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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굿바이 홍길동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완결

중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6:30
최근연재일 :
2022.08.10 09: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057
추천수 :
472
글자수 :
528,736

작성
22.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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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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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2. 옥월향의 죽음

DUMMY

‘휴-우! 길동이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만, 너무 힘들구나!’

언제 나타났는지 천무로가 지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길동아! 아프고 힘들지만, 사람은 시련을

겪어야 더 단단해지고 참된 하늘을 여는

개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천무로의 젖은 시선은 먼 밤하늘로 향했다.

계속된 매질로 고통 속에서 몸을 떨던

작은 짐승의 몸이 꿈틀거림을 멈췄다.


“부인! 그만하시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두 모자를

바라보던 홍상익이 몸을 돌리며

한 말이었다.

‘저런 자가 내 아비였던가?’

눈물을 삼킨 길동의 입에서 차갑게 식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어...어머니!”


- ‘도련님! 소중한 내 도련님! 도련님

몸에 흐르는 더러운 짐승의 피는

이 못난 어미가 다 가져갑니다.

결혼하지 말고 입신양명도 하지

말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부디

사람답게 사셔야 합니다.’


길동은 싸늘하게 식은 옥월향의 표정에서

어미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한 말을 들었다.


“예로부터 천한 짐승에게는 봉분이 있는

묘를 쓰지 않았다. 강조야! 본가와 멀리

떨어진 들판에 내다 버려라!”

“예, 마님!”


가마니에 담긴 옥월향의 시신이 지게에 업혀

소슬 대문을 나가자 길동은 두 번째 혼절했다.


“칠성아! 그 시신을 나에게 팔면 안 되겠냐?”

“혀...형님!”


늦은 밤,

무서움을 참으며 지게에 옥월향의 시신을

지고 가던 칠성은 갑자기 김춘만이 나타나자

주저앉을 뻔했다.

두 사람은 홍화의 주막에서 알게 되어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가끔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곤 했었다.


“만약에 이 시신을 형님에게 넘겼다는 것이

탄로라도 나면 나는 우리 마님께 죽소.”

“칠성아! 오늘 밤에 바로 매장할 것인데

어떻게 네 마님이 알겠냐? 그러지 말고

열 냥을 줄 테니 나에게 넘겨라!”

“알겠소. 춘만형님! 넘길 테니 한 냥만

주시오. 시신이 너무 처참해서 술이라도

마셔야겠소.”

“고맙다!”

옥월향의 시신을 안은 김춘만은 홍화의

주막으로 달려갔다.

홍화는 옥월향의 시신을 깨끗하게 닦고

자신이 아껴두었던 비단옷을 옥월향의

시신에 입혔다.

‘월향아! 너의 예쁜 도련님은 내가 친아들처럼

보살펴드릴 것이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흑-흑-흑! 마님!!”


홍화가 옥월향의 머리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

옥월향의 시신을 홍화에게 맡긴 김춘만은

늦은 축시(01시~03시)가 되었는데도

어디서 관(棺)을 구해 지게에 지고 왔다.

옥월향의 시신이 관속에 모셔지자 홍화는

집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도련님의 얼굴을 월향에게

보여줘야지!’

큰 충격에 혼절했던 길동은 월향의

방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련님! 소인 홍화입니다.”


길동은 홍화의 목소리에 밖으로 나와 마루에

서서 홍화의 얼굴을 껴안았다.


“이모님! 흑-흑-흑!”

“도련님! 어머니께서 외로운 먼 길을

떠나기 전 도련님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요, 이모님!”


길동은 홍화를 따라 홍화의 주막으로 갔다.


“어머니! 편히 가시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승을 떠돌더라도 우리 모자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린 지옥 같은 양반의 나라에

제가 벌을 내리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떨리는 손으로 길동이 관 뚜껑을 닫자

김춘만이 나무못을 박기 시작했다.


“도련님! 도련님이 입어야 할 상복입니다.”

