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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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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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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665

작성
24.09.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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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DUMMY

15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 대주님, 그쪽은 지금 땅이 젖어서 오르기 힘들 텐데요.>


<거참, 다행이구나. 일부러도 그런 곳을 찾아야 할 판인데. 그곳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면 금방 체력 단련될 테고. 그 찐~한 무사의 어, 그런 것도 생길 게 아니냐.>


‘이제 겨우 무술을 배울 생각하신 저하께서 첫날부터 포기 선언하시는 건 아닌지.’

<아무리 그래도···.>


여현은 정말 묻고 싶었다.


<어허, 지금 내 명령을 거부할 참이냐?>


<······!>


<잊지 마라. 너는 호위무사 이전에 백한대 소속 군인이자 내 부하였다. 내 언제든 널 갈아치울 수 있으니.>


<······예, 알겠습니다.>


여현은 자운의 으름장에 얼른 꼬리를 말았다.


<아, 절. 대. 대충, 대충 넘어가지 말고. 어리다고, 혹은 힘들어한다고 봐주지 마라. 내 가끔 확인해서 네가 봐주는 것 같으면, 그땐 내가 너에게 다시 한번 군인 정신을 뼈에 새겨주마. 대답?>


<······!>


<대답 안 하느냐? 네 정령, 그때가 그립다면 지금 당장, 너를 훈련······.>


<하···하겠습니다. 절대 봐주지 않고 수련이 끝날 때까지. 죽을 정도로 굴리겠습니다.>


몸에 새겨진 군인 시절의 일이 끔찍했는지.

여현은 경기하듯 대답했다.


하긴 여현은 지금도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훈련하라면 피하고 싶으니.

교관 시절의 구자운은 사람이 아니었다.


저승사자였지.


백한대 신참이었던 그는 운 좋게도(?) 그 이름도 악명 깊은 구자운을 만나 단기간에 절정 문턱을 넘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20대 초반에 절정 초입이 되어, 제갈국 최고 무력 부대 ‘백한대’ 조장이 될 뻔한 그는 구자운의 추천으로 제갈현의 호위무사가 되었다.


어린 왕자 옆에 늙은이가 붙으면 꼴사납다면서 여현을 붙였는데.


사실 구자운은 주여현에게 항상 저하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무술을 가르치라고 했었다.


하지만,

워낙 제갈현이 이런 쪽엔 관심도 없고 싫어해서 못 가르쳤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가르치려 했다.


단, 여현이 아무리 스승이라도 제갈현은 윗전이라.

약간 조심스런 면이 있었으나


이 또한 구자운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스승은 스승이니 무술을 배울 땐 주여현의 명에 무조건 따르라고.


아니면 무술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협박에 여현이 잠시 쫄았는데,

다행히 첫째 왕자가 통 크게 받아들였다.


<그래, 네가 이제 좀, 정신이 드는 모양이군. 근데, 대답이 늦었다?>


<죄송합니다!!>


<음, 그래. 이번엔 내가 넘어가지. 아, 아무리 훈련도 좋다지만, 목숨엔 지장이 없게 해라. 정 죽을 것 같으면 네가 보호해 주고. 무사에게 작은 상처는 훈장 같으니. 저하께서도 미리 경험하시면 좋지 않겠냐. 허허허허!>


‘음, 근데, 정말 산만 오르면 되는 건가? 내가 아는 대주라면 분명 뭔가 있을 텐데···.’


구자운 대주는 무서운 사람이다.

어미 새가 둥지를 떠날 때,


아기 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듯 그런 심정으로 자식을 키우란 말이렷다.

그러다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쿵, 쪼르르르!

산꼭대기에 닿을 듯 닿을 듯하던 첫째 왕자가 발이 미끄러져

쿵, 엉덩방아 찧고, 또다시 미끄러져 내려온다.


우리 왕자님 괜찮은 거 맞지?


‘아이코, 이번 건 꽤 아프겠다.’


안력에 힘을 준 주여현이 엉덩방아 찧은 왕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더러운 거라면 질색인 왕자가 오늘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 잘생긴 얼굴엔 흙이 안 묻었달까?


어린아이 둘이 저렇게 최악인 상태의 산을 오르는 모습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주여현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


쿵, 쪼르르르르

자꾸만 미끄러져 내려오던 제갈현은 이제 악에 받쳤는지.


“주. 여. 현! 야,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


“주여현! 야!!”


“저하! 반말하지 마시죠. 저 이제 스승입니다.”


여현은 좀 전까지 걱정하던 모습을 애써 지운 채 담담히 말했다.


“그래, 잘난 스승님아! 어어어어!”


주여현에게 짜증내며 올라가던 제갈현은 앞서가던 도영이 미끄러져 내려오자, 그를 붙잡으려다

또다시


“어어어, 저, 저···저 저하!!”


