며 말해요. "그런데 너... 에전에 나한테 독학했다고 했지 않았나?"


"...." 키아닌은 마도서가 시체를 잡아먹는 걸 바라보며 잠시 고민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미래의 캐놀라이나에게 배웠다는 걸 말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참 잔인한 스승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괜찮았던 사람이라는 것만 알려주지."


"수업료 받고 머리에 총 안쏘든?"


"피했다."


캐놀라이나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나중에 소개라도 해줘."


"자연스럽게 만날것이다. 몇년이 지나면."


"몇년? 오늘 일도 난 잘 모르겠는데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오는거야? 키아닌."


키아닌은 마도서를 바라봤어요. "마도사가 가르쳐줬다." 자스민은 키아닌이 변명을 하는 능력이 개판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요. 이 오라버니는 거짓말을 말도 안 되는 걸로 했었죠.


"그럼 마도서한테 하나 물어봐. 지금 드핀이랑 카리샤는 뭘 하고 있을까? 집에 돌아가도 이제 괜찮으려나?" 그리고 캐놀라이나는 그걸 듣는 대로 다 믿어버렸고요.


"그건 마도서한테 안 물어봐도 된다." 키아닌은 자기 머리를 두번 손가락으로 두들긴 다음. 가만히 대고 있다가. "그 친구들은..."


오후의 느긋한 햇살을 받고 있던 한 건물의 단란한 가정. 신문을 펼치고 앉아있는 한 40대 민머리 아저씨와 신나게 뛰어노는 드레스를 입은 한 꼬마. 열심히 공부하는 안경낀 정장입은 재수생. 그리고 꼬마와 웃으면서 놀고 있는 한 아가씨가 있었죠. 외부에서보면 끔찍한 시대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범이라며 흐뭇하게 미소가 나올법 했어요.


"저번 의뢰주가 이번 대금은 마약으로 처리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마약 팔기 귀찮은데 현금이나 내놓으라고 하고 거절하면 캐놀라이나씨한테 다 죽여달라고 할까..." 정산하고 있는 오브미가 말했어요.


"내 권총 내놔! 이 영악한 꼬맹이 녀석! 목을 잘라버리겠어!" 카리샤를 위로하다가 카리샤에게 힘을 주기위해서 권총을 쥐어줬는데 그대로 냅다 들고 튀어버린 카리샤를 쫒고 있는 미래의 카리샤였어요.


"싫어! 이걸로 복수할거야! 내거야!" 그리고 권총을 들고 뛰고 있는 카리샤였죠.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탈모 치료 마법은 이번에도 안 통했군. 하하. 이 사기꾼 새끼들. 변호사를 고용하겠어." 민머리가 반☆짝 빛나는 40대 민머리 아저씨가 신문의 변호사 연락처를 보며 말했어요. 메르힌은 변호사 뿐만 아니라 다 쏴 죽여버리고 싶었죠. 이게 다 세상 탓이에요.


키아닌이 말해요. "이러고 놀고 있겠지. 뻔하다."


"정말 동물적이네."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말초적 본능에 멋대로 행동하는..." 키아닌은 고개를 돌리고 쯧. 한 번을 했어요. "다들 가정 교육을 어찌 받았는지."


"이런. 카리샤 가정 교육을 해야하나? 드핀이나 드라파스처럼 되면 어떡해?"


"아까 말 취소하겠다. 훌륭한 부모님을 두고도 머리가 어떻게 되서 그렇게 된거다."


"키아닌답지 않네. 갑자기 말을 바꾼다니."


"이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 아무튼. 그 자들은 그러고 놀고 있을테니." 그리고 네. 실제로 그러고 놀고 있어요. "빨리 돌아가지. 우리 집이기도 하니까."


"응? 우리집?"


키아닌은 잠시 옆에 있는 나무에 머리를 박아요. 위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죠. '잘하는 짓이네. 자스민. 북녘에서 온 냉정침착의 복수를 꿈꾸는 요조숙녀 분께서는 어디가셨어?'


"난 냉정침착의 요조숙녀가 아니다! 그리고 어디서 반말이야!" 키아닌이 외쳤어요.


"키아닌. 머리를 많이 다쳤나봐." 캐놀라이나가 진지한 걱정을 할 때 쓰는 표정을 썼죠. "전혀 다치지 않았다. 다쳤을리가 없지. 그러니 집... 망할!" 다시 머리를 박고. "그래. 아지트. 우리 아지트로 돌아가자!" 키아닌은 머리에 피가 좀 새어나왔어요.


'롤플레이어로써 실격이네요. 자스민 아가씨. 카페에서 가끔하는데 껴주면 안 되겠어요. 마음에 안 들때마다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시면 몰입감이고 뭐고 다 깨질테니까. 게다가 제가 더 나이 많은 거 뻔히 알면서. 귀여운 자스민 아가씨.' , "아. 키아닌. 집에 가기 전에 보충할 게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같이 가주면 좋겠는데. "


"난 그런거 안 간다! 안 할거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키아닌은 하늘에 소리쳤어요.


"그렇구나! 부끄러운 걸." 캐놀라이나는 눈동자가 동그라미로 바뀌었어요. 자기보다 재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짓게되는 표정이었죠.


"아니. 캐놀라이나. 그냥 .... 그냥 머리가 좀 아프군. 정신에 문제가 있나보다." 키아닌은 피가 픽픽 나오며 위로 솟구치는 머리에 가련한 소녀가 가벼운 두통을 겪는 자세를 취했다가. "병원부터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병원. 그거 괜찮네. 내가 만날 사람이 치료도 할 줄 알거든! 심리 치료도 할 줄 알던가?"


"... 캐놀라이나. 네가 죽일 예정이나 같이 죽일 사람외의 인물도 만났나?" 키아닌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어요. 머리에는 이상한 느낌, 무언가 새나오는 느낌이 같이 도는 걸 보면 이건... 본능적인 육감이야! 계시라고! 자스민이 생각했어요. 그래. 이대로 역사를 바꿀 수 있을거야. 여기 들어오기 전에 오브미가 뭐라고뭐라고 했지만, 머리에서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리 중요한 게 아니겠지.


"아. 그렇지. 보통 안 만나긴 하는데." 캐놀라이나가 머리를 긁적이고는. "아버지거든."


아버지? 자스민이 생각해요.


아버지? 아버지라고? 내 캐놀라이나는 그렇지 않아... 아니야! 저건 캐놀라이나가 아니야! 내 캐놀라이나는 부모님같은 거 없는 고독한 어머니라고! 있었으면 나한테 말했겠지! 가족이 있다고!? 안돼! 그럼 내 인생은 뭐가 된거야?! 분위기랑 안 어울리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혼자 복수할 필요도 없었잖아! 안돼! 없어! 캐놀라이나는 부모님따위 없다고! 그럴리가 없어!!!!!


털썩.


눈을 다시 떴을 때 보이는 건 한 남성, 커피를 마시고 있는 캐놀라이나. 더럽게 깔끔한 내부. 이 시대에 이런 곳은 마약 제조실이나 정부 연구실 외에는 없었으니 마약 제조실이겠네요. "캐놀라이나. 오늘은 쉬기로 한 거 아니었나? 왜 마약 제조실에서 사람을 만나나."


"여기 정부 연구실이야."


털썩.


"이상하네. 상처도 막았고. 피는 넣을 만큼 넣은 것 같은데 왜 기절하는거지?" 30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죠.


"키아닌은 겉은 저래도 속은 순진한 아이라서 그래. 내가 정부와 연줄이 없을거라는 순수한 이상을 더렵히고 만거야. 아니면... 내가 성녀마냥 아버지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다거나." 캐놀라이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요. "뒷말은 취소할게.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그래. 그거 참 바보같은 생각이네. 머저리가 아닌 이상 그렇게 생각할리가 없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요.


"캐놀라이나..... 정부와 연줄이 있었나....?" 키아닌이 쇼크사에서 쇼크사직전으로 겨우 이성을 끌어올려 말해요. "네가 배신한거였어? 저 보잘것 없는 아저씨가 네 아버지라고...?"


"키아닌! 자기를 죽여달라고 청부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너랑 똑같이 전쟁때 인연을 맺은거야. 키아닌. 너도 정부 프로젝트였잖아!"


"난 병역 거부했다." 키아닌이 말했어요. "이샤라이나 신자니까."


"용캐 안 죽었구나." 캐놀라이나는 놀란 표정을 지어요.


"그러게. 용캐도 안 죽었군." 남성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었죠.


키아닌은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 머리를 두번 털고 그 둘을 바라봐요. "뭐냐. 그 마땅히 죽었어야했다는 듯한 태도는. 나는 신사 협정에 따라 양국 정부에 총을 안 들기로 서약했다. 고향은 마운티아더라도 내가 자란 곳은 이샤라이나 신앙의 탄생지였으니까."


"대신 양국 민간인에게 총을 든거고?" 남성이 말해요.


키아닌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노리고 있던 알렌가의 후계를 뭔 머리가 좀 이상해보이는 여자가 차지한데다가, 이샤라이나 정부가 바뀌자 날 이단취급해서 도망쳐야 했고. 그 때 내 피값을 대납해 주신 건 여신님이 아니라 이샤라이나 정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자스민이 생각해요. 음. 머리가 좀 이상한 여자지. 알렌은.


한편, 알렌은 친구들과 란디의 등에 타서 아침의 해돋이를 보며 커피를 마시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왜인지 모를 부당함이 샘솟아 올라 커피를 떨어트려요. 란디가 말하죠. "이 간사한 여신의 하수인. 태워준것만해도 고마워해야할판에 쓰래기를 던져?! 내 집도 그렇게 팔아치웠지?!" 평소에 귀여운 목소리가 아닌 곧 구워버릴 듯한 목소리였어요.


"재. 재송해여.. 훌쩍.." 알렌은 덜덜 떨며 아르크의 담요를 완력으로 강탈하여 자신의 어깨에 덮어요. "좀 추웠는데. 고마워요. 아르크님."


"메르힌이 있었으면 저 가짜 귀족은 창밖에 집어던졌을텐데."


한편, 드라파스는 변호사와 깊은 상담끝에 흑마도사의 허리를 집어 창밖에 집어던지곤. "오. 변호사님. 머리에 뭔가 지릿한게 올라온 걸 보니 머리가 자라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빈 머리 부분을 만졌어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집어던져진 흑마도사는 대구르르 구르며 도시의 최하층으로 떨어져가죠.


"죄송합니다만. 드라파스씨. 떠난 머리카락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정색하고 말하죠.


드라파스는 던지는 김에 변호사도 던지며, 상담은 없었지만 이것도 적법한 행위라고 굳게 믿어요.


그리고 키아닌도 마침 적법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밀러 오르는군. 이단이라니."


"그런데 키아닌. 드라파스는 널 전쟁 참가자로 아는 것 같던데."


"탈주 중에 그 둘을 만났는데. 이샤라이나 교인이라고 하면 총 맞을 것 같아 그렇게 둘러댔어. 이건 비밀로 해다오. 캐놀라이나."


키아닌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자스민도 부끄러웠죠. 키아닌 오빠는 뭐라 말할때 '이건 과거 대전때도 유용한 기술이었다.' (통조림을 따면서) 군인스러움을 뽐냈는데. 구라였다니.


자스민은 두통이 몰려와서 생각을 멈춰요. 그리고 한숨을 쉬고 말했죠. "그들과 합류하고서야 깨달은 건. 이 저주받은 국가는 눈동자가 붉은색이고, 사람답게 살려면 사람답지 못한 일을 해야하더군. 몇달동안 공장에서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전 9시에 퇴근했다. 그 다음 병원을 가서 피를 사려고 하면. 그 작자들은 피값을 높게 올려 받고 말이다. 시민들한테는 몇푼 던져주곤. 우리한테는 금괴를 가져오라고 하면서."


"그래서 우리들은 시민들과 직거래를 했는데. 근처 병원에서 고용한 깡패새끼들이 우릴 조지려고 들더군. 혈세를 내라고 하면서. 하지만 우리가 걔네를 조졌고, 오히려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공장에서 몇달간 번 것보다 더 많은 혈세를 받았지. 그 때부터 이런 일을 시작한 것 같군."


"그러다가 몇 달 후에 나를 털려다가 두들겨 맞은거야?" 캐놀라이나가 배를 잡고 웃었어요.


"그 빌어먹을 보라색 이상한 안개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겼다. 그래. 캐놀라이나. 오늘도 쓴 그거. 도대체 뭐지? 그리고 여긴 도대체 어딘가? 저 남자는 뭐하는 사람이지?"


남성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곤. "프라이버시인데 말해도 되나? 캐놀라이나."


"프라이버시도 신경써주는 착한 장교님이었어? 몰랐네. 말해도 돼!"


"날 도대체 뭘로 보는거야. 아무튼.... 이름이?"


"키아닌이다."


"그리고 자연 발생 블라드라겠지."


"그걸 어떻게 구별하지? 블라드라의 번식 방식은 물어서 바꾸는 건데."


"인공적인 방식도 있기 때문이지. 키아닌군. 잘 생각해봐." 남성은 팬대를 잡았어요. "블라드라의 평균적인 번식 시간은 3일에서 5일정도야. 그렇지?"


"본적은 별로 없지만 당했을 때를 생각하면 그 정도 되는 것 같았 - 뭐라고?"


"왜? 벌써 놀라면 안 되는데."


"캐놀라이나." 키아닌이 바라봤어요.


"뭐야. 그 정도나 됐었어?"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 캐놀라이나. 자식이 생겼나?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통제요인인데. 죽진 않았고?" 남성은 캐놀라이나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어요.


"안 죽었어. 잘 걸어다녀." 캐놀라이나는 찡긋. 미소를 지어줬어요.


"하아아아.... 아무튼. 마운티아 국방성은 전쟁에서 밀리자 10만명의 블라드라들을 일주일 내에 보고 싶었어. 그런데 당장 국방성 내에 블라드라인 사람들은 수십명 내외였지. 10만명을 채울 가능성따윈 없었다고. 보통 번식 방식으로는."


