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최근연재일 :
2023.05.19 00: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406
추천수 :
0
글자수 :
1,211,715

작성
21.12.07 23:57
조회
24
추천
0
글자
75쪽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DUMMY

하지만 저 둘의 이야기는 잠시 재쳐놓고 추락하는 저택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나 봅시다. 다들 각자의 주마등을 머리속에서 재생해놓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죠. 만약 외부에서 이걸 관람할 수 있었으면 참 무서웠을텐데요. 다들 초연히 죽음을 마주한 체 이샤라이나 지옥이 더 나은가, 에어조라 지옥이 더 나은가. 이 때 신이 나온다면 평생 신자각인데. 그 새끼들은 어째 평상시에는 십일조란 십일조는 다 뜯어가고선 왜 중요할때는 사라지는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던 카이디였어요.


종교계에서도 나름 유서깊은 논쟁이기도 했어요. 이샤라이나 여신은 특히 현신까지 한 상태인데. 왜 신은 이런 모든 불행을 굳이 막지 않는 걸까요? 이야기가 너무 쉬워져서? 저 게으른 인간들이 신의 사랑이랍시고 무한정 퍼주면 더 게을러질까봐? 그런데 그게 신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우리는 신의 하청업체 직원이 아닌데요. 아. 그 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자. 너를 고용했으니까 빨리 내 아름다운 정원을 좀 그럴 듯하게 꾸며주겠- 미친놈들아! 나무 자르지마! 동물은 왜 죽이는거야?!' 그걸 보다가 '니들 마음대로 해라!' 하곤 자러간걸지도 모르죠. 에어조라는 진짜 자러갔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샤라이나 여신은 (적어도 이샤라이나 사람들이 맏기론) 진짜 살아계시고, 걸어도 다니시고, 행사일에 가끔 얼굴도 비춰주시는데요. 그 분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카이디는 누군가는 어련히 물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인류 역사상 미친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목숨 하나 버리는 걸로 여신을 곤란하게 만들 질문을 할 수 있다니. 완전 이득이잖아.


지금 내가 여기서 떨어지고 있는 건 별로 이득이 아니지만. 카이디는 천장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제 어쩌지. 자연을 설득해서 건물을 들어올릴 수는 없는데.


카드레는 카이디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지만. 카이디의 한탄 가득한 한숨을 내뱉는 걸 보곤 기대를 접어버렸어요. 카드레는 아직 죽음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당장 추락중인데 죽음에 저항할 방법도 마땅히 없었기에. 일단 뻗어서 천장을 보고 있었어요.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그 분은 아마 평생 이 마음을 모르겠죠. 차라리 알고 죽는 것보다는 모르는 상태에서 죽으면 좀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분에게 저는 그냥 괜찮은 동생같은 사람인체로 잊혀져가면 아쉽지도 않죠.


만족하지도 못하겠지만. 카드레는 생각했어요. 만족하지 못한다라. 카드레는 그게 싫었어요. 그냥 착한 동생으로만 기억에 남는 게.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이 마음을 아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게. 그리고 자기도, 평생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게.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잔잔한 표면과 같아지는 게.


싫었어요.


아르크는 그런 카드레를 보며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구나 싶었죠. 추락하는 와중 편안히 대자로 뻗어서 천장이나 보고있다니. 대단한 친구에요. 뭔가 문장에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아르크도 분위기에 맞춰서 고민을 풀어보려고 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100번 룰렛을 돌렸는데. 솔직히 다음 번에는 되야 할 것 같단-


메르힌은 저 아르크 새끼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도박생각만 할거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아르크의 표정따위는 보지도 않았어요. 그것보다는 아까 그 이상한 아저씨는 왜 갑자기 친한 척을 한건가라는 생각이 스쳐가고. 그게 스쳐나간 이후로는 빌어먹을 아버지는 살아있긴 한걸까라는 생각은 했어요. 살아있어야 할텐데요. 적어도 메르힌이 인터뷰에 '내겐 빌어먹을 아버지가 있었어요. 개자식이었죠. 아크라이트 알렉스.'


'알렉스는 저를 버리고, 제 어머니가 죽어갈 때 옆에 없었으며. 하물며 그 이후로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3살 때 마지막으로 본 이후 15년이 지나서야 그 개자식은 편지를 보냈어요. 한번 얼굴 좀 보자라는 편지였죠. 아무런 사과도 반성도 없이.'


'전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이걸 보고 있으면 더더욱. 당신은 제게서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줬으니 당신도.'


'고통받았으면 좋겠어요. 영원히.'


그런 인터뷰를 백마도사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머리속에서 곰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제 그른 것 같아요. 건물 추락이라니. 심장이란 머리만 어찌 지키면 떨어지고 나서 자힐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만. 문제는 이 치료 기술은 시전자의 마나를 소모해서 하는 기술이고. 솔직히 지금도 팔 한짝 만드는데 피곤해서 모든 신경계가 파업하고 있는데. 다친 상태에서 심하게 다친 나를 스스로 고친다라.


말도 안되잖아요. 메르힌은 허탈하게 웃었어요.


그걸 본 보스와 소방대원들은 두려움에 떨었죠. 저 걸어다니는 파괴자와, 범죄자들에게 가차없이 테러를 저지르는 백색 테러리스트는 이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웃다니. 그런 두려움에 빠져서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보스! 용으로 짜잔하고 변신해서 도망칠 수 없습니까?"


"진짜 미안한데. 아까 브레스도 엄청 쏘고 변신도 오래해서 변신이 안돼."


"왜 종족 이름이 그럼 용인겁니까? 변신형 인간이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예전에는 그 더럽게 큰 몸뚱이를 유지할려고 하루죙일 밥만 먹었는데 이젠 걍 인간처럼 먹잖아. 절약 차원이라고."


"저희보다 4배는 더 드시잖습니까."


"봐봐. 지금도 그정도인데. 솔직히 난 지금 힘도 없단다. 피곤해 뒤질 것 같아. 예전에는 너희보단 40배는 더 먹었다고." 마운티아의 과학자가 추산하기론, 드래곤의 하루 권장 섭취 칼로리는 평상시엔 8만 칼로리로 코끼리와 비슷하고. 전투시에는 그것보다 더 많이 필요하며. 인간폼일 때는 꽤 많이 절약된다고 해요. 연구에 쓰인 드래곤은 안전하게 야생에 방류했다고 하니 안심하세요. 아. 그 친구는 마지막으로 떠날 때 '내가 세금만 이 나라에 120년을 냈는데 이딴 산골자기로 보낸다고?! 이 개자식들! 죽여버릴테다! 죽여버릴거야!' 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해요. 연구원들이 너무 잔인하다고요? 원래 야생동물은 실험후에 안락사가 기본값이에요! 그러니 나름대로 배려해준거죠. 사슴을 실험체로 쓰고, 사슴을 사회로 복귀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다시 대화로 돌아갑시다. "왜 드래곤 개체수가 적은지 대충 알 것 같군요."


"그렇지? 게다가 채소로 채울 수도 없어. 고기로 먹어야해. 마나 필요하면 마정석도 흡수해야하고, 더럽게 넓은 집도 필요해. 날개도 계속 안 펼쳐주면 근육이 퇴화해서 계속 날아야해서 더럽게 넓은 공간이 필요해. 칼로리는 더럽게 많이 쓰고 몸은 더럽게 커서 농사를 해도 효율이 안 나와. 솔직히 나보다 다른 종족들이 훨씬 잘해. 사육도 더럽게 못해. 혼자서 대농장을 만든 다음 그걸 다 처먹어야하는데 돼지를 먹는 건 한입이라서 괜찮은데. 키우는 건 손가락 잘못 건들면 바로 골로 보내지. 그러니 맨날 약탈이나 하는거야. 그게 효율이 가장 괜찮으니까."


"어린이들의 꿈을 다 박살내놓고 하는 소리가 뻔뻔하십니다. 용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그걸 들려주면 참 바른 어른으로 자라겠어요."


"그러니까 이제 인간폼으로 살아가는거야. 봐봐. 그렇게 몸을 만들어서 용으로 싸운다고 쳐. 옛날에야 화살 쪼매 쏘고 드래곤 쇠뇌 좀 무서운 거 간간히 피하면 최강이었는데. 그 미친 놈들이 화약을 만들 때부터 우리 인생에 위기가 찾아오고. 그 미친 놈들이 흑마도사 그 로브를 끼고 메테오를 던질 때부터 내 인생은 끝났어. 한방 맞아보니까 용으로 살긴 글렀다싶었지. 솔직히 나보다는 비공정이 훨씬 잘 날고, 편하고, 싸고, 많이 태울 수 있잖니."


"대신 오래 살아서 지혜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나? 난 그냥 꼰대야! 머리가 굳었어. 봐봐. 내 앞에서 나를 묘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내 전 부인처럼."


"현 부인이야."


"벌써부터 과거에 집착하고 있잖아. 우리에겐 미래 따윈 없어. 아까 있었던 싸움과, 500년 전 부부 싸움뿐이 우리의 전부야."


부하들은 고민했어요.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떨어질 때까지 수다만 떨다가 보스랑 보스 전부인이랑 손잡고 지옥으로 가는 겁니까?"


"쫄지마! 얘들아! 지옥 가겠냐? 우리가 누굴 다치...게는 좀 했지만. 죽이진 않았잖아. 지옥은 저 갱스터 5명이나 가는거야."


"갱스터 5명?! 메르힌과 친구들이거든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메르힌. 그건 별칭이잖아. 똑같은 이야기를 한 거니까 신경꺼도 돼." 아르크가 말했어요.


"뭐! 니들때문에 내 집이 이 모양이잖아!" 보스가 말했어요. "난 망했다고! 내 인생은 끝이야!"


"글러먹은 저 표정에 반했었는데..." 하르델린이 혀를 찼어요. "이럴 때말고는 저런 표정을 안 짓고, 은퇴한 40대 아저씨가 일광욕하는 듯한 표정만 지어서 실망이었어요.."


