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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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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06 19:4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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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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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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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DUMMY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저희 집은 방이 두 개뿐인데요?”


주헌은 날카로운 말투로 곧장 대답했다.


“아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쪽 걱정을 왜 합니까? 내 걱정하기도 바쁜데.’


주헌은 먹을 것을 준 것외에는 딱히 그에게 호감이 있지 않았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툭.


아공간 가방에서 주머니를 꺼내놓기 전까지는.


“어디보자...”


필립은 두툼한 주머니를 꺼내어 열어젖히더니 손가락으로 수량을 세는 시늉을 했다.


“어허. 50골드밖에 없구만...”


‘50골드밖에?’


50골드면 일반 가정의 2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기에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다른 주머니에는 얼마가 있으려나.”


“아니, 주머니가 또 있어요? 성직자가 돈을 어디서 번다고?”


“아아, 이건 신도들에게 봉사하며 받은 후원금이랍니다. 받지 않으려 했지만, 사정사정하며 후원금을 내고 싶다는 통에 거부할 수 없어 이리 보관해 두었지요.”


필립은 무슨 자랑하는 것마냥 양팔을 허리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결국 뇌물 받아 처먹었다는 거 아닌가?’


마음에 드는 것은 밥 준 것뿐인 필립과 로아나, 하지만 마르지엘라 성국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기에 더는 엮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볼레르를 빠져나올 때 이미 필립의 도움을 받아, 엮이기 싫었어도 자연스레 엮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곁에 두어도 괜찮을지도?


물론 돈주머니가 탐이 나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흐흠... 그렇군요. 인망이 아주 두터우셨나 봅니다.”


“하하. 제가 성직생활을 오래 했다보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존경을 받기도 했지요. 허허.”


‘보통 저런 얘기를 본인 입으로 하나?’


“아, 그러시군요. 역시 마르지엘라 여신님의 안목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머니가 몇 개나 있으신 건가요?”


주헌은 노골적으로 물었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이미 헤벌쭉해진 필립은 의심도 하지 않고 술술 모든 걸 불었다.


“제 기억으로는 양이 너무 많아 10개 이후론 세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20개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하시면 여기서 다 꺼내어 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립이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자, 주헌은 곧장 말렸다.


두툼한 주머니에 있던게 50골드로 추정되고 그것이 10개, 이미 500골드는 자본으로 확보한 셈이었으니, 일단은 그것만 생각하면 됐다.


부족하면 나중에 더 꺼내라고 하면 되는 것이고.


“굳이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잃어버리지 않게 고이 모셔둬야지요.”


주헌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미 제 돈인 양 굴었다.



***



“이야 오랜만인걸?”


그리지 경비병이 버스를 확인하더니 활짝 웃으며 주헌에게 악수를 건넸다.


“어휴! 먼 곳에 좀 다녀왔는데. 다시는 가기 싫네요.”


주헌은 창문을 통해 손을 내밀어 그의 악수를 받고는 문이 열리자 버스를 안으로 몰았다.


그런데...


“뭐야? 마을이 왜 이래?”


주헌이 알고 있던 그리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작은 마을 그리지에는 아침에도 드문드문 사람이 보일까 말까할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주헌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뒷자리에 앉아있던 필립이 팔을 걷어붙이며 앞쪽으로 걸어나왔다.


“아아, 아뇨. 마을에 사람이 많아서요. 아직 도착한 건 아니니까 앉아계세요.”


‘다들 피자 먹으러 왔나?’


그렇게 대충 예상만 하며 조금 더 들어가 매표소 옆에 버스를 주차했다.


“어! 주헌이 왔냐!”


“주헌 청년 오랜만이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리지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것뿐, 농번기라 바쁜 상황이었기에 다들 뛰어다니기 바빴다.


손수레에 가득 실린 옥수수를 창고로 옮기는 이부터, 물지게를 지고 왔다갔다하는 이들에, 새로이 건설 중인 건물들도 몇 채 보였다.


“아니 갔다 온지 2~3주 밖에 안됐는데 뭔 일이래...”


“으읏... 좀 같이 들어! 가만히 뭐하는 거야!”


멍하게 사람들을 바라보던 주헌을 향해 짐을 드느라 낑낑대던 로아나가 소리쳤다.


“로아나! 말 조심하세요!”


필립은 곧장 주의를 줬지만...