"그럼 네가 보통은 아닌 번식 방식을 개발한건가?"


"그래. 블라드라는 4세기 전에 개발된 저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거든. 저주라고 해봤자 뇌에 기생하는 마법이니까 그리 고깝게는 듣지는 말아줘.


사람이 블라드라로 바꾸는 과정은... 부모 블라드라가 물어서 자식으로 삼을 사람을 물어서. 뇌에 저주를 심어. 이게 몇일걸리지. 그 다음 저주가 정착하면 너의 뇌를 잡어먹고. 저주가 이젠 뇌에 기생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마법이 되는거야.


하지만 마법은 마나가 필요한데. 저주는 예전부터 신체에서만 살아남던 마법이라서 특수한 마나가 필요해. 그게 바로 피야. 다행히도 보통 사람과 달리 자신의 피뿐만 아니라 마나망 내에 있던 모든 이의 피를 받아드릴 수 있지. 그리고 신체 조직은 마법으로 재생성할 수 있으니, 그걸로 영생을 유지하는거야. 다만 그걸 위해서는 기존의 육체는 호환이 안 되니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에도 부모 블라드라는 피를 주기 위해서 계속 물고 있어야 해.


블라드라가 죽는 건 마법을 유지할 마나가 없을 때 죽는거지. 어떻게든 저주를 이어나가려고 육체를 마나로 환원하고. 결국에 마나를 흡수해야할 기관과 신체를 움직일 기관까지 마나로 바꿔버리면 이제 생존이 불가능하다가... 죽는거야. 뭐. 이 중 내가 만든 건 굳이 안 물고도 주사만 놓으면 알아서 바뀌는 것과. 피 소모량을 낮추는거랑 저주가 뇌에 스며드는 시간을 단축했지."


"그럼 기존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것인가?"


"과거의 너의 기억은 남아있겠지. 하지만 마법적으로던, 논리적으로던, 물리적으로던, 과학적으로던. 과거의 너는 잡아먹혀 죽었고. 그걸 죽인 저주가 바로 너야. 신체의 구성요소로 따지더라도 너인 건 단 하나도 없어. 다만 비슷하게 만들었을 뿐이야."


"여기서 이야기 흐름을 추론해보자면. 그 과정에서 캐놀라이나가 태어난거군." 키아닌은 표정을 구겨요. "그리고 네 설명을 들으면 너는 그걸 맞으면 이전의 네가 아니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데 그걸 맞는 사람들도 알고있었나?"


그는 부인하지 않았어요. 키아닌이 말해요. "사람 죽일 약을 만든 작자군."


"그런 비난을 들어도 싸지. 하지만 해야했다고. 내 눈 앞에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백마도사가 복원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상처를 입었거나 내상을 입었을 때 그런 사람을 블라드라로 바꾸는 건... 최선을 다한거라고 믿어."


"그렇게만 쓰이지 않았겠지."


"그렇게 쓰려고 했어. 그리고 그렇게 쓰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 동의했다고."


"그럼 그때는 알려줬나?"


"그건..." 남성이 말해요. "상부는 충분한 제안을 했어. 충분한 보상을 약속도 했고. 그 사람들은 거기에 동의한거야. 나는 사람들을 살렸고,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한거야. 마운티아를 위해서도,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난 최선을 다 했어.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그리고 난 부끄럽지 않아. 난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했어."


"그럼 캐놀라이나는 왜 아직도 보살펴주고 있는건가. 다 했다면서."


"...." 남성은 키아닌을 바라봐요.


"그건 말이지. 키아닌." 캐놀라이나는 웃었어요. "난 이 사람의 1호 실험체였거든. 이름도 이 사람 연구팀이 지어줬어. 특별 취급을 받는거야."


키아닌은 남성을 죽일 듯이 바라봤어요. 남성은. "... 연구실은 생산 기일 2일전에 주사를 완성했지만. 우리는 후방에 있었어. 그래서 실험체가 없었지. 이샤라이나가 우리에게 여신의 창을 떨어트리기 전까진 말이야. 대피소로 피하지 않은 한 병사는 파편이란 파편은 다 맞았고. 신체중 멀쩡한 부분이 없었어. 내가 최초 발견자였지. 그 때 나는... 상부가 개발 보류한 주사를 가지고 있었어."


"10만명을 블라드라로 바꾼다는 정신병자들이 거절한 주사가 뭔지 정말 궁금하군."


"블라드라의 저주를 주사로 만들 수 있다면, 저주를 고칠 수도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저주를 고쳐 내가 이전부터 주장하던 걸 넣어봤지. 피를 매게체로 마나의 흐름을 만들어..."


"결론이나 말해. 마법사."


"약사야. 자신의 피가 아닌 것에 마법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능력이었어."


"그냥 혈마법과 뭐가 다르지?"


"상상력이 부족하구나. 차원이 다른 이야기야. 만약 수백만 리터짜리 피를 구할 수만 있다면, 거기에 '모든 공기중 마나의 흐름을 차단한다'를 새겨넣고 그걸 대륙에 미세한 입자로 뿌리면 마법 문명을 끝낼 수 있어. 게다가 시전자와 그 입자가 하나라도 연결되어있다면 몇 달간 유지도 할 수 있겠지. 부분적으로 마법을 풀수도 있을거고."


"하지만 그 규모의 마법을 유지하려면..."


"시전자의 마나는 고갈되고 말거야. 그래서 내가 피를 가공한 후 시전자와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자생적으로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생명체로 바꿨어. 사람이 마정석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처럼, 그 생명체들도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마나를 만들 수 있도록 되었지. 그래서 시전자는 부족분의 마나만 체워줌으로써 마법만 제어할 수 있어. 마법을 안 쓰면 오히려 마나를 흡수할 수도 있고. 그걸 마나기생체라고 불러."


"...." 키아닌이 가만히 바라봤어요. "그딴 걸 상부에 재출... 아니. 캐놀라이나의 몸에 넣었다고? 그럼 캐놀라이나가 계속 집어던지던 보라색 안개는 ... "


"맞아. 마나기생체. 그걸 받으러 들렀어."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가?"


"그래. 눈 앞에 있고도 못믿는거야?"


"그럼 정말 그 어떤 정신나간 테러리스트가 수백만 리터의 피를 확보하고. 그걸 특수 가공해서 공중에 뿌리고 폭렬마법으로 바꾸면 전부 다 뒤지자는거 아닌가? 만약 그게 정부가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우린 다 뒤질 수 있겠군. 이 싸이코패스..."


"그럴 수도 있지만. 난 이걸 세계 평화를 위해서 만들었어. 그 위험성으로 정부에게 '이걸로 평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라고만 설득했는데, 나보고 좆까라더군. 나도 머저리는 아니야. 그 기술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예전부터 개발하던 거라고. 블라드라 변이 연구자료는 마운티아에 넘겼지만... 이건 안 넘겼어."


".... 하아. 그건 다행이군. 상상도 하기 싫어. 내가 있는 세상이 내일이라도 붕괴할 수 있다는 건, 이샤라이나의 묵시록같은 세계이잖나. 정말 너만 알고 있는거겠지?"


"문서로도 안 남겼어. 게다가 내가 피를 가공한다고 하더라도 제어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캐놀라이나와... 네 자녀뿐이고. 역의 경우도 내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블라드라와 다를게 없어. 마지막으로 내가 특수처리를 하고 캐놀라이나와 합작을 하더라도 수백만 리터의 피를 구하는 것도 우리끼린 불가능해.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 사람들중 그럴 짓을 저지를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도 없잖아."


"그렇지. 그리고 그럴 능력이 어딨겠어? 전쟁 끝나고 보일러실에 좌천된 연구소장님과 청부살인업자. 그 딸 한명인데."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그래.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너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했는데. 캐놀라이나는 왜 계속 돌봐주고 있는거지?"


그 남자는 일부러 시선을 피해요. "... 나는 사실 캐놀라이나가 죽을 줄 알았어. 블라드라로 바뀌면서의 비명을 들으며 연구 팀이 조화나 준비하자며 이름을 캐놀라이나라고 지은거야. 살아나더라도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던 부분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서... 원래 이름은 지금도 몰라. 군번줄도 파편으로 갈기갈기 찢겨 심장에 박혀있더군."


".... " 키아닌은 캐놀라이나를 바라봤어요. 무슨 표정이었을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캐놀라이나가 이렇게 말한 건 분명해요.


캐놀라이나는 웃었어요.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난 잘 살아있어."


"그래. 덕분에 블라드라 시약도 성공적으로 배포할 수 있었어. 학습능력이나 인지에는 일반적인 경우와 큰 차이가 없었고. 일반적인 블라드라와 다른 건 내가 추가한 그 능력 외에는 차이점이 없었어. 정말 기적같았지. 첫 시도만에 성공하다니. 에어조라가 마운티아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명이야."


"이미 버린 게 아니고?" 키아닌이 역겹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서는 남성에게 말했어요. "지금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에 죄책감을 못 느끼나? 저들이 정상적인 종족들이었으면 뒷골목에서 목덜미를 물일도 없었겠지."


"정부가 돈을 줄거야. 우리와 그들은 계약을 한거라고.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아. 그걸 알고 계약한 거 아닌가?"


"계속 말해보시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일반적인 보상액보다 더 많은 걸 받을거야. 우린 책임을 졌다고."


같은 시각 의사당의 본 회의에서는 표결이 시작되기 직전이었어요. 마운티아 크로카, 총리가 연단에서서 말하죠. "이번 예산안은 이 어려운 시기에 일반적인 구재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정했습니다. 우린 책임을 질것입니다."


키아닌이 말해요. "아직 그들은 돈도 못 받았다."


"인내심을 가져." 남성이 말했어요. "마운티아는 배신하지 않을거야."


"인내심을 가져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총리가 말했어요. "마운티아는 여러분들을 배신하지 않을것입니다."


"솔직히 좋겠는걸? 예산만 178억 마운티아 골드잖아." 남성이 말했어요.


"이번 예산안에 사회 복구 자금 178억 마운티아 골드를 추가했습니다." 총리가 말했어요. 의사당에서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고.


"비록 캐놀라이나는 전쟁이 끝나갈 때 정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탈영시켜야만 했지만... 목숨을 구해줬어. 마운티아가 죽은 캐놀라이나를 살린거였다고."


"이 자금은 연금 예비액의 일부를 삭감했습니다. 마운티아는 여러분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에어조라께서 마운티아를 굽어 살피시길."


마운티아 크로카가 말했어요.


키아닌이 말해요. "애초에 캐놀라이나는 탈영이 아니었군. 너희들이 그냥 길에 누워있는 한 사람을 보고 실험체로 썼다는 걸 남기고 싶어했지 않았던거야. 그래서 새로 임관한 장교처럼 꾸몄겠지. 어차피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죽을텐데 한 사람 사라진 것쯤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쓸테고. 그렇게 해서 실험이란 실험은 다하다가... 전쟁이 끝나가니까 추궁받을 걸 두려워서 탈영으로 처리했다고. 이 씹새끼."


"마운티아 국방성이 그편이 더 좋다고 했어. 그리고 처벌도 안 이뤄졌잖나. 내가 돌봐주고 있고!"


"그래. 그 잘난 국방성이 캐놀라이나를 보살펴 달라는 부탁까지 했나? 아니면 괜한말 못하게 머리에 총알을 넣으라고 했나?"


"그 땐 전쟁중이었어!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게 잘못된게 아니었다고!" 남성이 말해요. "그리고 그런 일도 없었잖아. 난 탈영으로 처리하되 향후 실험체의 예후를 봐야하니 살려두고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편이 좋다고 설득하는데 성공했어. 난 할만큼 했다고! 난 최선을 다했어!"


"그래서 전쟁영웅께서 팀원 하나 없이 이런 외딴 사무실로 좌천온거군." 키아닌이 말했어요. "다시 묻겠다. 마운티아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 남성은 대답하지 못해요.


키아닌이 말하죠. "그렇겠지. 배신당한 사람들은 마운티아인이 아니라고 할테니까."


의사당의 본 회의의 투표는 거수로 진행되었고, 재무장관은 반대토론을 요청했지만 양당 대표가 막았어요. 곧 이어 의장은 투표 결과를 말해요. "500명 중 495명이 찬성하고, 4명은 기권. 1명은 반대했습니다."


"모든 마운티아인들에게 축복이 있길."


"키아닌. 난 괜찮아. 왜 이렇게 화가 나있어?"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 괜한 참견을 했군." 키아닌이 말했어요.


".... 캐놀라이나. 마나기생체 10통이야. 아껴 써. 그리고..." 보라색의 부유하는 물체가 가득 담긴 통을 넘기며 남성은이 말하다가 고민해요. 결국 말하죠. "난 정말 어쩔 수 없었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고. 정말이야."


"상관없어. 뭐." 캐놀라이나는 빈 담배갑을 바라보고 쓰래기통에 던지고. "탈영하는 것도 재미있었어."


"나가자." 키아닌이 말했어요.


"응. 다 끝난 것 같은데... 아. 맞다. 내 뇌손상으로 인간성이 날아갔었을수도 있었을까?"


"아. 그래. 그... 아니야. 진단해봤는데 캐놀라이나, 네 뇌에는 모든 요소가 잘 들어가있어. 다만 인간성은 본능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학습적인 요소도 있겠고. 당신네들은 백지로 바뀐 사람에게 사람 죽이는 법만 가르친 다음 사람 죽이는 일에 투입시켰으니 당연히 이 꼴이 나있겠지." 키아닌이 캐놀라이나의 손을 잡고 말해요. "약사? 살린 사람보다 죽인 사람이 더 많은 약사도 있나?"


".... 하아. 이제 가봐."


키아닌과 캐놀라이나는 그 말을 듣고 문 밖을 나서다가 캐놀라이나가 말해요. "그럼 또봐. 데센."


"아. 캐놀라이나. 그거 있지. 조만간 개명하려고."


