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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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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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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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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DUMMY

[system]

[숙주의 몸이 일정 수준 회복되어, 이계의 기생충이 몸을 돌려줍니다.]


감겨 있던 내 무의식 속, 시스템창이 눈앞에 떠오르고 나서야 나는 내 몸을 다시 차지할 수가 있었다.


데미지를 입었었지만, 몸이 치유되었는지, 몸을 움직이는 데에 큰 통증은 없었다.


‘여전히 몸을 빼앗기는 느낌은 썩 좋지 않네.’


나는 발밑에 얼어 붙어있는 이뮨을 바라보았다.


‘강했어. 어떻게 생각하면, 레데르 피어보다도 더 귀찮은 몬스터였지.’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이뮨. 거기에 자연 치유까지 있으니 그 난이도가 더욱 상당했다.


그런 이뮨을 벌레 죽이듯이 가볍게 죽인 곰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 짐은 그저 평범한 기생충일 뿐이네만. >

‘분명 예전에는 뭐, 다른 말을 하려 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냥 포기했나 봐?’

< 시스템에 굴복했네. 네가 강해진다면···. 시스템의 개입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범한 기생충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었다.


< 기생충이 어때서 말이냐! >


예전부터 이상했지만, 기생충이 말을 한다는 것도, 저런 귀족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듣도 보도 못한 정보였으니까.


< 엥? 짐의 말투가 문제인 것이냐? >

‘좀 그렇지 않아? 오글거리는 귀족 언어잖아.’

< 흐음··· 그럼··· 이건 어떻냥? >

‘미안, 잘못했어.’


그러자, 곰은 대화창에 [ :) ] 하나만을 남겼다. 괜히 그 모습에 화가 차올랐다.


그때, 처음부터 끝까지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윤혜성이 내 쪽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미안합니다.”

“뭐죠?”

“유도진, 당신을 테스트하겠다는 목적으로 당신과 이 몬스터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봤거든요.”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손을 거두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런 실력이라뇨?”

“서울 일대를 차지한 몬스터들이 동시에 사멸했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날린 에너지 볼에 의해서요.”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오기 아닌 오기, 그리고 의지와 다르게 곰에게 넘어간 내 몸 탓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


그래서 뭐라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던 찰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처음부터 그렇게 싸우지 않은 거죠? 전투에 있어서 최선을···.”


······그렇게 싸우다니?


이뮨에게 공격당한 뒤, 의식이 없던 나한테 느껴진 것은 온몸을 휘감는 냉기, 위압감, 그리고 숨쉬기 힘들 정도의 마력들뿐이었는데.


나는 윤혜성의 말에 어떤 변명을 내세울까 하다가, 이내 조금의 무리수를 두기로 했다.


“그거··· 제 실력이 아니에요.”

“예···?”


내 대답에 그녀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뭐랄까요. 누군가 제 몸을 차지해서···.”


흠, 안 먹히려나?


애니메이션이나, 웹소설에서 간혹 ‘신’이 개입하는 장면이 한두 번씩 나타나곤 한다.


내가 떠오른 변명도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군가 내 몸을 차지’는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게 무슨···.”

“아까 저는 죽을 뻔했습니다. 아니, 죽었죠. 여기가 뚫린 채로.”


그 고통은 아직까지 잊히질 않았다.


몸 절반이 관통당하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갈비뼈를 긁는 기분. 그리고 ‘이제 정말 죽겠구나.’ 싶은 것까지.


“그때부터 아닌가요. 제 공격 스타일이 바뀐 게?”

“맞···죠.”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못 믿는 눈치였다.


그때, 주변으로 퍼져 사람들을 챙기고 있던 운명 길드의 길드원들이 윤혜성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때, 처음 겪는 마력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마력에 몸을 맡긴 겁니다. 실제로 제가 어떻게 싸웠는지···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다른 존재가··· 유도진 씨의 몸을 차지했다···고요?”


그래, 나도 말하면서 윤혜성이 내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말을 이해해 주고 여론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그녀가 아닌, 운명 길드원들이었으니까.


“와, 그런 게 실제로 있다고요?”

“뭐라는데? 신이 몸을 차지했다고?”

“그게 현실에서도 가능해?”

“지금 이 현실은, 가능한 영역인가요?”


윤혜성을 제외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되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이를 윤혜성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얼굴 전체를 손으로 쓰윽 쓸어 올리면서 미소를 감추었다.


“잠깐, 모두 조용히 좀 해주세요.”


윤혜성이 상황 파악을 하려는지, 주변 길드원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지호 씨.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아뇨. 흔한 경우는 아니에요. 현실에서는요. 근데, 애니메이션에선 종종 비슷한 연출이 나오긴 해요.”

“왜죠?”

“흠. 그야···. 이 세계의 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그런 건 아닐까요.”


운명 길드의 길드원들 덕분에 윤혜성이 내 변명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았다.


게다가 이대로 ‘내 실력이 맞아요!’라고 한다면, 여러모로 귀찮은 일들이 많아질 터였으니까.


‘무엇보다 곰이 사용하는 기술이 정확히 어떤 기술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모르니까···.’

< 그러다가 괜히, 신과 연결된 남자로 더 유명해지면 어떻게 할 거냥. >

‘설마, 그러겠어? 아니, 그것보다 말투 제발 원래대로 돌려줘.’

< ㅇㅋ >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빼더라도, 등급 자체가 일단 ‘불명’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그때, 멀리서부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비암이 팔짱을 낀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윤혜성 누나가 몬스터를 앞에 두고··· 지켜만 봤다고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내 불찰이 맞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비암, 그리고 유도진 헌터님.”


