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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54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6 10:34
조회
302
추천
5
글자
12쪽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DUMMY

끼-이-익!

김춘만은 두꺼운 통나무로 된 문을 겨우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을 함께 묶은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퍼-억 캑!

묶은 밧줄이 다 풀려 느슨하게 묶으려는

김춘만의 뒤통수에 강한 충격과 함께 산채의

마당에서나 보여야 할 밤하늘의 별이 눈에

보였다.

툭-툭!


“야! 이 미친놈아! 빨리 일어나.”


누군가가 발로 김춘만의 머리를 차며 기절한

김춘만을 깨우고 있었다.


“나는 정읍현청으로 파견 나온 병마동첨절제사의”


퍼-억 짝-짝!

김춘만이 산채의 세 사람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을 하는 순간 두령이 발이 김춘만의 복부를,

그리고 솥뚜껑처럼 큰 손이 김춘만의 뺨을

후려쳤다.


“야! 끌고 나와!”

“예, 두령님!”


덕삼과 공득이 김춘만을 질질 끌고 산채의

마당으로 나왔다.


“두령님! 오해요, 내가 마당을 거닐고 있는데

옥을 나온 두 사람이 나를 옥에 가두고 도망친

것입니다.”

“뭐? 좋다. 김춘만! 네 말대로 두 사람이

스스로 옥을 나왔다고 치고 너에게 묻겠다.

너 같으면 옥에 갇혀 있다가 겨우 밖으로

나왔는데 미색에 홀려 발정 난 개새끼처럼

돌아다니는 널 옥에 가두고 도망을 가겠냐?

아니면 발정 난 개새끼를 피해 가겠냐?”

“당연히 발정 난 개새끼를 피해 가겠지요.”

“죽어라!”


퍽-퍽-퍽! 캑-캑!

두령의 손길과 발길이 김춘만의 몸에 사정없이

가해졌다.


“그만 때려요, 나는 발정 난 개새끼가 아니고

여인의 얼굴이 궁금해서 한번 본 그냥 순수한

남자요.”

“야, 너희 둘이 때려!”


두령의 말에 덕삼과 공득의 매질이 김춘만의

몸에 가해졌다.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지치자 매질이 멈췄다.

정신을 차린 김춘만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이제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취사하겠다고 하자

두령이 사흘간만 지켜보겠다고 하여 김춘만으로

인한 탈출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다.

그런데 오늘 산채에서 쫓겨난 것이다.

빈손으로 산채를 나온 김춘만은 혹시 산채에서

다시 자신을 데리러 나올까 싶어 몇 번

뒤돌아보다가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이 길은 정읍현보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니

정읍 현감에게 붙잡히지는 않을 거야!’

산채에 대한 미련을 버린 김춘만은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말씀 좀 묻겠소?”

“그러시오.”

“산길을 잘못 들어 길을 잃어 그러는데

이곳은 어디입니까?”

“어디를 가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기는

장성현이오.”

“고맙소! 제대로 찾아온 것 같소.”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읍현이

아니구나!’

김춘만은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배도 고픈데 이럴 것이 아니라 새경(인건비)과

잠자리를 주는 머슴을 구하는 곳을 찾아야겠다.

나는 노비가 아니니 어디든지 가서 말해도 된다.’

길을 가던 김춘만의 눈에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 보였다.

‘저곳으로 가면 머슴을 구하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겠어.’

글을 모르는 김춘만은 홍등에 쓰인 주가(酒家)라고

쓰인 글을 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많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왔는데 모두

어디에 있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막을 들어온 김춘만은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를 모르고 어정쩡하게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때 해남현의 전라우도 수군절도사영의 군영을

떠나 한양으로 가던 중 배가 고파 홍화의

주막에서 밥과 술을 먹은 한 명의 부사정과

네 명의 수병들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주모! 계산해 주시오.”

“예, 나리!”


부사정의 말에 옅게 지분을 바른 홍화가

부엌에서 나왔다.


“으-헉! 네년은?”

“그렇지 않아도 나리께서 내게 내리신 너를

찾으려고 추노꾼에게 부탁했는데 마침

제 발로 나타나 주었구나!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놀라 소리를 친 김춘만과 달리 홍화는

나직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놈! 상전을 만났으면 얼른 엎드려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어야지 무엇을 하고 서 있는

것이냐?”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전후 사정을

알게 된 부사정이 김춘만을 보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러자 김춘만은 진짜 도망을 친 노비가

된 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리! 다섯 분의 식사와 술값이 모두

한 냥입니다. 이건 가실 때 출출하면

드시라고 만든 밀떡입니다.”

