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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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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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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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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유명 헌터 유도진(2)

DUMMY

“아··· 뭐야. 멘트 겁나 구려···.”

“그러니까. 좀 꼰대 같다고 해야 하나.”


주저앉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곤 씨익 웃었다.


하지만 내 말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두 사람은 서서히 몬스터 쪽으로 이동했다.


“저런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한테 설득당할 거야?”

“그럴 리가 있냐. 우리가 걍 이기지.”


하··· 아니다. 아무튼, 다시 기운을 차렸으니까 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나는 입을 꾹 닫은 채 눈웃음을 짓곤 리자드맨을 향해 달려 나갔다.


“샐새앨러!”


스킬 주문과 동시에, 창끝에서 화염이 뱉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창을 돌리며 주변으로 몰려드는 리자드맨을 견제했다.


“고양이 발톱!”


뒤이어 리자드맨을 향하는 기호.


그의 클로에 빛이 감돌더니, 이내 새하얀 궤적을 그리며 리자드맨을 할퀴었다.


“몰아치는 칼날!”


그리고 자신감을 되찾은 김동원 역시, 리자드맨을 향해 단검을 들어 올렸다.


그는 두 자루의 단검을 교차하며 리자드맨을 계속 몰아붙였다.


몰아치는 공격을 방어하던 리자드맨들.


나는 점차 빨라지는 두 사람의 공격에 흐뭇한 미소를 내질렀다.


‘두 사람 다 D급이니까 충분하겠지.’


배하정과 유선웅은 걱정한 적도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첫 전투에서 자신들의 단점을 각자만의 방법으로 극복해 낸 사람들이었다.


‘그런 면에선 나보다 좋은 헌터가 될 수도?’


나는 스킬에만 의존했었으니까.


가끔 체력이나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인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점은 잘 배워둬야겠다.’


이번 생은 헌터가 처음이라, 어떻게 노력하고, 강해지는지 잘 몰랐다.


누구는 스킬북이나 아이템을 통해 강해지고, 누구는 기초 체력을 키우면서 강해진다.


나는······


먹어서 강해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 먹어서 강해지자.


이상한 결론을 내린 뒤, 나는 곧장 헌터들이 쓰러뜨린 리자드맨들을 인벤토리 주머니에 챙기기 시작했다.


멀쩡한 고기들은 집에 챙겨가서 손질할 예정이었다.


“저기 봐, 고블린 헌터님은 벌써 상황을 정리하는 중인가 봐.”

“역시···. 제일 길드 캐스팅을 받은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물론, 선웅과 하정은 내 이런 결정을 모르고 나를 치켜세웠지만.


“어? 저기, 뒤쪽에··· 리자드맨 한 마리가 가만히 있는 거 같은데?”

“다른 애들보다 덩치가 좀 작은데? 몬스터에도 어린이가 있나?”

“몰라. 일단 죽여.”


한가하게 몬스터를 처리하고, 시체를 담던 내 귀에 들리는 신입 헌터들의 대화.


어린 리자드맨이라고?


“몰아치는 칼날!”


내가 생각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그들의 단검과 클로는 이미 그것을 향해 나아갔다.


‘안 돼!’


샐러맨더도, 고블린도 싸우고 싶지 않은 개체들이 있었다.


주로 나이가 들거나 어리고, 병든 개체들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리자드맨도···.


- 키잉! 키기기기기긱!


이터와 두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던전 내에 요란하게 울렸다.


그 탓에 잘 사냥하고 있던 선웅과 하정도 내 쪽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죠?”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모두 멈추세요.”

“네? 그게 무슨···.”

“지금부터는 보스를 공략해 볼까요?”

“네?”


내 난입에 어린 리자드맨은 황급히 진흙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몸을 가리지 않았는지, 발밑에서 마라탕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도진 님 때문에 도망갔잖아요! 왜 몬스터를 못 잡게 하는 거예요?”

“몬스터를 살려준 겁니까?”


예상대로 내 행동에 동원과 기호가 화를 냈지만, 마땅히 그들을 설득할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게,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탓에 뭐라 변명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불필요한 살생을 막을 뿐입니다. 저들 역시, 몬스터이기 이전에 생명체니까요.”


그게 뭔 헛소리세요.


내가 말하자마자,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게 들렸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차라리 대화라도 통했다면··· 누가 적의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지 알 수 있을 텐데···.’


심지어, 몬스터 전체가 몸을 숨기고 있으니, 누가 적의를 가진 몬스터인지 판별하기는 어려웠다.


“마··· 맞아요. 도진 헌터님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리고 지금 챙긴 몬스터들 시체만 해도 20마리는 넘잖아요?”


