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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신이 영혼을 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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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0:5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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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113,665

작성
24.09.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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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회. 수련 지옥

DUMMY

14회. 수련 지옥



“뭘 안 했어? 지금 날 죽이려 했잖아! 게다가 목숨 걸고 널 지켜주던 도연규도 죽였고.”


흉신 악살처럼 일그러진 제갈현이 제갈주의 심장 옆을 검으로 천천히

푸 푸푹!

찔러넣었다.


“으윽! 겨우, 그깟 일로? 크, 크 큭! 큰 걸 얻으려면 그런 놈쯤이야.”


“하, 조금만 더 큰 거 노렸다간 네놈은 부모도 죽이겠다, 이 인간 말종, 쓰. 레. 기. 같. 은. 놈아!!”


순간 제갈주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 제갈현, 윽, 너 착각하나 본데. 우리와 도연규는 근본부터 다르다.”


“다르긴 뭐가 달라!?”


“우린 지배자고. 그놈은 피지배자야. 내가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잠깐이라도 인간처럼 살게 해줬으면 그놈이 고마워할 거다.”


“하.”


너무 기가 차면 말이 안 나온다고.

제갈현이 그랬다.


“도연규는 내가 직. 접. 훈련 시킨 개야, 개! 으···, 이 제갈주가 그놈 곁엔 나밖에 없게 만들었고. 처음부터 나 대신 죽을 운명이었어.”


제갈주 몸에 검을 박아넣던 12살 남자아이가 힘에 부치는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연규 인생을 철저히 유린했다는 말에

제갈현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제갈현.

그런데도 제갈현은 이 일만큼은 꼭 제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해서 끝까지 놈의 몸에 칼을 박으려 애쓰는데.


‘역시 제갈주는 이때부터 그랬어. 그러니 궁궐에 쳐진 진법 설계도를 아무렇지 않게 타국에 넘겼겠지.’


1초 전만 해도 손이 아파서.

아니면 체력이 방전되어서.

참고 있던 제갈현이 온 힘을 다해,


푸 푸 푸 푸푸푹!

한 손이 안 되면 양손으로.

그조차 안 되면 몸무게까지 실어 칼을 박기 시작했다.


오기로 깡으로 신음하지 않으려 버티던 제갈주가


“커억!”


울컥울컥 피를 쏟아냈다.


“한 사람의 인생과 목숨을 이리 쉽게 여기니. 미래에 그런 짓도 서슴없이 했지. 이 매국노 새끼.”


“뭐? 내가···, 뭐 어쩐다고?”


“네. 놈. 은, 나라를 팔아먹을 새끼라고!! 이 쓰레기야.”


제갈주는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나.

계획대로 안 되면, 그렇게 해서라도 제갈국을 가지려 했기에.


“그···그걸, 으···으윽! 어떻게?”


“제갈주, 넌 왕이 되고 싶어 환장한 놈이니까. 하, 그래서 제갈주(諸葛主)의 ‘주’자를 주인주(主)자로 바꿨냐? 미친 새. 끼!!”


“크으윽, 아아아악!!!”


절대, 지금 죽이지 않는다.


‘네놈이 죽는 순간까지 고통스럽게 해주마. 그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제갈주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려고.

제갈현은 일부러 제갈주의 몸을 나무에 박았다.


그래서 즉사할 곳을 피해 굳이 검을 박아 넣은 제갈현.

놈은 분명 나무에 꽂힌 상태로 몸의 무게를 못 이겨

조금씩 검에 베이는 고통을 견딜 터였다.


제갈주도 자신의 결말을 알았을까?


“크크크큭!”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한동안 제갈주의 웃음이 계속되었다.

제갈현이 뒤돌아서기 직전

툭, 언젠가처럼 제갈주의 품에서 향낭이 떨어졌다.


그때만 해도 깨끗했던 향낭.


‘하, 이 매듭이 정말 놈의 목숨을

구했어. 아니면 제갈주가 나무에 박혔을 때 죽었을 텐데.’


향낭과 매듭에 있는 칼자국을 본 1 왕자가 입매를 비틀었다.


‘이런 개차반을 살릴 게 아니라 불쌍한 사람이나 살릴 것이지.’


이딴 게 뭐라고.


제갈현이 홧김에 바닥에 떨어진 6결 매듭을 거칠게 팍팍! 짓밟았다.

그러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매듭.


‘저게 저렇게 사라질 물건이 아닌···.’

“하, 하, 하하하하하!”


사라진 매듭을 보며 허탈하게 웃는 제갈주.

그랬던 웃음이 어느새 고통을 잊으려는 듯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쏴아아아!


‘······아, 여···현?’


