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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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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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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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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결투

DUMMY

이스트 대륙.

아홉 대륙 중 극동에 위치한 이곳은, 마수의 대륙인 섀도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대륙이다.


섀도우에서 넘어와 이스트 대륙 곳곳에 둥지를 튼 마수들을, 인간은 감당하지 못했다.


마수들에게 점령당한 버림받은 대륙.


이곳의 인간들은 극히 한정된 지역에서 소왕국을 이룬 채 모여 살았다.


이들에겐 마법서를 살 돈도, 마법사를 고용할 돈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잡은 건 검이었다.

그들은 검을 들고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수와 맞섰다.


『인간은 태어나 검과 함께 살아간다.』


이스트 대륙민의 오랜 속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검사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마수왕 켈베로스가 푸른 불꽃의 마녀 디메시아에게 봉인 당한 이후, 마수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스트 대륙의 인간들은 그 틈을 노려 세력을 확장했다.


수백 년에 걸쳐 대륙 곳곳에 떨어져 있던 소왕국들이 영토 전쟁을 벌였다.


수많은 왕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포섭되었다.


그리하여 끝내, 작았던 물줄기들이 하나의 강이 된다.


워터 제국의 탄생이었다.


워터 제국은 내로라하는 기사들을 앞세워, 대륙에 둥지를 튼 마수들을 토벌하면서, 서서히 인간의 땅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11대 황제 바텐 칸 하이시스.


그는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마침내 모든 마수들을 대륙에서 몰아내게 된다.


이스트 대륙을 인간들의 땅으로 평정한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다.


이후, 바텐 황제는 대륙 제일의 미인 세리나 카 하이시스와 혼인하여 제국의 유지에 힘쓴다.


그러나 마수의 뿌리를 뽑은 것이 화근이었을까.


섀도우 대륙으로 물러난 마수들이 바닷물을 이용해 자신들의 마기를 이스트 대륙에 흘려보냈다.


제국민들은 오염된 바닷물을 마시고 끔찍한 돌연변이 괴물이 되거나, 마수가 되었다.


워터 제국 암흑기의 서막이었다.


남쪽에서부터 올라오는 오염된 물은 끊임없이 제국민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바텐 황제는 십수 년에 걸쳐 절반에 가까운 자국민 목을 베었다.


“물을 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해결책을 검토했으나 모두 소용없었다.

남은 건 하나뿐.


“물을 관장하는 존재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이에 황제가 직접 나섰다.

그는 물의 마녀들을 찾았다.


“부탁하오. 마기에 오염된 물을 정화해 주시오.”

”눈앞에서 사라져라. 인간들이여.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그녀들은 그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

인간을 싫어하기 때문.


인간이 싫어서 바다로 떠난 이들이 물의 마녀들이다.


바텐 황제는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폐하! 정령은 본디 중립적인 존재.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는 자들이 아니옵니다!”


모두가 헛수고라 말했지만, 황제는 원탁의 기사들을 데리고 배에 올라탔다.


북쪽의 가든 대륙.

황제는 정령들의 땅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를 만나 부탁한다.


“위대한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여. 섀도우 대륙의 마수들이 흘려보낸 오염된 물을 정화해 주소서.”


나이아드는 거절한다.


어떤 대가도 얻을 수 없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으니까.


게다가 피와 오물로 순수한 물을 더럽히는 존재들 아닌가.


정령의 눈에는 인간도 마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바텐 황제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걸.


인간들이 가든 대륙을 떠나지 않자, 나이아드는 곤란했다.


죽이는 건 쉽지만, 그렇게 되면 이곳이 더럽혀 진다.


나이아드는 그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그러나 순순히 부탁을 들어주긴 싫어 꾀를 내었다.


【네 자식에게 순수한 물의 축복을 내리노라. 너희 인간들이 그 순수함을 감당할 수 있다면, 너희는 살아남을 것이다.】


바텐 황제는 그길로 돌아가 세리나와 함께 셀레나를 낳는다.


살아있는 나이아드의 축복.


셀레나 크림 하이시스.


백발처럼 하얗게 센 머리칼과 눈썹.

그리고 하얀 눈동자가 그것을 의미했다.


그녀의 탄생 이후, 오염된 물로부터 이스트 대륙은 해방되었다.


돌연변이도 생기지 않았으며,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셀레나. 너는 순수함의 상징이란다. 모두에게 순수를 가져다주는 존재야. 너는 그걸 위해 태어났단다. 언제나 그 순수함을 간직하렴.”


황제는 자신을 부르는 셀레나를 힘껏 껴안았다.


셀레나는 순수함의 상징.


그렇기에 황제는 두려웠다.


그녀가 자라, 훗날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접했을 때, 그녀가 그 순수함을 잃어버릴까 봐.


셀레나는 총명한 아이였다.


호기심이 많아 황성에 구비된 책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무엇이든, 어떤 지식이든, 그녀에게 물어보면 답이 척척 나왔다.


황가의 사람들은 물론, 원탁의 기사들과 대신들도 어린 셀레나 황녀를 어여삐 여겼다.


그녀는 완벽했다.


순수하고 청렴하며 아름다웠다.


모두가 셀레나 황녀와 같은 자식이 있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 말하고 다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흠잡을 데가 없어서?

그녀에 대해 욕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될 정도라서?


황제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셀레나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인연이 거의 닿지 않는 자들부터.

수도까지 그녀에 대한 뒷담화가 퍼졌다.


그것이 끝내 황궁까지 닿았다.


처음엔 시녀와 하인들이.

다음엔 황성에 드나드는 귀족들이.

다음엔 국무를 맡은 대신들이.

