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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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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09 20:3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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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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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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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회. 일촉즉발

DUMMY

5회. 일촉즉발



휘이이이!

스산한 바람과 함께 알 수 없는 뭔가가 스 스 스스슥, 다가오고 있었다.


안력(眼力)에 힘을 줘 시야를 오리(五理, 약 2km) 밖으로 확대하자.

그제야 뭔가 흐릿하게 보였다.


“······저게 뭐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법개는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 힘을 준 뒤 힘차게 솟구쳤다.


파밧!

새가 날 듯 가볍게 모랫바닥을 살짝살짝 디디며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는데.


그의 경공이 어찌나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지 모래에 발자국도 없다.


다닥, 타닥!

어느덧 진원지에 도착한 법개가 가볍게 바닥을 디뎠다.

그러자 좀 더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뚜두둑, 뿌드득!

이건 뭐지?

뭔가 뼈가 부딪히는 것 같기도 하고.

쁘. 드. 득! 소리와 함께 터벅터벅,


꺼그덕꺼그덕!

움직이는 하얀 뼈다귀들.

엥, 뼈다귀?

그래, 그랬다.

조금 전 그 소린 사막에서 스스스 올라오는 뼈다귀만 남은 유골이었다.


유골, 살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것이 움직이며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꺼그덕, 꺼꺼···그덕! 다가오는 백골들.

법개가 처음 본 백골은 스무 개.


그저 걸어 다니기만 하는 백골은 법개에게 딱히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내공을 실지 않은 법개가 녹죽봉을 횡으로 휘두르자,

빡! 소릴 내며 주변에 있던 백골 머리가 두어 개 날아갔다.


‘할만해. 이렇게 쉽게 박살이 난다면 어쩌면 내가 다 처리할 수···.’


잠시 긴장했던 법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리 쉬이 해치울 존재라면 굳이 봉에 기(氣)를 두를 필요도 없을 터.


학살이 시작되었다.

때리고 후려칠 때마다


빡 빠박! 퉁, 떼구르르 떨어지는 뼈다귀들.

장난삼아 쿡! 찍어도 그저 나가떨어진다.


두더지 게임처럼 때리는 손맛이 끝내줬다.

하지만

걸룡(법개)의 헛된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조금 전 법개에게 박살난 목 없는 백골이 꺼그덕 소릴 내며 바닥에 떨어진 두개골을 제 몸에 뚝 얹었다.


그리곤 법개를 향해 다시 걸어오는 목을 붙인 백골.

맙소사! 죽여도 또 살아나는 최악의 적이 나타났다.


반대쪽 사구(沙丘, 모래언덕)에서 개미 떼같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백골들.


*


많다.

딱 이만큼만 있다면 그래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다면···.

얼마나 백골이 많은지 확인해야 했다.


타다닷!

급히 바닥을 박찬 법개가 해골 머리를 계단 삼아 초상비(草上飛)를 펼치며 또 다른 모래언덕, 아니 꽤 높은 모래 산에 올라섰다.


그 순간 법개는 말문이 막혔다.

굳이 되지도 않는 안력을 십리(十里, 약 4km), 이십리(二十里, 약 8km)까지 확대할 필요도 없었다.


밤이지만, 새하얀 뼈다귀라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어 아주 잘 보이는 뼈다귀부터 너무 멀리 있어 흐릿해 보이는 것까지.

그것들 모두 유골일 터.


시야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지평선(地平線) 저 끝에나 닿을 듯 그렇게 먼 곳까지, 새하얀 백골 무덤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무슨 귀소본능(歸巢本能)도 아니고

서로 뒤엉키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백골들이.


“······아, 난 왜 쉬운 게 없나? 이거 힘들겠구만. 그래, 니들이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해보자!!”


긴 한숨과 함께 법개의 난투가 시작되었다.


타다다탁 타다탓!

구결에 따라 물 흐르듯 펼쳐지는 타구봉법의 초식들.


취팔선보(醉八仙步)와 비천무영보(飛天無影步)를 섞어가며 요리조리 따닥 거리는 백골들을 피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도 그동안의 수고가 적지 않았는지.

법개는 백골들과의 전투 중에 점점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드는데.


사방으로 휘둘러지던 녹죽봉에 어느덧 강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녹죽봉에 깃든 강(罡)의 기운이 선명히 깃들면서 그의 손에서 타구봉법의 마지막 초식 ‘천하무구(天下無狗)’가 펼쳐졌다.