굳어버린 분위기를 푼 것은 선웅이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기에, 서먹한 분위기를 다시 좋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누가 몬스터 코스프레하는 헌터 아니랄까 봐, 몬스터들의 몬권도 챙기는 거예요?”


그리고 하정의 서포트.


후에 이야기한 것에 따르면, 그들도 내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아니다. 됐다. 야, 동원이, 그만해. 나중에 미르 길드에 말할 거니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진짜, 이거 길드에 딱 말해.”


물론, 그런다고 미르 길드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을 거였다.


이후에 독특한 별명은 생겼지만.


우리는 서먹한 분위기를 이은 채, 던전 내부로 서서히 발을 옮겼다.


던전 안으로 들어갈수록, 던전을 덮었던 맹그로브 나무들이 더욱 높게 솟아있었다.


아예 빛이 사라질 정도였기에, 나와 하정이 맹그로브 나뭇가지를 꺾어 횃불을 만들었다.


“여기가··· 던전의 끝인가 보네요.”


그러던 중 나온 막다른 길.


내 말에 다른 헌터들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바닥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적은 바닥에 있질 않았다.


냄새는··· 바닥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나는 한 걸음 물러선 뒤, 그들의 행동을 살폈다.


하지만 이전까지 늪에 숨은 리자드맨들만 상대한 헌터들이었기에, 리자드맨이 하늘에서 나타날 거란 생각은 못 했는지, 애꿎은 바닥만 찌르고 있었다.


- 캭! 캭캭캭!


보스 리자드맨도 그들의 행동이 웃긴지, 그들을 비웃었다.


“이 소리 뭐에요? 어디?”

“어디서 나는 소리예요?”

“땅은 아닌 거 같은데···.”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사이, 나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위쪽입니다! 모두, 전투 준비! 선웅 님, 방벽 펼치시고, 하정 님은 나무를 따라 불길을 둘러주세요!”


하늘에 있던 그것의 냄새가 순간 땅으로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다행스럽게도 내 말을 들은 선웅과 하정은 각자의 스킬을 사용했다.


하정의 ‘길을 잇는 불꽃’이 먼저 나무를 따라 불길을 만들어 주변을 환하게 비췄으며, 이윽고 선웅의 방어막이 펼쳐졌다.


이윽고 불길을 따라 밝아진 나무 벽 사이로 무언가가 빠르게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 쾅!


이내 땅으로 떨어진 리자드맨과 방어막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잠시 바람이 일렁였다.


“지금이에요! 두 사람은 지금 공격해야 해요!”


내 말을 듣기 전부터 이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두 사람은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고양이 발톱!”

“몰아치는 칼날!”


두 사람이 서로를 교차하며 보스 리자드맨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 캬아악! 캬아아악!


보스인 리자드맨은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덩치도 크고, 갑옷까지 걸치고 있었다.


무기 또한 리자드맨들이 사용하는 일반 무기가 아닌, 단검류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리자드리자!”


나는 이터를 뒤로 깊게 뺀 뒤, 앞으로 내지르며 ‘리자드리자’를 사용했다.


- 캉!


스킬에 리자드맨의 한쪽 견갑이 날아갔다.


적의 오른쪽 어깨가 비어있는 상황.


나는 다시 이터를 뒤로 뺀 뒤, 이번에는 ‘샐새앨러’를 사용했다.


- 화륵.


내 공격에 리자드맨은 잠시 당황해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선웅 님! 지금 방벽 해제하고, 다시 켜주세요.”

“네? 갑자기요?”


잠시 의문을 표하던 선웅은 내 말에 따라 방어막을 해제한 뒤, 다시 스킬을 발동시켰다.


- 캬아아악! 캬아아악!


이거지.


순간, 꺼진 방어막 틈으로 리자드맨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후, 다시 방어막이 켜지자, 리자드맨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방어막에 몬스터들이 튕겨 나가는 걸 보고 떠오른 작전이었는데, 이게 통하네.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리자드맨 한 마리를 가볍게 사냥하는 것.


“도진 님, 굿 아이디어네요!”


선웅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를 칭찬하자, 다른 두 신입 헌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글보글!”

“고양이 발톱!”

“몰아치는 칼날!”


그리고 건틀릿을 장착한 선웅의 묵직한 펀치.


제아무리 덩치가 큰 리자드맨이라고 한들, 헌터 네 명이 퍼붓는 공격은 버틸 수 없었다.


- 캬아아아아아악!


그것은 그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 뿐이었다.


‘안타까운 보스네.’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나도 서서히 이터를 쥔 손에 힘을 모았다.


“고블고블!”


- 캬아아아아악! 캭! 캬아아악!