키아닌은 끔찍해서 못버티겠다는 표정으로. "저딴 자식이랑 더 나눌 말 없어." 라고 말한 후 캐놀라이나를 끌고 갔어요.


"그건 나중에 말해!" 캐놀라이나는 끌려가면서도 그렇게 말한 후, 그의 독방의 문을 닫았어요. 명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죠.


마운티아 육군 산하 제42연구실 중령.


아크라이트 데센.


이 명패는 시간이 지나면서 녹이 슬고, 문에서 때져서. 20년 후에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어요. 전혀 다른 명패를 연구소 내에 달고. 이제는 부하직원도 꽤 많았죠. 멋진 책상도 하나 있고. 멋진 의자에 앉아있었으며. 이 사람은 블라드라가 아니었기에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어요.


"아크라이트 알렉스."


"아. 왔어?" 알렉스는 손님을 보고 말해요. 블라드라 협회장이었어요.


"그래." 협회장은 알렉스가 바라보고 있는 걸 바라보며. "추억 회상에 빠진건가?"


"악몽을 되살리는거지." 알렉스는 그 명패를 서랍에 넣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명패를 보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이미 되살리고 있는데." 협회장은 신문을 던져요. 알렉스는 그걸 받은 다음. 앞면을 보죠.


"오전 8시. 재판을 참 일찍도 시작하는군.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봐?"


"정부가 공정한 척 연기하는 것뿐이야. 그 애비의 그 딸이 지금 내각 맴버로 앉아있는데 퍽이나 공정한 판결이 나오겠어. 홧병날 것 같아 내일부터 신문 구독을 끊으려고해. 그 친구들이 처발리는 걸 볼바에 이 짓을 조금이라도 더 진행시켜야겠군. 네것도 취소해?"


"아니." 알렉스가 말했어요. "나는 책임이 있으니까."


그는 그 날 이후로 계속 주변을 맴돌던 유령을 바라봐요.


웃고 있는 캐놀라이나죠. "최선을 다 했어. 그렇지?"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 끝까지 지켜볼 책임이."


그러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시제품을 바라봐요. 보라색 안개. 라벨에는 이렇게 적혀있어요. 인공도태 프로젝트 - 첫 시제품.


그리고 20년 전의 캐놀라이나도 그와 비슷한 걸 들고 있어요. 길을 걸으면서 거기에 마법을 새겨넣고 있었죠. 키아닌은 그걸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고요. 거리는 한적한 시외였기에 하늘이 꽤 많이 보였어요.


"캐놀라이나. 유감이군." 키아닌이 말했어요.


"유감일것까지야. 별 신경 안 써. 항의하고 싶더라도 어떤 것에 항의할지도 모르는데. 잊혀진 내 과거에 대해서? 하지만 잊혀졌는걸."


"슬프진 않는가."


"빼았긴 것도 아니라 없는 것인데 어떻게 슬퍼하겠어?" 캐놀라이나는 그렇게 말하곤 잠시 고민하다가. "카리샤랑 너희들은 좋겠네. 사랑받아 마땅할 사람들이잖아."


"카리샤는 가정이 있었고. 드라파스도 가정이 있고. 드핀도 가족이 있는 것 같고. 나는 이따끔씩 편지를 적는 여동생이 있다. 그리고 오브미도..."


"그렇게 슬퍼하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어. 보통 그런 거야? 아버지의 죽음을 눈 앞에 목도하는 건."


키아닌은 잠시 멈추곤. "영원히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듯하지. 끔찍하게 고통스럽고, 그래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이따끔씩 없다는 게 생각날 때마다...." 한번 쉬고. "무뎌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증오로. 눈물이 난다."


"겪어본 것처럼 말하네. 키아닌군. 내가 너무 무신경한 질문을 했나?" 캐놀라이나는 난감한 미소를 지으면서 키아닌의 머리를 쓰담어줬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키아닌이 말했어요.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났을 뿐이니까." 키아닌은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다가 몇방울 떨어트려요. 그러다가 고개를 숙이죠. 자스민은 자기가 형편없는 롤플레이어라는 오브미의 의견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어요. 과몰입이라니. 저 캐놀라이나는 그런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닐텐데.


자스민은 언젠간 자신의 부모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블라드라도 아니었고. 그냥 행복한 한 인간 가정에서 자라나는 사람이었다면. 그것도 안 됐다면 캐놀라이나가 잘못된 선택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좀 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랄 수 있었다면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쓰였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자스민은 그걸 자신은 캐놀라이나에 대해서 뭐든지 알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전제로 했어요. 하지만 궁금해야 했던 것들에 궁금하진 않았죠. 캐놀라이나는 왜 가족이 없었는지, 왜 이중적인 면모를 보였는지. 그냥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그게 자스민의 실수였죠. 캐놀라이나에 대해서는 뭐든지 알고있다는 오만함. 그 사람과 가까이 지냈다는 느낌이 그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확신이 아닌데. 나는 그저 그 사람의 삶에 아주 일부분일 뿐이었는데.


키아닌은 따스함을 느껴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캐놀라이나가 눈높이에 맞춰서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이고.


"갸엾구나. 키아닌."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어설픈 상냥함을 느낄 수 있었죠. 캐놀라이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를 때마다 미소를 지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쌍하네."


키아닌이 말해요. "조금은 인간적으로 바뀌었군." 그리고 조금 더 죽음에 가까워지겠죠.


"그래. 그럼 펜케이크나 먹으러 갈까?"


"좋다." 키아닌은 눈물을 훔치고, 캐놀라이나의 손을 잡곤 마트로 걸어가요.


잠시 후, 식탁에 앉은 키아닌. 좀 겁먹은 카리샤. 회계 장부를 보고 있는 오브미와 함께 있는 드핀이 말해요. "그래서 오늘 저녁도 펜케이크다? 키아닌. 내 뒤에 있는 게 총이라는 건 안 보여? 스테이크를 사왔어야지!"


"닥쳐라. 드핀. 한심하기 짝이 없군. 부자집 아가씨로 태어나기라도 했나? 힘들 때는 원래 그런 걸 먹는 법이다."


"전 부자집 아가씨로 태어났는데... " 카리샤가 손을 들어요.


"몰락한. 단어를 하나 빼먹었군."


"애한테 지금 그게 할 말이야? 그리고 카리샤! 형편에 맞게 먹어야지!"


"아니. 언니가 먼저 말했잖아."


"둘이 잘 노니 보기 좋군. 난 빼다오."


"나 왔다." 저 멀리 드라파스가 현관문을 째링째링하는 소리가 들려요.


"오. 드라파스! 역시 사기꾼들을 잡아도 이미 잃어버린 머리카락은 안 돌아왔지? 변호사랑 완만한 협의를 이뤄냈긴 했고? 그랬으면 좋겠네." 캐놀라이나가 주방에서 펜케이크 믹스를 얼굴에 잔뜩 묻힌체로 바라봤어요.


"완만한 협의..." 드라파스는 변호사를 반으로 접어 창문에 집어던지지다가, 옷 소매에서 떨어진 문서를 주웠는데요. 그걸 꺼내서 봐요. "봤죠. 변호사가 그 주먹은 뒀다 뭐하냐면서, 그런 사기꾼 놈들을 고소해봤자 법원은 지금 개점휴업상태니 그냥 돈이나 뜯어내라해서 팼습니다. 그런 확실한 법률조언을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변호사가 무례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 법률조언에 따라 같이 집어던졌습니다."


"확실한 수도 시민이네. 드라파스." 캐놀라이나는 미소를 지어준 다음. "그래서 그건 돈이야?"


"돈은 애들 학비에 보탰습니다. 이건 종이 쪼가리고요."


"....학비?" 캐놀라이나가 실눈을 떴습니다.


"공부하는 데 쓰는 돈 말입니다."


"캐놀라이나씨가 놀란 이유는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표정이어서 그런거야." 드핀이 말했어요.


"내가? 내가 좀 부족한 아버지라도 애들이 이러고 살길 바라는 사람은 아니야." 드라파스는 투덜거리면서 식탁에 앉았어요. "사랑하는 부인은 흑마도사 협회에서 일하고있-"


"...사랑하는 부인이라니." 키아닌이 실눈을 뜬체 바라봐요. "마도서가 고장난건가? 어떻게 하면 그런 파멸적인 단어를 내 귀로 흘러듣게되는 운명을, 그런 중대한 운명을 예언하지 못한거지?"


"둘 다 닥쳐. 내 부인과 내 머리카락, 내 아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조져버리겠어. 변호사처럼 말이야."


"그럼 왜 사랑하는 부인이 해주... 푸... 풉... 아니. 미안. 드라파스. 이건 진짜 고의가 아니었어. 그래. 드라파스. 왜 이런 저녁이나 먹으러 온거야? 부인이랑 함께 밥이나 먹지 그랬어. 저녁 당번이라고 빠진 건 아니지? 차라리 저녁 당번이 하는 게 나을 걸 너도 알고 있을테니 그러진 않았을텐데."


"두 가지. 하나. 내 아들내미를 사립 학교에 보내느냐 식비도 아깝고, 둘. 이 문서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왔다."


"그래서? 문서가 뭔데?"


"법률 조언이랑, 변호 예약."


"변호면 변호지 예약은 뭐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변호를 부탁했으니."


"키아닌처럼 미래시라도 있나봐. 키아닌의 미래시는 통하지가 않던데. 그 분들 미래시는 어떨지 궁금하네." 드핀이 말했어요.


"아냐. 키아닌의 미래시는 생각보다 잘 통하던데?"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오늘 드핀, 카리샤한테 권총 뺐겼지?"


"아냐! 언니가 선물로 줬어! ... 요." 카리샤가 말했어요.


"... 뺐겼지만 되찾았어요. 그리고 지금 들고 있는 건 나무깎아서 만든 가짜고요. 풋. 바보같구나." 드핀이 카리샤한테 말했어요. 카리샤는 드핀을 바라보며 그르렁 거리고, 드핀은 '어른의 품격' 표정을 지었죠.


"그리고 오브미. 마약으로 대금처리하지마. 우리는 용병업이지 중개업이 아니라고."


"아. 네. 그렇게 편지 보내놓고...", "얼굴 볼일 없길 바랍니다. 라고 적은 다음에.", "캐놀라이나씨 서명이었죠. 감사합니다." 오브미는 안경을 고쳐썼어요.


"마지막으로 드라파스..." 캐놀라이나는 드라파스의 윗머리를 잠시 바라보곤. "갸엾구나. 드라파스." 그러곤 웃었어요.


"전 전혀 저를 갸엾게 여기지 않습니다. 캐놀라이나님. 전혀요. 비록 신체 복구 로직 중에 머리카락 부분은 아예 유실되었다하지만 제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겠습니까? 허. 전혀 없죠. 변호사 허리랑 흑마도사 허리는 그냥.... 그냥 접은겁니다. 종이접기를 하는 이유와 비슷하죠."


키아닌은 의기냥냥하게 드핀을 바라봤어요. 드핀은 그꼴이 꼴보고 싫어서 시선을 피하곤. "말을 할 수록 비참해지니까 그만둬. 드라파스. 그냥 빨리 변호사 이야기나 계속 하라고." 드핀이 말했어요.


"그래. 변호사. 법률 조언 하나는, 연방 정부의 기소여부야. 지금까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을 때 연방정부. 혹은 주 정부가 기소된 적이 있냐는 점이었고. 변호사는 단 한번도 유죄평결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군."


"그딴 걸 왜 물어보는거야? 누구 하나 조지고 싶은건가?" 드핀이 말했어요.


"드래곤들이 수도 상공을 빙글빙글 돌면서 시위하고 다니잖나. 월급 못 받았다고." 키아닌이 말했어요.


"시위가 뭐에요?" 카리샤가 말했어요.


"사람들이 화나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거." 드핀이 말했어요.


"사람들이 왜 화나요? 그냥 평화롭게 살면 안 되나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세계에서는 모두가 너처럼 귀족옷을 입고 고기를 썰지는 못한단다. 만약에 그런 시대가 오면, 모두가 공작 자리에 앉을 수가 없을거고. 만약에 그런 시대가 오면. 모두가 왕처럼 살 수도 없겠지. 그런데 지금은 왕은 커녕 내일 눈을 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화가 나겠니, 안 나겠니?" 드핀은 말에 분노가 가득 담겼어요.


"... 늦잠자서요?"


"미안." 드핀이 말했어요. "내가 부자집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법을 전혀 몰라서 도대체 뭐부터 설명해야할지 전혀 감을 못잡겠구나. 혹시 성냥팔이 소녀는 아니?"


"...성냥이 뭐에요?"


"카리샤. 제발 좀." 드핀이 자기 얼굴을 감쌌어요.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죠. "돈없어서 겨울에 성냥팔다 얼어죽는 이야기야." 정작 자기도 몰랐지만, 드핀의 경험에다가 지금 이 문맥을 보니. 오. 죽고 싶네요.


"...왜 추운 데 성냥을-" 제발 그만해! 드핀은 몸을 비틀었어요.


"카리샤. 그건 여기서 5년 정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거란다!" 캐놀라이나가 찡긋했어요. 카리샤는 좀 쫄았죠.


드핀은 어린아이의 끔찍하게 순수해서 더럽게 속이 꼬이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서 안심했고. 키아닌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심하듯 바라보고. 드라파스는 말해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저번 주 시위 못 봤어? 고블린들이 사제 폭탄을 시청에 던져서 시청 외벽이 날아갔잖아. 덕분에 이젠 헌병대가 시청 주변에 깔렸지."


"그러면서도 여명의 시대라니. 참 퍽이나 잘 되겠어." 드핀이 투덜거렸어요. "아. 그런데 캐놀라이나... 님. 아까 말인데요. 그게..."


캐놀라이나는 따뜻한 연기가 샘솟는 후라이팬을 들고 와요. 드핀은 그래서 잠시 말을 멈추고 자기 앞에 떨어지는 괴물체를 .... 바라봤는데요.


