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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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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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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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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곰에 대한 의문(3)

DUMMY

심한진은 약속한 30분이 지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들어간 동굴 안쪽에선 이따금 ‘쾅’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기에, 나는 아직 그가 전투 중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면 어떡하지?”


왠지 모르게 그가 들어간 동굴이 굉장히 수상해 보였다.


‘비클의 정전기가··· 발전석에 튕긴단 말이야.’


그 말은 즉, 한진이 들어간 동굴은 정말 도망칠 수도 없는 그물 그 자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나마 있던 발전석도 크기가 작아서 다행이었는데··· 저기는···.”


발전석은 말 그대로 전기를 일으키고, 충전하는 광석.


저런 완전한 발전석에 스파크가 한 번이라도 튕긴다면······.


‘그걸 맞으면, 즉사는 아니더라도 빈사 상태까지는 갈 수 있을지도.’


나는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한진이 내게 건네준 전기초를 만지작거렸다.


“원래 제가 사용하려고 한 건데······. 여기요!”


마음씨 착한 한진은 나에게 다섯 뿌리의 전기초를 나눠줬었다.


‘솔직히 비클들의 스파크는 짜증이 나긴 했지만··· 전기초를 먹을 정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그건 내가 S급이나 되는 헌터여서 그랬던 거고, B급 헌터가 버티기에는 까다로울 거다.


게다가 지금은 내가 게이트에 들어와 있어, 한진은 버프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전기초 한 뿌리당 5분···. 지금 30분이 지났으니까···.”


나는 일단 한진이 들어간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들리는 ‘쾅쾅’ 거리는 소리가 한진이 싸우는 소리가 아니라면, 한진은 공격받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 * *



- 크드드드득! 끼득! 끼득!


얼마 달리지 않아 나는 볼 수 있었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빈 병들과 계속해서 포션을 마시고 있는 한진을.


그리고 그의 바로 앞에서 한진을 무섭게 쳐다보고 있는 자이언트 비클의 모습도.


한진이 입고 있던 옷들은 이미 넝마가 되어있었고, 체력 회복 물약을 마시고 있는 그의 모습도 정상은 아니었다.


“일단 쉬어요. 지금부턴 제가···.”


몸을 비틀거리며 최대한으로 버티고 있던 한진을 스쳐 지나가며 피어 이터를 투창 자세로 들었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겠네···. 구어어어! 샐러번!”


피어 이터에 화염을 머금곤 곧장 자이언트 비클을 향해 내던졌다.


- 화륵. 화륵.

- 콰직.


허공에 진홍빛 선을 남기며 뻗어나간 피어 이터는 자이언트 비클의 머리를 관통했다.


- 쿵.


머리를 잃은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주변으로 일었던 흙먼지가 가라앉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자이언트 비클의 몸뚱이뿐이었다.


“헌터님···. 와씨, 전 아무래도 게이트는 혼자 공략해야 하나 봅니다.”

“일단 나가고···.”

“아뇨. 아직··· 보스 몬스터가··· 안 죽었어요···.”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한진.


그 말에 동굴 내부를 돌아보자,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게이트의 출구는 나타나질 않았다.


“덩치도 큰 게, 전 당연히 자이언트 비클이 보스일 줄···.”

“말했잖아요···. 덩치가 크다고 보스는 아니라고요···.” “금방 다녀올게요. 여기서 조금만 쉬고 계세요.”

“부탁 좀······. 드려도 되나요?”

“그럼요.”


나는 한진을 한 번 바라본 뒤, 동굴의 더 깊은 곳으로 달려 나갔다.


‘자이언트 비클을 다스리는 보스 몬스터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나는 가래떡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 끄드드드득! 끼릭! 끼야악!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동굴의 제일 안쪽. 그곳에서 나는 보스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느 일렉트릭 비클과 다를 것 없는 등갑, 두 쌍의 팔. 그리고······.


등갑 밖으로 드러난 근육질의 다리(?)를 말이다.


- 끼약?


그러나 그것은 내 무릎도 오지 않는, 아주 아주 ‘작은 크기’의 비클이었다.


그 비클은 굉장히 큰 발전석에 얼굴을 파묻고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저런 애가··· 보스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 스스슥.


아주 작은 비클은 엄청나게 빨랐으니까.


- 끄딕? 끼리익?


그것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움직였고, 지나간 자리에는 노란빛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어딜!”