뒤늦게 여현을 떠올린 제갈현.

여현에게 가려던 제갈현이 한 발짝도 못 뗀 채 쿵, 쓰러졌다.


*


제갈주가 죽고 이틀이 지났다.

의식을 차린 제갈현은 그를 도운 잿빛 남자가 있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없다.

갑자기 나타나선

괴물 같은 무위(武威)를 보이곤 사라진 잿빛 남자.


‘도포 자락을 펄럭이던 그 잿빛 남자는 뭐지? 그는 어디로 갔을까? 고맙다고 하지도 못했는데. 아, 너무 어두워서 뭐가 보여야 말이지.’


날씨도 그렇고 시간도 너무 늦었지만.

제갈현은 사실 그를 볼 여유가 없었다.

복수할 생각에 거의 이성을 잃었으니까.


지금이라도 고맙다고 하려 해도 그가 누군지 모르니.

고맙다고 할 수가 있나.

그나저나


‘제갈주를 그리 쉽게 죽여선 안 되었는데. 내가 실력이 안 되니 마음만 급해선.’


제갈주는 어려서부터 모든 걸 누렸던 놈이라.

이런 놈은 재산을 빼앗기고 매국노로 낙인찍혀 사람들에게 온갖 멸시와 괴롭힘을 당한 뒤 거열형으로 죽여야 했다.


그래야 진정한 복순데.

홧김에 그렇게 죽였으니.

놈에게 반쪽짜리 복수를 한 것 같아 제갈현은 기분이 상했다.


뒤늦은 후회로 인상을 구기던 제갈현이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순간

그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뭐, 뭐야? 저게 왜, 여기 있어??’


뭔가 못마땅한 듯 눈을 야리고 있는 푸른 눈 두 개.


‘아, 내가 그 피 묻은 6결 매듭을 박살 내서 그런가?’


6결 매듭을 떠올린 제갈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의 푸른 눈은 제갈주에겐 호의적이면서 내겐 왜 이래? 쳇!’


저놈의 푸른 눈 두 개는 처음부터 그렇더니.

그 일이 있은 뒤, 더 저런다.

몇 시진이 지나자

진한 푸른 눈 두 개가 옅어졌다.


하지만

제갈현은 여전히 어디선가 째려보는 듯한 시선을 느끼는데.


그때부터였다.

제갈현이 두 개의 푸른빛 아지랑이를 일렁이는 이들과 동거를 한 게.


그런데, 이상했다.


이틀 전, 그 난리를 쳤던 궁궐 안 그 누구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 일을 지운 듯.


단지 신혜전 소속 수석 연구원이었던 ‘제갈주’가 급사(急死)한 걸로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그날, 온 힘을 쥐어 짜내, 제갈주를 죽였던 제갈현은 이틀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일어났다.


그럼, 여현은?

여현 역시 천만다행으로 죽지 않았다.

다만 여기저기 다친 상처가 있어서 문제였지.


사건이 있던 날, 천둥 번개 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도영은 다음 날 여현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어 당황했다.

해서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훈련하다가 다쳤을 뿐.”


여현 호위무사는 이리 말했고,

1 왕자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니.


‘어젯밤 천둥 번개가 그 난리를 쳤는데도 훈련이라니···. 이 훈련

중독자들! 난 절대 못 해.’


지옥 같은 날씨에 훈련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도영이 온몸을 떨었다.


‘여현 호위무사께서 저리 다치셨으니. 흐흐흐, 당분한 수련 못 하겠다. 아, 아니지. 저리 다치셨는데.’


잠시 나쁜 생각한 도영이 도리도리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돌아온 도영이 손에 여현이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가 잔뜩 들려 있었다.


“어, 도영아. 안 그래도 간식이···”


책을 읽고 있던 제갈현이 반가운 낯으로 간식을 먹으려 했다.

그런데


“저하, 이건 저하의 것이 아니지 말입니다. 이런 건 아픈 환자가 먹는 겁니다요.”


“어, 그, 그래. 여현이가 고생을 많이 했지.”


“예? 호위무사님께서 고생했다니요, 저하?”


“음, 아무것도 아니다. 넌 뭐가 궁금한 게 그렇게 많아?”


“저는 그저···. 아, 아닙니다요. 저하, 오늘은 훈련이 없는 거 맞지요?”


도영의 눈빛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미 정해진 듯 수련을 안 할 생각에 입이 방글방글한다.


“그래, 그렇겠지.”


제갈현도 도영의 의견에 동조했지만.


“수련을 안 하긴. 한다. 어서 가시지요. 저하!”


도영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 여현.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귀영전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고 있었다.


아니, 저 양반이 저 꼴을 하고 어딜 간다고 저럴까?


