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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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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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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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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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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행 준비

DUMMY

정오의 태양이 쨍쨍이 내리쬐는 여름.


파이론과 그레이스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대로를 걷고 있었다.


“일단 옷부터 사 입어야 겠어···”


파이론은 겨울용 스웨터를 걸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사복이 겨울용 옷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상점가로 향했다.


“와··· 진짜 미칠 듯이 덥다.”


숨을 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땀을 흘리며 헉헉대던 파이론은 그레이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 덕분에 얼굴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망토, 장화, 장갑까지 갖춰 입고 있었기 때문에 외투를 벗은 파이론보다 더 더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은 채 멀쩡한 모습이었다.


“안 더워?”


파이론의 물음에 그레이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불의 마녀는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 자체가 타오르는 불길.

어찌 더위를 느끼겠는가.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맞다. 얘 마녀였지.’


겉모습은 인간과 비슷하기에 무심결에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빨리 골목으로 들어가자.”


그나마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가는 그늘이 많았다.


상점가에 들어서니 그늘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 살 것 같네.”


골목 벽에 붙어서 땀에 젖은 스웨터를 말리고 있을 때였다.


“저기 봐! 마녀님 아냐?!”

”이럴 수가! 대재앙을 소멸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봐!”


뙤약볕 때문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었던 대로와 달리, 상점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귀족, 가론 할 것 없이 그레이스를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그들이 그녀를 알아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녀의 고깔모자.


제국법에 따라 마녀의 고깔모자를 쓰는 사람은 사형에 처해진다.


이는 마녀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실제적으론 개나 소나 마녀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었다.


이에 제국민들은 고깔모자 비스무리한 것도 쓰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거기다 붉은 마녀복에 머리칼과 눈동자까지 붉으니, 스스로를 불의 마녀라고 광고 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학생들의 수가 적어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시내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황.

그럼에도 점점 더 몰려드는 인파.


파이론은 그레이스를 데리고 좁은 골목으로 피신했다.


“그레이스. 다른 옷 없어? 너 눈에 너무 띄는데.”

”불가능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옷은 내 일부다.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지.”


옷이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


그러자 그레이스가 손을 들었다.


곧 장갑이 불타오르며 소멸했다.


“마녀는 저마다 자신에 걸맞은 옷을 입는다.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어쩐지.

그레이스는 옷을 세탁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럼 모자라도 벗자.”

”왜 그래야 하지?”

”저길 봐. 다 너만 쳐다보고 있잖아.”


골목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동자.


“저게 뭐가 문제지?”

”뭐가 문제긴!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어디 갈 때마다 사람들이 줄줄이 몰릴 거란 말이야.”


그러자 그레이스가 채찍을 소환했다.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주지.”


파이론은 그녀를 막아섰다.


“사람을 상대론 폭력은 최후의 수단이야. 알겠어?”


이건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서도 중요한 교육이었다.


마녀는 인간 사이의 도리나 규범, 예절을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것이 불의 마녀의 특징인지, 아니면 그레이스의 성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녀는 별것 아닌 일에도 무력을 사용하려는 일이 잦았다.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동안 몇번이고 있었던 일이다.


멋모르고 그녀에게 접근했던 남학생 하나가, 그녀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전신 불구가 된 일이 있었다.


발 빠른 대처가 있었기에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긴 했지만.


아무튼, 이 때문에 파이론은 그녀에게 틈날 때마다 주의를 주었다.


자신과 같이 있는 동안은 무력 사용을 최대한 금하기로.


그레이스는 채찍을 소멸시켰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꽃 하나 밟지 않고 꽃밭을 걸으라 말하는 것 같군.”

”걱정 마. 내가 꽃을 밟지 않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


---


파이론은 거울에 비친 그레이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가죽 신발.

면바지와 흰 셔츠.

멜빵과 가죽조끼까지.


영락없는 초보 모험가의 복장이었다.


“도시에서만큼은 그렇게 다녀.”


아무리 수수한 복장이라도 그레이스의 미모와 몸매가 가려지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마녀란 사실은 들키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파이론은 만족했다.