"글러먹었네요. 하르델린씨." 메르힌이 말했어요.


"아니야." 부인이 말했어요. "나랑 같이 가자. 나랑 가면 이제부터라도 바뀔 수 있어."


"날 수 있냐?"


"아니. 나는 건 너가 날고."


"못 난다니까!"


"..." 부인은 가망 없음을 얼굴 표정에 들어냈어요. 생각해보니 진짜 망했다는 걸 깨달은거죠. "마샤씨..."


"바쁘니 나중에 얘기해요." 마샤는 집무실에서 일하는 듯한 표정으로 종이에 뭔갈 열심히 적고 있었어요. 미슈는 옆에서. "마샤님. '죽더라도'가 아니라 '죽었습니다'입니다. 확정된 사건에는 가정문을 쓰면 안됩니다. 일말의 미련을 품으시다니. 마샤님 답지 않..."


"...." 마샤는 아무말 없이 미슈의 눈을 바라봤어요. 미슈는 그걸 보고 쫄아서. "네. 닥치고 있겠습니다. 마샤님."


"문장부호만 보자고요. 문장부호. "


"저는 죽게 돠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되었습니다. 아닌가요?"


"너무 깔끔하게 쓰면 추락하면서 쓴게 아니라 미리 쓰고 추락시킨것 같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되를 돠로 쓰면 사후에 마샤님의 명예에 큰 결격 사유가 생길겁니다."


"무슨 결격 사유요?"


"되도 못쓰는 정치인..."


"..." 마샤는 아무 말 없이 미슈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그냥 닥치고 있을까요....?"


마샤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내고 말했어요. "처음부터 다시 쓰죠. 줄 두개 그으면 얼마나 대충사는 정치인으로 보일까요!"


"그런데 그때쯤이면 추락해있을 것 같습니다."


"그 편이 좀 더 극적이겠죠. 맞춤법 하나 틀렸다고 죽기 전 유서도 완성하지 못한 그 결연함이란. 죽어서도 제 정치인생이 끝날 일은 없겠어요?"


"그런 마샤님의 보좌관이라서 참 영광이었습니다."


"영광이라니. 참 영광이군요."


그러곤 마샤는 다시 열심히 유서 작성에 열을 올렸는데, 미슈는 그런 마샤를 뒤에서 물끄러미보고, 안절부절 못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어요.


"그... 저는 안 해주시나요?"


"뭘요?"


"그대가 제 보좌관이라서 참 영광이었다라는 그런 상투적인 말이요."


"죽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여유롭진 않습니다."


"힝..."


"힝이요? 힝이 뭡니까? 제가 당신 보좌관입니까? 당신이 제 보좌관이잖습니까."


"죽게 생겼는데 그런 지적을 꼭 하셔야겠어요?"


"평소대로 하세요. 평소대로. 저는 평소대로니까. 죽을 때까지 별 시덥잖은 걸로 싸운 보좌관과 의원으로 남고 심지 않으면-"


"그거 말 되네요. 이 빌어먹을 말도 안 되는 상황중에 유일하게 말이 되는 말이에요. 마샤님. 하지만 마샤님. 그거 아십니까?"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의 세상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요?"


"어떻게 알고 계시죠? 독심술사셨군요."


"그야 제가 해준 이야기잖습니까?"


"이런. 생각해보니 그랬죠."


"그래서 미슈. 죽게 생겼습니다. 입니까, 죽게생겼습니다. 입니까?"


"진짜 죽게 생겼지만 그런 천박한 문장보다는 죽을 것 같습니다.... 는 가정형이고. 이게 읽힌다면 문장이 확정형으로 바뀌니. 이 글을 보실 때쯤은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요. 는 어떻겠습니까."


"연애편지도 아니고 굳이 그런 시적인 표현을 쓰고 싶진 않군요."


"마샤씨.." 우리 부인이 말했어요. "바쁩니다. 유서 대신 써줄 거 아니면 좀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아뇨. 그냥 좀..." 부인이 말을 얼버부리자 아르크가 말했어요. "마샤씨는 진지하게 병신이시군요! 라는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인데." 하르델린은 그 말을 듣고 물을 따라 마시다가 카이디에게 뿜어버렸고. 덕분에 카이디는 하르델린의 타액과 물을 뒤집어쓰게 되어 기묘한 표정을 짓게 되었죠. 그런데 한 가지 좋은 점도 있었어요. 머리가 식혀졌다는거죠.


그럼으로써 한 가지 깨달은게 있었어요. 그 말은 저 하늘에 계신 아크라이트 알렉스씨와, 블라드라 협회장인 하트리스 라이트의 대화를 계속 이어서 확인해봅시다.


"아크라이트 메르힌이라고 했지. 그 백마도사. 그런데 자네 성도 아크라이트야."


"협회장님."


"이제야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군... 그래! 마운티아 하르델린이 여기있는 것부터 뭔가 이상했는데. 그들을 구하러 온 건 아크라이트 메르힌이야. 게다가 마샤가 그들의 뒤에 있었지. 마샤는 오늘 오전에 전 협회장을 면전 앞에서 비난했고. 그래서 내가 협회장이 됐고. 자네가 내 옆에... 내 옆에 있게 된거야." 협회장이 말했어요. "마운티아 마샤의 사주를 받은 자네 딸과 자네가 나를 암살하고 자네만 빠져 나와서 블라드라를 장악한다는 그런 음모였군! 모든 증거가 갖춰졌어..."


"협회장님. 상식적으로.."


"닥쳐! 이 배신자! 20년 간이나 잘도 속여왔군... 내 손으로 처단해주겠다!"


"제가 저 빌어먹을 딸래미를 본건 25년도 더 됐습니다. 그리고 까였고. 제 부인도 죽었고. 딸은 평생 절 만나줄 생각 없어보입니다."


"그정돈 그냥 위장할 수 있어!"


"제가 제 아내를 죽였습니다. 제 딸은 버렸고요."


"오."


협회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건.. 어.. 위장하기 좀 힘들어보이는군. 열심히 했네."


"닥치고 들어보십쇼. 협회장님. 협회장님이 그 메르힌한테 덮쳐졌을 때 구해준게 누굽니까?"


"자네지."


"협회장님이 저 가망없이 추락하는 저택에 갇히지 않도록 출구로 끌고 나온게 누굽니까?"


"자네긴 한데. 그래. 그건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읊어보십쇼."


"하하. 내 육감으로 느꼈지. 자네와 자네 딸은 비밀스러운 시선 교환을 하던 거 말이야."


"오. 맙소사. " 아크라이트 알렉스가 말했어요. " 했긴 했지만 까였잖습니까."


"그건 다 연기야!"


"왜 친한 척 하냐는 그 냉랭한 반응을 연기로 할 수 있었으면 걔는 백마도사보단 배우에 소질이 더 맞겠네요."


"그건 그래. 자네 존나 싫어하던데. 말투만 들어봤을 땐 그랬어."


"그걸 굳이 말해야 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잖나. 그리고 자네 입으로 먼저 자네딸은 자네를 존나 싫어한다고 했어."


"그렇게 말 안 했습니다."


"말 했잖나. 전 제 아내를 죽이고 제 딸은 유기했습니다로."


"굳이 그걸 한번 더 말하셔야겠습니까?"


"사실 확인을 위해서지. 아무튼 그게 제 딸은 저를 존나 싫어합니다라는 말이랑 다르게 뭔가? 혹시 내 딸은 비록 내가 버린 다음 걔 어머니를 죽였지만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 커허걱! 야!" 불쌍한 협회장은 면상에 주먹에 꽂혀버렸어요.


알렉스는 주먹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어요. "맞을 짓 했습니다."


협회장은 맞은 부위를 검붉은색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어요. "그건 그래. 그런데 너도 좀 맞을 짓했어. 왜 그걸 말 안하나? 나중에 알면 얼마나 역겹겠어."


"그게 뭡니까?"


"솔직히 보게. 자네딸은 자네를 모르던 눈치던데."


"그랬습니까?"


"그랬네."


"정말요?"


"정말로." 협회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걸 모르고 있었어?"


"어... 네."


"자네라면 자네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앞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이나 하고 자빠졌는데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겠나, 아니면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용서해주겠는가?"


"총으로 쏘고 싶겠죠."


"그렇지! 그런데 메르힌이라는 인물은 내가 느끼기로는 자네 같은 인물의 순한맛이야. 평생 불구로 살게 해놓고 자긴 사람 죽인 적이 없어요~ 라고 뻗댈 인물이지."


"언제 느껴보셨습니까?"


"내 머리를 깰때부터? 자네도 허리가 나갔잖나."


"그렇죠."


"그렇지. 그런데 아크라이트 메르힌은 그냥 아무런 관심이 없다듯 자네를 대했지. 그러는 게 이상할 게 없긴해. 자네 얼굴이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서 역변을 했으니까. 10년 전에 찍은 사진 못 봤나? 자네 이렇게 생겼었어." 우리 협회장님은 안쪽 주머니에서 아크라이트 알렉스의 10년 전 사진을 꺼냈어요.


"참 순진한 멍청이처럼 생겼군요."


"자네 첫 인상이 그랬지."


"그런데 미친, 왜 제 10년 전 사진을 왜 품에 안고 계십니까?"


"그 이야기를 하면 사건의 진실에서 더 멀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하지. 아무튼. 그래. 그래서 뭔 이야기 하고 있었지?"


"이 사건은 계획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론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말하게."


"제가 종족 차별 주의자는 아닙니다만. 막 블라드라는..."


"절대로 동성애자가 다른 종족보다 특출나겐 많지 않네. 그리고 나는 여성을 좋아하고. 종족을 넘는 사랑에도 별 관심이 없어."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그래. 그래서 내 결론은 자내가 배신자라는거고. 자넨 좀 죽어줘야겠었어! 까지 했었나."


