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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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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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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113,665

작성
24.08.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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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회. 재수 없는 놈

DUMMY

8회. 재수 없는 놈



‘저 괴물만 죽이면 된다. 저 괴물을 죽이면. 다 끝나. 이 괴로움도, 이. 지. 옥. 도 모두 끝나.’


슬픔을 꾹꾹 눌러 참던 운상이 다친 것도 잊은 채,

독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일어섰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 인. 다. 죽여버린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누군갈 반드시 죽이겠다는 신념이 강해서일까?

복부에서 흐르던 피가 우뚝 멈췄다.


그리곤 혈관이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길 반복하더니.


갑작스레 뚜두둑 뚜두둑, 뼈가 뒤틀리고 관절이 꺾이면서

운상의 얼굴이 점점 흉신(凶神) 악살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지를 상실한 그의 입은


‘죽. 인. 다. 죽인다, 죽. 인. 다. 죽. 여. 버. 린. 다~~!! 죽. 인. 다. 죽. 인. 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살기(殺氣)에 잠식된 듯 ‘죽인다!’를 외쳐대고 있었다.

.

.

운상의 살기가 어찌나 피어오르는지.

꿈을 꾸던 제갈현의 몸이 부르르 떨다 못해 시꺼먼 연기로 둘러싸이고 있었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실핏줄이 다 터진 자가 무기도 들지 않은 채

‘죽인다, 죽인다!’를 외치며

지금까지 지옥도로 만든 천노괴에게 달려들었다.


‘호오······.’


다 죽어가던 운상이 일어서자, 천노괴는 꽤 흥미가 돋았다.


사실 천노괴는 운상의 시뻘건 눈을 보자마자 알았다.

저놈이 마기(魔氣)에 잠식당했음을.


하긴 사람의 뒤통수가 등에 맞닿아 있는데도

비명은커녕 그 자세 그대로 발목이 꺾인 채 뛰는 게 정상일 리가.


천노괴는 저 꼴로 달려오는 것도 기가 찬데,

죽이겠다며 소리치는 목소리가 더 기괴했다.


꺼이꺼이 곡하는 소리와 날카로운 철 긁는 소리가 함께 들리니.

공포가 따로 없었다.


‘허, 이 또한 음공(音功)이렷다. 그래, 놀아보자꾸나!!’


천노괴는 운상 버전의 ‘마음신소(魔吟神笑)’라 느낀 듯 비릿하게 웃었다.

이성이라곤 없는 놈에게 특별한 기교 따윈 필요 없었다.


피융!


살이 터졌다.

천노괴가 날린 탄지신통(彈指神通)에 운상의 왼쪽 옆구리 살이 날아갔다.


스~~윽 끼이이이익! ♪

고금(古琴)의 현(줄)이 강하게 튕겨질 때마다


푹푹푹!

살이 터지고 검붉은 피가 튀었다.

그럼에도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놈은 고통이라곤 모르는 듯 잠시 뒤로 밀렸다가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타다탓!

오히려 달려들었다.

쳐내고. 또 쳐내고.

가진 내공을 다 때려 부어 음공(音功)을 펼쳤으나


쿠당탕 탕탕!

나가 떨어진 뼈다귀가 징글징글하게 또 덤벼들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 벌레와 씨름해야 할까?


천노괴는 이제 고금을 튕기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그 역시 많이 지쳤건만.

여전히 소름 돋는 소릴 내며 달려드는 운상.


“주~~이 ㄷ 즈~이ㄷ주~~이 ㄷ 즈~이ㄷ주~~이ㄷ즈~이ㄷ주~~이 ㄷ 즈~이ㄷ주~~이 ㄷ 즈~이ㄷ주~~이ㄷ 즈~이ㄷ!!”


천노괴도 이제 미쳤나 보다.

저 알아듣지도 못할 그런 말을 알아듣는 걸 보면.


“아···!”


귀찮음이 잔뜩 벤 천노괴가 한숨을 길게 쉬며 팔을 대충 휘적였다.


빡!

소릴 내며 잠시 물러난 백골이

따다땃!

따닥이며 또다시 달려온다.

.

.

.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뼈다귀가 천노괴의 지친 몸에 훌쩍 올라탔다.


그리곤 그의 목을 짐승처럼 이로 물어뜯고 놈의 뼈를 부러뜨려 천노괴의 복부를 사정없이 찌르고 또 찌르고.


“으윽!”


천노괴의 신음이 비명으로 바뀌고


“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이 괴성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사정없이 온몸의 살을 분해하듯 찢어발겼다.


그런데도 여직 숨이 붙어있는 천노괴.


“으······.”


힘들게 호흡하던 천노괴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


백골이 천독노의 가슴을 쩍, 갈라버린 뒤

갈비뼈 사이에 손을 푹 집어넣었다.


