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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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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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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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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융합 마법진

DUMMY

자가 마법진보다 열 배는 더 거대한 마법진.

카페테리아의 중심을 가득 메우는 광대한 크기에 많은 이들이 숨을 들이켰다.


대부분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어리둥절 했으나, 몇몇 상급생들이 소리쳤다.


“저, 저건···! 융합 마법진···!?”

”세상에! 미라클 듀오에요!”


융합 마법진? 미라클 듀오?

들어본 적도 없다.


“꼴에 마법진 수련을 했나 본데, 그런 걸론 날 막을 수 없다!”


신체에 부여된 강화 마법의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검날에 붙은 화염은 키를 훌쩍 넘어 솟아오르고 전신의 근육과 감각에 활력이 붙는다.


‘일검에 끝낸다!’


집채만 한 바위도 케이크처럼 썰어버리는 일격 필살기.

유드식 화염 검날 베기.


쿵!


바닥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력한 도움닫기를 시작으로, 혜성같이 튀어 나갔다.

헤이스트 마법을 곁들인 움직임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빨랐다.


한발짝. 두발짝. 세발짝.

다음 걸음에 가론의 목이 떨어질 것이다.

베기 동작을 위해 검 손잡이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크윽!”


신음이 절로 나왔다.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머리 쪽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극심한 현기증이었다.

참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때 신체 강화마법이 일순간 모두 풀렸다.

검날의 불꽃마저 사그라들었다.


자신의 마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현기증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었다.


원인은 자가 마법진에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가 마법진을 통해서 마력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설 힘도 없어서 검을 떨어뜨리고 털썩 무릎 꿇었다.


‘젠장···!’


새어나가는 마력이라도 지켜야 한다.

자가 마법진을 해제하려고 신호를 보냈다.


‘해제가 안 돼···!’


깜짝 놀랐다.

일평생 해왔던 마력 운용.

마력의 통로를 열고 닫아 마력의 흐름을 제어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통로가 닫히지 않았다.

아니, 닫히지 않도록 자가 마법진이 연결을 강제하고 있었다.


‘저 마법진 때문이야···!’


가론이 펼친 거대한 마법진.

그 속에 들어섰을 때, 마법진을 이루는 술식이 서로 겹쳐지며 교접이 발생했다.

그것은 마치 거미줄처럼 자신의 마법진을 붙잡아 놓고, 제 것처럼 다루며 그 속의 마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런···”


말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이미 대부분의 마력을 상실해, 고갈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론은 눈에 띄게 수척해지는 자신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가 그랬었지. 고갈된 상태에서 마력이 쥐어짜지면 어떻게 되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안 돼··· 그러지 마···”


마력 고갈 상태에서 마력이 쥐어짜지는 순간 끝장이다.

그때부터는 단전의 손실로 이어진다.

마법을 쓸 수 없게 된다.


남은 기운을 모두 끌어모아 카페테리아가 떠나가도록 크게 외쳤다.


“뭣들 하고 있어! 누가 저놈을 막아!”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이번엔 에드와 데이빗에게 소리쳤다.


“가론을 공격해! 뭐든 빨리!”


그러나 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놈들! 우욱! 욱!”


둘을 욕하던 아론의 입에서 울컥 토사물이 나왔다.

고기와 샴페인을 그대로 게워 냈다.


적군의 마법사를 고문할 때 많이 봤던 증상이었다.

마력 고갈 현상을 벗어난, 단전 손실 증상.


이대로면 진짜로 영원히 마법을 못쓰게 된다.

불구가 돼버린다.


“제발··· 부탁할 게··· 한번만 용서해 줘···!”


빌었다. 천하의 아론이 가론에게.

핏기가 가실 정도로 가증스러운 수치심이 들었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넌 루시를 끌어들였으면 안 됐어.”


일말의 자비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그 순간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가론이 날 해치려 한다! 가론이 귀족을 해치려 해! 사형감이다! 제국이 널 죽일 거야!”


바닥에 자지러지며 비명과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쩌적. 쩌저적.


하복부에서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지난 십수년간 한 몸처럼 여겨왔던 마력의 그릇.


콰드득.


전신을 뒤흔드는 마지막 충격을 끝으로 소리가 멎었다.


“끄으아아아아!”


끝났다. 완전히.

이젠 마법을 쓸 수 없다.

영원히.


---


---


아론이 잠잠해질 무렵.

융합 마법진을 해제했다.


‘무시무시한 마법진이야···’


융합 마법진에 아론이 들어선 순간, 그의 마법진을 자기 것처럼 제어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방금 전 상황을 곱씹고 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파이론 학생.”


돌아보니 그곳엔 메먼 학원장이 있었다.

그리고 오울란 교수와 셀레나, 마리엔도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루시 학생에게 상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아론 학생. 아니, 아론 크루거 알터 경은 마땅한 처벌을 받을 겁니다. 그러니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저는 처벌받지 않나요?”


