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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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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62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6.02 00:08
조회
230
추천
6
글자
12쪽

26. 투전판

DUMMY

그리고 며칠 후,

한번 누운 허씨부인은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머니는 그렇게 보내고 말았지만 내 내자와

아이들에게만은 절대 그런 삶을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권태용은 닥치는 대로 재물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긁어모은 재물의 양만큼 승차를 거듭하면서

조정의 요직을 두루 거친 후 평양부윤 겸 평안감찰사에

올랐다

평양부에 도착한 길동은 조규수와 정경산을 데리고

주막과 주루를 돌아다녔다.

길동을 따라다니는 두 사람은 이유를 몰라 답답했으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딘가에 덫에 걸린 사람이 있을 것인데.....,?’

아무런 소득 없이 며칠이 지나자 다급해진 길동은

평양부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인 설향루(雪香樓)로

갔다.

주문을 한 길동이 두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녀들과 함께 요리상이 들어왔다.


“너는 가서 행수를 불러오너라!”

“예, 나리!”


길동은 곁에 앉은 기녀에게 말했다.

밖으로 나간 기녀가 행수를 데려왔다.


“호호호! 우리 나리께서 무슨 분부가 있으셔서 소녀를

부르셨사옵니까?”


훤칠한 외모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어설픈 양반으로

보이는 길동에게 행수가 눈웃음을 치며 길동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보게, 행수!”

“예, 나리!”

“내가 오늘 밤 술은 충분히 팔아줄 테니 사내들이

노는 곳을 좀 알려주게,”

“예? 나리! 그곳이 어디일까요?”


길동의 물음에 행수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 미소 띤

얼굴로 되물었다.


“도련님! 더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도련님이 잃은

재물이 자그마치 천 섬(한 섬:160kg)입니다.”


하인 복장을 한 조규수가 길동을 보며 말했다


“이놈아! 내가 내 돈을 쓴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꼭 따서 그동안 잃었던 돈을 모두

되찾을 것이다.”


탁!

길동이 품에서 꺼내 술상 위에 올린 것은 종이로 감싸

옆면만 보이는 누런 황금이었다.


“호호호! 나리! 소녀가 딱 한 곳을 아는데 거기라도

알려드릴까요?”


황금을 본 행수는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반드시 내가 딸 테니 너에게 큰 액수의 거간비를

상으로 주겠다.”

“나리! 귀 좀.....,”


길동의 곁으로 간 행수는 길동의 귀에 뭐라고 소곤거렸다.


- “나리! 그곳은 나리 외에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평양부의

고관대작이나 상단주들이 노시는 곳입니다.”

“알았다. 이것은 나에게 귓속말을 하느라 힘든 네 혀에게

주는 돈이다.”


길동은 작은 전낭에서 은 조각을 꺼내 행수에게 주었다.


“호호호, 나리! 소녀가 내일 그곳으로 나리를 모시겠어요.”

“그래!”


행수가 나가자 길동은 기녀들이 보지 못하게 조규수와

정경산에게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자 술잔에 술이 채워지고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뭐야? 벌써 꼬꾸라지면 어떡해?”

“춘심아! 그만 나가자!”


길동과 두 사람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상에 머리를 박자

기녀들은 불평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조호위! 내일 나는 행수를 따라 투전판으로 갈 테니

객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시오.”

“예, 주군!”


말을 마친 세 사람은 대충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오전이 되자 꽃단장을 한 행수가 길동을 찾아왔다.


“나리! 소녀를 따라 나서지요.”

“어제는 내가 대취(大醉)하는 바람에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잠이 깨서 행수만을 기다렸었네.

어서 가세.”


길동은 행수의 뒤를 따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평양부의 양반들이 모여 사는 반촌 같은데 이런

곳에 투전판이 있다니?’


“나리! 이곳입니다.”


행수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거대한 솟을대문 앞이었다.

텅-텅-텅!

행수는 대문에 달린 둥근 고리를 대문의 쇠 장식에

부딪쳤다.


“뉘시오?”

“설향루에서 왔어요.”


