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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4,023
추천수 :
109
글자수 :
478,340

작성
24.03.11 22:20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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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아카데미의 마녀

DUMMY

압도적인. 경외로운. 강렬한.


온갖 형용사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만큼 마녀의 기운은 대단했다.


그것은 마치 용암이 흐르는 분화구를 마주한 인간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전율.


“아··· 아아···”


레니는 무너져 내리듯 무릎 꿇었다.


“마녀님께서··· 노하셨다···”


그는 전의를 상실한 듯한 목소리로 주저앉았다.


루시와 테일러도 마찬가지였다.

얼어붙은 듯 멈춰 서 있는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오직 마리엔만이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목소리를 냈다.


“도, 도망쳐야 해!”


마리엔은 셀레나를 부축하고 있는 하범에게 달려갔다.

멍하니 마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 마녀가 공격해오기 전에 도망쳐야 해!”


하범은 마리엔의 손을 잡았다.


“마리엔. 우리가 여기 온 건 마녀를 만나기 위해서야.”

”이런 멍청이가! 우리가 아니라 너겠지! 놔! 난 셀레나를 데리고 돌아가겠어!”


셀레나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7위계의 마법이 그녀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많이 준 탓이었다.


마리엔은 하범의 품에서 셀레나를 끌어내, 그녀를 업어들고 돌아섰다.


“어딜 멋대로 돌아가느냐.”


마녀의 목소리.

돌아선 마리엔은 흠칫 몸을 떨었다.

마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탁.


콰과과!


흙바닥을 뚫고 가시 줄기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셀레나와 마리엔을 휘어감듯 속박시킨 채 높이 자라올랐다.


“마리엔!”

”셀레나!”


테일러와 루시가 뒤늦게 달려갔지만, 줄기는 오히려 그 두 사람까지 집어삼켰다.


“그만둬. 우린 너와 싸우러 온 게 아니야.”


하범은 날 선 눈빛으로 일어서 마녀에게 다가갔다.

큰 키를 가진 마녀는 여전히 하범을 내려다보며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내 병정들을 쓰러뜨려 놓고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그래.”


마녀는 흥미가 동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난 장미 불꽃의 마녀. 그레이스 로즈다. 네 녀석의 이름은 뭐냐.”

”파이론. 나는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의 아들 파이론이다.”

”그렇군. 네가 그분의 자식인가.”


하범은 지체하지 않았다.


“그래. 그레이스. 난 마녀의 아들로서 너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온 거다. 그러니 친구들을 풀어줘.”

”풀어달라고?”


그레이스는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그녀는 눈 깜짝할 새에 검은 채찍을 소환해, 하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채찍을 휘둘러 그의 상체를 꽁꽁 묶었다.


“크윽!”


두 팔을 쓸 수 없게 된 하범을, 그레이스는 발로 차 넘어뜨렸다.


“난 나보다 약한 놈의 말은 듣지 않아.”


그녀는 붉은 장화의 굽으로 하범의 명치를 질근질근 즈려밟았다.


“네놈들은 내 구역을 멋대로 침범했다. 내 병정들까지 공격했지. 그러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라니! 어쩔 셈이야!”

”화형이다.”


그레이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일행들이 속박되어 있던 줄기 밑동에 불이 붙었다.

장미 들판에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둬! 난 그저 너와 대화를 하고 싶을 뿐···”


하범은 말하려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붉은 눈동자에는 어떠한 감정도,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범은 푸른 마력을 일순간 방출했다.

왼손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자 불꽃에 닿은 채찍이 녹아내렸다.


“호오. 그것이 푸른 불꽃인가.”


그레이스는 채찍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채찍이 살아있는 뱀처럼 스스로 움직이며, 하범의 왼팔을 휘감아 강하게 압박했다.


“크으윽!”


하범이 제압당한 상태로 신음을 흘리니, 그레이스는 코웃음 쳤다.


“메이트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다니. 한심하군.”


하범은 불꽃의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온도가 올라갈 수록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주변에 피어난 장미들이 바싹 말라비틀어졌지만, 그레이스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내가 불의 마녀라는 것을 잊었나.”


꽈아아악!


마녀의 채찍이 더 강하게 하범을 조였다.

이대로면 왼팔은 물론, 온몸의 뼈가 바스라질 것이다.


‘남은 건 하나 뿐이야!’


하범은 푸른 마력을 지면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흘러 나간 마력은 푸른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유니 텍트인가.”

”알아채도 이미 늦었어!”


하범은 융합 마법진을 통해 그레이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력을 찾아냈다.

아론과 마찬가지로 그레이스의 마력도 흡수할 수 있는 상황.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하범이 외쳤다.


“친구들을 풀어줘! 안그럼 네 마력을 전부 흡수해 버릴 거야!”


그러나 그레이스는 눈 하나 깜짝않고 발을 굴렀다.


“텍트.”


한마디의 말과 함께 그녀의 발밑에 붉은 빛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네가 얼마나 나약한 녀석인지 깨닫게 해주마.”


후웅!


일순간 그레이스의 마법진을 중심으로 붉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융합 마법진에 빠르게 스며들어 잠식해나가기 시작했다.


단 한 순간에 제어권을 빼앗겼을 뿐더러, 마력의 흐름마저 역으로 꺾여버렸다.

하범은 그 여파로 체내에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커헉!”


피를 토하면서도 하범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마력의 제어권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붉은 마력이 침투해 오는 속도와, 동시에 술식의 구조를 자신이 유리하게 바꿔놓는 마녀의 해킹 능력은, 하범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융합 마법진은 붉은 마력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거기에 더해 융합 마법진과 링크된 하범의 체내에도 붉은 마력이 침투하려 했다.