종국엔 삼촌뻘이던 원탁의 기사들마저.


웃으며 그녀를 대했던 이들은, 이제 그녀를 헐뜯고 무시하고 욕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 책만 읽는 다고.

웃으면 바보같이 웃기만 한다고.

시찰을 나가면 나가서 놀기만 한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셀레나는 총명하여 그들의 변화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믿었다.


변함없이 순수하게 그들을 대하면 언젠가 그들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자신은 오염을 정화하는 순수함의 상징이니까.


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건네준 물 한 잔을, 바텐 황제가 집어 던졌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원탁의 기사들이 국무 회의 때 난동을 부렸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언제나 곁에는 바텐 황제가 있었기에.


그가 와인을 마시고 쓰러졌을 때.


셀레나는 깨달았다.


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불가능.


그때부터 셀레나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궜다.


웃지 않았고.

실수를 지적했고.

관계를 거절했다.


자신은 순수함의 상징이니까.

그러지 않으면 순수함을 잃어버릴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얼음이 되기로 했다.


단단한 얼음이 되어 그 안에 있는 순수함을 지켜내리라.


---


---


셀레나는 창가 너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녀의 말이 맞았다.


마수들이 몰려오는 것도.

그들의 마음에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킨 것도.


전부 자신의 탓이다.


자신의 존재가 제국에 해악을 끼친다면, 이곳에 남는 것이 옳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슬퍼하시겠지만, 그것이 순리다.


이곳에서 조용히 살다 죽는 거다.


제국은 분열하고.

마수들은 제국민들을 유린하겠지만.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 난세를 평정할 것이다.


지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

전부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도.

제국을 지켜내는 것도.


전부 불가능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


마법을 부흥시켜 기사들의 권세를 막는 것도.

침공하는 마수들에게서 분열하는 제국을 막는 것도.

그들에게서 순수함을 지켜내는 것도.


불가능.


이 세상에 완벽이란 건 없다.

완전한 순수함도.


파이론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마녀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목숨을 버리는 행위다.


그도 인간이다.

불가능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


언제나 그를 쌀쌀맞게 쳐다보았다.

그의 관심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거부했다.


그와 함께 있노라면 얼음이 녹아버릴 것 같아서.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차라리 난 이곳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붉은 눈동자가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역시 넌 인간이다.”


그녀는 모자를 고쳐 썼다.


“세상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는 게, 딱 인간다워.”


마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언덕 위를 가리켰다.


하얀 눈동자에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파이론···”


그의 목소리가 장미 언덕에 가득 울려 퍼졌다.


“구하러 왔어! 셀레나!”


---


---


집에서 나온 건 그레이스뿐이었다.


“셀레나는?”

”결투에서 이기면 답해주지.”


그레이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 모든 장미에서 일제히 불꽃이 일었다.


그녀는 발을 굴렀다.


“텍트. 수호하는 병정의 불꽃. 로즈힙.”


쿠과과과!


장미수호병들이 흙을 흩날리며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서 레니가 소리쳤다.


“파이론! 이놈들은 우리에게 맡기고 마녀를 상대해!”


하범을 제외한 이들은 반대쪽 언덕 아래로 도망쳤다.


장미수호병들은 그들을 향해 일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범은 그레이스와 마주 섰다.

그가 전신에 푸른 불꽃을 피워올리자, 그레이스는 흥미가 동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그럴듯하구나.”

”어. 한 달 동안 진짜 죽을 맛이었거든.”


그레이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만!”

”음?”


자신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파이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그레이스.


“뭐지?”

”지금 대재앙이 일어나려 하거든? 거기에 대해서 신경 쓰인다거나, 걱정된다거나 그런 생각 안 드니?”

”의미를 모르겠군. 덤비지 않으면 내가 가겠다.”

”그럴 것 같더라니.”


아무래도 비폭력 설득은 무리인 것 같다.


하범은 빠르게 포기하고 자세를 잡았다.


스칼렛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고서에 따르면, 마녀의 약점은 심장이라고 되어 있어요. 파이론 군. 심장을 노리세요.」

「그러다 죽으면요? 그럼 안 되잖아요. 대재앙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엇. 그것도 그렇네요··· 잠시만요. 책을 보니까 마녀의 죽음은 소멸이라고 되어 있네요. 심장은 약점일 뿐이에요. 마녀는 쉽게 죽지 않는 것 같아요. 심장을 노려도 죽지는 않을 거예요.」


마녀의 약점은 심장.


하범은 기습적으로 화염탄을 발사했다.


후웅―! 후웅―!


그레이스는 총알 세례를 눈 하나 깜짝않고 움직임만으로 피했다.


“저걸 저렇게 피한다고?”


하범은 다른 방식으로도 공격을 시도했다.


화염의 파도.

화염 방사.

불기둥.


하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웬만한 공격은 몸짓으로 피하고.

큰 공격은 가시 줄기 채찍으로 휘둘러 제거했다.


원거리 공격은 의미가 없다.


그녀의 심장을 노리려면 붙어서 싸워야 한다.


“이제 끝났나?”


그레이스는 지금까지 어떤 공격도 해 오지 않았다.

일부러 봐준 것처럼.


하지만 이젠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시 줄기 채찍을 바닥에 내려쳤다.


촤악―!


“텍트. 갈망하는 죽음의 불꽃. 사라세니아.”


그 순간 지면이 울리더니 거대한 가시 줄기가 사방에서 솟구쳐 올랐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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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재회 24.04.23 22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8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8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43 이별 24.04.04 21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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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대재앙 24.03.26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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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내기 결투 24.03.23 34 1 13쪽
» 내기 결투 24.03.22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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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수련 24.03.19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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