"그래서 제가 저는 딸과 아주 사이가 끔찍하다는 것과, 딸은 제가 누군지도 몰랐다는 것과."


"그건 내가 알려줬어."


"그렇죠. 네. 협회장님. 존나 대단하십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친구들과 작당질을 해서 제가 얻을 건 없는데 잃은 건 가득하군요. 10년이나 한 연구를 그깟 가족 때문에 포기할 만큼 제가 한심해보입니까?"


"자네는 가끔 보면 사람새끼인지 아니면 기계인지 햇갈릴 때가 있어."


"어떤 점이?"


"그걸 모르는 게 자네의 훌륭한 점이지."


"그런데 저보다 젊은 것처럼 생긴 분이 계속 자네자네하니 협회장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는 외재적 가치가 맛이 갔고. 그건 수리할 수 있지만. 자네는 핵심 부품 중 몇개가 빠진 것 같아. 그래서 연구소장에 적합한 인재지. 이건 까는 거 아니네? 칭찬이야."


"퍽이나. 아무튼 자. 협회장님. 저걸 보시길."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원래라면 저택이 있었을 구멍쪽으로 다가간 다음, 추락하는 저택을 가리켰어요.


"엄청 비싸게 지은 저택인데 추락하고 있다니. 참 안 됐어."


"신경써야 하실 점이 두 개가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두 개입니다."


"하나는 생각보다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떨어지진 않는다는 점이겠군. 난 지금쯤 지상에 추락했을 줄 알았는데."


"비상 장치를 하나 만들어놨습니다. 테스트는 안 해봤는데. 잘 작동하는 것 같군요.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체가 적어도 피떡은 안 되고. 추락하면서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보조 장치입니다."


"그렇게 비싼 걸 왜 달아줬나?"


"그야 피값이 그렇게 비쌌으니까요. 돈을 횡령할 수는 없는데 뭔갈 달아야 하고. 그래서 별 쓸때 없어 보이는 걸 달았습니다. 다만 지하까지 안전하게 떨어트려 주기엔 물리적 문제가 많아 지하는 아작나지만."


"그렇군. 그럼 저 친구들은 살아남을 수 있는건가?"


"마나만 충분하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는데. 비공정이 저택에 추락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게 신경써야 할 점 1번이군. 2번은 뭐지? 공적 대장이 죽는거?"


"아뇨." 아크라이트 알렉스가 말했어요. "우리가 여기 왜 왔었습니까?"


"저 저택 지어준 대가로 피를 받으러 왔지."


"그런데 저 저택은 어떻게 됐습니까?"


협회장은 고개를 내밀어 저 멀리 지상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옥상에 비공정이 꽂힌 저택을 바라본 다음. "조져졌네. 하지만 우리가 줄 땐 정상이었어. 저건 사용자 과실이라고."


"그럼 피를 받아야겠죠."


"그렇지. 빨리 내려가세."


"지상으로요?"


"아니지. 그 피가 어디있었더라?"


"저택 지하 3층."


"그래. 저택 지하 3층으로 내려가세." 그 다음 저택을 바라봤죠. 저 멀리 자유의 몸이 되어 지상으로 추락중인 저택을 말이에요. 천천히 떨어지고 있기는 한데..


"오."


협회장을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어요.


"우린 좆됐군."


"그게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문 다음 손가락을 튕겨서 불을 붙였어요. "어쩝니까?"


"...."


협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어요.


"그러게. 어쩌지."


그 둘은 한동안 한숨을 내쉬며 지상으로 천천히 추락하는 저택과, 무심하게 빛나는 하늘과, 저 멀리서 생존자 집계를 하는 공적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세상은 내가 좆되던 말던 잘도 흘러가는구만. 그래서 좀 더 좆같은 걸.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 연기만 내뿜었어요. 그래도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안심했죠. 다행히도 저게 잘 작동한 덕분에 안에 있는 아크라이트 메르힌을 두고 와도 별 다른 죄책감이 없었다는거에요. 사실 그게 잘 작동이 된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두고 나올 때 망설이지 않을 이유 중 하나로 중요하게 작용했었죠. 그게 없었다면 피치 못하게 대리고 나와야 했을 지도 몰랐는데. 그럼 시간이 늦어서 자기가 죽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크라이트 알렉스라는 인물은 딸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인물은 아니지만, 자기가 영웅이 되는 것과 딸의 행복 둘 중 하나가 있으면. 죄책감에 휩쌓일거고. 우울해할 거고. 괴로워할 거지만. 영웅이 되는 기회를 결국 잡는 인물이니까요. 이 작자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다시 카이디로 돌아옵시다. 알렉스의 설명대로 카이디는 우리가 추락하면서 죽어가는 것치고는 너무 평화롭게 죽어가고 내 옆에 있는 이 미친 하르델린이라는 작자는 물까지 마시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정치적 논쟁을 이어가는 마샤와 미슈, 그리고 내가 잘했네 너는 못했네만 계속 말하는 부인과 보스를 보니. 그것도 다들 평화롭게 일어서서 무슨 연회장 온 것마냥 심오한 표정으로 떠드는 걸 보면 말이에요. 이 사태는 죽음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고. 카이디는 마침내, 정보 수집하다가 이 저택은 추락해도 천천히 추락한다는 걸 기억해냈어요.


"메르힌!"


"카이디씨! 죽어가는 와중에도 참 열성적인 목소리시네요. 죽기 전에 제가 쓴 소설 보실래요? 솔직히 쪽팔려서 지금까지 숨겨뒀는데. 살아있을 때 아무에게도 안 읽혔다는 사실이 좀 우울-"


"나중에 보여줘! 지금 급한 일이 있어!"


"나중은 없다고요. 건물이 중력가속도를 받아 전속력으로 지상에 꼴아박고 있는데 뭔 나중..."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메르힌님. 완전 쩌네요. 우와. 마지막 페이지에 남자 둘이 한 침대에 있는데, 이 둘은 하나요?"


메르힌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다음 말했죠. "해요. 다음편에."


"빨리 보여주세요!"


"열심히 써보겠는데 제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아서... "


"아냐! 메르힌. 봐봐. 지금 혹시 지구가 널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아?"


"아뇨."


"아니면 막 추락하는 기분들어?"


"아뇨."


"비공정 탄듯한 두둥실한 그런 기분이지?"


"그렇죠."


"그리고 이 건물은 메르힌. 이 건물은..."


".... 추락해도 천천히 추락하는 건물이죠."


"그렇지!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뭐겠어?"


메르힌은 스태프를 고쳐든 다음 쥐어팰 목록을 만들기 위해서 한번 사람들을 훑어봤어요. 그리고 하르델린의 가방에서 슬쩍한 다음 화염병을 꺼내들곤. "다들 주목하세요!"


"안됩니다. 바빠요.", "왜 갑자기 불러요? 지금 죽기 전에 철학적 논쟁을 해야한다고요.", "이혼 서류 내기 전에 죽게 생겼어...", "죽기 전에라도 재결합해야해.", 내 딸들은 어쩌지... 보험금은 나오려나... 사망보험을 내가 들었던가...","죽기 전에 고백해야함다...", "그런데 룰렛 확률이 50퍼센트면 51번 돌리면 나와야 했던 거 아니야?" 다들 각자 알아서 떠든 다음 본론으로 복귀했죠.


메르힌은 화염병을 창가에 집어던졌어요. 창가는 아주 활활 타기 시작했죠.


"다들 주목!"


이제 다들 주목했어요. 이들은 모두 그냥 피떡이 되는 것까지는 용인했지만, 타버린 피떡이 되는 건 용인할 수 없었나봐요.


"좋아요. 좋아. 여러분. 지금 카이디씨가 알아차린 바로는..." 메르힌은 카이디를 봤고.


카이디가 말했어요. "이 저택은 엄청 천천히 떨어지고 있어. 비공정 강하 속도로. 그러니 우린 다들 산거라고!"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그럼 이제 추락안해요? 이거 착륙이에요?" 매우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죠.


"그래. 착륙에 가깝겠군."


마샤가 말했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만, 그걸 굳이 저택에 불을 질러서 말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었습니까?"


"내가 하라고 한 적은 없어!"


"아니죠! 카이디씨! 봐요. 저기 뭐가 있어요? 창문들이죠. 저게 부숴지면 부상당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저기 불이 나고 있잖아요! 착륙하기 전까지 저런 위험 요소들을 모두 막은 다음 엄폐물 뒤에 있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요."


"그래. 좋은 정보 고마운데 메르힌. 그걸 굳이 스스로 위험 요소를 하나 더 해서 알려야만 했을까?"


"괜찮아요! 다들 적응했잖아요?"


"미친."


"자자! 다들 일하자고요~ 살아내려가야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별말 없이 메르힌이 하나하나 지시해준대로 위험한 걸 치우고, 메르힌이 질러버린 불을 다시 끄고. 바리게이트를 새우는 듯 별짓을 다 했어요. 하지만 그 중, 하르델린은 별말을 했죠.


"그럼 이거 다음화 볼 수 있는건가요? 야호!" 하르델린이 메르힌의 소설을 들고 펄럭이자. 메르힌은. "하르델린씨~"


"네!", "죽기 싫으면 빨리 접어서 저한테 주세요~ 그리고 되도록 빨리 잊어버리고요~"


"네.."


그런 대화가 오가는 걸보자, 열심히 창문에 나무 판자를 때려박던 하르델린의 옆에 아르크가 옆에서 속삭였어요. "하르델린씨. 거 그거 나한테 팔면 비싸게 쳐주지. 도대체 뭔 내용이야?"


"멋진 우정과 사랑이 담긴 소설이에요!" 하르델린은 손으로 자기 뺨을 어루만지며 몸을 비틀며 부끄러워 하는 하르델린 포즈를 취했어요.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중 오직 하르델린만이 할 수 있는 괴기한 포즈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요.


