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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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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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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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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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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DUMMY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다음 분 오십시오!”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주헌의 차례가 되었다.


주헌은 창 쪽으로 운행일지와 신분증을 내밀며 그가 가져가 확인하기를 기다렸는데...


“아! 그분은 바로 보내드려라!”


옆에서 다른 행렬을 확인하고 있던 경비단원이 버스를 확인하던 단원을 향해 말했다.


“예?”


“필립 주교님과 로아나 사제님의 일행이시다.”


버스를 확인하려던 경비단원은 화들짝 놀라며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로 나가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조마조마 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간단히 성문을 통과하자, 주헌은 조금 허탈했다.


그래도 겪었던 일에 비해 별 탈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으니, 그것에 위안 삼는 주헌이었다.




***


그날 저녁.



“잘 찾아봐!”


주헌은 볼레르를 빠져나왔을 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꼬박 하루가 되기도 전에 발생했다.


바로 식량문제다.


타란에서 출발할 때는 셋이 먹을 식량을 여유롭게 챙겼었다. 하지만 마부들의 사주를 받은 스템의 헛짓거리로 인해 시간을 소비하면서 여유롭던 식량은 볼레르에 도착할 때 거의 뱃속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거기다 일련의 사태 덕에 볼레르를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식량을 챙길 여유가 없었기에 식량이 없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다 찾아봤어요! 이게 끝이에요.”


“저도 이게 끝임다.”


엘로와 스템이 자신의 짐가방에서 꺼낸 식량을 꺼내보이는데 처량하기 그지없다.


육포 3개가 전부였다.


“하아... 그럼, 한 사람당 하나씩 가져서 각자 조금씩 아껴 먹는 걸로 하자.”


그렇게 육포를 각자 나누었다.


“근데 저쪽 사람들은 어떻게 함까?”


스템이 필립과 로아나 쪽을 곁눈질했다.


어차피 억지로 탄 사람들이니, 주헌은 그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깐.


“이야! 야밤에도 바깥이 훤히 보이다니 놀랍습니다. 주헌님.”


필립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주헌에게 다가갔다.


“제가 님 붙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가뜩이나 식량이 없어 짜증나는 상황에 하지 말라는 짓을 자연스레 하는 필립을 보며 속이 얹힌듯 가슴이 답답한 주헌이었다.


“뭐, 어떻습니까? 여기에 두 분은 주헌님의 하수인 아닙니까?”


“뭐... 뭣... 뭐요? 내가 하수인?”


엘로는 얼굴이 벌게지며 진짜 기분 나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하수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슴까? 저는 고용된 입장이고, 엘로님도 선배님 집에 얹혀산다고...”


“아아, 이쪽 수인분은 주헌님의 집에 상주하며 잡일을 하는 종이군요.”


스템은 눈치껏 상황을 포장하려 한 말이었는데, 필립은 다른 쪽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나! 노예 아니라구요! 수인이면 다 노예인 줄 아시나?”


“엘로 그만해라. 필립님 엘로는 제가 아끼는 동생입니다. 같이 사업을 하는 사이이기도 하고요.”


“아이고, 이런 실례했습니다. 그렇다면 주헌님의 아끼는 동생이시니 엘로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공손한 자세를 취하는 필립의 모습에 엘로는 뭔지 모를 쾌감을 느끼며, 콧대가 높아졌다.


“그래요, 엘로님이라고 부르...”


“그냥 하대하시라니까요.”


주헌이 말을 가로채자, 엘로는 다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게 참 어렵습니다. 제가 성직자 생활을 너무 오래해서 반말이 익숙치가 않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생각해 보니 필립의 말도 일리는 있어, 주헌은 그가 적응이될 때까지는 이해해 주기로 했다. 대신 ‘신의 대리인’ ‘구원자’ 같은 마르지엘라 여신과 관련있어 보이는 얘기는 입에도 담지말하고 한번 더 경고했다.


