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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 님의 서재입니다.

원본수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백랑(白狼)
작품등록일 :
2017.11.14 23:28
최근연재일 :
2018.0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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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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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2화 염노파는 관청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주동은 의리로써 송공명을 놓아주다

DUMMY

지현은 살인사건이 났다는 말을 듣고 급히 대청에 올라가 앉았다.

내려다본즉 왼쪽에는 한 노파가 꿇어앉았고 오른쪽에는 한 사내가 꿇어앉았다.

"어찌된 살인 사건이냐?"

지현이 물으니 염노파가 대답하였다.

"이 늙은 것의 성은 염씨올시다. 저에게 파석이라는 딸자식이 있었는데 몸값을 받고 송압사의 소실로 주었습니다...."

염노파는 송강을 만난 사연부터 살인한 경과까지 상세하게 말했다.


"너 이놈, 어찌 함부로 살인범을 빼돌렸는냐?"

지현이 다시 당우아를 향해 문초하자 당우아가 공술하였다.

"소인은 전후곡절을 모릅니다. 간밤에 술이나 얻어먹을가 하여 송압사를 찾아간 것뿐입니다. 이 할미의 딸을 살해했다는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송강으로 말하면 성실한 군자인데 어찌 그가 살인을 한단 말이냐? 살인은 필시 네놈이 했겠지! 얘들아, 게 있느냐!"

지현은 당우아를 을러놓고 좌우 관속들을 불렀다.


이때 달려나온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송강의 보조서리 장문원이었다.

그는 염노파가 송강이 제 딸을 죽였다고 고발하므로 자신의 애인이 불찰을 당한 것을 알고 염노파 대신 송사장을 꾸미고 관계서류를 만든 다음 곧 검시원과 행인관 그리고 거리의 이정과 이웃사람들을 불러 염노파의 집으로 가서 현장을 검사하였다.


시체 옆에는 사람을 죽인 비수가 그대로 있었는데 분명이 송강의 것이었고 시체도 장도에 찔려 죽은 것이 분명했다.

지현은 본시 송강과 친한 처지라 일부러 그를 연루시키지 않으려고 당우아만 재삼 족쳐댔다.

관청의 사령들도 송강을 연루시키지 않을려고 이를 악물고 당우아를 4, 5십대 때리고 칼을 씌워 옥에 가두었다.


장문원 역시 이 사건을 물고 놓지 않는지라 지현은 명백한 증거들 앞에서 할수없이 송강을 체포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송강을 며칠째 잡아드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장문원이 또 말한다.

"범인 송강이 도주했으면 그의 아비 송태공과 동생 송청이 지금 송가촌에서 살고있으니 그자들을 붙잡아다가 볼모를 삼고 기한을 정해서 송강을 잡아올리게 하여 심문하는 것이 좋을가 아룁니다."


송나라 법에는 죄수가 법을 어기고 도주하면 친형제가 대신 죄를 갚아야 하는 연좌제가 있기에 종종 동생이나 형님을 대신 잡아들였다.


지현은 되도록 일을 어름어름해서 당우아에게 뒤집어씌웠다가 일후에 형편을 보아 다시 풀어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장문원이 끼여들어서 서류를 꾸미고 염노파를 꼬드겨 매일 현청에 와서 고발하게 하므로 막을 도리가 없었는지라 공문을 내여 송가장으로 가서 송태공과 송청을 잡아드리게 했다.


공문을 받은 포도군사들이 송가촌에 있는 송태공의 장원에 가니 송태공이 맞아주며 말한다.

"이 늙은것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저희는 선조때부터 농사꾼으로 이 전원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저의 불초자식 송강으로 말하면 이 아비의 말을 거역하고 제 본분을 지킬 생각은 하지않고 기어코 관리가 되려고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타일러도 듲지 않길래 이 늙은 것은 수년전에 보현의 관장을 뵙고 그놈의 불효함을 아뢴 다음 호적에서 제적해버렸습니다. 그러니 저의 호적에 없는 놈이올시다. 그놈은 현성에서 제멋대로 살고 저는 아들 송청을 데리고 궁벽한 촌에서 땅마지기나 지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적에서 제적한 문서도 있으니 나리들께서 보시지요."


여러 포도군사들은 원래 송강과 친한 사이라 그 문서란 것은 미리 만들어둔 구실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와 원쑤를 맺고 싶지 않아서 송태공에게 누를 끼쳤다고 사과까지 했다.