쿵 쿵 쿵!

뛰는 심장을 밖으로 꺼낸 운상이 천노괴의 심장을 콱! 움켜쥐었다.


뿌지직 소리와 함께 터진 심장.

악마 같은 천노괴의 숨이 뚝 끊어졌다.


*


그때


“아아아악!!”


땀에 흠뻑 젖은 제갈현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 천노괴 새끼! 죽. 여. 버. 릴. 거. 야!!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꿈에서 본 운상과 자신을 동기화한 듯

제갈현은 온몸 가득 분노가 들끓었다.


운상의 분노가 1 왕자의 영혼에 새겨졌을까?

제갈현이 악에 받친 소릴 계속 질러 댔다.


기이한 일이었다.

늦은 저녁, 사람이 이리 소릴 지르면 호위무사나 도영이 올 텐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몸을 부르르 떨며 드디어 정신을 차린 제갈현은

무심히 얼굴에 손을 댔다가 흠칫 놀랐다.


몸이 너무 차가워서.


‘으, 몸이 왜 이렇게 부들부들 떨리지? 게다가 내가 눈물을···? 음, 이제 한동안 도영이에게 울보라 못하겠다.’


제갈현은 천노괴의 일이 다시 떠올랐는지.


“그 천노괴 새끼 그거, 선 세게 넘었지. 아, 운상이 강호 경험만 더 쌓았다면 그딴 놈 다 처발랐을 텐데. 아깝다. 이런 천재가 그렇게 죽다니.”


제갈현은 운상이 사질(師姪, 사형·제, 사매)의 죽음을 목격한 뒤

어찌할 수 없음에 울분을 토하며 폭주하던 순간,

운상의 슬픔이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꿈에서 깬 지금도 제갈현은 운상이 잊히지 않았다.


운상의 모습에서 왜, 회귀 전 그를 지키기 위해 질 걸 뻔히 알면서도

강자에게 달려들던 주여현이 겹쳐 보일까?


“내게 이런 운상 같은 사람이 있으면 그 괴물 같은 백리현을 상대로도 조금은 버틸 텐데. 아 나는 언제 세질까? 운상, 빨리 운상 같은 사람을 동료로 만들어야 나도 세져. 어디서 운상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아, 거기다.”


대체 무슨 일일까?

제갈현이 ‘운상’이란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뭔가 크게 흔들렸다.


운상이란 이름이 반복될 때마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기운.

그러고 보니 제갈현 주변에 있던 연한 잿빛 기운이 조금 짙어진 것 같다.


촤라라락, 탁!

제갈현이 꿈에서 깨자,

할 얘기를 다 한 듯 ‘언가주몽(彦家祝夢)’의 마지막 장의 문구가 떠오른 뒤,

책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연자여, 내 그대에게 나의 잿빛······.]


제갈현의 시야에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으나

그는 이런 걸 천천히 읽을 여유 따윈 없었다.


그 길로 밖으로 나간 제갈현은 급히 제군전(諸軍殿, 군총사령부)의 부전주이자, 백한대 대주인 구자운을 찾아 나섰다.


*


제갈현이 회귀하기 전.

제갈국의 최고 부대 ‘백한대(伯鷳隊)’ 대주 ‘구자운(邱自雲)’은 요즘 걱정이 많았다.


제갈국의 왕자들이 학문에 관심이 많은 반면,

무공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해서 그답지 않게 첫째 왕자에게 달려가

무술을 배우시라 권했다.

하지만 날아온 말이 기가 찼다.


“피차 바쁜 사이에 그리 무식하게 배울 필요 있습니까? 책에 다 적혀있는데.”


“······! 저하, 무술은 책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몸을 단련해 가며···.”


“누가요?”


“예? 이는 예전부터 내려온···.”


“그럼, 시합해 볼까요? 대주님이 여기 있는 도영이에게 삼재검법(三才劍法)을 가르쳐 보시죠. 저는 책으로 배운 뒤 당장 시합해 보는 겁니다.”


“그건 힘들 겁니다. 삼재검법이 검술의 가장 기초 검법이긴 하나 검은 본시 꾸준히 수련하지 않으면.”


“그래서 시합하자는 것 아닙니까. 오늘부터 일주일 뒤, 정확히 이곳에서···.”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침 일찍부터 시합 준비하고 있던 구자운.


자운은 책을 읽으면서 백한대(伯鷳隊) 연무장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첫째 왕자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삼재검법을 이제서야 읽으시는 건 아니겠지?’


구자운이 제갈현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옛 수하에게 전음(傳音)을 날렸다.


