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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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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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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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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DUMMY

“레데르 피어? 그자가 왜?”

“잠깐, 강한주가 그자를 어떻게 알지?”


레데르 피어.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은 들어봤는지, 갑자기 회의실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유도진 헌터님의 기억에서 본 강한주는··· 염동력을 이용해서 단검을 날렸거든요. 마치··· 이전에 보고된 레데르 피어라는 자처럼요.”


서가을은 침착하게, 내 기억 속에서 본 강한주의 모습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마치··· 악마형 몬스터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머리에는··· 마력으로 만들어진 뿔이, 등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거든요.”

“뭐?”

“심지어, 단검을 사용하지 않아도, 맨손으로 공격도 가능했어요. 유도진 헌터님이 그 맨손 공격에 복부를 가격당했거든요.”


내가 죽는 장면을 반복해서 말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괜히 머쓱해졌지만, 우선은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정말 레데르 피어···?”

“그럴 리가···. 그자는 이미···.”


분위기가 제법 심각해졌다.


“레데르 피어는 차원 전쟁 당시, 제가 쓰러뜨렸었는데···.”

“그 당시 너가 고전했던 몬스터 아니야? 두 자루의 단검을 자유롭게 다루고, 격투 계열 스킬도 쓰던···.”

“네. 차원 전쟁 때, 인천에서···.”


배여명.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유도진 헌터님은 그 몬스터의 이름을 어떻게 알죠?”

“강한주였던··· 그것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신이 레데르 피어라고.”

“예? 그럴 리가요. 레데르 피어는 분명 제가···.”


여명은 당황했는지 동공이 흔들렸다.


“그 당시, 몇 번이고 확인 사살까지 했었는데···.”


죽은 몬스터가 살아 돌아왔다.


이 말은, 차원 전쟁 당시 죽은 자들이 어쩌면 부활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 아니. 주변의 운명 길드원들 전체가 비장한 표정으로 변했다.


< 저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게다. 누군가의 몸을 차지하는 등의 일은 레데르 피어의 추적 군단들이 하는 일이었으니. >

‘추적 군단?’

< 그 당시, 레데르 피어를 따르던 악마들이었다. >


드래곤 부류의 몬스터들 말고 다른 적들이 또 존재한단 말이야?


< 당연하지 않느냐. 수많은 인간만큼이나, 저쪽 세계엔 수많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

‘그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뜨려야 하는 거야···? 너는 알고 있어?’

< 짐도··· 정확히는 모른다. 지금의 이계는···. >


‘지금의 이계는’이라니.


언젠가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맹신하고 있던 곰의 정보.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곰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이번에도 믿을 수 있는 정보일까.


나는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려는 곰의 대화창에··· 눈을 감았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받고 오세요.”

“넵.”


찍힌 전화번호를 보니,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나는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바라보며 회의실을 나가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 어, 우도진이!

- 유도진입니다, 대표님.

- 그래, 유도진이!


어디서 많이 들었다 싶은 목소리.


전화를 건 사람은 조건웅이었다.


“뭐죠?”

- 하하, 이야긴 들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나? 이제 곧 있으면 강한주를 죽였다고 기사가 뜨겠지?


정식적으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조건웅은 내가 강한주를 죽였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어때. 천하 길드로 들어온다고 말만 하면 내가 조사 취소를 요구해 줄 수도 있는데. 물론, 지금의 여론도 바꿔줄 수도 있고.


지난번, 준혁이 말했었던 건웅의 본심이었다.


“그치. 아마 누명을 벗겨주는 조건으로 협상에 대한 선택지는 두 개. 강한주가 진 빚을 너가 대신 갚든가, 아니면 너를 싼값에 천하 길드로 영입하든가 하겠지.”


준혁의 말대로 그는 나를 옥죄면서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아뇨. 천하 길드 같은 데는 안 들어갑니다.”

- 그래··· 어? 지금 아니라고 그랬나?

“네. 더럽고 치사한 길드 같아서요.”

- 더럽고 치사하다니. 무슨 말을 섭섭하게 해.


전화기 너머로 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안 그러면, 자네가 죽인 강한주의 빚을 자네가 대신 갚아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감당 가능하겠나? 이제 막 S급 된 헌터가?

“제가 왜 그걸 갚아야 하죠? 그리고, 전 강한주를··· 아니다. 금방 알게 되시겠죠.”

- 하, 이거 아주 당찬 놈이구나. 어디 빠져나갈 구멍 하나는 만들어놨나 보지?

“아뇨. 저는 정면으로 맞설 건데요.”

- 하하하.


조건웅의 웃음소리는 마치 기계음처럼 세 번 울리더니, 이내 뚝 끊겼다.


- 너 지금 천하 길드, 천하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 알아?

“어우. 알죠. 근데, 그런 걸로 협박하시는 걸 보니 더욱 더럽고, 치사해 보이네요.”


전화기 너머에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더 할 말이 없다면 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원하는 결과는 이루지 못할 겁니다. 곧 아쉬워지겠네요.”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뒤이어, 핸드폰이 두어 번 더 울렸지만, 나는 곧장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변경한 채,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노이즈, 레데르 피어 정도의 몬스터가 나타났다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야.”

“그래. 강한주가 몬스터랑 몸이 바뀌었다 쳐. 그럼 그게 언젠데.”