“그나저나 모이셔서 무슨 재밌는 얘기들을 하고 계셨는지요?”


“뭐긴 뭐겠습니까... 밥 먹자고 모인 거지.”


“그렇군요. 생각해 보니, 식사를 하지 않으셨지요. 허허.”


‘설마 같이 나눠 먹자는 소리 하는 건 아니겠지?’


육포는 3개뿐 절대로 나눠 줄 생각은 없었다.


“예. 뭐. 밥은 먹어야지요. 저희 밥은 저희가 알아서...”

“식사 준비는 로아나 자매님과 제가 하겠습니다.”


“예예, 그러니까. 알아서... 예? 뭐라고 하셨죠?”


필립이 하는 말을 흘려듣던 와중에 믿기 힘든 얘기에 주헌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아, 당연히 보좌하는...”


“그게 아니고 식량이 있어요?”


주헌은 부담스러울만큼 필립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지...”


툭툭.


주헌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필립의 두 어깨에 팔을 올렸다.


“아뇨. 그저 생각을 했답니다. 역시 나를 도와 마르지엘라 여신의 뜻을 이어갈 이는 필립님뿐이라구요.”


“허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리자시여.”


필립은 좋다며 주헌을 그대로 끌어안았다.


“자자, 그런데 식량은 어디있죠?”


“아, 그거라면... 로아나 자매님! 그걸 꺼내세요.”


로아나가 커다란 짐가방에서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하더니, 작은 가방 하나를 꺼냈다.


사람 얼굴크기정도 되는 작은 가방이었는데...


“여기에 식량을 좀 챙겨왔습니다.”


주헌의 표정은 그대로 일그러졌다.


짐가방에 식량이 가득 든 것도 아니고 사람 얼굴보다 작은 것 같은 가방에 식량을 챙겨와봤자, 그 양이 얼마 되지도 않을 터. 이러면 아껴먹어야 하는 건 똑같다.


“필립님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날 보좌할 그릇이...”


필립은 나이도 많으니 식량을 빼앗고 로아나와 함께 쫓아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잠시.


로아나가 작은 가방에서 각종 요리도구와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양을...


“주헌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아, 역시 절 보좌할 그릇이 크시다구요. 하하...”


필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작은 가방의 정체는 아공간 가방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안에는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고급 제품이라고 한다.


극소수의 부여 스킬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으로 조그마난 가방 하나가 100골드라고...


“그... 저희가 뭐 도울 일은 없을까요?”


어찌보면 공짜로 식량을 얻어먹는 셈이었기에 조금 눈치가 보인 주헌은 조금 주눅든 자세로 물었다.


멋대로 예상하며 한순간에 말을 뒤바꾸려 했던 것이 못내 미안했기 때문이다.


“아아, 괜찮습니다. 주헌님. 어찌 보좌할 이들을 두고 손에 때를 묻히려 하시는 겁니까.”


“그렇지만, 저렇게 많은 재료들을 두 분이 요리하기에는 조금 버겁지 않으시...”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탁!


필립이 핑거스냅을 사용했다.


“읏쌰!”


필립은 재료들과 집기들을 양손 가득 들어 올렸다.


노령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완력.


“세상에!”


‘이것이 바로 주교의 능력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하... 뭐 별거 아닙니다. 제 스킬 중 하나인 감량으로 그 대상의 무게를 반으로 줄일 수 있죠. 오히려 로아나 자매님의 스킬이 더 쓸만하지요.”


그 말에 로아나를 바라본 주헌은 로아나가 스킬 포박을 사용해 마른 장작들을 한데 묶어 놓는 모습을 봤다.


그러고는 당기는 시늉을 하니, 뭉쳐진 장작들이 그대로 딸려왔다.


“당기는 것도 되는군요. 혹시 무게가 무거우면 끊어지거나 그러기도 하나요?”


