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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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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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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65

작성
24.09.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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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회. 매화향의 주인은?

DUMMY

17회. 매화향의 주인은?



‘저게 선풍보(旋風步)인가? 정말 빠르네. 나도 빨리 경공 배워야 할 텐데.’


예로부터 제갈국의 가장 기본 내공심법서‘소천성공(小天星功)’을 보는 제갈현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내 오늘 이걸 반드시 떼고 만다.’


누가 얘기했다.

무공의 가장 기초가 심법이라고.

이걸 떼야 어떤 무술이든 좀 더 심도 있게 펼칠 수 있으니.


운기조식이란 것도 꾸준히 해서 빨리 눈앞에 있는 호위무사를 이겨 볼 생각이었다.


그래야 모두가 닮고 싶은 꿈의 경지이자 허상인 백리현과도 싸울 수 있을 테니.


‘아,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래서야 언제, 전 대륙 내 두 번째 강자인 백리현을 잡을까. 내공을 어떻게 빨리 쌓지? 내가 백리현과 싸우면 분명 제국과 부딪칠 텐데. 아, 아냐, 우선 백리현보다 세지는 게 우선이야. 서두르지 말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확실하게 잡는다.’


다른 건 몰라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될 리가.

게다가 소천성공이 말이 기본이지.


이 자체가 완성된 심법이라 쉽지 않을 텐데.


하물며 책 제목도 별을 담은 작은 하늘이라지 않는가.

가부좌를 틀고 뭔갈 하려던 제갈현은 뜻대로 되지 않는지

눈썹이 꿈틀꿈틀했다.


‘좋은 기운은 받아들이고, 나쁜 기운을 뱉어낸다. 기운, 기운이라. 기운이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낀다.’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가며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던 제갈현.

토납법(吐納法)을 하던 도중 갑자기 흉통이 왔다.


“윽!”


습관처럼 하던 호흡을 버리고.

익숙지 않은 호흡을 무리하게 한 탓이렷다.


이럴 때 스승이 있어야 잘못된 걸 알려 줄 텐데.


빨리 강해지고 싶던 욕심 탓에 너무 무리했다.

여현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지.


가장 기초 중의 기초인 기운이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책이 이끄는 대로 하려니. 이게 될 리가.

기지도 못하는 놈이 날려고 하니 탈이 났다.


책에선 이 정돈 스승에게 배웠다고 여겨 빠졌으리라.

그래서 가. 장. 기초를 제외하고 진도를 쭉쭉 뺀 건데.


책 한 권에 그 심오한 내공심법이 다 담긴 힘들어 이런 사달이 났다.

게다가 좀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흉통만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머리까지 아픈 게.


‘윽, 아, 운기조식하는데 머리가 왜 이렇게 아파? 아냐. 정신 집중! 할 수 있다. 이건 남들도 한다. 집중. 집중하자. 기운을 느끼자. 전생의 그때처럼 바람 소리를 느끼고 공간을 지배했던 그 강렬한 기운을. 느낀다, 느낀다.’


제갈현의 감각이 점점 확장 되어갔다.

처음엔 1척(尺, 30cm)이던 것이 2척, 3척으로 확장되고.


어느새 1장(丈, 3m)까지 확장되었다.

그래, 이미 전생에서 경험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낀다, 느낀다.


기운을 느낀다.


이런 감각을 왜 잊었을까?

누구보다 더 잘 느꼈던 제갈현이.


눈이 보이면서 잠깐 그 감각을 잊었다.

몸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 같으나, 이건 그것과 달랐다.


조금 전까지 피로했던 몸이 점점 개운해진다.

느낀다, 느낀다. 기운을 느낀다.


그때 제갈현의 코끝에 짙은 매화향이 스쳐 지나갔다.


“어, 봄도 아닌데 왜 매화향이?”


움찔.

방 안을 가득 채운 매화향에 제갈현이 눈을 번쩍 떴다.


뭐지, 제갈현의 눈에 뭔가 움찔하는 게 보였다.

뭔가 심하게 일렁이는 게.

왠지 이전보다 더 선명해진 것 같기도.


“어, 너, 뭐냐?”


‣<······!>


전엔 연한 회색빛이었다면,

지금은 빙하 속 심령 같은 잿빛이다.


주변에 일렁이던 푸른빛도 더 선명해졌다.

