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6,030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1.29 18:00
조회
321
추천
6
글자
12쪽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2)

DUMMY

“여기까진 왜 왔어···.”

“넌 그게 친구한테 할 말이냐?”

“맞아요, 형! 무슨 일이에요?”


준혁의 연락을 받자마자 우리 둘은 곧장 병원으로 이동했다.


수술실 앞에는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준혁이 있었다.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그게··· 나도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몰라. 게이트 밖에 있었으니까···.”

“도대체 어떤 몬스터가 나왔는데 그래요? 뭐, D급 게이트에서 C급 몬스터라도 나온 건가요?”

“그것도 아니야···.”


비암의 말에 준혁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길드장 형이 말하기를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했어···.”


이후, 복도 끝에서 갑옷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조금 전까지 전투를 하고 온 것인지, 두 사람이 입고 있는 갑옷은 어딘가 그을린 채였다.


게이트 공략을 함께했던 A급 헌터 하주진, 그리고 미르 길드의 길드장 윤태솔이었다.


두 사람의 등장에, 앉아있던 준혁은 몸을 일으키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애들은?”

“일단 수술실 들어간 상태예요. 그래도, 유진이가 챙겨간 포션들 덕분에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하···.”


세 사람을 바라보던 비암은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향했다.


헌터가 된 지 얼마 안 된 나는 그저 묵묵히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제일 길드의 길드장, 비암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길드장과 주진은 비암의 개입에 그를 한 번 쳐다보곤 꾸벅 인사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준혁은 이번 일이 벌어진 게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지, 굳은 얼굴로 수술실 앞을 서성거릴 뿐이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였습니다. 아니, 몬스터라기보단··· 기계? 로봇에 가까웠습니다.”

“예? 로봇이요?”

“네. 마치··· 뱀 같았습니다···.”

“그런 몬스터가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역시도 ‘로봇’이 게이트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항상 몬스터는 생명체. 피와 살로 이루어진 것들뿐이었으니까.


“주진이와 제가 본 몬스터는··· D급, 혹은 그 이상의 몬스터였습니다. 적어도··· C급 이상은···.”

“그러니까 미확인 게이트는 애들 주지 말자고 했잖아요. 태솔이 형.”


비암과 간부들의 대화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수술실 앞에 앉아있는 준혁은 그저 그들이 무사하길 기도할 뿐이었다.


“그때, 내가 조금이라도 말렸어야 하는 건데···. 부디, 모두 무사하길···.”



* * *



3시간 전.


D등급인 것만 밝혀진 미확인 게이트 앞.


준혁은 기세등등하게 게이트를 준비하는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오늘은 주진이 형이 늦게 올 것 같아서 같이 못 들어간다는데··· 좀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을 불러볼까요?”

“에이, 괜찮습니다.”

“······정말? 전 조금 걱정돼요.”


미확인 게이트 토벌 멤버에는 이전, 유도진과 함께 고블린 게이트를 탐험했던 세 명의 멤버가 참여했다.


“저 그래도 C급 헌터인데, 제가 D급 게이트를 못 잡겠습니까. 하하.”


방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유선웅.


이번 게이트까지 무사히 토벌하면 더 이상 ‘병아리’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선웅 오빠, 이제 마지막 병아리라고 너무 기세등등한 거 아니에요? D급 헌터인 저는 그냥 묻어가도 되는 거 맞죠?”


지팡이를 창처럼 휘두르고 있는 배하정.


그녀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블고블’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뒤엔 오늘도 큰 가방을 메고 있는 박유진이 함께였다.


“다들 긴장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저는··· E급이라구요···.”


그 외에도 다른 세 명의 헌터가 모여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총 여섯 명의 헌터는 준혁의 부름에 집합했고 이내 던전에서의 주의사항, 그리고 2시간이 지날 때까지 클리어가 되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 정예 길드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미확인이라고는 해도 게이트가 다 거기서 거기고, 몬스터도 다 거기서 거기겠지.”


이번 토벌에서 리더를 맡은 건 곧 병아리 졸업을 앞둔 선웅이 맡기로 했다.


방어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기도 했고, 그동안 게이트를 여러 번 다녀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와요!”


준혁은 게이트 안으로 하나둘씩 들어가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길 기원했다.



* * *



준혁의 기도를 받으며 출발한 길드원들.


게이트를 지나 그들이 닿은 곳은 한 고대 양식처럼 지어진 미로 안이었다.


선두인 선웅을 따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 고블린 코스프레 헌터는 잘 있겠죠?”

“어제 들어보니까, 오늘 비암 님이랑 논다고 하지 않았어요?”

“고블···고블고블···.”


다른 세 사람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때···.


파지지직!!!