타 타타타타탁!

타 탓 슈슈슈 슛!

법개와 녹죽봉이 하나가 된 듯 그가 휘두르는 녹죽봉을 따라 넓고 튼튼한 강기(罡氣)의 그물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의 주변 반경 오십 장(丈)이 법개의 영역이 되면서 그 아래에 있던 백골들 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타다 탓 슈슛!

미친 듯이 타구봉을 두드리며 넓게 더 넓게 죽음의 그물망을 만들던 법개는 깨달음의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어둡고 추웠던 밤이 지나고 살갗을 태울 듯한 태양이 작열했을 때.


자신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은 법개가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왔다.

밤새도록 그 치열한 전투를 벌였건만.


법개 주변엔 여전히 백골이 바글바글했다.


뚝뚝 뚝

땀을 비 오듯이 흘렀다.

땀 닦을 시간이 없어 머리를 흔들어 대충 땀을 털어낸 법개.


그런데도 시야를 가리는 땀에 눈을 찡그린 법개가 조금이라도 더 저것들을 없애기 위해 호흡을 짧게 짧게 쉬며 봉을 고쳐잡았다.

이제 한곈가?


“허··· 허 허 어헉!”


가빠진 호흡에 허리를 굽힌 법개가 손에 힘이 빠져 녹죽봉을 툭 떨어뜨렸다.


그는 다시 잡은 봉을 놓치지 않으려 건(巾, 머리를 묶는 끈 종류)을 풀어 봉과 손을 꽉 묶었다.


그리곤 전의를 다진 법개가 다가오는 백골들을 향해 힘겹게 쑤셔 박았다.


빠~악!

다소 힘 빠진 소리와 함께 부서진 뼈다귀들.

그렇게 또 얼마간 버텼다.


마지막 일격을 날린 법개가 또다시 재생되는 뼈다귀를 보곤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고 한들, 다굴엔 장사가 없다.

게다가 혼자서 그렇게 오랫동안 전투를 했으니.

내공이 버틸 리가 있나.


녹죽봉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을 때, 사막의 백골들이 개방의 영웅을 벌떼처럼 집어삼켰다.


*


작은 영웅이 죽은 뒤, 강호(江湖)는 마(魔)의 세상이 되었다.

.

.

.

촤르르—륵! 뚝!

책장이 넘어가려다 뭔가에 뚝 걸렸다.

그 후로도 넘어갈 듯, 넘어갈 것처럼 하던 책장은


뚜둑 뚝,

뭔가에 걸려 넘어가질 않았다.

아, 이거 무슨 절단 신공도 아니고.

사람이 말하다가 뚝 끊으면 정말 짜증 날 거 아닌가.


1초, 2초, 3초.

잠에서 깰랑 말랑하던 제갈현은 그러고도 일각(15분)을 더 버텼으나

계속 이어지지 않는 꿈에 눈썹이 꿈틀꿈틀했다.


잠시 뒤

벌떡 일어난 제갈현이 짜증 나는지 온갖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뭘 보여주다가 말아? 아오, 얼마나 긴장했는지. 온 삭신이 다 쑤시네.”


팔을 잠깐 움직이려던 제갈현이 갑작스런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으으윽! 이건··· 하, 전쟁은 법개가 했는데. 왜 내가 다 아퍼? 옷은 또 왜 이렇게 젖었어?”


그러다 온몸이 샤워한 듯 땀이 흠뻑 젖은 옷에 그는 화가 치밀었다.

그때 이후로 제갈현은 이런 꿈을 다신 꾸지 않았다.

그렇게 까맣게 잊었는데.


*


회귀 후.

9년이나 지난 꿈인데도 어쩜 이리 기억이 뚜렷할까?


‘음, 근데 그때 그 꿈은 대체 뭐지? 그, 법개였나?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데, 연락이나 빨리 취할 것이지. 그렇게 죽으면 그 일대가 다 박살 났을 거 아냐.’


제갈현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를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나저나 법개 그 사람, 참 어리석다. 어떻게 그렇게 무식하게 싸우냐? 내가 그 상황이면 으으으, 난 절대 법개처럼 안 한다. 아오, 답답한 놈. 법개는 아무리 봐도 정의로운 바보야, 바보. 쯧!”


평소였으면 남이야 어찌 되든 신경도 안 쓸 제갈현.

회귀 전에도 법개 꿈을 꿀 때

온몸이 부서지도록 용을 썼건만.


오늘도 또 그랬다.

