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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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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4 19:45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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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글자수 :
539,819

작성
24.05.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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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1화 비밀

DUMMY

71화 비밀


-이제 너 혼자가 아니란다. 너를 보좌할 이들을 많이 골라놓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뜬 시스템창.


그것을 본 주헌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때까지 해온 거라곤 버스기사밖에 없건만, 해보지도 않은 평화에 힘을 써야하는 귀찮고도 큰 임무를 맡게 된 것.


거부권은 없어 보였다.


용기를 내서 ‘싫습니다!’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여신에게 그렇게 말해봤자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괜히 미움을 사지 않을까 싶다.


-그럼, 잘 부탁하느리라.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여신은 인사말을 남겼고...


컴컴한 어둠 속에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며 주헌은 정신을 차리게 됐다.


눈을 떴을 때는 분수대 앞에 정자세로 누워있었다.


원래 있었던 아기천사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세례실 안은 온통 물바다였다. 거기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필립 주교와 로아나는 문 앞에 그대로 기절한 상태로 있었다.


“세례가 원래 기절하고 그런 건가?”


주헌은 곧장 쓰러진 필립과 로아나에게 달려갔다.


온몸이 젖은 채로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의 자세를 바로 하고 숨을 쉬는지 확인하니, 다행히 숨은 쉬고 있고, 자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린 필립 주교와 로아나.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천장 쪽을 두리번거렸다.


“괜찮으세요?”


주헌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으니, 필립 주교와 로아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일단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또 다른 걱정거리가 문제다. 마르지엘라 여신이 말한 보좌할 이들.


직접 누구 누구라고 말해준 것도 아니고 ‘이들’이라고 표현한 걸로 봐서는 다수라는 점은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저를 보좌할 분이신가요?’라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었다.


볼레르 추기경 사건만 봐도, 모든 성직자가 인자하고 착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직자라도 본인의 욕구를 우선할 이들도 있을 테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다.


“그... 세례라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네요...”


보통의 세례를 모르는 주헌이 이리 말하자, 필립은 조금 당황했다.


분명 보통과는 다른 엄청난 세례식을 보여준 주헌이었기에 신탁에서 말한 신의 대리인이 주헌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반응은 아예 모른다는 반응이니, 주헌이 대리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요. 오늘 세례는 꽤 특별했지요...”


“그... 그럼, 이제 가 봐도 될까요? 아니면 정리를 도와드려야?”


주헌은 엉망이 된 세례실을 가리켰다.


“아, 아닙니다! 일단 세례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런데 형제님. 혹시 세례를 받으시면서 여신님께 축복을 받지는 않으셨는지요?”


필립은 떠보듯 주헌에게 물었다. 일반적인 세례에서 축복을 받았을 때는 아기천사의 오줌 한줄기를 맞고 그 사람의 주변에 잠깐 빛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확인 하기도 전에 천사상이 터지고 거대한 파도가 덮쳤으니, 그걸 확인할 여유 따윈 없었다.


“어... 글쎄요. 아무것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이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던 주헌은 여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거짓말로 대처했다.


어쨌거나 거짓말을 하더라도 마르지엘라 여신의 임무만 성공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 따위로 대처하기에는 세례식의 상황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기에 필립은 끝까지 의심을 놓지 않았다.


“로아나 자매. 수정구 좀 가지고 와주시겠습니까?”


수정구.


마르지엘라 여신의 성물 중 하나로 각 교구에 하나씩 배치되어있다.


수정구의 역할은 능력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간혹 축복을 받았음에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의 성직자 생활을 부담스러워한 어린 양들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 2차적인 확인 도구로 사용한다.


물에 흠뻑 젖어 엉망이 된 로아나가 힘겹게 일어나며 수정구를 가져오기 위해 문을 열었다.


“주교님... 바...밖이...”


그런데 세례실만 물바다가 아니라 세례실 바깥도 물바다다. 거기다 스템과 엘로는 바닥에 엎어져 기절해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필립이 뒤늦게 따라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는 바깥의 상황에 주헌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신의 대리인...”


투다다닥! 첨벙첨벙.


성당의 복도가 여러 사람의 발소리로 울려퍼진다.


많은 이들이 급히 달려오는 듯한 소리.


“부상자를 이송하라! 그리고 당장 거대한 파도의 원인을 확인하라!”


복도에서는 볼레르 경비단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필립은 순간적으로 마르지엘라 여신이 말했던 ‘보좌하라.’ 그것이 갑자기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사태의 원인이 된 것은 세례. 하지만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던 세례식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바깥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됐으니, 경비단장은 원인인 주헌을 잡으려 들 것이다. 거기다 교황청에 보고가 들어가는 것까지 불 보듯 뻔한 일. 이 정도 수준의 일은 아무리 볼레르 교구 임시직책을 맡은 상태라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교황청과 경비단의 뒤가 구린 것은 볼레르 교구에 오래지내면서 충분히 봐왔던 필립은 급히 주헌에게 달려갔다.


“형제님... 세례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예? 아까 수정구 어쩌고...”


“그건 안 하셔도 됩니다. 확인은 충분히 끝났으니, 빨리 들어가시죠. 대리 아니... 형제님.”


주헌은 순간 대리자라는 말을 듣고 흠칫했다.


“하지만... 스템과 엘로가...”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바로. 스킬을!”


필립이 핑거스냅을 한번 하더니 곧장 쓰러진 스템의 등에 엘로를 올리고는 끌고 오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무게를 줄여도 무겁잖아!”