“그건··· 새로운 단검을 들고 나타나던 시점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랑 수지가 알아본 바로는, 그쯤부터 던전 노이즈가 발생했으니까요.”


내가 회의실로 돌아오자, 그들은 강한주에 대해 조사한 것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저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레데르 피어의 본질은 강한주가 들고 있던 단검에서 나온 게 아닐까.”


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날아 꽂혔다.


“마냥 배제할 수는 없는 이야기군요. 그가 단검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변했다면요.”

“하긴, 신이 몸을 빌리는 시댄데 죽은 몬스터가 되살아나기도 하겠지.”

“최지호. 제발 진지하게 임해.”

“진지한 건데···.”


길드원들은 다시 저마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그럼··· 저 헌터는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일단은··· 혐의가 부족하잖아. 강한주랑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건 맞는데, 강한주가 유도진 헌터를 쓰러뜨리고 사라졌으니까.”


나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저는 그럼 무죄인가요?”


내 말에 가장 당황했던 건··· 다름 아닌 윤혜성이었다.


“죄송합니다. 유도진 헌터님···. 아직 저희는 확실한 답을 찾질 못했습니다. 헌터님이 강한주를 죽였는지 아닌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나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애초에··· 제대로 조사 후에 결론을 내렸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요. 그쵸?”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은··· 헌터직을 복구시켜 드리겠습니다. 해외 출입도, 게이트 출입도 가능합니다.”


“아뇨. 조건웅 헌터님이요. 거짓 제보 아닌가요?”

“그건···.”


그녀는 경찰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따로···.”


어이없는 그녀의 행동에 헛웃음이 나오려던 찰나, 내 주변으로 다른 헌터들이 다가왔다.


“아, 유도진 씨! 이번 일은 정말 저희 측에서 뭐라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내게 제일 먼저 다가온 사람은 최지호였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도 우선 제보를 받았으니··· 조금 불편하셨더라도···.”


최지호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게 있나? 무고죄라도 걸고넘어져야 하나?’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조건웅을 한 번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게 필요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따로 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은 돌아가자.’


결론을 지은 나는 이제야 주변을 바라볼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내 앞에서 윤혜성보다 더 죄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헌터는 최지호. 그리고 그 옆에서 나를 힐끗 바라보고 있는 저수지.


[최지호. S급. 공격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능력]

[저수지. S급.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능력]


나는 사전에 읽었던 S급 리스트를 떠올렸다.


“윤혜성 누나요? 그 누나는 헌터들 사이에서도 보석 수집가로 엄청 소문이 자자해요.”

“왜? 보석을 좋아하는 건가?”

“아뇨. 운명 길드의 헌터들이 모두 최고의 A~S급 헌터들이거든요.”


비암의 말대로 지금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S급 헌터들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S급 헌터들이 각자 따로 다니기에 연락처 공유도 힘들고, 의견 투합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윤혜성이 S급을 모으고 있었으니, 이렇게 한 곳에서 여러 명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허리춤에 단검들을 보니까 저쪽이 배여명인가.’


[배여명. S급. 염동력으로 수많은 단검을 조종하는 능력]


던전 브레이크 당시 싸우는 그의 모습을 너튜브에서 찾아봤는데, 그는 ‘열 자루의 단검들을 이용해 싸우는 스타일이었다.


< 반면, 네 능력은··· 저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걸 알고 있느냐. >

‘시끄러워. 남들이 볼까 두렵다고.’


이미 다들 봤겠지만···.


대한민국 S급 리스트의 맨 밑에 적혀있는 문구.


[유도진. S급. 몬스터를 따라 하는 능력]


헌터 협회에서 내린 평가를 바탕으로 능력이 적혀지는데, 나는··· 몬스터를 따라 하는 사람이라 적혀있을 뿐이었다.


< 당연하지 않느냐. 초창기엔 고블린과 리자드맨, 이번에는 샐러맨더와 그라운더. 뭐 이것저것 다 따라 하지 않았더냐. >

‘그래서··· 너무 좀 창피해. 예를 들어 몬스터를 카피하는 능력 같은 것도 있잖아.’

< 같은 말이잖느냐. >

‘느낌이 달라. 느낌이.’


내가 곰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즈음, 윤혜성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정말 제 불찰이었고, 그전에 있었던··· 초대형 몬스터와의 전투 역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죠. 그렇게 나와야죠. 아직까지 뭐, 제가 혜성 헌터님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요.”


내 삐딱한 말에 윤혜성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다시 죄송한 표정을 짓곤 나를 바라보았다.


“부디 다음에는 누구를 테스트한다느니 해서 홀로 싸우게 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증거도 없으면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와의 대화를 마친 뒤, 나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등 뒤의 회의장 안에서는 잔뜩 화가 났는지, 윤혜성의 분노 섞인 한숨이 들려왔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셨는데, 지금 감정은 어떠신가요?”

“무죄였나요? 유죄였나요?”

“유도진 헌터님이 정말 강한주를 죽였나요? 기억 탐색의 결과를 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운명 길드의 사무실을 빠져나오자, 많은 기자들이 내게 달려와 질문을 쏟아냈지만, 나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누락된 44화 업로드 완료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당...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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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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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4 1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37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36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39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42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45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48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48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52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49 1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48 1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5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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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4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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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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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64 1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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