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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여명의 아일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21.05.24 19:47
최근연재일 :
2023.05.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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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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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DUMMY

보스는 그렇게 말하는 아크라이트 알렉스를 보고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말했죠. "저기. 혹시 저희 어디서 뵈었던가요."


아크라이트 알렉스가 말했어요. "음. 혹시 연구소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까?"


"제가 일자 무식이라서 그런 건 봐도 모를 듯하여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럼 본 적 없으실 겁니다. 만난 일이 거기 밖에 없었을테니까요."


옆에 있던 협회장이 말했어요. "혹시 모르지요. 세브란스님. 저희와 아주 각별한 사이이기도 하고, 또 저희 우정이 하루 이틀입니까? 연구소에만 계속 지내던 이 친구를 한번쯤 스쳐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사실상, 저희의 또다른 가족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소장님. 어우. 부끄럽네요. 저는 그저 - " 피를 팔아서 돈을 좀 만지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말하면 농담 투로 안들릴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죠. "여러분의 목적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이 친구는 목적이 뭔지 모르고 있죠. 뭐. 적당히 빈민 구호 그런 거 아닌가? 사실 문서도 넘겨줬는데. 그런 문서는 원래 변호사들이나 보는거라고요. 보험 약관마냥 적혀있는 그걸 왜 보겠어요. 그 시간에 비공정 하나 더 털고 말지. 그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던 보스였답니다.


"세브란스님 같은 사람이 몇 명만 더 있었으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텐데요." 협회장은 차를 들이키곤. "아. 그런데 저는 이제 소장이 아닙니다. 소장은 이제 이 친구에요." 그 말을 들은 보스는 아크라이트 알렉스의 눈을 가장 먼저 확인했어요. 붉은 색이 아니고.. 그 다음은 외형을요. 고블린도 아닌데. 소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인간 종족이 가져도 되는건가? 내가 모르는 다른 게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이 가득한 표정과. 그럼 이제 너는 짤린거냐? 그 의문도 섞인 표정을 지어보였어요.


"진정하세요. 저는 이제 소장이 아니라 블라브라 협회의 협회장이 되었고, 이 분이 마운티아 공화국과 마운티아 연방을 싫어하시는 정도는, 제가 겨우 발끝이나 따라갈만큼 증오하시니까요. 빌어먹을 의회에 앉아있는 블라드라 변절자 새끼들하고는 아예 비교자체가 안되고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말입니다. 알렉스 소장님?"


"우리에게 중요한 건 종족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참 알렉스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뱉곤, 잠시 뜸을 들인 다음 계속 말했어요. "물론 종족마다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어떤 걸 잃었는지, 어떤 것을 빼았겼는지. 어떤 이는 가족을 빼았기고, 어떤 이는 집을, 어떤 이는 생명을 빼았겼겠습니다만. 이 곳에 뭉친 우리 모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한 폭력은 얼마나 잔혹하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다들 의식적으로던 무의식적으로던 깨닫고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의 권리같은 건 소위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는 사람들 앞에 무시당합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쁘지요. 그들이 다수를 위해 일한다는 명목으로 원주민들의 땅을 총칼로 짓밟고. 퇴역군인들을 군인들로 밀어버리고, 연금을 날려도 그들은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벌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겠지요. 그 사람들을 지지한 다수들은 어디서 온건지도 모르는 돈과 땅을 받고 행복해야하겠지요. 그리고 그 사람을 또 뽑고, 그 사람의 단물이 다 빠질 쯤에서야. 보상받을 사람들이 다 죽은 후에야, 자기들이 먹은 걸 다 소화한 다음에야 그 사람을 비난할겁니다."


"그들은 대가 없는 보상을 바라고, 정치인들은 그걸 소수자를 핍박하여. 피자국을 대충 지운 다음. 대가 없는 보상이라고 거짓말하지요. 그리고 그들은 책임 없는 정의를 바라고. 그래서 자기들이 책임지지 않을 때쯤에야 비난합니다. "


"그게 지금까지 봐온 이 국가의 정치체계이며. 이 국가의 소위 '다수정'이며. 저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미뤄왔던 대가를 정산시키고. 그들에게 밀어 왔던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해서 이 분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의심이 풀렸습니까?"


세브란스는 그냥 신기해서 봤더만 도대체 왜 저새끼는 급발진해서 나한테 저 지랄을 할까 너무나도 서글퍼라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걸 애써 숨기기 위해서 질문 하나를 했어요. "그렇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리고 말하지 않았죠. 세브란스는 이제서야 한 가지 생각이 더 스쳐갔어요 - 이런 씨발. 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누굴 도와주고 있던거지? 나는 그냥 도둑인데 언제부터 이런 싸이코 새끼들이랑 한 배를 타게 된거야? 협회장은 그런 표정을 빠르게 읽고 최대한 빠르게 말했어요. "하하하! 하하~ 하하하! 자자. 서로 긴장도 좀 풀렸으니, 일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물론 긴장이 풀렸다는 건 정말 빈말이었죠. 자기도 저 빌어먹을 알렉스 새끼를 연구소에 가둬놨어야 했는데. 문제는 오늘은 피에 대한 검수도 해야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제 소장자리 까지 올라갔으면 대외 활동도 좀 하라는 뉘앙스로 앉혀놨더만. 바로 우리 친구를 겁먹여버렸네요.


세브란스는 여기서 취소야 취소라고 하면 저 싸이코패스 두 명이 권총을 꺼내 자기 머리를 날려버린 다음 마운티아 공화국! 폭발해라! 하면서 자폭을 할 것을 너무나도 두려워 했기에.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어요. "아. 네. 일. 일. 네. 그거. 그..."


"피 1만 5천리터." 아크라이트 알렉스가 말했어요. "그거 좀 봅시다."


"네. 그거. 보여드려야죠. 저택 지하 3층에 보관중입니다. 따라오시지요." 세브란스는 호다다닥 일어나서 앞장섰어요. 저 새끼들이랑 좀 멀어져야 진정이 될 것 같군요. 자기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저 새끼들이 하는 게 불쌍한 블라드라들을 구호하는 활동이 아니라 이 나라를 뒤짚어 엎을 계획을 말한 것 같은데. 아이고. 멍청한 나. 부보스가 한번 읽어보라고 할 때 그냥 좀 읽을 걸! 마운티아 연방이 사라지면 나는 그럼 어디를 털어야하지? 이샤라이나에 이민 신청 넣어야 하나? 보스는 그런 복잡한 심경을 홀로 안고는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는 와중 아크라이트 메르힌, 카이디, 하르델린은 지하 창고에서 팔이 묶인체 있었죠. 아. 카이디는 보스가 친절히 입막음 테이프까지 붙여줬기에. 입이 막혀있었고요. 그 친구들은 뭘 하고 있었냐면..


"으브브븝! 으븝!"


"배고프다고요? 카이디씨? 저도 고파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으브븝! 으븝!" 하르델린의 옆에 있던 카이디는 고개를 새차게 흔들며 메르힌에게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메르힌은 살짝 보더만 썩은 미소를 한번 주곤 그냥 무시했어요. 카이디는 비참한 심정이었죠. 지금까지 있었던 동료애는 어디로 간거지?


그 다음에 카이디는 자기 눈 앞에 있던 광경을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었어요. 거기에는 초록색 괴물이 있었죠. 하르델린이. 아주 위험한 표정으로 자기에게 점점 얼굴을 들이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오. 에어조라이시여! 십일조 성실히 내겠습니다! 부디 목숨만을!


"자. 카이디씨... 어쩔 수 없다고요. 입에 막힌 테이프를 때보자고요! 고개를 그리 격렬하게 돌리지 말고요~" 하르델린이 위험한 표정으로 카이디의 얼굴에 얼굴을 점점 가까이 댔어요. 하르델린은 여성치고 신장이 좀 큰편이었고, 카이디는 라라유치고도 신장이 좀 작은편이었죠. 그래서 둘의 키차이가 머리 하나 이상 차이 났어요. 물론 카이디가 더 작았죠.


"으으으으브븝!"


"싫어도 할 수 없다고요? 자자. 빨리 끝내고 두근거리는 일을 해봐요."


"하르델린씨는 단어를 좀 더 직접적으로 바꿔야 듣는 제가 좀 덜 오글거릴 것 같아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런던가 말던가 하르델린은 점점 더 다가갔고 카이디는 운명을 받아드릴 준비를 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 외에 자기 입의 테이프를 뚫을 방법이 없고, 또한 지금 자기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도 알리기 위해서는 이정도 희생쯤이야...


좀 부끄러웠지만요. 카이디는. 하르델린은 이빨로 카이디의 볼과 테이프를 동시에 물었고. 카이디는 오 맙소사 인육을 먹는군 내 저럴줄 아아악- 아파! 테이프 더럽게 딴딴하게 "으아아아아악ㄲㄱ", "시잇. 크이디씨. 너무 시끄러버오." 하르델린은 이빨로 테이프를 문체로 그렇게 말했어요. 입술이 닿일 거리에서 이런 아슬아슬한 장면이라니. 너무 설래지 않나요? 게다가 여기서 입술이 닿이면 첫 키스인데. 이야. 진짜 너무 스릴이 넘쳐요. 정말, 납치 당하길 잘했다니까!


하르델린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런 생각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는 눈동자를 보여주자 카이디는 그만, 호랑이 앞에 놓여진 불쌍한 먹이감마냥 얼어붙었어요. 하지만 하르델린은 스릴을 즐기고 싶었던거지 사랑을 즐길 마음은 없었기에 실제로 닿는 일은 없었고. 다만 서로의 호흡만 좀 닿았죠. 카이디는 '생리학적으로' 두근거릴 수 밖에 없다고 계속 생각했고, 그 생각이 들때마다 저 싸이코 마운티아 가의 딸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상기했어요. 하르델린은 자기가 '스릴을 즐기고 있기에' 두근거리고 있다고 믿었죠.


그 끈적한 테이프가. 카이디의 반대쪽 뺨까지 때어나갈 때서야 하르델린은 조용히 물러났고. 카이디는 숨이 덜컥 내려앉을 수 있었어요. 메르힌은 저 둘을 보고 꼴깝떤다라고 생각을 했죠. 한명은 흔들다리에서 연설할 사람이고, 한명은 흔들다리를 흔들사람인데. 가만. 생각보다 어울리지 않나? 메르힌은 자기 혼자 망상을 하는 동안 카이디는 정신을 복구한 다음 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 말했어요. "메르힌! 하르델린! 큰일 났어!"


하르델린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테이프를 문걸 옆에 톡하고 내려놓고. 새로운 일이라니. 너무 설래잖아. 그 설램으로 다른 설램을 덮어버린 다음 말했어요. "큰일이라! 좋네요."


"뭔데요?" 메르힌이 말했죠.


"이걸 풀어달라고 설득해야할 경비새끼가 술마시러 갔어! 어쩌지? 이렇게 경비가 해이하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카이디는 난감한 표정을 짓곤 저기 바에서 바텐더를 꼬시면서 술마시는 경비를 노려봤어요. 성실하게 근무를 서야 자기가 어떻게든 해볼텐데. 그냥 술이나 마시러가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밧줄에게 설득을 한다음 스스로 풀려라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이 쓸때없이 실용적인 새끼들은 그런 수천 마운티아 골드짜리 마법 밧줄이 아니라, 철물점에서 살 수 있는 1마운티아 골드짜리 튼튼한 밧줄을 샀다는 거에요. 낭만 없는 새끼들! 카이디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런. 하르델린씨는 뭐 없으신가요?" 메르힌이 말횄어요.


"석냥이 있답니다! 그리고 화염 마법을 배워뒀지요!"


하르델린은 아주아주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메르힌을 바라봤어요. 메르힌은. "솔직히 하르델린님."


"네. 메르힌님!"


