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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55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8 10:17
조회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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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11. 스승 천무로

DUMMY

첫날과 달리 동굴 안은 대낮처럼 훤해서

밖과 별 차이가 없었다.


“너는 어디에 사는 누구냐?”


노인의 물음에 길동은 무릎을 꿇었다.


“예, 어르신! 저는 장성현에 살며 제 어머니는

옥월향입니다. 그리고 제 아버지는.....,”

“휴-우! 애야 그만 말해도 된다. 편하게

앉아라.”

“예, 어르신!”

“나는 고려 충숙왕 십 칠년 금강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내가 네 살 되던 해 고려 전역은

물론 멀리 중원까지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어 부모 형제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집을

나온 나는 유리걸식을 하며 떠돌게 되었는데

묘향산 근처에서 나의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스승님의 세수가 지금 내 나이와 같은

백 열여덟 살이었다. 나는 이 년 동안 스승님의

곁에서 머물면서 스승님의 모든 것을 배우려

했지만......,”


천무로의 말은 장장 한시 진이 지나자

끝이 났다.


“그래서 노부를 너를 내 제자로 삼으려 한다.

나에게 절을 올리도록 해라.”

“예, 스승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옷을 살핀 후 길동은 서두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천무로를 향해 절을

올렸다.


“길동아! 내 스승님처럼 나도 널 가르칠

시간이 이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

이년이나마 내 곁에 머물면서 나의 모든

것을 배운 뒤 홀로 수련해야 한다.”

“예, 스승님! 그런데 스승님은 이년 후

등선(登仙)하시는 것입니까?”

“허허허! 나는 스승님의 경지에 미치지

못해 알 수가 없구나!”


대답하는 천무로의 얼굴에 씁쓸함이

엿보였다.


“길동아! 항상 수련에 앞서 저 연못에서

몸을 정갈하게 씻어야 한다. 자! 가서

씻고 오너라!”

“예, 스승님!”


퐁-퐁-퐁!

길동은 옷을 벗고 동굴 속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작은 연못으로 향했다.

‘아비란 자의 심한 매질로 인해 생긴 상처가

아닌가? 쯧-쯧-쯧! 매질로 어찌 사람의 몸에

저런 큰 상처를 남길 수가 있단 말인가?’

천무로는 길동의 종아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눈을 감아버렸다.

길동이 연못에서 나오자 길동의 첫날

수련이 시작되었다.


“길동아! 학문에 대해서는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학문보다는

호흡법을 통해 심신을 강하게 하여야겠다.”

“예, 스승님!”


길동은 천무로의 지도하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수련에 임했다.

길동이 수련을 시작하지 한 달이 지났다.


“이곳에서 밑으로 내려가 계곡물을 떠오너라.”

“예? 예, 스승님!”


옆구리에 호로병을 찬 길동은 떨리는

팔다리로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동이 계곡으로 내려가 물을 떠서

동굴로 올라오니 오후가 지나갔다.


“길동아! 오늘 수련은 끝났다.

내일 다시 오너라.”


녹초가 된 길동에게 천무로가 말했다.


“예? 스승님! 저는 아직 절벽을 올라갈

힘이 없습니다.”

“오늘만 내가 던져주겠다.”


길동의 몸을 잡은 천무로가 길동을 절벽

위로 던져버렸다.

‘으-헉! 아-아-악!’

길동은 입술을 깨물며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삼키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자 천무로는 길동에게 육체

수련과 함께 검술을 병행하게 했다.

천무로의 지도로 길동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벨만큼 뛰어난 검술 솜씨를 지니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오늘은 길동이 천무로의 제자가

된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일 년 사이에 길동의 몸은 몰라볼 정도로

강인해졌다.


“길동아! 너의 육체적인 수련은 모두

끝났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땅을 줄여서

이동하는 축지법과 둔갑술을 공부하게

될 것이다. 육체적인 수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공부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예, 스승님!”


길동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신체와

정신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실제 야사에 의하면 이항이라는 유학자가

축지법을 사용하여 한양에서 전라도까지

하루 만에 달려 전라감사로 하여 자신이

한양에 있지 않고 전라도에 있었다고

증언하게 하여 자신의 죄를 숨겼다고

한다.

천무로의 축지법 수련 방법은 길동에게

천 길 낭떠러지인 절벽을 하루에는

몇 번씩 오르내리게 했고, 둔갑술의

수련으로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오 장(약15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걸어두고 내려오게 했다.