“이모님! 제가 입어야 할 상복은 이 나라

조선을 벌한 후 그때 입겠습니다.”


길동에게 뭔가 말하려던 홍화는 길동의

원한에 찬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홍화의 주막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산,

봉분 없는 옥월향의 묘지가 완성되자

홍화가 가지고 온 술을 뿌렸다.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산을 내려왔다.


“이모님, 아제! 이제 나는 집을 떠나

스승님과 함께 지낼 것입니다. 가끔 산을

내려와 두 분께 소식을 전할 테니 안녕히

계십시오.”

“도련님! 차라리 소인의 주막에서 머무시는

것이.....,”


홍화가 길동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아닙니다. 이모님! 힘을 기르려면

단 일각이라도 아껴야 합니다.”


단호하게 말한 길동은 두 사람의 아쉬운

시선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도착한 길동은 옷가지 챙겨 보자기에 싼

다음 어깨에 둘러메고 방을 나왔다.


“길동아! 우리 집을 영영 떠나는 것이냐?”

“.....,”


길동의 방문 앞에는 침울한 표정의 홍일동이

서 있었다.


“용서는 안 되더라도 아니, 나중에

복수하더라도 집에서 지내면 안 되겠느냐?”

“아닙니다. 나리! 내 어미가 맞아 죽은

집에서 숙식하다니요? 그건 개돼지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길동아! 형이라는 내가 너와 네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딜 가서라도 무탈하게 잘 지내거라.”


홍일동은 말이 끝나자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길동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나리!”


주머니를 받아든 길동은 홍일동의 시선을

뒤로 하고 집을 나왔다.


“으-허-허-헉!”

“영감! 왜 그러시우?”


땀에 젖은 홍상익이 비명과 함께 벌떡

상체를 세우자 곁에서 자고 있던 문씨부인이

물었다.


“별거 아니오. 꿈이 하도 괴이해서.....,”


“영감! 땀을 닦아드릴 테니

더 주무시지요.”


문씨부인이 밖으로 나가자 꿈이 생각난

홍상익은 다시금 몸서리를 쳤다.

‘월향이를 만나던 날 내 꿈에 나타났던

황룡이 다시 나타나다니?’

꿈속에 홍상익은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쾌청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렸다.

자신의 머리와 어깨가 비에 젖자 홍상익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이-놈! 네 죄를 알렸다?”


구름 사이에 나타난 거대한 황룡이

홍상익의 몸을 물고 흔들어 버렸다.

그러자 홍상익의 근육이 끊어져 팔다리가

잘리고 온몸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자! 모두 닦았으니 그만 주무시지요.

꿈은 꿈일 뿐입니다. 영감!”

홍상익이 다시 자리에 누우려는 순간

누군가가 집을 나가는지 대문 옆의

작은 협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스승 천무로가 있는 절벽 위로 온 길동은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지금 내려간다면 스승님의 단잠을

깨우고 말 거야!’

길동은 처음 천무로와 만났던 바위 위로

올라가 천무로에게 배웠던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천무로의 장담처럼 호흡하고 나면 마음의

안정은 물론 몸의 피로가 풀려 길동은

고된 수련 기간 자주 호흡을 했었다.

‘으-음! 그 모진 일을 겪고도 평정심을

회복하다니? 역시 내제자로다!’

길동이 오기 전,

길동에게 가해질지 모를 문씨부인의

위험에서 길동을 보호하기 위해

천무로는 길동을 뒤를 따라다녔었다.

‘첫날이니 내 제자에게 고기라도 먹여야겠어.

오늘부터 하루 세끼를 챙기려면 늙은

내 몸이 힘들겠지만 말이야!’

천무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천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

천무로는 길동에게 더 혹독하게 수련을

시켰다.

‘길동이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동굴 안,

잠을 자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난 천무로는

동굴 입구에 있는 길동의 잠자리로 갔다.

‘응? 이 아이가 자다 말고 어딜 간 거야?’