그런 포즈를 보곤, 아르크가 말했어요. "오. 메르힌이라면 어둠에 휩쌓일 듯한 인물이 가득한 소설을 적을 줄 알았는데."


하르델린은 눈을 살짝 감고 그 장면을 하나하나 머리속에서 다시 부활시킨 다음 말했어요. "아니에요. 대신 아주 끈적끈적한... " (둔탁한 소리) ". 아르크씨?"


"아르크씨는 죽었어요. " 메르힌은 시체를 치우며 말했어요.


"안됐네요!"


메르힌은 시체를 뒤에 집어던진 다음에 말했어요. "하르델린씨도..."


"열심히 못질해야죠!" 하르델린은 신나게 못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저택이 추락하면서, 그러니까 어떤 저택이냐면. 모두 한 가닥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지금 쓸 수 있는 건 두손이랑 두발밖에 없어서 그냥 민간인 11명이 가득찬 추락하고 있는 저택이 떨어지고 있으면서 지상에서는 새로운 일이 생겨났죠. 슬슬 기자회견 시간인데 아직도 경찰서 앞에 등장을 안하는 마운티아 마샤를 죽어라 기다리면서 이번에 안 나오면 기자회견 열고 도망친 비겁한 국무장관이라고 기사를 쓸 준비가 되어있는. 심심해 죽겠는 기자들에게.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불이 붙은 저택은 흥미로워 죽겠는 소재였어요.


특히 주간 마운티아의 레프라트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보였죠. 오늘 오전 인터뷰에서 마샤를 화나게 하지 못했다면서, 자극적인 대답이 나와야지 뭔 공원에서 산책하는 할머니를 인터뷰한 게 더 흥미로울 소재를 들고 와놓곤 컨펌해달라고 하냐고 상사가 갈궜기에. 불타면서 추락하는 저택이 바닥에 꼴아박는 그 광경은 공원에서 산책하던 할머니도 놀라 넘어질 정도의 자극이 아니겠어요! 빌어먹을 상사놈, 심정지로 죽여주지! 그런 각오로 웃돈을 주고 마차를 빌린 다음 추락할 법한 곳으로 달려나갔어요.


그런데 몇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달려나가는 도중, 좀 천천히 떨어지고 있던 저택이 갑자기 추락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안돼!


저러면 착륙 당시 사진을 못 찍잖아!


그래서 기자는 돈을 더 주며, 자기는 타자기로 단독 특종 - 하늘에서 추락한 저택. 이라는 제목과 생존자가 없을 때, 한 명있을 때, 전원 생존했을 때의 경우를 미리 다 적어놓을 때쯤.


모든 게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기자는 혀를 차며 생존자가 없을 때를 제외한 모든 기사를 그냥 접어서 가방에 넣었어요. 가망 없다는거죠. 이제 죽이는 사진 하나만 찍으면 되겠네요. 그 때쯤 마차가 멈췄고. 마부도 한번 보고 싶어서 연기가 나는 쪽으로 기자와 함께 달렸어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아이고..."


마부는 그 말만 하고 그 다음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 끔찍했죠. 저택의 골조는 죄다 무너졌고, 창문은 대부분 깨져서 유리 파편이 바깥에 널불어져 있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끔찍한 건. 바닥에는 수백명이 흘렀을 법한 피가 흥건했다는 거에요. 피가 강물이 되어서 초원을 붉게 물들고. 박살난 자재들이 흩날리고. 나무는 죄다 아작나있고.


너무 신나는 거 아니겠어요? 기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야호! 상사놈은 이걸 보고 놀라서 죽어버리겠지? 그래서 재빠르게 마차에 있던 짐을 풀고. 거대한 양각대를 꺼내서 초원에 박은 다음. 거대한 카메라를 그 위에 올려놓고 예열을 시작했어요. 그 다음에 플래시를 설치했고요. 진짜 너무 서러웠죠. 빨리 찍어야 이 광경을 고스란히 담을텐데.


"난 빨리 소방대에 신고해야겠어! 기자 양반은.."


"전 사진 찍느냐 바쁩니다. 짐 놓고 가세요."


"미쳤구만." 마부는 혀를 차며 기자의 짐을 내려놓은 다음 마차를 끌고 가버렸어요. 그러던 와중 벌써 다른 기자들이 미친듯이 몰려오고 있었죠. 빨리 찍어야 이 광경을 기록한 첫 기자가 될텐데. 초조해하는 와중 카메라가 준비된 걸 확인하고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뭔가 소리가 들려서 잠시 멈췄어요. 그 다음에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봤죠. 거기에는...


---


저택이 지상에 추락하고 몇 분 후.


마운티아 마샤는 눈을 떴어요. 마지막 순간에 갑작스럽게 추락했다는 기억은 남아있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나는 꿈에 있거나, 죽었거나, 아니면 이제 추락은 끝났다는 세 가지 가정이 남아 있어요.


세 가지 가정중 가장 가까운 두 개는 꿈이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였죠. 여긴 너무 어두웠어요. 그리고 바닥은 축축했죠. 바닥에 놓여진 손을 들어서 가까이 대면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어요. 가정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죠. 죽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걸요.


참. 기나긴 이야기였어요. 지금까지 자기가 이룬 것들과 자기가 실수한 것들이 하나씩 스쳐지나가죠. 처음으로 발의한 법이 뭐더라.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계기는 기억이 났어요. 의사당에 출근하다 한 공사현장을 지나치다가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아작나는 소리가 들렸죠. 그래서 뒤를 돌아봤는데.


그 때 본 피 웅덩이는 마샤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했어요. 지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이 피 웅덩이는 차갑지만. 그건 너무나도 뜨거워보였고. 지나칠 수 없었죠. 그래서 의사당에 도착하자마자 그 사건을 조사했고. 철근이 떨어져서 건설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철근이 떨어진 이유는 지금 자기가 먹고 있는 샌드위치보다 싼, 안전노끈이 아니라 어디서 주워온 밧줄을 써서 그랬다는거였고요.


그 때까지 마샤는 건설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었어요. 법안은 발의를 안 하고 그냥 그 쪽 회사에서 원하는 법안에 투표만 하고. 정치자금을 모으는 정치인이었죠. 그런 사람이 처음으로 낸 법안은 건설업체들의 후원을 모두 끊게 만드는 법안이었어요. 산업안전 기준법. 이 법은 마운티아 마샤가 당 내에서 우리 후원금은 이제 어디서 받냐라는 욕이라는 욕은 다 받고. 야당에서는 선거철이 다가오니 무리수나 두냐면서 비아냥거리고. 시민들은 그냥 고귀한 아가씨가 친한 척이라도 하고 싶었냐고 물었고. 언론에서는 매일 이 법으로 사장들이 자살한다고 하며 - 심지어 한 명은 실제로 자살했고요. 그걸로 그 사람의 딸에게는 증오를 받게 됐고. 아버지는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 보면 애송이라고 했죠.


고마워 해주는 건 몇 사람들 뿐이었어요. 마샤가 늘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밝다고 생각했던 거리에서 죽어간 사람들.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죠. 돈도 별로 못 벌고요. 마샤와 태생은 완전히 달랐어요. 오후 4시 30분에는 멋진 홍차가 아니라 설탕물을 들이키면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고. 마샤의 생각과 달리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명의 시대란, 외적인 전쟁에서 내적인 전쟁으로 바뀐 시대일 뿐이죠. 전쟁에서 이젠 위험천만한 곳에서, 샌드위치 값이랑 비슷한 줄 하나 값이 아깝다고. 사고처리하면 끝나는 걸. 그냥 묘비 하나 새우면 끝나는 그런 쉬운 문제를 왜 돈을 써가면서 해결해야 하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의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시대일 뿐이었죠. 세상에 마법이 나오더라도 결국 건물은 사람이 지어야 했으니. 소위 마법의 혜택에서 가장 소외받았고 그렇기에 이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를 게 없었던 시대였어요.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과 마샤, 빈민과 성자는 도시에서 같은 길을 썼고. 그렇기에 마샤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 없는 문제였는데요. 마샤가 제출한 법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상임위원회를 26:24로 통과했고. 본회의의 심의가 시작되었죠. 하지만 마샤는 이 대답을 본회의 직전까지 준비하지 못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왜 마샤는 평생 자기와 무관하다고 믿던 사람의 죽음에 자기의 인생을 건 일을 시작한 걸까요? 이게 부결되면 마샤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이게 가결되더라도 마샤는 후원금이 사라져요. 다음 재선은 물건너 간 것이고. 자기당은 매번 마샤와 자기들은 관계가 없다고 떠들고. 야당은 이제와서 이렇게 해봤자 우리 당에는 안 껴줄거라고 하고. 본회의의 분위기는 이 법안을 부결시킬 준비만 하고 있었죠.


연설문은 초고조차 못 썼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3년간 자리만 채우는 생활로 넘어가고. 아버지는 자기를 죽도록 증오할 거고. 마운티아 가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체 그저 무능한 딸로, 하르델린에 이은 최악의 후손으로 남을-


"마샤님."


"...아. 네. 그..."


"역시 기억 못 하시는군요." 쓴 웃음을 지었어요. 의사당에서 이렇게 허름한 사람은 처음봤기에 마샤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것보다는 더 우울한 표정이었죠. "그... 사고 현장에서 죽은 그 애, 아버지입니다."


"아. 그... 그게..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요."


마샤는 잠시 다른 곳을 보며 눈을 피하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뇨. 죄송합니다. 그게...법안 통과가 힘들 것 같습니다. 의원들의 반대가 심하고. 정치적인 상황이... 그리 좋지 않네요." 그렇게 말하다가 마샤는 한 가지가 더 생각나서. 고개를 숙이곤 말했어요.


"만약... 만약 제가 아니라 다른 의원분이 이걸 담당해줬다면... 그랬다면... 통과시킬 수 있었을 건데.... 죄송합니다."