<저하, 그리 고생하셨는데. 하루라도 수련을 빼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아니, 해야지. 앞으로 더, 강해져야 하니까.’


여현의 전음에 빨리 강해질 것을 다짐하는 제갈현.


*


그로부터 몇 시진 뒤.

궁궐 뒤쪽에 있는 산을 오르던 제갈현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내 그때 그 영감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첫날부터 이렇게 굴려? 게다가 길도 없는 곳을 가라니. 이 목검 하나면 뭐, 장땡인가?’


그나저나 이놈의 길은 또 얼마나 미끄러운지.

그래, 이틀 전에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아직 마르지 않은 탓이렷다.


제갈현이 이 정도니.

1 왕자보다 한 살 어린 저질 체력의 도영은 어떨까?

겨우 11살밖에 안 된 아이가 이런 길을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인데.


“허, 허, 허헉! 아이고, 후 후훗!”


산을 오르는 도영의 숨이 거칠다 못해 다 죽어간다.

아이고, 저러다 도영이 잡지.


허나 이제 겨우 산을 다 올라왔다 싶으면 발이 미끄덩해서


쪼르르르, 미끄러지고.

도영이 또 다 올라왔다 싶으면 산 아래로 미끄러진다.

제갈현 역시 길이 미끄러워 연신 헛발길질하는데.


‘아, 이놈의 대주가 우리 훈련 시키려는 거 맞아? 그런데, 여현이 저놈은 또 왜, 눈에 불을 켜고 있어?’


제갈현은 정말 거의 다 올라왔다.

그런데, 산 정상을 한 걸음을 남기고.


미끄덩, 쪼르르르!

미끄러진다.


“아오, 참. 거기서 왜. 미끄러지는데. 와, 정말 미치겠다.”


상황이 이러니 이놈의 산을 언제 다 오를까.


‘하하, 오늘 저하께서 몸살 나시겠군. 도영아, 네가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다.’


주여현은 생각했다.

오늘 구자운 대주가 해도 너무 심했다고.


수련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비에 젖은 산을 어찌 오를까?

어른들도 어려울 판에.


처음 구자운 대주가 바쁘다는 핑계로 그에게 저하의 훈련을 맡겼을 때, 사실 여현은 기뻤다.

그가 봐도 첫째 왕자는 정말 무공에 자질이 있어서.

닷새 전 첫째 왕자가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갈지(之)자 베기’를 멋들어지게 성공했을 땐


아, 지금도 여현은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찌릿할 정도로 전율했다.

제갈현은 조금만 이끌어 주면 금세 2류를 넘어 1류 문턱에 오를 정도라.


사실 누구나 탐낼 그런 인재였다.


여현은 키우는 맛이 엄청날 것 같아 대주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는데.

연무장을 나가던 구자운 대주의 뒷말에 여현은 급후회한 참이었다.


<여현아! 저하를 최대한 빡세게 굴려라. 도영이도 함께. 절. 대. 봐 주지 말고.>


<대주님, 아무리 그래도 오늘 첫날인데.>


<저하께선 이미 많이 늦었다. 빙설제국의 설휘 황자가 벌써 진검으로 제국 무사들과 자웅을 겨눈다던데.>


<······예,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저하께서 설휘 황자에게 져서야 되겠느냐?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최대한 훈련 시켜 우리 저하를 얼른 강하게 만들어 드려야지. 아, 오늘 궁궐 뒤쪽에 있는 산 두 개를 등반시키면 되겠다.>


<······! 대주님, 그쪽은 지금 땅이 젖어서 오르기 힘들 텐데요.>


<거참, 다행이구나. 일부러도 그런 곳을 찾아야 할 판인데. 그곳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면 금방 체력 단련될 테고. 그 찐~한 무사의 어, 그런 것도 생길 게 아니냐.>


‘이제 겨우 무술을 배울 생각하신 저하께서 첫날부터 포기 선언하시는 건 아닌지.’


여현은 정말 묻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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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회. 수련 지옥 24.09.05 14 0 12쪽
14 13회. 악연의 시작 24.09.03 1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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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회. 위기 - 예상치 못한 미래 24.08.28 17 0 12쪽
11 10회. 덫을 놓다 24.08.26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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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회. 재수 없는 놈 24.08.24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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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회. 피 묻은 6결 매듭의 주인 24.08.22 18 1 13쪽
6 5회. 일촉즉발 24.08.22 22 1 12쪽
5 4회. 잿빛 저주의 시작 ‘언가주몽’ 24.08.19 28 0 12쪽
4 3회. 범인 색출(1) 24.08.18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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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회. 과거의 망령(1) 24.08.16 54 2 11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8.16 8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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