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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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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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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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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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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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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5)

DUMMY

비암과 약속한 시간 1분 전, 마침내 숨어있던 임프까지 정리하고 나서야 게이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머리가 똑똑한 줄 알았던 임프들은 그저 동료애가 끔찍하게 뛰어난 것뿐이었다.


- 키이이이익! (나의 여섯 번째 친구의 동생의 친척 형을!)

- 샤아아아악! (내 어릴 적 옆집 살던 친구의 조카를!)


그 정도면 거의 ‘남’이라 불러도 무방한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챙기고 있었다.


‘하마터면 불쌍하다고 생각할 뻔했잖아···.’


그래도 다행인 것 중 하나는 마지막 임프를 사냥하고 ‘표정 감추기’를 얻었다는 거다.


‘······치킨 맛을 잃은 임프는 어떤 맛일지 시험 삼아 먹어보길 잘했네.’


[지속 스킬 : 표정 감추기]

임프의 무표정을 익혔다. 표정을 숨기는 데에 능숙해진다.


지속 스킬인 침착함과 표정 감추기 덕분에, 이젠 거짓말을 해도 포커페이스가 가능했다.


상당한 실적을 달성한 나는 보스 몬스터를 등에 업고 게이트를 나섰다.


게이트 밖에는 비장한 표정을 하고 게이트 쪽으로 다가오는 비암이 보였다.


“······형?”

“응? 아, 시간 맞춰서 겨우 나왔네. 보아하니 지금 들어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맞아요! 형,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비암은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래도···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네요?”

“어우, 얼마나 크게 다쳤는데! 아까, 어깨도 뚫릴 뻔했다니까.”

“멀쩡한데요. 뭘!”


상처를 가리키려 두리번거렸지만, 상처는 이미 ‘임프프’ 스킬로 모두 치유된 이후였기에, 살짝 찢어진 옷을 제외하면 치열했던 전투 현장을 보여줄 만한 증거가 남아있질 않았다.


오히려 비암 눈에는 내가 게이트를 들어가기 전의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쌩쌩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왜 이렇게 늦은 거예요!?”

“그냥··· 스킬 좀 연습하느라.”

“푸핫. 고블고블이요?”


잠시 웃던 비암은 눈을 게슴츠레 뜨곤 방금과는 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다른 스킬이 생겼나요?”

“어? 다른 스킬이라니. 하하···.”


쓸데없이 예리한 놈.


물론, 이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게이트에서 나온 이후부터 내 마력은 이전과 달라졌다는 걸.


그리고 그걸 비암은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흠···. 뭐, 아무렴 어때요. 그래서 마무리는 잘했나요?”

“이거 보면 몰라?”

“이게 보스 몬스터군요.”

“응. 임프들이 어찌나 돌창을 들고 달려드는지, 도망 다니느라 진땀 뺐어.”

“···네? 임프가 돌창을 들었다고요?”

“응. 한 명 빼곤 다 돌창을 들고 있던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요. 임프는 원래···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는 몬스터거든요?”


내 말에 비암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자그맣게 속삭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게이트는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응?”

“흠··· 아니에요. 조만간 다시 길드장들끼리 회의 좀 해야겠어요.”


잠깐 중얼거리던 비암은 어느새 핸드폰으로 주변에 연락을 돌린 뒤, 볼 일이 있다며 어딘가로 향했다.


‘S급 헌터는 정말 뜬금없이 한가하고, 뜬금없이 바빠지는구나.’


나는 비암이 사라진 쪽을 한 번 훑어보곤 곧장 집으로 향했다.



* * *



“깨어났다고?”

- 어. 혹시라도 너도 걱정하고 있을까 봐.

“다들 괜찮대?”

- 그럭저럭. 근데, 아마 장기간 치료는 받아야 할 거야.

“그렇구나···.”


준혁의 전화였다.


비암의 집, 종로 제약 길드장이 선물해 줬다는 돌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내게 대뜸 온 연락이었다.


“너는? 괜찮아?”

- 나? 뭐··· 내가 뭘 했다고.

“마음 말이야.”

- 새x야···. 이런 걸로 약해지면 길드 매니저 못 해. 이럴수록 더 강해져야지. 아, 그래서 집은 언제 들어올 건데.

“몰라. 여기 좀 편해서 좀만 더 쉬다 가려고. 비암이 일 있어서 못 들어온다고 했거든. 그 김에 집 좀 봐달래.”


그래도 다행히 준혁은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 그래? 나, 이번에 길마 형이 며칠 좀 쉬고 오라고 하는데··· 워뗘, 놀러 갈래?

“놀러? 어딜?”