"의원님."


마샤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체.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러자 그 남성은 계속 말했죠.


"그 애를 위해 싸워준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조차도 그애를 위해 싸워주지 못했습니다."


"저조차도 그 아이와 제가, 그리고 마샤님이 다니던 그 거리에서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 몰랐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았죠. 그래서 이렇게 된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샤님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싸워주고 계십니다. 그러니..."


"감사합니다."


그 남성도 고개를 숙인 다음. 마샤의 어깨를 두들겨 준 다음. "싸워주시는 것만으로도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곤, 방청객석으로 갔어요.


마샤는 헛웃음이 났죠. 그 다음 마샤는 옷을 다듬고, 회의장에 들어섰어요. 그 때 옆자리가 오늘날의 총리님이었어요. 그 사람이 마샤에게 물었죠.


"드디어 정신이 나간 모양이군. 미소라니."


"그렇습니까? 그런 표정이었군요."


그 분은 한숨을 쉰 다음 이렇게 말했어요. "곧 자네 차례야. 어쩔 생각인가? 이길 생각은 있는 건가?"


"의원님. " 마샤는, 의원이 자신을 바라볼 때쯤 말했어요. "저는 단 한번도 말입니다. 부결되려고 법안을 제출한 적도 없고. 지려고 이 곳에 온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가망이 없다고요? 이길 생각이 있냐고요? 저는 늘." 마샤는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곤.


"제 손으로 제가 살아갈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의장이 말했어요. "마운티아 마샤."


"입법 취지 설명 시작하세요."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지고, 모든 시선은 마샤에게 집중되죠. 마샤는 그런 시선에 익사당할 것만 같았어요. 자기를 추락시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고 - 진심으로 이번에 망하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가득했죠. 마샤는 당연히 무서웠고, 두렵고, 긴장됐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왜 의원이라는 자리가 있겠어요? 아무나 와서 말하면 되지. 마샤는 그렇게 생각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마운티아 백마도사 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65,242명이었고. 이 사망의 대다수는 평균적으로 의원식당에서 판매하는 한 끼정도의 가격으로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


"이 지표에서 가장 나쁜 부분은 겨우 한 끼 식사 가격으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 아닙니다. 본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마운티아 연방 행정부로부터 관련된 지표나 자료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만 해당 정보는 마운티아 국민의 안녕과 행복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운티아 행정부의 관할이 아니라는 통보만 받았으며. 이들의 죽음과 그 원인을 분석한 곳이 이들의 죽음을 갸엾게 여긴 백마도사들뿐이라는 점이 본 의원은 이 자료에서 가장 나쁜 부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마운티아 연방의 가치는 무엇인가?"


"마운티아 연방은 모든 시민들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안전을 보증했습니다. 연방은 그 보증의 대가로 그들로 하여금 자신과 관계 없는 일에도 희생을 요구했으며. 전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동정만을 줄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보증을 이행해야하는 우리들을 위해, 마운티아 연방 공무원 모두를 위해 소득의 일부를 지불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모든 대가와, 연방이 시민들에게 지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늘에 있는 어떤 것이 우리들에게 신성을 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앞서 말한 계약에 의한 것입니다. 마운티아 공화국의 부모님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곤 그 보증이 부도된 왕정과 그 책임은 모두에게 있지만 그 보증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지켜도 된다고 믿는 과두정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렇기에 마운티아는 간단하지만 그 누구도 지키지 않은 가치로 태어난 국가입니다. 마운티아의 가치는 모든 시민들에게 보증한,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대가를 지불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는.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모든 계약 당사자에게 반드시 상환하겠다는 약속에 있습니다."


"이는 마법을 쓸 수 있다고 그 가치가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상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누군가가 재산의 여부에 그 가치가 차등되어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4대 종족 중 특정 종족이라서 그 가치가 차등되어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약속의 이행의 시기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동정이나 연민의 문제가 아닙니다. 65,242명의 분류되지도, 집계되지도 않은 죽음에 우리 의원들은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됩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분노해야 할 뿐입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해야 합니다. 은행이 파산해서 채권자에게 돈을 못 돌려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은행원이 채권자에게 줄 것은 눈물과 동정이 아니라 신속한 상환입니다. 마운티아 연방은 즉시 300년 간 연체된 이 가치를 모든 채권자들에게 지금 당장, 지체없이 상환해야만 합니다. 이는 동정이나 연민이 원인이 아닌 계약을 위반한 최소한의 책임감에 의한 것이어만 합니다."


"은행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동정과 연민이 아니라 신속한 상환과 채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마운티아 연방의 가치를 지키는 것 역시 동정과 연민과 편견이 아니라. 지금 즉시. 300년 전, 시민들에게 약속한 '국가는 모든 시민들에게 자유와 정의, 안전을 제공해야만 한다.' 를 이행하기에 이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발의자 마운티아 마샤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운티아 마샤는 생각했어요.


마샤는 단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았어요.


마샤는 단 한 번도 길이 막혔을 때 그 앞에서 좌절하고 울지 않았어요.


마샤는 단 한 번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붙잡을 때 끌려 다니지 않았어요.


마샤는 이런 곳에서 쓰려져서 죽을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마샤는 비록 지금 자기 다리에 빌어먹을 나무가 박혀있어도 구조를 기다릴 사람이 아니에요. 마샤는 지금 바닥의 피중 일부가 자신의 피더라도 좌절할 사람이 아니에요. 마샤는 언제나.


자기 손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왼손에 잡히는 도끼로 자기 왼쪽 다리에 박힌 나무를 잘라냅니다. 종아리에 감각이 없지만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니네요. 주변은 어둡지만 하늘에서는 희미한 빛이 이 곳을 내리쬡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자기를 발견한 건 아크라이트 메르힌이었죠.


메르힌은 마샤를 보자마자 시체가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검은색 정장은 피에 쩔어있고. 게다가 왼쪽 종아리는 관통상이 있었는데다가 얼굴에도 피가 꽤 묻어있었어요. 그래서 곧 바로 달려가서. "괜찮으세요?!" 라고 말했는데. 마샤가 한 말이 뭔지 아세요?


"곧 기자들이 올 겁니다. 세브란스, 그 비적두목은?"


"살아있어요. 그런데.." 메르힌은 상처와 지금 몰골을 한번 살펴보고 괜찮냐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샤는 표정이 구겨지곤.


"전 괜찮습니다. 메르힌님이었나요? 한 가지 일을 더 계약하죠." 그렇게 말한 다음 피에 찌든 수표책에서 약속 어음을 한 장 찢어 액수를 적은 다음. "세브란스. 그리고 그 분 부인. 나머지 공적 대원들을, 기자들의 눈에 안 띄게 이 지역에서 빠져나가게 해주시길."


"그게... 우선 치료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 메르힌은 붕대를 찾기 시작했지만. 마샤는 메르힌의 손을 잡은 다음. 한발 다가가고.


".. 그리고 제 몸에 손대지 말고요. " 메르힌은 그 말을 듣고. "다리에 출혈도 나고 있고, 상처는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어요! 붕대라도 감아야 한다고요."


" 부탁 드린 일만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하르델린은 살아있습니까?"


"마샤님만 가장 심하게 다치셨어요. 다른 분들은 거의 상처가 없는데... 아마 마샤님이랑 하르델린님이랑.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었죠?"


"기억 안나시나요? 하르델린님이.."


"지금 제가 들어도 별 쓸모는 없는 이야기겠군요. 해가 되면 되겠고. 미슈."


"마샤님! 찾고 있었-", "곧 기자들이 이 곳으로 몰려와서 사진을 찍을겁니다. 기자회견 장소는 이 근처였으니 이 저택이 추락한 것도 봤을거고 곧 올겁니다. 그 전까지 제 모습이 사진에 찍혀도 인상적인 수준까지 바꿔야만 합니다. 그리고 하르델린은?"


미슈는 그 말에 이 사람에게 어설픈 동정, 특히 자기가 주는 동정따위는 바라지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이 분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평소대로의 자신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큰 상처는 없지만 저와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카이디씨는 자기들이 부탁받은 건 하르델린을 여기서 꺼내달라는 것이었고. 그걸 당신들에게 넘기라는 말은, 특히 당사자가 원하지도 않는데-"


"메르힌씨. 카이디씨를 설득하세요."


"저는 제 친구를 돈으로 팔아먹을 만큼 속물도 아닐 뿐더러, 마샤님은 잘 이해를 못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두고 볼수있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아까 부탁하신 건 최선을 다해 따르겠지만. 하르델린씨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는 이상 저희가 마샤님을 위해 설득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마샤님도 치료를.."


"하르델린은 오늘안에 반드시 돌려드리죠. 그리고 앞으로도 저와 연관될일은 저 스스로도 없길 간절히 바라며. 마운티아 가문은 지금 하르델린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하르델린과 저희만 남겨놓은 다음.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당장 빠져나가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려운 부탁입니까?"


"그걸 어떻게 믿죠? 국무장관님은 제가 듣기로.."


"저는 단 한번도 제가 약속한 어음을 부도낸 적이 없습니다."


"하르델린씨에게도요? 저는 두 분 사이가 어떤지 자세히는-"


"네. 대답이 됐습니까?" 마샤는 메르힌을 바라봤고. 메르힌은 눈을 피하다 한번 바라봤어요. 그러곤 말했죠. "좋아요. 마샤님. 마운티아 마샤님의 약속을 믿어볼게요."


그 다음에, 메르힌은 카이디와 하르델린을 설득했어요. 카이디는 이렇게 말했죠. "하르델린을 저 놈팽이에게 빠져나가게 해준 게 내 약속 때문인데, 그걸-", "놈팽이 아니야!", "닥쳐! 아무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공급해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는데. 저 딱봐도 신나고 재미있는 일과는 평생 가망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하르델린을 넘기자고?"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메르힌이 할 수 있던 말은 이거랑 이거밖에 없었죠. "오늘 안에요. 명색이 국무장관인데 설마 거짓말 하겠어요?"