"지금 손에 주머니 칼이 있더라도 석냥이랑 화염 마법밖에 없다고 할거죠?"


"네!"


하르델린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어요. 카이디가 말했어요. "까짓것 한번 불을 질러보자고! 죽기야 하겠어?" 하르델린이 보탰죠. "맞아요! 맞아요! 메르힌님. 카이디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잖아요. 이제 2대 1이에요! 한번 해봐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카이디씨. 사람은 불에 타면 죽어요. 하르델린님. 혹시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걸 투표로 정했는데, 그게 찬성이 더 많으면 뛰어내리실 ... "


"그걸 질문이라고 하셨나요? 당연히 뛰어내리죠!" 하르델린은 왜 그딴 걸 묻냐, 당연한 게 아니냐라는 표정을 지었어요.


"말을 말아야지! 안돼요! 안돼!"


카이디가 말했어요. "메르힌!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그리고 미친놈들아! 여기 창고잖아요! 탈 게 천지라고! 다 죽을 생각이에요!?" 메르힌은 옆에 있는 알콜 45퍼센트 위스키와 나무 상자와 술들을 바라보곤 말했어요.


"에이. 석냥이잖아? 응? 밧줄만 딱 마법처럼 탈거라고." 카이디가 말했고.


"맞아요. 밧줄만 아슬아슬하게... 살갗을 살짝 스쳐지나가며 탈거라고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카이디씨. 하르델린씨한테 전염당했어요? 왜 그런 판단을 내리세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옷도 타고 여기 저택도 타고 우리가 처음했던 그 빌어먹을 광산처럼 이 저택의 뚜겅이 열려서 다 폭발한다는 사실이 굳이 계시를 안 받아도 그냥 뻔하게 보이는 구만! "


"메르힌! 너야 말로 왜 그래? 난 여기서 의뢰 실패하면 내 인생은 거기까지라고. 의뢰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던 하던 그 메르힌 어디갔어? 사람 목을 360도로 꺾던 그 메르힌은 어딨냐고! 빨리 원래대로 돌아와서 메르힌과 친구들로 돌아가자!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그 메르힌과 친구들로!"


"아아아아아아! 카이디씨! 너무 멋져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어쩜 그런 달콤한 말을! 어떻게 그런 멋진 말을!"


"오. 에어조라이시여. 왜 저를 이딴 고난에 들이시는 것인가요! 차라리 좀 더 극적인 고난을 주던가! 밧줄풀려고 자기 손목에 불지르는 걸 왜 고민 소재르 주신거냐고요! 이딴 걸 왜-"


"메르힌! 조용히 해! 그러다가 들킨다고!" 카이디가 소리쳤어요.


"맞아요! 메르힌님! 빨리 질러버리자고요!" 하르델린이 외쳤어요.


그러자 바텐더를 꼬시던 경비는 저 미친놈들이 왜 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지 궁금해서 슬그머니 오고 있고, 메르힌은 그걸 보고 있고, 하르델린은 아주 기뻐하고 있고. 카이디는. "하르델린!"


"네! 카이디님!"


"메르힌? 한다? 한다?"


"당신들은 모두 개새끼들이에요! 개새끼들! 그래요! 한번 해보자고요!"


"좋아. 하르델린. 질러! 질러버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성냥이! 오오오! 성냥에 불이 붙었어요! 와! 제 드래스 손목 부분에 살짝 옮겨 붙었는데요!" 하르델린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서든 밧줄에 성냥을 닿게하려고 하지만, 일단 초록초록 드레스 옷 소매에 먼저 닿았어요. 천천히 타기 시작했고. 경비는 다가오고. 하르델린은 눈이 빙글빙글 돌며 기뻐하고.


"악! 별일이야 생기겠어요?! 그냥 이미 질러버린거! 걍 밧줄에 집어던져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러다가 옷부터 다 태워먹겠구만!"


"그거 좋은 생각이야. 메르힌. 이제 좀 첫 임무의 메르힌 같구만." 카이디가 말했어요. 하르델린은. "던져요?! 던져요! 꺄아아악! 우와! 밧줄이 탄다! 제 손목도 좀 타요!" 하르델린의 손목을 묶고있던 밧줄은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슬슬 손목이 탈 것 같을 때쯤 하르델린의 완력으로도 밧줄을 아작낼 수 있었어요. 하르델린은 손목을 빠르게 바닥에 비볐고. 메르힌에게도 똑같은 짓을 해줬으며. 그 때쯤 경비가. "저기 포로 여러분. 아직 밥 시간까지 멀었는데 왜 자기 손목에 불질을 하는 거에요 이 미친새끼들아 거기 술 보관손데 왜 불질을 해-", "메르힌킥! 하! 다음 대사를 짓껄어보시지! 어떠냐!" 불쌍한 경비는 속박에서 풀려난 메르힌에게 그만 얻어맞고 뻗어버렸어요. 그 다음은 카이디였고. 카이디도 손목이 좀 시큼거리는 걸 빼곤 아주 괜찮았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의기양양해졌죠.


"봐봐. 메르힌.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너무 걱정이 심하면 경찰을 했어야지 왜 모험가를 했겠어?"


메르힌은 손목도 풀렸고 한놈 쓰러트렸다라는 쾌감이 나름 괜찮아서. "그러게요. 어우. 진작 했으면 이 건물을 벌써 재패했을텐데요."


"그렇지.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고, 지상으로 돌아가면..."


"카드레 새끼 한대 패고."


"그렇지. 나도 한 대 팰거야."


"저는 사랑의 포옹을 한번 해줄거에요. 완전 죽이는 상황 아니었어요?"


"우리가 죽게 생길 상황이긴 했었어." 카이디가 하르델린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그거 말고. 아르크는 그냥 골로 간건가? 착한 친구였는데."


"아르크가 어떻게 죽겠어요? 걔는 죽어서 지옥이던 천국이던, 어디로 가던 반품 딱지를 받을 친구라고요. 악마던 신이던 어떻게서든 그 미친 놈한테는 그냥 놀림거리죠. 죽으면 오히려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는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메르힌은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말했죠.


카이디가 말했어요."그래. 아르크도 옆에 있겠구만. 그럼 지상에 내려가기만 하면 우리는 5인 파티가 되는거야. 나는 재무 회계직으로 빠지고. 우리 하르델린이 내 자리를 대체하는거지. 그럼 현장직 4명에 사무직 1명. 20퍼센트씩 나누면 완벽한 파티인거야. 이야. 상상만 해도 죽이지 않아?"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카이디씨가 사무직이요?"


"농담이야. 취소할게."


"맞아요. 우리 재무 회계 할 게 뭐있다고요. 돈 받으면 아르크 그 새끼는 도박장이랑 술집가서 꼴아박고, 저는 백마도사 협회에 기부하고. 카이디씨는?"


"나는 저축해. 미래를 대비하는거지."


"그래요. 카드레씨는 그 아직 사귀지도 않는 카드레씨의 그분을 위해 결혼 지참금을 모으는 미친 짓을 하고 있고."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그건 좀 무섭네요. 미친거 아니에요?"


"그러게요. 하르델린님. 아. 그런데 하르델린님."


"네!"


"이 의뢰... 가 하르델린님을 구출하는건데요. " 메르힌은 여기서 멈추면 하르델린이 다시 결혼하러 갈꺼라고 우길 것 같아 쫄아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했죠. "물론 그 놈팽이 자식한테로부터 바깥에서 빼 달라고만 했어요. 그 가증스러운 언니분의 부하인 가증스러운 미슈라는 분이랑 한 계약이죠.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의뢰에서 의뢰금을 받으실건가요? 저야 꼭 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하르델린님이... 그런 돈은 안받는다고 하실까봐요. 왜. 원한 관계인이잖아요." 메르힌은 꿈틀거리던 경비를 한번 밟곤. "조용히 해요! 돈 이야기 하고 있잖아!" 라고 말했어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메르힌님! 돈은 모두 마운티아 중앙 은행의 윤전기에서 태어났는데, 잠시 누군가에게 스쳐지나간다고 돈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답니다." 미치도록 논리적인 의견이었죠. 메르힌은 혀를 찼어요. 왜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저런 침착함이 나오는거야?


"좋아. 하르델린. 그러면 이제 제대로 일을 해보자고. 지금까지 메르힌과 친구들은 그냥 준비 운동이었을 뿐이니까. 의뢰금받을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해." 하르델린이 아주 반짝이는 눈으로 카이디를 바라봤죠. 카이디는 계속 말했어요. "자. 봐. 우리가 사실 예전에... 그러니까 너를 비공정에 태우기 전. 한 2시간 됐나?"


"2시간이 6주 같았지만, 제 시계가 고장난 게 아니라면 그렇다네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래. 2시간 전! 우리는 너의 결혼식을 완전히 조져버리기 위해서."


"한번만 더 말해봐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카이디는 내가 뭘 잘못 말했나라고 생각했다가. "완전히. 조져버리기. 위해서." 일단 한번 더 말해줬죠, 뭐가 문제라는거- 아. 좀 과격하긴 했네. 그런데 이런거가지고 트집잡다니 정말 소녀틱하구...


만. 이라고 생각하던 카이디의 생각은 하르델린의 표정을 보고 지울 수 밖에 없었죠. 저 미친년이 그걸 보고 얼굴을 붉히더니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부끄러워 하는 게 아니겠어요? 오. 내가 뭘 보고 있는거야. "좋아. 기뻐하는 것 같아 기쁘네. 아무튼. 완전히 조져버리기 위해서.", "아아... 그렇죠... 완전히 조져버리셨어요.."


메르힌은 카이디를 참 실망한 표정을 바라보고. 카이디는. "너도 같이 조진거야! 같이 조졌다고!" 라고 말한 다음. "아무튼! 그래. 내가 조졌다. 조졌어! 그걸 위해서 우리는 이 집의 구조를 완벽하게 분석했지."


"프로페셔널 모험가 같이요. 우리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던 완벽한 대책을 새울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모았어요."


"아하. 그 결과가 불타는 비공정에서 용의 머리를 타고 지상까지 추락하다가 여기 갇혀버리는거였군요!" 하르델린은 순수한 눈동자로 완전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어줬어요. 메르힌은 저 새끼는 저 표정을 짓는 걸로 나를 더 엿먹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일부로 저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게 사실이던 아니던 굳이 말해서 손해보는 건 나밖에 없잖아라는 생각을 한 다음에요. "훌륭해요. 저희 파티의 모든 걸 이미 이해하셨군요. 저희는 늘 치밀한 계산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고요."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 우리 리-더의 말처럼. 여기로 다시 돌아온 이상, 우리는 PLAN-Z를 가동한다. 여기서 낙하산을 구한 다음 뛰어내리는 거야. 그리고 지상에서 늑대 무리의 통솔을 이끌어 낸 다음. 도시로 복귀해서 걔네들을 동물원에 팔아넘기는거지. 그걸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카이디가 말했어요.


"그런데 카이디씨. 궁금한게 있는데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어느 동물원이 늑대를 사나요? 그런 동물원은 본 적이 없어서요."


"하." 카이디가 말했어요. "역시 그걸 물어볼 줄 알았어! 좋아. 계획엔 문제가 없겠구만. 그냥 숨쉬는 것보다 당연하게 늑대 무리의 통솔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으로 못할 게 뭐가 있겠어? 자. 리더."


"좋아요. PLAN-Z, ZOMBIE 계획. 작전명: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메르힌과 친구들, 지금...", "아아악!" 메르힌에게 밟혀있던 간수가 말했어요.


"아! 좀! 지금 멋진 장면이잖아요! 이 장면에서까지 방해를 해야겠어요? 끝나고 방해해요!"


"이 미친놈들아! 불나고 있잖아! 그냥 씨발 뒤에서 활활 지옥불이 열였구만 뭔 수다를 떨고 있어 이 싸이코패스쌔끼들아!"


