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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22 22:2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653
추천수 :
196
글자수 :
506,566

작성
24.04.15 22:20
조회
23
추천
2
글자
11쪽

아스펜 영지

DUMMY

“지금 그거 나한테 한소린가?”


기사는 날 노려보았다.


“그럼 너말고 누구한테 했겠냐?”

“겁을 상실한 놈이군.”


스릉―!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드르륵.


때맞춰 그레이스가 의자를 끌고 일어섰다.


“죽여도 되나?”

“아니. 그 정돈 아니야.”

”놈은 살기를 뿌리고 있다. 죽여 마땅해.”

”그냥 내쫒자.”

”기준을 모르겠군.”


그레이스는 아쉽다는 듯 답하곤 기사의 앞에 섰다.


“하. 날 우습게 보고 있군 그래?”


맨주먹으로 마주 선 그레이스를 본 기사는 코웃음 쳤다.


“단칼에 베어주마!”


기사는 단번에 거리를 좁혀 그녀의 목을 노렸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기습 공격.


그러나 검은 그레이스의 목 근처에서 멈췄다.


그레이스가 검날을 손으로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윽···! 무슨···!”


기사는 안간힘을 썼으나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끼이이익―!


그레이스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철검이 휘어져 버렸다.


“괴, 괴물···!”


기사는 검을 버리고 물러났다.

하지만 그 순간 그레이스가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퍼억! 후우웅! 쿠웅!


기사는 5미터 정도 날아올라 그대로 가게 벽면에 처박혔다.


뚜벅. 뚜벅.


그레이스는 쓰러진 기사를 향해 다가갔다.

그 길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황급히 비켜났다.


“크윽···!”


박살 난 테이블을 짚고 일어선 기사.

갑옷이 못 입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이 정도면 도망갈 법도 한데, 그는 단검을 치켜세웠다.


“나는 요한 메이드빈츠. 네 이름은 뭐냐.”

”그레이스 로즈.”

”이 자리에서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요한은 다시금 달려들었다.


슥! 스윽! 슥!


단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자세히 보니 단검에 마력이 서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마력 블레이드.


검과 물아일체가 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소드 마스터급 기술이었다.


‘소드 마스터였다고?’


믿기지 않았다.


제국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한 소드 마스터가 이런 변방의 시골 영지에서 행패나 부리고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상황은 정리되었다.


그레이스는 요한의 손목을 꺾어 제압했다.


“끄으윽!”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내가 졌으니 어서 죽여라!”

”네놈은 죽일 가치도 없다.”


그레이스는 멱살을 잡고 그를 문밖으로 집어 던졌다.


콰앙!


그대로 주점 문이 박살 나며, 요한이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와우.”


완벽한 마무리에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테이블 위에 금화 다섯개를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레이스와 함께 밖으로 나가니 요한은 어기적어기적 도망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레이스에게 물었다.


“싸워보니 어때?”

”움직임은 형편없지만, 검은 날카로웠다.”


역시.

그레이스도 마력 블레이드를 눈치채고 있었다.


‘저대로 놔두기엔 아깝단 말이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그의 뒤통수를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또 덤빌 생각이 있다면 성으로 와라!”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골목 어귀로 사라졌다.


“후. 그럼 이제 성으로 돌아가 볼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


---


성으로 돌아가니 한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지는 괜찮으셨는지요.”

”그럭저럭이었어. 그보다 하녀들을 모두 집무실로 데려와.”

”전부 말씀이십니까···?”


그는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도 그럴게 곧바로 집무실로 향하는 내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레이스와 함께 집무실에서 하녀들을 기다렸다.


곧, 하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한스는 나가 있어.”

”···. 알겠습니다.”


쿵.


문이 닫히고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곧바로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한스를 뒤쫒아가서, 그가 허튼수작을 부리면 이리로 끌고 와줘.”

”알겠다.”


그레이스는 곧바로 방을 나갔다.


하녀들은 저마다 불안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호출과 내 날 선 행동을 보고, 자신들을 꾸짖으려 하는 것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분위기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첫 마디를 뗐다.


“다들 일하다가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꼭 필요한 절차니까 이해해 줘.”


기침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약간은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아, 안나라고 합니다. 영주님.”


지목당한 하녀는 긴장했는지 목을 떨었다.


“성에서 주로 무슨 일을 하지?”

”마, 마루질을 하구요. 또··· 시간 날 때면 설거지도 해요.”


나는 그것을 시작으로 하녀들의 이름과 각자 맡은 업무를 이야기하게 했다.


마루질, 방 청소, 빨래, 설거지, 그릇 닦기, 옷 정리, 낙엽 쓸기, 말똥 치우기 등등.


그녀들은 가사 잡무를 주로 하고 정원사, 요리사, 마부의 보조 일도 가끔씩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하녀도 있었다.


업무 배정은 총관인 한스의 역할이었기에, 그것은 의도된 것이었다.


즉, 밤시중 전용 하녀들인 것이다.


그녀들의 면면을 확인해 두고 계속해서 업무를 물었다.


그러다 유난히 똘망해 보이는 하녀를 발견했다.


짧게 기른 금발에 차분해 보이는 파란 눈이 인상적인 소녀였다.


“저는 집무실의 서류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뭐죠?”

”줄리아라고 합니다. 영주님.”


감정적이거나 부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정돈된 어투.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여타 다른 하녀들과 결이 달랐다.


