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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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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3 19:4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0,875
추천수 :
305
글자수 :
572,670

작성
24.05.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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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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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75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DUMMY

75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필. 립. 님.”


말다툼이 이어지는 것이 기가 빨려 나가던 주헌은 그나마 말을 잘 듣는 필립의 이름을 불렀다.


“큿흠... 못 볼 꼴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필립은 주헌의 부름에 눈치를 살피더니 자신도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말다툼을 멈췄다.


“로아나 씨도 너무 그러지 마시고요. 스템 씨는 이제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 거고, 엘로는 제 친한 동생입니다. 믿어도 됩니다. 저거 보면 알잖아요?”


주헌이 의자에 앉아 치즈를 균등하게 자르고 있는 엘로를 가리켰다.


“뭐야? 나 불렀어요?”


“아니, 넌 그냥 하던 거나 해... 나는 치즈 많이 안 먹는 거 알지?”


“저 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템인지 뭔지 하는 녀석은...”


로아나가 다시 딴지를 걸려고 했는데.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뒤통수를 쳤음에도 오히려 일을 얻게 되고 여동생의 치료비까지 지원받게 된 스템은 주헌의 자초지종을 듣고 오히려 광신도가 되어버린 듯했다.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 하늘에 계속 손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저... 저거 보세요. 스템 씨는 믿어도 됩니다.”


“그래, 좋아. 그래서 여신님이 주신 임무가 뭐야? 앞으로 보좌하려면 미리 내용을 알아야 돕지.”


“어... 그건...”


주헌이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자 필립이 끼어들며 나선다.


“어허! 로아나! 당신은 그저 나를 따라왔으니 보필만 잘하면 됩니다. 여신님은 대리자님과 저에게만 신탁을 내리셨으니, 신탁을 받지 않은 당신은 몰라도 되지요.”


하지만 로아나도 여신에게 신탁을 받았다.


물론 주헌과 필립은 모르지만.


그러나 로아나는 자신이 신탁을 받았다는 걸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마르지엘라 여신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영감님 말고 저 쪽한테 물었는데요?”


“감히 대리자님께 저쪽이라니!”


“아니, 반말하라고 하셨잖아요. 대리자님이!”


“지금은 우리끼리 있으니 존대해야지!”


“제발... 그만 좀 싸우시면 안될까요? 후... 로아나 씨가 제가 맡은 임무가 궁금한 것 같은데... 그건 말하기 어렵습니다.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해서요. 이 임무는 필립 님께서도 모릅니다. 필요하면 제가 그때 다 말씀 드릴거고요. 일단은 모든 상황은 비밀로 가져가셔야 합니다.”


“뭐 그렇게 말한다면...”


로아나가 한발 물러났다.


“어쨌든 다들! 볼레르에서 있었던 일과 마르지엘라 여신의 신탁에 관해서는 불문으로 붙여주시길 바랍니다. 스템 씨하고 엘로도 마찬가지고.”


주헌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스템과 엘로를 번갈아 쳐다봤다.


“당연합니다. 선배님 아니 대리자님!”


“아~ 예~ 치즈 먹을 사람~”


스템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절하고 엘로는 관심도 없다는 듯 치즈 먹을 사람을 불러댔다.


“스템 씨는 이제 저를 사장님이라고 부르세요. 바깥에서도 대리자님이라고 부를까 봐 무섭네요. 그리고 절 같은 것도 하지 말고요. 난 신이 아니라 그저 대리자일 뿐이니.”


“알겠습니다! 사장님!”


“자, 이제 할 얘기는 다 끝났으니, 다들 디저트나 함께 하시죠. 랫트 마을산 치즈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명물이니.”


그렇게 주헌은 엘로가 조각조각 내놓은 치즈가 있는 식탁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치즈라 이런 시골에 치즈가 있군요?”


필립은 포크로 치즈 조각을 들어 올린 뒤 경이롭다는 듯 말했다.


“랫트 마을산이라잖아요. 가져왔겠죠.”


로아나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필립을 비아냥거렸다.


“또, 또! 그만하시고 들어요!”


두 사람의 말다툼이 지긋지긋했던 주헌이 일이 커지기 전에 상황을 정리했다.


주헌은 스트레스가 쌓여 뒷골이 당겼다.

매일 이런 상황을 볼 것 같다는 생각에 매우 슬퍼지는 것도 잠시.


입 안으로 들어간 치즈가 사르르 녹아 내리며 입맛을 자극하자, 스트레스가 쫙 풀리며 금세 상황을 잊어버렸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왜 이렇게 맛있지?”