<여현아! 혹시 저하께 삼재검법을 가르쳐 드렸더냐?>


<아니오.>


<그럼, 설마 정말 책으로만 배우셨단 말이냐?>


<······아직 배우신 게 아닙니다.>


<뭐?>


주여현은 옛 상사였던 구자운이 저리 당황한 표정을 짓자,

기분이 묘했다.

사실 여현도 무인은 하루도 빼놓지 않은 수련을 통해서만

강해진다고 믿던 터였다.


그래서 제갈현이 수련 따윈 필요 없다고 했을 때

약간 거북했는데.


호위무사는 그저 상전을 보호할 뿐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구자운의 충고를 떠올린 뒤,

무념무상의 마음을 가진 그였다.


<대주님, 저하께선 원래 독서하시는 것 외엔 관심이 없으시잖습니까.>


<······.>


<오늘 아침 도영이와 시합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아시고. 귀영전(營影展, 제갈현의 처소)에서 여기 연무장으로 오시는 동안 저리 책을 읽으십니다.>


<허허, 이거 참.>


주여현(朱與賢)의 말을 듣고도 구자운은 설마 설마 했다.

아무리 시합이라도 오늘 시합은 진검을 다루는 거였다.


사실 진검을 다루려면

목검으로 수련을 얼마간 거친 뒤에나 가능하건만.


이번 기회에 첫째 왕자가 이런 쪽으로 관심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리수를 뒀다.

그런데, 시합을 위해 진검을 건넬 때

제갈현의 손을 본 구자운은 아차 싶었다.


‘이거 이러다 저하께서 다치시면···.’


손에 굳은살이라곤 없는 저 부드러운 손으로 검을 어찌 휘두를지.


걱정 가득한 구자운과 반대로,

연무장에 있던 대원들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한편 자운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도영과 제갈현.

연무장 한가운데 마련된 두 개의 수련용 짚단 앞에선

두 사람의 기도가 남달랐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도영과 다소 지루한 듯한 제갈현.

짚단 빨리 베기 시합을 진행하려던 구자운 대주는 검을 든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도영을 죽일 듯이 째려봤다.


‘저놈 저거, 검을 쥔 자세부터 틀려먹었다. 게다가 저리 떨어서야. 쯧.’


저놈은 무슨 녀석이 저리 겁이 많은지.

첫날 검을 쥐자마자 포기 선언했을 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무섭다는 놈을 달래고 달래 여기까지 왔는데,

도영을 보니 영 불안했다.


짚단 앞에선 첫째 왕자가 검을 빼지도 않은 채 검과 짚단 사이 간격을 재고 있다.


그리곤 검을 검집에서 뺐다가

척! 집어놓곤 손목을 몇 번 돌리더니.

준비가 다 됐다는 듯 대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하는 양을 보던 구자운은


‘하, 저게 준비 끝?’


연습이라곤 한 번도 안 한 이가 저리 태연할 수가.

그에 반해 도영 딴엔 꽤 연습했음에도 저리 겁을 내니.


검을 쥔 자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와 같아야 하는 법이거늘.


삑!

시합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검을 쥔 도영이


“이~~얍! 얍 얍얍얍!!”


무슨 기합만 요란하고 전혀 잘리지 않는다.


퍽퍽퍽!

도영이 열심히 삼재검법의 가. 장. 기초인 세로 베기를 했건만.

형태만 약간 흐트러질 뿐 멀쩡한 짚단.


퍽퍽퍽!

때려 치는 소리가 무슨 짚단 100개는 써는 것 같다.

엥, 때려 친다고?


그래, 그랬다.

저건 베는 게 아니라, 무식하게 때리는 거였다.

도영은 그래도 한번은 베고 싶은지.

검을 옆으로 돌려 가로 베기를 시도했다.


퍽퍽퍽!

그러면 뭣하나.

검의 각도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을.

그렇게 몇 번을 더 퍽퍽퍽,

헛손질만 하던 도영이


“허···허헉, 대주님! 이거 아무리 쳐도 안 되는데요. 더는 못···.”


뭘 잘했다고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휘청, 한다.


‘쯔쯧! 베야 하는 검을 저렇게 쳐대니 안 되지. 내 평생 검을 저리 쓰는 놈은 또 첨 봤다.’


도영이 못마땅해 구자운이 시선을 돌리던 그때.

도영이 하는 짓을 무감한 눈빛으로 보던 제갈현이 드디어 뭘 갈 할 듯 짚단 앞에 섰다.


그리곤 스윽, 검집에서 검을 뺀 그가 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채

짚단을 죽일 듯이 째려본다.

하, 저 눈빛 좀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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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 재수 없는 놈 24.08.24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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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19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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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9 0 13쪽
3 2회. 과거의 망령(2), 원수 24.08.17 41 1 11쪽
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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