“아, 씨! 야, 도영···.”


쿵!!

데구르르르!

두 아이가 한 덩어리가 되어 떼굴떼굴 굴러간다.

질어빠진 땅을 어찌나 굴러가는지.


어느새 커다란 공이 되어 데구르르르 굴러오는 모습에

이 정도면 여현이 달려갈 법한데.

하지만,

여현은 그저 굴러 내려오는 아이들의 위협 요소를 확인할 뿐.

당최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떼구르르르르 떼구르르르르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고.

또 굴러서 드디어 산 밑 맨 아래쪽 여현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질퍽해진 두 몸이 경기하듯 멀찍이 뚝 떨어졌다.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두 사람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그려지는데.

하지만, 워낙 진흙을 덮어쓴 탓에 그런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저··· 저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시지요?”


도영이 뒤늦게 진흙이 묻은 이를 드러내며

제갈현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것도 웃으면서.

저놈은 알까?

저 이에 진흙이 잔뜩 묻었다는 걸.


‘또또, 저 표정이다. 지금 이게 웃을 상황인가?’

“야, 입 좀 닫아라. 흙 묻었다.”


“합!!”


이 녀석이 또 말은 잘 듣는다.

그래놓곤 제갈현은 그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가 얼른 표정을 바꿨다.


“스승님~! 이제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씨이익!

까매진 이를 드러내며 웃는 도영이 다리를 절뚝이며 부탁하는데.

저 나이에 갑자기 왠 애기 목소리?

여현은 그를 슬쩍 쳐다보곤


“자, 다시 올라갑니다. 실시!!”


저 인간이 또다시 올라가란다.


“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 저기 도영이 다리 저는 거···.”


“스승님이라 불러야죠.”


차가운 표정의 여현의 말에


“아, 스. 승. 님! 도영이 다리 절잖습니까?”


제갈현이 말을 꽉꽉 씹으며 말했다.


“음, 그럼, 도영은 열외. 저하는 또 올라가시죠. 오늘 반드시 저기 정상을 찍는 겁니다.”


“아, 그래. 올라간다. 나, 간다고. 대신 이거 끝나기만 해봐.”


쁘드득.

이가 부서질 듯 꽉 깨문 첫째 왕자가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그의 등반은 유시(酉時, 오후 5시 ~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힘들게 산에 오른 제갈현이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골랐다.


“어휴! 어우씨, 이제야 끝났네.”


산을 하나 오른 게 이렇게 기쁘다니.

제갈현이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짝다릴 하고 섰다.

순간 뿌듯한 감정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주. 여. 현! 야, 봤~냐? 봤. 냐. 고!?”


제갈현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에 취해, 그답지 않게 아래쪽으로 소릴 질렀다.


<네, 봤습니다. 자, 이제 조심해서 내려오시죠.>

‘저하, 훌륭하십니다. 제가 그 나이라면 저하처럼 못했을 겁니다.’


산 아래쪽에 있던 여현이 내공을 실어 전음입밀(傳音入密)을 날렸다.

그날 산 정상을 찍은 게 큰 도움이 되었을까?

첫째 왕자는 어떤 체력단련에도 절대 군소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애먼 사람이 죽을 지경이지만.

그 저질 체력 녀석도 나름 열심히 한 덕분에 이젠 아~주 조금 따라 올 정돈되었다.


*


어두운 밤, 빛이 잘 들지 않는 방에서 누군가 은밀하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작은 촛불의 빛이 새 나갈까 봐 뭔가 덮개를 씌워 둔 채 쪽지를 쓰는 남자.


「제갈현 왕자에게 희귀점 발견. 좀 더 관찰할 필요 有」


쪽지를 접은 작은 손이 전서구에 묶어 날리는데.


푸드득!

날아가는 전서구를 바라보는 눈에 초점이 하나도 없다.

잠시 뒤

초점 없던 눈에 빛이 돌아오더니


‘아, 우리 저하 좋아하시는 차를 갖다 드릴 시간이네.’

“저~하!”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는 모습에 제갈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리도 아픈데, 굳이 이런 건 왜 챙겨? 너 없어도 차 마실 수 있으니까. 어서 가서 쉬어.”


“에~이, 저하! 저 없으면 심심해서 어쩌시려구요? 제가 이래 보여도 저하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시종이지 말입니다.”


‘친구? 친구라···.’


친구란 말이 왜 이리 씁쓸할까?

전생의 도영은 그의 친구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너에게 내가 진짜 친구가 맞냐?’


웃는 입에 어두운 눈빛이라니.

도영을 바라보는 제갈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속을 알 리 없는 도영은 그저 차를 마시지 않는 제갈현이 이상할 뿐.