그것마저 허용하면 단전 뿐만 아니라, 푸른 마력의 원천이었던 심장까지 위협받게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사라!”


테일러의 외침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그레이스를 향해 돌풍이 불어닥쳤다.


쐐애애액―!


장미꽃이 뜯겨나가고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주변의 모든 것들이 흐려질 정도의 거센 돌풍.


망토가 부대끼고 머리카락이 휘날렸지만, 그레이스는 한 손으로 모자챙을 잡은 채 의연히 서서 발을 굴렀다.


화르륵!


그녀를 중심으로 화염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그러자 돌풍은 단숨에 멎었다.


그 사이 하범은 푸른 불꽃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떨어진 불꽃에 닿은 채찍이 녹아내려 공간을 만들었다.

하범은 그 공간을 이용해 채찍을 풀어헤치고 빠져나왔다.

그리곤 빠르게 뒤쪽으로 달려가 일행이 속박된 줄기에 푸른 불꽃을 붙였다.


하범의 의지가 담긴 푸른 불꽃은, 줄기와 거기에 붙은 불꽃마저 소멸시켰다.


“콜록! 콜록!”

”케헥!”


일행들은 줄기에서 자유로워지자 연신 기침하며 주저앉았다.

연기를 조금 들이마셨을 뿐, 모두 무사했다.


하범은 다시 그레이스를 마주 보고 섰다.


“호오. 아직도 덤빌 마음이 있나 보군.”


그레이스는 채찍을 휘둘렀다.

하범은 푸른 불꽃으로 방어하려 했지만, 채찍은 허공에서 교묘하게 휘어져 하범의 빈틈을 노렸다.


짜악!


옆구리가 뜯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

하범은 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졌다.


그레이스는 채찍을 갈무리하며 몸을 추스리는 하범에게 다가갔다.


“실망이군.”


그레이스는 쓰러져 있는 하범의 앞에 섰다.


“넌 그 불꽃을 가질 자격이 없다.”


그녀는 그의 심장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휘리릭!


거센 파공음을 내며 날아가는 채찍.


덥썩.


채찍이 심장에 닿기 직전.

하범은 채찍을 낚아채 잡았다.


“실망이니 자격이니. 그딴 건 전생에서 실컷 듣고 왔어.”


하범은 붉은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그레이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딴 말을 듣고 싶어서 네 앞에 나타난 게 아니야. 그레이스.”


하범의 손에서 피어오른 푸른 불꽃이 채찍에 옮겨붙었다.

그레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허세만 가득한 놈이로구나.”

”허세인지 아닌지 시험해 보던가.”


채찍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푸른 불꽃.


푸른 불꽃이 채찍을 잡은 그녀의 손에 닿기 직전.


그레이스는 채찍을 한 줌의 불꽃으로 만들어 없앴다.


“좋다. 그럼 이렇게 하지.”


그녀가 말을 멈춘 순간, 땅에서 가시 줄기가 솟아올라 셀레나를 휘감았다.


“날 쓰러뜨리면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전부 들어주겠다. 허나 그러지 못한다면 이 인간은 죽을 것이다.”

”안 돼!”


뒤쪽에서 마리엔의 비명 같은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레이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되새기듯 말했다.


“준비가 되면 다시 찾아와라. 파이론.”


그 순간 줄기가 솟아올라, 하범을 포함한 일행 전부를 감쌌다.


화르륵!


불꽃이 일며 순식간에 가시 줄기가 소멸했을 땐, 그들 모두 숲 밖으로 텔레포트 되어 있었다.


“여긴···”

”숲 입구에요. 처음으로 돌아왔어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레니와 루시.

마녀에게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몸을 웅크린 채 흐느끼고 있는 마리엔에 의해 가라앉았다.


“마녀가 셀레나를 데려갔어···”


테일러는 마리엔을 위로하려 다가갔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눈가에는 후회와 원망이 서려 있었다.


“다 너 때문이야···!”


마리엔은 묵묵히 서 있는 하범에게 다가갔다.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고 그저 시선을 내린 하범을 마주하자, 마리엔은 분에 이기지 못하고 표독스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진정해. 마리엔.”


옆에서 테일러가 마리엔을 말렸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하범을 다그쳤다.


“말해봐!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마리엔.”

”네가 마녀를 쓰러뜨린다고? 네가? 네가!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마녀를···! 으흑···!”


마리엔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결국 그녀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다시는···! 다시는 네 말 믿지 않을 거야! 두 번 다시 말 걸지 마!”


마리엔은 그렇게 울며 가버렸다.


침묵이 감돌았다.

정적을 깬 건 레니였다.


“이번 일은 내 책임도 있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분과 대적한다는 생각만으로 오금이 저리더군.”


레니는 돌아섰다.


”셀레나 후안 아스펜의 실종 처리는 학생회에게 맡겨라. 해년마다 이런 일이 있어왔으니 이상할 것도 없어. 셀레나는··· 포기해.”

”선배!”

”루시. 현실을 직시해라. 인간이 마녀를 상대로 이기는 건 불가능해.”


레니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하범을 향해 말했다.


“네가 그분과 대등하게 싸웠던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야. 하지만 지금의 네 수준으로 마녀님을 이기는 건 불가능해.”


레니도 떠났다.

루시와 테일러는 여전히 묵묵히 서 있는 하범에게 다가갔다.


“친구. 나는 믿어. 친구가 반드시 셀레나를 구할 거라고.”


루시도 바구니를 꽉 쥐며 말했다.


“나도 믿어.”


하범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그리고 걱정마. 이 정도로 포기할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훗. 그래야 친구지.”

”파이론! 멋져! 나도 끝까지 도와줄게!”


기뻐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하범은 묵묵히 숲을 돌아보았다.


‘기다려. 내가 반드시 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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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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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43 이별 24.04.04 22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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