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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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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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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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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별

DUMMY

해가 뜨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


아카데미의 정문에, 말을 탄 수십명의 기사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푸른 갑옷과 붉은 갑옷으로 대비되는 두 기사단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었다.


붉은 갑옷을 입은 루히 크룰루 알터 백작은 오른팔이 없는 푸른 갑옷을 걸친 노기사를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벨레리온 경. 당신의 명성과 무용담은 파이어 제국의 기사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워터 제국의 제 3 황실 기사단이자, 해마를 깃발로 내세운 시호스 기사단.

그들의 단장 베디비어 히포 벨라리온 백작이 주름진 얼굴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외팔이 노구의 이야기가 여기 사람들에게도 꽤나 흥미로웠나 보구려.”


그는 알터 백작이 내민 손을 굳게 맞잡았다.


“황녀님을 이리 뫼시게 해주어 고맙소. 술이나 한잔 하고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아쉽게 됬소.”

”아닙니다. 워프 게이트까지 안전하게 모시라는 황태자 저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가시는 길, 최선을 다해 안내하겠습니다.”

”신세 좀 지겠소. 알터 경.”


인사를 마친 두 기사단장은 말을 이끌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


---


---


아침 해가 떠오르자 아카데미의 정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네 사람이 나타났다.


셀레나와 마리엔, 파이론과 테일러였다.


이미 서로 인사는 다 마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표정은 어쩔 수 없었다.


벨라리온 백작은 말에서 내려와 셀레나 황녀에게 다가갔다.


“황녀님. 뫼시러 왔습니다.”

”공연히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군요. 벨라리온 경.”

”황녀님을 모시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그런 말씀 마시지요.”

”고맙습니다. 벨라리온 경.”


그는 자연스레 손을 내미는 셀레나 황녀의 손을 잡고 마차까지 이끌었다.


기다리고 있던 부단장이, 때에 맞춰 마차의 문을 열고 셀레나는 계단을 올랐다.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녀는 파이론을 돌아보았다.

그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다.


“안녕히.”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마리엔이 뒤따라 마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꼬마 아가씨! 나 없다고 우울해하지 마!”

”우울하긴 개뿔!”


마리엔은 테일러를 향해 혀를 내밀곤 창문을 닫아버렸다.


마차가 움직이자, 수많은 기사가 뒤따랐다.


“크흑!”


갑작스런 흐느낌 소리.

파이론이 돌아보니 테일러가 눈물을 터트리고 있었다.


“잘 가! 마리엔! 기다려! 금방 따라갈 테니까!”


테일러는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꺼이꺼이 울며 소리쳤다.


“사람들 다 깨겠다. 임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파이론은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


“결심이 선 모양이로군.”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그레이스가 건넨 말이었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마녀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됀거 같거든.”


아카데미에 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마녀를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


이정도면 모두 충족했다.

다음 스텝을 밟을 때가 온 것이다.


때마침 생긴 목표.

5속성 마녀를 모아 디마크라를 봉인하는 것.


이것은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힘의 대가이자 영웅의 길.

반드시 해내야할 사명이다.


그리고 거기에 한줄을 추가한다.

셀레나를 돕는 것.


푸른 불꽃과 그레이스의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셀레나가 무엇에 괴로워하는지 알아내 해소할 것이다.


그녀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따라서 아카데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디로 갈거지?”

”이스트 대륙으로.”


이스트 대륙.

그곳에는 물의 마녀가 살고 있다.


그레이스에 이어 물의 마녀를 새로운 친구로 둘 생각이다.


“물의 마녀인가.”


그레이스답지 않게 초연한 말투.


“왜? 문제 있어?”

”불과 물은 상성이 나쁘다. 화력으로 굴복시키긴 힘들거다.”

”굴복이 아니라 친구로 만들거야.”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물의 마녀는 까다로운 자들이다. 무엇보다 인간을 싫어하지. 그녀들은 널 반기지 않을 거다.”


그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 역시 인간과 척을 지지 않았던가.


”걱정 마. 그레이스. 거기에도 분명 너같은 별종이 있을 테니까.”


그말에 그레이스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별종이라. 재밌는 발상이로군.”


---


---


“퇴학 요청을 하시다니요. 파이론 군. 그건 곤란합니다.”


메먼 학원장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의심스럽다는 듯 파이론을 노려보았다.


“혹시 셀레나 양 때문인지요?”


황태자의 주관 아래, 셀레나 황녀가 워터 제국으로 떠난 지 불과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


그것이, 황실의 신임을 얻어 백작이 된 그가 타국의 황녀를 쫒아 제국을 빠져나가겠다는 의미라면 매우 곤란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에 파이론은 준비해 왔던 변명을 능숙하게 늘어놓았다.


“황제 폐하께 영지를 하사받았잖아요. 제 소유의 영지를 관리해야죠. 방치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좋은 변명이긴 했으나, 시기가 너무 부적절했다.