예전엔 흐릿하게 보일 뿐 특별한 형체도 없었는데.


아, 한 번 있었다.

자객이 왔을 때.

갑자기 나타났던 그 기운.


그때 아주 잠깐 이런 게 선명하게 보였었는데.

의식을 차려보니 그대로였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도포를 입은 듯 옷도 펄럭, 펄럭거리는 게.


“가만, 너 매화검존 운상이잖아. 꿈에서 볼 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인상이었는데. 야, 너 어쩌다 그렇게 험악한 아저씨가 됐냐?”


‣<······.>


뭐지? 왠지 한쪽 눈썹을 치켜뜬 것 같은데.

여전히 침묵하는 아주 진한 잿빛 운상(?).


‘야, 대답 좀 해봐. 네가 진짜 운상인지. 진짜 운상이면 정말 좋긴 하겠다.’


오소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저 운상을 떠올렸을 뿐인데, 이런 희열감은 뭘까?


여기 여현이 있었다면 운상을 보라고.

얘가 꿈에서 본 그 멋진 녀석이라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어, 그럼. 그때 도와준 것도 혹시 운상인가?’


‣<······.>


제갈현이 뭐라고 지껄이든.

잿빛 운상(?)인 듯한 그것은 무심한 눈동자로 한번 힐끗 쳐다볼 뿐 반응도 없다.


그렇게 그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여현아, 어째 넌 편지 주러 갔다가 죽었냐? 왜 오질 않아?’


*


둘째 왕자를 찾아 나선 여현은 정말 황당했다.

오늘 그가 받은 명령은 간단했다.


그저 편지만 주고 오기만 하면 끝.

헌데, 벌써 몇 시진째 둘째 왕자를 찾아 헤매고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여현은 제갈현이 있던 귀영전을 나올 때만 해도 금방 끝낼 거라 여겼건만.


여직 이러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언서각과 신혜전(新慧展, 학문연구·무기 개발연구소) 지박령으로 유명한 제갈교인을 만나는 게 무에 그리 힘들어서.


원래 둘째 왕자를 찾는 건 요즘 제갈현을 찾는 것보다 더 쉽다는 말이 있었다.

최근 제갈현이 체력 단련한다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선데.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뭔갈 뚝딱, 뚝딱 만들길 좋아하는 제갈교인이 어째선지 신혜전에 없었다.


교인을 찾아 나선 여현은 곧장 신혜전 무기 연구소를 찾았다.

그가 무기 개발 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러나.


“2 왕자 저하 말입니까?”


“예”


“오전에 한 번 오셨다가 필요한 책이 있다며 언서각에 가셨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여현이 언서각에 갔더니


“저하께선 오늘 언서각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둘째 왕자가 자주 찾는 두 곳 모두 그가 없자, 여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디 계실까? 지나가는 궁녀들에게 물어도 모르고. 혹시 거긴가?’


신혜전 연구소에서 좌측으로 돈 여현이 직진해서 곧장 제갈교인 처소를 찾았다.

환환전(幻幻殿, 제갈교인의 처소)에 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이고,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주여현 호위무사님!”


“반갑네. 내 그쪽을 계속 찾았는데.”


“예? 대체 무슨 일로···?”


여현은 교인을 따라다니던 시종을 보자 겨우 안심되었다.


“저하께 볼일 있어서 언서각이랑, 신혜전을 몇 번 왔다 갔다 했거든.”


“아, 그러셨군요. 처음부터 환환전에 오셨으면 됐을 텐데.”


“그러게나 말일세. 저하께선 안에 계시는가?”


“예, 오전부터 들어가셔서 지금까지 쭉, 처소에 계십니다.”


“그래, 그럼, 어서 말씀드려 주게.”


여현의 말에 살짝 고개를 숙인 시종이


“저하, 저하!”


“······.”


조용~.

저하께서 진짜 안에 계시긴 할까?

어째서 이리 조용하지?


“저하, 귀영전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


여전히 답 없는 제갈교인.

그의 침묵에 호위무사 눈치 보느라 시종이 식은땀을 흘렸다.


시종은 잠시 둘째 왕자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무사를 보곤

용기를 내 다시 왕자에게 일렀다.


“저하, 1 왕자 저하께서 호위무사 주여현을 보냈습니다.”


분명 저하가 그렇게 좋아하는 형님이 사람을 보냈다면, 저하께서 얼른 문을 열고 나오시리라.