간수가 그렇게 외치자, 메르힌과 친구들은 자기들이 안보고 있던 방향 - 아까까지 묶여있던 곳을 바라봤는데. 아하. 밧줄의 잔해가 불을 옮겨 붙여버렸고, 거기 붙인 곳이 마침 위스키 통이고... 5통? 병도 몇개 있네요.


PLAN-D, DEAD 계획. 작전명 : 지옥으로 가는 메르힌과 친구들. 지금 시작합니다.


메르힌과 도적때는 지들이 지른 불이 옷을 좀 몇번 휙휙 휘두른다고 꺼질 규모가 아니라는 걸 직감하자마자, 메르힌은 일단 바닥에 쓰러진 간수를 문밖으로 던졌으며. 카이디는 하르델린에게 손짓한 다음 위스키 병을 몇개 챙기고 아직 안 탄 밧줄을 잘라 위스키에 집어 넣는 걸 했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카이디님!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카이디가 말했어요. "왜?! 무슨 문제 있어?"


"밧줄은 너무 두꺼워서 잘 안 들어간다고요! 끝부분을 적셔야죠! 여기 티슈 많구만! 이걸로 하세요! 빨리!"


카이디가 말했어요. "아. 그렇구만."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대학교에 입학 한 것 같아요! 신난다!"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리고 사람한테는 던지지 마세요. 알겠죠? 사람 없는 쪽에 던져서 불을 활활 번지게 하는 거에요. "


"그런데 메르힌님. 저희 계획이 뭔가요?"


"일단 불을 지르고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메르힌은 위스키 3잔을 손에 들고. 하나는 옆에 활활 타고 있는 위스키 통에 살짝 붙여 불을 붙이고. 문을 발로 까서 연 다음. 이 곳에 있던 6명이 모두 자기를 보자 이렇게 말했어요.


"죽기 싫으면 알아서 꺼져요!" 그 다음 딱히 기다리지 않고 바탠더 뒤의 술장에 화염병을 집어던졌어요. 불은 곧 바로 활활 타들어갔고. 바텐더는 곧바로 닷지를 했죠. 하지만 나머지 5명은 싸울 생각이 있어보였는데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뒤에 두명. 눈이 이글이글 타며 환희를 느끼는 하르델린과 오늘 점심 뭐먹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법한 표정을 지은 카이디가 메르힌의 뒤에서 등장했고.


이들은 메르힌과 달리 예의상의 말도 없이 양손에 화염병을 집은 다음 그냥 사람 없는 곳에 던졌어요. 삽시간에 불은 사람이 있는 곳까지 번졌죠. 개중 2명은 이 장면을 보고 나서야 저 새끼들은 이성이라는 게 없다는 생각을 했기에 빠르게 도주를 했어요. 하지만 3명은 이곳을 끝까지 지켜서, 보스에게 저런 싸이코패스들을 영접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셨죠. 문제는 저택에 출입할 때는 무기를 압수하기 때문에 대응할만한 무기가 없다는 거에요. 저 싸이코패스들은 세상을 불지옥으로 바꾸고 있는데, 자기들은 안전을 위해 무기가 압수되었단 이 말이죠. 게다가 보세요. 간수 새끼는 저 새끼한테 뇌물을 처먹었나, 왜 창고 앞에 저 개새끼들의 무기를 전시해둔거야?


화염병을 한번씩 던진 친구들은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는 병사들을 비웃듯. 원래 소지품을 되찾았어요.


"아. 이 샷건. 이 무거운 촉감. 정말 그리웠어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스태프! 이걸로 사람들을 잔뜩 구할거에요!" 화염병을 가장 앞장서서 던진 메르힌이 말했어요.


"오. 볼펜. 그리고 내 수첩. 이제 전략을 짤 수 있겠어." 전략이라고 할법한 게 없는 카이디가 말했어요.


"빨리! 저 새끼들이 방심하는 동안 여길 지켜야 한다! 보스에게 저 놈들을 가게 해서는 안돼!" 3명 중 한 명이 그렇게 외쳤고. 그들에게도 변변한 무기가 생겼어요. 술장에서 아직 안 탄 술을 꺼낸다음 메르힌과 친구들의 방법처럼 화염병으로 만드는 거죠.


"잠깐만요! 그럼 불이 더 크게 난다고요! 하지 마세요!" 메르힌은 화염병에 불을 붙이고는 말했어요.


"저 사악한 사람들! " 하르델린이 샷건을 쐈고. 불쌍하게도 화염병을 들고 있던 사람의 손목은 아작났어요. 불행중 다행으로 아직 불은 안 붙였었지만, 문제는 불은 온 사방에 있다는거죠. 이제 방의 절반은 불타오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은 마지막 방법으로 불 앞에 결연히 섰고. 인간미 없는 메르힌과 친구들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았죠.


"이 잔혹한 새끼들. 죽일 태면 죽여라! 우리의 의지는 하늘에서 더 높게 빛날것이다." 카이디는. "메르힌! 그냥 태워버리자! 말이 안 통하는군.", "안돼요. 카이디씨. 우리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요.", "메르힌님은 스스로 역경을 만드시는 스타일이시군요! 멋져요!"


그 말에 다른 두명도 술을 자기 머리 위에 들이부어버린 다음. 출구에 섰어요. 너희들은 못 지나간다. 우리를 죽이고 지나가라. 그런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눈빛이었죠. 하지만 메르힌은 그런 위기에도 사람을 살리는 걸 일로 하던 사람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보인 한 상자가 있었어요.


이 곳은 하늘 위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건물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그 가능성을 무시하고 그냥 건물만 덜렁 올리면 됐지만. 그래서 몇십명이 공중에서 추락하여 죽고 나서야 부랴부랴 만든 '공중건물산업안전 기준법'이 있었죠. 지상으로부터 3M이상 떨어져있는 건물은 모두 각층마다 낙하산을 구비하라는거였어요. 메르힌이 본 건 그게 구비되어있는 상자였죠. 이야. 비록 무법자들이지만 지들 안전에는 법을 챙기는군요. 대단해. 메르힌이 생각했어요. 그 다음 한 일은. 그 상자를 연 다음. 낙하산을 3개 들고 온 다음. "하르델린. 카이디. 저 새끼 잡아요." 아까 결연한 의지를 한 사람을 가리키고는 말했어요.


"안돼! 이거 놔! 이 미친놈들.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힘빼요. 힘빼. 안 아플거에요!" 하르델린은 지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맞아! 백마도사라고. 사람을 치료하는 사..."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는데. 메르힌이 스태프로, 통 유리창을 하나 아작내버린 게 아니겠어요? 덕분에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불은 더 번지기 시작했죠. 출구에 서있던 두 명은 슬그머니 불길을 피하느냐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고요. 그래서 공포에 질린 한 사람만이 다가오는 메르힌을 영접했어요.


메르힌은. "팔 잡아요. 카이디 왼팔. 하르델린 오른팔.", "하지마! 뭘 하려는거야! 안 뛰어내릴거다! 시체로 끌고 가야할거야!", "힘빼! 힘빼!"


메르힌은 대충 그 사람에 어깨에 낙하산을 걸쳐준 다음. 자기 어깨에 그 사람을 들어버린 다음.


"오른쪽 고리. 땡겨요?" 라고 말하고 대답같은 건 들을 필요 없다는 듯 매치기로 그 사람을 창밖으로 집어던져버렸어요. 여기는 구름이 아래에 보이는 곳이었는데 말이죠.


나머지 두 사람은 자기들이 지금 어디에 서있고 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저 사람들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막 깨달았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이미 오고 있었고. 이미 늦었죠.


한편, 우리의 보스는 적당히 이 사람들에게 신뢰와 자기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만약 모든 일이 그르쳤을 때 나를 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나는 너희들에게 성실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너희들이 만들어준 이 저택은 아주 좋다라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 두루두루 저택의 모든 부분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잠시 처연하고 끔찍한 비명이 들리긴 했지만 우리 보스는 그게 우리 전통이라고 얼버부려서 잘 넘어갔죠. 아무튼, 그래서 본론인 지하 3층을 보기 직전인 지하 2층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기 위해. 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어요. 저 퉁명스러운 아크라이트 알렉스를 좀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도 이 곳은 아주 중요했기에 좀 길었죠.


"이 곳은 자유로운 비적들의 휴식 공간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라운지에. 퉁명스러운 바탠더를 세워놔서 심심하면 대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죠. 특히 저희는 종족과 성별, 국경마저 초월했기에 남성 여성 바텐더는 물론 종족별 바텐더도 한 명씩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 남성 바텐더와 여성 바텐더가 있겠군요. 아니지. 남성 바텐더는 오늘 휴가 갔었나

? 아무튼, 그런 사람들이 일로 지친 친구들과 열심히 놉니다. 그리고 취향에 따라 술도 만들어주지요. 얼마나 그 술이 맛있는지 상상도 못하실겁니다! 고농도 위스키부터 무알콜 맥주까지. 모든 도수의 모든 술이 마련되어 있지요. 부디 이로써 저희가 얼마나 저희 사람들에게 열심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듣다 못해 말했어요. "그런데 어디서 타는 냄세 안납니까?"


"아! 그건 고농도 술을 증류할때 나는 냄세일테죠. 전문가이시군요. 알렉스님. 여기서 일하기 전에 술 한잔이나 한번 걸치고.."


"일할 때는 술 안마십니다."


"하하! 그럼요! 저도 일할 때는 술을 안 마십니다. 하지만 말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알렉스씨. 술 한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세브린스님. 성의에 감사드리죠. 자. 빨리 한 잔 걸치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빨리요!"


"자. 그러면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우리의 자랑, 우리의 문화를 자랑하는... 2층 라운지입니다!"


손잡이가 좀 뜨거웠지만 신경 안 쓰고 연 문에는, 모든 곳이 불타고 있고 한명은 3명에게 머리 어꺠 무릎 발이 잡혀 비명을 지르며 박살난 창문으로 끌려가다가 어떻게 기둥을 잡고 버텼는데. 뭔 이상한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그 사람의 종아리를 잡고 빙글빙글 던진 다음 창밖으로 집어던지는 풍경이 있었어요.


세브란스는 문을 닫았죠.


"저게 뭡니까?" 알렉스가 말했어요. "저게 대체 뭡니까?"


"아. 그. 알렉스님. 어.. 그리고 협회장님. 좀 충격적이라는 건 공감합니다만. 저건 저희의 전통... 어... 그래! 그거. 그거요. 그..."


"그게 뭐지요?" 협회장은 제발 납득가능한 말을 내뱉길 기대하며 바라봤어요. "도대체 뭡니까?"


"그래! 그그그.. 쥐불놀이입니다. 쥐를 불태우기 위해 집을 불태우는 놀이죠. 가끔 쥐가 들끌때마다 저렇게 한번씩 싹다 태워버립니다. 안전을 위해서 사람을 창밖에 던져서 대피시키고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아시는겁니까?" 알렉스가 말했어요.


"물론이죠! 알렉스님. 근무중에 무슨 라운집니까? 태만한 새끼들이나 가는 곳이죠. 일이나 하러갑시다." 세브란스가 말했어요. 딱히 둘은 거기에 반박할 말이 없기에 지하 3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세브란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좆됐음을 직감했어요. 쥐불놀이라니 그 딴 거 없는데 도대체 저 미친 새끼들은 왜 저러고 있는걸까? 그런데 아까 뒷 모습이 나를 질질 끌고 가던 그 새끼랑 좀 닮았던 것 같은데, 아직도 총알을 맞은 한 쪽 다리가 절뚝거리는 것 같은데. 보스는 그런 심란함을 품고는, 지하 3층. 문앞을 지키는 경비에게 속삭였어요. "2층에 그 새끼들.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주겠나. 지금 불이 나고 있던데."