우와. 펜케이크에요. 좀 탔고, 두툼하지만. 일단 겉모양은 펜케이크의 형체를 하고 있어요. 그 광경에 다들 말을 잇지 못해요. "몇주나 믹스만 퍼먹다가 드디어 펜케이크랑 비슷한 걸 만드셨군요." 드핀이 조금 눈물이 글썽거렸어요. "맙소사. 지금까진 정말 혀가 날아가는 것 같은 맛만 느꼈었는데. 정말.. 정말 펜케이크와 닮았어요!"


카리샤도 신기하듯 쿡쿡 포크로 찔러봐요. 키아닌은 펜케이크를 보고 멈춰섰고. 드라파스는 가장 먼저 먹어보고 말하죠. "우와! 맛 없어! 진짜 맛없다! 이야! 맛이 없다니! 대단해! 게다가 탄맛도 나잖아? 미약한 단맛도 나고... 이건 미쳤군!" 드라파스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요.


"우와. 정말 맛없다!" 드핀도 행복한 표정을 짓죠.


"맞아! 음식치곤 맛이 없어! 음식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된다니! 이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도 되곘어! 사놨던 생화학 폐기물 봉투는 모두 갔다 버려야겠군!" 드라파스는 신나는 표정을 지었어요.


"... 많이 늘었군. 캐놀라이나." 키아닌은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표정을 지어요. 캐놀라이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난 특훈의 가능성이라고 해두라고." 라고 말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맛이 없지만. 먹을 수는 있는 것 같군요." 오브미는 안경을 고쳐써요. "그게 어디야!" 드핀이 말했죠. 카리샤는 드디어 깨작깨작 먹기 시작해요. "그래도 속은 안 익었어." 좀 투덜거리죠.


"왜 이렇게 급해? 10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캐놀라이나가 웃었어요.


"오. 맙소사. 이걸 10년이나 먹긴 좀 그렇습니다만." 드라파스가 말했죠.


"뭐. 매일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는가."


"조금씩 나아지면 안돼. 우리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상황인데." 드핀이 말했어요. 이건 카리샤의 걱정이기도 했죠. 그리고 드라파스는 문서를 문서 보관소에 넣고는.


"몇 달 후엔 맛이 있으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며. 식탁으로 돌아가요.


몇 달 후. 한적한 카페. 드핀. 그리고 드라파스가 한 편에 앉아 있고. 반대편에는 수인이. 그리고 카리샤는 반대편 자리에서 꼬리를 쓰담으며 놀고 있었죠. 그걸 드핀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곤. "... 요즘은 이렇게 지내고 있어."


"나쁜 일은?" 개 수인은 커피 크림을 털에 뭍히고는 말했어요.


"꽤 했지. 우유 가게 사장님이 여기 토박이라서 외지인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래서 외부에서 오는 새로운 사업가들을 다 조지고 있어. 그리고 감히 우리한테 돈이 아니라 마약을 넘겼던 친구들은.." 드핀은 과거를 회상해요. 캐놀라이나가 낚시대에 그 쪽 보스를 매달고 배 갚판에서, 밀짚 모자를 쓴체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 좋네." 그러곤 바다를 바라보며 낚시대를 풀어요. 첨벙첨벙이는 소리가 들리죠. 그리고 잠시 후 상어가 날아와서 낚시줄이 뜯겼죠. "이런. 이건 예상 못했는데."


드핀이 말해요. ".. 그렇게 바다 아래속이 어떤지 관찰할 수 있도록 편도 티켓을 끊어줬어."


"너희 진짜..."


"알아. 좀... 미쳤지. 하지만 합리적이라고. 우린 적어도 미래가 창창한 사람들 앞길을 조지진 않아. 조지는 건 마약상이나 그런 친구들이 조지지. 그래서 우리는 앞날을 조지는 사람만 조지는거야."


"우유 가게 사장님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도 마약상이잖아. 뭐. 착한 마약상이라고 하려고?"


"마약상 중에는 인성이 된 사람이지. 적어도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은 성실히 파놓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런 사람이 더 사회를 망치는거야."


"부정하진 않을게. 아니. 동의해. 그래. 차라리 그냥 나쁜 놈이면 쏴죽이면 되는데,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는 나쁜 놈을 쏴죽이기엔 부담스럽겠지. 그런데 정상적으로 살만한 구멍도 없는데 그 사람들은 뭘 해야 했었을까? 난 늘 그게 의문이야. 그 사장님은 고블린이라고. 원래는 촌장이었는데 이샤라이나는 거기 창을 처박아놨고. 마운티아는 거길 요새로 바궈야 한다면서 다 내쫒았어. 그냥 죽을 순 없잖아?"


"그게 나쁜 일을 해도 된다는 허가는 아닌 걸 알잖아. 올바르게 살아야해."


"넌 진짜 나쁘다. 어떻게 내가 빠져나가기 힘든말만 하는거지? 너가 이상한거야. 개 수인도 4대종족에 미포함이라고. 결국 버려질거야.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버려지고 감옥에 가겠지. 이 나라는 답이 없어. 봐봐. 우린 이미 버려졌다고. 돈 준다는 게 언제인데, 정부가 뭐라든?"


"..." 수인은 시선을 피해요. 드라파스는 한숨을 쉬곤.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지급을 유예한다. 라고 단호한 편지를 하나 보내주더군."


"애초에 기대를 하면 안 됐었어. 이제 감옥에 갈일만 남은거야." 드핀이 말했어요. "전쟁이 그 꼴이 나는 걸 보고도 블라드라 된 우리가 머저리지. 게다가 의사당이랑 시청 모두 헌병대가 몽둥이를 들고 앞길을 막더라고? 웃겨서 정말. 내가 털이 조금이라도 달려있으면 머리부터 깨버렸을거야. 인간형이라서 그나마 물러나라고 말한거지. 이 상황에 키아닌은 캐놀라이나랑 연애하러 갔어? 돌겠네."


"키아닌은 우리 부대 소속이 아니니까. 어색할 수 있지." 드라파스가 말했어요. "그리고 연애라니. 캐놀라이나가 연애를? 그것도 키아닌이랑? 허. 미친 생각이군."


"누군 애를 키울 줄 알았냐?"


"그거랑 연애는 많이 다르지. 이성의 사랑과 자식의 사랑은."


"하아아. 그래에에.. 카리샤. 자. 손 잡을래?" 수인이 손을 내밀었어요.


"네!" 카리샤가 말했죠.


"유메니. 애 안 좋은 버릇든다. 오냐오냐하면 자기가 아가씨인줄 안다고." 드핀이 말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수인이 유메니라는 걸 알아냈죠.


"좋은 기억을 새겨주면 커서 잘 자랄거야. 행복한 유년기는 중요하다고." 유메니가 말했어요.


"... 행복한 유년기라." 드핀이 못마땅한 듯 차를 마셔요. 이건 자기 자신에게 못마땅한거죠. 행복한 유년기? 블라드라로 바뀌고, 부모는 죽고, 살인마들이랑... 뭐. 잘 표현하면 청부살인업자들. 더 포장하면 용병들이랑 같이 지내는 행복한 유년기라. 참 좋은 기억으로 남겠어.


유메니는 자신의 푹신푹신한 손으로 카리샤를 들어서 비행기를 태워주면서 놀아줘요. 카리샤는 정말 기쁘게 웃어요. 드라파스는 웃으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어설프게 웃죠.


저 아이는, 저 표정을 짓는 아이가. 키아닌과 자스민이 그토록 아끼는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은. 굳이 상기하지 않았음에도 카리샤가 행복해하는 표정을 볼 때마다 역하게 올라와요.


그건 드핀이 더 심했고요. 한숨으로 그걸 지우고는 말하죠. "우리 이야기는 됐고. 너는 어떻게 지내? 돈도 못 받고 있고. 수인인데다가. 블라드라인데."


"청소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부업으로 헌병대랑 협조해서 도난당한 물건 같은 걸 찾아주고 있어."


"...", "..."


두 명은 유메니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엄청난 충격이었죠.


"피값은 나와? 괴롭히진 않고? 헌병대가 개껌 던져주진 않았니?"


"아슬아슬하지만 살수는 있고. 좀 괴롭히긴 해도 일을 열심히 하니 좀 친해졌고. 개껌 몇번 먹었는데 맛있더라고."


"그래. 그래. 뭐?" 드핀이 말했어요.


"왜? 우리 종족은 개에서 출발했어. 그런데 좀 똑똑해진거지. 이족보행할만큼 다리에 근육도 생긴거고. 그 편이 지구력에 도움이 되니까. 너희도 유인원에서 출발했잖아?"


"그... 래. 그렇지.. 그렇더라도 바나나를 먹고...."


"바나나 맛있지." 드라파스가 말헀어요.


"... 맛있지. 그래." 드핀이 말했어요.


"봐봐. 그거랑 똑같다니까?" 카리샤는 유메니의 등에 올라타서 턱을 쓰담고 있었어요. 유메니는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며 카리샤를 들어서 앞으로 안았죠. "푹신해요!" 카리샤가 신나는 듯 말했어요.


"내 친구 가지고 놀지마. 카리샤. 어떻게 예의를... 하아아아. 아무튼,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을거야? 정부가 돈 때어먹었는데도 정부의 충견이 되는 바보같은 짓까지 할 정도로 머리가 새하얗진 않길 바란다." 드핀이 말했어요.


"그래. 드핀말이 이번은 맞다고 보증하지. 게다가 요즘 수요가 몰리니 다시 병원끼리 피값을 담합하고 앉아있더군. 내 사랑하는 부인의 어깨를 물 수는 없어서 돈을 긁어 모아서 어떻게든 사고 있는데 슬슬... 돈이 더 필요해지고 있어."


"맞아. 살기 힘들지." 유메니가 말했어요. "그래서 시위를 하려고. 지금 전우들한테 편지를 쓰고 있어. 너희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안 썼지만."


"무력 시위? 총들고 혁명을 일으키자고? 그거 괜찮네. 적어도 의사당 새끼들은 모두 지옥으로 보낼 수 있겠으니까. 마운티아 크로카, 그 개자식. 뻔뻔한 얼굴로 훔쳐온 돈으로 자랑이나 해대고 있으니. 누가 안 죽이나."


"네 총은 뒀다 어디써? 아. 그런데 이번 달 지지율 봤어? 92퍼센트야. 동상이라도 새울 분위기라고." 드라파스가 말했어요. 그리곤 창밖의 완전히 새로워지고 있는 거리를 보고 있죠. 완전히 새로운 상수도관, 그리고 케이블카. 저기서 노동자들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죠. 그래요. 네. "적어도 전쟁 직후의 시궁창보다는 나아지고 있으니."


"아니야. 무력시위라니. 우리 일은 시민들과 정부를 지키는 거였잖아. 그걸 계속 유지하되, 평화적으로 요구하는거야.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시민들에게 알려주는거지."


"....", ".... 미안. 내가 너의 새하얌을 잘못 생각했네.", "와! 멋져요!" 카리샤가 말했어요. "사람들이 엄청 많겠네요."


"나도 드라파스 말에 동감해." 드핀이 말했어요. "하얀마음 백구라도 되고 싶은거야? 뭔... 들을거면 진작에 들었겠지. 솔직히 생각해봐. 시민들이 정말 모를거라고 생각해? 그 어떤 목사 말처럼 크로카가 진심을 다해 기도하자 하늘에서 172억 마운티아 골드가 떨어져 사랑하는 신자들을 구원하라고 했다는 건 아무도 안 믿어. 다들 누군가의 돈을 뜯었는진 알아. 다만 그 사람들은 돈이 뜯긴 사람들이 아니니까, 적당히 절약할 건 절약하면서 (우리집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만든 돈이라고 지들 혼자 망상을 하고 있을테니까 문제지."


"그러니까 알려야 하는거야. 드핀.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를거잖아. 우리가 말해야해."


"넌 시민권도 없잖아. 그들에게 너는 우리가 아니야."


"마운티아 헌법에는 사람의 권리는 법률이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거라고 적혀있어. 그리고 난 참전용사라고. 내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의사당에서는 회의가 진행중이었어요. "그 새끼를 조져버리게." 총리가 말했죠. "어떤 정신 나간 멍멍이가 블라드라들을 선동하고 있더군. 이에 대해서..."


"총리님. 말씀중 죄송하지만." 재무장관이 손을 들곤. "좆까세요. 뭔 미친 소리입니까?"


"이에 대해서. 대비책을 세워야 하네. 재무장관. 내 말 안 끝났어."


"그래서 말씀 중 죄송하다고 했는데 사실 말하고 후회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생각하다니! 총리님. 머리에 생각이라는 건 하고 사는겁니까? 조져요? 오늘 회의 자료에서 그 편지 내용을 봤는데 그냥 손에 손잡고 도시를 빙글빙글 돈다는 말이더군요."


"시청에 시위 접수 된거 없어. 당연히 대비해야지. 머리가 달려있긴 하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안경을 안껴서 시청에 빌어먹을 헌병대들이 총이랑 몽둥이들고 서있는줄 착각했나봅니다."


"안전을 위해서야."


"누구 안전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당연하지."


"너무 뻔뻔해서 할말이 없군요."


"재무장관. 잠시 나와서 나 좀 보지. 할 이야기가 있어." 야당 대표였어요.


"전 할 말 없습니다. 짜르게요? 짜르세요! 제가 이 정신병자 소굴들에 앉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총리님께서 제 빌어먹을 사표를 안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니까. 아니면 본회의에서 의원직 박탈이라도 의결해주시면 안됩니까? 제가 기꺼이 찬성표를 던지겠습니다. 이 씨발. 제가 언제까지 지옥행 열차의 보조기관사로 탑승해야하는겁니까?"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자네가 주 기관사야. 돈은 자네가 만들었고, 그리고 자네가 계획대로 운용중이지. 도착할 때까지는 잠잔코 앉아있어. 그거 박살나면 정말 다 뒤진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테니까."


"아. 그래요? 총리님이 개소리를 멈추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소득세를 한 99퍼센트로 바꿔놔야겠네요. 부도덕의 기관을 폭파시키고 다 뒤지는 겁니다."