행수의 대답에 건장한 체격의 왈패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길동의 위아래를 보고 나서 주위를 살핀 뒤,


“들어오시오.”


길동과 행수가 마당을 들어서자 왈패는 대문을

닫아걸었다.

‘이 냄새는 아편이다.’

천무로에게 수많은 식물과 약재 공부를 한 길동은

집안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아편 냄새를 맡았다.


“설향루의 행수는 저쪽으로 가시오.”

“예, 나리! 어제의 약속은 꼭 지키세요.”


행수가 길동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한 뒤 작은 행랑채로

갔다.


“허! 저년 때문에 패가망신한 양반들이 한둘이 아니거늘

아직도.....,”


왈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길동과 눈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었다.


“나리! 이곳 방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시면 곧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고맙소!”


길동이 들어간 방에는 세 사람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길동이 방에 앉자 길동에게도 찻주전자가 왔다.

‘여기에 소량의 아편을 넣었구나!’

벌-컥 벌-컥!


“커-흠! 씁쓰레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주전자를 들어 차를 모두 마신 길동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나리들! 모두 소인을 따라 오시지요.”


왈패로 보이는 사내가 방문을 열고 말했다.

길동과 세 사람은 왈패를 따라 후미진 곳으로 갔다.


“나리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세 사람이 들어가자 길동은 방문의 문살에 손을

대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나무가 아니라 무쇠다.’

보통 문살과 달리 쇠로 된 문살은 무척 차가웠다.


“이보게, 소변을 봐야겠는데 어디로 가면 되겠는가?”


방으로 들어가지 않은 길동이 방문을 닫으며 왈패에게

말했다.


“나리! 소인을 따라오시지요.”


왈패가 몸을 돌려 앞장서는 순간, 길동은 품속에 있는

두 개의 패를 지붕 위로 던졌다.

왈패를 따라 뒷간에 다녀온 길동이 자리에 앉자

투전이라는 불리는 노름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투전패를 바라본 길동은,

‘투전패를 나누어주는 저자가 현란한 손동작을 통해

눈 속임을 하고 있다.’

길동은 왈패로 보이는 사내의 손동작을 보면서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패의 숫자와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걸었다.

부잣집 철부지 도령과 같은 모습이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길동의 전낭 속에 있던 은자가

바닥났다.


“이런! 적은 은자로 꽤 오랜 시간을 놀았는데

어쩐다?”

“나리! 왜 그러시는지요?”


방문을 지키고 있던 왈패가 길동에게 물었다.


“은자가 바닥이 나서 그러네.”

“나리의 신분만 확실하면 우리가 은자를 융통해 드릴

수는 있는데.....,”

“차라리 이걸 담보로 잡고 은자를 융통해 주시게.”

“그것이 무엇입니까?”

“이건 명나라 북경에 있는 제일전장의 만 냥짜리

전표라네.”


길동은 품에서 자신이 만든 전표를 꺼냈다.


“예? 만 냥짜리 전표요?”

“그렇다네. 우리 집안에서 대륙상단을 운영하는데

제일전장은 우리 집안과 거래하는 전장 중 한 곳이지.”

“나리! 그 전표를 소인에게 주시면 진위를 확인하고

가져오겠습니다.”

“그러시게.”


길동은 아무렇지 않게 전표를 왈패에게 건넸다.

왈패는 전표를 가지 밖으로 나갔다.

길동의 전표를 가지고 나간 왈패는 과거 상단의 서기

일을 하던 중 돈을 빼돌리다 상단주에게 들켜 투전판의

서기 일을 하는 서기에게 전표를 가지고 갔다.


“서기님! 이게 중원의 제일전장 전표가 맞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흠! 어디 보자. 중원의 전표를 본 지 오래되어서

가물거리지만 내가 보기에는 제일전장의 전표가 맞는듯해!”

“서기님! 제일전장의 전표가 확실해야 은자로 바꿔

줄 수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더 확인해 보시지요.”

“이보게, 어차피 다시 들어올 은자인데 뭘 그리

팍팍하게 구는가?”

“알겠습니다. 서기님!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서기님이

책임져야 합니다.”

“알았네.”


