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백랑 님의 서재입니다.

원본수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백랑(白狼)
작품등록일 :
2017.11.14 23:28
최근연재일 :
2018.02.19 19:0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2,095
추천수 :
140
글자수 :
296,379

작성
18.02.19 19:07
조회
162
추천
1
글자
12쪽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4)

DUMMY

노파는 꾀를 써서 반금련을 제 집으로 오게 만들어 놓는데 성공했다.

다음 날, 노파네 집에서 바느질을 하던 금련은 점심이 되자 돈 한관을 꺼내놓으며 말한다.

"할머니, 오늘은 제가 술이나 대접할게요."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나? 이 늙은 것이 아씨를 모셔다가 일을 시키는것만 해도 미안한데 도리어 아씨더러 돈까지 쓰게 해서야 될 말이요?"

"이건 집주인의 당부에요. 아니면 할멈에게 폐를 너무 끼쳐서 일감을 가지고 집으로 가서 지어다 드리라고 했어요."

"대랑은 공연한 염려를 다하지 않나. 아씨가 그렇게 말씀하니 이 늙은 것이 우선 받아두겠소."

노파는 여인이 일감을 가지고 집으로 갈가봐 얼른 돈을 받고 자신의 돈까지 보태어 좋은 술과 희귀한 과일까지 사다가 극진히 대접했다.


세상 여인들이란 제 아무리 영리하고 찬찬하다 할지라도 비위를 맞추어주고 떠받들기만 하면 열에 아홉은 넘어가기 마련이다.

노파와 여인은 주식을 치른 다음 다시 바느질을 하다가 날이 저물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사흘 째 되는 날에도 마찬가지로 아침을 마치고 왕노파네 집으로 가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이날 점심이 다 될 무렵에 서문경이 새 두건을 쓰고 깨끗한 옷을 입고 드디어 왕노파네 찻집으로 갔다.


"할멈, 오랜만이요."

"누구신가 했더니 시주 대관인 나으리시구먼,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어서 좀 들ㄹ어가 보시우."

노파는 서문경의 소매를 끌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시켰다.


"이분이 바로 나한테 옷감을 주신 나으리라네."

서문경이 여인을 보고 읍하니 금련은 황급히 일감을 내려놓고 마주 인사를 했다.

노파는 그 금련을 가리키며 서문경에게 말했다.

"나으리께서 모처럼 주신 비단을 제가 일 년이나 놔두고 여태 짓지 못하다가 요행 아씨가 짬을 내서 저에게 지어주신답니다. 정말 베틀에서 옷을 짜내듯이 곱게 짓거든요. 이렇게 훌륭한 바느질솜씨를 난생처음 보는 걸요! 나으리께서도 한번 보시오."

서문경은 그 일감을 들고 눈여겨보면서 침이 마르게 칭찬을 늘어놓았다.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 본즉 바로 무대랑의 부인이시군요. 나도 잘 알지만 대랑은 참 굳건한 살림꾼이지요. 거리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나쁘게 구는 일이 없고 돈도 잘 벌지요. 천성이 온순하기를 보기 드문 사람이지요."

이에 노파가 또 맞장구를 쳐준다.

"옛말에 온순함은 입신의 근본이요, 강포함은 화의 근원이라고 했는데 대랑 같이 어진 사람이야말로 천만길 되는 물이 한방울도 새지 않는다는 격이지요. 아씨는 이 나으리가 누구신지 아시우?"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 나으리는 우리 현에서 일등가는 큰 부자라네. 지현께서도 늘 왕래하시는 서문대관인이시네. 백만장자로서 댁에 가보면 붉은 것은 금이고 흰 것은 은이고 둥근 것은 구슬이고 빛나는 것은 보석이라오. 그밖에도 서각이니, 상아니 하는 별의별게 다 있지요."

노파는 또 침이 마르도록 서문경으 추켜올렸다. 서문경은 반금련에게 반하여 당장 집어삼키고 싶었다. 노파는 곧 나가서 차 두 잔을 딸라가지고 들어와 둘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씨, 이 나으리와 같이 마시오."