"그러지 못할거야. 결국 너도 92퍼센트의 시민을 위해서 일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8퍼센트를 열차에서 집어던지고요? 더 많이 태울 수 있는 거 아시잖습니까? 단 한가지라도 양보했으면 말입니다. 그런데 양보는 커녕 시위대를 헌병대로 조져버린다고요? 국방장관께서는 퇴역한 친구분들에게 그래도 되는 권한이 있습니까? 아니지. 그러면 양심의 가책은 못 느끼십니까?"


"..." 국방장관은 고민해요. 총리는 가만히 국방장관을 바라보고, 국방장관은 저 사람이 면책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상기하고는 말해요. "국가 안보의 위협이니. 그런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해야.."


"하긴. 죄송합니다. 전범 재판소 가기에는 쫄렸겠죠. 제가 잘못 물었네요. 잊어버리세요. 임기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썅!" 들고 있던 재무 회계책을 바닥에 내팽겨쳐요. 회의실에는 정적이 흐르죠.


재무장관은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제가 재무학을 배운 이유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거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조금씩 줄이고, 되도록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임기중에 한 거라고는 수천만명이 죽는 전쟁을 시작하려고 수천만명을 위한 돈을 거기에 꼴아박도록 도운거랑, 거기서 싸운 사람들 중 굳이 소수의 사람들의 돈만 빼았은 다음 그들이 두들겨 맞도록 방치하는 게 전부였군요. 전 몇주전까진 제 권한 안에서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전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을 못했고. 그렇기에 전 의원자격이 없다고 믿습니다. 총리님과 이야기 한 이후로 항상 그렇게 믿어요. 그렇기에 제가 바뀔 가망이 없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매 회의마다 굳이 참여하는 이유는. 제 마지막으로 남은 망할 권한들로. 당신들은 개새끼들이며, 당신들이 하고 있는 건 정신 나간 미친 짓이라고 상기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제발. 다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재무장관은 외투를 챙기고 회의장을 나서요.


"부끄럽다니. 그럴 수 없지. 우리가 마운티아를 구하고 있는데." 총리가 말했죠.


"당신들이 마운티아 가문을 구하고 있겠지."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닫혀요. 잠시간 어색한 침묵이 감돌다가 총리가 말하죠. "그들은 평화시위를 빌미로 정부를 전복할 음모를 꾸미고 있네. 그들은 이런 과격한 방법을 쓸거야."


유메니가 말해요. "팜플렛을 들고 설명해주는거야. 그리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거지. 그리고 의사당 앞에 천막을 쳐서 농성하는거야. 우리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오. 맙소사... 지금 그걸 우리보고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아니. 참전용사들한테? 이야. 그 사람들 중 총 한 발을 안 쏘면 그것보다 더 기적이 어디있겠어. 솔직히 에어조라가 이제 깨어났다고 믿어도 될 것 같아." 드핀은 비꼬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들도 우리랑 같아. 군인이잖아. 그리고 우리는 시민이야. 그러니 다들 같은거지."


"유메니. 진정해. 그들은 우리와 같지 않아. 우린 피를 먹어야 하고. 너는 시민권자도 아니고,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그래. 웃긴 이야기지. 총들려주고 싸우라고 시킬 때는 우리는 하나라고 하면서 이젠 아니라고 하는 게. 하지만 그 때가 이상한거고, 지금이 정상이야. 군인 시절은 끝났어. 이제 우리가 하나여야만 하는 필요가 없어졌다고." 드라파스가 말했어요.


"그 때가 정상이고, 지금이 이상한거라고 믿어." 유메니가 말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상냥해질 수 있어. 지금까지 안 좋았다고, 내일도 안 좋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야."


드핀과 드라파스는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더 할 말을 잃은 건, 이 짓에 수천명이 참여했다는 거였죠.


첫 시위는 수도 안에서 일어났고, 헌병대도 시청과 의사당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여전히 수도 내부에 진입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그 수천명의 친구들은 적어도 갑자기 총에 맞는 일은 없었어요.


왜냐면 총을 쏠만한 친구들도 돈을 다 때여서 단단히 화가 났었으니까요. 마운티아 크로카 총리는 이를 빌미로, "그들은 이샤라이나와 결탁해 수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정부를 전복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언론사에게 말했고. 유메니는 시민들에게 "우리들은 당신들과 비슷하게 힘들지만, 핍박받고 있다" 고 시민들에게 호소했어요.


시민들은 그 말에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 지언정 돌을 던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좀 있긴 했는데. 이들을 방어해주는 사람들도 소수였고.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소수였으니 쌤쌤이라고 칠만했어요.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은 사정이 딱하다는 것까지는 알아주긴 했죠. 다만 여유가 없으니 좀 작작했으면 좋겠다는 눈빛을 보내긴 했지만.


이런 시위는 계속 됐어요. 참전 용사들은 오래간만에 자부심을 느꼈죠. 우리가 뭉치니 시민들이 두들겨 패지 않고, 헌병대도 안 오고. 사람들이 우리 말을 들어주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시위가 계속 되어 도시에 이들의 소문이 모두 퍼져 수만명이 시청앞에서 운집한 시위가 일어난 또 다른 날들 중 한 때에.


캐놀라이나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수도의 내심, 외각으로는 보이지 않고 건물들의 산 아래에 파묻힌 곳으로 내갑니다. 키아닌과 드라파스. 그리고 드핀과 함께요.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며 이따끔씩 햇빛을 보여줬다가도. 가망없는 어둠을 보여줬다가도. 외부의 음침한 하늘을 보여줬다가도, 다시 어둠을 보여줘요.


내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긴급 피난용 엘리베이터이라는 간판이 달린 철망이 달린 거대한 통을 타야해요. 수도 마운티아는 이샤라이나 근처에 있어서 언제든지 폭탄이 떨어질 수 있었기에 전쟁중 구조가 내제화되어있도록 바뀌었거든요. 그러니 원래라면 외부에서 봤을때는. 거대한 요새와 같은 단단한 외관이었어야 했다는거에요. 지금처럼 덕지 덕지 건물들이 쌓여있는 방식이 아닌.


하지만 전쟁중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고도 그런 요세안에서 모두를 살게 하면 다들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었을거에요. 외각까지 합치면 수도 인구가 천만명이 넘는데요.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천만 인구를 이사시키기에는 예산이 부족했죠. 그래서 국방부는 오히려 외피에 있는 도시를 내심에 있는 도시의 방탄막으로 쓰면 시민들은 이주 안 해도 좋고. 내심에 있는 시민들은 안전하고 사람도 적어서 쾌적해서 좋고. 정부는 계속 수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좋고. 윈-윈-윈이었죠.


적어도 이샤라이나 군이랑 마운티아 군이 그렇게 심하게 수도에서 싸우지만 않았다는 멋진 가정 아래에서는.


내심의 도시는 그 때도 온전히 살아남았는데다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치지도 않았어요. 밖이 좀 뜨거워지자 만들어놨던 시외와 연결된 대피 통로로 모두 탈출했거든요.


하지만 그 밖에 있던 수백만의 시민안 그러지 못했죠. 외피에 있는 사람들이 내심으로 도망치려고 엘리베이터로 몰려갔는데 엘리베이터가 꺼져있어요. 그리고 계단은 판자로 막혀있었죠. 전쟁이 끝나고 당시 마운티아 시장은 마침 그 때 엘리베이터는 고장나 있었고, 대피 계단은 화재 예방을 위해 막아놨다고 말했고요.


화재 예방이라.


다시 엘리베이터가 덜컹이고, 이제 도시와 지면이 만나는 곳까지 내려왔습니다.


내심의 원주민들은 그 이후 다시 수도로 돌아가는 걸 꺼려했어요. 그들 중 아주 일부만 돌아갔는데 좋은 꼴은 못 봤죠.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판자를 때려부수고 내심에서 이미 살고 있고. 그들 중 대다수가 제 때 판자가 작살 나지 않아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어요. 그런데 귀족 행세하면서 판자를 막던 나으리가 돌아오면 뭘 하겠어요? 손에 도끼가 있는데. 그걸 안 쓰면 바보죠.


전투 이후 수도에 남은 건 시체. 파편. 그리고 적대적인 시민들뿐이었고.아크라이트 데센이 사람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블라드라를 찍어내자 전쟁의 판도가 바뀌어서 다음 전투는 없었어요. 그래서 남은 사람들만이 폐허 속에서 살아남는 걸 거부했기에 내심으로 들어갔고.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을 받는 걸 마땅히 여겼습니다.


합법적인 절차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이후에는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마운티아 내에 가장 큰 무법지대가 되었죠. 환락의 도시이자. 생존자들의 도시.


캐놀라이나와 모두의 얼굴에는 이제 짙은 주황색 불빛이 덮어씌워지고. 엘리베이터의 아래를 바라보면 중세 풍을 딴 성들과 넓게 펼쳐진 대리석으로 이뤄진 건물들. 그리고 천박한 형형색색의 마나 불빛들이 보이고. 화약 냄새와 피. 그리고 살갗의 냄새가 코끝을 떠나지 않죠.


이 도시를 사람들은 내심이라고 불렀어요.


캐놀라이나는 이 내심에 두 가지 볼일이 있었죠. 하나는. "어떤 의원님의 따님이 여기 납치되었다고 하더라고."


"요즘은 그런 일도 받아요?" 드핀이 놀란표정으로 바라봐요.


"중개인한테 건너건너 소개 받은 일인데. 돈이 꽤 되더라고." 캐놀라이나가 웃었어요. "그리고 여기 내심이잖아? 아직 양복입고 사무실 출근하는 단계는 아니야."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을 잃은 슬픔은 저와 비슷하겠죠.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드라파스가 말했어요.


"그런데 다른 일도 있다고 했지 않았나?" 키아닌이 말해요.


"그리고 납치자가 말이야. 오브미 일 기억나?"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기억난다."


"그 친구들이랑 똑같아. 유스 가문."


"명예로운 기사작위도 받았던 적이 있던 가문이 하는 일이라고 회계사 한 명 죽이는 거랑 의원 딸 납치하는 게 고작이라니. 한심하군. 게다가 내심 출신이었나?"


캐놀라이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은체 눈을 지긋이 감곤 몇 발자국 걷고. 내심의 본격적인 거리에 접어들어요. 대리석의 도시에 천막이 있고. 바닥은 벽돌이지만 어디서 흘러온 지 모르곘는 물이 고여있었죠. 그리고 옷차림이 귀족의 것들을 약탈한 듯한 옷차림인 사람이 많았고. 천박한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캐놀라이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고. 내심에서도 가장 큰 건물, 복잡한 한 성채를 바라보고는 말하죠. "저기가 그 분들의 처소야."


드핀이 말해요. "... 조사는 해왔어요?"


캐놀라이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드핀을 보곤 말하죠. "총은 뒀다 어디써?"


드라파스가 말해요. "말을 말아야지. 살아나갈순 있는겁니까?"


"드라파스. 질문이 잘못됐잖아. 살아나갈 순 있는거냐고? 아니지. 살아나가도록 해야지." 그 말 이후 구성원들은 캐놀라이나와의 논쟁은 이 작전에 아무런 이득이 없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부디 모두가 죽지 않도록. 만약 죽더라면... 체크포인트가 좀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걸어가요.


거대한 성. 거대한 문. 경비원 둘. 그리고 계단을 걷는 넷. "계단 하나, 둘..." 캐놀라이나가 그렇게 말해요. 경비원 둘은 그들에게 다가와서. "약속하셨습니까?" 라고 물었고.


캐놀라이나는 눈을 감고선 슈트 내의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찾아내고는 꺼내서 그들에게 보여줬고, 그건 방아쇠가 당겨지고 있는 권총이었죠. 캐놀라이나는 눈을 뜨고 말해요. "셋."


펑.


총성이 울려퍼지고 한 명이 쓰러지자 키아닌이 가장 먼저 반응해요. 준비해두고 있던 마도서의 술식은 경비원의 발밑부터 얽혀들어가 그의 피부에 마나가 찢어 들어가며 근육을 녹여버리죠. 그 소음에 성문은 곧바로 닫히기 시작하고 창문에서는 4명의 저격수가 고개를 내밀어요.


드라파스는 성문으로 달려가지만 문은 그 전에 닫혔어요. 하지만 그가 바라던 건 문을 다시 여는 게 아니었죠.


가속력이었어요. 철퇴에는 푸른 스파크가 터지며 끝이 끔찍하게 단단해졌죠. 이건 시전자의 손을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그 다음에는 드라파스의 중량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가 붙어요. 키아닌과 연결된 마나망에서 탐욕스럽게 마나를 빨아드려 근육에 모두 넣어버리죠.


그리고 마지막. 문과 거의 붙었을 때는 철퇴의 끝을 폭발물로 변형시키고, 문과 충돌시켜요. 파편과 먼지가 문 뒷편에 있는 이들에게 박혀버리고. 문에 붙어있던 경비원들은 형편없이 저 멀리 떨어져가요. 드라파스를 저지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저격수들은 창밖에 대포를 겨눈 다음 키아닌을 조준하고. 발사하죠. 흉측한 검은색 흉탄이 날아들어요.


캐놀라이나는 은색 검을 뽑아들고는 자신의 하체의 일시적인 마나 폭발을 일으켜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캐놀라이나는 흉탄을 향해 날아가다가 하체를 복구시키죠. 그리고 들고있던 은색 칼날로 흉탄을 자르고. 다시 폭발. 캐놀라이나가 칼을 들고 있던 오른팔은 날아가고. 저격수와 비슷한 고도까지 올라왔죠. 그 다음, 왼팔에 들고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저격수의 머리를 꽤뚫어요.


다른 편의 저격수는 영창을 시작하며 메테오를 준비해요. 내심의 공동에는 둥근 모양의 포탈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검은색 구체는 모습을 들어냅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낙하를 시작하죠. 캐놀라이나와 드핀. 그리고 키아닌의 방향이었어요. 저 멀리, 점으로 보이는 곳이었죠.