‘길동이는 내 모든 것을 마치 가물었던 땅이

물을 흡수하듯 배우고 있는데 내가

길동이를 너무 늦게 만났어!’

길동의 수련 모습을 보고 있던 천무로는

안타까운 심정이 되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빠른 길동의 수련 속도에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


밭을 다녀온 김춘만은 나무를 하러 가려다가

얼굴을 본 지 오래된 길동이 보고 싶어

서당으로 향했다.


“도련님! 길동도련님을 불러주실 수

있겠습니까?”

“길동은 서당을 나온지 오래됐는데.....,”

“예? 도련님! 오래되었다니요?”

“일 년 전 훈장님이 길동에게 심하게 매질을

하여 길동의 종아리에서 피가 터졌어.

그날부터 훈장님이 길동을 서당에 못 나오게

해서 길동은 서당을 나오지 않아.”

“예!......,”


산을 다녀온 김춘만은 길동에 대해

홍화에게 말했다.

‘도대체 나리께서는 왜 도련님께

모진 처사를 했을까? 너무 착하고 순해서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였는데.....,!’


****


옥월향은 서당을 다녀온 길동이 저녁을

먹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자 이상한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예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어른이

된 것 같으니 큰일이야 있겠어?’

길동의 손바닥은 힘든 일을 하는 머슴들보다

더 거칠어지고 허벅지는 장수들이 타는

말의 다리처럼 더 튼튼하고 울퉁불퉁한

근육이 보였다.

‘이게 웬 흉터일까? 이 정도의 흉터면

어른이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길동의 다리를 살피던 옥월향은 홍상익의

매질로 인해 생긴 길동의 종아리를 보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번 알아봐야겠어!’


****


오늘도 아침을 먹은 길동은 산으로 향했다.

‘도련님이구나! 어딜 가시는지 따라가

봐야겠다.’

우연히 길동을 발견한 김춘만은 조심스럽게

길동의 뒤를 따랐다.

‘왜 산속으로 들어가실까?’

길동의 빠른 속도에 따라가기가 힘이 들자

김춘만은 산의 초입에 지게를 내려두고 빨리

걸어서 길동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헉! 어디로 사라지신 거야?’

십 장(약 30m) 앞서가던 길동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김춘만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길동을 찾았다.


“아제! 오랜만이에요.”

“으-헉!”


자신의 귓가에 길동의 모습이 보이자 김춘만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헤헤헤! 놀랐어요? 아제!”

“예, 도련님! 어디서 나타나신 겁니까?”

“저곳이요.”


길동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나무의

꼭대기였다.


“저곳에서 어떻게......,?”


김춘만은 길동의 다리와 신발을 보면서

못 믿는 눈치였다.


“아제! 바빠서 그만 가야겠어요.”

“예, 도련님! 혹시 산에 가신다면 짐승들

조심하세요.”


길동이 몸을 돌리자 김춘만은 길동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헉! 또 사라지셨다.”


걸어가던 길동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김춘만은 또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


오후가 되어 수련을 마친 길동이 집에

돌아오자 옥월향은 길동에게 저녁을

챙겨주고 집을 나섰다.

‘형님 주막에 많은 사람이 오니 우리 도련님의

다리에 왜 흉터가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 거야,’

오늘도 홍화의 주막에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주향으로 진동을 했다.


“형님!”

“어-머! 마님! 오셨습니까?”

“예, 형님! 잘 계셨습니까?”

“예, 어서 안으로 드세요, 마님!”


옥월향이 방으로 들어가자 홍화는 식혜를

준비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형님! 혹시 여기 온 사람 중에 우리 도련님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있을까요?”

“예? 마님! 도련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휴-우!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잠이 든

우리 도련님의 다리와 종아리를 보았는데......,”

“어머! 춘만이의 말이 사실이었네요.”

“예? 형님! 사실이라니요?”

“도련님께서 서당을 그만 두셨대요.”

“서방님의 서당인데 왜 그만둬요?”

“그게 춘만이가 도련님이 보고 싶어 서당

근처로 가서......,”


김춘만의 말을 들은 홍화는 반신반의하여

여러 사람을 통해 김춘만의 말이 사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

오히려 김춘만의 말은 실제 홍상익이 어린

길동에게 행한 매질을 많이 축소한 것 같았다.

아들이 홍상익의 서당에 다니는 포졸 한 명의

말에 의하면 홍상익은 길동에게 활을 빼앗은

홍정기가 혼자 다친 것을 전부 알면서

길동을 미워하여 일부러 때렸다고 했다.