창을 앞으로 휘두르며 사용한 스킬 한 번에 보스의 팔이 절단되었다.


그리곤 반대팔, 다리, 마지막으로 머리.


마지막 머리가 절단될 때까지도 리자드맨은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다.


- 구구궁.


이윽고, 던전이 클리어됐다는 진동이 한 번 일더니, 보스룸의 벽 가운데에 연보랏빛 게이트가 일렁이며 생겨났다.


“혹시 챙길 아이템이 더 있을지 모르니, 먼저들 나가세요. 저는 던전 한 번 둘러보고 나갈게요.”

“네? 그럴 거면 저희도 같이 가요.”

“에헤이, A급 헌터를 뭐로 보고. 그냥 먼저 나가 계세요.”


아까 어린 리자드맨이 아직까지 마음에 걸렸다.


물론, 가서 해줄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흐음···. 고블린 헌터님은 이상한 헌터라니까.”


제일 먼저 게이트 밖으로 나간 것은 하정, 그리고 그 뒤로 신입 헌터 두 명. 마지막으론 선웅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갔다.


“얼른 다녀와야겠다.”


그들이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그 어린 리자드맨이 있던 방향으로 달렸다.


“캬아아아악!”


내가 여기 있어.


작은 리자드맨아.


저번, 홍대에서 리자드맨을 잡아먹었을 때에는 미처 괴식 수치를 100%까지 채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그저 이 주변에 있을 리자드맨들을 불러내기 위한 아무 말이었다.


- 캬아아아···?

- 키익··· 캬아···?


내 소리에 주변에 숨어있던 리자드맨 열댓 마리가 늪 속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까 보았던 어린 리자드맨도 있었다.


- 끼이이··· 꺄아아···.


그 아이는 겁을 먹은 것인지,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 아이를 마주 보고 섰다.


길냥이를 보고 다가가듯, 나는 그 아이가 도망갈까 봐 아무것도 쥐지 않은 맨손바닥을 내보이며 천천히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고양이를 대하듯, 눈을 살포시 감았다 뜨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곤 그것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보스 리자드맨이 들고 있던 단검을 손에 쥐어 주었다.


‘어쩌면 이 아이도 강제로 전쟁에 끌려왔을지 몰라.’


그러지 않도록,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내 바람이 통한 것인지··· 그 아이는 단검을 꼭 쥔 채로, 나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이제 가야겠다···.”


한 번 더 얼굴 봤으면 됐다.


다음번에는 대화가 통하는 상태에서 볼 수 있기를.


아니, 차라리 리자드맨 게이트가 더 이상 열리지 않기를 바라며 게이트로 달렸다.


그리고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게이트 앞에 서 있는 준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화난 톤’의 목소리.


“몬스터를 살려줬다고? 말이 좀 길어질 거 같은데··· 여기서 할래? 아니면 집에 가서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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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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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기생충(1) 24.02.22 168 4 12쪽
31 강한주와 유도진(4) 24.02.21 165 4 13쪽
30 강한주와 유도진(3) 24.02.20 154 3 12쪽
29 강한주와 유도진(2) 24.02.19 162 3 11쪽
28 강한주와 유도진(1) 24.02.18 175 2 12쪽
27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3) 24.02.17 177 2 11쪽
26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2) 24.02.16 176 4 11쪽
25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1) 24.02.15 173 3 11쪽
24 유명 헌터 유도진(4) 24.02.14 176 4 12쪽
23 유명 헌터 유도진(3) 24.02.13 184 3 14쪽
» 유명 헌터 유도진(2) 24.02.12 191 4 12쪽
21 유명 헌터 유도진(1) 24.02.11 218 5 14쪽
20 깨어나는 본능(3) 24.02.10 220 6 13쪽
19 깨어나는 본능(2) 24.02.09 220 6 16쪽
18 깨어나는 본능(1) +2 24.02.08 228 7 14쪽
17 A급 헌터, 유도진(4) 24.02.07 229 7 13쪽
16 A급 헌터, 유도진(3) 24.02.06 223 5 13쪽
15 A급 헌터, 유도진(2) 24.02.05 236 5 16쪽
14 A급 헌터, 유도진(1) 24.02.04 241 6 12쪽
13 헌터들의 목표(2) 24.02.03 247 6 12쪽
12 헌터들의 목표(1) 24.02.02 258 6 15쪽
11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5) 24.02.01 270 7 11쪽
10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4) 24.01.31 268 6 14쪽
9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3) 24.01.30 300 7 13쪽
8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2) 24.01.29 322 6 12쪽
7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1) 24.01.28 374 6 14쪽
6 고블린 코스프레(3) 24.01.27 37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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