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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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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5.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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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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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신탁

DUMMY

70화 신탁


세례.


물을 이용한 정화의식이자, 여신의 축복을 받는 행위.


이세계에서 세례는 대부분은 아기천사의 오줌 한줄기를 얼굴에 맞으며 끝이 난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다.


간혹 강한 물줄기가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럴 경우는 신성력이 뛰어난 이로 취급되며 추가적으로 수정구를 통해 여신에게서 부여받은 스킬이 있는지 확인받게 된다.


파지직!


“주교님.”


“집중하고 있으니, 나중에 얘기하시죠. 로아나 자매님.”


파직!


“주교님!”


“아이, 거참! 자매님 왜 자꾸 부르십니까!”


눈을 감고 신성력을 넣는데 집중하던 필립은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아나를 매섭게 바라봤다.


“아기천사님이 뭔가 이상합니다!”


“수백년 잘 있던 아기천사님이 뭐가 이상하다는... 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천사상을 바라본 필립 주교는 상황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보통이라면 작은 오줌 줄기 하나만을 배출하고 금방 끝났어야 하건만, 돌로 조각된 천사상은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거 왜 이러는 겁니까? 로아나 자매!”


“그걸 알면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생전 처음 보는 상황에 두 사람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아기천사상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신성력을 너무 많이 주입하신 것 아닙니까?”


“내가 그 정도 신성력이 있었으면 진작에 대주교가 됐지!”


쿠르르르릉. 파직!


“어, 어?”


주헌은 미세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중심을 잃을 뻔하다 다시 자세를 잡고 기도 자세를 유지했다.


“저기...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주헌은 눈을 감은 상태였기에 주변에서 난색을 표하는 두 사람과 미세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괜히 불안해졌다.


“눈 뜨지마십시오. 형제님! 아직 세례 중입니다!”


“아, 예...”


“주교님 아무래도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기천사상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다시 하심이.”


“조용하세요! 이때까지 그런 일 없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내가 처음 맡자마자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로아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에 세례를 멈추려 했지만, 필립은 첫 직무를 망칠 생각이 없었다. 눈으로 보기에 아기천사상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기천사상이 박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우연으로 인한 작은 사고로 끝날 것이라 그렇게 믿었다.


결국 그대로 세례를 진행하는 필립.


그리고...


쿠르르르릉. 우르르.


미세했던 진동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세례실을 크게 뒤흔들었다.


결국 보다 못한 로아나가 주교에게 달려드는데.


콰직! 푸억!


아기천사상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상, 하체가 폭탄처럼 터지면서 온갖 잔해들이 사방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으아악! 이게 무슨!”


놀란 필립은 날아오는 잔해를 피하기 위해 그대로 나자빠졌고, 주교에게 달려들던 로아나는 주교와 몸이 잘못겹치며 같이 엎어졌다.


“으... 그래서 제가 그만하라고 했잖습니까!”


로아나가 같이 넘어진 필립을 부축한다.


쏴아아~~~


세례실 안에는 비가 내리듯 물줄기가 하나하나 떨어진다.


터진 분수대에서 물이 솟구쳐 일어난 현상이었다.


“으으... 난 이제 끝났... 어?”


필립은 한탄하며 모든 걸 포기하고 로아나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는데,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먹구름이 낀 것처럼 세례실 안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부축받은 필립은 자신의 앞길만 걱정하다가 비로소 분수대를 바라보게 되는데...


“로아나 자매님...”


“하아. 왜 그러십니까. 또.”


“뒤... 뒤뒤뒤뒤... 뒤!”


“예? 뒤에 뭐... 가...”


뒤늦게 쳐다본 로아나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세례실 천장까지 채운 거대한 파도가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 냈던 것이었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천장 높이의 파도에서 떨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파도는 오히려 팽창하듯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고, 주교와 로아나가 서 있던 장소까지 점점 그 위엄을 늘려갔다.


“으... 으아악!”


주교는 부축하던 로아나의 팔을 뿌리치고 출구로 뛰어갔다.


덜컥 덜컥!


“이거 왜 이래!”


주교가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세례실의 출구는 열리지 않았다.


쾅쾅!


“바깥에 계신 형제님! 문 좀 열어주십시오!”


주교는 밖에 기다리고 있는 스템에게 기대를 거는 모양이었지만, 세례실 전체에 퍼진 무언가의 힘에 의해 스템은 주교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로아나가 뒤늦게 달려와 문에 스킬 포박을 사용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형의 밧줄이 손잡이를 감싸고 있었다.


로아나는 거기에 계속 신성력을 주입하며 밧줄의 장력으로 손잡이를 부술 생각이었지만.


“아... 아! 이게 무슨 마르지엘라 여신님이시여.,. 왜.. 우억 꼬륵!”


“꺄악! 꾸륵... 꾸으윽...”


거대한 파도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순식간에 두 사람을 뒤덮었다.



***



‘여기도 무당처럼 빙의 같은 게 있나?’


일반인이라면 저렇게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세계의 세례는 처음이고, 아까 상황에서도 난색을 표하던 주교가 절대로 눈을 뜨지 마라 했기에 눈을 감고 있던 주헌은 귀에 들리는 필립 주교와 로아나의 비명이 일종의 세례 의식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띠링.


‘응?’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와 함께 익숙한 화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스템창이다.


-마르지엘라 여신의 축복이 내려옵니다.


띠링


- 레벨업


띠링


- 레벨업


띠링


- 레벨업


띠링


- 레벨업


마치 폭탄 문자를 받은 듯 미친 듯이 머릿속에 울려대는 알람음과 시스템창들에 두통이 몰려온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례라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인가 꾹 참고 버텨보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만! 그만!’


