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09 20: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62
추천수 :
6
글자수 :
98,263

작성
24.08.16 22:00
조회
41
추천
2
글자
11쪽

1회. 과거의 망령(1)

DUMMY

1회. 과거의 망령(1)



다다다닷!

다가오는 혈군단을 죽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연합군.


이들이 차마 도망칠 생각조차 못 한 채, 그저 죽음을 기다리던 찰나였다.


그때


“깨어나라!”


‘······?’


‘······뭐지?’


감정이라곤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들었다.

지금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말에 사람들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싸늘한 눈빛으로 전장을 쭉 훑어보는 남자.

빙설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은발에 잿빛 눈을 가진 젊은 남자가


“깨어나라! 너희들의 시간이다!”


이게 주문이었을까?

번쩍,

눈을 뜬 이들이 반대편에서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첨가된 투명한 얼음 인간들(?)이 흰색 아지랑이를 일렁이며 자기들보다 어린 남자를 짙푸른 색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얼음 군단은 살아생전 모습, 복장 그대로 전장에 섰다.

얼음 군단이 전장에 서자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가라! 적들을 섬멸하라!”


다다다닷!

우와아아아!

아군 진영에선 그들을 도울 푸른빛을 머금은 얼음 군단이 나타나자,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살았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가라!!”


짙은 붉은빛 혈군단과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군단이 전장에서

콰콰콰쾅쾅!

크게 맞부딪쳤다.


타탓, 다다다탓!

대규모 얼음 군단과 혈군단의 맞부딪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굉음을 울렸다.


초고수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휘두르는 검의 파장이

우우우웅!

검명을 울리며 퍼져나갔고 그럴 때마다


쿠쿠쿠쿠쿵!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고,

수십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는가 하면.


휘이이잉!

몇십 리나 떨어진 아군이 갑자기 몰아친 회오리에 죽을힘을 다해 근처에 있는 나무를 붙잡아야 했다.


운석이 떨어진 듯 초토화된 땅.

뒤죽박죽 뒤엎어진 땅이 어찌나 푹 푹, 파였는지.

군데군데 초대형 저수지가 생겨났다.


이제 이 땅 어디에도 이전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돈데.


이곳에 아군 진영을 대표하듯 얼음 군단이 당당히 섰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군단장급으로 보이는 얼음 군사가 전장을 훑어보더니.

뭔갈 중얼거리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수천의 혈군단이


콰자자자작!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뒤늦게 기운을 확 끌어올린 한 혈군사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보려 했으나

그 역시 여지없이 얼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혈군사의 검은 눈동자가 맞은편에 선 얼음 군단장을 주시했다.


얼음 군단장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뒤돌아서자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혈군단이 일시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이길 수 있다!!”


그 많던 혈군단이 사라지자, 아군 진영에 있던 군사들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는 듯.

아군 진영에 있던 제갈현이 혈군단을 이끄는 언천강을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반대편에 있던 언천강의 붉은 눈이 잿빛 눈의 제갈현을 눈에 담았다.

언천강과 제갈현이 서로 마주 보며


“눈을 떠라! 복수할 시간이다!”


“깨어나라! 적을 섬멸하라!!”


두 사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루가 됐던 혈군단이 검은빛을 일렁이며 무섭게 다시 일어났다.


제갈현의 명에 혈군단을 섬멸하려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는 얼음 군단.



다다다탓!


그에 맞서 일제히

스릉! 척!

검과 각종 무기를 쥔 혈군단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얼음 군단과 혈군단의 끝없는 전쟁은 그날 그렇게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


제갈현이 휘귀하기 전이었다.

제갈현의 나이 21세.

초견 복제 능력도 있겠다, 타고난 무재(武才)가 있어 당연히 왕세자가 되었다?


천만에.

제갈현은 불행히도 왕세자가 되지 못했다.


그의 최전성기는 딱 열두 살 때.

빙설제국에서 있었던 황태자 책봉식(冊封式) 때까지였다.


이때만 해도 제갈현은 머리가 좋고 타고난 체력이 좋아서 그가 왕의 재목으로 꼽히던 때였다.

그랬던 그가 책봉식을 끝내고 돌아오던 날


“뭐, 첫째 왕자의 눈을 치료할 수 없다?”