"불이요? 아. 어쩐지 천장이 좀 뜨겁더라고요." 경비가 말했어요. "몇몇 사람들이 지금 확인을 위해 뛰쳐나갔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보스는 그 말에 믿을만한 자기 부하들이라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2층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3명을 지상으로 내쫒은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그 동안 낙하산 보관함이 불길에 휩쌓여서 다 타버렸다는 거였죠. 메르힌과 도적때는 그제서야 자기들 원래 계획이 여기를 불로 정화한 다음에 천사 흉내내는 것들을 지상으로 집어던져버림으로써 신의 분노를 대신 전달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조용히 낙하산 매고 뛰어내린 다음에 늑대 무리의 통솔을 이끌어 수도로 처들어간다는 게 목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이미 사람은 집어 던졌고, 낙하산은 불타고 있고. 문에는 소방관 흉내내는 놈들이 소화기를 들고왔는데요. 4명이었죠. 카이디는 곧 바로 하르델린에게. "쏴!" 라고 말헀고. 하르델린의 산탄은 불을 끄러온 소방관들을 제압하기에 충분했어요.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탄창이 비어버렸어요! 쳇. 이렇게 많이 쏠 줄은 몰랐는데요!" 하르델린의 주특기인 샷건의 탄창이 비었다는 거였죠.


"그리고 메르힌. 이제 망할 계획은 뭐야? 여기를 다 불태워버리는거?"


"아니에요! 우리는 폭력을 그렇게 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고요."


"맞아요! 다 불태워버리자고요!" 하르델린은 화염병을 3개 정도 가방에 넣고 말했어요.


"저 분이랑 결혼할 분이 생기면 꼭 말씀해드려야겠네요. 이혼하시면 거 부동산 한채는 포기해야 한다고. 운이 나쁘면 목숨도 포기하고."


"영원한 사랑의 완성인거죠." 하르델린은 로맨틱한 표정을 지었어요. "역시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것이군요. 죽은 자는 후기를 못 남겨줄테니까! 아무튼. 하르델린씨. 파혼은 이혼이 아니고, 설령 이혼이라고 하더라도 저희 파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다른 분을 막 죽이시면 안돼요. 알겠죠?"


"그런데 메르힌님은. 어.." 하르델린은 주변을 둘러봤어요. 그냥 아주 불지옥이었죠! "이건 다른 이야기잖아요! 안 죽었어!" 카이디는 박살난 창가를 바라봤어요. 저기 사람들이 던져졌죠. "안 죽었다라...", "알아서 낙하산 펼치겠지! 안 펼치면 걔가 잘못한거라고요? 다들 일산화탄소 중독이라서 논리적인 생각을 못하고 계시군요! 자! 빨리 나갑시다!"


메르힌은 그렇게 말한 다음. 문 밖으로 나갔어요. 나가면서 소화기를 하나 집었죠. 카이디와 하르델린도 똑같이 집었고요. 그리고 그들이 나가고서야 저택에 종이 울렸어요. 왜 이렇게 늦게 울렸냐면, 메르힌이 저지른 그 끔찍한 광경을 본 도망친 사람이 충격에서 해어나오지 못했다가 친구들의 따뜻한 위로로 진정하여. 그녀의 끔찍한 악행을 증언하는데 성공했거든요. 그래서 소방대를 미리 파견했고, 뒤이어 체포조를 출동시켰어요. 그들의 목적은 설마 여기서 낙하산만 믿고 뛰어내릴 새끼는 없을태고. 자기들도 무서워서 못 뛰어내리는 데 걔네라고 가능하겠어요? 그러니. 그들은 아까와 같이 비공정을 탈취할거라고 생각하고는 매복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 판단 덕분에, 메르힌과 친구들이 더 활개칠 귀중한 시간을 벌어줬죠. 메르힌과 친구들이 지하 2층의 문 앞에 선 이후. 메르힌이 말했어요. "카이디씨. 하르델린씨. 저희 계획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요. 계속 가자고요. 어차피 모든 층에 낙하산이 하나씩은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지하 3층이나 1층으로 가서. 낙하산 챙기고. 이번에는 바로 창문을 깬 다음. 뛰어내리는거에요."


"불은요?"


"비상시로 쓰자고요. 상황이 위급하면 다 태워버린 다음에 뛰어 내리는거에요."


"좋아. 3층으로 가자. 우리가 이 난리를 피웠으니. 그 친구들이 몰려올거야. 몰려올테면 차라리 좀 더 걸리는 곳이 더 낫겠지."


그렇게 파멸적인 3명은 지하 3층으로 내려갔습니다.


평화로운 지하 3층은, 우리 보스가 멋들어지게 1.5만리터짜리 피 보관소를 보여주며 분위기가 꽤 괜찮아졌어요. 아크라이트 알렉스마저도 비록 저 친구가 일상적인 지능에는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적어도 일을 할 때는 꽤 제대로 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우리 하트리스 라이트, 블라드라 협회장님은 훨씬 더 기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일은 잘하고 허영심은 많은 사람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게다가 저 피만 있으면, 인공도태 계획에 필요한 양은 차고도 넘쳐요. 그말인 즉슨. 보스가 일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했던 무리수들을 안 써도 된다는 말이었죠. 백마도사 협회의 내부자를 이용해서 헌혈한 피를 빼돌린다거나, 그런 일들이요. 자기도 그런 일을 할때는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니 아예 안 하면 서로서로 윈윈이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보스가 사랑스럽게 보이겠어요? 그래서 말했죠. "오. 제 친구 엘란트! 세브란스 엘란트! 이리 와요! 한번 안아줄테니까!"


"어... 네." 세브란스씨는 하트리스 라이트의 포옹을 받고는. "아무튼 말입니다. 그. 아크라이트 알렉스씨. 그리고 하트리스 라이트씨. 이 피는 부디 유용한데 알아서 쓰시길 바랍니다. 비공정 몇척을 내드리죠. 그런데 혹시 그.. 피 증서도 필요하십니까? 정부에 피를 먹었다고 재출용으로 쓰셔야 할 때 내시면 되는데요."


"그런 종이쪼가리는 필요없습니다." 세브란스는 저 말을 듣고 확인했어요 - 이 새끼들은 피를 구호용으로 쓰려는 게 아니라, 뭔진 모르겠지만. 식용은 아니라는 확신. 그럼 혈마법인가? 내가 이걸 추측해서 어따쓰지? 그런데 궁금하잖.. "세브란스씨?", "아. 네. 아크라이트 알렉스씨.", "그럼 이걸 어떻게 옮기면 되겠습니까.", "한 몇시간 걸리겠군요. 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끌어올릴겁니다.", "좋아요. 그전에 피를 좀 확인해봐야겠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최상급입니다. 체혈도 정부 나으리들이 해서 얼마나 깔끔하고 위생적으로 하는지. 그리고 용기도 비싼거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 비싼 밀폐식 용기를 썼답니다. 마운티아 마샤가 이런 미세한 안전은 잘 챙기더군요. 그 분이 어..."


세브란스는 말하다가 싸늘한 눈초리를 두 명에게 받고서야 저 둘은 마운티아 마샤라는 사람을 아주아주 싫어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말을 황급히 끊었죠. "물론 아주 개년이고 쌍년이죠. 저야 그 사람거 훔쳐서 밥벌이 하는 사람인데."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보관함에 서랍을 하나 열어. 청결한 유리로 되어있는 엠플과, 증서를 한번씩 살펴보고 있었어요.


"맞습니다. 세브란스님. 그 작자가 죽인 우리 블라드라 동포가 얼마나 되는 지 아십니까? 저번 주에는 빌어먹을. 빌어먹을 피 산다고 빚을 내서 버티다 죽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겨우 20, 20인데! 인간답게 죽지도 못했어요. 빚쟁이들에게 쫒기는 와중에도 피를 사기 위해 블러드 마켓으로 갔는데. 그 사이에 시세가 폭등해서 당장 살 피가 없던 겁니다. 트레이더의 다리를 잡고 비참하게 빌었는데. 마틴 스트리트의 개새끼들은 비웃으며 돈이 없으면 뒤지라는 말이나 짓거렸죠. 그 친구는 밤 사이 내내 거리를 전전하다가 소멸됐습니다."


"혹시 어디서 죽었습니까?"


"예전 가족들 집 앞에서요."


"신기하군요. 어.. 블라드라 협회에는 안 찾아갔습니까?"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마샤는, 블러드 마켓을 제외한 피의 거래는 가족관계에서만 가능하게 했거든요. 백마도사 협회랑. 그래서 저희는 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협회장이 말했어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보고만 있어야 했다고요. "


"이런." 세브란스가 말했어요. "그렇지만 돈이라도 쥐어줄 수 있었잖습니까."


"그런 청년이 한 명이었으면 기꺼이 쥐어줬겠죠. 하지만 너무나 많습니다. 마샤의 블러드 마켓 정책으로, 피를 사기 위해서 마운티아 평균 한 달 수입의 30퍼센트만 지출했어도 됐던 과거에 비해서, 2배이상 늘었습니다. 2배요. 덕분에 블라드라의 빈곤율도 치솟고, 사망률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제가 드린 이야기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블라드라 협회의 예산은 무한하지 않고요."


"저도 처음에는 이 일을 단순히 돈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네. 협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분들을 도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세브란스님 덕분에 수많은 블라드라가 오늘도 목숨을 구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건 좀... 예의없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세브란스는 지금까지 피를 팔면서 느꼈던 의아함과, 그리고 이 대화속에서 생겨난 의아함이 합쳐진 거대한 의문을 만들어버렸고. 그걸 삼키기에는 너무나도 커졌기에 무시할 수는 없어 뱉어버렸죠. 협회장은 기꺼이 말하라는 표정을 지었고. 세브란스가 말했어요.


"협회장님은 블라드라는 언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군요. 가장 멋있을 때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협회장은 껄껄 웃었어요.


"그렇군요. 다르게 묻자면.. 몇 살에 죽어야 할까요?"


"몇살이요." 협회장은 딱히 저 친구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아 웃음을 접곤. "다른 사람의 생명이 언제 꺼질지 함부로 말할수는 없지요. 다만 자신이 타오르고 싶을 때만큼 타오르다가 꺼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원하는 건 부디 그게 돈을 못냈을 때 끝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군요."


"다른 종족이 이 대답에 충분한 공감을 못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 이 문제는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저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게, 그게 필수적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가격이 정해지는 건, 그렇게 하자고 협의한 것이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3종족 이라는 게 화날 뿐입니다. 블라드라가 밀의 가격을 정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저희가 2등 종족은 아니잖습니까. 저희도 빌어먹을 마운티아의 시민이라고요. 그런데 그 빌어먹을 작자들은 밀실에서 마틴 스트리트 개놈들한테 술이나 처먹곤. 다른 사람의 운명을 지들 꼴리는데로 정해놨습니다."


"늘 그렇지." 아크라이트 알렉스가 말했어요. "피는 샘플이랑 비슷하게.. 굉장히 괜찮군."


"오. 알렉스씨가 굉장히 괜찮다라는 표현을 쓴 걸 처음 보는군요. 정말 잘 하셨습니다. 세브란스씨."


"제 부하들이 다했지요." 세브란스는 말했어요. "저는 요즘에는 그냥 지루한 서류작업만 하는 뒷방 늙은이가 됐고요! 이참에 결혼도 하려고 했지만. 그리고 그걸 계기로 은퇴도 하려고 했습니다만. 인생이 그리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더군요. 용족이라서 마음에 안 들었나봅니다."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40대 중년 아저씨마냥 굴어서 그랬답니다."


"그렇군요. 40대 중년 아저씨! 하하. 하하. 나이가 몇살이셨죠?" 협회장이 멋쩍게 웃고는 말했어요.


"깨어난 것만 치고는 140 쯤 된듯합니다."


"저보다 훨씬 오래 사셨군요. 제가 올해로 90인데." 그러자 세브란스가 얼굴을 잠시보곤. "이야. 그런 거 치고 20대 못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어요. 세브란스는 40대 중년 아저씨처럼 생기긴 했죠.