"마운티아 토박이라면서 마운티아 속담 몰라? 정치인이란 거짓말로 이뤄진 생명체라고. 그런 작자의 약속을 어떻게 믿지?"


"카이디씨. 저 사람이 우리 의뢰주이기도 해요. 그럼 돈 들어올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왔어요?"


카이디는 할만큼 했다는 표정을 지은 다음 하르델린을 바라보고 말했어요. "... 하르델린. 네 생각은 어때?"


"조금 신선하네요! 제 생각을 묻는 건 여러분 말고는 거의 없었거든요." 하르델린이 해실해실 웃으면서 말했어요. "제 생각이라. 흐음."


"역시 때려치자. 메르힌. 봐봐. 저 미친 국무장관님은 보나마나 억압적인 가문에서 자랐다는 티를 팍팍내며 우리 파티원을 괴롭힐거야."


"제 생각도 그렇지만 저 사람이랑 하르델린씨는 가족-"


"저 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거에요." 하르델린이 음색이 없이 말했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같은 음이었죠. 그래서 두 명은 놀라서 하르델린을 바라봤고. 하르델린은 다시 평소 미소를 되찾은 다음에 말했어요. "아무튼 말이에요. 그러니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걱정마세요! 할아버지가 준 샷건도 아직 숨겨둔 한 발이 남아있으니. 뭔 일 있으면 날려버리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 하르델린. 혼자 두고 가는 것 같아 좀 미안하긴 한데, 모험물 소설처럼 한 번쯤 동료와 이탈 이벤트를 넣음으로써 우리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을거라고. 우리 공터 주소 적어줄게. 끝나면 어..."


"안돼요. 카이디씨. 거기 갈려면 늑대무리를 설득한 다음에 3시간을 도보로 이동해야한다고요."


"아니야. 저번에 18시간 걸었는데 도시가 점점 멀어졌잖아."


하르델린은 참 안심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다음, 쿡쿡 웃었어요. 메르힌은 좀 쪽팔려서 이렇게 말했죠. "아무튼! 맨날 모이는 술집에서 보자고요. 자. 여기 주소에요."


"누가 불렀다고 말해야 할까요?"


"그 작자는 지 가게에 돈 쓰러 오는 손님이면 아주 좋아하지만, 뭐. 그런 게 하나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어떻게 말하냐면.."


"[어둠] 속 [빛]의 인도자! 아크라이트-"


그렇게 벌떡 일어나 한 팔을 눈으로 가리고 빙글빙글 돌던 아르크는, 어둠속에서 빛을 볼 수 있었어요. 바로 천국으로 가는 빛이었죠. 그래서 아르크는 또 시체가 되었어요. 하르델린도 적응을 해서 이제 물을 마시면서 냠냠 하며 볼 수 있었고. 카이디는 이젠 쫄지도 않았어요. 그냥 비둘기가 옆에서 뒤뚱뒤뚱거리는 그런 수준의 풍경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아크라이트 메르힌, 멋진 백마도사가 불러서 왔다고 하면 잘 대해줄거에요. 제가 그 분 매장에 매상을 꽤 올려 드렸으니까요."


카이디가 말했어요, "술을 마실 만한 인상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의외네.",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그러게요!"


"큼큼. 아무튼. 카이디씨. 그리고 카드레씨! 대포에 피 국물 그만 빼요!", "제 대포가 죽었슴다- 흐어엉..." 카드레는 대포 안쪽에 묻은 피를 열심히 닦다가 말했어요. "이제 어쩜까? 제 가치가 사라졌슴다. 이러면 돈을 못 범다."


"이제 에스코트가 끝이라고요! 쏠 일 없을걸요?", "처음에도 그냥 광산까지 가는 게 끝이었는데 숲을 다 태워먹었잖슴까."


"그건 좀 사고였어요.", "종이 훔치는 일인데 막 쏘고 말임다. 드래곤도 보고 말임다. 저희 인생이 한번이라도 마음대로 풀린 적이 없었는데 이제 우린 끝임다-"


"역시 카드레는 대포가 본채였구만. 카드레! 결혼 자금 모아야지! 빨리 움직여!", "앗. 그건 맞슴다."


하르델린은 이런 사람들의 대화를 웃으면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어요. "그럼, 이제 저도 친구들인가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메르힌과 친구들과 전직 인질로 부르기에는 팀명이 너무 기니까요. 그리고 저택에 납치될 때부터 친구였다고요."


카이디가 말했어요. "그래. 친구지. 보통 친구도 못해볼 진기한 경험을 했긴 했지만."


아르크는 천국에서 말했어요. "훗. 그래. 그것이 [동료]다."


메르힌이 말했어요. "요즘은 영혼이 말도 하는 최첨단 시대네요. 멋져요."


카드레가 말했어요. "맞슴다! 하르델린씨 실력이면 우리 파티의 최고의 인재일검다!"


"그런데 카드레씨가 하르델린씨 실력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없었슴다만. 저택을 그렇게 태워버렸다고 들었을 때는 전율했슴다. 완전 경력직인검다!"


"다들 고마워요. "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정말로요. 그리고 별 걱정 안 해도 될거에요. 마운티아 마샤는 자기에게 이득일 때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아직 마운티아 마샤에게 저는.."


하르델린은 쓴 웃음을 짓곤 말했어요.


"살아있는 게 이득일테니까요. 사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던."


하르델린의 그 말에 다른 친구들은 그 둘의 사이가 어떤지, 하르델린이 느끼는 마샤는 어떤 사람인지 감히 추측할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기다리겠다는 것밖에 할 수 없었죠. 하르델린은 그 말에 웃으면서 잘 갔다 오겠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르힌과 친구들은 다른 이들을 모두 모은 다음, 마샤가 나갈 법한 방향과 반대로 나갔고. 그래서 위에서 빛이 내려오고 있지만, 그 빛마저 뿌옇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만을 어렴풋이 볼 수 있던 이 곳에서는 마샤를 도와 껄끄러운 부분은 숨기거나 마무리하거나 닦느냐 정신이 없던 미슈와.


마샤를 바라보고 있던 하르델린.


하르델린을 바라보고 있던 마샤.


이렇게 세 사람이 남았어요. 마샤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고는. "미슈. 끝났나요?", "네. 마샤님. 끝났습니다.", "그럼 나가죠. 저희는 위쪽으로 나갈거고. 조금 걸어가야 할 것 같으니 절 부축하시길." 마샤는 미슈의 어깨에 팔을 걸었고, 미슈는 한번 자세를 고쳐 잡은 다음 이렇게 말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하르델린씨도."


미슈는 딱히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죠. 하르델린은 그 말에 미소로 화답하곤. "안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에요."


"하르델린씨. 단 한 번이라도 마샤님을 도와주시면 참 감사하겠는데요. 당신 때문에-"


"미슈. 언제부터 이 일이 당신이 참견해도 되는 일이었나요?"


미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인 다음. "그게. 마샤님..." 변명을 말하려고 했지만 마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미슈를 똑바로 바라본 다음 귓가에 이렇게 새겨줬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그냥 닥치고 있어요." 미슈는 그 말에


"참 사이 좋은 페어네요. 언니."


"그렇게 보이니 참 기쁘군요. 하르델린. 안 간다고 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별 상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사고를 당해서 여기 추락해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될 거고. 당신은 조만간 가문에 소환당해서 이 빌어먹을 일이 일어난 책임을 져야겠죠. 아마 다음에는 빌어먹을 날붙이 비슷한 건 당신 손에게도, 당신 시종도 얻지 못할 거고. 창문은 모두 틀어막힐거고. 아마 죽어갈 동안 그 답답한 사람들과 살아가겠지만 그게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예전에 당신이 말했듯, 당신의 삶과 제 삶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대답으로 충분할까요?"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짓말을 하셨던거군요. 제 친구들에게. 애초에 지킬 생각도 없었던건가요?"


"전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할거지만. 늘 당신이 그걸 망쳐놓으니까 그렇게 보이겠죠. 앞으로 1시간 정도 그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으면 당신이 어떻게 살던 가문도, 저도 관심을 가질 일이 없을겁니다. 당신이 할 건 그것과, 그럴 듯한 미소와, 뭐. 눈물 나는 자매애를 연출하기 위한 연출과. 인터뷰 요청이 올 때마다 충격에 휩쌓여서 아무 말도 못한다는 표정. 3가지만 지키세요. 그럼 저도 제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테니까."


하르델린은 그 말에 별 반응을 하지 않고 그저 마샤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표정은 아무런 표정도 아니었죠. 하르델린의 머리 위에서는 뿌연 빛이 내리쬐고 있어서 마샤는 하르델린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어요. 초점이 완전히 엇나가서 마샤는 저게 하르델린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죠. 초록색 드래스도 빛을 바랬고. 생기도 빛을 바랬고. 그저 뿌연 빛만이 그 사람의 어둠과 빛을 어렴풋하게나마 보여줬고. 바닥에 깔린 붉은 피만이.


그 사람이 마샤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듯 했어요.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요.


"언니는 여전히 제가 가족이라는 걸 받아드릴 수 없나봐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죠? 그게 언니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일텐데. 안 됐어요."


"하르델린."


"봐요. 언니는..." 그 사람은 미소를 짓곤 말했어요. "제가 타인이었으면 좋겠잖아요? 그것만 대답해줘요. 그럼 착한 하르델린을 연기해줄게요."


"하르델린."


마샤는 그 사람의 눈을 피하고 말했어요. "저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지랄."


