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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6,035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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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블린 코스프레(3)

DUMMY

- 낮에 알아봐달라는 사람 있잖아. 유도진.

“아, 안 그래도 연락은 받았어. 불명이라는 등급이었지?”

- 응. 그 사람이 좀 특이했거든.


새벽. 강원도에서 발생한 게이트를 마무리하고 올라가는 비암의 차 안.


그는 헌터 협회에서 일하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근데··· 불명이라는 게 뭐야?”

- 몰라. 말 그대로야. 우리도 알 수 없어서 그렇게 적어놓은 거야.


비암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이내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 최소 마력은 0으로 측정됐는데··· 최대가 3천만이었거든? 이 정도면 너 처음 마력 측정했을 때보다 높아.

“3천만···?”


S급 헌터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며, 그 힘을 비유하건대 국가 하나를 가볍게 짓누를 수 있을 정도라 말한다.


그런 S급 헌터의 마력 측정 기준은 천만 마력이며, 비암의 마력은 천오백만 마력이었다.


최댓값이 나보다 두 배는 높은 헌터라···.


‘뭔가··· 불쾌했어. 기분이 나쁜··· 정말 처음 보는 마력이···.’


도진을 마주했을 때, 날 자극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내가 가진 스킬인 ‘마력 감지’가 아니었더라도, 분명 눈치챘을 수준의 마력이었다.


아무래도 그를 한 번 더 만나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비암은 전화기 너머에 있는 김도형에게 부탁했다.


“나중에라도 그 유도진이라는 사람, 어디 길드인지, 뭐 다른 정보들 아는 거 있으면 말해줘.”

- 어? 지금 안 그래도 고블린 게이트에 가 있는데?

“어디? 위치 좀 알려줘.”

- 알겠어. 지도 보낼게.


전화기 너머에서는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리더니, 이내 비암의 핸드폰이 짧게 ‘지잉-’하고 울렸다.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S급 헌터인 비암 님이 신입 헌터 기강을 잡으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내가 왜 그러겠어.”

- 그래봤자 불명이라 C급 권한을 가진 헌터야. S급이 불쑥불쑥 찾아오면 좀 부담스러워한다고···.

“알겠어···. 아니, 그냥 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러는 거야.”


비암은 도형의 잔소리가 끝난 이후에야 도진이 있는 분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 * *



“푸하하하학! 어이, 도블린! 너는 뭘 하고 다니길래 그딴 별명이 붙냐.”

“아니라고! 그리고 고블린 코스프레거든···. 도블린이 아니라.”

“그거나 그거나. 어휴, 병···.”


보스를 잡은 뒤, 우리는 굳이 안 잡아도 되는 일반 고블린들까지 처리하고 나서야 게이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주진의 ‘교육’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은 살려두면 안 된다는 강압적 교육이 말이다···.


하지만 게이트 밖으로 나오면 끝날 줄 알았던 그의 교육은 게이트 밖에서도 계속되었다.


전투 중에 고블린을 따라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까지 전투 중에 긴장이 풀리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당연히 준혁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덕분에 지금 난 ‘도블린’ 혹은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까지 생긴 참이었다.


“도블린. 앞으로 네 별명이다.”

“적당히 해라···.”

“즉등흐 흐르. 그래서 아, 혹시··· 주진이 형. 그래서 얘는 어떤 스킬 쓰던가요?”

“스킬? 안 쓰던데? 그냥 고블린 따라 하면서 ‘고블고블’ 거린 게 다야. 난 무슨 포x몬스터 보는 줄 알았어.”


하, 억울해! 그러니까 그게··· 제 스킬인데요.


근데 이걸 쪽팔려서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블린을 뜯어 먹었더니, 고블린 스킬을 얻게 되었다고?


나는 억울함에 당장이라도 사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어? 근데··· 도진 헌터님. 아까 보니까, ‘고블고블’ 사용할 땐 움직임이 아예 달라지던데요?”


하정이 말했다.


‘어쩐지 계속해서 눈이 마주치더라니. 내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거였나?’


“에이, 설마···.”

“근데··· 고블고블이라는 걸 외칠 때마다 묘하게 공격이 더 강해지는 거 같지 않았나요?”