그 역시 그녀와 비슷한 모험가 복장으로 갈아입은 채, 지도나 나침반, 여행 가방 같은 여행 용품도 몇 개 고르고 나서 계산대로 이동했다.


모험가 상점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올 때부터 이미 그녀가 마녀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손님이 마녀란 사실에 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파이론은 한사코 지불하겠다고 했다.


탁.


파이론이 학원장에게 받은 동전을 내밀자, 주인이 기겁했다.


“죄, 죄송하지만 너무 큰 돈입니다···!”

”큰돈이라고요?”


파이론은 새삼 동전을 확인했다.


하얗게 빛나는 것이 기껏해야 금화 정도의 값어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그건 화이트라고 불리는 백금화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동전 하나가 1000금화의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수도의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는 돈이라고.


전생의 시세로 따지면 개당 10억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가치인 것이다.


구매하려고 했던 모든 구성품을 다 합쳐도, 금화 하나의 가치보다 못 되었기 때문에 주인은 동전을 도로 돌려주었다.


”환전을 해드릴 만한 돈이 없습니다···”

“난처하네.”


학원장에게 너무 값비싼 걸 받아버렸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물건에 대한 값을 지불할 수 없으니 고민에 빠졌다.


주인은 무료로 주겠다 했지만, 이러면 엎드려 절받기와 다를 바 없었다.


고민하던 파이론은 자신이 입었던 겨울용 외투와 스웨터, 바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면 이거랑 물물교환하는 건 어떠세요?”


스웨터는 무려 대마법사 아르웬이 직접 짠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어필할 생각은 없었지만.


“원래는 무료로 드리려 한걸요. 무엇을 주시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가게를 나서려던 두 사람을 주인이 불러세웠다.


“제국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녀님과 영웅님이 아니었다면, 저희 아이들은 뜻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겠지요.”


상점에는 그의 어린 아들딸들도 있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들을 보며 파이론은 뿌듯함을 느꼈다.


“차림새를 그렇게 갖추신 데에는 이유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뒷문으로 안내해 드려도 될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상점 밖에는 그레이스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감히 그녀를 따라 상점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못 했지만, 모두 그녀가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점 주인은 그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주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건 저희지요.”


파이론과 그레이스는 뒷문을 통해 반대쪽 골목으로 빠져나왔다.


그곳에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미모와 몸매에 홀린 듯 그레이스를 쳐다보았지만 그뿐이었다.


“이제야 좀 다닐 만하네.”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몰려드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마침내 사람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일단 환전부터 할까.”


파이론은 곧바로 은행으로 향했다.


촤륵.


은행에서는 화이트 동전 하나를 받고 금화 천개가 든 주머니를 내주었다.


“이거 좀 무거운데···?”


주머니가 무슨 20KG 군장보다 무거웠다.


낑낑거리다 얼마 못가 주머니를 내려놓았는데, 지켜보던 그레이스가 대뜸 주머니를 들었다.


두 손으로도 힘든걸, 그녀는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


---


파이어 제국 수도 헤스티아에선 수천 명에 달하는 귀족들이 산다.


그만큼 귀부인이나 칠칠치 못한 어린 귀족들도 많았다.


이에 그들의 지갑과 엑세서리를 슬쩍하는 소매치기도 자연스레 성행했다.


대부분 손재주 있는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용돈벌이로써 행하는 짓이었다.


오늘도 어느 도련님의 지갑을 털어낸 돈으로 음료를 즐기고 있던 세 명의 용병.


그들의 눈에, 대놓고 금화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여인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저거 골드 맞지?”

”확실해. 툭 튀어나온 저 우아한 곡선을 봐. 페니도 실버도 아닌 골드야. 장담할 수 있어.”


이 바닥에 수년을 눌러앉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나 탐스러운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슬쩍 할 테니께 이번에도 알제?”


두건을 쓰는 도적의 물음에, 궁수가 활과 활통을 등에 메며 답했다.