서기에게 전표를 받은 왈패는 길동이 있는 곳으로 왔다.


“나리! 만 냥 모두를 은자로 드릴까요?”

“구천 냥은 조선의 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로 주고 나머지

천 냥은 은자로 바꿔주시게.”

“예, 나리! 금방 올리겠습니다.”


길동은 구천 냥의 전표를 품속에 넣고 천 냥의 은자로

투전을 다시 시작했다.

길동이 투전한 지 하루가 지나자 길동에게는 전표도

은자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보게! 내게 담보는 없으나 대륙상단을 믿고 나에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겠나?”

“만약 나리께서 우리가 빌려준 돈마저 잃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나를 담보로 잡고

내 아랫것들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나리께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은자는 얼마든지

융통해 드리지요.”


길동은 왈패가 가지고 온 은자를 가지고 노름을 시작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은자는 바닥이 났다.


“하-아-음! 아무래도 조금 쉬었다가 해야 할 것 같으니

나를 쉴 곳으로 안내해주게.”


길게 하품을 한 길동은 벽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나리! 달리 쉴 곳은 없고 채무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십시오.”

“알았네. 배도 고프고 하니 먹을 것과 마실 술을

가져다주게,”

“그런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시지요.”


냉혹한 표정의 왈패가 뒤를 따르는 길동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왈패가 길동을 데리고 간 곳은 견고하게 지어진

창고였다.


“안으로 드시지요. 그리고 나리의 아랫것들 어디에

있는지요?”

“내 하인들 두 명은 객잔에 있네. 내가 서찰을 적어줄

테니 사람을 시켜 그들에게 전해주게,”

“그렇게 하지요.”


길동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편안한 자세로 있었다.

‘이들도 돈을 빌린 사람들이다. 국법으로 금한 노름인데

어찌 이 많은 사람들이.....,?’

길동은 왈패가 가지고 온 종이에 ‘다음 달 초 상단이

조선에 오니 상단을 만나 돈을 가져오라’라고 쓴 뒤

왈패에게 주었다.

시간이 흘러도 술과 음식은 오지 않았고 저녁때가 되자

주먹밥 한 덩이를 사람들에게 주었다.

밤이 되자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눕기 시작했다.

그래서 길동도 자리를 잡았다.

길동이 누운 곳은 찬바람이 들어오는 곳으로 입구와

가까운 바깥쪽이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한지 자리에 누운 사람들은

금방 코를 골았다.

‘문밖에는 지키는 사람이 있고 제일 취약한 곳은

지붕뿐이다.’

잠자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한 길동은 몸을 솟구쳐

대들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흙과 기와를 빼내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저곳이다!’

불이 켜진 곳을 본 길동은 지붕 위를 건너뛰어

그곳으로 갔다.


“나리! 오늘은 총 이만 냥을 벌어드렸습니다.”


창문의 위, 처마 밑에 몸을 붙인 길동은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제법 많구나!”

“예, 나리! 멀리 중원에서 온 대륙상단의 장자가

꽤 많은 은자를 잃었습니다.”

“대륙상단?”

“예, 나리! 이것은 그자가 지불한 만 냥짜리

전표입니다.”

“진위는 확인했겠지?”

“예! 서기에게 확인했습니다.”

“모두 담아라. 그만 감영으로 돌아가야겠다.”

“예, 나리!”


‘감영이라니? 그럼 안에 있는 사람은 관부의

인물인가?’

덜-컹!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 길동은 다시 지붕으로

올라갔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양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가자!”


양반 복장을 한 사람이 평교자(대신들이 탄 가마)에

오르자 가마는 마당을 나갔다.

길동은 평교자가 간 방향을 확인하고 평교자의 뒤를

쫓았다.

‘평양감영이라니? 저자는 하급 관리가 아니라

고위급임이 틀림없다.’

평양감영의 정문에 도착한 평교자는 아무런 제지 없이

감영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길동도 몸을 솟구쳐 평교자가 향한 감영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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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10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9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 26. 투전판 +2 22.06.02 231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1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16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70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12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5 3 13쪽
11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3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8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3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6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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