송태공은 곧 닭과 거위를 잡고 술을 내서 잘 대접하고 사람마다 10냥씩 은전을 준 다음 문서를 베껴서 주었고 포도군사들을 그것을 가지고 돌아가서 지현에게 보하였다.


이렇게 또다시 모두 송강을 모면케 하려는 심산인 것을 알아차린 장문원은 또 염노파를 부추겨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관청으로 가서 소란을 피우게 하였다.

"송강의 별명이 효의 흑삼랑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 문서는 분명히 가짜일터니 지현께서 밝히 처분해주시기 바랍니다."

"허튼소리 말아라! 전임지현의 인장까지 똑똑히 박혀있는 공문을 가짜라니 웬 소리냐?"


이에 염노파는 대성통곡하며 말한다.

"사람의 목숨이란 하늘과 같은데 만약에 상공께서 이 늙은것의 원한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저는 주 관청으로 올라가서 상소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제 딸년은 너무나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운성현 지현 시문빈은 원래 청렴한 관리였는지라 경위바른 그의 말에 어쩔 도리가 없어 다시 공문을 꾸며 도두 주동과 뇌횡을 불러놓고 분부했다.

"너희들은 군졸을 거느리고 다시 송가촌으로 가서 범인 송강을 잡아오너라."

시에 이르기를,


긴하지 않은 일 될대로 되라지

길옆에서 꽃꺾는다 뉘라서 탓할건가.

꽃같은 파석의 죽음이 가엾어서

사랑하던 사람이 복수하러 나섰구나.


공문을 받은 중동과 뇌횡은 곧 토병 40여명을 거느리고 송가촌으로 내려갔고 소문을 들은 송태공은 황망히 나와서 그들을 영접하였다.

"노인장께서는 저희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상관의 명령이라 저희들의 마음대로 못하는 일입니다. 노인장의 자제인 압사나리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두 도두(都頭)가 물으니 송태공이 다시 송강과 인연을 끊은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댁을 한번 수색해야 돌아가서 회보할 수 있습니다."

주동은 곧 군졸들에게 장원을 에워싸게 하고 뇌횡에게 말한다.

"내가 앞문을 지킬터이니 뇌도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수색해보시우."


주동의 말에 뇌횡은 곧 안으로 들어가서 앞뒤로 돌아다니면서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자 주동이 다시 말한다.

"그러나 안심할 수가 없으니 이번에는 뇌도두가 지키고 내가 들어가서 수색해보리다."


주동은 곧 안으로 들어가서 박도를 벽에 세워놓고 문을 닫아건 다음에 불당안으로 들어가서 전물상을 옆으로 밀어놓고 마루바닥의 판자를 뜯었다.

뜯고보니 그밑에는 끈이 달려있는데 그것을 잡아당기니 뜻밖에 방울소리가 딸랑 하고난다.

그리고 움속으로부터 송강이 불쑥 나오는데 그는 주동을 보가 깜짝 놀란다.


"공명형장, 이 동생이 형장을 붙잡으러 왔다고 노여워 마시오. 전부터 형장은 저한테 아무것도 숨긴적이 없었습니다. 전날 술좌석에서 이곳에 피신처를 마련했다고 말한적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제가 와서 다행이지만 오래 피신할데는 못됩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와서 수색하다 들키는 날이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에 송강이 말하였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하고있네. 주형이 이처럼 돌봐주시기에 말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 송강은 벌써 옥에 잡혀들었갔을거네."


"그런 말씀은 하지도 마십시오. 그런데 형장은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내 생각에는 몸을 의탁하고 지낼만한 곳이 세군데 있네. 하나는 창주 횡해군 소선풍 시진의 장원이고 다음은 소리광(小李廣) 화영(花榮)이 있는 청주 청풍채이고 또 한 곳은 백호산 공태공의 장원이라네. 공태공에게는 자제 두분이 있는데 맏이는 모두성 공명(毛頭星 孔明)이라 하고 둘째는 독화성 공량(獨火星 孔亮)이라고 하는데 여러번 운성현으로 와서 만난적이 있습니다. 대체로 이 세곳인데 지금 어디로 가야 좋을지 주저하고 있다네."


"어찌됐든 오늘저녁으로 속히 떠나십시오. 공연히 지체하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주동은 송강과 또 송사는 걱정하지 말고 송태공도 근심말라는 등 대화를 남기고는 다시 불당을 원래대로 복구해 놓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뒤져봐도 없거든... 우리 송태공이라도 잡아가는 것이 어떤가?"


