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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51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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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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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DUMMY

‘멍청한 놈!’

홍화는 방문을 열고 나가는 김춘만의 뒷모습을

째려보았다.


“킥-킥-킥! 홍화! 이걸 보라고.”


챙-그-렁!

김춘만은 임상근에게 받은 돈주머니를 홍화 앞에

던졌다.


“어머! 당신은 큰 부자였네.”


주머니를 열어본 홍화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탁주 병을 들어 임상근의 술잔에 탁주를

가득 따랐다.


“암! 이 돈이면 우리 부부는 어딜 가더라도 편히

살 수가 있을 것이야, 꺼-억!”


급하게 마신 탁주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임상근은

트림하면서 술잔을 잡아갔다.


“춘만! 마저 마셔요.”

“..그...그래야지! 호...홍화!”


김춘만은 홍화가 집어주는 나물을 받아먹으며

탁주를 모두 마셨다.

‘어디로 가야 하나?’

벽에 기댄 김춘만이 입맛을 다시며 눈을 감자

홍화는 방바닥에 놓인 돈주머니를 자기 앞으로

당기며 생각에 잠겼다.


“춘만! 그만 자야 하니 옷은 벗어요.”

“우-히-히-히! 왜 내 품에 안기고 싶어? 홍화!”

“오늘은 안 되는 거 당신도 알잖아? 당신이 땀을

흘려서 그래!”

“그래! 임자가 알아서 벗겨.”


홍화는 김춘만의 몸에서 고쟁이만 남기고

모든 옷을 벗겨 부엌으로 갔다.

아궁이에는 큰 장작이 타고 나서 남은 숯불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홍화는 김춘만의 옷과 임상근이 써준 면천 서류를

아궁이에 던져버렸다.

‘옥월향이 살고 있다는 장성현으로 가면 그나마

안전할 거야,’

무명 솜옷을 겹겹이 껴입은 홍화는 남쪽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해 밤길을 나섰다.


****


‘왜 요즘 서방님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일까?’

옥월향은 젖을 먹다 잠이든 길동을 요 위에

눕혀놓고 문틈으로 사랑채로 들어오는 협문을

바라보았다.

홍상익이 사랑채에서 잠을 잔 지 벌써 십 일이

지났다.

아침,

서당을 가면서 잠깐 길동의 얼굴을 보고 간 것도

칠 일이 지났었다.


“작은 마님! 누가 찾아왔는데요.”


사랑채의 문에 기대 잠을 자는 길동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옥월향의 귀에 몸종인

필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여길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옥월향은 문을 열고 나갔다가 마루에 주저앉고

말았다.


“형님! 형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월향아! 잘 지냈어?”


밤새 산길을 걸어 장성현에 도착한 홍화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홍상익의 본가를 물어 찾아온

것이다.


“형님! 이 모습은 어떻게 되겁니까?”

“내 꼴이 우습지?”

“추운데 어서 올라오세요. 형님! 손이 꽁꽁

얼었네요.”


옥월향은 홍화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 옥월향은 필녀를

불렀다.


“필녀야! 가서 아침상을 차려오너라!”

“예, 작은 마님!”

“아니다. 같이 부엌으로 가자.”


옥월향은 갖가지 반찬을 꺼내 정성스럽게

아침상을 차렸다.


“형님! 드셔보세요.”

“넌 먹었어?”

“예, 형님! 젖이 잘 나오지 않아 신경 써서

먹고 있어요.”

“아! 너와 나리를 닮아서 정말 예쁘게 생겼다.”


길동이 잠에서 깰까 봐 길동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홍화는 옥월향이 길동을 안자 길동을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형님! 국이 식습니다. 어서 식사하세요.”

“그래! 고맙다.”


국을 뜨던 홍화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입술을

깨물었다.


“..마...맛있다!”


조용한 방안에 홍화의 밥 먹는 소리와 길동의

젖 빠는 소리만 들렸다.

응-애 응-애!


“월향아! 나 때문에 잠을 깨서 어떡하니?”

“아니에요, 형님! 젖이 나오지 않아 우는 겁니다.”

“그래? 다 먹었으니 아기를 나에게 줘,”

“예? 형님! 안 나오는 젖이지만 먹여봐야죠.”

“월향아!”


옥월향의 말에 홍화가 앞섬을 풀어 보였다.


“형님! 왜 젖이 분 겁니까?”

“나도 어제 아침에 출산하였다.”

“그럼 아기는요?”