그 사람은 어느세 마샤의 눈 앞까지 걸어온 다음. 마샤와 억지로 눈을 마주했어요. 비웃고 있었죠. 마샤는 눈을 다시 피했고. 그 사람은 마샤의 뺨을 한번 쓰담어줬고, 장갑 끝에 묻은 피는 마샤의 하얀색 피부에 붉은색으로 선을 그었죠. 그 사람은 마샤의 뺨을 천천히 느끼다 이렇게 말했어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마샤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참았죠. 지금까지 그랬듯 수많은 감정을 자신의 아래로 집어던지고는 고고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잊으려고 애썼죠. 하지만 뺨에 그려진 피자국은 잊으려고 할 때마다 다시 자기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상기해줬어요. 그 사람은 그제서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곤 말했어요.


"그래도 고마웠어요? 마샤님. 이건 진심이에요. 마샤님이 제 손목을 그어버리지 않았다면 제가 병원에 갈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병원에 갈 일도 없었으면 아마 이런 재미있는 나날도 못 보냈겠죠."


하르델린의 장갑은 하르델린의 즐겁지 않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있어요. 피에 찌든 초록색 장갑과 손목까지 내려오는, 역시 피로 물든 하얀색 레이스는. 하르델린이. 자기 동생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있어요. 물론 마샤는 저걸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그야 자기가 그랬으니까. 저 손목에 칼을 댄 것도. 사람에게서 피가 얼마나 나오는지도. 사람의 피가 얼마나 뜨거운지도.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안 것도.


그 날이었으니까요. 하르델린의 손목을 배어버렸던 날.


누가?


"마샤. 사랑하는 나의 언니. 정말로 고마워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 당신..." 미슈는 하르델린을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 바라봤어요. 하지만 마샤는. "미슈. 가죠. 슬슬 바깥에 나가야 시간을 맞출 수 있어요. " 그냥 가려고 했어요. 그게 마샤 나름대로의 배려였을지도 모르죠, 하르델린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말이에요. 그게 원했던 배려는 아니에요.


마샤는 늘 그랬죠.


하르델린은 무시하고 미슈의 부축을 받아 올라가려던 마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무하네요. 이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인가요."


마샤는 말하지 않았어요.


"대답해요."


마사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한 번 숨을 들이키곤.


"왜 언니는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던 말던 그저 앞으로만 가려고 하는건가요?" 마샤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왜 언니는 항상 다른 사람을 도구로만 취급하는건가요?" 마샤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왜 언니는 그렇게 사시는건가요?" 마샤는 대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게 마샤가 멈춰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마샤가 붙잡혀 있을 이유도 아니었죠. 그래서 마샤가 말했어요.


"그걸 듣고 가문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듣지 않고 그 분들에게 가시겠습니까? 하르델린."


마샤는 하르델린을 잠시 바라보다가, 별 반응이 없는 걸 보고는. "미슈. 계속 가죠. 하르델린."


하르델린은 고개를 숙이고는 속삭였어요. "네. 마샤씨?"


하지만 마샤는 하르델린을 특별하게 대해줄 생각이 없었어요. "따라오세요."


하르델린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마샤를 바라봤지만 마샤는 더 이상 하르델린을 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그리고 위로 올라갔어요. 그래서 회색빛과 어둠만 가득한 이 곳은 다시 고요해졌고. 하르델린은 다시 혼자가 됐죠. 그 때처럼 세상은 무채색이고, 그 때처럼 언니는.


자기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요. 마지막에 자기 손목을 그어버린 다음 이후로, 오늘 마샤와는 첫 대면이었는데도. 자기가 이렇게 화를 냈는데도. 마샤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어요. 화를 내주길 바랬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너는 빌어먹을 꼬마애라면서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길 원했는데. 너가 내 동생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말해주길 원했는데.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공허한 빛과. 공허한 욕망과. 다시 인형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뿐. 마운티아 가의 사람들은 그저 마운티아 제 인형이 하나 더 필요하기에 자기를 원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을 뿐. 공허하디 공허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공격당한 기억과 사실들이 이 붉은 색 피에 찌든 바닥을 볼때마다 다시 상기될 뿐.


어릴 적에 자기가 걱정된다고, 같이 잘 지내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한 마운티아 마샤는 그저 저 사람의 거짓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 사람은 자기를 구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구하고 싶었고. 저 사람은 자기 이외에는 모두 인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과 어울리는 건 정말 싫어요. 하지만 말이에요. 하르델린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내가 나로써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어울려 줄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며 하르델린은 마샤가 걸은 길을 따라갔어요.


마운티아 마샤가 지나가는 길은 모두 어두웠어요. 장애물이 곳곳에 가득했죠. 피는 계속 나고, 미슈가 보좌를 해주고 있지만 결국 이걸 해쳐나가는 건 언제나 자신의 손과 발이었어요. 그렇기에 언제나 이걸 해쳐나가는 게 막히는 이유는 자신의 손과 발을 묶으려는 것들이었죠.


처음으로 만난 장애물은 - 마운티아 가문. 태어날 때부터 자신은 어떻게 쓰여질지 정해졌어요. 신의 운명같은 로맨틱한 게 아니라 사람의 필요에 따른 더러운 결정이었죠. 아버지는 자기가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안에 자신의 자식이 총리가 되는 걸 원했기에 마샤는 계획적으로 태어났고. 눈을 뜰때부터 마일스톤들이 놓여져있어요. 마샤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어요. 마샤는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어요. 그걸 위해서는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걸 완벽하게 해쳐나가야만 해요. 이미 놓여진 수백개의 장애물들에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서 늘 이겨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기를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게 될거에요. 마샤는 그렇게 믿게 되었고, 그렇게 믿게 되자 몇 년후에는 그렇게 되었어요. 그러지 않아줄 사람들은 모두 떠났으니까. 그럼으로써 장애물을 뛰어넘었죠.


두 번째로 만난 장애물은 - 마운티아 하르델린. 아버지는 마샤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마샤는 못써먹을 수도 있고 배신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였으니까요. 그러니 보험을 들어놓았고. 그 보험이 바로 마운티아 하르델린. 하르델린의 3살적, 아버지가 첫 소개해줄 때. 이 아이는 자신의 경쟁자가 될 것이며, 언제든지 너를 대체해서 그 자리를 꾀찰수 있으니 게으름 피울 생각하지 말고 이번 분기 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하셨죠. 하지만 마샤는 그런 설명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하르델린도 그런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하르델린에게는, 정말 멋진 언니였으니까요.

마샤에게는, 정말 귀여운 동생이었으니까요.


둘은 그 날부터 같이 지내기 시작했어요. 마샤의 세상은 바뀌었죠. 하르델린은 자기가 목표를 달성했던 그러지 못했던 늘 대가없는 사랑과 관심을 줬어요. 하르델린은 지금까지와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 스스로 내버렸던 사람들처럼. 그냥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을 만나보지 않고 내치는 건 쉽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 후에 내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마샤는 하르델린의 사랑을 받고는 언젠간. 자기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과 노력을 전심전력으로 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르델린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하르델린을 지킬거라고.


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마샤를 혼내지는 않았어요. 그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고, 그저 하르델린에게 물들기 쉬울 뿐이었으니까. 마샤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달리던 원동력인, 자신의 관심이 가치가 떨어지고 다른 것에 가치를 더 크게 가지기 시작했다면.


그걸로 거래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상품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하르델린과 마샤의 자매 관계가 견고해졌을 때. 그 때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던 하르델린에게도 마샤와 비슷한 강도의 교육이 시작되었어요. 마샤는 성심성의껏 하르델린의 교육을 도왔고. 하르델린이 뒤쳐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 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모든 걸 받쳤고. 지금까지 받았던 조건 없는 사랑에 보답할 정도로 열심히. 하르델린은 그 노력과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점점 시들어갔어요. 하르델린과 마샤는 1시간 정도나 마음껏 움직일 자유가 있었지만 그 자유는 마샤가 하르델린이 목표를 달성하는 걸 도와주기 위해 사용해야 했으니까요. 마운티아 가문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았고, 다만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높은 담장과 아름다운 벽들로 이루어진, 마운티아 저택이라는 감옥에 가둬놓으면서 교육시켰어요. 친구는 마샤뿐이고. 마샤마저 자기와 성향이 다르죠.


만약, 차라리 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으면 마샤처럼 지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하르델린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새장에 갇혀야만 했어요. 하르델린은 수백번이나 날개짓을 하고 문을 부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세장은 너무나도 견고했고. 그래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옆에 있던, 단 한번도 날지 못한 새가 와서 위로해줬죠.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거야. 하르델린.


같이 버틴다면 곧 끝날거야. 약속할게.


침실에서 울고 있는 하르델린을 볼 때마다 마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아줬어요. 하르델린은 그걸 믿었어요. 멋진 언니니까요. 비록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도와주고 있었어. 마샤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의문은 어둠 속에서 기어나오고, 여전히 살아남아 자기 발목을 잡고 있어요. 정말 도와주고 있었던걸까?


그리고 그 약속은 결국 거짓말이었어요. 마샤가 교육이 끝난 건 18살 쯤이었고, 하르델린이 사라져서 홀로 교육을 받고 홀로 남은지 몇년이나 됐었으니까.


하르델린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 언니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니까요. 언제나.


"마샤님!" 이런. 넘어질 뻔 했네요. 마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자세를 고쳐잡은 다음 계속 앞으로 갔어요. 앞으로. 아무리 자기를 잡으려고 해도 마샤는 언제나 앞으로 가야만 했어요. 아무리 자기를 방해하더라도 마샤는 멈출 수 없었어요. 마샤는 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만 해요.


마지막 장애물은.


"마샤님." 미슈가 말했어요. "앞에 출구가... 없습니다. 잔해로 완전히 막혔습니다만.."


마샤는 앞을 봤어요. 희미하게 새어나오던 그 곳은 부숴진 나무판자와 수많은 잔해들로 인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막고 있어요. 막다른 길이었어요.