찬찬히 지켜보던 나는, 그녀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혹시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러자 줄리아는 두 손을 가슴에 대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한스를 내쫒아 주십시오.”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하녀들 사이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줄리아는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는 영주님의 재산을 빼돌리는 것도 모자라 매달 세금을 횡령하고 있습니다.”

”증명할 수 있나?”

”네.”


줄리아는 집무실 한켠에 숨겨져 있는 서랍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낸 뒤 내게 넘겼다.


그것은 세금 공납 확인서였다.


영지민들에게 거둬들이는 세금의 액수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외화를 벌어들일 수 없단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한스는 착실하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그 세금은 그대로 그의 금고에 들어갔겠지.


제국 국경 수비대에게 돈을 댄다는 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내 영웅 지원금도 놈이 꿀꺽 했을거고.


‘이거 생각보다 훨씬 악질인 놈이었구만.’


그레이스를 붙여두길 잘했다.


아마 지금쯤 모아둔 돈을 들고 튈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그레이스가 놈을 끌고 오면 차차 해결할 일.

나는 줄리아에게 집중했다.


“그는 영지의 처녀들을 멋대로 하녀로 고용해 매일 자신의 밤시중을 들게 합니다.”


그것이 그녀가 고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같았다.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는 총관이란 직책을 등에 업고 불경한 짓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지의 주인이신 영주님을 기만하는 행동입니다. 영주님은 솔직한 분이고, 정의로운 분이라는 걸 믿고 말씀드립니다. 부디 그를 내쫒아 주십시오!”


그것은 부탁을 넘어 간절한 호소였다.

그녀는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걱정 마. 그러기 위해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그레이스가 한스와 십여명의 병사를 채찍으로 묶은 채 끌고 왔다.


“어서 풀으시오! 이건 말도 안 되는 행위요!”


한스의 외침소리.

그레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채찍을 잡아끌어 한스와 병사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파이론. 이놈들이 지하에 숨겨둔 금고를 마차에 실어 달아나려 했다.”

”들어주십시오! 영주님! 이건 모함입니다!”


끝까지 변명하는 한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미 다 알고 있어. 네가 한 짓들에 대해서.”


내 말을 들은 한스는 마침내 가면을 벗었다.


“빌어먹을! 내가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욕짓거리를 파붓기 시작하는 그에게 엄히 말했다.


“넌 파면이다. 한스.”

”내가 없어지면 영지는 어떡하고? 너같이 어린놈이 영지를 다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럼. 물론이지.”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한스. 네가 돈만 훔치려 들었으면 적당히 추방할 생각이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밤시중에 대해선 용서가 안 돼.”

“서, 설마···!”

“너희 모두 사형이야.”


한스와 병사들은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됬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레이스. 적당한 곳으로 가서 처리해 줘.”

”그러지.”


그레이스는 그들을 끌고 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가는 한스와 병사들.


문이 닫히고 잠잠해질 즈음, 나는 하녀들에게 물었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 있어?”


그러자 조용히 입을 다무는 하녀들.


이해한다.


다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대부분이 밤시중을 위해 고용됬다는 걸 알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그만두게 할 생각은 없어. 어디까지나 너희의 자유야.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도 좋아.”


그러자 하녀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 나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와 같이 살고 싶습니다!”

”알겠어.”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 뒤로 하녀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뵙고 싶어요!”

”집에 돌아갈래요!”

”다른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쳐서 열 다섯명.

적당한 수였다.


“너희는 자유야. 모두 돌아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영주님!”


손을 든 하녀들이 모두 나가고, 나는 남아 있는 하녀들을 눈여겨보았다.


각자 사정이 있을 테지만, 나를 섬기겠단 각오한 자들이었다.

그것만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총관이 공석이 되었으니 새 총관을 임명할 생각이다.”


그녀들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어차피 자신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눈빛.


영지의 총관은 기본적으로 영지 내에 가장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것.


“새로운 총관은 너야. 줄리아.”

”제가 말씀입니까?”


그녀는 굉장히 놀란 얼굴을 했다.


“그래. 한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잖아. 영지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지.”


상급자를 고발할 수 있는 영민함과 판단력, 대담함.


교육과 무관한 하녀의 신분을 생각하면, 순전히 본인의 능력으로 그 일을 해낸 것이다.


하녀로 썩힐 재능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그녀를 총관으로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줄리아. 잘 부탁해.”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


---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줄리아와 함께 영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러던 중 그레이스가 말했다.


“낮에 봤던 기사가 찾아온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황하는 줄리아를 진정시키고 그레이스와 밖으로 나섰다.


성문에는 서른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모두 요한이 끌고 온 병사들이었다.


“역시 네놈이 새로 부임한 영주였군.”


그는 웃었지만, 나도 웃었다.


“마침 좋은 타이밍이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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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반란 24.04.27 24 2 13쪽
59 반란 24.04.26 22 2 9쪽
58 재회 24.04.25 26 2 8쪽
57 재회 24.04.23 28 2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22 2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22 2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21 2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21 2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21 2 10쪽
» 아스펜 영지 24.04.15 24 2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2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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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아이 산맥 24.04.11 25 2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8 2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22 2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6 2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9 2 12쪽
43 이별 24.04.04 28 2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7 3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35 2 12쪽
40 회생 24.03.30 46 2 14쪽
39 회생 24.03.29 42 2 13쪽
38 대재앙 24.03.28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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