법개 꿈을 그저 떠올린 것뿐인데.

어느새 감정이입이 된 듯

제갈현은 그답지 않게 혀를 차댔다.


그 순간


‘으, 눈이 왜 이렇게 따갑지?’


눈에 뭔가 들어간 듯 시린 눈을 감았다 뜨길 몇 번.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졌다.


그리고 눈이 어느 정도 보였을 때, 제갈현 코앞에 뚝 나타난 푸른 눈.


“헉!”


제갈현이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으나


▶<니 놈이 뭔데. 네 까짓 게 뭔데, 감. 히. 날 판단해!!>


“······!”


꼭 그리 말하는 듯했다.

푸른 눈 두 개가 어찌나 눈을 부라리는지.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푸른 동공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사나운 눈빛 하나로 1 왕자를 집어삼킬 듯한 분위기에,

아직 어린 몸이 바들바들 떨며 힘들 게 버티는데.


이것도 한계가 왔을까?

제갈현이 조금씩 뒷걸음치고 있었다.

아이의 겁먹은 표정에


조금 전까지 화를 분출하던 푸른 눈 두 개가 슬그머니 뒤로 빠져선

아이를 유심히 훑었다.


그리곤 제갈현 주변을 휘돌던 푸른 일렁이는 기운이

갑자기 휙 사라져버렸다.


제갈현이 놀란 것도 잠시.

타다닥!

미친 듯이 조금 전 그 눈알(?), 푸른 기운을 쫓아 내달리는 제갈현.


때마침 간식거릴 챙겨오던 도영이 언서각(왕실 서고) 쪽으로 접어든 그때


“어어어···저···저하!!”


제갈현과 쾅! 부딪히기 직전

휘리릭, 도영의 몸을 슬쩍 피한 1 왕자가 옆으로 지나갔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여현이 뒤쫓아 왔다.


“저하, 대체 뭣 때문에···.”


“어, 여현! 조금 전에 이쪽으로 뭔가 지나가는 거 못 봤어?”


“······예??”


제갈현의 이상한 질문에 여현 얼굴에 물음표가 수십 개 떠올랐다.


호위무사와 시종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싹 무시한 제갈현.

지금 제갈현은 오직 순식간에 사라진 그 이상한 것을 꼭 찾아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언서각에서 왕의 침소인‘건청전’을 지나

신혜전 근처까지 오는 동안, 한달음에 미친 듯이 달려왔음에도


제갈현은 여전히 그 요상한 걸 쫓느라

그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푸른 기운을 풀풀 풍기던 잿빛 기운은 1 왕자를 놀리듯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더니.

학자풍 옷을 입은 무리 속으로 들어간 뒤, 사라졌다.


‘어딨지?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분주히 쫓는 시선 끝에 익숙한 얼굴이 잡혔다.


‘어, 도연규다. 그리고··· 제갈주!’


짙은 눈썹에 고집이 센 듯한 인상의 젊은 남자.

앞서오는 제갈주를 에워싸듯 그가 말하는 걸 받아 적느라 정신없는 학자들이 보였다.


‘사촌형이 여기 있었네. 나이가 이제 겨우 열여섯일 텐데. 저들이 저렇게 따를 정돈가?’


제갈현 기분이 묘했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는데.

원수 놈일지도 모르는 제갈주는 신혜전에서도 꽤 인정받는 학자 같아서.


제갈현은 제갈주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경쟁심과 불쾌감이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촌형에겐 절대 지기 싫어선지.

어느덧 1 왕자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1 왕자의 사나운 눈빛을 느꼈을까?

뒤늦게 1 왕자를 발견한 제갈주와 학자들이 예를 갖춰 인사한 뒤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


제갈주에게 말을 걸어 보려던 제갈현은 평소답지 않게 말을 걸려다가

원수 놈이 몸을 움츠려 혹여라도 증거를 놓칠까 싶어 말았다.


그러면서도 제갈주나 도연규가 하는 말을 유심히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근데, 회귀 전 그놈과 같은 목소리 톤이 아니라

이놈들이 확실히 그놈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긴 이제 겨우 16․17세니.

변성기를 거치고 성장이 끝나봐야 확실하렷다.


앞으로도 그들을 좀 더 지켜볼 양으로

최대한 자연스레 행동하며 자리를 뜨려던 제갈현.

그때

1 왕자 발 앞으로 뭔가 툭 떨어졌다.


‘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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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24.08.17 33 1 11쪽
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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