막다른 길에 도달하면 마샤는 불안해요. 불안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냉철해져요. 하지만 그것마저 무너지면 마샤에게 도망칠 곳은 없어요. 그리고 도망칠 곳이 없으면 어둠 속에서 많은 것들이 기어나오죠. 약해진 자신을 물어뜯기 위해서. 지금까지 묻어온 것들이 다시 나오기 위해서. 하나하나 기어와서 눈 앞에 나와요.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들, 지금까지 당신이 망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성토하는 글. 마샤는 후원금을 다시 받기 위해서 금융계 회사와 거래를 해야만 했고. 자유와 정의의 금고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도달하지 못하도록 정책을 수정해야만 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팔아치워야만 했었죠. 그 사람들이 마샤의 어둠속에서 일어나서, 마샤를 비웃고 말해요. 이젠 스스로를 망칠 때가 된거냐고요. 그냥 뒤지라고요.


미슈. 미슈의 아버지는 마샤때문에 죽었어요. 마샤는 그 죽음에 동정같은 건 줄 게 없다고 말했지만. 그리고 미슈도 나중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후회. 후회. 그리고 후회만 가득찼어요.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 분도 괜찮았을거라는 추측과. 자기를 믿는 사람에게도 그따구로 말해야 하는 스스로가 가증스러웠어요. 그 아버지도 일어나서 말해요. 그 아버지의 모습은 목을 매달고 있네요. 네 옆에 있는 내 딸이 언젠간 너의 목도 매달게 해줄거라고. 스스로가 역겹지는 않냐고.


아버지.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전임 총리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밖에 없고 제대로 하는 건 없는 머저리라고 말해요.


"마샤님?"


미슈의 걱정스러운 표정조차 검은색으로 지워지고 그 위에는 자기의 파멸만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그걸 본 마샤는 주변을 둘러봐요.


그런데 마샤의 주변에 누가 있겠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그저 어둠과 외로움이 가득찬 공허한 장소죠. 마샤에게는 약속과 이행만 있을 뿐 신뢰도 없고, 우정도 없고, 사랑도 없는 그런 공허한 사람이라고요. 그런 사람과 정말 비슷한 장소에요.


그런 사람에게 하르델린이 나와서 이렇게 물었어요.


왜 언니는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던 말던 그저 앞으로만 가려고 하는건가요?


왜 언니는 항상 다른 사람을 도구로만 취급하는건가요?


왜 언니는 그렇게 사시는건가요?


마샤는.


앞으로 가는 것 외의 것들은 몰라요. 주변을 둘러볼 시간같은 건 없어요.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마샤는. 마운티아 마샤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씨발!" 마샤는 왼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앞을 막고 있던 빌어먹을 자기를 비난하던 사람들의 머리를 찍어버려서 분쇄해버려요. 산산조각나도록. 다시는 내 앞 길을 막지 못하도록. 하지만 마샤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쉴 수도 없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이것들에게 자기의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떨쳐내야죠. 마샤의 아버지는 마샤를 비웃으며 발목을 붙잡고 수많은 사람들이 귓가에 속삭여요. 자기가 했던 실수와 잘못들로 어둠속으로 추락시키려고 해요. 맞아요. 죽는다면 지옥으로 직행될 만한 인물이라는 건, 하지만- "씨발!" 도끼는 다시 내리찍히고. 마샤의 아버지도 머리가 쪼개지고. 빛은 조금씩 더 보여요. 조금씩.


마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수백개로 갈라지며 마샤의 앞길을 희미하게나 비춰줘요. 그렇지만 밝아지는 건 분명해요. 마샤는 늘 혼자였고, 늘 어둠속에서 자기가 소중하게 숨겼던 것이 아무리 희미해지더라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빛이 희미하다는 건 오히려 축복이죠. 마샤는 빛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샤는 빛을 향해 뛰쳐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넘어졌죠.


하드렐린은 발목을 잡고. 자신에게 물어요.


그렇게 해서 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해서 언니가 다른 사람들을 도구로 사용되는 걸 용서받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살아서 만약 잘 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마샤는 도끼를 고쳐들고 다시 일어난 다음. 마지막으로 앞을 막고 있던, 빛이 보이는 곳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게 내가 두고 볼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요. 그게 내가 지금 멈출 이유 같은 건 되지 않는다고요. 하루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가고,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쓰고, 내가 이룬 소중한 유산들과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 질문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 "씨발!" - 도끼는 장애물을 완전히 아작내고 마샤는 박살난 장애물을 보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지금..


뿌연 빛에서 쏟아지는 광원으로 바뀌며 마샤는 눈부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부축을 받지 않고 터덜터덜. 도끼를 왼손에 대충 들고 바깥으로 걸어나갔죠. 평소라면 단정했을 붉은색으로 바뀐 셔츠도, 피자국이 묻은 초록색 브래치도, 헝클어진 검은색 생머리도. 얼굴에 묻은 피도. 피에 찌든 바지도, 왼쪽에 들고 있는 도끼도 그냥 신경쓰지 않고 앞으로, 세상으로 나갔고.


마샤는 바깥의 풍경을 보며 생각하며 아까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것을 대답했어요.


왜냐하면 지금, 세상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슈가 마샤를 부축하려고 뛰어들려고 했지만, 바깥에는 수백명의 기자들이 근처에 깔려있었고. 게다가 개 중 한 명은 이미 카메라를 양각대를 펼쳐놓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나올 수 없었어요. 비록 사진을 찍는데 몇 분은 걸리겠지만 이미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하르델린은 그런 어려운 건 몰랐지만 자기가 뭘 해야할지는 알았기에 마샤에게 뛰쳐나갔어요. 미슈는 "하르델린씨!" 라고 말하며 말릴려고 했지만 늦었죠.


마샤가 도끼를 든체로 건물들의 잔해 위에 서고 아무것도 못한체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고요한 침묵을 하르델린이 박살냈어요. 하르델린은 마샤에게 뛰어들며 껴앉았고. 고개를 어깨에 파묻어줬어요. 마샤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초현실적이라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착각했어요. 하지만 만약 꿈이라면, 그렇지만 이게 정말로 이뤄질 미래라면.


거봐. 내 방법이 맞잖아.


그렇게 마샤는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웃으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울음이 나와서 하르델린을 껴앉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렇겠어요?


마샤가 고개를 들면 하르델린도 없고. 앞에서는 수백명의 기자들이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만을 바라보며 수첩을 들고 있을 뿐이고. 앞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요. 도끼를 들고 문짝을 부순 국무장관의 사진을 찍었죠. 마샤는 그 표정으로 뒤를 바라봤고. 어둠 속에는 미슈도, 하르델린도 여전히 있었어요.


네- 그것이 꿈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달콤했고, 현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말도 안 됐어요. 그래서 마샤가 할 수 있던 건 아까 그 감촉, 아니지. 그 꿈 속에서 빠져들어가 상상한 그 살갗과 따듯함만을 한번, 두번 되세이고. 하르델린이 지금 자기를 어떤 표정으로 보고 있는지 한번, 두번 되세이고. 세상이 자기를 어떤 눈으로 바라모고 있는지. 한번, 두번. 그렇게 마시며. 취해가고. 타협하고. 잊어간 끝에 이렇게 생각해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얻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목적은 달성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갈 차례라고. 속으로는 언젠간은 내 방법이 맞다고, 하르델린에게 말하며 안아줄 날을 기대하면서.


"마운티아 마샤, 국무 장관입니다." 도끼를 내려놓고 말했어요.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신다는 건 잘 알겠지만-"


마샤는 하르델린을 바라보곤.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 방법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만들어서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들어 주겠다고.


"그걸 설명하려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끝났어요. 수많은 플래쉬의 빛과 여전히 그늘 아래에서 나올 생각 없이 싸늘하게 언니를 바라보는 하르델린. 그리고 마샤로.


작가의말

기나긴 챕터 4, 그거 말 - 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쓰면서 가장 애착있는 챕터이며, 많은 변화를 줘봤어요. 특히 스토리텔링쪽에서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영광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는 아직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고, 이 페이스면 한 10년 후에나 완결이 나겠네요. 그 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명의 아일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52화는 이번주중 완성될 것 같아요. ;ㅁ ; 22.02.14 17 0 -
공지 분재를 가꾸는 마음으로... 21.09.10 33 0 -
공지 도망치면 안 돼! 라는 마음으로... 21.05.24 51 0 -
67 65화 - DESTROY_GHOST - 당신과 나의 끝과 시작 23.05.19 11 0 36쪽
66 65화 - DESTROY_GHOST - 캐놀라이나 블루스 23.03.04 12 0 66쪽
65 64화 - DESTROY_GHOST - 평화를 위한 전쟁 22.11.14 17 0 58쪽
64 63화 - DESTROY_GHOST-AFTER : 끝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22.08.16 19 0 50쪽
63 62화 - RESTORE_GHOST-AFTER : 동상N몽 22.07.30 25 0 71쪽
62 62화 - RESTORE_GHOST - EP-7 행복을 위한 유예 22.07.15 20 0 70쪽
61 61화 - RESTORE_GHOST - EP-6 유령들 22.07.02 18 0 65쪽
60 60화 - RESTORE_GHOST - EP-5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는 것들 22.06.18 22 0 91쪽
59 59화 - RESTORE_GHOST - EP-4 가장자리에서 22.06.02 21 0 79쪽
58 58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4 22.05.17 21 0 89쪽
57 57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3 22.05.02 21 0 71쪽
56 56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2 22.04.14 22 0 108쪽
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4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50 0 113쪽
51 51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29 24 0 75쪽
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20 0 81쪽
49 49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을 잃은 사람 21.12.31 20 0 67쪽
48 48화 - 그거, 당연히 말이 되죠! 21.12.17 23 0 57쪽
»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5 0 75쪽
46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4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44 44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2 21.10.23 25 0 46쪽
43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5 0 35쪽
42 42화 - 그거 말... - 이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들 21.10.01 23 0 52쪽
41 41화 - 그거 말... - 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PART2 21.09.15 28 0 6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