필립이 사용한 스킬은 감량.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좋은 스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킬 레벨이 낮아 무게를 반까지 밖에 줄일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인간 성인 한명과 작은 쥐족 수인이라해도 두 사람의 무게를 합치면 100kg는 될 터 반으로 해도 50kg이다.


노령의 필립이 스템과 엘로를 동시에 끄는 것은 힘들만 했다.


“로아나 자매! 좀 도와주십시오!”


로아나도 달려와 스템을 끌어냈다.


낑낑대며 겨우 세례실 안까지 끌고 들어온 두 사람.


그리고 필립은 숨을 헉헉대면서도 곧바로 세례실 문을 잠가버렸다.


“으...으... 왜 이렇게 온 몸이 쑤시지...”


스템이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엘로 역시 눈응ㄹ 비비적 거리며 일어나는데.


“으악! 뭐야 다 젖었잖아! 으...”


“형제님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땀에 홀딱 젖은 필립이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세례실 왼쪽 벽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벽 일부분이 회전문처럼 돌아간다.


“이쪽으로 쭉 가시면 밖이 나올 겁니다! 어서 가십시오!”


주헌 일행은 필립이 시키는 대로 무작정 바깥을 향해 뛰어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마지막 기억이 도망치다 잡힌 건데.”


엘로는 네발로 뛰면서 주헌과 스템을 번갈아 바라봤다.


“제 마지막 기억은 거대한 파도가 덮치는 것 뿐임다!”


“파도? 무슨 파도?”


“지금은 나가는 것만 집중해! 얘기는 나가서 하고!”



***



쾅쾅쾅!


“안에 계십니까?”


경비단장은 물이 나오기 시작한 근원지로 추정되는 세례실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기에 노크 후 반응이 없으면 억지로 문을 부술 생각이었다.


끼익-


“무슨 일이신가?”


“앗! 필립 주교님 아니십니까? 지금 볼레르 전체가 난리입니다. 볼레르 대성당에서 시작된 거대한 해일이 볼레르 전지역을 덮쳤습니다.”


세례실에만 있어서 바깥의 상황을 정확히는 몰랐던 필립과 로아나는 깜짝 놀랐다.


“피해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도 없습니다. 오히려 구원받은 이들이 많았지요.”


“구원이라니요?”


“병든 이들과 상처가 있던 이들이 전부 치료됐습니다. 상처는 말끔히 사라지고 병든이들은 건강해졌지요.”


“그렇군요. 그럼 좋은 일인 것 같은데? 그리 험악한 표정으로 이곳에서 어쩐 일이십니까?”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시작이 바로 이 세례실로 추정됩니다. 아무리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원인 파악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주교님과 로아나 사제는 여기서 무얼하고 계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아... 그거라면 필립 주교님께서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로아나는 눈치 빠르게 필립에게 모든 걸 넘겼다.


필립은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 더러운 성직자 생활 속에서도 어떻게는 버티고 버텨 반세기 가량을 버텨온 이였다.


“흠... 로아나 자매와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지요.”


“하! 기도실이 따로 있는데 굳이 세례실에서 말입니까?”


경비단장은 되지도 않을 필립의 거짓말에 코웃음을 쳤다.


“으악! 신벌이다! 신벌이야! 여신님이 죄인들에게 벌을 내리시는 거라고!”


“크르노 사제님 제발, 진정 좀.”


볼레르 추기경이 신벌을 받는 것을 보고 정신을 반쯤 놔버린 크르노 사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친다.


필립은 마침 딱 좋은 핑곗거리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하는데...


“볼레르 추기경이 신벌을 받은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사실 나도 죄를 지었습니다. 보얀 전 대주교의 자리를 계속 탐내고 있었지요. 내 자리가 아닌데도 욕심을 냈으니, 이것은 죄. 볼레르 추기경이 신벌을 당하고 나서 저는 마르지엘라 여신에게 기도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지요. 기도실이 아니라 세례실을 선택한 것은... 여신님의 축복이 내려지는 곳이니, 더 가까이 닿을 수 있겠다 싶었답니다.”


“흐음...”


경비단장은 그래도 의심이 가시지 않았는지 계속 필립과 로아나를 째려보는데.


“방금 정신이 나가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크르노 사제를 보았지요?”


“교황님의 총애를 받던 자 아닙니까... 교황님이 많이 슬퍼하시겠습니다.”


이때 필립은 눈을 부릅뜨며 경비단장을 째려봤다.


“해일에 맞은 이들은 모두 병에 낫고 상처가 치유됐다고 했는데, 왜 크르노 사제는 오히려 미쳐버렸을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볼레르 추기경의 악행에 분노한 여신님께서 1차적으로 볼레르 추기경에게 신벌을 내리셨고, 그 다음에는 경고차원에서 해일을 일으키신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신앙이 두터운 이들과 죄를 지은 이를 나눠서 상과 벌을 내린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저도 죄를 지어 벌을받아 마땅하지만... 여신님께 진심으로 죄를 고하서 용서를 빌어 이리 살아남은 거겠지요.”


경비단장은 필립에게 설득당하며 더이상 조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성당을 떠났다.


“후우...”


경비단장이 떠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필립이 잠깐 휘청거리자, 로아나가 부축하려 달려들었다.


필립은 왼손을 들며 괜찮다고 표시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로아나에게 물었다.


“로아나 자매님.”


“네. 필립 주교님.”


“당장 짐 챙기고 사직 준비하세요. 그 분을 따라가야 하니...”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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