놀란 천무로는 몸을 날려 절벽 위로

올라갔다.


“스승님! 주무시다 말고 왜 올라오셨습니까?”

“그러는 너는 자다 말고 왜 이곳에 있느냐?”

“헤헤! 한밤에 이 바위에서 호흡하면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기가 많이

쌓이는 것 같아서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허허허! 나는 그만 내려가겠다.”


휘-익!

천무로가 절벽 아래로 내려가자 길동은

다시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했다.

새벽,

동쪽 하늘에 조양이 생기자 길동은 바위를

내려왔다.

‘이모님이 알려준 대로 아침을 준비하자.’

길동은 말려놓은 산나물과 쌀을 가지고

계곡 아래로 몸을 날렸다.


“큼-큼! 무슨 냄새야?”


동굴의 안쪽,

잠에서 깬 천무로는 밥 익는 냄새와

처음으로 맡은 고소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렸다.


“길동아! 이게 다 무엇이냐?”

“예, 스승님! 아침입니다. 음식을 잘하는

이모님께 배워서 했는데 맛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냄새만 맡아도 침이 나오는구나!”


길동이 솥에서 밥을 뜨자 천무로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쩝-쩝!


“정말 맛있는 맛이다!”


길동이 만든 나물을 맛본 천무로는 눈을

감고 나물의 맛을 음미했다.


“네 덕분에 오랜만에 밥 다운 밥을

먹어본 것 같다.”

“스승님! 이제 제가 다 컸으니 식사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래라! 나도 이제 늙어서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


천무로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본 길동은

설거지하러 계곡으로 내려갔다.


****


“칠성아!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술을

산 거냐?”

“석구형님! 나라고 해서 언제나 돈이

없겠소? 걱정하지 말고 많이 드시오.”



홍상익 집안의 하인인 두 사람은 초저녁이

되자 주막에 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칠성아! 돈 버는 일이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주라. 내가 좋아하는 길녀에게

노리개라도 사줘야 내 마음을 받아줄 것

같다.”

“서...석구형님! 내가 무슨 수로 돈을

벌겠소? 둘째 마님이 죽던 날 주막에

있는 춘만형님이 줍디다.”

“춘만이가 왜 너에게 돈을 줘?”

“그...그야 둘째 마님을 넘겨줘서,

헉! 내가 한 말은 거짓말이오.”


술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한 칠성은

얼른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알았다. 그런데 춘만이는 둘째 마님을

어디에 모셨을까?”

“내가 어찌 알겠소? 그만 일어납시다.”


홍상익의 집으로 향하는 석구는 술에

취한 칠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큰 마님께 이 모든 사실을 말하고

길녀와 혼인을 시켜달라고 하면 허락해줄까?’

칠성을 방에 재운 석구는 홍상익과

문씨부인이 있는 안채로 갔다.


****


“알았다. 석구야! 나는 네가 칠성과 가까운

사이임을 안다. 이 사실을 나에게 고한

이유가 무엇이냐?”


석구의 말을 들은 문씨부인은 냉혹한

성격만큼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분노를 숨긴 채 말을 했다.


“아닙니다. 마님! 소인은 단지 소인의

상전께 말씀을 올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여.....,”

“그만 되었다. 내년 봄 너와 길녀를

맺어주마.”

“감사합니다. 마님!”

“강조야! 젊은 하인들을 이끌고 가서

홍화란 년과 김춘만이란 천것들을

잡아 오너라.”

“예, 마님!”


횃불을 든 강조와 하인들이 홍화의

주막으로 향했다.

‘웬 불빛이 이모님의 주막으로 가는

걸까?’

저녁을 먹고 수련을 하던 길동은

산꼭대기에서 나뭇가지를 밟으며

수련을 하던 중 홍화의 집으로 가고

있던 강조와 하인들이 든 횃불을

보게 된 것이다.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

길동은 나뭇가지를 밟으며 산 아래로

날아갔다.