홍화의 말을 들은 옥월향은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다.


“흑-흑-흑! 형님, 천하에 어찌 그런 인간이

있을까요?”

“흑-흑! 마님! 대감마님의 재출사가 도련님으로

인해 막혔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형님!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아무리 내가

관기 출신이라고 하나 우리 도련님이 관기는

아니잖아요.”

“흑흑흑! 마님!.....,”


홍화의 주막을 나온 옥월향은 홍상익이

있는 본채로 갔다.


“훈장나리! 잠깐 나오셔야겠습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어루만진 옥월향은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한 년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

“소인은 마님을 부른 것이 아니라 훈장 나리를

불렀습니다.”

“이런 천한 기생년을 보았나? 누구 없느냐?”

“예, 마님! 강조입니다.”

“멍석말이를 할 것이다. 저년을 묶어라!”

“예, 마님!”


강조는 문선중의 사병으로 문씨부인을

보호하라고 문선중이 보낸 무인이었다.


“놔라!”


짝-짝 퍽!


“으-윽!”


옥월향이 자신을 묶으려는 강조의 손길을

거부하자 강조의 우악스러운 손이 옥월향의

뺨과 복부를 쳤다.

옥월향이 실신하자 마당에는 멍석이 깔리고

재갈을 물린 옥월향의 몸이 멍석 위로

옮겨졌다.


퍽-퍽-퍽!


“으-으-으!”


강조의 심한 몽둥이질에 재갈이 물린

옥월향은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고통에 옥월향이 몸부림을 치자 멍석에

말린 옥월향의 머리가 멍석 밖으로

나왔다.

그때 옥월향은 희미하나마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옥월향은 상대의 또렷한 얼굴을 보기

위해 눈에 고인 눈물을 없애려고

위해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밤이나마 조금 또렷해진 옥월향의 눈에

자신을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홍상익의

눈과 마주쳤다.



“나리! 나리께서 서얼이나마 나리의 피가

섞인 도련님에게 매질을 했습니까?”

“.....,”

“도대체 왜 그랬습니까?”

“강조야! 이년의 몸에 물을 뿌리고 가서

회초리를 가져오거라! 내가 오늘

이년에게서 짐승의 탈을 벗겨야겠다.”

“예, 마님!”


강조가 회초리 묶음을 가지고 왔다.


“회초리는 넉넉하니 네가 실신하면

이 회초리는 네 자식 놈의 몸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옥월향은 길동에게 매질을 하겠다는

문씨부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철-썩 철-썩!


“마님! 용서해주십시오. 쇤네가 주제넘었고

이 더러운 몸뚱이를 빌어 양반도 상놈도

아닌 서얼이 태어난 것도 주제넘었습니다.

쇤네를 때리시고 우리 서얼도련님은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재갈이 풀린 옥월향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철석-짝-짝!

무표정한 얼굴의 문씨부인은 아무런 말 없이

옥월향의 전신을 후려쳤다.

홍상익의 몸에 좋다고 하여 상머슴 칠성이가

뒷산에서 베어온 굵은 야관문 줄기가 옥월향의

종아리를 넘어 엎드린 허리와 등을 후려쳤다.

종아리에서 터진 피와 허리와 등에서 터진

피가 온몸을 빨갛게 적셨다.


“이 년이 감히 어디서 하명(下命)이야?

천한 짐승 같은 년! 죽어라.”


짝-짝 짝-짝!!

옥월향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려 삼베옷 앞섬이 흥건하게 젖었다.


“어...어머니!”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깬 길동이 본채의

마당으로 왔다.

눈을 부릅뜬 길동의 눈에 삼베옷 앞섬을

흥건하게 적신 붉은 핏물이 보였다.

옥월향이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조선의

법도가 만든 천한 암컷의 울부짖음이 섞인

피눈물이었다.


“마님!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십시오.”


길동은 자신의 몸으로 어미의 등을 덮었다.


“천한 짐승 새끼! 너도 죽어라.”


짝 짝 짝 짝!!

조선의 큰 짐승을 길들이던 야관문 줄기가

작은 짐승의 등을 후려쳤고 작은 짐승의

등에서 어미의 눈물과 같은 붉은 피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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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09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8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26 26. 투전판 +2 22.06.02 230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1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16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70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12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4 3 13쪽
»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3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8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3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6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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