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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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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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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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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글자수 :
511,350

작성
24.04.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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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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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여행 준비

DUMMY

촤악―! 촤악―!


골목에서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채찍 소리.


”어흑···!”

”흡···!”

”크윽···!”


삼인방은 엎드려뻗친 채 채찍질을 감내하고 있었다.


공격도 반격도 소용없다.

회피도 도망도 실패했다.


채찍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


상대가 터무니없는 강자라는 걸 깨달은 그들과 그들을 체벌하려는 그레이스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골목 어귀에서 파이론이 모습을 드러낸 건 그즈음이었다.


”이 셋이 전부야?”


붉은 눈동자가 자신들을 향하자 삼인방은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맞어예!”


파이론은 그들을 살폈다.


머리부터 팔다리까지 빨갛게 퉁퉁 불어있다.

옷도 찢겨나가 거적때기마냥 너덜너덜한 것이, 전체적으로 상태가 처참하다.


적당히 손봐주라고 했건만.

며칠 동안 붙잡아 놓고 두들겨 팬 수준이다.


“그레이스. 살살한 거 맞아?”

”물론이다.”


파이론은 엎드려뻗친 삼인방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이봐요. 아저씨들. 그러게 남의 걸 훔치면 안 되죠.”

””죄송합니다!””

”죄송혀요!”


목이 잔뜩 쉬어있는 게, 수백번도 더 외친 듯하다.


“그레이스가 아저씨들한테 충분히 벌을 준 거 같네요.”

”그, 그럼···”


용서해 줄 거냐는 표정.


”아. 오해하지 마세요. 아직이니까. 저도 헛걸음했잖아요. 그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죠. 안 그래요?”

”크흐흑!”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니 고개를 떨구는 삼인방.


파이론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손뼉을 마주쳤다.


”자. 일단 옷 전부 벗으세요. 속옷은 빼고요.”


밍기적거릴 뿐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이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파이론이 물었다.


“제 말은 말 같지가 않나봐요?”


그는 그레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레이스. 이분들이 아직 반성을 덜 한 것 같은데?”


그레이스가 채찍을 주무르며 다가오자 삼인방이 다급히 소리쳤다.


”벗겠습니다!”

”당장 벗을게요!”

”까라면 까야지예!”


삼인방은 일사불란하게 허리띠를 풀고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이론이 물었다.


“근데 아저씨들. 금화 주머니 꽤 무거운데, 어떻게 그리 감쪽같이 훔쳤어요?”


다시금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삼인방.


파이론이 그레이스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검사와 궁수가 도적에게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에릭!”

”말 안하고 뭐해?”

“그건 영업 비밀인디···”


곤란하다는 듯 긁적이는 도적.

지켜보던 파이론이 입을 열었다.


”그레이스.”

”야! 이 미친놈아!”

”빨리 이야기 안해!”


나머지 둘이 닦달하자 그는 결국 털어놓았다.


“혁대로 훔쳤지예. 아공간 주머니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걸로 쓱싹했습죠.”


그는 발밑에 벗어 던진 혁대를 가리켰다.


“오.”


파이론은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겉은 평범한 가죽 허리띠지만 안쪽엔 복잡한 마법 술식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차원 마법 술식이네.’


인위적으로 만든 차원 공간.

그리고 그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스위치.

그것이 술식의 주요 동작이었다.


그릴 수 있는 술식의 양이 적으니 차원 공간의 크기는 작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용품과 돈을 넣어두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차원 공간은 외부 접근이 불가능한 데다, 무게 제약도 없고 소실 될 일도 없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저장고.


파이론의 표정을 본 도적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가진 거 다 드리겠어예! 하지만 저 혁대만은 봐주소···! 제 영업 도구란 말이어예!”


그러나 그의 말은 파이론에게 들리지 않았다.


“특별히 이거 하나로 퉁쳐드리죠.”


도적은 눈물을 흘렸지만 다른 두 용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론은 혁대를 차고 차원 공간을 소환했다.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녹슨 단검들이 들어있었다.


그것들을 모조리 쏟아낸 뒤, 금화 주머니와 여행 가방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떠날 준비를 마친 파이론은 삼인방을 돌아보았다.


“또 소매치기하실 거죠?”

”아니요!”

”절대 안 하겠습니다!”

”안허예!”


파이론은 나지막이 웃었다.


“에이. 안 믿어요.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럴 땐 확실하게 교훈 하나 얻어가시죠.”

”교, 교훈이라는 말씀은···”


파이론은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머리털만 태울 수 있지?”