"과찬이십니다!" 하트리스 라이트는 정말 20대처럼 생겼습니다만, 문제는 말투는 역시 40대 중년 아저씨라는 거였어요. 아르라이트 알렉스는 저 둘의 대화에 별 관심은 안 가지고, 그냥 피를 보느냐 정신이 팔려있었죠.


블라드라 협회장이 말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가씨는 몇 살이십니까?"


"올해로 27이랍니다." 그들의 앞에 언제부턴가 서있던 마운티아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세브란스는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바라봤고. 굉장히 놀라서 얼어붙었죠. 그 때쯤 뒤에서 두명이 더 걸어나왔어요. 불붙은 위스키병을 들고 하르델린 등 뒤애서 나왔죠.


"하. 40대 아저씨들. 골프나 치러 온 것 같은 즐거운 대화는 유감이지만 끝낼 시간이에요." 아크라이트 메르힌이 말했어요.


"인간 기준으로 40대야. 막 젊게 말했다고 마음있는 거 아니냐는 변태적인 망상은 미리 고히 접어 저 세상으로 보내라고. 친구들." 카이디가 말했어요.


"좀 특이한 분들이군요. 저런 분들도 부하로 받아주시는 겁니까?" 협회장이 말했어요.


"아뇨. 절대로요. 전혀요. 이런 미친. 니들이 왜 나와있어? 2층 창고에 가둬 놨.... 이 개새끼들! 니들이 내 저택을.."


"개새끼들? 하르델린씨. 던져요."


메르힌의 한 마디로 하르델린의 손에 들린 화염병이 움직이자, 보스는 빠르게. "그래! 진정해. 진정. 그렇지. 그래. 그. 너희가 지상에서 한 말이 맞았어. 그냥 다들 갈길 가자고. 나도 이제 저 미친 년... 이 아니라 참 영광스러운 마운티아 가문의 영애분과 결혼따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 난 남자한테 더 관심이 많나봐."


하트리스 라이트는 생리적인 반응으로 자기 몸을 한번 훑었어요. 혹시 괜히 안은 건 아니겠지? 막막 구애하는 걸로 비춰... 아니야. 내 여동생이랑 포옹하면 찝찝함과 엄마가 시켜서 했던 그 빌어먹을 거북함만 남았잖아. 음. 저 사람도 그랬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건 좀 관심이 많은 이야기이지만 나중에 듣도록 하죠. 계속 읊어봐요."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에게 아무 문제 없이. 여길 뜰 방법을 마련해줄게. 그러니. 그거 내려놓고. 우리 모두 행복하게 원래대로 돌아가자고. 원래 계획대로 말이야. 너희들은 그 마운티아 영애분을 구하고."


그런데 하트리스 라이트는 그 대사쯤에야 뭔가 생각나서 말했어요. "잠깐. 마운티아가 그 마운티아 마샤의 마운티아 가문입니까?"


그리고 뒤에 있던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아직 피 보관소에 있지만. 목소리로만 외쳤죠. "마운티아 가문과 결혼하려고 했군."


"그러게요. 세브란스씨. 당신..."


세브란스는 이 모든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한 마디를 외쳤어요. "난 남자를 좋아해! 여자를 싫어한다고!"


"그런데도 마운티아 가문과 정략 결혼을 하려고 했다라." 유감. 억지로 만든 성적 정체성을 그 사람들은 그냥 살기 위해 넘어설 과제중 하나로 봤군요. 마운티아 하르델린은 정말 짠 표정을 지었고, 카이디는 이 미묘한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고민하고 있었고. 메르힌은 뇌내 망상을 하고 있었어요. 블라드라 협회장 X 공적 두목 [금단의 사랑 VER.]? 홀리몰리. 연적으로는 마운티아 하르델린 참조 출현! 메르힌의 그런 정신 나간 망상과 관계 없이 블라드라 협회장이 말했어요.


"아무튼, 세브란스씨. 만약을 위해서 저희 협회원들을 좀 불러야겠습니다만."


"우린 빨리 탈출할 방법이나 마련해줘."


"안됩니다. 당신들도 조사 대상이에요." 블라드라 협회장은 이 집이 지 집이 아니라는 최대의 어드벤티지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타던 말던 뭔 상관이람?


"안돼. 집에 가! 당신들도 피 챙기고 나가고, 너희들은 하르델린 챙기고 나가고. 나는 여기서 그냥 낮잠이나 자는거지. 이런 행복한 결말이 수정보다 선명하게 우리 눈앞에 있는데 왜 스스로 파멸의 길로 가는거야?"


"저희는 그 계획이 누출된거면 당신과 협조할 수 없습니다. 마운티아 가문이랑, 우리 적이랑 결혼을 하려고 해요? 미쳤습니까?"


"미쳐? 블라드라 협회장님. 말이 심한거 아닙니까?"


"메르힌님! 저희를 신경을 전혀 안 써요. 어쩌죠?"


"던져요."


"잠깐! 야! 잠깐! 그래. 너희먼저. 너희먼저 신경써줄게. " 하르델린이 손에 힘을 풀기 직전 세브란스가 말했어요. "저기 낙하산 있다고. 그거 들고. 뛰어 내려. 그럼 됐지? 앞으로 영원히 보지 말자."


"나름 괜찮은 조건이네요. 좋아요." 메르힌은 드디어 낙하산을 챙기려 가는데.


"어딜 가시나." 블라드라 협회장이 감히 메르힌의 앞을 막았어요. "내 힘을 보여주지... 연구소장!"


뒤에서 아주 귀찮아보이는 아저씨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어요. "뭡니까? 협회장님.", "빨리 이 여자를 막게!"


"협회장님이 막으시면 되잖아요. 저는 연구소장입니다. 싸우려고 연구소장된 건 아니잖습니까."


"난 자네의 그 정직한 점이 아주 좆.. 아니. 좋게 생각하지만. 생각해보게. 그럼 나라고 잘 싸우겠나? 내가 고위직으로 올라온 이유는 정책과 정치를 잘해서이지, 칼 싸움을 잘 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니란 말이네. 차라리 거 맨날 연구실에서 수상쩍는 것만 만드는 자네가 맨날 자리에 앉아서, 서류에 싸인 하는 나보다아아아아악! 악! 아파! 아프다고!"


"헛소리를 길게 한 죄에요! 하하! 머리가 나쁘니 머리를 치료해주겠다!" 메르힌은 스태프로 비살상 폭력을 휘둘렀어요. 알렉스는 생각해보니 저 여자는 보통 완력을 지닌 게 아니라는 게 한번 맞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로 처절하게 들렸고, 또 여기서 저 작자가 맞아 죽으면 자기 연구는 끝이라는 걸 생각해보고 나니 좀 구할 마음이 나서. 피 엠플 몇개를 챙긴 다음. 터벅터벅 걸어가서. "거. 아가씨." 오른손으로는 엠플을 살짝 열고, 왼손으로는 메르힌의 어깨를 잡은 다음.


"뭐에요 아저-아아아악!" 별 망설임 없이 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크게 휘둘렀고. 메르힌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어요. 카이디는 그걸 보곤. "협상은 결렬되었군. 뒤져라!" 라고 외친 다음 화염병을 집어던졌고. 알렉스는 그걸 눈을 바라보더니.


활활 타는 걸 그냥 바라봤어요. 뭘 기대했어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기대를 좀 했나보군요. "자네! 망할! 저걸 막았어야지!", "제 연구 중에 그런 연구는 없었습니다." 신조있는 연구원처럼 말했죠.


"아아아악! 아아악! 내 집! 내 집이!" 모든 것이 불타게 생긴 우리 대장님은 자기 겉옷을 벗어 어떻게든 꺼보려고 휘젓는데 하르델린은 뒤에서 웃으면서 "불이다~ 불~" 이라면서 화염병을 집어던지고. 연구소장이라는 새끼는. "그런데 여기 다 타면 협회장님. 다른 대안 없으십니까? 뭔 배짱으로 안 비키신겁니까."


"없어! 없어! 없다고! 빌어먹을 백마도사 협회 내부자를 이용해서 그 휜둥이들 피 뺴돌리는 것외에.."


"휜둥이들...?" 벽에 박혀있던 메르힌의 몸이 살짝 움찔했어요.


"아니.. 그.. 하얗잖아. 그치?" 협회장은 아까 쳐맞을 떄 좀 트라우마가 걸려서 움찔했어요.


"오늘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개에 빗댔다니. 저는 용서하지 못해요... 당신의 척추를 비틀고 관절을 비틀고 모든 걸 비튼다음에 백마도사 협회에 보내서 평생 병원비를 내도록 시키겠어요..."


"그냥 죽여!"


"저. 아크라이트 메르힌은 아무도 죽이지 않아요.."


"연구소장! 살려주게! 아크-" 이름을 말하려고 하자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협회장의 입에 주먹을 물리고 그냥 멍하니 저 여자가 하는 말을 들었죠. 그 여자, 자기 딸, 아크라이트 메르힌은 말했어요.


"저. 아크라이트 메르힌, 백마도사의 명예를 걸고, 썩어빠진 어른들인 당신들을 조져버리겠어요!"


스태프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하는 메르힌을, 알렉스는 그냥 바라봤어요. 그 둘 사이는 공백과 침묵이 있었고, 그 사이쯤에 불을 끄려는데 더 미친놈들이 화염병들고 웃으면서 불을 질러서 울고 싶은 우리 보스와, 오래간만에 자기 엿먹인 놈들을 엿먹일 수 있게 되어서 기쁜 카이디와 하르델린이 웃고 있었을 뿐이었죠. "미친놈들아! 불 지르지마! 내 집이라고! 내 집!" 불쌍한 우리 대장은 억지로 말리면 저 화염병을 나한테 던질 것 같아서, 말로만 그럴 수 있었고. 그 두명은 자기들이 유리할 때는 딱히 말 같은 걸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참 우울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아크라이트 메르힌을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못 봤죠. 알렉스는 혼란스러웠어요. 그 무엇도 그 때 그 아이라는 흔적이 남지 않았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추측할 근거가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마음속으로는 하나의 확신만 있었어요 : 저건 내 딸이라는.


아크라이트 메르힌은 그런 확신따위 없었죠. 그런 생각도 없었고요. 그야 자기가 나갈때는 20대였고, 지금까지 살아있길 전혀 바라지도 않았을 뿐더러, 메르힌의 눈으로는 그저 40대 중년 아저씨가 자기 상사의 입을 닥치게 만든 다음 무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자기에 대적하기 위해서 서 있을 뿐이었다고요. 애초에 메르힌의 인생에서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상처만 준 사람이었어요. 가끔은 자기를 태어나게 해줬으니 괜찮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은 늘, 그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으며. 그 사람은 그 사람 스스로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생각에 가로막혔죠. 그런 생각들은 아크라이트 알렉스에 대한 어렴풋한, 가끔 살아나는 증오만 남겨놓았고. 평소에는 별 생각도 없었어요. 그러니. 메르힌이 저 40대 중년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아버지? 라고 생각하는 가능성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메르힌이 의아하던건. 아까까지 망설임 없이 자기를 벽에 처 박던 저 사람은 왜 이제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체 자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후회에 가득찬 표정을 하느냐였어요.


그러던 와중 저택은 크게 흔들렸고, 위에 있던 전등은 나갔고. 보이는 빛이라고는 활활 타는 불꽃과 창 밖의 풍경만이 남게 된거죠. 카이디와 하르델린은 놀라서 벽에 기댔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대비를 하지 않았기에 넘어졌어요. 그리고 모두에는 이제 한 가지 생각이 스쳤죠.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그 때쯤 창 밖에는 뭔가가 떨어지는 게 보였어요. 몇가지 구조물이었는데. 보스는 그거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죠.