뇌횡은 주동이 송강의 절친이라 맘에 없는 소리를 한다는걸 잘 아는지라 손을 흔들어댔다.

송태공은 다시 연신 사례하고 술과 음식을 차려 군졸들을 대접하는 한편 은전 스무냥씩 두 도두에게 주었다.

주동과 뇌횡은 송강과의 친분을 생각하여 극구 사양하자 송태공은 은전 40냥을 군졸들에게 나누어가지게 하였고 두 도두는 송태공과 작별하고 현성으로 돌아갔다.


마침 관청에서 일을 보던 지현은 주동과 뇌횡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사연을 물으니 두 도두는 지현에게 아뢴다.

"장원 앞뒤와 이웃집들을 두 번이나 샅샅이 수색했으나 범인의 종적은 알 수 없고 송태공은 병세가 위중하여 운신도 못하니 운명이 오늘 내일이고 또 동생 송청은 지난달에 집을 떠난채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할수없이 문서만 베껴왔습니다."


이에 지현은 더는 두말않고 각처에 공문을 돌려 범인을 체포하게 하였다.

그리고 전부터 현성에서 송강과 교분이 깊은 사람들은 장문원을 찾아가서 더는 시끄럽게 굴지말라고 간권했고 장문원도 계집이 이미 죽은데다 자신도 도의에 어긋난 짓을 했는지라 마침내 단념하고 말았다.

주동은 돈과 물건을 마련해서 염노파에게 주면서 주 관청에 갈 필요까지 없지 않냐고 타일렀고 노파도 자신이 더는 할게 없다는걸 잘 아는지라 재물을 받고 승낙했다.

주동은 또 은냥을 마련하여 주 관청에 사람을 보내 뇌물을 먹이고 현청에서 올린 상소문을 퇴각하지 않도록 했다.


결과 송강은 체포장을 각처에 돌리는데 끝쳤고 당우아는 살인범을 도주시켰다는 죄목을 달아 등장 스무대를 때리고 얼굴에 글을 새겨 5백리 밖으로 유배를 보내고 남은 관련 이웃들과 지인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시에 이르기를,


일신의 낭패는 창기 때문이라

땅굴에 숨었어도 붙잡힐 수 있었다네.

이별할제 피하라고 부탁까지 하였으니

주동은 그야말로 손색없는 의리 미염공이네!


한편 송강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결국 현성의 압사까지 하게 되었다. 그후에도 관청의 힘을 빌어 더욱 많은 사람들과 호걸들을 도와주었었다.

하지만 일개 아전노릇을 하다보니 상관이 간사한자로 파견되어 오기가 종종이고 그런자들은 권세에 아첨하고 그 세도를 믿고 눈에 거슬리거나 뇌물을 먹이지 않는 자들을 잡아넣고 가산을 몰수하고 죽이는 것이 예사지기었다.

그리하여 송강은 미리 자신의 피신처로 땅굴을 파놓았고 또 부모들에게 누가 미칠가봐 부친에게 자신을 불효라고 고발하여 호적을 갈라 따로 거처한 후 관청의 문서까지 받아두었다.


움에서 나온 송강은 부친과 동생을 만나 의논하였다.

"이번에 주동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반드시 옥사를 면치 못했을것이니 이 은혜를 잊지 말고 갚아야 하겠습니다. 제가 도주하면 동생이 대신 연좌해야 되니 동생을 데리고 도주해야겠습니다. 혹시 천도가 저를 버리지 않아 대사면이 내리면 그때 다시 돌아와서 아버님을 뵙겠습니다. 아버님은 힘드시면 주동에게 부탁을 하십시오."


이에 송태공이 당부한다.

"그런 일은 걱정말고 동생을 데리고 부디 길에서 조심해 가거라. 어디 가서 몸을 부지하게 되거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편지나 보내거라."


그날 밤으로 짐을 꾸린 송강네 형제는 4경에 일어나서 식사를 한 후 길을 떠났다.

송강은 머리에 흰 범양전립을 쓰고 위에는 흰 공단저고리를 입고 세로 줄이간 분홍 실띠를 띠고 아랫도리에는 행전을 치고 발에는 총이 촘촘한 미투리를 신었다.

송청은 하인차림을 하고 보짐을 지고 함께 초당에서 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부친에게 하직하였다.

그리고 머슴들에게 모조록 집을 잘 보살피고 태공을 정성껏 모시고 식사범절을 등한히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요도를 차고 박도를 들고 장원을 떠났다.