“오호... 녹는구나. 녹아! 이런 치즈는 처음입니다.”


“어머... 큿흠... 뭐 먹을 만은 하네.”


“엘로님! 너무 맛있습니다! 치즈는 비싸서 먹어볼 수도 없는 것인데... 입 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주헌을 비롯한 사람들이 치즈에 칭찬을 해대니, 랫트 마을인으로 자부심을 느낀 엘로였다.


“이게 말이죠! 랫트 마을에서 숙성...”


그래서 자랑을 좀 하려 했는데...


“랫트 마을산 치즈가 맛이 일품이긴 하죠. 숙성 기간별로 맛이 다 달라 여러가지 맛을 느낄 수도 있구요. 그리고 말이죠! 치즈 보다 더 맛있는 게 있답니다. 그건 바로 피자! 랫트 마을과 그리지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으로...”


주헌의 피자 홍보에 선수를 뺏긴 엘로였다.


“오호! 그 피자라는 걸 한번 먹어보고 싶군요. 치즈도 이렇게 맛있는데, 무척 기대 됩니다.”


주헌은 필립의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필립이 모래 깊숙히 숨어있는 개미지옥의 먹잇감이 된 순간이었다.



***


와이스너 여관.



주헌이 일행들을 데리고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버스 운행이 없음에도 여관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바깥에서도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었기에 신기했던 주헌은 도대체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지에 온 것인지 궁금했다.


일단 자리를 잡아 앉고 주헌은 자신이 주문하고 오겠다고 하고는 필립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자 라지 두판이 4실버입니다.”


“예? 아... 예.”


필립은 순간 무슨 소린가 생각하다가 금방 이해하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서 4실버를 꺼내 건넸다.


“혹시... 아까우신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겠니?”


바깥이었기에 다시 반말로 응대하는 필립은 관자놀이 쪽에 핏줄이 섰다.


‘다 지엄하신 마르지엘라 여신님의 뜻일 터...’


주헌이 카운터로 향하고,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험멜과 메이에게 주문을 했다.


“피자 라지 두 판이요.”

“돈은 됐어. 그냥 먹어~ 우리 부자 만들어 준 사람한테 어떻게 돈을 받니?”


주헌이 4실버를 건네자 극구 거부하는 메이였다.


“그럼 내가 가져도 돼?”


찰싹!


험멜이 기분 좋게 4실버를 가져가려다가 메이에게 손등을 얻어맞았다.


“아아, 이거 제 돈 아니에요. 그냥 받으시면 돼요. 다 돈벌자고 하는 일이니 편하게 받으시면 됩니다. 어쨌든 여기서 일정 비율은 제 수익으로 오니까 제 입장에서는 받아주시는 게 좋죠.”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


메이가 돈을 챙기고, 갓 구워진 피자 두 판을 피자쟁반에 담아 건넸다.


“바쁜 것 같으니까 이건 제가 들고 갈게요~”


“그럼, 좀 부탁한다~”


험멜이 어물쩍 서빙을 주헌에게 넘겼다.


“쓰읍!”


그러자 메이가 눈을 부릅뜨며 험멜을 조용히 쳐다본다.


“아니... 내가 가져다 줄게...”


결국 험멜이 양손에 피자 쟁반 하나씩을 들고 주헌 일행이 있던 자리에 서빙해줬다.


“모양이... 참 독특하네.”


필립은 피자를 보자마자, 온갖 재료들이 섞여있는 피자를 보며 가난한 이들이 먹는 꿀꿀이죽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야 원래 살던 곳에서 먹던 거라 익숙한데 여기 사람들은 전부다 모양이 좀 그런 것 같더라구요. 근데 맛 하나는 기가 막히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주헌이 피자삽으로 한 조각씩 접시에 덜어 건넸다.


“그럼 한번...”


필립이 피자 한 조각을 집어 그대로 입 속에 넣었다.


“으음! 이 맛은! 따뜻한 치즈가 입 안에 살살 녹으면서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느껴지는군! 치즈가 많아서 느끼해질 만하면, 양파와 토마토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줘 여러가지 맛을 느낄 수 있어! 내 살다 이리 맛있는 건 처음이구만!”


“으음~ 정말 맛있잖아? 이걸 니가 만들었다고?”


“사장님은 역시 대단하심다! 역시 마르지...”


로아나와 스템도 맛있었는지 칭찬 일색이다.


그런데 스템이 꺼내선 안될 말을 하려던 걸 눈치챈 주헌은 곧장 스템을 혐오하듯 쳐다봤다.

스템은 순간 움찔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마르지... 않은 치즈의 맛이 일품임다!”