"망할." 보스가 말했어요. "저건 저택의 고도유지장치잖아."


"그게 뭔가? 쉽게 말해봐." 협회장이 말했어요.


"이 저택의 주소를 하늘이 아니라 지상으로 옮기게 생겼다는 뜻이지. 이런 씨발! 너희들이 그랬지!"


"저희가 왜 그래요? 어.. 그 정도로 심하게 조져버릴 생각은 없었다고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없었나요?" 하르델린이 놀라운 표정을 짓곤 말해서요.


"없었다고 해야 저 친구가 크와아앙 나는 용이다로 안 변하지. 하르델린." 카이디가 말한 다음 하르델린의 표정을 봤는데요. 하르델린이 말하고 싶어서 미치겠는 표정을 짓는 게 아니겠어요? "하르델린. 땍. 안 돼. 이미 우린 이 상태로도 조졌는데, 더 조지려고?" 시무룩해졌어요. "그러고 싶지만 파티에서 쫒겨나는 게 더 무서우니 참을게요."


협회장은 이제 드디어, 마침내, 마운티아 하르델린을 납치해서 마샤에게 협상카드로 쓰려는 부가 목표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어요. 저 새끼가 이렇게 저택 경비를 허술하게 할 줄 알았으면 협회원들을 끌고 오는 거였는데. 덕분에 모든 게 망했죠. 아니지. 아직 모든 게 망하지는 안했어요. 당초 계획대로 피를 들고 튀면 됐었죠. 하지만 그 계획도 이제 몇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도대체 왜 저게 활활 타고 있는거죠? "불이잖아! 언제 붙은거야! 내 피!"


"당신이 저 싸이코패스들 길을 막아서 저 새끼들이 내 집을 태우고 있잖아!"


"네 집? 내가 지어줬으면 그냥 닥치고 경비나 똑바로 서고 일이나 똑바로 할 것이지! 빨리 불이나 꺼!"


"하르델린씨. 카이디씨. 화염병 남은 거 있어요?"


"물론이지.", "물론이죠!"


"다 던져요. 지하 3층은 망한 것 같아요!"


"던지지마! 야! 이 도적때 같은 놈들아!" 우리 보스가 억울한 눈으로 메르힌에게 말했지만.


"당신은 진짜 도적때잖아! 여러분! 조져요!" 그런 걸 신경쓰면 메르힌이 아니죠.


"연구소장! 당장 저 새끼들 막아!" 협회장이 말했고요.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일단 몸으로 뛰어들어서 카이디를 잡아챘어요. 그 다음에 화염병을 가로챘죠. "빌어먹을 인간새끼들! 키는 다 멀대같이 커가지고! 억울하다! 억울해!" 카이디가 그렇게 말하자. 하르델린이 시선을 돌려 화염병을 우리 알렉스 등짝에 집어던지려고 했고. 메르힌은 하르델린을 밀친 다음에. "사람한테 던지지 말라니까요!"


"하지만 카이디씨가 덮쳐졌는데요!"


"그건 좀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메르힌은 그 아저씨의 척추를 조져버렸어요. 아저씨는 너무 아파서 옆에 뻗어버렸죠. 하지만 문제는 두 명의 40대 아저씨도, 이제 구석에서 납치된 공주님마냥 꺄아악 위기에요 연구소장님이라고 말만 하면 자신의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기에 이 개싸움에 참전합니다. 우리 보스는 이 상태에서 용으로 바뀌면 지 집을 지 손으로 부술 뿐더러 지금 자기 윗층은 불타고 있었기에. 용으로 변신하자마자 머리가 활활 타오를 것이 걱정되어서 인간폼으로 하르델린의 면상에 "이혼 위자료다!" 펀치를 날렸어요. 하르델린은 그걸 맞았고. 지금 손목의 힘을 풀면 화염병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이야! 완전 자연스럽게 여길 더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르델린이 생각했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손목에 힘을 풀고 화염병은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떨어지자 불이 확 붙어버렸어요.


이 방의 모든 이들은 그 불이 자신들의 중간에서 났다는 걸 깨닫고 다들 부티나게 흩어졌고. 불은 불과 만나면서 더 커져버렸어요. 협회장은 돌아버릴 지경이었죠. "당장 소방대 불러와! 지금 그 새끼들은 뭐하고 있는거야!" 보스의 멱살을 잡았어요.


"좋아요! 내분이 일어났어요! 이제 튀자고요! 여긴 글렀어! 저와 이 사건은 이제 관계 없는거에요!" 메르힌이 말했고. 그 다음에 출구로 튀었어요. 다른 두명도 똑같이 튀었죠.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이 난장판에 홀로 불과 피 생각이 아닌 메르힌이 왜 여기 왔는가 생각만 해서, 자기가 가장 기다리고 원했던 일에 가장 필요한 재료 - 피 1만 5천리터가 활활 타고 있다는 걸 한 3분 후쯤 협회장과 보스가 겉옷을 벗어 가망없는 소방작업을 할 때쯤이야 깨달았어요. 그는 침착하게 소방대에 연락하기 위해 방을 나갔지만. 보스와 협회장은 그 사이.


"저 씹새끼 혼자 튄다!"


"야! 알렉스 새꺄! 보스가 불을 끄고 있으면... 야! 야! 씨발!"


"개새끼들! 믿을 새끼들이 하나도 없어!"


"난 조졌다! 조졌어! 저런 씹새끼들이 가득한 협회라니, 뭔 일을 하라는거야!"


두 아저씨는 수많은 권세와 영광이 자기 손에 있더라도 당장 불을 끌 수 있는 게 40대 중년 아저씨 두 명이 외투를 펄럭이는 것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비난하고 그 아이러니에 동참하지 않는 알렉스를 특히 더 비난하며 점점 더 커지는 불길을 어떻게서든 해보려고 했어요.


알렉스는 그 둘이 그러던가 말던가, 지금 외투 펄럭이는 걸로 불이 꺼졌으면 소방대라는 기관은 외투나 들고 다닐 것이지 왜 비싼 소화기를 들고다니겠냐는 논리적인 생각으로 소방대를 찾으러 1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다행히도 소방시설이 아주 쟐되어있던 이 저택은 비록 지하 2층의 문이 아주 고열의 느낌이 나고 녹을 듯한 상태였지만 방화벽의 역활을 잘 해줬기에 지하 2층을 아무런 문제 없이 올라갈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지하 1층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거였죠. 문은 열려 있었고, 불은 안나고 있었지만. 천장이 박살나 있었어요. 도대체 뭔 일인가 싶어서 1층으로 가봤죠.


1층은 과관이었어요. 비적들은.


"이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나 내일 휴간데! 본부가 왜 이 꼬라지냐고!" 그렇게 외치는 사람도 있고.


"지하 2층이 불지옥이 되고 있어! 소방대를 빨리 보내야 해!", "아까 보냈는데.. 그 친구들도 가망없다고 튀었어." 이렇게 외치는 사람도 있었고.


"마운티아 소방청에 연락해야 하나?", "무법자들이 정부기관의 손을 벌리다니. 그거 참 말 되네.", "다 뒤지게 생겼잖아.", "보스가 결정할 일이야." 저런 대화를 하던 사람도 있었고.


"그 백마도사와 산적때들을 빨리 찾아!", "그 새끼들이 문제가 아니야! 저택에 비공정이 추락했어! 지금 고도 유지 엔진이 맛이 갔다고!" 이런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이래서 결혼을 하면 안 된다니까! 모든 것의 종말이 다가 오고 있잖아!" 이 모든 것의 해답을 찾은 사람도 있었어요.


알렉스는 이 혼란을 한번씩 스쳐 들은 다음, 일단 빨간색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지금 지하 3층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신들 대장도 거기 있는데, 빨리 끄러 가는 편이 좋을 걸."


"그게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비적 소방대! 지금 2층 복구하러가는 건 취소다. 지하 3층에 일단 보스부터 구하자!" 그 사람은 그렇게 외친 다음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내려갔어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길래 2층을 복구 해야하는 걸까요? 그게 궁금했기에 다른 사람을 붙잡고. "지금 어떤 상황이지?"


"몰라서 묻습니까? 종말입니다. 다 조졌어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빌어먹을 빙신같은 방공 부대가 비공정을 추락시키는 것까지는 좋았죠. 그런데 저택에 꼴아박게 해? 그 미친놈들. 미친놈들!"


알렉스는 그걸 듣곤. "혹시 고도 유지 엔진에 추락한겁니까?"


"2층부터 3층이 죄다 아작났으니 그게 멀쩡할리가 없겠죠. 엔지니어 한 명이 올라가서 확인중입니다."


그걸 듣곤 알렉스는 품안에 회중시계를 열어. 아까 충격파가 느껴진 시간을 확인했어요. "아직 몇분 정도는 더 버틸만하겠군. 그 친구를 만나봐야겠어."


하지만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계기가 마련됐어요. "3층에 적들이 튀어나오고 있어!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 어떤 미친놈들이 대포를 쏘고 우리를 다 조져버리고 있어! 아아아악!" 알렉스의 머리 위, 윗층에서 들리던 참혹한 비명이었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르크와 카드레도 그 생각이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분명 작전은 '멋들어지게 저택 근처에서 비공정을 내린 다음...' 그 다음에도 아주 멋진 작전들이 있었는데. 그 첫 문장부터 이미 망했어요. 미친 비적놈들이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열렬한 대공포화를 선물해줬고. 스페어퀸은 이대로 혼자 죽을 수 없다며 핸들을 저택쪽으로 틀어버렸고. 그 다음에는 ... 정신을 살짝 잃었다가 대충 머리를 털고 일어났죠.


"여긴 지옥이군." 아르크가 말했어요. 그 다음 앞을 바라봤는데 미슈가 도끼로 불쌍한 비적 친구의 한쪽 팔을 날려버린게 아니겠어요. "확실해. 여긴 지옥이야."


"그런것 같슴다. 자세히 들어보면..", "팔 한쪽은 백마도사한테 청구하세요." 그러면서 팔을 발로 차서 저 멀리 던져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미슈의 뒤에는 마샤가 있었고. 마샤는 그걸 보고 오늘 점심 뭐 먹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저 둘은 악마의 하수인인 것 같슴다."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군. 카드레. 이 지옥에서 빨리 탈출해야해."


"그럼 부활하는검까?"


"어... 그러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어."


"그럼 어찌 되는검까?"


"팡파래 하나라도 터트려주겠지. 지옥 탈출을 축하합니다~ 다음 층은 좀 더 어려운 지옥입니다~"


"그리고 아직 저 죽으면 안 됨다."


"카드레. 이제 그 말은 죽었으니까 막 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죽었어?" 뒤에 스페어 퀸이 유리 파편이 머리 고정하는 데 쓰는 것처럼 박힌 머리로 말했어요. "이제 월세 안 내도 되는거야? 모든 고통에서 해방인가?"


"지옥에도 부동산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 것 같아서 뒤에건 좀 힘들겠어."


"누군데? 우리 엄마? 아직 살아 계실텐데."


"아니. 마샤."


"오. 오! 에어조라이시여! 제발! 왜 죽어서도 제 상사를 같은 지옥에 보내셨나이까! 사악한 새끼!"


"도대체 다들 여기서 옹기종기 모여서 뭐하는거에요!" 조종사가 말했어요. "죽었으면 퍼뜩 퍼뜩 일어나서 거 얼굴 한번씩 비춰야죠. 에어조라는 어디 계시지? 독실한 신자가 갑니다.. 십일조 낸 만큼 잘해주시겠지?"


"드래곤은 왜 에어조라 지옥에 도착한걸까. 우리 아빠는 드래고니아 지옥에 간다고 했는데." 부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뭐야.. 인간 닮았다고 이런 데 보낸 건 아니겠지.."