”간단하다.”


삼인방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제, 제발···!”

”용서를···!”

”아아악···!”


어두웠던 골목이 잠시 환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


“벨렌으로 가는 마차를 구하오!”

”루코 지방까지 제일 싼 마차입니다! 단돈 10실버!”

”라민 영지까지만 싸게 해주쇼.”


역참은 마부와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파이론은 아공간을 열어 지도를 꺼냈다.


“흠.”


대륙을 넘어가기 전에 황제에게 하사받은 영지를 들를 생각이었다.


아스펜 영지.


파이어 제국의 동쪽 끝에 위치한 지방으로, 이스트 대륙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기도 했다.


“그레이스. 아스펜 영지로 가는 마차를 찾자.”


행선지가 적힌 팻말을 든 마부는 몇 없었다.

이동하는 곳이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마부들은 저마다 큰 목소리로 행선지를 말하고 다녔다.


여기저기서 고함을 치는 통에 원하는 행선지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달랐다.


“저기 있다.”


그녀는 역참의 중심에서 소리치는 소년을 가리켰다.


“아스펜 영지로 가는 마차요! 제일 싼 1골드!”


하지만 파이론은 마차를 흘끗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걸 탔다간 엉덩이뼈가 다 부러지고 말 거야.”


아스펜 영지는 제국의 동쪽 끝이다.

가는 거리만 3천킬로미터.


아무리 발 빠른 역마차라도 최소 15일은 가야 하는 거리.


무조건 쿠션이 갖춰진 질 좋은 마차를 타야 한다.


그러나 역참을 다 뒤져도 아스펜 영지로 가는 마차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차라리 경유해서 갈 생각으로 다른 지역 마차를 찾으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동쪽으로 가는 마차만 없었다.


아까 그 마부 소년에게도 가보니, 손님이 없어서 행선지를 마구 불러댄 것이었다.

그는 실제로 아스펜 영지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거 직접 찾아 물어야 겠는데.”


둘러보던 파이론은 역참 한구석에서 꽤 크고 깔끔한 마차를 발견했다.


겉모습은 심플하게 생긴 것이, 내부는 쿠션으로 빵빵하게 채워져 있었다.


“실례합니다. 아스펜 영지로 가려고 하는데요.”


말에 짚을 내주고 있던 마부가 고개를 돌렸다.

사각턱을 가진, 뚝심 있어 보이는 중년 사내였다.


그는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대뜸 말했다.


“당신들에겐 영업 안 하오. 복장을 모험가처럼 한들 내 눈은 못 속이지. 마법 아카데미 생도잖소.”

”어떻게 아신 거죠?”

”몸에 그슬린 자국 하나 없는 이들이 탄내가 진동하니 마법을 쓸 줄 알고, 내 마차를 보고 오는 이들은 귀족들뿐이오. 당신들처럼 젊은 귀족들이 마법을 쓸 줄 안다면 답은 하나지.”


그의 말을 들은 파이론은 옷소매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용병들의 머리털을 태운 냄새가 조금 남아있었다.


파이론은 그의 안목에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되물었다.


“아카데미 생도는 왜 안 받아 주시는 데요?”


마부는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


“예전에 어떤 칠칠치 못한 생도가 마차에서 연습하겠답시고 불마법을 썼는데, 불씨가 옮겨붙어서 마차가 홀라당 타버렸소. 그뿐이오? 갈증 나서 물을 마시겠다고 물마법을 쓰다가 어렵게 구한 양털 쿠션이 다 젖어버린 적도 있었지.”


줄줄이 읊던 그에게 파이론이 물었다.


”그럼 마법을 안 쓰면 되는 거네요?”

”여행하는 내내 여야 하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내 마차에서 마법 사용은 엄금이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좋아요.”

”약속 지키시오. 어긴다면 각오해야 할꺼요.”


여러 차례 약속을 받아내고 보증서까지 서명하고 나서야 그가 요금을 제시했다.


“아스펜 영지라면 10골드는 받아야겠군.”


말도 안 되는 요금이었다.


행선지를 달랐지만 이보다 더 좋은 마차도 5골드를 불렀다.


하지만 뭔가 묘하게 끌린다고 해야 할까.

바가지로 치부하기엔, 그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차피 가진 돈의 100분의 1.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좋아요.”


파이론이 10골드를 건네자, 마부는 모자를 벗어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튜니티라고 하오. 최선을 다해 모시겠소.”

”저는 파이론이고, 이쪽은 그레이스에요.”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소. 미리 타고 있어도 되오. 내부 청소는 되어있으니.”