- 아무 데나. 난 상관없어.

“그럼··· 나도 상관없는데···.”


그 대신, 비암한테 인벤토리 주머니를 며칠 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주머니 안에는 임프의 팔 수십 개가 들어가 있었으니까.


“어? 나··· 그럼··· 이틀? 정도만 시간을 좀 줘.”

- 응···? 뭐··· 상관은 없는데··· 왜 갑자기?

“뭐 좀 할 게 생각났거든.”

- 그러던지.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너튜브를 켜 곧장 육포를 만드는 방법을 검색했다.


고기의 영양분은 챙기는, 아마도 고열량 음식인 육포.


“임프 육포를··· 만들어서 갖고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육포 만드는 영상들을 한 바퀴 정주행한 뒤에야, 오븐으로 육포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내 오븐은 아니고 지연 길드장이 비암에게 선물로 준 오븐이었다.


양념장을 만들고 5시간 동안 오븐에 임프 고기를 돌리는 동안,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뼈는 어디다 버리지?”


어린아이의 팔 크기만 한 뼈들을 주택가 한복판에 버리자니···.


- 속보입니다. 지난밤, 서울숲 한 주택가 인근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뼈가 다수···.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렇게 떠오른 한 가지 방법.


원래 있던 곳까진 아니더라도, 비슷한 곳엔 돌려주고 올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곧장 다시 핸드폰을 켜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해 가장 빠른 던전 공략 파티를 찾기 시작했다.


[예향 길드: D급 오크 게이트 공략 / 서포터 구해요.]

[심안 길드: C급 골렘 게이트 공략 / 마법형 딜러 구합니다.]




[수연 길드: E급 고블린 게이트 공략 / 짐꾼 및 딜러 급구!]


만만한 것은 역시, 고블린 게이트였다.


나는 즉시 참가 신청을 누른 뒤, 주방에 어질러진 임프의 뼈들을 챙겼다.



* * *



- 키이이익. 킥 키익. (저 정신 나간 놈이 이상한 주머니에서 뼈를 잔뜩 꺼냈다! 여기다가 버리는 것 같아!)

- 크샤악! 크킥! 크긱! (뼈잖아? 저걸로 집 꾸미면 딱이겠다! 저건 내가 선점했다!)


쓰레기를 처분하기 위해 참가한 게이트인 만큼,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입구 한 쪽에 임프의 뼈들을 꺼내 던져놓았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냄새를 맡곤 서서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윽, 저기 봐요···. 누가 몬스터 아니랄까 봐··· 뼈들이 저렇게···.”

“자기 동족을 뜯어 먹은 걸까요? 야만스럽다···.”


물론, 헌터들은 그것도 모른 채로, 내가 버린 뼈들을 바라보며 경악했지만···.


못 해도 서른 개는 넘는 뼈들이었기에, 더욱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럼··· 공략 시작하겠습니다!”


길드장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길드원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며 ‘이터’를 휘둘렀다.


“고블고블!”


창끝에 닿은 고블린의 신체는 순식간에 절단되었다.


이전에 임프를 잡아먹으며 얻었던 ‘뛰어난 감각’ 덕분에 숨어있던 고블린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짐꾼인 상황인 거지?”

“조용히 해봐. 고블고블 안 들리잖아.”

“우리가 짐꾼 겸 딜러를 원한다곤 했지만··· 저 정도까지의 딜러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딜러로서 모습을 보여줬다면, 짐꾼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줘야 진정한 ‘멋’이기 때문이었다.


“시체들 다 담을게요.”

“예? 뭐요?”

“엥? 시체 어디 갔어요?”


비암이 준 인벤토리 주머니.


나는 식어가는 고블린 고기들을 모조리 주머니에 담고는 다음 사냥감을 물색했다.


“임프프!”


창끝에서 뻗어나가는 촉수는 곧장 고블린의 어깨에 꽂혀 정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임프야···.”

“몬스터 코스프레라도 하는 건가?”

“아니, 저건 진짜 임프 스킬이라니까!”


분명 사냥 욕구를 불태웠을 다른 헌터들의 사냥 욕구는 차갑게 식어갔고, 결국 이날 게이트는 나 혼자 신나게 날뛰었···다.


.

.

.


그리고 다음 날 헌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몬스터 코스프레’,

‘무자비한 짐꾼’,

‘뉴비 코스프레하는 고인물’


······은 모두 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 저기요, 가출하신 선생님. 들어오란 집은 안 들어오고 혹시, 용병 뛰셨어요?

“아··· 어떻게?”

- 헌터 커뮤니티에 몬스터 코스프레하는 사람이 있다더니··· 선생님이셨구나···.