헤실헤실 웃으며 상전의 기분을 살피기 바빴다.


“저하, 오늘 훈련이 너무 힘드셨지요. 제가 다리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


도영이 왕자의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

탁!


“아!”


제갈현이 의도치 않게 도영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됐다. 이만 나가서 쉬어라.”


“넵!”


잠시 미안했던 제갈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도영은 언제 당황했냐는 듯 입만 웃으며 나갔다.

그것도 다리를 저렇게 절면서.


도영은 자기가 이상하게 웃는 걸 알까.

저 밝은 목소리에 저런 표정이라니.

누가 좀, 저 녀석에게 웃는 연습 시켜줬으면.


제갈현이 도영의 어둠을 전생에서부터 느꼈으나,

궁궐 안 그 누구도 이런 걸 느끼지 못했다.

이는 제갈현이 오감이 발달해서인데.


귀영전을 나온 도영이 걷기 불편한데 어딘가 가고 있다.

수라간을 지나, 왕의 최측근 호위대가 있는 곳으로 간 도영은 누군갈 보곤 얼굴이 환해졌다.


“아저씨~!”


작은 아이가 잰걸음으로 달려가 푸근한 인상의 사내에게 안겼다.


“어이쿠, 무슨 일 있었어? 안 하던 짓을 다 하게.”


“아이, 아저씨는.”


도영이 아저씨의 가슴에 안겨 얼굴을 부비부비했다.

남자는 그런 아이가 안쓰러운 듯 아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데.


“그래, 오늘 훈련하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어디 한번 보자. 어떻게 약은 발랐누?”


도영이 절레절레하자, 입매를 비트는 남자.


“아니, 왜 치료를 안 받았어? 어서 내 방에 가자. 금창약(金瘡藥)이라도 발라줄 테니.”


남자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그의 처소에 온 도영이 밝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다리에 정성스레 약을 발라준 남자가 차(茶)에 뭔가를 넣은 뒤, 도영에게 건넸다.


도영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공손히 받아 든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잠시 뒤,

푸근한 인상의 남자 눈빛이 순간 돌변했다.

그리고 마주 앉아 있던 도영은 뭔가 혼이 나간 듯 초점이 없는데.


그때 전음(傳音)을 보내듯 소리가 나지 않지만,

남자의 입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제갈현에게 발견된 희귀점이 뭐지?>


“······!”


<하도영, 어서 말해. 그게 뭐야?>


도영이 말하기 싫은지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러자 도영에게 바짝 다가간 남자가 탁탁! 혈을 짚어

약 기운이 빨리 돌게 했다.


<하도영, 그게 뭐지?>


“······저하께선 한번 보신 무공을 외우십니다.”


<그건 뭐, 특별할 게 없잖아. 제갈가 사람들이 워낙 머리가 좋아서······.>


“아···뇨, 무공초식만 외우는 게 아니라. 곧장 무공을 펼치십니다.”


<뭐? 아니, 뭐 그런···. 휴, 그래 알았다. 또 보고 할 게 있으면 찾아오고.>


“······.”


약발이 다 됐을까?

몇 초 전만 해도 나불나불 대던 도영의 입이 지퍼를 단 듯 꽉 잠겼다.


그의 반응에 미소를 장전한 남자가 도영을 다정하게 바라봤다.


“도영아, 기분이 울적하거나 아플 땐 언제든지 와라. 내 다른 건 몰라도 차는 줄 수 있으니. 혹 다른 음식 먹고 싶은 건 없고?”


“네.”


“그래, 조심해서 가라.”


아저씨와 헤어지고 밖으로 나온 도영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어찌나 희게 질렸는지.


창백하다 못 해 곧 쓰러질 것 같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늦은 시각

전서구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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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회. 천무지체(天武之體) 24.09.13 9 0 12쪽
18 17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9.09 10 0 12쪽
17 16회. 이상한 ‘하도영’ 24.09.07 11 0 12쪽
» 15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24.09.06 13 0 12쪽
15 14회. 수련 지옥 24.09.05 13 0 12쪽
14 13회. 악연의 시작 24.09.03 12 0 14쪽
13 12회. 복수(1) -보이지 않는 적 24.08.31 13 0 13쪽
12 11회. 위기 - 예상치 못한 미래 24.08.28 17 0 12쪽
11 10회. 덫을 놓다 24.08.26 17 0 13쪽
10 9회. 능구렁이 등장이요! 24.08.25 15 0 12쪽
9 8회. 재수 없는 놈 24.08.24 14 0 12쪽
8 7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8.23 16 0 14쪽
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18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22 1 12쪽
5 4회. 잿빛 저주의 시작 ‘언가주몽’ 24.08.19 28 0 12쪽
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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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54 2 11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8.16 8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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