때는 바로 가을도 다 가는 초겨울이었는데,


연꽃줄기 줄기마다 속절없이 시들고

오동잎 잎마다 우수수 떨어지네.

귀뚜라미 마른 푸에서 울고

기러기는 모래밭에 내리네.

보슬비는 단풍잎 차분히 적시는데

찬 서리 내려선가 날씨는 차네.

길 걷는 나그네 길손 아니고야

마가을의 풍경 어이 알건가.


송강은 동생 송청과 어디로 가야할지 의논하자 송청이 대답한다.

"저는 강호에 떠다니는 사람들이 늘 창주 횡해군게 사는 시대관인의 선성을 말하는걸 들었습니다. 그분의 대주황제의 직계후손이라는데 아직 만난적은 없지만 그분을 찾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듣자니 의리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아끼지 않고 천하의 호한들을 사귀기 좋아해서 당대의 맹상군(孟嘗君)이라고들 합디다."

"나도 그분과 편지 왕래는 있었지만 인연이 없어서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참에 그쪽으로 가는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의논이 맞으니 둘은 곧 창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여러날만에 드디어 창주경내에 이르렀다.

둘은 길을 물어 쉽게 시진의 장원을 찾아서 머슴에게 물었다.

"시대관인께서 장원에 계시냐?"

"대관인께서는 40리 밖에 있는 동장으로 가셨습니다."

"어느길로 가면 되느냐?"

"황송하오나 두분 나리의 성함은 누구십니까?"

"나는 운성현에 사는 송강이라는 사람일세."

"그러시다면 급수우 송압사나리가 아니십니까? 대관인께서는 늘 나리의 존함을 말씀하시면서 만나뵙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셨습니다. 송압사나리라니 소인이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송강과 송청은 반나절쯤 걸어서 동장에 이르렀는데 바라보니 과연 훌륭하고 아담한 장원이었는데,


앞에는 넓은 강 뒤에는 높은 산, 홰나무 버드나무 숲이룬 곳에 손님을 접대하는 대청 네댓채, 집모퉁이 돌아드니 소떼 양떼 욱실거리고 밀타작마당엔 오리 거위 떼를 이뤘네. 맹상군의 식객도 못 먹어본 산해진미 먹고 왕궁보다 많은 무수한 일군 두었네. 집에는 식량 남아 닭과 개도 배불리고 부역을 면제받아 자손들 할가롭네.


머슴은 송강과 송청을 정자에서 기다리게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알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안간 장원 중간채의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네댓명 하인을 거느린 시대관인이 황망히 달려와 정자로 올라와서 송강을 맞이했다.


시대관인은 송강을 만나자 먼저 업드려 절을 하며 말한다.

"오래전부터 뵙고 싶었던 말씀은 이루 다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하늘의 보살핌으로 이리로 오셔서 저는 평생소원을 풀게 되었으니 참으로 천행입니다."


송강이 맞절을 하면서 말한다.

"보잘 것 없는 아전인 송강이 오늘은 일부러 존공에게 신세지러 찾아왔습니다."


시진은 송강을 붙들어 일으키며 말한다.

"간밤에는 초불이 춤을 추고 오늘아침에는 까치가 울더니 뜻밖에 귀형께서 광림하셨군요."


시진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하니 송강은 동생 송청을 불러서 인사시켰다.

시진은 하인을 시켜 송강에게 후당 큰 채에 자리를 마련하게 하고 송강 형제에게 목욕을 하게 한다음 비단옷 비단신과 비단버선을 갈아입고 갈아신게 하였다.

그리고 좌석을 정하고 십여명의 가신들과 장원에 머무르는 호걸들을 불러 술을 나누면서 송강에게서 여기까지 오게된 사연을 들었다.


이렇게 술을 밤새도록 마시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송강은 더는 마시기 힘든지라 몇잔이라도 피하려고 소피하러 나가려하니 시진이 하인을 불러서 불을 들고 안내하게 하였다.


하지만 송강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는 생각으로 비틀거리며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술이 엔간히 취한 송강은 비틀걸음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앞에 한 사나이가 작은 화로에 불을 떠놓고 쪼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공교롭게도 화로를 걷어찼다.

숯불덩이가 면바로 그 사나이의 얼굴에 뛰자 찔끔 놀란 그 사나이는 버럭 화를 내며 송강의 멱살을 잡고 호통쳤다.


"너는 어떤 놈인데 감히 나에게 희학질이냐?"

이에 하인이 막아서며 말한다.

"버릇없이 굴지 마오! 이분은 대관인께서 소중히 모시는 귀한 손님이시요!"