드핀은 오른쪽 홀스터에 있던 붉은 탄약에 마나를 흘러보낸 다음 볼트를 당기고. 탄약을 넣고. 볼트를 놓고. 스프링과 철이 끌리는 소리를 들은 다음. 검은색의 메테오의 중앙을 겨누고. 근육에 마나를 흘러넣고. 자신을 굳게 만든 다음. 메테오가 하늘을 보면 달이 낙하하는 것처럼 보일 때.


방아쇠를 당기고, 총탄은 드핀과 이어진 붉은 궤적을 그리며 끈적한 피들을 이어나가요. 그리고 충돌할 때, 그 피들은 탐욕스럽게 드핀에서 메테오로 피가 흘러들어가다가.


펑. 핏방울이 떨어지는 하늘과 메테오의 파편이 성과 바닥에 추잡스럽게 박혀요. 캐놀라이나는 다리를 복구하고, 그 파편들 중 하나에 탄 다음, 다음 하나로 건너뛰고, 더 옆으로 옮겨가고. 박살난 성문의 구멍으로 떨어진 다음 홀스터에 넣은 권총을 꺼내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날려버리죠.


"늦었나? 드라파스."


"존나 늦었습니다. 그래도 존나 감사하네요."


드라파스가 숨을 헐떡이며 피떡이 된 병사의 머리를 쥐어잡고. 배에는 칼이 4자루는 꽂혀있으며. 어깨에는 총탄이 수도 없이 박혀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맷돼지 같은 외모로 바뀌어버렸어요. 캐놀라이나는. "그래. 3층까지 가자."


"저 씹새끼들, 도대체 뭐하러 온거야?!"


한편, 도시의 윗부분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어요. "저희는 생존을 위해 왔지만, 무기를 들지 않을 것입니다!" 유메니였죠. 이걸 보고 있는 사람은.


시청의 창문에서. 마운티아 크로카, 그리고 마운티아 마샤였죠. "마운티아 마샤. 똑똑히 보도록. 저 피에 굶줄이는 괴물들이 떠드는 걸." 아. 여기는 방음 부스였어요. 그리고 바깥의 상황은 혼잡스러웠죠. 무질서의 극치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피캣을 들고 무서운 헌병대가 서있으며 사람들이 뭐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았죠.


마운티아 마샤는 그게 무서웠어요.


"우리는 결코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작년에 끝났습니다. 우리 그저 앞으로 살아갈 힘이 필요할 뿐입니다! 우리는 그저 마운티아의 약속이 이뤄지는 걸 보고 싶을 뿐입니다!" 유메니는 목소리 확대 마정석을 들곤 외쳤어요.


헌병대도 외치죠. "다들 해산하세요. 여기 시위 허락 받은 적 없습니다."


"저희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유메니가 외쳤어요.


"다들 물러서세요. 부탁입니다." 헌병대가 말했죠.


도시의 내심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어요. "물러서지 마라! 기사 가문의 긍지를 보여야한다!" 은색의 기사 다섯 명이 캐놀라이나와 친구들을 막고 있었죠. 3층. 연회관 홀이었어요. 모든 통로가 한번에 합쳐지는 곳이자, 샹들리에가 많이 달려있었죠.


"기사 가문의 긍지를 보이는 게 납치였나?" 드핀은 노골적으로 비꼬며 쓰러져있는 한 사람의 목덜미를 물고. 피를 모두 뺀 다음, 쓰래기 버리듯 옆에 내던져요.


"이 피를 먹는 괴물 새끼들. 죄책감이라는 건 가지고 있지 않은 괴물들."


"내가 본 인간들 태반은 그랬어. 개는 물고 난 후에 미안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는 걸 보면 개새끼들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아. 말하는 개새끼들. 왈. 왈. 왈." 드핀이 말했어요. "다들 그런데 세삼스래 왜 그래?"


도시의 거리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어요. "이 개새끼들! 너희 때문에 장사가 안 되잖아! 이 쓸모없는 개새끼들. 우리 돈 뺏으려는 새끼들은 다 뒤져야해. 우리 세금이야! 너희같은 다른 새끼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네 사람이 모여서 유메니에게 계란을 던지고. 유메니의 머리에 터지고. 유메니의 털에는 계란이 묻어나요. "짖어! 월월! 짖어봐! 이 개새끼."


옆에 있던 동료 블라드라들과 그들을 도와주고 있던 시민들은 그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소란이 일어나요. 헌병대는 그걸 보고 호루라기를 불고 방망이를 들죠. 마운티아 마샤는 그걸 바라보며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눈을 감았어요.


유메니는 계란을 털고. 털을 대충 가다든 다음 말했어요.


"전 개새끼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개새끼도 아니고. 당신들도 아니잖아요." 그 다음에 웃고는 말해요. "계란 맞는다고 안 죽어요. 괜찮으니 다시 돌아가주세요."


"그렇지만 유메니.."


"저흰 결코 싸우지 않을 겁니다."


도시의 내심에서는 이렇게 소리가 가득했어요. 증오가 가득찬 피가 끓는 소리. 캐놀라이나는 자신이 칼을 잡은 이후부터 그 소리가 가득한 곳에서만 살았죠. 그리고 이 소리가 없으면, 캐놀라이나는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드핀도 마찬가지였죠. 이들이 가망없는 싸이코패스라는 뜻인 아니에요. 하지만 소음 속에서 몇년 간 처박힌 사람들에게 정적은 언제 다시 소음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불과했죠. 아이러니하게도, 드핀은 이 때는 결코 감정이 격해지지 않았어요.


총알을 튕겨내고. 탄피를 뽑아내고. 살이 뚫리고. 뼈가 박살나며. 피가 바뀌어 거대한 괴물로 바뀌며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캐놀라이나의 환영이 수십개로 갈라져서 철들이 끔찍하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감정은 격해지지 않았어요. 고요했죠.


그녀가 블라드라로 처음 태어났던 그 때와 같이 말이에요. 캐놀라이나와 마찬가지의 가족이 있었죠. 축복이 아니라 포성과 매연에서 태어났으니까.


그 가족들은 늘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손짓해요. 그러지 않는다면 내면에서부터 불안감을 긁어모으죠. 하지만 이런 곳에 있다면. 정말...


편안했어요. 불안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미 모든 게 아작나고 있는데. 죽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 수 없는 것처럼. 이미 포성이 터진 곳에 있는 사람도 포성이 언제 터질까, 그걸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볼트를 당기고. 검붉은색 칼을 뽑은 체 피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한 기사의 눈을 바라보고. 이런. 늦었-


그 기사의 갑옷은 키아닌에서부터 빠져나온 검은색 손에 구속되고. 드핀은 방아쇠로 헬멧을 조준하고 그걸 박살냈어요. 헬멧은 마법재질이었기에 그 충격에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쇄하여 파편으로 흝어지고. 머리카락은 흩날리며, 얼굴이 보이죠.


그와 동시에, 단검으로 그 검은손을 파쇄시키고는 바닥에 착지하죠. 캐놀라이나는 그 남성의 뒤에서, 목을 향해 칼을 겨눴고. 아마도 그 사람이 높은 직책의 사람인지 다른 기사들은 공격을 멈춰요.


드핀은 잠시 눈이 커졌다가, 찌푸리죠. "부업으로 이런 일을 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대장. 이 가문 소속이었습니까?"


"너랑 비슷한 외주지."


"외주. 안 됐네요."


"뭐해? 더 안 싸우고." 대장이라고 불린 사람이 말했어요.


"캐놀라이나씨." 드핀이 말했어요. 눈은 그냥 쏘라는 표정이었죠.


"그만하게." 새로운 목소리였죠. 그 목소리에 다들 한 곳을 바라보고, 마법사 6명을 낀 한 노인이었어요. 보나마나 마법사가 낀 걸 대놓고 보여주는 건. 당장 목을 날릴만한 재간이 없으니 닥치고 내 말이나 들으라는거였겠죠. 캐놀라이나는 정말 그런가 고민해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말을 하죠. "싫다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만하라는거겠지. 저 여자를 원하나? 풀어주겠네. 그러니 들고 꺼지지." 캐놀라이나는 보라색 용액이 가득 담긴 통을 뒤에 살짝 떨어트려요. 그것은 바닥에 슬그머니 퍼지기 시작하죠. 운좋게도, 대부분 눈치채지 못했어요.


"흐응. 그럼 좋은데. 하나 더 줘."


"원하는 것도 많군."


"싫다는거야?"


"들어보겠다는거다."


"몇 달전. 습격사건. 회계사 털었을 때. 그거 너희지?"


"굳이 확인을 하다니 성격도 나쁘군. 파견 보낸 요원을 조져버리려고 했으면서."


"안 죽었잖아. 그 둘 실력 괜찮더라고."


"그래. 우리다. 뭘 원하지?"


"누가 청부했는지 자료."


"그럼 우린 문 닫으라고? 의뢰인 정보를 넘겨주는 머저리가 어디있나."


"그치. 그럴 것 같더라고. 우리 가문 주 전력들은 모두 지금 시위나갔다면서? 그 친구들 돌아오기 전까지는 여기를 불로 태워버리고 나갈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냥 강탈당했다고 해. 불쌍해서 봐주지 않을까?" 캐놀라이나가 해실해실 웃었어요.


"그들은 군인이다. 명예를 아는 자들이라서 휴가를 보냈지. 그런데 너희는 이런 날에도 총질과 살육을 일삼는구나."


"고마워." 캐놀라이나가 긁적었어요. "이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되는건가? 그런데 그런 날에 납치한 사람을 와인 숙성하듯 보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이런 음친한 데에 말이야."


"최소한의 명예가 있는법이다. 너 따위와 내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고마워. 셋."


캐놀라이나가 손가락을 튀기며 마나를 바닥에 흘러보내고. 바닥에 있던 마나들은 그에 반응하며 캐놀라이나와 연결되고. 캐놀라이나는 그 바닥을 폭팔시켜요.


흑마도사들의 방어막은 투사체에 대비한 것이었기에, 바닥으로 침투한 마나들은 잘라내지 못해요. 그리고 마나들은 흑마도사의 마나를 약탈한 다음 그 마나들을 가지고 스스로 자폭하고. 바닥은 굉음을 내뿜으며 무너져요. 노인의 표정은 과관이었죠. 자신의 명예가 바닥으로 뚫고가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드라파스는 가장 먼저 앞에 있던 두 기사놈의 뒷덜미를 잡고 그 구멍에 내다버렸어요. 한 기사는 폭렬마법을 방 안에서 쏘며 키아닌에게 날려버렸고. 키아닌은 자신의 방어보다 그 짓에 신경쓰느냐 자신이 잡고 있던 그 기사의 반격을 못 봐 칼에 찔리기 직전인 걸 먼저 방어해요. 뒤늦게 방어를 해보려고 했을 땐. 이미 강렬한 주황색 불빛이 자신의 눈에 가득차 있었고. 그 다음은 어둠이었죠.


키아닌이 캐놀라이나에게 방어막을 쏴준 덕분에 단검에 찔리는 건 막혔고. 캐놀나이나는 권총의 트리거를 당겼지만. 그 사람은 총을 잡은 다음 총구를 자기 다리로 향하게 했어요. 드핀은 총탄을 발사해요. 폭렬 마법을 쓴 사람의 머리는 깨져버리죠.


그 사람은 피 웅덩이로 바꾸어 빠르게 바닥을 훑어지나가며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해요. 캐놀라이나는 저 사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키아닌을 바라보죠. 키아닌은 튕겨져나간체 구멍난 바닥으로 떨어져나가고 있어요. 얼굴은 거의 날아갔고. 팔 한 짝도 떨어져나갔죠.


드핀은 캐놀라이나를 바라봐요. 드라파스는 올라오려는 병사들을 짓밟고. 캐놀라이나는...


키아닌을 향해 도약해요. 근육에 마나를 전부 태워버리면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뻗을 수 있는 한 손을 뻗죠. 성의 천장은 무너지고, 파편들은 몸에 박히는데. 캐놀라이나는 그것들 사이에서 뛰어간 다음. 탄 자국을 넘어. 떨어지고 있는 키아닌의 손을 잡곤, 가장자리에 안착해요.


"드핀. 목표 확보해. 드라파스. 그 친구들 올라오는 지 감시해."


"네.", "넵."


"그리고 키아닌. 살아있어?"


"....... " 키아닌은 힘없이 터덜터덜, 매달려있어요.


"키아닌."


"....." 별 반응은 없죠. 캐놀라이나는 할 일이 있었기에 키아닌의 손을 놓고, 나중에 수습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자기가 한 일이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에 의문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죠.


괜찮은 사람 흉내라니.


드핀도 사라져가 입자가 되는 시체와 사라지지 않는 진득한 시체를 밟아 복도로 나가기 직전 캐놀라이나를 보며 그 생각을 했어요.


사람 흉내라고 내고 싶다더니. 내 꼴을 보라면서.


싸움이 끝난 뒤에는 평온과 행복이 아닌 가망없는 불안만 가득했어요. 속이 뒤틀릴 것만 같았죠. 누군가가 이걸 알면 어쩌지? 내일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건가? 어느날 누군가가 칼을 들이내밀며 복수라고 하면 어쩌지?


그게 캐놀라이나와 왠지 곂쳐보였어요. 카리샤는 생각해요. 저 사람의 하얀색 양복에 묻은 수백리터의 피는 결국 어떻게 될까요?


하필이면 내가, 왜 저 사람을 죽인걸까요?


"키아닌." 캐놀라이나가 말했어요.


숨소리가 들리곤. "살아있다. 캐놀라이나. 입부분이 완전히 박살나서 오래걸렸군."


드핀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내쉰 다음, 목표가 있을 법한 곳으로 걸어나가요. 창밖을 보니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거리는 중갑의 기사들로 봉쇄되기 시작했으니까.