“전하! 송구하옵니다. 첫째 왕자님께선 이미 치료 시기가 늦었사옵니다. 짐새 독에 당한 걸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왕의 벼락같은 호통에 납작 엎드린 태의가 진실을 고했다.

허나 아무리 이성적인 제갈국 왕이라도 제 자식이 앞을 못 본다는데, 제정신일 리가.


“태의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어째서 독에 당한 걸 몰랐어!?”


“전하! 짐새 독에 당하면 한 시진 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이 독이 갓 감염되었을 땐, 아무 증상이 없어서 대부분 치료 시기가 늦어 사망합니다.”


‘······!’


“다행히 주여현 호위무사가 그 즉시 지혈하고, 나름 조치를 취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왕자님께선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운명하셨을 겁니다.”


“뭐, 치료를 잘했다? 잘했는데 이리되었어!? 어, 사당국은 독을 다루니. 분명 고칠 수 있을 게야. 어서 사당국에 연락을···.”


“전~하, 그들은 그저 독을 다룰 뿐, 신이 아니옵니다. 왕자님께선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만 해도, 이미 기적이오니. 제발···.”


“그렇다고 이리 손 놓고 있어? 이원석, 자네가 제갈국 내에서 최곤데. 아무것도 할 게 없다니. 어서, 뭐. 라. 도. 해 보게. 어서!”


“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제 의술이 미천하여 왕자님을 치료할 수 없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이런, 이 일을 어째. 저 어린아이가 평생 앞을 못 본다는데, 왕인 내가 왕자를 위해 해줄 게 없다? 하, 이를 어쩐단 말인가? 이 일을···.”


송구하다며 머리를 쿵쿵쿵, 찧어대는 태의와 뒤돌아서 슬픔을 억누르는 제갈국 왕‘제갈승’.


왕께서 태의를 닦달하는 모습이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눈에 붕대를 감은 채 의식을 차린 제갈현은 차마 그가 깨어났음을 알릴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시 울보 하도영이 없어서.

만약 도영이 있었다면 아마


“저하 아아아아아! 어떡합니까? 으흐흐흐흐흐! 저하, 앞으로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저하의 눈이 되어 평~생을 모시지 말입니다. 어어어어흐흑흑!”


눈물, 콧물 다 짜대서 정신없을 터였다.


안 그래도 슬픔을 홀로 묵새길 판에 제갈현은 그의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어쩌면 도영을 달래야 했을지도.


이 사건으로 유력한 왕세자 후보였던 제갈현은 왕세자가 머문다는 귀영전(營影展)에서 물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 궁전 한쪽 구석에 처박혀 9년을 살았다.


가끔 왕세자가 된 제갈교인(諸葛敎寅)이 찾아와 그의 말동무를 해준 것 빼고는

제갈현의 처소를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옆엔 항상 늘 침묵하는 주여현이 있었으나

여현은 말이 없어 옆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때부터였다.

제갈현이 남들과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게.


그렇다고 그가 귀신을 보는 건 또 아니었다.

제갈현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 세상을 오감(五感)으로 느낄 뿐.

아, 시각은 제외하고.


제3의 감각(?)까지 포함해서.

남들은 노을이 지면 밤이 되는 걸 알았지만.


그는 후각과 피부에 닿는 촉각으로 저녁이 되어감을 깨닫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엔 공기 중에 있던 습기를 느껴


“여현아! 거기 있느냐?”


“예, 저하!”


“그럼, 창문 좀 닫자. 이제 곧 비가 한차례 크게 쏟아질 거다.”


눈도 보이지 않는 제갈현의 말에 주여현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 서슴없이 창문을 닫았다.

그럼, 얼마 뒤


쏴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김없이 창문을 때리곤 했었다.

한번은 여현이 어찌 비가 올지 아시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제갈현이 비가 오기 전엔 물비린내가 난다나?

그렇게 제갈현의 세상은 점점 예민해졌는데.


그날도 그랬다.

제갈국이 세상에서 지워지던 날.

그는 왠지 모를 한기에 시달렸다.


해가 저물 때쯤이었나?

비가 한차례 쏟아졌는데도 어쩐 일인지 제갈현은 창문을 못 닫게 했다.


주여현이 창문 근처로 다가가 문을 닫으려던 그때


“여현아! 오늘은 창문을 닫지 말거라.”


“······?”