비암은 내 곁에서 윤혜성을 노려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사과를 덧붙였다.


나는 그녀 쪽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아까··· 봤어요.”

“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몬스터를 물어뜯는 거요···.”

“에··· 네···.”


이때쯤이면 곰이 ‘짐이 저자를 죽여줄 수도 있다’라고 말을 했겠다 생각하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거기엔··· 웬 잼민이가···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켰쥬? >


와. 이번엔 또 무슨 말투지.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화창을 끈 뒤,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무기가 안 통하니까···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고는 해도··· 물론,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도··· 그건 너무 무모해요!”

“예···?”

“일단··· 제가 아까부터 지속적으로 치료 마법을 걸고 있는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아···. 네.”


공격할 수단이 정말 생각나지 않아서 물어뜯었다라.


나를 이렇게 봐준다면 오히려 고마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윤혜성 쪽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래, 결론은 세상이 몬스터고 마법이고 넘쳐나는 세상에선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얘기지?”

“네.”

“그렇다면··· 아까 그 거대한 몬스터를 죽일 때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두 세계를 신이 만들었다고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죠. 자신이 만든 걸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하니까요.”


윤혜성의 운명 길드 쪽은 정말 다행히도 소설을 쓰고 있었다.


‘씁쓸한 표정? 곰, 너 그런 표정을 지었어?’

< 짐은··· 잘 모르겠다냥···. ㄹㅇㅋㅋ. >

‘제발··· 그런 정신 나간 말투는 그만해 줘···. 근데 곰, 씁쓸한 표정은 왜 지은 거야?’


하지만 곰은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질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열심히 대화하고 있는 운명 길드원들 사이에 다가가 내 의견을 전달했다.


“저기··· 저는 정말 그런 마법을 못 쓰거든요. 보셨잖아요. 저는 창이나 휘두르고, 그것도 안 돼서 몬스터나 물어뜯는 거.”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몬스터를 물어뜯을 기괴한 생각은 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유도진 씨, 당신은 다시 한번, 등급 측정을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윤혜성은 내 본실력이 의심되는 듯했다. 그녀는, 만약 그 스킬이 내 실력이 맞다면 S급은 거뜬히 넘을 거라 덧붙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받으러 가봤자, 내 등급은 여전히 불명-A급일 테니까.


“아쉽네. 초대형 드래곤이랑 한 번 붙을 수 있었는데.”


그때, 내 쪽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희철아, 쟤는 날개도 없는데 드래곤이라고 칠 수 있는 거야?”

“······용은 다 드래곤이야!”

“······?”


내게 손을 내미는 남자.


“반가워요. 저는 이희철이에요.”

“아··· 네.”


이희철이 누군지 모르는 내게, 저수지라는 여자가 다가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희철이는 드래곤 킬러라는 이명을 가진 헌터에요. 차원 전쟁 당시 드래곤들을 주로 잡았거든요.”

“그렇지. 남자라고 하면 응당, 용과 한 번 정도는 싸워봐야지. 안 그래요? 헌터님?”


이희철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인상도 좋아 보이는데, 이 기회에 드래곤 잡은 사람들끼리 술 한 잔 어때요?”

“너는 지금 죽다 살아난 헌터님한테 할 소리야?”

“왜, 뭐가 문제야.”


저수지가 그의 행동을 계속해서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는지 나한테서 그를 떨어뜨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나저나, 대단했네요. 그 많은 몬스터가 다 죽었어.”

“하하···.”

“아무튼, 반가워요. 제 용감이 말하는데··· 저희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용감이요···?”

“드래곤 킬러가 가진 감각! 제가 이름 붙였거든요!”


그의 말에 괜히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름이 엄청···.”

“엄청?”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에 ‘구리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멋···지네요.”

“그쵸?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역시 똑같은 용잡이들뿐이라니까?”


한숨이 절로 나와,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저수지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저수지도··· 나와 똑같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자자, 유도진 헌터님 피곤할 테니까··· 이제 그만 집에 보내주자?”


그때, 키 큰 다른 길드원이 나와 이희철 사이에 끼어들어 그를 떼어내 주었다.


“아··· 왜. 나 아직 덜 들이댔어!”

“충분히 들이댔거든? 하하, 저는 최지호입니다. 이름은 들으셨죠? 오늘, 우리 길드장님께서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 네.”


운동을 많이 했는지, 아니면 각성 능력이 힘 쪽인지, 그는 여유롭게 이희철을 멀리 던져놓곤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헌터님께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이 그 무엇보다 진심으로 느껴져, 손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어이, 오도진이, 사람을 죽여 놓고 영웅 행세를 하고 있구먼.”

“대표님, 유, 도진입니다.”

“···아. 그래, 유도진이.”


멀리서 우리 쪽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천하 길드의 조건웅과 그의 수행 비서였다.


“사람을 죽여요? 제가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고 다시 몸을 돌리려던 순간, 그의 말에 내 몸은 굳어졌다.


“강한주를 죽였을 때 말이야. 그때도 영웅이 되고 싶었던 거였나?”


잊고 싶었던 그 이름을 듣고선.


작가의말

오늘 짤막하게 등장한 곰의 대사는...

생각만 하고 있던 말투였습니다... 그냥... 한 번 넣어보고 싶었어요...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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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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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38 1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4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7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6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9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42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5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48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49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52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49 1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48 1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50 0 13쪽
78 마력을 다루는 방법(1) 24.04.07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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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뉴비 헌터를 키워라(5) 24.04.05 48 1 12쪽
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49 1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49 1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52 1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58 1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55 1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61 1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53 1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51 1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64 1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64 1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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