“아기는 임상근에게 빼앗기고 도망을 왔다.”

“예, 아기를 빼앗기다니요?”


홍화는 옥월향에게 김춘만이 보여 준 면천 서류를

비롯해 김춘만이 한 말을 그대로 말했다.


“나쁜 인간!”


옥월향은 어린 길동이 들을까 싶어 욕을 하지

못했다.


“호-호! 월향아! 젖이 잘 나오니 웃으며 먹는다.”

“고마워요, 형님!”

“고맙기는? 내가 말을 하면 젖 먹는 것이 불편할지

모르니 젖을 다 먹으면 이야기하자.”


홍화는 자신의 젖을 빠는 길동을 정이 가득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형님! 잠이 들었으니 그만 주세요.”

“그래!”


길동을 조심스럽게 요 위에 누인 옥월향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홍화를 바라보았다.


“월향아! 이곳에서 작은 주막이라도 하고

싶은데 할 만한 곳이 있을까?”

“형님! 이따 서방님이 돌아오시면 제가 서방님께

물어볼게요.”

“내가 가진 돈은 백 냥이 전부야.”

“예, 형님! 돈이 부족하면 제가 보탤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너라도 있어 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천하의 형님이 약한 말씀을 하시니 실감이

안 나네요.”

“그렇지?”


홍화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술에 취해 잠들었던 알몸 상태의 김춘만은

새벽이 되자 추위를 느끼고 잠에서 깼다.

‘임자는 불을 지피러 부엌엘 갔나?’

부엌으로 간 김춘만은 홍화가 보이지 않자

돈주머니가 생각났다.

‘허! 내가 계집년에게 제대로 당했네!’

돈주머니도 자신의 옷도 보이지 않자 김춘만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가 다시 돌아가면 홍화를 놓친 죄로 현감나리께

심한 매질을 당한 후 다시 노비가 될 것인데

어떻게 할까?’

태어난 순간부터 임상근의 집에서 종살이만을

해야 했던 김춘만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홍화의 초가를 벗어나야 하는데 입고

나갈 옷조차 없었다.

‘실눈이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괜히 큰소리를

쳤네!’

오전이 되자 김춘만의 머릿속에는 실눈이보다

험악한 표정의 임상근 얼굴이 떠올랐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반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홍화를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어! 애당초

나와는 어울리지도 않고 쳐다보아서는 안 되는

높은 나무였는데.....,’

정적이 흐르는 작은 초가 안,

두-두-두-두!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방에서 나온 김춘만은 돈을 숨겼던 언덕으로

가서 몸을 바싹 엎드렸다.

‘말을 탄 사람이 나를 쫓는 현감나리만 아니면

좋으련만.’

언덕 위의 작은 바위 옆으로 머리만 내민

김춘만은 말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렸다.

김춘만의 바람대로 다행히 말은 홍화의 초가를

지나쳐 달려가 버렸다.

‘어차피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굶어 죽거나

현감나리에게 잡히면 맞아 죽는다. 길을 가다가

얼어 죽는 것이나 현감나리에게 붙잡혀 죽는 것은

매 한 가지니 길을 떠나보자.’

김춘만은 산파가 아기의 몸을 닦고 버린 무명천으로

상체를 가린 후 임상근의 집과 멀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


가마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양씨부인은 유모에게

아기를 받아 품에 안았다.

‘어쩌면 나리의 얼굴을 꼭 빼닮았을까?’

아직은 눈을 뜨지 못했지만, 얼굴 윤곽이며

오물거리는 입 모양이 임상근과 빼닮았었다.

‘김춘만과 실눈이를 멀리 보내버렸으니 이 아이는

진짜 내 아이가 된 것이야!’

홍화와 함께 김춘만을 보낸 임상근은 집안에서

아기의 출생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실눈이를

부안현의 포구로 가서 명나라로 떠나는

노예 상인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어-험! 부인! 퇴청했소.”


밖에서 임상근의 목소리가 들리자 양씨부인은

잠이든 아기를 요에 눕히고 얼른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나리! 이제 오십니까?”

“예, 부인! 오늘은 무엇을 하고 지냈소?”

“우리 아들을 보며 지냈더니 하루가 금방

갔습니다.”

“그랬소?”

“우리 아기의 얼굴이 어찌나 나리를 닮았는지.....,”

“부인을 더 많이 닮았으면 좋으련만!”

“아닙니다. 나리! 사내아이이니 당연히 나리를

닮아야지요.”