“이모님!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찰나의 순간에 홍화의 주막에 도착한

길동은 홍화의 방문 앞에 섰다.


“도련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횃불을 든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홍화가 옷을 입고 나오자 길동은 홍화를

껴안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길동의 귀에 강조와 하인들의 발자국이

가까이 들렸기 때문이다.


“이놈을 묶고 너희들은 뒤쪽에 있는

계집의 방으로 가서 계집을 끌고

나와라!”

“예, 집사님!”


하인들이 빠르게 홍화의 방으로 달려갔다.


“호위님! 계집은 어딜 가고 없습니다.”

“그럼 이놈만 끌고 간다.”


지붕에 있던 홍화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눈물을 흘렸다.


“네 이놈! 네가 무슨 연유로 천한 년의

몸뚱어리를 가져간 것이냐?”

“예, 마님! 예전에 월향이가 소인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준 적이 있어서 그 은혜를

갚고자 땅속에 묻어주려고 그랬습니다.”

“강조야! 이놈은 면천한 양인이니 죽지

않을 만큼만 쳐라!”

“예, 마님!”


몽둥이를 든 강조가 엎드려있는 김춘만에게

다가갔다.

퍽-퍽! 아-아-악!

강조의 굵은 팔뚝이 몽둥이를 휘두르자

김춘만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무술을 배운 무인답게 강조의 몽둥이질은

김춘만의 살집이 있는 부위만을 가격했다.

“.....,”

“이놈이 기절했으니 물을 뿌려라!”

“예, 호위님!”

“강조야! 그만 되었다. 오늘 이후 그 누구도

옥월향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예, 마님!”


홍상익에게 꿈 이야기를 들었던 문씨부인은

강조가 김춘만에게 매질을 하자 꿈 생각나서

밖으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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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미래로 온 두 사람 22.06.11 282 4 12쪽
34 34. 죽음과 재벌가 +2 22.06.10 264 4 12쪽
33 33. 유구국으로 가다 22.06.09 213 4 12쪽
32 32. 장보고의 보물섬 22.06.08 219 4 12쪽
31 31. 천적 임진용 +2 22.06.07 209 4 11쪽
30 30. 홍화의 아들 +2 22.06.06 213 5 12쪽
29 29. 가짜 홍길동과 강태휴부녀 +2 22.06.05 208 3 12쪽
28 28. 세조를 만나다 +3 22.06.04 225 4 13쪽
27 27. 징치 +2 22.06.03 224 5 12쪽
26 26. 투전판 +2 22.06.02 230 6 12쪽
25 25. 탐관오리 22.06.01 226 5 12쪽
24 24. 조선인의 땅 활인장 22.05.31 237 3 12쪽
23 23. 심양위로 가다 +2 22.05.30 237 6 12쪽
22 22. 단종 22.05.29 241 6 12쪽
21 21. 양석열을 구하다 22.05.28 249 7 12쪽
20 20. 조선으로 돌아오다 22.05.27 242 6 12쪽
19 19. 정통제 즉위식 +2 22.05.26 258 8 12쪽
18 18. 경태제와 정통제 22.05.25 254 7 12쪽
17 17. 명나라로 가다 22.05.24 264 5 12쪽
16 16. 노비 22.05.22 268 3 12쪽
15 15. 정경산과 소목 22.05.22 270 3 13쪽
14 14. 역모의 시작 +1 22.05.21 285 3 13쪽
13 13. 천무로의 등천 22.05.20 287 3 12쪽
» 12. 옥월향의 죽음 22.05.19 285 3 13쪽
11 11. 스승 천무로 22.05.18 293 5 13쪽
10 10. 정을 떼다 22.05.18 292 5 11쪽
9 9. 길동과 김춘만 22.05.17 293 5 13쪽
8 8. 홍화를 만난 김춘삼 22.05.16 303 5 12쪽
7 7. 김춘만과 산적들 22.05.16 339 6 12쪽
6 6. 옥월향과 만난 홍화 22.05.15 36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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