버스에서 계속 조용히 있던 로아나와 친숙해지기 위해 별 시답지 않은 궁금증을 물었다.


“묶여봐서 알잖아? 끊어질 것 같았어?”


대뜸 반말을 하는 로아나에 당황한 주헌은 제대로 답하지도 못하고 어벙벙하게 서 있었다.


“로아나 자매님! 지금 주헌님께 무슨 말버릇입니까!”


필립이 놀라 짐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뛰어왔다.


“영감님. 이쪽 분께서 반말하라고 하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아니, 로아나 자매... 어찌 이리 말을 천박하게...”


“그리고 자꾸 자매, 자매 하시는데, 성직자 생활 청산한 마당에 주교님이라고 부르기도 뭐하잖아요.”


로아나는 화가 나기라도 한듯, 필립에게 가차없이 얘기했다.


옆에서 보고있던 주헌 일행이 눈치를 볼 정도였다.


성당에 있을 때의 첫 모습은 남사제들과 달리 친절히 대해주고 가련한 모습의 여사제였다면, 볼레르 추기경이 신벌을 받았을 때는 할말만 하며 빠르게 대응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의 여사제였고, 지금은 그냥 무서운 여자로 보였다.


“이... 이! 이! 배은망덕한 내가 얼마나 챙겨줬는데!”


“하하. 두 분 다 왜 그러십니까? 밥부터 먹죠. 밥부터 하세요.”


괜히 불똥이 튀어 밥을 먹지 못할 게 더 걱정인 주헌이었다.


필립은 신의 대리인인 주헌이 명령하기도 해서 애써 참으며 요리 준비를 했다. 로아나는 얼굴에 철판이 씌었는지 필립이 표정이 구리던 말던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주헌에게도 당당히 할 말은 하며 오히려 주헌 일행에게 화덕 만드는 거나 도우라고 말했다.


그렇게 임시 화덕과 냄비 거치대가 만들어지고, 필립과 로아나는 서로 역할을 나눠 요리를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데도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놀라웠다.


필립은 물이 없는데도 스킬을 사용해서 흙 묻은 채소들을 세척했고, 로아나는 냄비에 스킬을 이용해 물을 채우는 것은 스킬로 장작에 불을 지폈다.


‘근데 필립이 주교고 로아나가 사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주헌이 이때까지 본 결과, 필립의 스킬은 감량과 세척이었고, 로아나의 스킬은 물 생성, 불 생성, 포박이었다.


더 쓸모 있는 쪽이라고 한다면 필립주교보다는 로아나 일지도...


그렇게 다시 자기 이익을 생각하고 있었다.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충분히 써먹다가 위험할때 미끼로 쓴다던가 하면 되지 않을까?


“자, 다 됐습니다. 식사하시지요.”


필립이 냄비를 휘저으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배가고팠던 주헌일행은 곧바로 필립과 로아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순서대로 그들이 건네주는 스프를 받았다.


주헌은 마지막으로 받았는데...


필립이 갑자기 귓속말을 해온다.


“주헌님께는 제가 고기 몇점 더 넣어드렸습니다.”


세상 모든 고백 중에 이렇게 달콤한 고백이 있던가...


주헌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역시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엔 나쁜 사람은 없지.’


쓰고 버리겠다고 생각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금세 잊어버린 주헌이었다.



***



며칠 후.



“내비게이션 보니까 슬 도착할 것 같은데, 필립님이랑 로아나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주헌은 보좌할 이들이라 할 지라도 자신이 요청한 것이 아닌 자의적으로 온 것이었기에 그들에게 집을 마련해준다던가 하는 도움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도착전에 단정을 지어놓기 위해 그들의 대책을 물었다.


“당연히 싸가지 없는 로아나와 저는 주헌님을 보좌해야 하니 주헌님 곁에 머물러야겠지요.”


필립은 당연스레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주헌과 로아나의 표정은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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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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