방금 제국의 마법사 한명을 지워버렸다.

학원장도 분명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당신에겐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왜죠?”


그러자 학원장은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황태자 저하의 뜻입니다.”


과연. 납득되었다.

이래서 빽이 있으면 좋다.


“파이론 학생. 당신은 자리를 뜨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학원장의 눈치에, 뒤늦게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테리아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을 지켜보며 방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하범이 있는 한 도무지 해산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제안한 것이다.


“오울란 교수님께 가세요. 이곳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실 겁니다.”


그러면서 학원장은 입구를 가리켰다.

카페테리아에서 벌어진 사건을 전해 들었는지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있었다.


학원장은 거기까지 말하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을 불러, 주변 청소와 더불어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등 상황 정리에 나섰다.


하범은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울란에게 다가갔다.


“그···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오울란 교수는 하범과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이마를 긁적거렸다.


“마녀의 마력으로 융합 마법진의 마력량을 충족하시다니. 훌륭합니다. 당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군요.”


이전에 융합 마법진을 배우고자 자신을 찾아온 하범을, 돌려보낸 걸 떠올린 모양이었다.


”교수님이 틀린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정상적인 방법으론 불가능에 가까웠던 건 맞으니까요.”

”그렇게 여겨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보다 루시는요?”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심적으로 많이 지친 것 같더군요.”


하범은 짧게 고개 숙였다.

이번 사건이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


기숙사 뛰뜰.

오울란 교수는 하범과 마리엔, 셀레나를 그곳에 데려다주고 떠났다.


“내기. 너가 이겼어.”

”그럼 이제 우리 친구네?”


그 말에 마리엔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내기는 뭐고, 친구는 또 뭔데?”


하범은 마리엔을 위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마리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정리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융합 마법진을 성공시키면 셀레나가 네 친구가 되기로 했단 말이야?”

”응.”


왠지 모르겠지만, 마리엔은 믿기지 않는단 눈으로 셀레나를 돌아보았다.


“셀레나···? 왜 그런 약속을 한 거야···?”


셀레나는 마리엔의 눈길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며 새침하게 말했다.


“너도 나한테 비밀로 한 거 있었잖아.”


그러자 마리엔은 끼고 있던 반지를 숨기듯 어루만졌다.


“그, 그건 다른 얘기잖아.”


도대체 둘 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하범은 이해를 포기했다.


“아무튼, 이제 우린 친구니까. 마리엔 너도 그렇게 알아둬.”

”그렇게 알아두라니···! 안 돼! 난 인정 못 해!”

”친구 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래?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해?”

”그, 그건···”


그때 셀레나가 입술에 손가락을 데었다.

하범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얼씨구? 나한테는 말 못 할 여자들만의 사정이 있나 보지?”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하여간. 둘 다 이쁜 건 알아가지고.”


그 순간 마리엔은 물론 셀레나의 얼굴까지 눈에 띄게 붉어졌다.


“너··· 그런 말 하지 마.”

”동감이야···”

”큭큭큭!”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왜 이리 귀여운지.

더 장난치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아야 했다.


“아무튼, 친구도 됬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재밌는 일 하나 같이 하지 않을래?”

”누구 맘대로 친구야? 난 안 해!”

”뭔데?”


팔짱 끼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마리엔과 달리, 셀레나는 흥미를 보였다.


“마녀를 보러 가는 거야. 지난번에 마리엔이랑 같이 붉은 장미 숲에 마녀를 보러 갔다가 실패했거든.”


그 순간 셀레나가 마리엔을 노려보았다.

마리엔은 우물쭈물 대꾸했다.


“아, 아니··· 나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야···”

”나중에 얘기하자. 마리엔.”

”으응···”


맨날 붙어 다니는 주제에 왜 이리 비밀이 많은 건지.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으니, 마리엔이 빽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간에, 야! 거길 왜 또 들어가려고 그래! 미쳤어? 가서 죽을 뻔했잖아!”

”이번엔 달라. 너희도 봤잖아. 내 끝내주는 마법진을.”

”바보 같은 소리 마! 셀레나! 거긴 진짜 위험해! 가면 안 돼!”


하범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셀레나를 꼬드겼다.


“셀레나. 특히 너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왜?”

”마녀를 만나려면 고위계 마법이 필요하거든. 내가 융합 마법진을 익히려 했던 것도 사실 그것 때문이야.”


하범은 그녀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의 제목을 파악하고 있었다.

자세한 이름은 까먹었지만, 최소 7위계 이상의 마법서.


융합 마법진은 중앙 제어 마법진.

아론을 상대할 땐 역발상으로 타계했지만, 순기능은 협력이다.


하범의 풍부한 마력과 그녀의 술식 계산능력이 합쳐지면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러니 셀레나의 선택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녀가 거절하면 하등 의미가 없으니까.


마리엔 말대로 위험한 일이다.

그녀 입장에서 굳이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기에 하범은 내심 불안했다.

셀레나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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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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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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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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