이번엔 유진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 모두가 날 바라봤지만···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에이,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 스킬이 고블린 흉내 내기겠어요?”

“하하. 그렇죠. 다들 급박한 상황에서 잘못 본 걸 거예요.”


하지만 쓸데없이 감만 좋은 준혁만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무래도, 너라면 정말 고블린이라는 스킬을 얻어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아.’라는 눈빛이었다.


“악! 제발, 제 스킬에 관심 좀 꺼주세요! 아악!”

“알겠습니다. 도블린 씨.”

“네, 고블린 헌터님!”

“불명의 도블린···.”

“스킬 명이 뭐였지? 불고불고!”

“고블고블이거든요···.”

“에? 진짜 스킬 이름이 고블고블이었어요?”

“아···!”


하정의 말에 결국, 내가 가진 스킬이 ‘고블고블’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그때, 고급 외제 차 한 대가 접근 금지 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차는 곧장 우리의 앞에 멈춰 섰다.


‘뭐지?’


그리고는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렸다.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 꽁지머리.


그래, 잊으려고 해도 잊지 못하는 저 애매한 포인트.


“···비암 님이다!”

“S급 헌터···!”


갑자기 나타난 S급 헌터 비암에 모두가 놀라던 그때, 유유히 비암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으니···.


“오, 뱀! 역시 나 보러 온 거야?”


겁을 상실한 민간인, 정준혁이었다.


준혁의 무례한 태도에 비암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친구를 만난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니,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은 형 보러 온 거 아니에요.”


그러더니 내 쪽으로 걸어오는 비암.


“유도진 헌터님, 또 뵙네요.”


‘···오잉?’


“엥? 뭐야! 넌 또 뱀이 어떻게 알아?”

“고블린 헌터님도 비암 님이랑 친분이 있으신 건가요?”

“역시··· 예사롭지 않은 도블린 씨···.”


아니,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등급 심사 때, 마주쳐서 응원받은 게 다였는데···?


내 마음과 다르게, 비암은 명함을 꺼내 내게 내밀곤 입을 열었다.


“유도진 헌터님. 제일 길드에서 헌터님을 스카우트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

“아,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제일 길드의 길드장, 비암이라고 합니다. 이제 막 헌터로 각성하셨다기에, 제가 직접 스카우트 요청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응?

갑자기요?


나는 얼떨결에 그가 내민 명함을 받아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암 님이··· 직접 온다고? 이런 적 처음이지 않아요?”

“다른 길드도 아니고, 대형 길드는 캐스팅 매니저가 움직이지 않나? 왜 길드장이 직접 와?”

“미르 길드도 길드장은 안 왔어! 도블린 씨, 도대체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


나만큼이나 준혁도 예상 밖의 전개에 놀랐는지, 비암에게 다가가 물었다.


“뱀, 너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야?”

“그럴 리가요.”

“쟤, 할 줄 아는 공격이··· 고블린 따라 하는 것밖에 없어. 스킬 이름이 ‘고블고블’이라는데.”

“스읍···.”


비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고블린처럼 휘두르기 같은 스킬이라고요?”

“응. 고블린처럼 그냥 무기를 휘두르는 공격! 오늘 던전 같이 들어갔다 온 병아리들이 그랬거든.”


비암의 시선이 다른 헌터들에게 향하자, 하정과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뱀, 새로운 헌터를 봤다고 해서 키우고자 하는 의욕은 좋은데··· 쟤··· C급 정도래. 헌터 협회에서 연락 못 받았어?”

“받긴 했는데···. 그건 형이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준혁의 말에도 비암의 표정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그가 내게 집착하는 이유는 나도 사실 잘 모른다.


내가 불명이라는 등급의 헌터라서 궁금해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걸까.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비암이 결심한 듯 손뼉을 ‘탁’ 치며 소리쳤다.


“그럼··· 내가 한 번만 키워 봐도 돼?”

“굳이? 물론 나는 상관없어.”


준혁의 말에 싱긋 웃던 비암이 돌연 나를 돌아보았다.


그치. 너는 상관없겠지···. 근데, 순서가 좀 잘못된 게 아닐까?