"쉿. 조용히해! 악마가 온다!" 피 묻은 도끼를 들고 비공정 잔해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5명을 내려다보는 미슈는 이렇게 말했어요. "빨리 일하러 가야죠. 여기서 왜 다들 농땡이 피웁니까?"


"오. 역시 사악한 악마가 할법한 대사... " 아르크가 말하는 동안 미슈는 도끼를 한번 닦았어요. 피가 쭉 묻어져나왔죠. "는 아닌 것 같으니까요. 넵. 미슈님! 여긴 완전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완전 제정신입니다! 저는 완전 팔팔하니까 그런 거 없어도 재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친구들?"


"맞아. 내 남편놈을 구해야하거든. 내가 지옥이라니. 가당치도 않아."


"맞습니다. 친애하는 국무장관님의 비서께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저같은 평민이 어찌 말하겠습니까." 조종사가 말했어요.


"저도 아직 월급 많이 받고 싶어요!"


"고백해야함다!"


"그 대사는 안된다고!"


그래서 다들 7명의 구출 요원들은 싸움의 의지를 다 잡고 일 하러 갔죠. 팔이 짤린 불쌍한 비적 요원은 "백마도사! 백마도사 없어요? 제 팔이 잘렸어요!" 그렇게 고래고래 외치며 뛰어다녔고.


"백마도사 있어요! 저요! 제가 백마도사에요!" 저 멀리 메르힌의 해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죠.


"좋아. 메르힌은 아직 멀쩡히 살아있군. 저런 해맑은 목소리를 보니 하르델린과 카이디도 멀쩡히 살아있는 것 같고. " 아르크가 말했어요.


"그럼 당장 내려가서. 하르델린을 대려오고, 망할.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마샤님?" 미슈가 말했어요. 마샤는 왜 나한테 묻냐라는 표정을 지어주자 미슈는 부끄러움을 느끼곤. "..저한테 생각이 있으니 다들 잘 따라오세요." 라고 얼버부렸죠. 마샤는 이런 개판에서도 오후의 지루한 티타임을 하는 표정을 유지했어요. 속으로는 '우와. 저 미친년은 다른 사람 팔짜르고도 저런 쾌활한 표정을 짓다니. 절대로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지. 적이 되면 내 팔도... 아니. 내 목을 자르는건가?'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어요.


어쨌든. 그 팔이 짤린 불쌍한 비적은 팔이 짤렸다고 믿기지 않을 속도로 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카이디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딧쳤어요. 분명 조용히 저들 사이에 숨어들어가자라고 말한 사람은 메르힌인데 그런 작자가 주변에 비적이 잔뜩 있는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저에요! 일로 오세요! 응급 환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짓걸인 덕분에 하르델린은 엄청 기뻐하고 메르힌은 신나하고 나는.. "메르힌! 미친년아! 잡입임무라매!"


"하지만 카이디씨. 그런 사소한 것보다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해요." 메르힌은 그냥 반사 신경으로 내뱉은 말을 좀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로 했죠. 신념 같은 느낌으로요.


"멋져요! 메르힌님! 게다가 이 상황도 너무 멋져요!" 하르델린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주변에는 백마도사 덕분에 휴가가 짤려서 많이 화난 친구들과, 자기네들 휴식 장소가 화염병에 의해서 그냥 아주 활활 타버린 친구들과, 친구들이 내던져 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했던 친구들과, 보스를 납치해서 화난 친구들과, 자기내들 결혼식을 망쳐서 화난 친구들과, 도망치다가 때려서 화난 친구들과...


하나하나 설명하고 나니 그냥 메르힌과 친구들은 여기서 정의의 심판을 받는 게 맞는 것 같긴하네요. 그리고 그 친구들은 그러기 위해서 비적 흉내를 내고 있던 메르힌과 친구들를 애워쌓았습니다. 개중에는 아크라이트 알렉스도 있었어요. 그 친구는 어찌할 줄 몰랐죠. 도대체 왜 내 딸이 여기있는 건가라는 생각만 할 수 있었어요. 왜? 그는 쓸때없이 똑똑했기에 자기를 보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는 쓸때없이 망상이 심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희망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런 복잡한 생각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생각을 하던 말던 메르힌을 조질 준비를 했고, 그리고 실제로 그러기 직전. 무려 팔이 없이 3층을 내려온 비적이 말했어요!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싸이코같은 여성이 제 팔을 잘랐어요! 백마도사 선생님. 오. 피가 .. 피가 막 나서 머리가 좀 어지러운데.."


메르힌은 일상적인 의료 상황에서는 환자가 대게 과장을 많이 하기 때문에, 팔이 잘렸다고 해도 에이~ 조금 긁힌거겠지~ 라고 안일하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친 한쪽 팔이 짤리고 해맑게 걸어오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쩌지? 나 붕대밖에 없는데! 그래서 메르힌은 기도했죠. 그래. 차라리 지금 공격을 받으면 공격 받았다는 핑계로 치료를 못해줄 수 있어. 그 다음에 낙하산을 매게 한 다음 집어던져서 지상의 백마도사 협회로 보내면 완전 OK 아닐까?


"... 다들 진정해라. 지금 동료가 팔이 잘렸는데 공격할 셈인가?" 그런데 완전 현자처럼 보이는 고블린이 끼어들어서 그렇게 말하니 애워싸던 친구들은 모두 숙연해지고. "백마도사 선생. 당신이 여기 뭔짓을 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우리가 당신에게 뭔 짓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듣기로 당신들, 백마도사들은. 방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려던 적들도 치료해준다고 하더군."


메르힌은 갈등했어요. 나 마법 못 쓰는데! 마법 쓰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마나가 역류해서 피를 토한다고 했던가? 오. 맙소사. 그냥 거렁뱅이 옷 계속 입을 걸, 그냥 카이디 말 들을 걸 - 내가 왜 어그로를 끌었지?


내가 왜 백마도사더라?


"백마도사 선생."


"도와주겠나?"


메르힌은 그 말을 듣고 고블린을 바라보고. 환자를 바라보고. 애워싸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카이디와 하르델린을 바라봤어요. 카이디는 저 싸이코 새끼. 이야. 이 장면에서도 퉁명스러운 표정이라니. 대단해. 하르델린은 의외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군요. 그리고 조금 진지한 얼굴이고요. 나에게 뭔갈 묻는걸까? 메르힌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만약 묻는다면 - 메르힌씨. 정말 백마도사이세요?. 그런 걸 물어봤겠죠. 그런데 아마 그 다음에는 이런 것도 물어봤지 않았을까요.


메르힌씨. 왜 백마도사가 되셨어요?


메르힌은.


애워싸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바라봤어요. 40대 중년 아저씨 - 지하 3층에서 봤던 그 아저씨. 만약에 아버지가 그 때 떠나지 않았다면 저 정도 얼굴을 지녔을거죠. 저정도 모습을 지냈을거고. 어머니도 옆에 계셨겠죠.


메르힌은.


아버지라. 그렇게 생각했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어린 시절에 희미하고 단편적인 기억 중 몇 조각은 아버지와의 추억이죠. 아버지는 약국을 했었고. 아버지는 마법처럼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냈어요. 아버지는 그러면서 즐거워했어요 - 자기도 그걸 보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웃었다가. 언젠간 이렇게 물었죠.


메르힌은.


아빠는 왜 기뻐하냐고 물었었어요. 아빠는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죠. 당연한거라고요. 그 대답에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메르힌은 한번 더 물었고. 아빠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크라이트. 그 뜻대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등대가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니? 메르힌. 아직 길을 못 찾거나 아파하는 사람들의 빛이 될 수 있는 건 그저 기쁜 일이란다.


메르힌은.


거짓말.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어머니를 홀로 묻고 깨달았어요.


거짓말이야. 그럼 왜 당신 주변은 이렇게 어두운건데.


그럼 왜 당신은 나를 버린건데?


그럼 왜 당신은 사람들의 등대가 되고 싶다고 떠나놓고선, 우리에게는 그 빛을 보여주지 않는건데?


수없이 편지를 쓰고 수없이 기다리고 아무도 없는 현관에서 정말 기다렸는데.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제발 나를 바라봐달라고 수백번이나 외쳤는데. 당신은 고개 한번 돌리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봐주지 않을 때나 나를 바라봤지.


메르힌은.


편지가 왔던 그 날,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당신과 다르다고.


그리고 당신을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매장시켜주겠다고.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영웅이 되어서.


당신을 증오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메르힌을 바라봤어요. 메르힌은 그 사람들이 모두 자기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있고. 자기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걸. 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 빛을 비춰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죠.


메르힌은 그게 참 반가웠어요.


메르힌은 당신을 증오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비춰주려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애초부터 난 그러려고 백마도사가 됐는 걸.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영웅이 되려고 했는걸.


여러분은 몸 안에서 피가 흐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마법사들이 마법을 쓸 때마다 그런 표현을 자주 써요. 몸 안에 있는 관에서 무언가가 흘러 바깥으로 나온다는 느낌이죠. 메르힌은 비록 그 느낌에 몸 안에서 무언가 찌르는 듯한 느낌이 더 들었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았어요. 팔 짤린 것보다 심각한 일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메르힌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다음 손을 그 잘린 부위에 가져다 댔고, 메르힌의 눈에는 투명한 푸른색으로 원래 있어야 했을 팔이 보였을거에요. 그리고 그 모양대로 그 사람의 팔을 성형했죠. 몇초 안 걸렸어요. 백마도사에게 절단면은 아주 쉬운 일중 하나였으니까요.


협회장이 마법을 왜 쓰지 말라고 했는지. 원. 이렇게 잘 쓸 수 있는데. 현업으로 복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때쯤 코피가 바닥에 후두두둑 떨어졌어요. 다들 3초만에 다시 나온 팔에 한번 놀라고, 메르힌이 쭉 흘리는 코피에 두 번 놀랐죠. 하르델린이 곧바로 손수건을 줬고. 카이디는 비록 머리 가리게로나 쓸법할 만큼, 라라유 채형에 맞는 외투지만 일단 벗어서 메르힌의 어깨에 힘겹게 걸었어요. 키가 작아서 옆에 멍때리고 있던 비적 부하가 대신 걸어줬죠.


"오. 맙소사. 메르힌. 정말 힐러였구나." 카이디가 말했어요.


"저는 그런 컨셉으로 노시는 줄 알았는데! 진짜 멋져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하. 다들 이제 좀 믿을만 하시나요?"


"진짜 감사합니다. 정말요. 아이고. 어쩐지 마운티아에는 외팔이가 없던 것 같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혹시 머리 잘린 것도 붙여주시나요?" 공적 부하가 말했어요.


"머리는 안돼요." 메르힌은 어깨를 으쓱이곤. "심장 부분이랑요. 두 부분은 소중히 다뤄주세요."


"백마도사 선생님! 저희 애가 손가락 삐었는데 혹시 나중에 봐주실 수 있어요?" 공적 부하가 말했어요.


"우리 공적에 꼭 들어와주세요! 마운티아 경시청 그 새끼들이 맨날 야매 치료사만 불러서 이상하게 치료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요."


"맞아. 은퇴한 그 친구는 팔 관절이 거꾸로 되서 은퇴했지. 안 된 일이야."


"메르힌을 공적으로!"


"미친놈들아! 이 작자가 여길 불태웠다고!"


"그럼 너는 평생 팔짤리면 외팔이로 살던가."


"그건 좀 그렇네. 메르힌을 공적으로!"


"다들 그만! 진정하라!"


메르힌은 이 관심을 아주 기쁘게 즐기고 있었다가 부두목에 호통에 모두의 시선이 부두목에게 돌아갔어요. "월급부터 이야기해야 설득이 되지! 무턱대고 합류하라고 하면 얼마나 무섭겠나!"


"하긴. 나도 이 일 월급 듣기 전까지는 '차라리 긍지높은 산악 고블린의 가문을 이을테다. 도적때가 될 순 없어! 라고 말했지.'" 고블린이 말했어요.