그제야 주헌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피자의 맛도 보여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야할 터.


주헌은 은근슬쩍 필립의 옆으로 의자를 철썩 붙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필립 님께서 저에게 투자를 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가 배로 불려 드리겠습니다.”


맛있게 피자를 먹고 있는 필립은 피자를 집고 있던 손을 벌벌떨며 입에서 떼어냈다.


“예? 아니... 뭐라고?”“피자가 정말 맛있지 않습니까? 뭐 저 혼자서도 버스를 운행하면서 사업자금을 마련해도 충분합니다만 제가 특별히 필립 님을 생각해서 기회를 드리는 거지요. 뭐 지금도 네브린 남작님께서 투자를 하시긴 했습니다만, 필립 님은 이제 이곳에 계신다고 하셨으니, 모아둔 돈으로 지내기 보다는 그 돈을 더 크게 불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하하.”


“하하... 그렇군... 돈을 그대로 둘 바엔 굴리는 게 낫지 허허... 그럼 얼마나 투자하면 되는고?”


필립은 대리자인 주헌이 말하는 것이기에 거부할 수도 없어, 일단 가지고 있는 돈의 10분의 1정도만 투자금으로 생각하며 되물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크게 불려 드릴 수 있지요. 아, 그렇지! 1,000골드만 투자하시죠. 금방 2배 아니 3배로 불려 드리겠습니다.”


“아니! 잠깐 처...처...천골드?”


주헌의 말에 놀란 필립이 큰 소리로 외치자, 와이스너 여관에 있던 이들이 모두 필립을 쳐다봤다.


“필립 님. 설마 투자하기가 싫으신 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도 너무 비용이...”


“설마 저를 못 믿으십니까? 저를 불신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아아... 그러면 위에 계신 분께서 많이 노하실 텐데...”


주헌이 얼굴을 들이밀며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필립은 이때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자금 명목으로 주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신의 대리자라 해도 천 골드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평생을 뇌물을 받아가며 모았던 돈을 한순간에 뺏긴다니 그것만큼 경악스러운 일도 없으리라.


필립은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돈을 남겨보고자, 머리를 굴렸다.


“아하하... 그게... 생활비는 남아있어야지. 전재산은 너무 과하구만 허허. 그래 500골드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필립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주헌은 바로 정색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 참. 왜 그러나. 그래 800골드 이 이상은 안 돼. 진짜로 안 된다고.”


필립이 주헌의 옷자락을 잡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그제야 주헌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고는 필립의 두손을 잡았다.


“아이 참, 무리시면 500골드만 하셔도 괜찮은데 이리 800골드를 투자하고 싶다고 하시니 어쩔 수가 없네요. 투자금은 제가 좋은 데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끼이익.


와이스너 여관의 문이 열린다.


익숙한 얼굴의 사내들.


바로 폴과 수인인 마크와 맥이다.


“어! 마침 잘 됐네! 폴 형님!”

투자 계약을 어부지리로 끝낸 주헌이 입구쪽에서 들어오던 폴 일행에게 손을 흔들었다.


“뭐야~ 벌써 밥 먹고 있었어?”


“여기 두 분한테 피자를 소개해 준다고 일찍 왔죠.”


주헌이 필립과 로아나를 가리켰다.


“여기 계신 분은 필립 님이시고, 여기 있는 여성분은 로아나 씨예요.”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그리지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는 폴입니다. 여기 두 녀석도 농번기 때 빼고는 목수로 같이 일하고 있으니 뭐든 맡기실 일 있으면 불러 주십시오.”


폴이 명함을 꺼내 필립과 로아나에게 건넸다.


명함을 받은 필립과 로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아아, 정말 때마침... 너무 타이밍이 좋네요. 두 분이 이제 그리지에 주민이 되고 싶다고 하셔서 곧 주민투표 요청할 거거든요. 그러면 집 건축좀 부탁드리고 싶네요. 저처럼 빈집에 리모델링 하면 되잖아요. 그렇죠, 필립 님?”


주헌이 필립의 등 뒤로 자리를 옮기더니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어...어... 그... 그렇지...”


주헌은 필립에게서 빼낼 수 있는 건 골수까지 다 빼먹을 셈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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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75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5 41 2 12쪽
74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3 44 2 12쪽
73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24.05.12 43 3 11쪽
72 72화 비밀 (2) 24.05.11 41 2 11쪽
71 71화 비밀 +2 24.05.09 44 2 11쪽
70 70화 신탁 24.05.08 54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57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54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52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58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50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51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51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55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62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65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63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6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8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71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66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6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9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7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8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84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88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93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9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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