위에서도 봉쇄가 시작되었어요. 헌병대는 이들이 의사당에 갔을 때, 그걸 진압할 능력이 없었죠. 그렇기에 적어도 시청 광장에서는 이들의 행진을 막아야 했어요.


그리고 유메니와 인파가 시청광장에 온 유일한 이유는 시장에게 의사당에서의 시위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어요. 애초에 시청은 유메니가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봉쇄되어있어서 지금도 불법 시위였지만. 이들은 아직 잡혀가지 않았죠. 여긴 이 친구들의 땅이니까요. 하지만 의사당 근처는 이 친구들의 땅이 아니에요. 유메니가 상황을 제어할 수 없다는거죠.


그리고 만약 한번이라고 제어에 실패하면. 사람들은 훨씬 쉬운 방법을 쓸거라는걸 유메니는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어떻게서든 폭력적인 요소가 들어갈만한 건 제외해야 했고. 그게 정부에게도 좋을거라고 믿었어요.


유메니가 딱 하나 잘못 생각한 게 있다면. 마운티아 크로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던거죠. 그렇기에 유메니가 이렇게 외친 건. "저희들도 시민입니다! 저희들도 함께 싸웠습니다!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스트레스 요인이었어요.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주게. 제발. 저 개 수인이 나대는 꼴을 도대체 내가 언제까지 여기서 봐야하는건가?"


"총리님. 수도 경찰 조직이 존재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차라리 제 경호 부대가 더 규모가 클 정도일테니까요. 수도에 지원금을 좀 더 늘려주시면 멋진 경찰을 만들어 저것들이 나대려고 할 때마다 방망이로 성질을 고쳐놓겠습니다. 저 새끼들 과반은 범죄자 출신이에요." 시장이 말했어요.


"이 중요한 날 재무장관은 도대체 어디간거야?" 총리가 말했어요. "그 빌어먹을 장관은 회의때마다 엿먹여주겠다더만. 약속도 제대로 못지키는군."


"동부권 애들이 다 그렇죠. 뭐." 시장이 말했어요.


뭐. 이 중요한 시기 재무장관은...


"망할 기사새끼. 내심같은 곳에서나 쓰래기 자식들. 면상만 보이기만 해. 도끼로 머리를 쪼개줄테니까. 당장 안 풀어? 기생충같은 내심 새끼들이 외부로 올라올때마다 통행세로 가진 돈 다 뜯게 만들기 전에 당장 꺼내! 이 좆만이 새끼들!"


드핀은 철창으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그런 욕과 날카로운 돌맹이가 날라들어서 잠시 고개를 뺐다가. "의원님의 딸.. 아니. 자녀분이세요? 참 성질도 끔찍하네."


"자녀? 내가 자녀로 보여? 내가 애새끼로 보이냐고! 마운티아 크로카 그 씹새는 그렇게 보는 것 같은데. 그래. 그 씹새끼. 다음에 만날 때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벌목 도끼로 그 새끼의 두개골을 잘라서 우리집에 박제해놔야겠네. 그 새끼한테 의뢰 받아서 납치한거지?"


"이 새끼 아닌가?" 드핀은 머리를 긁적여요. "그런데 여기밖에 없던데." 그 다음 편지를 본다음. "혹시 부모님 이름이... 아이리스이십니까?"


"...." 잠시 재무장관은 진정한 다음. "그 분은 의원이 아니야. 그리고.... 아까 한 말은 잊어주시겠습니까? 제가 가벼운 빙의증상이 있어서. 이따금씩 마나망의 오류로 다른 인격같은 것이 제 몸을 차지한답니다."


"뭐. 그러시겠죠. 문에서 비켜요." 드핀은 경첩을 핸드캐논으로 날려버리고, 문을 연 다음. "솔직히 내버려뒀어도 알아서 나왔겠는데요. 납치당한 공주님역으로는 최악이시네. 부끄럽진 않으세요?"


"부끄러워야 할 건 그 새끼들인데. 제가 왜 부끄러워해요? 납치한 씹새끼들을 지옥으로... 아. 죄송하답니다. 이곳의 마나 흐름이 좀..." 잠시 재무장관은 빈혈을 겪어요.


"그러시겠지." 드핀은 재무장관에게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하곤. 다시 캐놀라이나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죠.


그 때 드라파스도 돌아왔고. "상황이 죽입니다. 우선 저 친구들이 우리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 친구들이 내심에 꽤 깔려있다는 겁니다. 10명. 그리고 날틀 한 대."


"노인내는 죽었어?"


"시체가 없습니다. 아마 추락했을 때 1층에 있던 잔당이 들고 튀었나보죠."


"키아닌. 피는 얼마나 모았지?"


"25인분. 그래도 개활지에서 싸우면 순식간에 죽을거다."


"드핀. 키아닌한테 피 챙겨서 비싼 총알 몇발 준비하고. 키아닌. 성안에 남은 피들, 모두 깔아놔. 드라파스. 날 준비하고."


"납니까? 날틀로요?"


"아니. 그. 물리적으로. 그리고 우리 화물!" 캐놀라이나가 손가락으로 재무장관을 가르키곤 웃었어요. "준비는?"


"저요? 의사당에서 꽃 구경하다 이런 슬럼가까지 왔는데. 놀랄 게 더 뭐가 있겠어요? 당장 절 바깥에 꺼내주기나 해요. 여기서 허비할 시간 따윈 없단 말입니다."


"그거 괜찮네. 하나."


시청에서. 총리가 말해요. "저들을 그대로 둘... 텐가? 국방장관?"


"총리 각하." 국방장관이 말했어요. "이샤라이나 국경에서 군사를 빼서 의사당 광장 인근에 대기시켰습니다."


총리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어요. 마샤가 보기에는 저 표정은, 평생 자기가 본 적이 없는 흡족한 표정이었죠.


"수도 시장. 저 시위대 좀 의사당 광장 인근으로 유도하게."


"네? 하지만 저대로 알아서 내버려두면 해산할겁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오. 존경하는 시장각하. 언제 내각의 일원이 된거야? 그냥 헌병대에게 직접 전해주면 되네. 내각은 할 이야기가 따로 있거든."


시장은 그냥 가만히 총리를 바라보다가 멋쩍게 웃곤. "알겠습니다." 그러곤 자리를 떴어요.


총리는 장관에게 손을 내밀곤. "축하하네."


"뭘... 말씀이십니까?"


"전범 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졌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위해서 말입니다." 국방장관은 힘들게 숨을 들이쉬곤 말해요. "발포하실겁니까?"


"저들은 이샤라이나의 첩자들이 분명한데. 안 쏠 이유를 내게 말해주게."


"이샤라이나의 첩자요?"


"그래. 마운티아가 이 꼴인 걸 아는 순박한 시민들은 다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있는데. 저들만 앞서나가려고 하잖나. 그깟 피, 매번 피. 혐오스러울 지경이군. 그런 괴물을 왜 헌법에 사람이라고 명시한거야? 저들에겐 우리가 고기덩어리로만 보인다고. 그리고 마운티아 첩보부의 보고에 따르면 마운티아에 있는 이샤라이나의 협조자들이 수만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나오더군. 당연히 저들도 그 중 한 패거리야. 우린 적군을 때려 잡는거라고."


"그 말을 신문에서 봤긴 했습니다만... 그들은..."


"그래서 전쟁에서 이겼나? 그들 덕분에? 비겼지. 없어도 비겼어. 그 혐오스러운 연구만 아니었으면 이 폭동도 없었을거고. 내심의 쓰래기들을 정화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었겠지. 우린 그들이 있어서 비긴게 아니라, 그들이 있었음에도 비긴거야."


"사실과 다릅니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해석의 차이야.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통계적으로 사람을 많이 살리지도 않았고, 유지비용은 비쌌으며, 전선에서 사람들을 죽인 게 종족 비례로는 큰 차이도 나지 않아. 헛돈 쓴거거나, 이샤라이나를 위해 사보타지한거겠지."


"사람들에는 백마도사가 포함되잖습니까. 블라드라들 중 백마도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병으로써 아군의 최전선에 서서 대신 맞아주는 역활이었습니다. 메테오 쏴대는 흑마도사들도 아니었잖습니까."


총리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곤. "난 아직 리스트 재출 안 했어." 라고 말했어요. "그냥 좀 다르게보게. 저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주고. 시민들에게 돈을 빼았으면. 우리 정부는 끝이야. 횃불과 화염병으로 이 마운티아 연방은 무너지겠지.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그들을 쏴죽일테고."


"이건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네. 국방장관. 자네 일은 소수자를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이잖나. 맞나?"


"맞습니다."


"그러니. 바깥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자네가 한 마디만 해주면 되네."


"뭐라고 합니까?"


기자들은 몇몇을 종이를, 몇몇은 기록용 마도구를 들고 시장실 앞에 지루한 듯 서있다가 열리자마자 파도와 같이 국방장관에게 달려들어요. 국방장관이 말하죠.


"내부 조사 결과, 저 시위대들은 이샤라이나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보입니다. 마운티아 정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곤 자리를 피해요. 기자들이 몰려오는데. 마치 굉음이 들릴 듯한 외부의 소리가 들려요. 국방장관, 그리고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요.


인파가 가득한 시청 광장 중앙에서 폭발이었어요.


유메니는 그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잠시간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몰랐어요. 귀에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박혔고, 광장 중앙에 있던 환풍구에는 붉은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죠.


귀에는 긴 노이즈가 들리는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몇몇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괴로운 듯 소리를 질러요. 감정이 눈에 보일리가 없는데도 수만명의 분노는 유메니에게 붉은 빛으로 보였죠. 청각이 돌아오자마자 들린 소리는 이거였어요.


"의사당으로 가자! 의원들에게도 피를 흘리게 만들어야해! 우리에게 이딴 짓이나 한다고?"


유메니는 선택해야 했어요. 이 가망없는 분노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잡고, 브레이크가 박살나는 걸 봐야할지.


아니면 이 가망없는 분노에 올라타. 이들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며 기회를 엿봐야 할지.


분노는 딱 한번 유메니를 바라봤고.


유메니는. "쓰러진 사람들을 챙겨."


"유메니. 여기서 물러나면-"


"그들과 함께 가야지. 함께 시작했으면. 함께 끝내고. 피를 흘려야만 하면. 모두에게 우리의 피를 묻혀야해."


잠깐의 고요, 그리고 거대한 포효.


그 아래에서는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어요. 기사들은 성의 첨탑에 올라간 캐놀라이나 일행을 향해 거대한 고드름을, 붉은색 마나로 만든 폭약을. 그리고 3명이 푸른 칼날을 뽑고 성을 거슬러 올라온 다음. 하늘에서 첨탑의 꼭대기에 있는 캐놀라이나에게. 그 옆에 있는 드라파스, 그리고 친구들에게 칼을 휘두릅니다.


거대한 고드름은 드핀이 신경망을 마나로 가속하여 핀포인트 저격으로 흩어지고. 붉은 마나 폭탄은 키아닌이 방어하려고 했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향하는 게 아니었죠. 상부의 붕괴로 그들을 찍어누르려고 한 거였으니까. 천장은 무너지고, 시청 위 광장에는 피해자들이 발생하며. 잔해들은 떨어져나가 첩탑 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려고 듭니다.


키아닌이 맞으면 즉사할 듯한 잔해들은 붉은 색 개들을 불러내어 그것들을 먹은 다음 폭파시키지만. 자잘하고, 그럼에도 충분히 머리에 구멍을 만들법한 잔해들이 떨어집니다. 캐놀라이나는 피할 수 있었지만. 드핀과 인질, 그리고 키아닌은 투사체를 피할만큼의 여유가 없었고.


드라파스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근육으로 감싸 그들에게 날아가는 파편을 모두 자기 몸에 꽂아버립니다. 그리고 앞을 보면 검객 3명, 하나는 캐놀라이나, 둘은 드라파스. 그리고 그들은 새모양 헬멧을 내리고. 칼을 위로 들었고. 칼날은 푸르게 빛나며.


"망할. 용기사 분파잖-" 드라파스의 투정이 끝나지도 않은체 한 칼날이 깊숙히 드라파스의 배를 향해 날아들고. 드라파스는 다른 이들을 모두 밀치고 자신의 팔로 그 칼날을 잡아봅니다. 피가 근육을 타고 흐르며 마찰열로 따듯해지고. 속도는 천천히, 천천히. 줄어들다가. 배에 몽글몽글한 피방울만이 매칩니다.


키아닌은 드핀을 붉은 피의 실을 만들어 잡아 끌어당깁니다. 드핀의 머리가 있었던 곳은 푸른색 검기가 희미하게 남아있고 아쉬워하는 검객이 있었고. 드핀은 끌어잡아당겨지면서 드라파스의 배를 찌르려던 검객의 다리를 향해 총탄을 발사하고. 근육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드라파스가 칼을 잡아 그의 목을 치려고 할 때 한 검객이 이곳으로 날아와 그를 밀치고 드라파스의 앞에 섭니다. 그는 성에서 추락하고. 검객은 드라파스를 바라보며 필사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를 밀친 건 고의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표정으로.


그의 배에는 보라색 실타래가 이어져있어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 실타래의 원점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실뭉치가 날아들어오고 그의 배로 들어간 다음. 배는 비가역적으로 커지며. 이윽고 얼마 안 있어 입만 달린 식욕만이 남은 듯한 괴물이 자라나 그를 먹어치워버리고. 자기 자신마저 먹어치우고. 그 영양분은 모두 한 곳으로 갑니다.


그걸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캐놀라이나에게.


"이 역겨운 괴물. 시체조차 남기지 않다니. 우리... 우리는 너희같은 괴물과 다르게 시신이 남는단 말이다." 그 검사는 그 광경을 보고 무기를 손에 놓고 캐놀라이나를 바라봐요.


캐놀라이나는 그걸 바라보며 말해요. "키아닌."


"캐놀라이나." 키아닌이 말했죠.


"셋."


드라파스는 드핀과 키아닌, 그리고 인질을 안고 뛰어내리고.