“그렇소? 허허허!”


임상근은 양씨부인이 저녁상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자 아기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다행히 나를 빼다 닮았구나! 혹시라도 홍화를

닮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임상근은 지필묵을 꺼냈다.

‘임진용이라! 보배 ‘진(眞)’자에 날쌜 ‘용(勇)’이라,

그래 내 아들의 이름을 임진용으로 하면 되겠어!’

한지에 임진용을 쓴 임상근은 양씨부인이 저녁상을

가지고 들어오길 기다렸다.


“나리! 한지에 쓰인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 아들의 이름이오. 어떻소?”

“임진용이라! 너무 좋습니다.”

“허허허! 그렇소? 부인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소!”


임상근이 숟가락을 들자 눈치를 보던 양씨부인이

입을 열었다.


“나리! 내년 삼월에 주상께서 나리를 종사품의

첨정에 제수한다는 오라버니의 전갈이 왔습니다.”

“뭐요? 형님이 벌써 손을 쓰신 겁니까? 허허허!”

“예, 나리! 대신 홍상익대감의 비리를 적은 장계를

올리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성현으로 성용칠을 보내 오늘도

홍상익의 새로운 비리를 들었소.”

“그게 무엇입니까?”

“여기에서 데리고 간 관기를 통해 홍상익이 서자를

보았다고 하오.”

“그것만으로도 홍상익대감은 주상의 머릿속에서

영영 지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지요. 그래야 우리 진용이의 앞길을

막을 자가 없어질 것이오.”


****


궁궐의 대전 안,

문씨부인의 오빠 문선중은 종일품의 좌찬성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주상의 진노도

가라앉았을 것이야!’

대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 문선중은 문씨일가와

동문 사형제들에게 홍상익의 재 천거를 세종에게

주청하기로 하고 대전으로 들어왔다.


“전하! 신 정혁문 삼남 지방에서 올라온 상소를

검토하던 중 정읍현에서 올라온 장계를 보고

지엄한 국법을 어지럽히는 자를 벌하고자 전하께

주청드리옵니다.”

“우참찬! 말해보시오.”

“예, 전하! 전하의 성은으로 정삼품 당상관을

지냈던 홍상익이란 자가 정읍현에서 관기를

납치하여 정읍현감의 수차 돌려보내라는 명에도

불구하고 관기를 장성현으로 데려가 관기의 몸을

통해 아들을 낳았다고 하옵니다. 이는 국법을

어지럽게 하는 큰 범죄로 관직이 없는 자가

현감의 명을 거부한 것은 강상죄에 해당하옵니다.

전하! 죄인 홍상익에게 큰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큰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좌의정 남상직의 명을 받은 우참찬 정혁문이

세종에게 고하자 대전 회의에 참석한 절반이

넘는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따라 외쳤다.

‘어리석은 인간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구나!’

대전 건너편,

남상직과 정혁문, 그리고 최동묵 일파를 바라보는

문선중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홍상익! 그자가 큰 죄를 지었다고 하나 그간

종묘사직과 백성들을 위해 세운 공이 적지

않으니 삭탈관직으로 홍상익에 대한 처벌을

멈췄으면 하오. 홍상익이 정읍현의 관기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도 이미 과인이 아는바,

다시는 대전에서 홍상익에 대한 처벌을 꺼내지

마시오. 차후, 또다시 홍상익에 대해 거론하는

자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용서치

않을 것이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전 회의를 마치고 나온 최동묵에게 양석열이

다가갔다.


“이조참의영감! 이제야 대전 회의가 끝났습니까?”

“그렇소이다. 양장군!”

“예? 영감! 소관에게 장군이라니요? 당치않으십니다.”

“허허허! 양장군은 병마절제사로 승차되었소.

감축드리오, 양장군!”

“이게 다 참의영감의 큰 은혜입니다. 감사합니다!”

“양장군뿐만 아니라 양장군의 매제인 정읍현의

임현감도 종사품의 첨정에 제수한다는 주상전하의

윤허가 있었소. 아마 내일쯤이면 교지가 내려올

것이오.”

“참의영감! 결초보은하겠습니다.”

“자-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양장군의

승차 술이나 마시러 갑시다. 내가 감축드리는

마음에서 사겠소이다.”

“허허허! 예, 참의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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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09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8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26 26. 투전판 +2 22.06.02 230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1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16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70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12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4 3 13쪽
11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2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8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2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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