파이론과 그레이스는 마차에 올랐다.


내부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이 하얀 양털 쿠션으로 덮여 있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것이 평소에 관리를 세심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똑. 똑.


마부석 창문이 열리더니 튜니티의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출발하겠소. 필요한 게 있다면 창을 두드리면 되오.”


그는 창을 닫았다.


다각. 다각.


곧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 바퀴가 돌부리에 치이는 대도 쿠션 덕분에 편안했다.


수도 성문에 도착했다.

들어올 땐 검문이 있었지만, 나갈 땐 하이패스였다.


마차는 수도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


---


아무리 좋은 마차라도 에어컨이 달려 있지 않는 한 더위는 어쩔 수 없었다.


“으. 덥다.”


이럴 때 찬물로 세수만 해도 좋을 텐데.


순간적으로 1 위계 물마법이 생각났지만 고개를 저었다.


파이론은 마부석 창문을 두들겼다.


똑. 똑.


튜니티가 창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

”더워서 그러는데, 근처에 강이 있으면 거기에 세워주세요.”

”알겠소.”


튜니티는 방향을 틀어 산속으로 들어섰다.


촤아아아아!


금세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가 작은 강이 흐르는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가 세워진 순간, 파이론은 옷을 벗어 던지고 강에 뛰어들었다.


“아! 살 것 같다!”


파이론이 계곡물에 멱을 감는 동안 튜니티는 야영 준비에 바빴다.


그레이스는 마차에서 나와 돌부리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물가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쿵! 쿵!


그때 어디선가 묵직한 진동 소리가 들렸다.


수풀 사이에서 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물을 마시러 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곰은 멱을 감던 파이론을 발견하고 곧장 달려들었다.


본능적으로 왼손을 들어 올린 파이론.


그때.


쉬쉬쉭―! 파바박―!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3개가 정확히 곰의 옆구리에 연달아 꽂혔다.


돌아보니 튜니티가 활에 화살을 재고 있었다.


튜니티는 비틀거리는 곰에게 정확히 목을 노려 숨통을 끊었다.


쿠웅―!


곰은 쓰러졌다.


튜니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저녁으로 생선구이를 할까 했는데, 그럴 필욘 없겠소.”


그는 마부석으로 쓰는 도구함에서 도축용 칼을 꺼냈다.


“피가 많이 나올 테니 물에서 나오시오.”


파이론이 수건으로 몸을 닦는 사이, 그는 가죽과 고기를 도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축한 고기를 나무 막대기에 꽂아 통구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곧 날이 지고 저녁이 찾아왔다.


곰고기가 노릇하게 구워지고, 세 사람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막대에 꽂힌 고기를 뜯었다.


“활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고기를 뜯어먹던 튜니티가 답했다.


“사십년간 군대에서 활을 쐈지.”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했다.


마저 식사하던 튜니티가 대뜸 말했다.


“불침번은 내가 먼저 서겠소.”


옆에 있던 그레이스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마녀라서 잠을 안 자도 돼요.

라고 설명한들 그가 믿을 리 없었기에, 파이론은 간단히 돌려 말했다.


“사실, 그레이스가 아까 잠을 잤거든요. 그러니 불침번은 그레이스에게 맡기세요.”

“알겠소. 그럼 부탁하오.”


튜니티는 드러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하루 종일 일만 한 사람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 파이론도 조용히 잠들었다.


부엉이가 울고, 잔잔한 물소리가 들리는 개울가.


타닥. 타닥.


모닥불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레이스.


샤삭. 스스슥.


수풀 근처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미세한 소리.

하지만 그녀는 곧장 반응했다.


쉬익―!


그레이스는 어둠 속에서 날아온 화살 한 발을 고개를 꺽어 피해냈다.


“호오.”


어둠 속에서 붉은 단발의 여인과 대머리 삼인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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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8 2 13쪽
61 수습 24.04.29 23 2 15쪽
60 반란 24.04.27 24 2 13쪽
59 반란 24.04.26 22 2 9쪽
58 재회 24.04.25 27 2 8쪽
57 재회 24.04.23 28 2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22 2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22 2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21 2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21 2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22 2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24 2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23 2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23 2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25 2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8 2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22 2 10쪽
» 여행 준비 24.04.06 27 2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9 2 12쪽
43 이별 24.04.04 28 2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7 3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35 2 12쪽
40 회생 24.03.30 46 2 14쪽
39 회생 24.03.29 42 2 13쪽
38 대재앙 24.03.28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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