고통스러운 상황에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필립 주교와 로아나가 지켜보는 상황이었기에 겉으로 표현은 못 하고 속으로만 소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헌의 머리를 가득 채웠던 시스템창과 알림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정도로 괜찮겠니?


새하얀 백지가 된 것처럼 개운해진 머릿속에 단 하나의 시스템창이 떴다,


‘누... 누구세요?’


-나는 마르지엘라,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이자, 모든 생명의 어머니며 너를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인이기도 하지.


‘왜... 저를... 이곳에...’


-너는 선택을 받았단다. 신의 대리인이자, 이 세상의 구원자로.


뭔가 들어서는 안 되는 걸 들은 것 같다. 누군가의 밑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는 것은 현실세계 경험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허무맹랑한 임무가 주어지니, 오히려 세례를 받은 것 자체가 후회되는 주헌이었다.


‘구원자라니 이렇게 평화로운 세계에 멸망이라도 온다는 건가요?’


-내가 만든 세계에 멸망이 올 리는 없단다. 하지만 피바람이 부는 것만은 확실하단다. 나는 내 자식들이 서로 죽이면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 네가 막아주었음 하구나.


‘여신님의 힘으로 막으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창조주이긴 하지만, 만들어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후의 일은 운명이란다. 운명은 창조주인 나조차도 건들 수 없는 정해진 그 세계의 인과율. 마음 같아서는 내가 막고 싶지만, 이 인과율이 나의 접근을 막고 있단다. 유일하게 대응 할 수 있는 방법은 신탁인데, 이미 삿된 마음을 먹어버린 내 자식들이 신탁을 들으려 하지 않으니, 유일한 희망은 네가 구원자가 되는 것이란다.


‘한낱 버스기사가 무슨 구원자가 된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힘도 없고 스킬도 그저 버스나 운전하는 그런 것밖에...’


-그거라면 걱정 말거라, 아까 보지 않았더냐? 내 축복이면 너의 레벨을 무제한으로 올릴 수 있거니와 스킬도 얻을 수 있단다.


‘후... 아니, 여신님! 그건 너무 머리가 아파서 버티기가 힘듭니다. 한꺼번에 머릿속이 가득 차니... 속도 메스껍고...’


-아! 그게 문제였구나. 알겠다.


띠링!


또다시 주헌의 머릿속에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시스템창 하나가 뜨는데.


-마르지엘라 여신의 축복으로 최대 레벨이 되었습니다..


-마르지엘라 여신의 축복으로 스킬 포인트 9,999를 획득합니다.


-이제 모든 게 해결 되었구나.


아니, 그거 아니에요. 여신님.


주헌은 어떻게 해서든 구원자인지 대리자인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자유는 물 건너가고 온갖 복잡하면서도 처절한 싸움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 눈에 뻔히 보였으니 말이다.


‘저 혼자서 어떻게 이 넓은 세상을 구원하겠습니까?’


-아! 그게 문제였구나. 알겠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거라.


주헌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아... 불안한데...’



***



“필립에서 볼레르 성을 부여하며 볼레르 교구의 추기경으로 임명한다.”


“와아~ 필립님 만세! 만세!”


“만세!~”


“하하하, 마르지엘라 여신님의 뜻을 이어받아...”


“하아...”

“누구냐!”


짝!


마르지엘라가 한숨을 쉬다가 박수 한 번으로 모든 허상을 없애버렸다.


“아... 안 돼!”


“사랑하는 내 자식아, 이제 정신을 차리거라.”


“누... 누구야!”


필립은 깜깜해진 꿈속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말을 걸어오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너의 어머니 마르지엘라. 너에게 신탁을 내리기 위해 이리 찾아왔단다.”


필립은 ‘마르지엘라’라는 단어를 듣고 곧장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 여신님! 어... 어찌 저에게...”


신탁은 신성력이 많은 이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이들만이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마르지엘라 성국에서도 추기경 절반과 교황만이 신탁을 들을 수 있었다.


“아아, 필립...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식. 내가 이리 너를 찾아온 이유는 너에게만 특별히 신탁을 내리기 위함이란다.”


“예, 예예옛?”


필립은 눈이 동그래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변을 둘러봤다.


“저에게 특별히 말입니까? 무엇이든 말씀하시면 바로 따르겠나이다!”


“그래, 사랑하는 아이야. 이 세상을 구원할 신의 대리인을 내려보냈나니, 너는 그를 잘 보좌하도록 하여라. 삿된 존재들의 위협 속에서 구원의 길은 험난하겠지만 그 여정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필지어니...”


“알겠습니다. 여신이시여!”




***

필립에게 신탁을 내린 후 마르지엘라는 옆에 같이 쓰러져 있던 로아나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필립과는 다르게 정말 평범한 일상속의 세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이야 말로 평화로움과 사랑이 넘쳐나는 마르지엘라가 원했던 세상 그자체...


하지만 지금은 이런 허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짝!


마르지엘라의 박수에 로아나의 꿈이 사라지고, 꿈속에서 장을 보고 있던 로아나는 그대로 캄캄해진 세상에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구나.”


“누... 누구십니까?”


“나는 너의 어머니이자 이 세상의 창조주 마르지엘라. 내가 이리 너를 찾아온 이유는 너에게만 특별히 신탁을 내리기 위함이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휴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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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긴급 소집 +2 24.05.16 2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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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내 돈은 내 거, 니 돈도 내 거! +2 24.05.13 28 2 12쪽
73 73화 맛있는 거 주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24.05.12 26 3 11쪽
72 72화 비밀 (2) 24.05.11 25 2 11쪽
71 71화 비밀 +2 24.05.09 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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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신벌 24.05.05 35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33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38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36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5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36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38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41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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