"귀한 손님! 나도 처음 왔을 때는 귀한 손님이었댔다! 나도 한때는 소중한 소님대접을 받았지! 지금은 너희 하인놈들의 고자질로 홀대를 받고있는거야."


그 사나이는 송강을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하인은 얼른 등롱을 내던지고 말리면서 사내와 승강이질 하고 있는데 멀리서 시대관인이 하인 네명의 안내하에 이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압사나리가 들어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찌 여기에서 이러고 계십니까?"

그러자 하인이 사연을 아뢰었다.

시대관인은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사내에게 말한다.

"자네는 이 명망높으신 압사나리를 몰라보나?"


그 사나이는 비꼬는 투로 대답한다.

"제아무리 명망이 높다기로 운성현 송압사만큼 하겠소. 어림도 없지!"

그 말에 시진은 껄껄 웃었다.

"자네는 그 송압사나리를 아는가?"

"내가 친히 본적은 없지만 강호에선 오래전부터 급시우 송공명이라는 선성은 들었습니다. 그분은 의리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아끼지 않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천하에 이름난 호한이라던데! 한두마디로 말할수 없지만 그분은 정말 대장부라고 들었습니다. 이 몸이 병만 나으면 그분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분이 지금 멀다하면 10만8천리밖에 계시고 가깝다면 바로 자네앞에 계시네."

시진은 송강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이분이 바로 급시우 송공명일세."

"참말이시요?"


그 사나이는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더니만 넓적 엎드려 절을 한다.

"제가 오늘 이렇게 형장을 뵙게 되다니, 정말 꿈만같습니다. 아까는 제가 너무 버릇없이 굴었는데 천만번 용서해주십시오. 눈은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나이는 엎드려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므로 송강은 황망히 부추겨 일으키며 물었다.

"당신의 성함은 뉘시오?"


송강의 물음에 시진이 그의 성명과 고향을 말했다.

산중맹호도 그를 보면 혼비백산하고 숲속의 화적들도 그를 만나면 간담이 서늘했으니 이를테면 별과 달이 빛을 잃고 강와 내물도 거꾸로 흐를 지경이엇다.

필경 시대관인이 말한 그 사나이가 누군가는 하회를 보라.



작가의말

송강의 호칭이 많이 나오기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성명: 송강(宋江).

자: 공명(公明)

별호: 급시우, 호보의(呼褒義). (가물에 단비란 뜻과 의리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비슷한 뜻임.)

별칭: 흑삼랑(위에 형 둘이 있느데 죽어 삼랑이라 부르겠죠.)



이번회는 한편으로 끝내야 될것 같습니다.

8500자나 썼는데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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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2) 18.01.04 129 1 12쪽
47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 18.01.02 162 2 13쪽
46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2) 17.12.24 153 2 12쪽
45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 17.12.23 150 2 9쪽
» 22화 염노파는 관청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주동은 의리로써 송공명을 놓아주다 17.12.22 121 3 19쪽
43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2) 17.12.22 133 1 14쪽
42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 17.12.22 151 1 14쪽
41 20화 호걸들은 조개를 추대하고 유당은 달밤에 운성현으로 가다(2) 17.12.21 1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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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9화 임충은 왕륜을 죽이고 조개는 양산박을 쉽게 빼앗다 17.12.08 163 3 11쪽
37 18화 송강은 조개를 돕고 미염공은 조천왕을 도망케 한다(2) 17.12.06 14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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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4화 적발귀는 취하여 영관전에서 자고 조천왕은 동계촌에서 호걸을 알아보다(2) 17.11.30 179 2 9쪽
28 14화 적발귀는 취하여 영관전에서 자고 조천왕은 동계촌에서 호걸을 알아보다 17.11.29 173 2 12쪽
27 13화 급선봉은 동곽에서 공을 다투고 청면수는 북경에서 무예를 겨루다(2) 17.11.29 179 2 8쪽
26 13화 급선봉은 동곽에서 공을 다투고 청면수는 북경에서 무예를 겨루다 17.11.28 212 2 13쪽
25 12화 임충은 양산박에서 녹림객이 되고 양지는 변경성에서 보검을 팔다 17.11.27 216 2 17쪽
24 11화 주귀는 수정에서 효시를 쏘고 임충은 눈오는 밤 양산으로 가다(2) 17.11.27 299 2 12쪽
23 11화 주귀는 수정에서 효시를 쏘고 임충은 눈오는 밤 양산으로 가다 17.11.26 1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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