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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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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30 19:45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10,547
추천수 :
302
글자수 :
561,751

작성
24.05.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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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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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2화 비밀 (2)

DUMMY

72화 비밀 (2)


어찌저찌 필립 주교의 도움으로 대성당 뒤쪽 길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바깥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 처음 볼레르에 입성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하늘은 맑은데 바닥은 엄청난 폭우를 맞은 듯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고, 곳곳에 보이는 사람들 역시 머리칼이며 옷이며 홀딱 젖어 있었다.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세례실에만 처박혀 있었으니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집안의 물을 퍼내고 있는 남자에게 질문했다.


“응? 자네는 보지 못한 건가? 그 거대한 해일을?”

“해일이요?”


“대성당에서 시작된 거대한 해일이 볼레르 전체를 휩쓸었어. 망조야 망조. 추기경이 신벌을 받지 않나. 대성당에서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지 않나. 마르지엘라 여신께서 분노하신 게 분명해. 그런데 막상 가옥이 무너지거나 그런 건 또 없단 말이지, 만성적인 허리 통증도 사라지고... 참 이게 뭔지.”


남자는 뒷말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대성당에서 시작된 해일, 세례실 안에 쓰러져 있던 필립과 로아나, 세례 도중에 있었던 마르지엘라 여신과의 대화.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원인에는 주헌 자신이 껴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세례실에서 우읍...”


스템이 눈을 치켜뜨며 과거를 회상하듯 말을 내뱉자, 주헌은 급하게 그의 입을 가로 막았다.


모든 것의 시작이 세례실이었다는 것은 조사든 뭐든 귀찮은 일에 주헌 자신이 엮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헌은 그것이 싫었고, 괜히 불똥이 튀기 전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마르지엘라 여신이 내린 구원자 임무인지 뭔지는 알 게 뭔가? 어차피 약속 기한도 정하지 않았으니 언젠가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예예, 그렇군요. 어휴 무슨 일이래. 수고하세요~”


대충 얼버무리며 자시를 피했다.


“푸훕... 하아... 선배님 갑자기 왜 막으신 검까?”


어느정도 거리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길에 도착하고 스템의 막았던 입을 풀어주자, 스템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엘로 너도 마찬가지고.”


모두 조용히만 하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라 믿으며,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는 무심히 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스템과 엘로가 뒤에서 뭐라 말한 것 같지만,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그들의 대답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버스에 올라타고 그리웠던 운전석에 자리했다.


평소라면 출근하기 귀찮다 일하기 싫다 주절주절거렸겠지만, 이날 만큼은 버스가 왜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안전벨트를 메고 시동을 걸어본다.


거대한 해일인지 뭔지가 버스에 문제를 일으킬까 봐 조마조마한 상황.


하지만 다행히 버스는 아무런 문제 없이 시동이 걸렸다.


이제 벗어나자, 그리고 잊어버리자, 급한 것은 마르지엘라 여신이지 자신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어를 넣어 출발한다.


물을 퍼내느라 바쁜 볼레르 주민들, 그리고 몇몇은 스킬을 사용해 각종 집기들을 말리고 있다.


버스가 지나가던 말던 딱히 관심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 저들 중에는 마르지엘라 여신이 임명한 보좌관은 없는 모양이다.


차라리 잘 됐다.


보좌관인지 뭔지가 괜히 마르지엘라 여신을 들먹이면서 임무를 강요할 바에는 아예 멀리 도망쳐서 그들이 못찾게 하는 게 낫지.


그렇게 물바다가 된 볼레르 마을을 지나며 어느덧 눈앞에 성문이 보인다.


곧 이 마을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게 해결!


저도 모르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힘껏 악셀레이터를 밟는다.


그런데!


끼익!


“으악!”


“뭐... 뭠까!”


갑자기 길목 사이에 뛰어 들어와 양팔을 벌리는 노령의 남자와 힘겹게 짐을 들고 꾸역꾸역 걸어오는 익숙한 얼굴의 여자.


설마 무언가 눈치를 채고 찾아온 건가 싶어 긴장되었지만, 겉으로 표를 내면 오히려 더 의심받을 수 있는 법이었기에 감정을 추스르며 자연스럽게 운전석 창을 열어젖혔다.


“위험하게 무슨 짓입니까!”


“아이고!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대리...”


“우왁! 우아아악! 다른 말 필요없으니까 길이나 비켜요!”


역시나 노령의 남자 필립은 정체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일단 그가 길 한복판에서 대리인 얘기를 꺼내는 걸 원치 않았기에 억지로 역정을 내며 말을 막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통할는지...


“아~”


필립은 대리인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말문을 막는 주헌을 보며 느꼈다.


신의 대리인께서 혹여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마르지엘라 여신에게 ‘특별히’ 혼자만 신탁을 받았다고 믿고 있던 필립은 자신의 짐작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 창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주헌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는 여신님께 신탁을 받았습니다. 신의 대리인을 보좌하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혹시 대리인님께서는 정체를 숨기고 싶으신 겁니까?”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주교님 이러시지 마시고 마을 주민들이나 도와주십시오. 다들 물난리에 고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대한 해일은 마르지엘라 여신의 성수. 죄 지은 자에게는 벌을 선한 이들에게는 축복을 내린 깨끗한 성수일 뿐입니다. 피해를 입었다면 그것은 자신의 죄에 대한 벌을 받았을 뿐이지요. 그리고 저는 대리인님을 보좌하기 위해 주교직을 사퇴했습니다. 마르지엘라 여신의 뜻을 받들어야 하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난 대리인인지 뭔지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목소리 좀 더 줄여요! 누가 듣기라도 하면.”