키아닌은 성에서 벗어나기 직전, 복잡하게 섥힌 실들 중 한 곳에 불을 붙여요. 그리고 그 불은 성안에 연결된 지점들로 이어지고.


그건 폭발로 이어지죠. 성의 주요 기둥들은 모두 무너지며, 성은 무너지기 시작해요. 캐놀라이나는 뛰어내리기 전 탈출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를 향해 말해요.


"어차피 죽으면 기억도 못할텐데, 무슨 의미가 있어?"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고, 애초에 살려둔 상태에서 이렇게 말한 건 처음이기에 망설임없이 자신도 뛰어 내려요.


그리고 그들은 폭발과 굉음을 배경으로 내심의 거리로, 점점... 점점... 추락하고.


의식이 끊겨요.


"캐놀라이나씨! 다들 괜찮아?"


"드핀! 괜찮나?"


"망할. 키아닌. 아무것도 안 보여!"


"그쵸.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요." 드라파스는 생각해요. 아. 저거. 누구 목소리더라.... 30대 초반에 들어서서 우리 괴롭히는 걸 취미로 삼는 나쁜 여자의 목소리군. 내 사랑스러운 부인과는 전혀 달라. 그래.


드라파스가 말해요. "오브미! 너도 있었어? 나이를 좀 먹었네."


"캐놀라이나가 그거 챙겼던가. 난봉꾼이라서 제대로 챙겼을지는 모르겠군."


"그러게. 키아닌. 네가 잘 좀 챙기지. 둘이 사귄다매?"


"드핀. 총을 뒀다 어디 쓰나. 빨리 인생을 뜨고 싶으면 그걸 쓰면 되지. 겨누고. 탕."


"닥쳐. 난 사실만 말해."


"둘 다 조용히해! 지금 우리 앞이 안보이잖냐!"


"우와. 저기 봐요. 카이디씨. 저게 요즘 유행하는 롤플레잉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봐요! 저도 하고 싶어요!" 드라파스는 생각해요. 마운티아 하르델린. 귀족가 여식이 납셨군. 무슨 상황이지?


"하르델린. 저런 거 배우면 못써. 씁. 땍." 드라파스는 생각해요. 카이디! 아. 그....누구더라?


아.


그렇게 생각할 때쯤 눈앞에는 너네-뭐-하냐 표정으로 안대를 벗겨준 오브미가 눈앞에 있고. 메르힌은 가장 먼저 자기 머리를 쓰담어요. 우와! 이거야! 나의 사방팔방 뻗은 멋진 진홍빛 머리! 이거지! 중년 아저씨로 단 1초도 있기 싫었는데! 그 아저씨에 난 전혀 몰입하지 못했어! 그러면서 자기 머리카락을 껴앉았죠.


옆에는 카리샤가 누워서 허공에서 총을 드는 '척'하고 안대를 끼고 두리번거리는거랑 자스민이 누워서 책을 펼친체 마법을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가 정말 웃겼어요. 아. 나도 저렇겠구나.


오브미를 노려보죠. "진짜 자기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결론을 지으시는 능력은 탁월하시네요. 메르힌님." 쯧. 이라는 걸 덧붙이고 카리샤와 자스민도 안대를 벗겨주고. 카리샤는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자스민은 자신과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 다음. 카리샤가 물어봐요.


"이 이후를 보려면 추가 결재를 하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오브미님. 그런 건 헌책방에서 이미 충분히 당해서 여기서도 당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카리샤 말에 동조를 해야할줄이야. 오브미. 뒤지기 싫으면 다시 씌워."


"솔직히 대머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빨리 다음 장면이나 달라고요. 장난쳐요?"


"저도 여러분이 거기서 신나게 싸우는 걸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 카이디씨. 마나망 스캔 결과 좀."


카이디는 종이를 하나 들고 오곤 3명에게 보여줘요. "어. 자. 여기. 주변 5KM. 마운티아 공중경찰 비공정 5척, 날틀 2개. 그리고 우리. 어떻게 보여?"


"어. 곧 체포될 것처럼요."


"그렇지? 신기한건 이 상황이 몇분째 안 바뀌었다는거야. 그리고 방금 알아낸건..."


"저희와 평행으로 달리는 비공정이 한 척 더 있고 몇분전 마나 네트워크로 긴급 전보가 하나 들어왔더군. 살려줘!"


"그게 끝?"


"그게 끝."


"지금 몇시에요?"


"오전 6시 50분. 아직 수도 상공이에요. 원래라면 동부로 그냥 바로 튀었을텐데. 지금 수도 공역말곤 진입할 때 마나망 조사에 적절하게 응대하지 못하면 흑마도사 불러서 메테오로 비공정을 날려버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기서 몇시간을 허비하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체 전전긍긍하고 있죠."


"도망갈법한 곳 없어요?"


"있었으면 벌써 갔겠죠."


"그런데 오브미.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는데."


"어느쪽으로?"


"우리 말고. 저 친구들 쪽으로."


"괜찮네요."


"그리고 전보가 하나 더 들어오고 있어. 당장 부탁이니 꼭 구해달라고 해야하는군." 카이디는 한번 쉬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일이라고."


"망상병 심한 모험가들은 철창안에서 자기가 왜 세상을 못 구했는지 회고나 하라고 전해주세요. 또 어디 터트려놓고 튀고 있었던거겠지. 그런데 망할. 세 분은 어디갔어?"


편안한 의자에 누워있던 3명은 모두 자리에 없었어요. 뒤를 돌아보자 창가에 눈을 대고 밖을 구경하고 있었죠. 오브미는 한숨을 쉬고는. "뭐하십니까?"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요." 메르힌이 말해요.


"정말이랍니다. 하늘이 이렇게 하얀 것이었나요? 피도 안나와요." 카리샤도 말해요.


"총소리는 도대체 언제 들리는거야. 여기 시체들뿐인가?" 자스민도 말해요.


"카리샤가 오브미씨 때문에 이상해졌잖아요. 어떻게 할거에요? 나한테는 할 이야기 있다면서 막은 주제에, 정작 바깥에서 한 이야기라고는 고상한 표정으로. 이렇게." 퍼티는 오브미 눈매로 바꾸곤. "피곤하니까 말 걸지 마세요. 밖에 안했잖아요. 장난쳐요?"


"이제 자리 꽉 찼어요. 뭐. 제가 과거로 돌아가서 한 명 더 영입이라도 해야합니까? 아니면 카리샤에 빙의라도 할래요?"


"그거 괜찮네요. 카리샤 아가씨의 어릴적을 누가 마다하겠어요."


"안돼요." 카리샤는 곧바로 뒤로 돌아봤어요. 퍼티를 다급하게 보며. "그대를 위해서에요. 절대 안 돼요." 평생 놀림감이 될거라는 두려움에 가득찼죠.


"우리 사이 비밀은 이제 없는 거 아니었나요. 카리샤님?"


"퍼티. 지금의 저는 비밀이 없고, 제가 이성이 존재했을 때부터의 비밀도 모두 알려드리겠지만 - 안돼요. 어린이들은 이성이 없는 괴물들이랍니다."


"망할 오브미씨. 카리샤님의 상태가 더 악화됐잖습니까. 자기 과거를 이렇게 싫어하면 어쩌자는거에요."


"모두 자기 과거를 싫어헤요. 저도 싫어하고요. 퍼티씨는 좋아하나요?"


"존나 비겁하시군요." 퍼티는 혀를 찼어요. 카리샤는 불량배스러운 퍼티를 보고도 쇼크가 안 왔어요. 드핀의 말에 비하면 저건 진짜 애교를 떠는거죠. "다행이야. 내 이성은 아직 살아있구나..." 카리샤는 그래도 자기 말이 드핀같아 지지 않음에 안심해요.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어. 란디는 밥먹고 있고. 다시 전보가 들어오고 있군."


"란디씨가 밥먹는 게 그 중요한 일들에 포함될 정도의 중요함을 가지고 있나요?"


카이디는 뒤에서 냉장고를 먹고 있는 란디를 바라봐요. 호프너가 옆에서 "란디씨. 문은 때고 먹으세요. 쓰읍. 땍." 이러고 있죠. 오브미도 보곤. "좋아요. 그 정도로 중요하네요. 저건 나중에 처리하고. 전보는 그냥 망할 마나선을 뽑아버리세요."


"카드레는 어디갔어요?" 메르힌은 창밖을 보며 말해요.


"갑판에서 누가 오면 다 쏴버리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서 있어요."


"아르크는?"


"싸우고 있어요."


"아르크가? 누구랑?"


자스민이 말해요. "그러고보니 알렌은?"


"네. 정확히 그 둘이 서로 담요가지고 갑판 위에서 싸우고 있어요."


"상대 선박의 500m 까지 포위망이 접근했어. 오브미. 탈출할거면 지금이야. 우리 앞엔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밖에 없거든.."


"좋네요. 하르델린씨. 운전대 잡을 준비하기 전에 스트레칭하세요. 하아. 괜히 깨웠어. 싸울 줄 알고 깨운 건데.. 형편없는 롤플레이어분들도 스트레칭이나 하고 재진입 준비하세요. 바깥 공기도 좀 쐐시고."


"당장 다음 장면을 내놔요. 제 총이 장식은 아니랍니다." 카리샤가 말해요.


"그러고 싶지만, 싸울 줄 알고 장비들을 다 넣어놔서 말입니다. 30분 정도 쉬고 하세요."


"하아. 30분이라. 아. 지금 몇 달 지났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어... 8시간? 쯤 됐나?" 카이디가 말했죠.


"대단하네. 복원지점..." 자스민이 중얼거렸어요. 그 다음에는 세 명 모두 다시 창문에 들러 붙어서 '에-' 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자 마운티아 하르델린도 창밖을 바라봐요. 구름이 지나치고 포위망의 비공정들과 포위 당한 비공정이 보였죠. 포위 당한 비공정에는 마크가 하나 새겨져있어요.


"귀여운 비공정이네요. 멍멍이라니. 그것도 털달린 수인 멍멍이 마크라. 의심당하기 딱 좋지만 귀엽기는 하..."


"오브미.", "오브미씨.", "오브미님."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요. 오브미는 커피를 내리다가 왠일로 저 셋이 동시에 말하냐는 표정으로 바라봤어요. "네?"


드라파스는 생각해요. 자신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냐고요. 과연 자신은 옳은 선택을 했을까요? 단 한번이라도 그랬었나요. 아니요. 늘 생계를 위해서 그 일을 무시했어요. 올바르게 살려고 하는 이에게 그런 건 바보짓이라고나 했죠.


하지만 그게 바보짓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건 해야만 했었던 일이었으니까.


드핀은 생각해요. 인간 흉내를 내고 싶은건지.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은건지. 이 교묘한 균형에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당연시하게 생각함으로써 유지됐어요. 하지만 그 균형을 무너트리는 사람이 한 명 있었죠.


유메니. 자신이 너무나 쉽게 포기한 걸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친구. 그리고 생각할 때마다 자신이 부끄러워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드는 전우.


키아닌은 생각해요. 이런 시대에 이렇게 사는 건 나쁘지 않다고요. 이런 시대일수록 검은색은 빛을 발하고. 희망은 빛을 잃을거라고요. 애초에 자기가 알렌가의 후계를 못 이은 시점부터 이 남은 인생엔 별 미련도 없었어요. 그러니 막 살지 않으면 가치가 없을거라고 믿었어요.


그 일이 끝나고 광장에 나가, 그 때 일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런 시대엔 그렇게 사는 건 편했겠죠. 하지만 나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시대에 불편하게 살았던 건 자신이 늘 꿈꿔왔던 신화속, 굉장히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이었다는 걸 키아닌은 깨달았어요.


그렇기에 그 세 명은. 오브미를 똑바로 보고. 드라파스가 말해요.


"당장 저 비공정으로 출동한다! 전투 준비! 셋!"


다들 그 소리에 숨을 죽이고 드라파스를 바라봤다가. 힘겨운 침묵 끝에 냉장고에서 고개를 뺴꼼 내민 란디가 말해요.


"우와. 방금 어디서 30대 중년 아저씨 말투가 들렸는데, 여기에 아르크씨 말고 그런 분도 있었어요?"


란디는 그만 어째서인지 날아오는 스태프를 맞고 기절해요.


"솔직히... 캐놀라이나가 저건 더 잘하네." 드핀이 투덜거려요.


"동감이야." 자스민이 헛웃음을 지었죠.


조금은 기쁨이 첨가된.


작가의말

어쩌다보니 에피 3만 3개가 나오게 생겼군요. 아니면 4개.


가끔씩 정말 (그리고 순수하게) 궁금한 게 있는데, 이걸 읽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분들이실까요? 저로써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네요. 늘 완전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 재미있으시면 추천 버튼이라고 있는데. 그걸 눌러봐주시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어... 눌릴 때까지 열심히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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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 DESTROY_GHOST - 평화를 위한 전쟁 22.11.14 17 0 58쪽
64 63화 - DESTROY_GHOST-AFTER : 끝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22.08.16 19 0 50쪽
63 62화 - RESTORE_GHOST-AFTER : 동상N몽 22.07.30 25 0 71쪽
62 62화 - RESTORE_GHOST - EP-7 행복을 위한 유예 22.07.15 20 0 70쪽
61 61화 - RESTORE_GHOST - EP-6 유령들 22.07.02 18 0 65쪽
60 60화 - RESTORE_GHOST - EP-5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들 22.06.18 22 0 91쪽
59 59화 - RESTORE_GHOST - EP-4 가장자리에서 22.06.02 21 0 79쪽
58 58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4 22.05.17 21 0 89쪽
57 57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3 22.05.02 21 0 71쪽
» 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22.04.14 23 0 108쪽
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4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50 0 113쪽
51 51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29 24 0 75쪽
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20 0 81쪽
49 49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을 잃은 사람 21.12.31 20 0 67쪽
48 48화 - 그거, 당연히 말이 되죠! 21.12.17 23 0 57쪽
47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5 0 75쪽
46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4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44 44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2 21.10.23 25 0 46쪽
43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5 0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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