그렇지만


‘······! 아, 진짜.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요것만 하면. 이것만···.’


“저하, 주여현 호위무사가 꼭 저하를 직접 뵈어야 한다고 합니다.”


“······후우! 들여보내라.”


처소 안쪽에서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그 목소리에 짜증이 실렸는지.


여현이 처소 앞에서 아주 잠깐 들어가길 망설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여현의 발이 처소 안으로 들어간 순간


스르륵! 뭔가 진이 발동했다.

원래 여현은 길눈이 밝고 바람처럼 빠른 경공으로 정찰 임무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해서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누구보다 빠르게 해결할 자신이 있던 그였다.


그런 여현이 제갈교인의 방에 들어온 뒤부터 무슨 일인지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 헤매고 있다.


‘분명 방이었는데, 무슨 방에 나무가 있고 연못이 있으며 저런 폭포가 있는 걸까? 아, 이게 그 진법이구나.’


해를 따라 걸었다.

해를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가 그 끝에 닿겠지.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걸었건만. 도대체 닿질 않는 둘째 왕자.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진법이나 좀 배워 둘걸. 이번에 나가면 꼭, 진법을 배우고 만다.’


돌고 돌고 하염없이 걷던 여현이 한계가 왔는지.

기운을 끌어올렸다.


진법을 풀지 못하면 깨부숴 버리면 될 터.


‘둘째 왕자님께서 애써 만드신 진법을 지켜드리려 했는데. 저도 바빠서 말입니다.’

“저하, 진법을 풀어주십시오.”


“······.”


여현이 허공에 대고 교인을 찾았으나 여전히 답이 없다.


“저하! 거기 계신 거 압니다. 저하! 지금 진법을 풀어주시지 않으면···.”


교인은 대체 뭘 하고 있을까?

아무리 여현이 아랫사람이라 해도 이건 해도 너무 했다.


남의 시간을 이리 허비하게 했으니.

보통이라면 사과해야 할 텐데.


‘저하, 이제 더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여현이 천근추의 힘을 장딴지에 잔뜩 끌어모은 뒤, 주먹을 허리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곤 말아쥔 주먹을 곧게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소림의 정권 찌르기.


백보 밖에 있는 바위조차 박살낸다는 그 백보신권(百步神拳)이 여현의 주먹에서 펼쳐졌다.


그것도 한 번만 펼쳐진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펼쳐지자.


콰콰콰콰쾅!!!

연쇄적인 소리에


“야, 이 새끼야!!”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몽글몽글한 하얀 뭔가가


슝!

날아왔다.

그때 날아오는 인형을 잽싸게 낚아챈 여현이 미종진(迷從陣)을 빠져나온 뒤 무릎을 꿇었다.


“저하를 뵈옵니다. 저는 호위무사 주여현입니다.”


눈앞의 여현을 불퉁한 시선으로 째려본 교인이 얼굴의 반을 차지한 안경을 끌어올리며 짜증스레 말했다.


“너, 뭐야? 내가 만든 진법을 왜 깨부숴!? 바빠죽겠는데 방해하고 난리야.”


“송구하옵니다, 저하. 첫째 왕자님께서 빨리 전하라고 하셔서.”


“정 급하면 문 앞에 있는 기원이한테 맡기면 되잖아.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너 때문에 망쳤어.”


‘후,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죄송합니다. 우선 이 편지부터 읽어보시죠.”


“아, 알았어. 거기 두고 가.”


쬐끔한 녀석이 성질 한번 사납다.

한창 연구에 집중하던 교인은 며칠째 풀리지 않던 일이 쭉쭉 진행돼서 기분이 좋았으나


여현이 미종진에 들어왔을 때부터 집중력이 깨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얼마간 더 여현을 괴롭힌 이유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연구에 매달린 까닭이었다.


‘아, 조금만 더 했으면 우리 제갈국에도 새로운 신병이기가 탄생할 뻔했는데. 으씨, 저 주여현 때문에 망쳤어.’


여현이 돌아간 뒤에도 교인은 집중력이 깨진 게 속상해 제갈현의 쪽지를 읽지 않았다.


‘내 다음번엔 좀 더 강력한 미종진을 만들어서 진법에 빠지면 길을 헤매다가 지쳐 쓰러지게 만들어야지. 그래야 다신, 방해 안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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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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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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