보통 이런 건 당사자한테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 아냐?


아, 헌터 쪽 사회는 좀 다르니? 미안. 내가 신입이라.


근데 지금 S급 길드장이 나를 제자로 받아들여 준다는 건가?


뜻하지 않게 생긴 초대박 스승이라······?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이 상황을 돌파할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 내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고블린에게서 ‘닭발’ 맛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일까. 기생충‘님’께서 만족스러운 식사가 아니라는 건가.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으니, 다른 음식을 대령하라는 건가?


그럼 난··· 다시 복통에 시달리다가 죽는 건가?


나는 시스템창을 열어 고유 능력인 ‘괴식’을 다시 확인했다.


[고유 특성 ‘괴식’]

몬스터를 자신이 먹어본 음식의 맛으로 대체해 느낄 수 있습니다. 몬스터를 먹어도 몸에 탈이 나지 않습니다.

+ 추가 기능 : 몬스터를 뜯어 먹을 경우, 괴식 수치가 증가하며 100%에 도달하면 해당 몬스터의 행동을 복사해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추가 기능 : 해당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발동 스킬과 지속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발동 스킬은 해당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 기술, 지속 스킬은 해당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을 지칭합니다. (이는 몬스터의 괴식 수치에 상관 받지 않습니다.)


‘이 시스템창 말대로라면, 다른 몬스터는 아직 음식 맛이 난다는 거겠지? 그럼··· 다른 게이트를 뚫어야 하는 거고···. 그렇게 되면, 차라리 다른 헌터들을 많이 만나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을 거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좋습니다. 저를 키워보시죠. 대신···.”



* * *



“푸하하핫. 제법 웃기는 형이네. S급 앞에서도 기도 안 죽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암의 차 안. 그는 도진의 태도에 실컷 배를 잡고 웃는 중이었다.


여태까지 자신을 이런 취급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생각나는 도진의 마력.


“확실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뭔가가 느껴져.”


비암은 느꼈던 무언가에 대한 위압감을 다시 상기해 내는 중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 같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어.”


그는 사실, 낮에 자신이 느꼈던 것이 잘못된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를 찾은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잘못 느낀 게 아니었다.


그는 비암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롭고도 다른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더 가지고 싶단 말이죠. 응? 무슨 사람일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그런 마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비암은 도진의 마력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앞으로 있을 만남이 기대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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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기생충(1) 24.02.22 168 4 12쪽
31 강한주와 유도진(4) 24.02.21 165 4 13쪽
30 강한주와 유도진(3) 24.02.20 154 3 12쪽
29 강한주와 유도진(2) 24.02.19 162 3 11쪽
28 강한주와 유도진(1) 24.02.18 175 2 12쪽
27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3) 24.02.17 177 2 11쪽
26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2) 24.02.16 176 4 11쪽
25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1) 24.02.15 173 3 11쪽
24 유명 헌터 유도진(4) 24.02.14 176 4 12쪽
23 유명 헌터 유도진(3) 24.02.13 184 3 14쪽
22 유명 헌터 유도진(2) 24.02.12 191 4 12쪽
21 유명 헌터 유도진(1) 24.02.11 218 5 14쪽
20 깨어나는 본능(3) 24.02.10 220 6 13쪽
19 깨어나는 본능(2) 24.02.09 220 6 16쪽
18 깨어나는 본능(1) +2 24.02.08 228 7 14쪽
17 A급 헌터, 유도진(4) 24.02.07 229 7 13쪽
16 A급 헌터, 유도진(3) 24.02.06 223 5 13쪽
15 A급 헌터, 유도진(2) 24.02.05 236 5 16쪽
14 A급 헌터, 유도진(1) 24.02.04 241 6 12쪽
13 헌터들의 목표(2) 24.02.03 247 6 12쪽
12 헌터들의 목표(1) 24.02.02 258 6 15쪽
11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5) 24.02.01 270 7 11쪽
10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4) 24.01.31 268 6 14쪽
9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3) 24.01.30 300 7 13쪽
8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2) 24.01.29 322 6 12쪽
7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1) 24.01.28 374 6 14쪽
» 고블린 코스프레(3) 24.01.27 37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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