“돈은 여기 있소. 고맙게 잘 먹겠소.”


부사정은 김춘만을 쏘아보면서 수병들과

함께 홍화의 주막을 나갔다.


“나를 따라오너라.”


홍화의 입에서 서리보다 더 차가운 냉기가

말과 함께 흘러나왔다.

어이가 없어진 김춘만은 홍화의 뒤를

따라가면서 어깨를 폈다.


“앉아라!”


김춘만이 방으로 따라 들어가자 홍화가

앉으며 말했다.

털-썩!

김춘만은 등을 벽에 기대고 방에 앉았다.


“이놈! 감히 상전 앞에서 불경한 자세로 앉다니?

내가 관병들을 불러 물고를 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홍화가 김춘만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약간 소란스럽던 옆방이 조용해졌다.

김춘만은 얼른 상체를 세워 앉았다.


“한 가지만 묻겠소.”

“말해라!”

“현감나리께서 나에게 준 면천 문서와

돈주머니는 어디에 있소?”

“멍청한 놈! 그게 면천 문서인 줄 알았느냐?”

“그게 면천 문서가 아니면 무엇이었소?”

“그 문서에는 아기를 낳아준 나에게 너를

양도한다는 노비문서로 돈 또한 너를 통해

나에게 전달한다는 서신이 들어있었다.”

“흑-흑! 그럼 왜 나에게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소?”


낯빛이 하얗게 변한 김춘만이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지금과 달리 출산을 막 한 나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누워있는 나를 네가

내려다보고 있어서 그 순간 나는 네가 너무

무서웠었다. 더군다나 너를 나에게 보내면서

거짓으로 말한 임상근현감의 말을 믿고 네가

실눈이를 보낸 후 나를 범하려고 하는

의도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초가를 나왔었다.”

“마님! 그럼 왜 임상근현감의 집으로 가시지

않았습니까?”

“너 같으면 자기 영감의 애를 낳은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 임상근현감은

자기 아들을 낳아준 나에게 고마움을 느껴

나를 관기의 기적에서 빼줬지만 양씨부인이

나를 용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마님! 여러 가지로 송구합니다. 흑-흑!”

“그만 울어라! 요깃거리를 가져다줄 테니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는 주막에서

써야 할 나무와 주막의 허드렛일을 돕도록

해라!”

“예, 마님!”


홍화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김춘만은 뭔가

이상했지만 자신의 운명이라 하고 그냥

살아가기로 했다.

‘양씨부인과 달리 홍화마님은 얼굴이 예쁘니

얼굴 예쁜 상전을 모시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

김춘만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생기는 사이

밥상을 찬모가 방으로 들어왔다.

상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과

양반들이나 마시는 법주가 한 병

놓여있었다.


“맛있게 드시우.”

“쓰-흡! 고맙소. 마님께도 고맙게 잘 먹겠다고

전해 올리시오.”


김춘만은 상위의 국밥과 술병을 보고 나서

얼마 전의 상황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입안에

고인 침이 밖으로 흘러나오자 얼른 침을

입안으로 빨아드렸다.

해가 바뀌자 옥월향은 홍화가 좋아하는

굴비를 가지고 홍화의 주막에

왔다.

마침 홍화는 시전에 가고 없었다.

그리고 옥월향은 찬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홍상익이 홍화에게 부린 행패를 모두 듣게

되었다.

‘나에게 부릴 행패를 홍화형님에게 부렸구나!

글공부만 한 샌님이라고 하더니 속 알 머리도

깨알처럼 작은 편협한 사내에 불과했어.’

홍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옥월향은 찬모에게

굴비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도련님! 이제 걸었네.”


왕릉처럼 부풀어 오른 홍화의 젖을 먹은

길동은 언제나 힘이 넘쳐났다.


“우-애-애-아!”


길동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옹알이를 하면서

벽을 잡고 걸어서 옥월향의 품에 안겼다.


“마님! 홍화입니다.”


밖에서 홍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형님! 어서 오십시오.”

“두고 가신 비싼 굴비는 찬모에게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님!”

“형님도 참! 형님이 저와 우리 도련님께 해주신

것이 얼만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올해에도 두 분 항상 건강하십시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홍화가 옥월향과

길동을 향해 절을 올렸다.옥월향도 얼른 일어나

홍화를 향해 절을 올렸다.