“적당할 때 신호 줄 테니 제때 오기나 해.”


검사도 대검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 삼대일. 나중에 딴소리 마라.”


모의를 마친 세 사람은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아무리 많은 인파라도 붉은 머리칼을 가진 키 큰 여성을 쫒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궁수는 날렵하게 건물 지붕을 올라, 지붕 사이를 뛰어다니며 여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궁수가 거울로 햇빛을 반짝이며 신호를 주자 뒤를 따르는 도적과 검사.


“일행을 보니 딱 봐도 모험 얘기 좋아하는 귀족 도련님이로구먼.”

”흐흐. 꼴에 귀족이라고 쌔끈한 시중을 고른 것 좀 보게.”

”중요한 건 돈이라니께. 또 여자 따먹을 생각하지 말고.”


둘이 떠드는 사이 궁수는 두 남녀가 역마차가 모여있는 역참으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저대로 밖에 나가겠다고?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흐흐. 다른 놈들에게 재미를 줄 순 없지.”


두 남녀가 역참에 도착했을 때, 궁수는 뒤쫒아오고 있던 도적에게 신호를 주었다.


목표가 마차에 신경 쓰는 틈을 타서 노리라는 것.


그들이 역참에 들어서자, 도적이 뒤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역참을 빠져나온 도적은 궁수를 향해 자신의 혁대를 두드리며 성공을 알렸다.


지붕에서 상황을 살피던 궁수는 성공 사실을 검사에게도 알렸다.


음습한 골목.

세 사람은 자신들이 훔친 금화 주머니를 열었다.


“이야! 이게 웬 떡이냐!”


주머니 안에는 휘황찬란한 금화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최소 10년은 털어먹어야 얻을 수 있는 돈이잖아!”

”이게 다 얼마냐! 이제 인생 폈다!”

”어이어이! 삼대일이야! 정확하게 나누자고!”


그때였다.


터벅. 터벅.


어디선가 들리우는 발소리가 골목 벽에 메아리쳤다.


세 사람은 금화를 도로 주머니에 쓸어놓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소리 간격이 그 여자랑 비슷해.”


귀를 기울이던 궁수의 말에, 도적과 검사가 무기를 들었다.


”제 발로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단 말이제.”

”흐흐흐. 재미 좀 볼 수 있겠네.”


잠시 후 골목 어귀에서 가론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밝게 빛났다.


“어이! 뭘 믿고 여기에 혼자 온 거야?”

”우리야 좋제. 저렇게 쌔끈한 여자가 제 발로 오면.”

”아가씨. 우리 한번 질펀하게 놀아볼까?”


셋은 비릿한 웃음소리를 내며 여인에게 다가갔다.


“이해를 못 하겠군.”


여성의 말에 셋은 과장된 몸짓으로 어리둥절한 척 했다.


“이해는 나도 못하겠는데? 찾아내면 우리가, 아이고 들켰네요. 여기 훔친 물건 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알았냐?”

”무슨 애새끼 숨박꼭질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하하하!”


여인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채찍이 불타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자, 잠깐.”

”방금 채찍이 어떻게 생긴 거지?”

”저거··· 마법 아냐···?”


과장이 아닌, 진짜로 어디둥절하기 시작한 세 사람.

그때 여인이 말했다.


“이런 놈들을 살려두라니. 이해가 안 돼.”


세 사람은 뭔가 잘못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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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20 2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9 2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8 2 13쪽
61 수습 24.04.29 23 2 15쪽
60 반란 24.04.27 24 2 13쪽
59 반란 24.04.26 22 2 9쪽
58 재회 24.04.25 27 2 8쪽
57 재회 24.04.23 28 2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22 2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22 2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21 2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21 2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22 2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24 2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23 2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24 2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25 2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8 2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22 2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7 2 12쪽
» 여행 준비 24.04.05 30 2 12쪽
43 이별 24.04.04 28 2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7 3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35 2 12쪽
40 회생 24.03.30 46 2 14쪽
39 회생 24.03.29 43 2 13쪽
38 대재앙 24.03.28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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