차를 마시고나자 여인이 은근히 정을 보내는 눈치가 보이므로 노파는 서문경을 보면서 한 손으로 턱을 슥슥 만지며 말했다.

"나으리, 오늘은 아씨가 모처럼 수고를 하시는데 이 늙은 것을 대신해 한 턱 내시지요."

노파의 말에 서문경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난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구려. 돈은 여기 있소."

서문경은 노파에게 은전을 주어 안주를 갖추게했다.

"공연히 일어시지 마세요."

여인은 사양은 하면서도 돌아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서문경은 여인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계집도 연속 곁눈질하여 서문경을 엿보았다. 사나이의 늠름한 풍채에 마음이 엔간히 동한 금련은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앉아서 바느질을 했다.

이윽해서 살찐 거위고기와 삶은 소고기 그리고 희귀한 과일들을 사가지고 돌아온 노파는 주안상을 차려놓고 여인에게 권했다.

"아씨 일감을 치워놓고 한잔 하이오. 아씨를 위해서 일부러 사왔는데, 빨리 드시오. 나는 아씨가 술을 잘하는 줄도 알고 있으니 마음을 푹 놓고 몇잔 하시오."

노파가 술을 권하며 말하는데 시에 이르기를,

예로부터 남녀는 한자리에 못 앉거늘

탕아보고 꼬리치니 얄미웁기 그지없네.

무도두가 당부한 말 듣는체도 안하더니

오늘은 울타리에 개가 기어드는구나.


또 한 수에 이르기를,


본래부터 술과 색은 갈라놓지 못하는 법

음식도 얼마든지 남녀연분 맺어주네.

무도두의 당부는 부질없는 일이여서

바자 뚫고 고대하네 개가 와서 자 주기를.


여인이 잔을 받자 서문경은 젓가락을 들면서 말한다.

"할멈, 저 대신 아씨에게 안주도 많이 권하시오."

이에 노파는 맛있는 안주들을 골라 여인에게 집어주었다. 술이 세 순배쯤 돌자 노파가 술을 데우러 간 사이에 서문경이 묻는다.

"미안하지만 지금 나이는 얼마십니까?"

"쓸데없이 먹은 나이 스물 세 살이에요."

"그러고 보니 내가 다섯 살 위로군요."

이때 노파가 들어오면서 말한다.

"이 늙은 것이 부질없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나으리 댁에 아낙네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 아씨를 따를만한 사람이야 어디 한분이나 있어요?"

"아닌게 아니라 참말 그렇소. 내가 박복한 탓으로 얌전한 사람을 만눌 수가 없었거든요."

"나으리의 선실이 얌전했지요."

"말도 마시오, 만일 내 선처만 살아있다면야 집안이 거꾸로 서겠소? 지금 예닐곱 인간들이 둘러앉아서 처먹고들 있지만 제 구실을 하는 인간이라고는 하나도 없소!"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노파는 또 술이 떨어졌다고 하며 밖으로 나간다.


서문경은 방안에서 술을 따라 계집에게 권하면서 일부러 소매로 상 위에 놓인 젓가락을 쓸어서 봉당에 떨어뜨렸다.

이 역시 인연이었던지 공교롭게 그 젓가락은 면바로 그 여인의 발 옆에 떨어졌다. 허리를 굽혀서 그 젓가락을 주으려던 서문경은 그 여인의 뾰족한 발부리가 바로 곁에 있으므로 젓가락을 주을 대신 그 여인의 수놓은 비단꽃신을 한번 꼬집었다. 그러자 계집은 생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으리, 그러지 마세요!"

그 말에 서문경은 곧 꿇어앉으면서 사정했다.

"아씨, 날 좀 살려주구려!"

"어머 왜 이러세요!"

반금련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문경을 일으키려고 잡았는데 별안간 문이 열리며 노파가 들어오더니 화난 표정으로 떠들어댔다.

"흥! 잘들 놀아대는구나! 내가 옷을 지어달랬지 언제 서방질을 하라고 했나? 무대랑이 알면 나까지도 누명을 쓸터이니 아예 내가 가서 먼저 말할테야!"

