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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31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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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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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노비

DUMMY

후-르-르 쩝-쩝!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소목과 용삼은 수저를

들자 국밥 그릇에 머리를 박고 말없이 식사만

했다.

술과 국밥을 먹은 길동이 국밥을 절반 정도

먹자 주모가 삶은 닭을 가지고 들어왔다.


“나리! 쇤네가 찢어 들릴까요?”

“예, 그래 주면 고맙겠소.”


이미 국밥을 다 먹어버린 소목과 용삼은

주모의 손에 들린 삶은 닭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

“주모! 술도 한 병 더 가져다주시오.”

“예, 나리!”


밖으로 나간 주모가 술을 가져와 상위에

두고 나갔다.


“나는 원래 적게 먹으니 식기 전에 빨리

드시오.”


길동은 닭고기가 있는 그릇을 두 사람 앞으로

밀어주었다.


“나리! 초면에 송구합니다.”


큰 체격만큼 식성이 좋은 용삼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제는 왜 중국으로 팔려 간 것이오?”


길동은 소목과 용삼이 닭고기를 모두 먹자

용삼에게 물었다.


“예, 나리! 워낙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소인의 어렸을 적

기억에는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안성군의 토착 세력인

향리 채종술의 노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라 소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채종술이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아 끼니때가 되면 주로 동냥질을 해서

끼니를 때워야 했습니다. 그런 삶을 산

소인이 어느덧 성장하여 열다섯 살이 되자

채종술은 소인과 함께 동냥질한 쌍돌이를

노예 상인에게 팔아버렸습니다. 어디서

소인과 비슷한 나이의 소년들을 데려왔는지

소인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세 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그래요? 아제! 그럼 안성군으로 가서

확인한 후 장성현으로 가시죠.”

“예, 나리! 채종술은 소인을 소인의 아비가

자기에게 소인을 팔았다고 했는데 아직도

소인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주막을 나온 길동은 세 사람을 데리고

시전으로 가서 옷을 사서 남루한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게 했다.


“하하! 모두 옷을 갈아입으니 양반보다

더 양반 같아 보입니다.”

“그래? 네 덕분에 이런 좋은 옷도 입어보고,

길동아! 고맙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정경산이 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경산아! 너는 소목이모와 용삼아제의

아들이라고 하고 나는 너와 이종사촌

형제라고 하자.”

“그래, 알았어!”


시전에서 식사를 마친 길동 일행은 안성군을

향해 길을 떠났다.


****


“진용아! 여기서 그만 멈춰라!”


옥에 갇혀 초췌한 얼굴의 양석열이 임진용을 본

순간 임진용에게 한 말이었다.


“하하하! 외숙! 주상께서 복시를 준비하며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할 소질에게 정난공신

삼등에 책록하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관직도

종육품의 종사관이 되었는데 멈추라니요?

소질이 바쁜 와중에 내금위의 옥사를 찾아와

외숙을 만난 이유는 외숙을 구명하기 위해

왔으니 주상전하께 외숙의 죄를 고하는

상소를 올리십시오.”

“휴-우! 그만 가거라! 누굴 닮았는지.....,?”


말을 마친 양석열은 몸을 돌리고 앉아버렸다.

‘이제 내 힘으로는 외숙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임진용은 양석열에게 인사도 없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양석열과 임진용이 나눈 대화는 옥졸의 입을

통해 홍유성의 귀에 들어갔다.

‘임진용이라? 양석열의 죽음을 임진용에게

맡기면 되겠어!’

홍유성은 군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당분간

양석열의 처형을 미루기로 했다.


****


“진용아! 외숙의 얼굴을 보고 왔느냐?”

“예, 어머니! 외숙께서는 비록 옥사에 계시지만

소자와 소자의 상전인 예조판서 대감께서

뒤를 보살펴 드리는 덕에 고초 없이 무탈하게

잘 계십니다. 머지않아 방면될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오랜만에 집에 온 임진용은 자신의 어머니

양씨부인의 물음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거짓을 말했다.