“아···하하. 봤어? 어제··· 좀 심심해서 한탕 뛰고 왔지···.”


비암이 들어오지 않은 비암의 집.


양화 길드장이 선물한 라꾸라꾸 침대에 앉아 임프포를 뜯고 있던 찰나에 준혁에게 전화가 왔다.


- 선생님? 진짜 미치셨어요?

“아니··· 왜 또···. 고블린 게이트는 나도 충분히···.”

- 아니 그거 말고 병x아···. 이번에 같이 게이트에 들어간 길드원들이 초짜라서 다행이지. 만약에 고위급 헌터였으면 어쩌려고.


준혁은 말했다.


간혹 헌터들 중에는 자신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게이트 토벌에 참가하는 헌터도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활약을 빼앗아 가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 실제로 그런 일 때문에 던전 내에서 사망 사건도 벌어지기도 해.

“에? 그러면 공론화돼야 하지 않아?”

- 게이트 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당사자들 아니면 모르니까. 만약, 그 안에서 폭력, 살인, 강간이 일어나도 피해자만 없으면··· 몰라. 게이트가 닫힐 때 시체를 버리고 나오면 아무도 모르거든.

“오우, 왤케 잘 아세요? 혹시 본인이세요?”

- 시끄럽고. 그래서 오늘 시간 돼?

“시간이야, 항상 되지.”

- 그럼 지도 찍어줄게. 놀러 가자.


알겠다고 대답하자, 준혁은 전화를 끊었다.


나도 먹고 있던 임프포를 내려놓곤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준비라고 해 봤자 임프포를 챙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나저나 육포 잘됐네. 역시 믿고 보는 고기 아빠 채널인가. 정말 실곤약처럼 아무 맛도 안 나는 걸, 이렇게 양념을 맛있게 만들어 주네. 다음엔 고블린으로도 만들어 볼까?”


오븐에 돌려놓고 나갔던 육포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살짝 오버쿡 돼 바삭해진 게 신의 한 수였다.


나는 임프포를 주머니에 한 줌 넣곤 준혁이 알려준 홍대로 발을 옮겼다.



* * *



“어, 여기야.”

“일찍 왔네?”

“아, 차 좀 얻어 타고 왔거든. 넌 근데 때깔 겁나 좋네? 요 며칠 행복했나 봐요?”

“그치. 구박하는 누가 없으니까 살만하더라.”

“지x···. 아, 맞아. 다른 사람도 불렀는데 괜찮지?”

“보통은 부르기 전에 말하는데··· 역시 우리 준혁이는 기본이 안 되어 있구나.”


그렇게 준혁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내 코를 자극하는 수상한··· 냄새가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준혁아··· 뒤로 숨어.”


네 발로 땅을 기는 도마뱀같이 생긴 몬스터.


- 메엥.


아주 커다란 샐러맨더 한 마리가 냅다 두 발로 일어서서 우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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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강한주와 유도진(3) 24.02.20 154 3 12쪽
29 강한주와 유도진(2) 24.02.19 162 3 11쪽
28 강한주와 유도진(1) 24.02.18 176 2 12쪽
27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3) 24.02.17 177 2 11쪽
26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2) 24.02.16 176 4 11쪽
25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1) 24.02.15 174 3 11쪽
24 유명 헌터 유도진(4) 24.02.14 177 4 12쪽
23 유명 헌터 유도진(3) 24.02.13 184 3 14쪽
22 유명 헌터 유도진(2) 24.02.12 191 4 12쪽
21 유명 헌터 유도진(1) 24.02.11 218 5 14쪽
20 깨어나는 본능(3) 24.02.10 220 6 13쪽
19 깨어나는 본능(2) 24.02.09 220 6 16쪽
18 깨어나는 본능(1) +2 24.02.08 228 7 14쪽
17 A급 헌터, 유도진(4) 24.02.07 229 7 13쪽
16 A급 헌터, 유도진(3) 24.02.06 223 5 13쪽
15 A급 헌터, 유도진(2) 24.02.05 236 5 16쪽
14 A급 헌터, 유도진(1) 24.02.04 241 6 12쪽
13 헌터들의 목표(2) 24.02.03 247 6 12쪽
12 헌터들의 목표(1) 24.02.02 258 6 15쪽
»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5) 24.02.01 271 7 11쪽
10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4) 24.01.31 268 6 14쪽
9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3) 24.01.30 300 7 13쪽
8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2) 24.01.29 322 6 12쪽
7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1) 24.01.28 374 6 14쪽
6 고블린 코스프레(3) 24.01.27 37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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