이렇게 말하며 노파가 나가려고 하니 그 계집은 노파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할멈, 떠들지 마시오."

서문경도 덩달아 말했다.


"나한테 용서를 받으려면 두 분은 내 말을 들어줘야 하오."

이에 노파는 금시 웃음을 지으며 말투를 바꿨다.

"임자는 오늘부터 무대랑 몰래 매일 와서 이 나으리를 모셔야 하오. 그래야지 하루라도 안 오면 나는 곧 무대랑에게 일러바칠테요."

"할머니, 꼭 그렇게 하겠어요."

"서문대관인한테는 구구히 말하지 않겠소. 나으리 좋을 대로 일이 다 됐으니 내게 약속한 물건이나 잊지 마시오.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나는 또 무대랑에게 말한테요."

"할멈, 염려 마시오. 잊을 리가 있소."

이렇게 되니 세 사람은 다시 술을 몇 잔씩 더 먹고 금련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왕노파는 서문경을 보고 물었다.

"내 수단이 어때요?"

"암, 묘하다 뿐이겠소. 다 할멈 덕분이요. 내 집에 가서 은 한덩이를 곧 보내리다. 약속한 물건은 잊을리 없지요."

서문경도 웃으면서 돌아갔다.


그날부터 계집은 날마다 노파의 집으로 와서 서문광과 한자리에서 지냈다. 날이 갈수록 정이 든 둘은 갈수록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자고로 좋은 소문은 문 밖으로 안 나가도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반달도 못되어 이 일은 근처의 이웃들이 다 알게 되었건만 무대랑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여기에 이런 시가 있다.


반나절의 운우지사 이로울 것 무엇인고

그따위 재미일랑 자랑하지 말 것을.

일후에 집안에서 말썽거리 일어나면

들꽃을 사랑했다 후회가 막심하리.


한편 이 현성안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성은 교씨이고 이름은 운가라고 부르며 나이는 열대여섯 살 되었다.

집에는 늙은 아비뿐인 그는 워낙 약삭빠른 놈이라 철따라 나는 신출과일들을 팔아가며 서문경한테서 용돈을 얻어쓰군 했다.

그날도 배를 바구니에 담아들고 서문경을 찾아 거리로 돌아다니는데 마침 어떤 수다스런 사람이 그에게 일러주는 것이었다.

"운가야, 요즘 서문경은 증편 파는 무대랑의 여편네에게 반해서 매일 자석가에 있는 왕노파의 찻집에 박혀있단다. 지금도 틀림없이 거기에 있을 것이니 너는 애녀석이라 모르는척하고 뛰어 들어가도 괜찮을게다."

그 말을 들은 운가는 곧장 자석가의 찻집으로 갔더니 왕노파가 삼노를 꼬고 있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응, 운가야, 뭘 하러 왔느냐?"

"서문대관인 나으리를 뵙고 돈이라도 배라도 팔아 늙은 아버지한테 뭘 좀 대접할까 해서 왔어요?"

"응? 그런데 왜 여길?"

"할머니는 다 아시면서 그러세요. 난 서문대관인을 찾아 왔단 말이에요."

운가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노파가 꽉 붇들고 욕을 퍼붓는다.

"요 원숭이 같은 녀석이 어딜 들어간단 말이냐! 사람 사는 집에는 내외가 있는 법이다. 우리 집에 무슨 서문대관인이 있단 말이냐!"

"할머니, 혼자만 먹을 생각 말고 남은 국물이라도 좀 줘요. 나는 다 알고 있는데요!"

"뭐라고! 알기는 뭘 안단 말이냐!"

노파는 연신 욕을 퍼붓는다.

"할머니는 정말 찔러도 피가 나오지 않을 격으로 빈틈이 없구려! 내 입에서 한 마디만 나가면 아마 증편장사하는 형님이 야단을 칠거요!"

그 말에 정통을 찔린 노파는 버럭 화를 내며 운가를 꽉 잡고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이 늙다리 화냥년아! 왜 무턱대고 사람을 막 때리는거야!"