- 끼릭?


비클을 향해 창을 뻗었지만, 그것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내 공격을 피했다.


‘전광석화.’


그것의 움직임은 마치 전광석화 같았다.


처음에는 눈으로 쫓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지만, 발전석에 몸을 튕길 때마다 속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 어디로 갔지······?’


아예 눈으로 형체를 확인할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가 되어버렸다.


- 끼릭? 끼릭? 끼릭?


심지어는 사방에서 그것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쫑알쫑알 되게 시끄럽네. 레레이크!”


그것의 속도를 줄이게 하려면 텅 빈 이 동굴을 무언가로 채워야 했다.


나는 동굴 바닥에 창을 꽂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바닥에 꽂힌 창, 그 끝에서는 스멀스멀 모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본래 앞으로 퍼져나가 모래바람을 일으켜야 하는 모래들이었지만, 밑을 향해 발사한 만큼, 모래들은 발밑을 점점 채워나가고 있었다.


“내가 느낀 게 하나 있는데, 마력을 많이 쓰면 쓸수록 엄청난 스킬이더라고. 이거.”


땅에 꽂은 창을 잡고 있던 나는 피어 이터에 더 많은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이전과는 다른 기세로 모래 알갱이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크르르륵! 캬아! 키익!


이미 동굴의 입구 절반을 가린 모래.


나는 푹푹 빠져가는 두 다리는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모래를 소환하는 것에 집중했다.


동굴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인지 비클은 잠시 멈칫했고, 나를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작으래. 평범하게 죽었으면 이런 귀찮은 일 안 해도 됐잖아.”

- 캬악! 키이익!


지면이 모래로 가득 차자, 비클은 땅에 내려올 생각보다는 천장에 달라붙어 있기로 한 모양이었다.


“어허, 또 귀찮게 하네.”


이번에는 땅에 꽂혀있는 피어 이터를 뽑은 뒤, 천장을 겨냥했다.


“어디, 이렇게 하면 버틸 수 있는지 보자. 샐러번!”


그리곤 그가 붙어있을 만한 발전석들을 노리며 샐러번을 퍼부었다.


- 끼잉···. 키릭···. 키이익···.


아래에는 모래밭. 위에는 뜨거운 불길.


‘화염 저항’이 없었다면, 나조차도 버티기 힘든 환경일 터였다.


‘ㅋㅋ근데 난 있음.’


뜨거운 열기에 온몸이 메말라가던 비클은 그대로 모래사장에 떨어졌다.


하지만··· 불에 그을린 모래는 불길 못지않은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 치이이익.

- 키익···! 캬악! 캬아아아!


그렇게 그것은 갑각류가 익을 때처럼 다리가 붉게 변해갔다.


다리가 익자, 비클은 몸의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 치이이익.

- 캬악! 캬아아아악! 끼잉···.


모래에 닿는 몸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굽는 면적은 더 늘어났다.


“맥반석··· 비슷한 건가.”


산 채로 구워지는 고통, 맨정신에 죽어가고 있는 느낌.


그걸 오롯이 받고 있을 비클을 보며 나는······ 침을 삼켰다.


나에게는 그저 먹기 좋게 익어가는 가래떡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작으래?”


‘체구가 작으니까, 한입에 한 부위씩 먹기 편하겠다.’


- 구구궁···.


그렇게 몇 분 뒤, 비클은 숨을 거두었는지, 게이트 공략 성공을 알리는 진동이 동굴 내에 일었다.


“문제는 이 모래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건데···. 이대로 놔두면 한진 씨가 이쪽으로 건너오질 못하잖아?”


이쪽 동굴 입구에 스킬을 썼던 터라, 모래 더미들을 치워야 하는 건 필수적이었다.


물론,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열리면서 모래들이 게이트 밖으로 일부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이 양을 전부 빼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진 씨는 화염 면역이 없잖아. 근데 화염초는 있지 않······. 여기 들고 오진 않았겠지?”


나는 먹기 좋게 익어있는 비클의 다리 하나를 뜯으며 모래사장 처리에 대해 고민했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10%]


“아, 그래. 그게 있었지.”


나는 옷 속에 고이 모셔둔 목걸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 사아아악, 삭? (찾으셨습니까, 보스?)

“사악. 스으으윽, 슥 슥? (응. 혹시, 찜질용 모래 안 필요해?)”