“다행이다. 진용아!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 어머니! 외숙은 세상에 남은 어머니의

유일한 핏줄이 아닙니까? 소자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벌써 종사관이 되어 외숙의 뒤를

돌봐주는 네가 이 어미는 네가 자랑스럽다!”


커 갈수록 임진용은 임상근의 얼굴과 판에

박은 듯 같아서 양씨부인은 밖으로 나가는

임진용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안성군에 도착한 길동 일행은 관아 근처로

가서 채종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채종술의 아비인 채순돌은 조상 대대로

안성군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어느 날 가족들을 데리고 안성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안성에 정착한 채순돌은 조상 대대로 안성군의

향리로 외아전을 담당했던 채종구의

머슴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어린 채종술은 서당을 다니면서 천자문을

깨우친 후 나이를 먹자 채종구의 소개로

관아의 문지기로 됐다.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모았는지 모를 재산을

축적하여 군수에게 뇌물을 써서 채종구의 뒤를

이어 이방이 되었다고 한다.


“허허허! 많이 들게,”

“예, 이방나리!”


채종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주막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술과 음식을 사주고 있었다.

길동과 정경산은 채종술이 앉은 바로 뒤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채종술과 남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소란스런 소리와 함께 술과 음식을 먹은

남자들이 밖으로 나가자 한 사람, 바로 채종술의

맞은편에 앉았던 사람이 채종술에게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경산아!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혼자 따라가려고?”

“응! 조용히 따라가 보려고,”

“알았어! 조심해라.”

“경산아! 혹시라도 내가 늦으면 객방에

들어가 먼저 자고 있어.”

“그래! 밤이슬은 몸에 좋지 않으니 빨리 와,”


밖으로 나온 길동은 두 사람의 뒤를 은밀하게

따랐다.


“쌍걸이! 총 몇 명이라고 했나?”

“예, 나리! 남녀 합해서 총 열아홉 명입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는 채종술과 남자는

어느덧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인적이 없는 산길,

길동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열아홉 명이라니? 용삼아제처럼 납치하여

노예로 팔려는 사람들일까?’

휘-익!

달빛에 의해 긴 그림자가 생기자 길동은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멀리 작은 초가가 보였고 횃불을 든 사람들이

초가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채종술이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당에 있던

남자들이 채종술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저곳에 사람들을 가둬 놓고 지키고 있는가?’

등만 보이는 채종술의 옆으로 초가의 마당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었다.

휘-이-익!

길동의 몸이 사라졌다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리고 감나무와 비슷한 나무껍질을 모아온

길동은 호흡법을 통해 몸에 뭔가를 붙일 수

있는 흡기를 운용했다.

그러자 바닥에 있는 나무껍질들이 길동을 전신에

붙었다.

남이 발견하기에는 너무 작은 구멍,

길동의 눈앞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휘-휙!

길동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어 감나무 쪽으로

갔다.

그리고 감나무의 일부가 되어 채종술의 옆에서

채종술이 한 말을 듣고 있었다.


“잠시 후면 명나라의 채천인대인께서 도착하신다.

그러니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예, 나리!”


‘이놈들은 조선의 백성들을 납치하여 명의

노비로 팔아넘기는 나쁜 놈들이구나!’

길동은 좀 더 기다리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따-각 따-각!

잠시 후,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채천인대인이 오고 계신다.”


채종술이 자신이 올라왔던 반대 방향을 보며

말했다.


“대인! 어서 오십시오.”


채종술은 명나라 말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두 대의 수레를 끌고 오는 일행들의

앞,

명나라 복장을 한 채천인이 뒷짐을 지며

채종술의 앞으로 왔다.


“자네! 그동안 잘 있었는가?”


채천인 또한 명나라 말로 채종술의 안부를

물었다.


“예, 대인!”

“오늘은 몇 명이나 되는가?”

“예, 대인! 모두 열아홉 명으로 남자가

열두 명, 여자가 일곱 명입니다.”

“모두 젊은것들이지?”

“예, 대인!”

“머지않아 우리 채가장의 출신들이 황궁을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러면 자네의 조선 생활도

끝이 난다는 뜻이지!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게,”

“예, 대인! 소인도 고향이 그리워 미칠 지경입니다.”