“아우... 영감님도 좀 들어요. 감량 쓴다고 안 무거운 거 아니니까!”


로아나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주헌 일행은 곧장 로아나에게 가서 물건을 들었다.


“어후! 주헌님은 이런 거 드실 필요 없습니다.”


필립이 주헌이 든 물건을 빼앗았다. 물론 노령의 노인이 젊은 사람의 물건을 들어주는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필립은 일반인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주헌은 흔쾌히 물건을 넘겼다.


그렇게 주헌이 모두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


필립과 로아나가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기가 숭고한 주헌님의 집이군요. 어찌 이리 더럽고 좁아터진 곳에서 지내시는지... 내 당장 마을 촌장에게 가서!”


필립이 혼자 노발대발하며 문밖으로 나가려하자, 주헌은 곧장 필립의 팔을 붙들었다.


“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제 정체는 다른 사람에게 밝혀지면 안 됩니다. 마르지엘라 여신의 숭고한 임무가 엉망이 되기를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그제야 깨달은듯 입을 잠깐 벌린 필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저... 죄송한데 그동안 궁금해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선배님을 왜 성직자분께서 주헌님이라고 부르시는지...”


‘아차!’


그 며칠 같이 지냈다고 스템을 신경 쓰지 않았다.


엘로야 가족같은 사이라 믿을 수 있는 사이였기에 그러려니 했던 주헌이었지만, 스템은 고용된 입장이었고 이미 용서를 구하여 용서해주기는 했지만 뒤통수를 친 이력이 있었다.


주헌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필립이 뭔가 눈치를 챘는지 다시 조용히 주헌에게 다가왔다.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주헌님.”


귓속말로 조용히 중얼거린 필립.


“그거 아니에요... 그냥 들어가서... 아, 아니다. 그것 좀 챙겨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거 라뇨?”


한동안 주헌과 필립은 서로간 조용히 대화를 하다가 끝마치고, 필립은 다시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자리로 돌아갔다.


“스템 씨는 잠깐 나 좀 봐요.”


주헌은 스템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문을 굳게 잠그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 둘 사이에 아직 끝맺지 못한 게 있는 거 아시죠?”


스템을 쳐다보지도 않고 창을 통해 바깥만 보고 있는 주헌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스템은 곧장 주눅이 들었다.


“제가 비록 용서했다고 하지만, 들어서는 안될 걸 들으셨으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네요. 스템.”


스템은 곧장 무릎을 꿇었다.


“서... 서... 선배님 그게 무슨... 저는 입이 무겁슴다.”


“글쎄요... 이미 배신한 전적이 있는 사람을 무슨 수로 믿으려나... 아까 필립 주교님이 얘기하시더군요. 처리하면 되겠냐고요.”


주헌은 이미 성직을 내놓고 떠나온 필립에게 주교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스템이 위압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뒷짐까지 지며 분위기와는 다르게 평온하게 말하며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스템은 그런 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눈물을 그렁그렁 맺기 시작했다.


“서... 선배님 저희 같이 지낸 게 며칠인데.”


스템은 무릎을 꿇은 채 엉금엉금 기어가며 주헌의 바지춤을 잡았다.


“스템... 고생했어요. 스템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요. 그러니 비밀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겠네요. 필립님! 들어오세요!”


주헌의 외침에 필립이 평온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아, 선배님 제발. 아픈 동생과 홀 어머니가 계시는 거 알잖슴까. 제발 제발 선배. 아니 주헌님!”


스템은 세상 비통하게 울며 주헌의 바짓가랑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필립님 제가 아까 부탁한 걸...”


“예. 주헌님.”


“으...으악! 살려주십쇼! 으악! 으악! 아악!”


오도방정을 떨며 소리를 질러 대는 스템에 주헌은 곧장 그의 등을 두드렸다.


“뭐해요?”


“흐끅... 흑... 네?”


“빨리 저거나 받아요.”


주헌은 필립을 가리키며 스템에게 말했다.


주헌의 말에 뒤를 돌아본 스템은 필립이 건넨 주머니를 보며, 필립과 주헌을 번갈아보는데.


둘이 약속이라도 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감에 손까지 떨며 주머니를 받아든 스템은 조심스레 주머니를 열었다.


“으악!”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누런빛에 깜짝 놀라 이것이 마르지엘라 성국의 신성력인가 싶어 주머니를 그대로 놓쳐버렸다.