방학 시즌도 아니고, 중요한 승급 시험이 줄줄이 있는 학기 말이기에.


학원장으로서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파이론 군. 그런 이유라면 불가능합니다. 도중에 작위를 승계받은 귀족도 학기를 모두 마쳐야 퇴학 요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제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단 뜻인가요?”

”안타깝지만 그것이 원칙입니다. 제국에게 있어 마법사는 귀중한 인재니까요.”


파이론은 고민했다.


디마크라를 봉인하기 위해 5속성 마녀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핑계를 댄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디마크라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황실에서 알게 되면 그들은 자신을 더욱 통제하려 들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낫다.


“저는 그래도 가겠습니다. 영지 때문이 아니에요. 셀레나 때문이 맞습니다.”


제국과 척을 지더라도 셀레나를 따라가겠다.

그것이 지금 그의 의지였다.


”잠깐만요. 파이론 군.”


학원장은 돌아서는 그를 불러세웠다.


“황실에선 당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 문밖을 나선다면, 저는 당신을 퇴학 처리할 수밖에 없어요.”

”바라는 밥니다.”

”들어보세요. 파이론 군. 그 사실이 황실에 전해질 겁니다. 황태자께선 당신을 아끼고 계십니다. 당신이 셀레나 양을 쫒아 워터 제국으로 떠났다는 사실도 금방 눈치채시겠죠.”

”상관없습니다.”


파이론은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그녀를 마주 보았다.


“제가 학원장님께 온 것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였기도 했습니다.”


그를 지켜보던 학원장은 이내 표정을 풀었다.


“알고 있습니다. 파이론 군.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난 반년간 똑똑히 지켜보았으니까요.”


그녀는 서랍에서 양피지 한장을 꺼내 서명한 뒤 그에게 내밀었다.


“휴학 요청서입니다. 이거라면 제가 황실에 보고할 일은 없겠죠.”

”그 말씀은···”


그녀는 미소 지었다.


“네. 전 처음부터 당신을 보내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저 경각심을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학원장은 그가 서명한 양피지를 돌려받은 뒤, 금고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보안 마법이 걸린 상자를 연 그녀는, 그곳에 쌓여있는 하얀 동전 하나를 꺼냈다.


“당신에게는 개인적으로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그의 손에 동전을 쥐여주었다.


“저는 파이론 군을 가론이라 무시하고 깔보고 내쫒으려 했지요. 하지만 당신은 그런 저의 잘못을 용서하고 오히려 평생 갚을 수 없는 도움을 주셨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파이론. 저는 당신을 잊지 못할 겁니다.”


파이론은 새삼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선민사상에 찌든 귀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전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언제든 돌아오세요. 아카데미는 당신을 환영할 겁니다.”


파이론은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학원장님.”


---


---


기숙사 방 정리를 마치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반년 만에 입어보는 사복.


올 때는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이었기에 외투는 벗어야 했다.


“나가서 옷 좀 사 입어야겠는데.”


영웅 훈장과 금실로 봉해진 양피지를 챙겼다.


마지막으로 반년간 동고동락했던 방을 둘러본 뒤, 그레이스와 함께 기숙사 밖을 나섰다.


정문으로 가니, 그곳에 테일러와 루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에게는 전날 미리 언질을 해두었었다.


“친구. 나도 금방 꼬마 아가씨를 만나러 갈 거야.”


테일러는 학원장과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졸업하는 데 열중한다고 했다.


“그래. 언제 한 번 같이 모험이나 하자.”

”물론이지!”


루시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표정에서부터 이미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루시.”

”파이론··· 흐흑···!”


그녀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파이론을 끌어안았다.


“안 울려고 했는데··· 미안해···”

”괜찮아. 루시. 우린 반드시 만나게 될 거야.”

”정말이지···?”

”응.”


두 사람과 마지막으로 포용하고 돌아섰다.


“친구! 꼬마 아가씨를 잘 부탁해!”

”파이론! 잘 가! 무사해야 해!”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그레이스와 함께 정문으로 걸어갔다.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 아카데미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아카데미의 붉은 건물들이 보였다.


반년간 울고 웃었던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

이젠 안녕.


“파이론.”


그레이스가 정문에서 자신을 불렀다.


“가자. 밖으로.”


그녀와 함께 아카데미 문을 나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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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워터 제국 24.04.22 18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8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 이별 24.04.04 22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6 1 12쪽
40 회생 24.03.30 37 1 14쪽
39 회생 24.03.29 32 1 13쪽
38 대재앙 24.03.28 30 1 11쪽
37 대재앙 24.03.26 32 1 11쪽
36 내기 결투 24.03.25 30 1 14쪽
35 내기 결투 24.03.23 34 1 13쪽
34 내기 결투 24.03.22 36 1 11쪽
33 내기 결투 24.03.21 35 1 12쪽
32 수련 24.03.19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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