“역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혼자서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시려는 겁니까? 아아... 어찌 이리 숭고한... 역시 신의 대...”


“아, 됐고! 타요 그냥, 나중에 얘기해요. 나중에!”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었지만, 필립 주교를 알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흘끗흘끗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부담스럽기 시작한 주헌은 빠르게 출입문을 열었다.



***



“아니, 봉쇄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볼레르를 빠져나가기 위해 성문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봉쇄령이 풀릴 때까지는 성문 밖을 나가실 수 없습니다.”


“아니, 우린 마르지엘라 성국민도 아니고 타지인인데 이 난리를 보고 여기에서 있으란 말인가? 또 무슨 일이 생길 줄... 으힉!”


한 남자가 경비단원들에게 반발하다 경비단원의 칼이 그의 목에 겨누어지자, 웅성거리며 옹호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숨죽이듯 사라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주헌은 초조해졌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을 향해 포위망이 점점 좁혀질 것 같았다. 결국 세례실에 있던 마지막 이들 중 한 명이잖나.


“벌써 교황청에 얘기가 들어간 모양이군요.”


“볼레르에 교황파가 많은 것은 이미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필립 주교님 역시 교황파시구요.”


교황파를 혐오하며 반교황파로 몰래 활동중이던 로아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필립을 째려봤다. 필립 역시 탐욕적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반교황파의 숙청 대상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 둘 다 자리는 내놓았으니 직함은 붙이지 말도록 하지요. 이제 성직자도 아닌데 교황파니, 반교황파니 그런 게 상관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그 위에는 자비로운 마르지엘라 여신님이 자리하고 계시는데 저희는 모두 그분의 종일 뿐이지요. 허허허. 으쌰.”


필립은 자리에서 무릎을 짚고 일어서며 운전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헌은 필립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손톱을 뜯으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상상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신의 대리자시여. 무엇이 그리 걱정되십니까?”


“아우! 깜짝이야!”


필립이 귓속말로 바람불듯 말하자, 놀란 주헌은 심장쪽을 부여잡으며 필립을 쳐다봤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신의...”


“제발 좀! 그 얘기 좀 하지 마시라니까요.”


주헌은 괜히 버스 안의 사람들이 들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살폈다.


“아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럼 제가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지?”


“그냥 주헌이라고 부르세요!”


“알겠습니다. 주헌님.”


주헌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비밀로 하고 싶은데 신탁을 받았다면서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반대로 행동하는 필립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말을 해도 처들어 먹질 않으니,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안 되겠어... 계속 이렇게 불안하게 있을 바에는...’


“후우... 여신님께서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시니, 그렇게 너도나도 알게끔 떠들어 대는 것은 여신님을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신탁을 받으셨다면서 어찌 여신님을 모욕한단 말입니까?”


“제... 제가 무슨! 세상에 얼토당토 하지도 않습니다.”


필립은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이런게 문제라고 이런게...’


“나이도 많고 높은 직함에 계셨던 주교님께서 계속 이리 행동하시면 너도나도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은퇴한 주교가 떠받들어 모시는 젊은 남자가 있다. 이러면 누군들 이상하게 보지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신의... 아니 주헌님.”


“님도 빼세요. 앞으로 저는 필립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필립님께서는 그냥 주헌이라고 반말로 편하게 대하십시오. 여신님의 계획을 망칠 생각이 아니시라면요.”


“명 받들겠나이다.”


“하아... 예 감사합니다. 필립 할. 아. 버. 지.”


“그래서 지금 주헌이 넌 뭐가 그리 걱정인게냐.”


역시 마르지엘라 여신을 들먹인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나 보다.

이제야 대리인님이니 뭐니를 짓거리질 않는 걸 보면.


“나가질 못하니까 그렇죠. 저는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조용히... 은밀하게 말이죠...”


돈 많은 백수로 흥청망청 지내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필립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조금 돌려 말했다.


필립은 또 이해를 다르게 한 모양이지만.


“조용하고 은밀히... 그렇다면 나에게 맡기거라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필립은 갑자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하더니, 문을 열어 달라했다.


버스에서 필립이 내리자, 길게 줄지어 있던 사람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텄다.


주교라는 직책이 꽤 높은 직책인가 보다.


멀리서 필립의 모습을 확인한 경비단원은 헐레벌떡 뛰어오며 필립을 마중했는데. 필립은 그런 경비단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호통을 치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필립에게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시간은 흘러 대화가 끝난 것인지 경비단원은 고개를 꾸벅이며 필립에게 인사를 하고는 성문 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활짝 열리며 다시금 볼레르를 나가기 위한 행렬이 만들어지는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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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3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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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비밀 +2 24.05.09 42 2 11쪽
70 70화 신탁 24.05.08 51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55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52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50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56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8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49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9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52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60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63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61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62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66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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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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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8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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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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