운가가 쫑알거리니 노파는 한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누르고 한 손으로 배바구니를 집어던졌다. 운가는 노파를 대적할가 없어 울고 욕하면서 바닥에 널린 배를 주어담고 찻집에 대고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화냥년아! 두고 봐라! 내 당장 가서 일러바치겠다!"

운가는 바구니를 들고 곧장 그 사람을 찾아갔다.

바로 이런 일이 있었기에 모든 일이 일시에 탄로나서 여우굴 토끼굴 뒤집혀지고 모래밭에서 자던 원앙새가 놀라 소스라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원본수호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인물들이 많은지라 나오는 순서대로 기록해보았습니다 17.11.25 299 0 -
공지 첫 업데이트는 6시 전입니다. 17.11.15 312 0 -
»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4) 18.02.19 163 1 12쪽
49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3) 18.02.19 96 0 13쪽
48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2) 18.01.04 129 1 12쪽
47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 18.01.02 162 2 13쪽
46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2) 17.12.24 153 2 12쪽
45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 17.12.23 150 2 9쪽
44 22화 염노파는 관청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주동은 의리로써 송공명을 놓아주다 17.12.22 120 3 19쪽
43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2) 17.12.22 133 1 14쪽
42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 17.12.22 151 1 14쪽
41 20화 호걸들은 조개를 추대하고 유당은 달밤에 운성현으로 가다(2) 17.12.21 139 1 11쪽
40 20화 호걸들은 조개를 추대하고 유당은 달밤에 운성현으로 가다 17.12.11 157 2 13쪽
39 19화 임충은 왕륜을 죽이고 조개는 양산박을 쉽게 빼앗다(2) 17.12.10 158 3 14쪽
38 19화 임충은 왕륜을 죽이고 조개는 양산박을 쉽게 빼앗다 17.12.08 163 3 11쪽
37 18화 송강은 조개를 돕고 미염공은 조천왕을 도망케 한다(2) 17.12.06 146 4 12쪽
36 18화 송강은 조개를 돕고 미염공은 조천왕을 도망케 한다 17.12.06 136 3 11쪽
35 17화 화화상은 이룡산을 치고 청면수는 보주사를 빼았다.(2) 17.12.05 155 2 12쪽
34 17화 화화상은 이룡산을 치고 청면수는 보주사를 빼았다. 17.12.05 138 2 13쪽
33 16화 양지는 생신예물을 호송하고 오용은 지혜로 생신예물을 빼앗다(2) 17.12.02 144 3 15쪽
32 16화 양지는 생신예물을 호송하고 오용은 지혜로 생신예물을 빼앗다 17.12.02 165 1 12쪽
31 15화 오학구는 원씨 삼형제를 데려오고 공손승은 7성중에 가담하다(2) 17.12.01 190 2 13쪽
30 15화 오학구는 원씨 삼형제를 데려오고 공손승은 7성중에 가담하다 17.12.01 159 2 11쪽
29 14화 적발귀는 취하여 영관전에서 자고 조천왕은 동계촌에서 호걸을 알아보다(2) 17.11.30 179 2 9쪽
28 14화 적발귀는 취하여 영관전에서 자고 조천왕은 동계촌에서 호걸을 알아보다 17.11.29 173 2 12쪽
27 13화 급선봉은 동곽에서 공을 다투고 청면수는 북경에서 무예를 겨루다(2) 17.11.29 179 2 8쪽
26 13화 급선봉은 동곽에서 공을 다투고 청면수는 북경에서 무예를 겨루다 17.11.28 211 2 13쪽
25 12화 임충은 양산박에서 녹림객이 되고 양지는 변경성에서 보검을 팔다 17.11.27 216 2 17쪽
24 11화 주귀는 수정에서 효시를 쏘고 임충은 눈오는 밤 양산으로 가다(2) 17.11.27 299 2 12쪽
23 11화 주귀는 수정에서 효시를 쏘고 임충은 눈오는 밤 양산으로 가다 17.11.26 198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