평소와 다른 명령에 여현이 의문을 품었으나 그는 왕자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뒤.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통에 주변의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았는데.


“여현, 주여현! 어서 왕세자를 피신시켜라. 누군가 그쪽으로 간다.”


“······? 저, 저하! 그게 무슨?”


여현은 갑작스런 명령에 당황했다.


“아무 소리 말고. 어서. 급하다, 급해! 지금 누군가. 이런, 젠장. 늦었다. 당장 귀비, 아니 어머니께 가거라. 누군가. 젠장, 젠장!!”


대체 무슨 일일까?

귀를 쫑그리며 온 신경을 청각에 의지한 제갈현이 급히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말이 끝날 때쯤.

그의 말을 따르려던 주여현은 밖으로 나가려다 우뚝 걸음을 멈췄다.


쏴아아아아! 쏴아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에서 미세하게 누군가의 발걸음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주여현은 그의 감각에도 누군가 잡히자,

심장이 철렁했다.


고수다.

그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절. 대.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


그의 걸음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느리다 못해 오히려 기어 오는 듯한 발걸음.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아니 사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모든 생명체를 다 삼켜버리고도 남을 그런 인물임을 여현은 느끼고 있었다.


검을 잡은 여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 이곳에 오지도 않은 누군가의 강한 기운 때문에 주여현은 점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힘주어 버티려 했으나

여현은 그도 여의치 않아 있는 내공을 다 끌어모을 판이다.


당시 주여현의 무공이 절정 극에 달했음에도 이런 강한 기운은 그의 범주 밖의 일이었다.

여현이 이러니 무공도 익히지 않은 제갈현은 어떨까?


심장을 압박하는 흉통에 제갈현이 온몸을 감싼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의 고통을 안타깝게 쳐다본 주여현이


“저···하! 으윽,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부디, 부디 견디시어···옥체를 보존하소서.”


“아···안 돼! 여···으윽!”


쏴아아아! 타타탓!

강한 빗줄기를 헤치고 여현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아···으으윽!”


허무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제갈현은 밖으로 나간 그의 호위무사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제갈국에선 나름 꽤나 실력 있던 호위무사였지만,

여현은 빗속을 헤치고 온 괴물에겐 그저 파리만도 못한 존재였다.


사실 주여현은 그 괴물 근처도 못 갔다.

괴물이 주여현의 시야에 담겼을 때, 그의 몸은 이미 강기에 휩쓸려 터져버렸다.


사람의 목숨이 이리 허무할 수가.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가진 모든 기운을 폭발시킨 것도 아닌데.

이 지경이라니.


거북이처럼 기어 오듯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도착하기 전에


위험을 알리듯 우르르쾅 쾅!

귀가 찢어질 듯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콰자자자짜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쿵, 쿵, 떨어졌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신이 영혼을 탐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원고 수정 - 13회, 14회. 24.09.03 7 0 -
공지 제목 변경'영혼 파밍하는 무림 절대자'-->'무신이 영혼을 탐함' 24.08.27 4 0 -
공지 ✅소중한 댓글, 선호작, 추천글 부탁드려요!!❤️ 24.08.27 7 0 -
공지 ✅ 연재 시간 -주4회, 오후 6시~7시(바뀔 가능성 있음) 24.08.16 24 0 -
18 17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9.09 4 0 12쪽
17 16회. 이상한 ‘하도영’ 24.09.07 7 0 12쪽
16 15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24.09.06 9 0 12쪽
15 14회. 수련 지옥 24.09.05 12 0 12쪽
14 13회. 악연의 시작 24.09.03 11 0 14쪽
13 12회. 복수(1) -보이지 않는 적 24.08.31 12 0 13쪽
12 11회. 위기 - 예상치 못한 미래 24.08.28 17 0 12쪽
11 10회. 덫을 놓다 24.08.26 14 0 13쪽
10 9회. 능구렁이 등장이요! 24.08.25 14 0 12쪽
9 8회. 재수 없는 놈 24.08.24 14 0 12쪽
8 7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8.23 12 0 14쪽
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15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17 1 12쪽
5 4회. 잿빛 저주의 시작 ‘언가주몽’ 24.08.19 23 0 12쪽
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4 0 13쪽
3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24.08.17 33 1 11쪽
»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42 2 11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8.16 7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