"나도 마운티아 월세방이 더 좋은 줄 알았어."


"메르힌. 저런 도적때에 합류할 생각은 아니지? 너가 파티장이잖아!" 카이디가 말했어요.


"맞아요! 메르힌님! 아무리 제가 스릴을 좋아하더라도 저랑 이혼한 집안에 다시 들어가는 스릴을 즐기지는 않아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하. 저를 돈에 넘어갈 그런 알랑한 사람으로 보시는거에요? 실망이에요!" 메르힌이 말했어요.


"월급으로 8500 마운티아 골드네."


"메르힌. 파티를 잘 부탁해. 나는 공적에 합류하기로 마음을 굳혔어. 어... 사회정의를 위해서." 카이디가 말했어요.


"그게 어.. 큰돈인가요?" 하르델린이 말했고요.


메르힌은. "보통 마운티아 평균 급여가 3000 마운티아 골드죠. 어... 네. 이번 달 우리 수입이 얼마였죠?"


"4500. 4명에서." 카이디가 말했어요. "순이익만 따지면 말이지."


"우와. 모험가는 3D 업종이었군요~" 하르델린이 말했어요.


"아니에요. 하르델린님."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건 돈이라도 많이 주죠."


"그래. 백마도사의 동료들. 우리 구호가 마운티아 사민당에서 쓰는 구호와 비슷하다네. '저들은 싸우도록 내버려둬라, 너 행복한 공적이여! 돈을 벌라!' 그러니 과거 같은 건 이미 다들 까먹었으니. 자. 유니폼 치수나 재러 가자고." 부두목이 말했어요.


카이디는 이미 넘어왔지만, 메르힌과 하르델린은 떫더름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그들의 앞에 있는 계단에서 3명이 내려왔어요.


카드레. 아르크. 미슈. 이렇게 3명이 나란히 내려오고 있고. 모두의 시선이 그 쪽으로 옮겨갑니다.


"저희 두목님을 감금하고 게다가 저 강철 육체에 코피까지 나도록 고문하다니.. 용서할 수 없슴다..." 왼쪽의 카드레가 말했어요.


"나는 아직 행복한 도시 생활을 즐기고 싶어. 너희의 그 은퇴 계획이 제대로 풀리도록 할까보냐. ARK-LIGHT 메르힌. 네가 선택한 파티다. 내가 마음에 안 들때까지는 계속 일해야지." 오른쪽의 아르크가 말했어요.


"너네 때문에 오버타임에 점심도 못 먹고 생명수당까지 챙기게 생겼잖아요..." 가장 많이 빡친 미슈가 말했어요. 도끼에 피는 포인트로 좀 남겨뒀죠.


"앗. 원래 보좌관 업무 중에 도끼들고 팔 짜르는 것도 있슴까?"


"경호도 할 수 있으면 하니까요."


"이게 경호임까?"


"공격적 경호죠. 잠재적인 적들을 다 때려 눕히는."


"하. 우리들은 수십명인데. 너희 3명에서 뭘 할려고 그러시나!" 공적이 말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는 공적이 말했죠. "우리 망하면 바로 저 대사를 친 저 새끼 때문이야."


"그 대사를 기다리고 있었지. 우리는 우리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아르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건물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이건 마법보다는 재난에 가까운 아주 거대한 스케일이었죠. 그 스케일에 대부분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참 합리적인 행동을 했는데. 그냥 건물바깥으로 재빨리 탈출했어요. 하지만 뭔가 있는 줄 알고 기대하는 멍청이들만 남았죠. 메르힌, 카이디, 하르델린. 그리고 알렉스.


"이건 뭐지?" 알렉스가 말했어요.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마나의 반응이 없고.... 뭔 짓을 한거냐?"


"하하하하! 40대 중년 아저...씨. 그거 참 좋은 질문인데. 우리 어디서 봤지 않았나?" 아르크가 말했어요.


"이름이?"


"아르크."


"그렇군. 참 흥미로운 정보 고맙네." 그러고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천장에서는 먼지가 우수수 떨어지고 창 밖에는 뭔가 액체처럼 보이는 게 흐르는 동안 창가를 보며 우수에 젖은 표정을 지었죠. 몇몇 사람들은 비공정을 몰고 튀기까지 했는데도 그런 표정으로 대답을 안 하고 그냥 멍 때리는 게 아니겠어요. 저 액체가 마나용액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 집의 구조를 설계한 것도 이 새끼라서 저게 흐르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았어요.


사실 그런 걸 생각하기에 아까 메르힌이 지은 그 표정. 그 표정이 너무나도 신경쓰이는 와중이었는데다가. 게다가 아르크라니. 그 어린시절 칠칠 맞고 개념없던 친구가 커서는 더 칠칠 맞고 개념이 없어졌다는데 놀라움도 들기도 하고. 다시 한편으로는 이제와서 아버지 노릇을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 이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고요. 도대체 메르힌은 무얼 그토록 바랬던걸까요? 그리고 무얼 그토록 바래서 코피를 그렇게 흘리는 걸, 자기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왜 백마법으로 사람을 치료해준걸까요?


무려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 속 두 문단이나 지 독백으로 때워버린 아크라이트 알렉스에게. "그런데 아저씨는 왜 안 나가요?" 메르힌은 궁금해서 말했죠.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변명을 대기로 했어요. "지하 3층에 내 상사가 있거든."


"완전 영업사원이구만." 아르크가 말했어요.


"비슷하지." 그제서야 주변을 한번 둘러봤어요. "그런데 왜 너희들은 안 나가니?"


"아르크가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거 연출 아니였어?" 메르힌이 말했어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너무 좀 질질 끄네. 거! 부인씨! 빨리 변신해서 천장을 박살낸 다음 크와아앙 나는 용이다 하셔야죠!"


"미안. 배고파서... 변신이 잘 안되네. 밥 먹고 하면 안 될까?"


"제 간식까지 먹었잖슴까! 냉장고도 거덜래고! 성인 5명은 충분히 먹을 양이었슴다! 저도 배고프지만 대포 끌고 싸우고 있잖슴까!"


"싸우고 있었어?" 아르크가 말했어요.


"그정도는 간식이야. 용으로 변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나해? 하기사 너희 인간들은 예전부터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 생각은 하나도 생각을 안 하고..."


"그럼 이 건물은 왜 흔들리고 있는건가요." 마샤는 말했어요. "추락하는 거 아닙니까?"


"아하하~ 마샤님도 참~ 그런 말하면 진짜 떨어져요~ 이 건물~" 메르힌이 말했어요. "그리고 추락중이면 경고 같은 게 울릴거라고요?"


"건물이 이렇게 흔들리는데 안나가면 자연사가 아닐까 해서 안 넣었는데."


"마치 이 건물을 지으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것처럼이 아니라 지었어." 알렉스가 말했어요. 그 때쯤 그 뒷편에 검댕이가 잔뜩 묻은 협회장이 뛰어왔어요. 협회장은 알렉스가 보이자마자 이렇게 말했죠. "연구소장! 망할! 연구소장. 지금 건물이 왜 흔들리고 있는건가!?"


알렉스는 뒷편을 바라보곤 말했어요. "협회장님. 비공정이 저택에 추락했는데 그게 하필 고도 유지 장치에 정면으로 박아버렸고, 지하는 불타고 있고."


"껐어! 지하 3층은. 이제 피를 들고 나가면 되네!"


"그건 참 다행입니다만 협회장님. 고도 유지 장치가 비상시..."


"결론이나 말하게!"


알렉스는 그걸 듣곤, 회중시계를 펼쳤어요. "10... 9..."


"뭔가?"


"8... 안 나갑니까? 전 나갑니다. 7..." 아크라이트 알렉스는 종종 걸음으로 문밖으로 나갔고. 요란스럽지도 않고, 그냥 산책이나 나온 아저씨마냥 걸었어요. 그러다가 잠시 뒤를 돌아봐 아크라이트 메르힌을 바라봤죠. 메르힌은 그 눈빛이 '너도 나가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알렉스도 그런 뜻으로 전해줬지만. 메르힌은 이렇게 말했어요. "왠 갑자기 친한 척이에요?"


메르힌은 저 앞에 있는 아저씨가 아버지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거지만. 알렉스에게 그 말은 좀 다르게 느껴졌죠.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건 - 어떻게 해석하던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알렉스는 별 말 없이 그저 계속 앞으로 걸었죠. 딸과 이제 해어질 시간이라는 걸 받아드리고요.


아무런 다급함이 안 느껴지는 그 발걸음에 협회장도 침착하곤. "그럼 다들 또 보.... 망할 마운티아 마샤! 당신은 나중에 꼭 또 보고! 거기 숨어있었군! 이 싸악한..." 잰잰걸음으로 이동하며 마샤가 서 있는 곳을 향해 주먹질을 한체로 이 건물을 빠져나갔어요.


"휴. 이제 모든 게 끝났군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건물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곤 말이야."


"6... 5... 4..." 알렉스와 협회장은 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뛰기 시작했어요.


"야! 쟤네 왜 이렇게 급하게 나가? 좀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기는 하는데..." 보스와 소방대원 4명이 뒤늦게 나오곤 말했어요. "이 사악한 무리들! 마운티아 마샤, 마운티아 하르델린, 메르힌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랑 그리고 어... 미안. 10명이나 되는 진 몰랐는데. 그냥 이제 갈길 가자고."


"..." 마샤는 침착한 표정으로 곰곰히 생각했어요 - 만약 여기에 안 왔다면 이 추락할 예정의 건물에서 멍하니 서있는 일도 없었을 거고, 미슈가 도끼로 팔을 날려버리는 광경도 없었을 거고, 하르델린이라는 골치덩어리는... 두목과 결혼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안되는 일이죠. 그리고 마샤는 지금 처 해있는 정치적 위기도 해결할 방법을 없었을 거에요. 그러니. 마샤는 이렇게 태연하게 죽음을 받아드리기로 했어요.


"그래요. 뭐. 제 정치인생이 끝날 바에 인생이 끝나는 편이 더 낫죠."


그 말 직후. 중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다들 몸으로 깨닫기 시작합니다. 저택과 그 근처 정원은 완전히 붕괴하여 추락하고. 아크라이트 알렉스와 협회장은 그에 휩쌓이기 직전 몸을 날려 안전한 부분에 몸을 안착시키고. 덕분에 추락의 당사자에서 추락의 관람자로 바뀔 수 있었죠.


그리고 태연하게 이런 생각을 할 기회도 주어졌어요 : 오우. 이제 어쩌지?


어. 그런데... 협회장이 말했어요. "알렉스. 내가 아까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저택이 있었던 곳, 이제는 텅빈 거대한 구멍만이 남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죠.


"아까 그 백마도사 여자애. 아크라이트 메르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네 성이..."


"협회장님."


오우.


이건 어쩌지?


작가의말

이번엔 분량이 조금 많습니다. 메르힌과 친구들이 뻘소리를 하는 게(... )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묘한 취향의 글을 봐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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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 RESTORE_GHOST - EP-3 마땅히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해서 PART1 22.03.31 19 0 113쪽
54 54화 - RESTORE_GHOST - EP-2 늘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도시에 대해서 22.03.17 24 0 95쪽
53 53화 - RESTORE_GHOST - EP-1 복원 지점으로의 도착, 그리고 시작 22.03.04 24 0 60쪽
52 52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에피소드 4. 22.02.20 50 0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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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 과거와 오늘, 망각과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22.01.16 20 0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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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 그거 말 - 되네요 +2 21.12.07 24 0 75쪽
» 46화 - 그거 말 - 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21.11.20 24 0 87쪽
45 45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3 21.11.10 21 0 73쪽
44 44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2 21.10.23 25 0 46쪽
43 43화 - 그거 말 - 할 걸 그랬었나요. 저는... - PART 1 21.10.14 25 0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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