- 삭, 사아악··· 스윽, 슥. (아직까진 괜찮은데 무엇 때문입니까?)

“사아악. 스응, 사앙삭 삭. (여기 모래가 너무 많아서. 좀 처리하려고.)”

- 사아악···. 삭, 사악. 스으윽. (어찌, 점점 창고가 아니라 처리장이 되는 거 같은데···.)

“······사아악, 사악. 스으으윽. 슥 슥. (······아니, 나중에 다 치울 거라고. 그러니까, 일단 이 모래들 좀 넣어도 돼?)”

- 사아아악···. 삭, 사악···. (···안 된다고 해도 넣으실 거잖습니까?)


맞아.


나는 게이트 속, 드라코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모래들을 게이트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드라코와 지낸 시간이 오래돼서일까.


‘이제 드라코가 나한테 잔소리하는 날도 왔네.’


물론, 그게 싫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내가 편해졌다는 이야기니까.


- 사아악, 사악. 삭, 사악. (보스. 그리고···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 사체들 말입니다. 언제쯤···.)

“삭, 사악! 삭! 사아악! (곧. 곧. 진짜, 조만간 다 먹을게! 잔소리 그만! 엄마야?)”

- 사아악···. (아빠입니다.)

“어?”

- 삭, 사아악. 스윽, 슥 스윽. (아빠가 되어버렸어요. 제이니가 임신을 해버렸거든요.)

“뭐라고? 야, 축하한다!!! 일단··· 그, 나중에! 진짜 나중에 꼭 한 번 축하 파티 제대로 하자?”

- 사아악, 사악. 사아악, 사아악. (축하파티는 됐고, 창고 정리요···. 보스···.)


당장이라도 드라코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지금은 바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었다.


나는 일단 게이트 안으로 모래를 처분하고, 게이트를 닫았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14%]

[비클의 지속 스킬인 ‘발전석을 갉아먹는 신체’를 획득했습니다.]


“어? 지속 스킬이 떴네?”


비클의 다리를 씹어 먹던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보란 듯이 떠올랐다.


[지속 스킬 : 발전석을 갉아먹는 신체]

비클 종족이 발전석을 건드려도 멀쩡한 이유는 전기를 흡수하는 기관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클들의 습성처럼 전기에 감전되지 않습니다.


“전기 저항이라고?”


나는 스킬을 확인하곤, 성능을 테스트하고자 주변에 있던 발전석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 파즈즈즉.


손을 대자 발전석에서는 전기가 일기 시작했지만, 스킬의 말 그대로 내가 감전된다거나, 따가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내 몸에 장기 하나가 더 추가된 거 아니야? 하하아···.’

< 흠. 기다려 보거라. 혹시나 해서 장기들을 둘러보고 오겠노라. >


약간 무서운 느낌도 없잖아 들었지만,


< 괜찮다. 걱정 말거라. >


이 섬뜩함은 곰이 내 몸에 대해 살펴봐 준 이후 금방 사라졌다.


“얼른··· 한진 씨를 데리러 가야겠다!”


모래사장 정리를 마친 뒤, 나는 반대편 동굴 입구 쪽에서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한진을 위해 내달렸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이···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고, 자이언트 비클에게 다친 상처도 제법 커 보였으니까.


“어? 이제 왔어요?”

“엥? 아까··· 죽어가시던 거 아니었어요?”

“제가 누굽니까. 너튜버예요. 너튜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회복 물약 잔뜩 챙겼다고요?”


싱긋 웃던 그의 앞에는 정말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빈 물병들만이 가득했다.


“얼른 와서 들어요. 헌터님 기다린다고 아직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죽다 살아난 것도, 태연하게 나를 환영해 주는 것도 다 괜찮았다.


나를 가장 어이없게 만든 것은 다른 것들도 아닌, 그가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한··· 산지 직송 바비큐 파티였으니까.


작가의말

곰은 유도진보다 유도진의 신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몸 안에 있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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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리치, 카르셀(2) 24.05.17 29 2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26 1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1 2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26 2 13쪽
114 광신도(5) 24.05.13 28 2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4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4 2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3 2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0 2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6 2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0 2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4 2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5 2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38 2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38 2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38 2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6 2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0 2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2 2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4 2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4 2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3 2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50 2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45 2 12쪽
»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44 2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40 2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49 2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47 2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41 2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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