“마님! 도련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예, 형님!”


홍화는 옥월향에게 길동을 받아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아-얏!”

“형님! 왜 그러십니까?”


홍화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아닙니다. 마님!”

“어디 보여주세요. 형님!”


옥월향의 채근에 홍화가 가슴을 보여주었다.


“형님! 이를 어째?”


옥월향이 눈물을 글썽였다.

홍화의 양쪽 가슴 젖꼭지는 길동의 젖니에

의해 빨갛게 헐어있었다.


“흑-흑-흑! 형님!”


너무 미안한 마음에 옥월향은 홍화의 머리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크고 건강한 길동은

진작 젖을 떼고도 남았었다.

그러나 길동에게 큰 정을 느낀 홍화가

옥월향에게 길동의 젖을 떼야 한다는 것을

숨기고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길동의 젖을 떼기로 했다.


****


세월은 흐르고 흘러 김춘만이 홍화의 주막에서

일한 지도 칠 년이 지났다.

주막에서 쓰는 채소를 기르기 위해 홍화가

사놓은 밭에서 일하던 김춘만은 나무를 하기

위해 평소에 가던 산을 넘어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왔을 때 산주(山主)인 김초시의

하인들에게 붙잡힐 뻔했으니 오늘은 호랑이들이

득실거린다는 저 산으로 가면 되겠어!’

김춘만은 홍화가 사놓은 산이 있지만 남의

산에서 몰래 나무를 하기로 했다.


“춘만아! 내가 사놓은 산에서 나무를 하지

왜 꼭 남의 산에 들어가는 거야?”

“마님! 우리 산의 나무는 아껴놓았다가

다음에 나무할 곳이 없으면 그때 하면

됩니다.”


홍화가 자꾸 말렸지만 김춘만은 항상 고집을

부렸었다.


“연---어---모—하--는 님--이--을

두---우--고 캑-캑!”


산속으로 들어서자 호랑이가 많다는 것이

생각난 김춘만은 간혹 술에 취한 홍화가

자기 전 자기 방으로 부르던 노래를 불렀다가

기침을 심하게 했다.

‘킥-킥-킥! 이젠 목소리도 나이를 먹은

것이야! 예전에는 명창 뺨쳤는데.....,’

김춘만은 절벽 위에 벼락을 맞아 죽은

소나무를 발견하고 지게에서 도끼를 꺼냈다.

퍽-퍽 팍-팍!

쿵!

거대한 크기의 소나무가 김춘만의 도끼질에

서서히 쓰러졌다.

김춘만은 넘어진 소나무를 부엌의 아궁이에

넣을 정도의 크기로 모두 잘랐다.

‘휴-우! 다 잘랐는데 저걸 어째야 하나?’

지게에 소나무를 장작을 차곡차곡 쌓은

김춘만은 절벽 아래 걸쳐진 소나무를

보며 잠시 갈등에 사로잡혔다.

‘저 정도의 크기면 하룻밤 방 하나는 충분히

데울 수 있는데.....,’

김춘만은 어둑어둑한 석양빛에 의지하여

조심스럽게 절벽을 내려갔다.

딱-우-지-끈!투-두-두-두!


“으-아-아-악!”


김춘만의 아슬아슬한 삶처럼 절벽의

벽면에 붙어 뿌리를 내리고 있던

소나무는 이미 말라 죽었는지 김춘만이 밟자

힘없이 부러지더니 김춘만의 몸을 태우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조용한 산속에는 김춘만의 비명이 길게

메아리쳤다.

휘-익 탁 휘-이-이-익 풀-썩!

김춘만이 나뭇가지와 함께 떨어지는 절벽,

절벽의 중간에서 흰 그림자가 나와 김춘만의

몸을 받더니 절벽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절벽 위로 올라온 흰 그림자는 김춘만의

몸을 지게 옆에 던지고 다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려 사라져버렸다.


“으-으-으! 귀신까지 보이다니? 내가 정말

죽은 모양이다!”


기절해 있던 김춘만은 눈을 감은 채 혼자

중얼거렸다.

‘등은 왜 이렇게 축축 한 거야?’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강한 추위를 느낀 김춘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흐-흐-흐! 내가 아직 죽지 않았네!”


하늘의 별을 본 김춘만은 큰 소리로 웃으며

지게에 도끼를 얹고 지게를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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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09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8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26 26. 투전판 +2 22.06.02 230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1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16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70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12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4 3 13쪽
11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2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3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6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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