투둑! 툭! 투두둑!


바닥에 동전들이 떨어진다.


“이... 이게 무슨?”


눈물 콧물 범벅의 스템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주헌을 쳐다봤다.


“마부 일은 그만두고 롬멜 상단에서 일하는 걸로 합시다. 그건 계약금입니다. 그리고 아픈 여동생의 치료비도 따로 지원해 줄 테니, 알고 있는 사실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셔야 됩니다. 만약 이것도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구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한 스템은 머리가 뽑힐정도로 고개를 격렬히 흔들어댔다.



***


“그거 라뇨?”


“저는 살생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랑와 용서를 중시하는 마르지엘라 여신님을 어기는 행동이니까요. 그래서 스템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필립은 대충 주헌이 원하는 방향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거의 정체를 알 순 없었다.


“흠... 그렇다면 죽이진 말고 고문을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이 필립이 직접...”


“아뇨. 아뇨. 그 돈 주머니 두 개만 빌립시다.”


“예? 도...도도 돈 주머니 말씀입니까?”


필립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무리 신의 대리인이라 하더라도 힘들게 모아온 돈을 바로 건네주는 것은 필립에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다.


앞으로 있을 마르지엘라 여신의 계획을 위해서도 자본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도 했고, 신탁을 받아 보좌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미래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왜요? 빨리 가져오세요.”


“그... 그게 이것은 나중에 마르지엘라 여신님의 임무 수행에...”


“어허... 이것도 다 여신님의 계획을 위한 첫 발걸음입니다. 설마 마르지엘라 여신님을 믿는 자가 탐욕을 부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필립은 눈물을 머금고 돈 주머니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



스템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고, 거실에 모인 뒤 주헌은 모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은 마르지엘라 여신에게 선택받았으며, 여신이 내린 중한 임무를 수행중이라고.


필립은 감격의 눈물인지 돈을 잃은 슬픔의 눈물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을 흘려댔고, 스템은 눈을 부릅뜨며 놀라했다.


엘로와 로아나는 딱히 별 관심히 없는 것 같았다.


“이 두 사람은 확실히 믿을만한 인물이야?”


로아나가 주헌에게 대뜸 공격적으로 물었다.


“어허! 로아나! 어찌 대리자님께! 언행을 삼가세요!”


“영감님이 신탁을 받았다는 게 기가막힐 따름이네요. 온갖 악행을 해오셨잖아요? 오히려 여신님께 누만 끼칠 터인데...”


“뭐... 뭐뭣? 그러면 로아나 자네는 뭐 나랑 다른가? 반교황파와 접선하는 거 내가 몰랐을 줄 알아?”


“어머... 그게 무슨 소린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필립과 로아나의 말다툼이 이어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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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젖소 수인 24.06.06 7 2 12쪽
90 90화 감히 공금을 횡령해? 24.06.05 11 2 13쪽
89 89화 보육원장 테라의 고민 24.06.03 16 2 12쪽
88 88화 학교 +2 24.06.02 14 2 11쪽
87 87화 회오리 감자와 콘치즈 24.06.01 15 2 12쪽
86 86화 인구를 늘리면 되겠네! 24.05.30 18 1 12쪽
85 85화 내기 오목은 위험해! 24.05.29 16 3 12쪽
84 84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 24.05.27 17 1 12쪽
83 83화 새로운 사업 - 오목 기원 24.05.26 18 1 12쪽
82 82화 비싸면 빌려주면 되지! 24.05.25 17 0 12쪽
81 81화 어? 매출이 왜 이래? 24.05.23 22 2 11쪽
80 80화 운전 면허 시험의 결과는? 24.05.22 21 3 13쪽
79 79화 운전 교육 24.05.20 23 2 12쪽
78 78화 운전 면허 코스를 만들자! 24.05.19 23 2 11쪽
77 77화 담판 24.05.18 30 2 11쪽
76 76화 긴급 소집 +2 24.05.16 27 2 12쪽
75 75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5 30 2 12쪽
»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3 34 2 12쪽
73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24.05.12 31 3 11쪽
72 72화 비밀 (2) 24.05.11 29 2 11쪽
71 71화 비밀 +2 24.05.09 33 2 11쪽
70 70화 신탁 24.05.08 36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41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39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37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43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40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9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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