‘이놈들은 조선인이 아니라 명나라 놈들이다.’

채-챙! 쫘-악!

길동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채천인을 호위하고

있던 호위 한 명이 길동이 서 있던 감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길동은 호위가 검을 뽑으려는 찰나,

호위의 몸에서 나오는 살기에 몸을 맡겨

감나무의 위로 미끄러지듯 감나무와 동화되어

올라가 버렸다.


“무슨 일이냐?”

“예, 대인! 송구합니다. 여기 감나무에서

누군가가 서 있는 느낌을 받아

그만 검을 휘두르고 말았습니다.”

“쯧-쯧-쯧! 북경 제일검이란 자가 헛것을

듣고 검을 휘두르다니?”


말을 하며 호위를 노려보던 채천인의 시선은

다시 채종술에게로 향했다.


“머지않아 경태제는 우리 채가장에 의해

황위를 물러나게 돼 있네.”

“예? 대인! 물러나다니요?”

“그냥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을

것이네. 그러다 보니 많은 재물이 필요해!”

“염려하지 마십시오. 대인!”

“그래! 자네도 우리 채가장의 일원이니

우리 세상이 오면 자네 또한 채가장과 함께

최고의 영화를 누릴 것이네.”

“예, 대인! 그날을 기다리며 소인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놈들은 조선과 명, 두 나라의 죄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나라까지 뒤를 따라야겠다.’

쓰-윽!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생각을 마친 길동은

좀 더 아래로 몸을 옮겼다.


“남자, 여자 나눠서 모두 수레에 싣도록 하게,”

“모두 끌어내서 수레에 싣도록 해라!”


채종술이 횃불을 든 조선인들에게 말했다.


“예, 나리!”


횃불을 든 조선인들은 채종술과 채천인이

명나라 말로 대화를 하자 대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직 길동만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알아듣고 있었다.

길동은 스승인 천무로에게 수련과 함께

명나라 말과 왜의 말을 배웠었다.

‘이곳에서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은 여반장이나

그렇게 되면 채가장이란 곳의 음모를

파해 칠 수 없으니 상황을 보아 경산에게

말하고 명나라로 따라가야겠어!’

길동이 잠시 생각하는 동안 초가에서 몸이

묶인 사람들이 줄줄이 끌려 나와 수레에

태워졌다.

수레에 태워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길동의

나이와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채종술과 채천인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자, 모두 평택현의 포구로 간다.”


따-각 따-각!

채천인의 말에 조선인을 태운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들이 평택현의 포구로 가는 것은 그곳에서

배를 타고 명나라로 갈 생각이다.

빨리 경산에게로 가자!’


사람들이 모두 초가를 나가자 길동은 나무껍질을

털어내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길동아! 왜 이렇게 늦었냐?”


길동이 정경산이 있는 객방에 도착하자 잠을

자지 않고 길동을 기다리던 정경산이 물었다.


“경산아! 내가 길게 말을 할 수 없으니 너는

내일 소목이모와 용삼아제를 데리고 장성현의

홍화이모에게 가 있어라.”

“너는?”

“나는 아무래도 명나라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명나라는 왜?”

“내가 명나라로 가서 우리 조선에서 납치된

사람들을 최대한 구해보려고 해!”

“그럼 더더욱 나하고 같이 가야지. 이래 봬도

나는 무과의 초시에 합격했어!”

“그래? 경산아! 이걸 가지고 장성현으로 가는

여비로 써!”


길동은 스승 천무로가 남긴 돈주머니에서

금덩이를 꺼내 손으로 잘라 정경산에게 건넸다.


“기....길동아!”


그 모습을 본 정경산이 놀란 눈으로 길동을

보았다.


“경산아! 이 정도면 혼자 가도 되겠지?”

“으..응 그래! 그래도 몸조심해라!”

“알았다. 홍화이모에게는 명나라에 갔다고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객방을 나온 길동은 밧줄과 헌 옷을 구해

평택현으로 가는 관도가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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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09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8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26 26. 투전판 +2 22.06.02 230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0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69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12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4 3 13쪽
11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2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8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2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6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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