순간 일은 스파크에 모두가 걸음을 멈추었다.


스파크는 공중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졌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번에도 이렇게 여유롭게 있다가 포위당했어···. 내가 잘해야 해.’


선웅은 잠시 걸음을 멈춘 뒤, 하정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직 지팡이를 만지며 ‘고블고블’을 중얼거리는 상태였다.


“하정아. 마력 컨트롤이 어느 정도 가능해?”

“저··· 아마 제 주변으로 5m 정도는 가능할걸요?”

“그래?”


나타난 양 갈림길.


“그럼··· 오른쪽 길로 ‘길을 잇는 불꽃’ 스킬 써줄 수 있어?”

“어렵지 않죠.”


선웅의 부탁에 하정은 잠시 눈을 감고 마력을 모으더니, 입을 열고 스킬을 사용했다.


지팡이 끝에서 생성된 불꽃은 바닥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여 나아갔다.


하지만 불꽃이 나아간 방향 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몬스터가 있는 곳이었다면 ‘키에에엑’이나 ‘꾸어억’ 같은 비명이 들려야 했다.


이에, 이번에는 왼쪽으로 다시 불길을 만들어 내 봤지만, 왼쪽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거 참, 이상하네···. 갑자기 스파크가 어디서···.”


다른 세 명의 헌터를 둘러보았다.


세 사람 모두 물리 공격 타입의 각성자였기에 스파크를 만들어 내는 스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우리 중에는 스파크를 일으킬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곳은, 어떤 몬스터인지 알려지지 않은 미확인 게이트. 우리가 지나온 길엔 아무것도 없었고. ···앞에도 또한 없다.’


그럼, 답은 하나.


지난번 고블린 게이트처럼, 기습이라는 얘기다.


“모두··· 전투 준비.”

“예?”

“조금 전의 스파크··· 누군가 우릴 공격한 겁니다.”


그때, 다시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던전 전체가 반짝일 정도의 큰 스파크가 선웅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 파지짓!

“거대한 의지!”


스파크가 튀자마자 곧바로 선웅은 방패를 땅에 꽂아 방어막을 만들었다.


“어딨는데요!?”

“나도 모르겠어···.”

“몰라. 일단 방패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헌터들도 선웅의 방패 안으로 들어가자, 헌터들이 걸어온 방향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에에엑’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저쪽이다!”


가장 뒤에 있던 헌터, 동원의 외침에 곧장 하정이 뒤쪽으로 불길을 틀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로봇 장난감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저게 왜 이런 곳에?”


허리에 단검을 차고 있던 동원이 뱀 장난감에 가까이 다가가려던 그때, 장난감처럼 보였던 것은 몸을 움직이며 던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멀리서만 봐도 허벅지 크기인 뱀이 어떻게 장난감이야! 이쪽으로 와!”

“기계···? 몬스터?”


뒤쪽이 소란스러워지자, 앞에 서 있던 선웅이 황급히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앞에서 격하게 몸을 꼬고 있는 뱀을 발견했다.


흑색의 몸통. 그리고 기다란 몸. 그리고 묘하게 벽과 닮아있는 무늬···.


“무늬···?”


뱀 몬스터와 벽의 무늬가 똑같다.


그리고 여긴, 방금 지나온 길이 분명한데 어느 틈에? 뒤에서 나타난 건가?


잠시 고민에 빠진 선웅은 다급히 외쳤다.


“모두! 처음 부분으로 돌아가요! 당장!”

‘왜··· 이걸 당연히 벽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미 그들이 지나온 곳엔 뱀 모양의 기계들이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선웅이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살아있던 몬스터였다.


이 미로 전체가 로봇 뱀들로 이루어진 장소라는 걸 이제야 눈치챈 것이다.


칸 하나당 한 마리의 로봇. 그렇게 생각하면 수십, 어쩌면 수백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벽에서 최대한 떨어져요. 아니, 보호막 안으로 들어와요! 하정이는 불로 주변 좀 견제해 줘.”

“네!”

“동원 씨, 지원 씨, 기호, 셋은 보호막 안으로 들어와서 바깥쪽을 공격해 줘요.”

“네!”


그저 몸을 안전하게 지킬 뿐.


선웅은 어쩌면 정말로, 살아 나가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포기하지 마세요! 사랑을 담아서···. 사랑을 담아서! 사랑을 담아서···.”


박유진은 가방을 열어 포션에 하나씩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아이템 효율을 높여주는 박유진의 스킬 ‘사랑을 담아서’였다.


평소라면 뜬금없는 스킬 이름에 웃었겠지만, 지금은 웃음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몰아치는 칼날!”

“고양이 발톱!”

“습격!”


다른 헌터들도 저마다 공격을 퍼부었지만, ‘팅-’ 하는 맑은소리와 함께 두꺼운 철갑에 막힐 뿐이었다.


애초에 그들은 ‘몬스터’라는 기준을 뛰어넘은 것들이었다.


“길을 잇는 불꽃!”


그나마 유효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은 하정뿐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불꽃에 닿은 로봇들은 몸을 움찔하더니 불꽃에 닿지 않기 위해 몸을 꿈틀거렸다.


“그럼, 하정이가 스킬 써서 저것들을 공격하고, 철이 불에 달궈져 말랑해지면 그때 세 분이 공격하는 걸로 하죠!”

“좋아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공략법을 알았다 한들, 6명이 수십 마리나 되는 로봇 뱀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처음에는 제법 수월하게 전투가 진행되었다. 스파크를 피하며 앞으로 단검을 내지르는 동원.


발목이 붙잡힌 지원을 한 손 검으로 구해주는 기호.


맨주먹으로 그것들을 때려잡는 선웅과 유진.


모두가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혹시 말이에요. 다들··· 더운 거 잘 참으세요?”

“에? 일단 잘 참긴 하는데···. 왜요?”


뱀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박유진.


그는 다른 헌터들의 반응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사랑을 담아서!”


그러더니 손으로 무언가가 든 병을 꽉 쥐었다.


버프가 작용한 것을 확인한 유진은 곧바로 병뚜껑을 열어 뱀들을 향해 뿌려댔다.


“하정이 누나! 저쪽이에요!”


의문의 액체를 흠뻑 뒤집어쓴 뱀을 가리키며 불을 사용하라고 말하자, 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정의 불꽃이 근처 뱀에게 닿자, 작은 불꽃은 순식간에 커져 사방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 누나를 위해 혹시나 하고 휘발유를 갖고 와서 참 다행이에요···.”


일렁이는 불꽃 속에서 뱀들은 ‘콰직’ 거리며 부서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를 근접 공격의 세 사람이 휩쓸었다.


- 세에에에엑! 캬아아악!

- 캬아아아악!


몸에 붙은 불을 끄려 로봇 뱀이 아등바등했지만, 휘발유에 옮겨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질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던전은 폐쇄된 공간이었다.


공기의 흐름은 있지만, 인간만 한 크기가 나갈 곳은 없는 공간.


“슬슬 덥지 않아···?”

“네···. 덥네요···.”

“저 불들은 하정이가 컨트롤 못 해?”

“모르겠어요···. 여태까지 해본 적은 없는데···.”


큰 불꽃은 점차 로봇 뱀들뿐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덮쳐오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던전 전체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면서, 길드원들이 밟고 있던 땅이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새로운 무기(1) +1 24.02.25 164 5 14쪽
34 기생충(3) 24.02.24 178 4 13쪽
33 기생충(2) 24.02.23 166 5 13쪽
32 기생충(1) 24.02.22 168 4 12쪽
31 강한주와 유도진(4) 24.02.21 165 4 13쪽
30 강한주와 유도진(3) 24.02.20 154 3 12쪽
29 강한주와 유도진(2) 24.02.19 162 3 11쪽
28 강한주와 유도진(1) 24.02.18 175 2 12쪽
27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3) 24.02.17 177 2 11쪽
26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2) 24.02.16 176 4 11쪽
25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1) 24.02.15 173 3 11쪽
24 유명 헌터 유도진(4) 24.02.14 176 4 12쪽
23 유명 헌터 유도진(3) 24.02.13 184 3 14쪽
22 유명 헌터 유도진(2) 24.02.12 190 4 12쪽
21 유명 헌터 유도진(1) 24.02.11 218 5 14쪽
20 깨어나는 본능(3) 24.02.10 220 6 13쪽
19 깨어나는 본능(2) 24.02.09 220 6 16쪽
18 깨어나는 본능(1) +2 24.02.08 228 7 14쪽
17 A급 헌터, 유도진(4) 24.02.07 229 7 13쪽
16 A급 헌터, 유도진(3) 24.02.06 223 5 13쪽
15 A급 헌터, 유도진(2) 24.02.05 236 5 16쪽
14 A급 헌터, 유도진(1) 24.02.04 241 6 12쪽
13 헌터들의 목표(2) 24.02.03 247 6 12쪽
12 헌터들의 목표(1) 24.02.02 258 6 15쪽
11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5) 24.02.01 270 7 11쪽
10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4) 24.01.31 268 6 14쪽
9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3) 24.01.30 300 7 13쪽
»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2) 24.01.29 322 6 12쪽
7 C급 헌터, 유도진 길들이기(1) 24.01.28 374 6 14쪽
6 고블린 코스프레(3) 24.01.27 378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